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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8 20:39

로로로 - 주홍글씨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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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로로로?
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원작이 연재물이었는지 단편이었는지 불확실하지만 임의로 3편으로 끊어서 올립니다.










주홍글씨



이곳은 어느 시골의 한 농장마을. 산을 뒤에 끼고 넓은 들판과 논과 밭을 지닌 시골이다. 제법 운치있는 곳이기도 하며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이 잘 불어오는 장소. 그리고 땅도 기름져 풍성한 작물들을 길러내니 수확할 맛도 나는 근사한 곳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당연히 골칫거리는 존재한다. 산에 사는 들윳쿠리 무리들이다.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인간이 길러낸 채소와 과일들은 야생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고급식료다. 밤중에 몰래 내려와 작물을 뜯어먹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엉망으로 헤집어놓기도 한다. 당연히 밭서리를 하는 윳쿠리가 눈에 띄이며 그 자리에서 박살을 내기는 하지만 애초에 머리도 나쁘고 학습능력이 부족한 이놈들은 과거에 겪은 공포심을 잊고 인간의 마을로 찾아와 밭도둑질을 한다. 

 

이런 윳쿠리들이니 마을 사람들 모두 이 해수 무리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열을 올린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참 농번기에 바쁜 상황인지라 산 끝자락에 있는 일부 무리들만 제재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여기 마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를 많이 드신 노인분들이었기에 이러한 소모전은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소모전은 얼마가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한해 농사를 망칠 각오를 하고 윳쿠리들을 없앨 각오를 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윳쿠리들이었다.

무리의 리더였던 마리사가 대다수의 무리들을 이끌고 인간의 밭에 내려와 습격을 한 것. 인명 피해는 당연히 없었지만 작물 손해가 이런저런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물론 이 무리들은 마을사람들에게 몽땅 죽임을 당하였고 작물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커지자 마을 사람들은 이런 결심을 세운다.

 

"제기랄, 이번 일로 올해 농사는 망쳤어!"

"그 빌어먹을 덩어리들이 몽땅 망쳤어!"

"얼어죽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죽여 놓는 건데!"

"여보게들, 어차피 망친 올해 농사야. 이럴 바에는 이번해 내로 산에 있는 그 덩어리들을 모조리 족쳐버리자고!"

"좋은 소리군! 농사를 망쳤으니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지. 그 아새끼들을 짓 밟아야 해!"

"뿌리도 아주 뽑아 버리자고! 그 덩어리의 새깽이들도 짓 이겨 주자구!"

 

마을 사람들은 한해 농사가 더이상 틀렸다고 생각하자 미련없이 논밭일을 제쳐두고 농기구를 꺼내서 구제작업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중단하게 된다. 

그것은 마을에 찾아온 한 윳쿠리 마리사 때문이다. 마을에 내려온 윳쿠리 마리사를 본 마을사람들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밟아 죽이려 했으나 마리사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요청을 해왔다.

 

"느늣! 기다리려주세요 오빠야들. 마리사는 느긋한 윳쿠리라구요."

"웃기고 있네! 그런 말을 어떻게 믿어? 또 밭을 엉망으로 만들러 온 거지?"

"느읏, 그게 아니라구. 이건 오빠야들에게도 느긋한 이야기라구. 마리사의 말을 느긋하게 들어주세요."

 

지금껏 마을에 찾아왔던 들윳쿠리들과는 달리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야기를 공손하게 요청해왔다. 게다가 생긴 것도 특이하였는데 보통 모자에 달린 리본은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레이무종의 리본이다. 어쨌건 마을사람들은 마리사가 간절히 간담을 요청해왔기에 일단은 회관으로 들여보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느느! 사실 저 무리들은 멍청하고 배운 것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 느긋하지 못한 무리들은 아니야. 단지 인간씨들이 채소씨가 저절로 나는 플레이스를 독점한 것으로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냐? 그럼 우리가 잠자코 봐주라 이말이냐?"

"느늣, 그게 아니라구요. 마리사의 말을 느긋하게 들어줘요. 사실 저번 습격때 저곳의 무리의 리더였던 마리사가 죽었다구요. 그래서 차기 리더 선출을 하게 되는데 마리사가 보기에는 그곳에 있는 파츄리가 리더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다음 윳쿠리의 리더가 누가 되든말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리더가 바뀌어서 쳐들어올 방식만 달라질 뿐이지. 자신들의 밭에 피해가 오는 것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사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 파츄리는 기존의 무리들과는 달리 멍청하지 않다구요. 인간과의 힘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고, 인간의 밭에서 채소를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구요. 무리를 스스로 자립시킬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마을에 피해를 입힐 일을 없겠군."

"하지만 이걸로 납득이 될 것 같아? 지금까지 너희들이 우리에게 입힌 손해는 어쩔거야? 지금까지 먹어댄 채소를 어떻게 변상할 거냐고?"

"늣, 그건 밭에 내려와 인간씨들의 일을 거두기로 하는 것으로 결정됐어요. 밭에 내려와 채소씨를 건드리지 않고 잡초씨와 벌레씨들을 제거 해주는 걸로 보상해 보겠다고 해요."

 

아무리 농사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비료 없이 쑥쑥 자라는 잡초와 농약을 아무리 살포해도 면역을 갖고 계속 나오는 벌레는 사람들에게도 골칫거리다. 일일히 사람이 처리하기에는 손이 부족하다. 그러나 저 많은 무리의 윳쿠리들이 도와준다면 일손도 줄어들고 아울러 농약값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리사의 제의에 마을 사람들은 나름대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몇십분이 지나자 마을 대표자가 말했다.

 

"오냐, 그렇게 한다면 우리도 좋다."

"느긋하게 이해줘서 고마워요 오빠야. 하지만 지금 마리사를 도와주시면 고맙겠어요."

"도와? 뭘?"

"아직 무리의 리더가 그 파츄리로 결정된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그 파츄리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

"지금 오빠야들의 밭을 습격한 윳쿠리들은 대부분이 반려를 가진 윳쿠리들이에요. 지금 남아 있는 윳쿠리들은 아가야를 가진 윳쿠리들 뿐이어서 먹을 것을 구해올 힘센 윳쿠리들이 없어요. 우선 오빠야들이 채소씨들을 파츄리에게 줘서 파츄리가 그걸로 무리를 먹여 살리면 무리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파츄리를 리더로 추대할 거에요."

 

마리사의 말에 일부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비록 한해 망친 농사지만 얼마 안되는 그것마저도 윳쿠리에게 줘야 한다는 사실이 달가울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런 말을 어떻게 믿어? 작물을 갖고 도망치려는 거 아냐?"

"이제 보니 이거 지능형 범죄 윳쿠리였구만."

"느느느!! 제발이에요. 마리사의 말은 사실에에요. 믿어주세요. 오빠야들."

"이보게. 어차피 망친 한해 농사니 버린셈 치고 주는게 어떤가? 만일 이놈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때는 이놈들 몽땅 사로잡아서 식량으로 삼아버리자고."

 

마을 사람들도 몇분간 이야기를 하자 어차피 망친 농사니 생색내는 것도 보기가 안 좋아서 윳쿠리의 말을 듣고 수락하기로 하였다. 마리사의 요청대로 마을 사람들은 제법 많은 양의 채소와 작물들을 쌓아 놓았고 마리사도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오빠야들. 이거면 무리들이 느긋해 질 수 있고 파츄리도 리더가 될 수 있어요."

"네가 약속을 지킨다는 조건하에 주는 거다. 어기지 말도록."

"늣! 걱정 마세요."

"그건 그렇고 이거 어떻게 가져갈 거냐? 이걸 혼자 가져갈 수 있어?"

 

많은 양의 채소를 얻은 것은 좋은데 정작 마리사 혼자 가져가기에는 양이 많았다. 하지만 마리사의 얼굴에는 걱정거리 하나 없었다.

 

"느느. 다 생각이 있다구요. 늣- 마침 저기 온다."

"우-우-. 마리사. 약속대로 데리고 왔다구."

 

마을 사람들은 놀랐다. 저 만치에서 한가득한 플랑 무리들이 '우-우-' 거리며 찾아온 것이다. 보통 플랑이 나타나면 통상종 윳쿠리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바쁜데 오히려 마리사는 기쁜 얼굴로 플랑 하나를 맞이 했다.

 

"고마워 플랑. 다른 플랑들에게 잘 이야기 해주었구나."

"우-. 플랑들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잘 따라주었다구."

"플랑들 고맙다구. 약속은 지킬테니까 느긋하게 도와달라구."

 

플랑들은 마리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풀줄기로 만든 그물이었다. 플랑들과 마리사는 그물에 모든 작물과 채소를 집어 넣고는 그대로 들어서 산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윳쿠리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동안 멍해 있었지만 밤도 깊어서 모두 귀가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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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파츄리. 이거라면 네가 무리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거야."

"무큐, 고마워요 마리사. 정말 가져다 주었군요."

"느, 그렇지만 인간과의 약속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구."

"무큐, 걱정마세요. 무리가 느긋해 질려면 인간과의 마찰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은 산의 현자인 이 파츄리도 잘 알고 있어요."

 

현재 마리사는 플랑들과 함께 무리들이 있는 플레이스에 도착하였다. 파츄리는 마리사가 가져온 식량을 보면서 크게 기뻐했고, 동시에 인간들과 교섭에 성공하여 많은 식량을 얻은 그 실력에도 놀랐다. 솔직히 이 많은 양의 식량을 어느 윳쿠리가 구해올 수 있었겠는가? 그것도 포식종인 플랑을 부리면서 파츄리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무큐, 아무래도 여기 무리는 마리사가 다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산의 현자인 이 파츄리 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기도 하고 강하기도 하니 말이에요."

"느? 그게 무슨 소리야 파츄리?"

"무큐, 마리사. 부탁할게요. 여기의 리더가 되어주세요. 이 파츄리는 마리사를 돕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까."

"느. 사양할게. 사실 마리사는 무리를 다스리는 것보다 싸우는 쪽에 더 익숙한 윳쿠리야. 무리를 다스리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구."

"무큐 그래도..."

 

파츄리는 될 수 있으면 이 마리사가 무리의 리더가 되어주기를 바랬다. 마리사가 찾아온 것은 며칠 전. 당시 이 무리의 리더였던 마리사가 대부분의 무리를 이끌고 인간의 밭을 습격하러 갔을 때이다. 무리를 지키는 힘센 윳쿠리가 줄어들자 산에 얼마 없었던 플랑 무리들은 이들을 공격한 것이다. 쪽수에 밀려 함부로 무리를 건드릴 수 없었던 플랑 무리였지만 힘센 윳쿠리들도 없고, 그것도 아기를 밴 윳쿠리들이 주를 이루는 무리를 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모든 윳쿠리들도 자포자기한 순간, 갑자기 이 마리사가 플랑을 타고 등장해 모든 플랑들을 퇴치해주었다. 그것도 윳쿠리가 생각할 수 없는 특이한 무기씨를 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이 마리사는 제법 똑똑하기도 하여서 무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파츄리의 계획을 알아듣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파츄리가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농경지식과 도구를 만드는 법도 알려주었다. 

항상 산에 있는 윳쿠리 중에서 자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알고 있었던 파츄리는 이 마리사의 실력에 매우 놀랐고, 한편으로는 존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습격한 플랑무리들을 설득해서 무리를 습격하지 않겠끔 만들기도 했으니 굉장한 수완가였던 셈이다. 이런 윳쿠리가 여기의 무리가 된다면 틀림없이 느긋해 질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마리사. 다시 생각해봐요."

"느읏. 파츄리. 마리사는 여기 파츄리의 무리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인간에게 죽어나가는 윳쿠리들을 도와야 한다구. 그리고 마리사는 여기 무리 출신이 아니라서 지명도도 떨어져. 하지만 파츄리는 여기에서 자라나서 무리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마리사보다 더 적격이야. 파츄리의 부족한 것은 마리사가 채워줄테니 걱정말라구."

"무큐, 알았어요. 그럼 오늘도 느긋하게 가르쳐줘요."

"염려 말라구. 자, 그럼. 이번엔 멀리서 물을 어떻게 길러 오는지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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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뒤. 파츄리는 마리사로부터 받은 식량을 무리에게 베풀어서 그걸 빌미로 무리의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리사는 파츄리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쳐 준뒤 플랑과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그 후 파츄리는 무리들을 어떻게든 교육해서, 인간과의 대립이 아닌 공생을 주장하였고 이에 무리들도 파츄리의 의사를 따라 인간들을 돕는 쪽으로 지향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이젠 자신들의 일을 거둬주는 윳쿠리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답례로 일부 채소를 조금 나눠주기도 하였다. 윳쿠리들도 인간들을 거들어주는 일 이외에도 밭에 씨를 뿌리고 채소를 재배하기도 하였으니. 이 무리는 그야말로 자립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윳쿠리들과 인간들의 공생은 느긋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느긋한 평화속에서도 불순물이 끼어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윳쿠리와 인간이 공생관계를 맺어진지 어느새 1년. 지금 시기는 가을을 맞이하여 작품들이 풍성하게 자라났다. 윳쿠리들이 내려와 부지런하게 잡초와 벌레를 제거해주니 마을의 밭에 있던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 풍년을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수확을 하기 전 까지는 방심은 금물이다.

 

여느때처럼 리더 파츄리는 자신의 무리들과 함께 인간의 마을로 내려왔다. 잡초제거와 벌레잡이가 이들의 목적. 물론 마을사람들은 수고비로 자신들의 작물의 일부를 나눠준다. 파츄리의 무리는 이렇게 인간에게서, 그리고 자신들의 플레이스내에 기르는 밭에서,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먹거리를 모아 월동준비를 철저하게 하였다. 그리고 무리의 윳쿠리들도 자신들의 플레이스를 느긋하게 해주는 파츄리를 무척 따랐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윳쿠리도 존재한다.

 

"무큐, 오빠야. 오늘도 느긋하게 도우러 왔다구요.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이번에도 도와주러 왔구나. 오늘은 저기 잡초와 벌레좀 잡아다오."

"무큐 알았다구."

 

파츄리는 무리를 지휘하여 인간이 가르킨 밭에서 작업을 한다. 윳쿠리들이 작업에 착수하자 밭주인이었던 남자가 말한다. 

 

"어젯밤 너희 무리 중에 밭서리를 한 녀석이 찾아왔다."

"무큐? 정말이야?"

"아, 그래. 물론 그 녀석은 플랑의 먹이로 줬어."

 

제 아무리 플레이스내에 채소를 재배하고 키운다 하더라도 윳쿠리가 키우는 작물은 인간이 키우는 작물만큼 크고 맛 좋게 키울 수 없었다. 때문에 일명 게스 윳쿠리들은 자신들이 느긋해지기 위하여 일부는 간간히 인간의 밭에 내려와 밭서리를 한다. 이러한 이유 탓에 파츄리와 마을사람들은 서로 상호합의하에 규칙을 정해뒀고, 만일 인간의 밭에 찾아와 서리를 하는 윳쿠리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인간에게 처분 당해도 된다고 합의를 보게 된다.

이에 파츄리는 낮에 무리들에게 철저하게 서로를 감시하여 인간의 밭에서 도둑질을 하지 말 것을 말했다. 다행히 이 무리 대부분이 지난번 마리사가 말했던대로 배우지 못해서 무식했을 뿐이지 게스까지는 아니었기에 이런 파츄리의 말을 충실히 이행했고, 일부 게스윳은 동료들에게 제지당하여 밭에 내려오지도 못했다.

예외가 있다면 윳쿠리도 인간이 모두 자는 밤이다. 이때 게스 윳쿠리들은 몰래 인간의 밭에 침입하지만 밭에 미리 배치해두었던 플랑무리들이 이것을 막아준다. 이젠 플랑무리들은 이 시골마을의 애완 윳쿠리로 키워져 있었는데 이처럼 인간들로부터 먹이를 얻는 대신 밭을 망치는 게스윳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먹어준다. 이것 또한 파츄리의 제의로 플랑에게 식량을 제공해준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 되었다.

 

파츄리는 아직도 인간의 밭에 쳐들어오는 자신의 무리들이 있다는 사실에 한숨을 푹 내쉬지만 이런 피해는 지난번 마리사가 리더로 있었을 때보다는 상당히 경미한 편이다. 게다가 윳쿠리가 농사일을 거들어주니 오히려 득을 보는셈이다. 

 

"무큐, 인간씨의 밭을 훼손하지 말라고 파츄리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런 말을 어기고 죽었으니 특별히 할말이 없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나타난 녀석은 을과 병정도의 녀석들이야. 아직 '갑'정도의 급을 가진 게스는 없더군."

"무큐, 그럴거에요. 설마 '갑'을 받을 정도의 게스가 우리 무리에 있을리 없어요."

"을과 병은 우리가 처리하지만 갑은 너희들이 처리하길 바란다."

"그렇게 약속했으니까요. 무큐."

 

파츄리와 남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이 어느새 윳쿠리 무리들은 작업을 모두 마쳤다. 남자는 수고했다고 하며 소량의 채소를 지급해주었고, 윳쿠리들도 들뜬 마음을 가지며 자신들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도착했다. 모든 무리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파츄리는 아직 할일이 있었다.

 

"무큐무큐, 이제 교육 시간이에요. 느긋하게 모이세요."

"느느~ 느그치 배울꼬야~!"

"선섀님 레뮤에게 여러가지 가르쪄 져~!"

 

파츄리는 플레이스 광장에 있는 그루터기에 앉아 윳쿠리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성체 윳쿠리들도 있었지만 수의 대부부을 차지하는 것을 아기 윳쿠리다. 파츄리는 이런 식으로 윳쿠리들을 교육시켜 해야할 것, 하지말아야할 것을 가르쳐 주었고, 그밖에 농경지식과 도구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른바 윳쿠리 스쿨이다.

 

특히 파츄리는 아기 윳쿠리들을 가르치는데 정신을 기울였는데. 아기 윳쿠리들은 순진하고 순수해서 초반에 잘 교육시켜 두면 게스화 되는 일이 없다. 무리의 게스가 이렇게 줄어든 것은 전부 이 파츄리의 교육열 덕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파츄리가 잘 가르친다 하더라도 후에 게스녀석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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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먀, 퍄퍄. 레뮤 느그치 학교 다녀 왔댜규!"

"마리쨔 열씨미 배우고 왔댜제!"

"능~! 아가야, 수고했어. 그럼 어서 우걱우걱을 해야지."

"늣? 오늘은 버섯찌와 당근찌야?"

"느그탈 쭈 이쪄!"

 

나무 밑 구멍을 집으로 삼은 윳쿠리 가족. 마리사와 레이무는 각각 자신과 같은 종을 가진 아기 윳쿠리 둘을 낳고 느긋하게 살고 있었다. 아기 윳쿠리들은 언제나처럼 파츄리의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엄마 레이무가 마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걱우걱 행복!"

"먀먀 이거 무척 느그탸게 마시쪄!"

"느느~! 그래. 오늘 엄마야가 플레이스 내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해서 얻은 채소씨란다. 그러니 느긋하게 먹으렴."

"마리샤, 느그탸게 먹는댜제!"

"마니 먹교, 마니 배어서 무리의 다음 리뎌가 댈거랴규!"

"정말 느긋한 아가야들이야."

 

엄마 레이무는 기특한 소리를 하는 아기 윳쿠리들을 바라보며 흡족해 하였다. 누가 봐도 느긋한 상황. 하지만 유독 아빠 마리사 만큼은 유쾌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레이무는 자신의 반려에게 묻는다.

 

"달링. 아가야들이 이렇게 기특한 말을 하잖아. 칭찬해주라구."

"느읏! 역시 안 되겠다제!"

 

아빠 마리사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아기 윳쿠리들에게 다가갔다.

 

"아가야들. 이렇게 있으면 느긋할 수 없다제! 당장 인간씨 마을로 쳐들어가 그곳을 윳쿠리 플레이스로 삼고 인간들을 노예로 부린다제!"

"느느늣?! 마리사 그게 무슨 소리야?!"

"아뺘 그게 무슨 소리야! 인간찌는 무셥댜고 파츄리 선섕님이 그래쪄!"

"가면 제재 당할꺼랴제!"

 

아빠 마리사의 난데없는 말에 가족들이 깜짝 놀란다. 하지만 아빠 마리사는 의지는 확고했다.

 

"시끄럽다제! 마리사님은 이곳보다 더 맛있고 큰 채소씨가 나는 그곳을 윳쿠리 플레이스로 삼겠다제! 마리사님은 강해서 할아범들을 한방에 보낼 수 있다제!"

"아뺘 그러치 아냐! 파츄리 선섕님은 인간찌가 무쩍 강해셔 싸우면 우리갸 진댜고 해쪄!"

"느그탸게 드러져! 아뺘!"

"에잇! 시끄럽다제! 그렇다면 이 마리사님 혼자서 인간씨의 밭을 습격하겠다제! 멍청한 아가야들과 레이무들은 인간의 밭을 손에 넣은 마리사를 보면서 후회하지 말라제!"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아?!"

 

그렇게 윳쿠리 가족들은 한참동안 말싸움을 벌였다. 사실 이 마리사는 파츄리가 리더로 있기전의 리더였었던 마리사의 자식이다. 그때 당시의 리더 마리사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게스였다. 리더 마리사는 무리들을 선동하여 방금 마리사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밭을 윳쿠리 플레이스로 삼고 마을사람들은 노예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대다수의 무리들이 리더 마리사를 따라 마을의 밭에 있던 채소와 작물들을 마구 먹어 치웠다.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한 마을 주민들은 농기구와 온갖 잡동사니를 가지고 윳쿠리들을 학살하였다. 한방이면 나가 떨어질 것 같았던 인간들이 무서운 모습으로 자신들의 무리를 급속도로 없애나가기 시작하자 리더 마리사는 당연히 도망을 쳤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살겠다고 남을 버리는 녀석치고는 잘된 놈이 없다. 무리를 통해 리더 마리사가 선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리더 마리사를 붙잡고 나뭇가지들로 마구 쑤셔줘 벌집으로 만든 후 그대로 버려서 비참하게 죽게 만들었다.

이 일로 인하여 윳쿠리 무리들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새옹지마로 파츄리가 새로운 리더로 선출됨으로서 인간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진 덕분에 무리는 다시 번성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 리더 마리사의 자식이었던 이 아빠 마리사에게는 이야기 다르다. 아빠 마리사는 자신의 아빠야인 리더 마리사로부터 윳쿠리는 위대하고 매우 느긋한 존재라고 배워왔고 자신도 그런 아빠를 닮겠다고 말하였다. 물론 리더 마리사는 차기 리더는 자신의 아가야라며 아빠 마리사를 지명했지만 파츄리가 새로운 리더가 되고, 또 의외로 파츄리가 무리를 잘 이끌어 자신의 위치가 흐지부지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아빠 마리사는 파츄리의 치정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들에게 있어 노예로 있어야하는 존재. 하지만 파츄리는 그런 인간들을 위해 일하고 먹을 것을 얻는다. 게다가 인간의 밭에 침입한 윳쿠리들은 자신들이 아닌 인간의 손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이건 누가봐도 노예는 자신들 쪽이 아닌가? 

이런 모습을 지켜봤던 아빠 마리사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자신이 리더가 되어서 이런 썩어빠진 플레이스를 구원하겠다고. 먼저 그러긴 위해서는 자신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데 무리가 추대를 안해주니 어림도 없다. 그러던 아빠 마리사는 한가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과거 파츄리는 리더가 되기 위하여 플레이스 내에 굶어죽기 일보직전이었던 윳쿠리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여 리더가 되었다. 파츄리가 어떻게 해서 그런 먹을 것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아빠 마리사에게는 그런 것은 상관 없었다. 모로 가든 서울로 가면 되는 법. 인간의 밭에서 훔쳐오면 그만이다. 물론 플레이스내의 채소를 훔칠까도 생각했지만 과거 파츄리가 가져온 식량은 인간의 밭에서 난 고급 먹거리다. 당연히 지금 플레이스내의 채소와 비교하자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즉, 자신이 인간이 기르는 채소를, 그것도 지난 번 파츄리가 가져왔던 양보다 더욱 많이 구해오고 그걸 무리에게 가져다 주면 분명 다음리더는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 계획은 가족들이 극구 반대한 탓에 아빠 마리사는 포기하기로 하였다. 물론 가족들 앞에서 말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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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인간도 윳쿠리도 모두 잠든 시간이다. 아빠 마리사는 뉘인 몸을 일으켜 가족들이 잠을 자는지 확인하였다.

 

"느헤헤. 됐다제! 이제 인간씨의 밭으로 쳐들어간다제!"

 

아빠 마리사는 그렇게 집을 나와 인간의 마을로 향하였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자 엄마 레이무가 눈을 떴다. 그리고 주변을 둘려보자 자신의 반려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느? 마리사가 없어! 설마!"

 

엄마 레이무는 마리사가 낮에 말했던 것 처럼 인간의 마을로 쳐들어갔다는 것을 눈치챘다. 원치대로라면 이 사실을 리더 파츄리에게 알려야 했지만, 그러면 마리사는 플레이스 내의 처벌을 받아 느긋하게 있을 수 없을지 모른다. 비록 성격은 그렇지만 분명 자신의 반려이기 때문에 그것만큼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서둘러 자신이 쫓아가서 설득하여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미 레이무가 아빠 마리사를 뒤쫓으려 할 때, 시야에 아직 자고 있는 아기 윳쿠리들이 눈에 띄었다. 엄마 레이무는 잠시 생각을 하였다. 오밤중에 아기 윳쿠리들만 남겨두면 불안하다. 그리고 자신 혼자서 마리사를 설득하는 것 보다 이렇게 아기들까지 가세하면 어쩌면 마리사는 순순히 포기할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한 엄마 레이무는 아기들을 깨웠다.

 

"느으.. 엄먀? 왜 그래? 아직 바미랴구..."

"마리샤.. 좀 뎌 쿨쿨 하고 십댜제."

"느으으. 아가야들아. 큰일났어. 아빠야가 인간씨의 밭으로 간 것 같다구."

"느? 아뺘가 업써져셔!"

"느기? 아뺘가 제재당할 거댜제!"

 

아기 윳쿠리들도 아빠 마리사가 사라진 것을 알고 걱정을 한다. 우선 엄마 레이무는 아기들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느읏! 아가야들아. 이러면 아빠야가 느긋하게 죽을지 몰라. 그러니 어서 가서 데려오자."

"아라쪄! 엄먀야!"

"아빠야가 쭉는 걸 보고 십찌 안타제!"

 

그렇게 어미 레이무는 아기들을 데리고 마리사를 쫓아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느헤헤헤 정말 느긋해 보이는 채소씨다제. 우걱우걱 행복!"

 

인간의 밭으로 내려온 아빠 마리사는 지금 몰래 당근을 하나 뽑아 식사 중이다. 아기의 팔뚝만한 당근은 어느새 아빠 마리사의 입속으로 사라졌고 아빠 마리사는 포만감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트림을 했다.

 

"이제부터 여기는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다제! 인간씨들은 어서 나와서 노예가 된다제! 느헤헤헤헤!!"

"느으으으! 마리사아아아 그만둬어어어!!"

 

이제 막 윳쿠리 플레이스를 선언한 순간 아빠 마리사의 뒤에서 누군가 외쳐댔다. 마리사가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자신들의 가족들이 있었다.그 모습을 본 마리사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느읏? 쫓아온 거냐제? 잘 됐다제! 이제부터 마리사님을 느긋하게 도우라제!"

"느으으으!! 마리사아 벌써 채소씨를 먹은 거야!"

"여기의 채소찌는 인간찌의 허락 업찐 머그면 안댄다고 그래져!"

"제재당할꼬야!"

 

엄마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은 마리사의 행동에 질책을 가했지만 아빠 마리사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며 적반하장으로 나섰다.

 

"시끄럽다제! 여기는 이제부터 마리사님의 윳쿠리 플레이스다제! 그러니 마리사님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제!"

"느읏! 마리사 그렇지 않아! 여기는 인간씨들의 밭이라구. 마리사가 그렇게 말해도 마리사의 것이 아니라구!"

"아뺘~!돌아갸~~! 느그탈 쭈 업져!"

"어째셔 그넌 소릴 하능꼬야?!"

"느깃! 돕지 않을 무능한 쓰레기는 꺼지라제! 그럼 이 마리사님이 혼자 하겠다제!"

 

아빠 마리사는 이렇게 말하며 밭에 있던 당근을 뭉텅뭉텅 뽑아내기 시작하였다. 이걸 전부 무리내로 가져가서 배포하고 자신이 리더가 될 심산인 것이다. 그것을 본 엄마 레이무는 기겁을 하며 마리사에게 달려들었다.

 

"느아아아아!! 마리사 지금 뭐하는 거야아아아아아!! 그런짓 하지 말라구우우우우!!"

"느긋! 아까부터 거치적 거린다제! 꺼지라제!"

"느부엑!"

"엄먀?!"

 

아빠 마리사가 힘으로 엄마 레이무를 쳐버렸다. 아기 윳쿠리들은 엄마 레이무에게 다가가 핥짝핥짝을 해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반려가 이렇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아빠 마리사는 계속 하던일을 멈추지 않았다.

 

"아뺘~!! 어째져 이넌 짓 하능꼬야!"

"엄먀야가 아프댜제! 사가하라제! 그리고 느그탸지 모탼 짓 하지 말라제!"

"느깃?! 아빠야가 하는 일을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하디닛! 느긋하지 못한 아가야들이다제! 제재하겠다제!"

 

아빠 마리사는 작업을 중지하고 아기 윳쿠리들에게 달려들었다.아기 윳쿠리들은 겁에 질려 움찔하지만 갑자기 아빠 마리사는 자신의 행동을 멈췄다. 그 이유는.

 

"우-! 우-! 밭도둑이라구!"

"느갸아아아악!! 플랑이다아아아아아앗!!"

 

하늘에 플랑 한마리가 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조용한 밤에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안 들키는 것이 이상하다. 아빠 마리사는 채소든 가족이든 뭐든 버려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하지만 플랑하나가 발견했다고 신호를 보내니 근처에 있던 2마리의 플랑 역시 추가로 모여들었다. 이들 가족들을 몽땅 붙잡았다.

 

"우-우-! 잡았다구!"

"우-우-! 그럼 느긋하게 먹겠다구!"

"느기이이잇!! 살려주라제! 마리샤를 먹지 말라제!"

"무셔어어! 레뮤를 먹지먀아아!!"

"구해됴오오! 엄먀! 아뺘아아아~~!!"

"느느느느늣!! 살려줘! 부탁이야. 레이무가 잘 못했어어어!!"

 

윳쿠리 가족들은 플랑에게 붙잡혀 먹힐 생각에 공포에 질려 쉬쉬를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플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우-! 지금은 안된다구. 우선 오빠야에게 보여줘서 먹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구."

"우-우-. 느긋하게 알았어!"

 

플랑들은 그렇게 윳쿠리 가족들을 물고 이곳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장님 댁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밭에 침입한 윳쿠리를 제하는데도 절차가 준비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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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장의 집에 도착한 윳쿠리 가족들. 엄마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은 무서워서 방구석에 모여들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유독 아빠 마리사만큼은 볼에 바람을 잔뜩 부풀린 채로 겁없이 있었다. 앞에 놓인 이 윳쿠리 가족들을 바라보며 이장은 입을 열었다.

 

"네 녀석들. 대체 왜 밭에 쳐들어 온거냐? 너희 플레이스에도 먹을 건 충분하잖아!"

"뿌욱! 시끄럽다제! 이런 느긋한 플레이스를 독점한 인간씨들은 게스 중에서도 몹쓸 게스라제! 이제부터 이 밭은 마리사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할테니 할아범은 어서 마리사님의 시중을 드는 노예가 된다제!"

"느아아아아~!! 마리사아아아 무슨 소리야아아아! 인간씨이이이 죄송합니다아아아아!!"

"아뺘! 그러먈 하지먀아아아아!!"

"느그탈 쭈 업댜제에에에에!!"

 

역시나 앞뒤 안가리고 덤벼드는 마리사. 그런 마리사의 모습에 가족들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져 다급하게 소리친다. 마리사가 이렇게 나오자 엄마 레이무가 이장 앞에 달려들어 이야기를 하였다.

 

"느느느느늣!! 정말 죄송해요오오오!! 레이무가 말리지 못해서 마리사가 이런 짓을 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아가야들은 부탁이니 살려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야를 쫓아왔을 뿐이에요. 어떻게든 인간씨에게 배상을 할테니 살려주세요오오오!!"

"느깃! 뭐하는 짓이냐제?! 왜 노예가 될 할아범에게 절을 하는 거냐제?! 바보냐제? 죽고 싶냐제?!"

"아뺘야도 어셔 사갸를 해애애애!!"

"이제 그만됴오오오!!"

 

엄마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이 이장에게 용서를 비는데 반해 아빠 마리사는 변함없는 태도를 취한다. 그것을 본 이장은 이 마리사가 이번일의 선동자였음을 눈치챘다.

 

"네 녀석이 범인이로군. 한번 혼나볼테냐?"

"느헤헤헤! 멍청한 할아범 주제에 건방 지다제! 감히 이 마리사님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냐제? 할아범으 마리사에게 한방이다제!"

 

아빠 마리사는 이렇게 오치면 이장에게 몸통 박치기를 하였다. 하지만 이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아빠 마리사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혼신을 다한 일격을 받고도 멀쩡하다니? 이에 이장은 아빠 마리사를 댕기를 붙잡고 그대로 주먹찜질을 해주었다.

 

"느갸아아! 그만둔다제에에!! 느갹! 느삐이이잇!! 아퓨다제에에에!!"

"느아아아아아아?! 마리사아아아아아아아?!"

""아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마리사는 지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무참하게 깨지다니? 항상 윳쿠리는 인간을 힘으로 이길 수 없다고 들어왔지만 그것은 자신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리더 파츄리가 한 말이다. 때문에 마리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인간을 제압하여 그 모습을 다른 윳쿠리들에게 보여줘서 파츄리가 지금까지 무리를 속였다는 것을 증명하여 자신이 리더로서 추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금 최강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은 인간의 손에 잡혀 무력하게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얻어 맞자 아빠 마리사의 입에서 기어가는 소리가 나왔다.

 

"제...제졍합니다아아아~ 바디쟈가 잘 못 해뜹니다아아아. 용더해주데요오오오~~!"

 

모든 얼굴이 불어터질 정도로 얻어 맞자 아빠 마리사의 입에서 용서를 구하는 말이 나왔다. 아빠 마리사의 처참한 몰골에 윳쿠리 가족들도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이장은 냉혹하게 말했다.

 

"그건 안되겠다. 너 같은 녀석을 살려두면 분명 나중에 또 쳐들어온다. 그러니 오늘 플랑의 한끼 식사가 되어라."

"우-우-! 오빠야 이제 먹어도 돼?"

 

밑에서 플랑들이 입맛을 다시며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장의 말에 어미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안대효오오오오!! 인간디이이이이이!! 바디쟈를 살려 주데요오오오오오!!"

"아뺘야가 어쯔면 느그탸지 모 태애애애애!!"

"느에에에에에엥! 아뺘를 주기지 먈랴제에에에에에!!"

 

윳쿠리 가족들이 이렇게 애원하자 이장은 아빠 마리사를 내려놓는다. 이에 플랑들은 마리사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이장이 손짓을 하자 멈추었다.

 

"가족들이 저렇게 부탁하니 너에게도 기회를 주지."

"느느... 뭐든지 하겠듭니다."

 

아까과 달리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아빠 마리사다. 하지만 이걸로 윳쿠리가 힘으로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팥소에 깊이 새겨졌다.

 

"네가 먹어치우고 헤친 채소들의 값만큼 노동할 것. 그리고 네가 가진 모자를 나에게 주면 용서해주마!"

"느느?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거냐제?!"

 

아빠 마리사는 당황했다. 채소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모자가 없으면 느긋할 수 없다. 이러한 결정이 나오자 아빠 마리사는 금새 싫은티를 내었다.

 

"그게 싫다면 네 가족들을 플랑의 먹이로 준다고 하면 용서해주지. 덤으로 채소도 주고 말이야."

"느읏? 인간씨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 거야아아아아?!"

 

이장의 새로운 조건을 들은 어미 레이무가 경악한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아빠 마리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느헤헤헤헤헤. 그걸로 좋다제."

"느읏? 마리사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뺘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능꼬야?"

"시끄럽다제! 마리사님의 말을 진작에 들었자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다제! 이건 다 레이무와 아가야들 때문이니 마리사를 위해 느긋히 희생되라제!"

 

아빠 마리사의 의외의 제안 승낙에 이장은 놀랐는지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태껏 밭에 침입한 윳쿠리들에게 이런 제안을 해오면 대부분은 가족을 선택하거나 혹은 자신이 플랑의 먹이로 희생되어 가족을 구해냈다. 하지만 이 마리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가족을 플랑의 제물로 바치겠다고 흔쾌히 승낙한 것이다.

 

"아뺘~! 거짓마리찌? 기여운 레뮤를 느그탸게 해주꺼지?"

"마리사. 대체 왜 그런 소리를?"

"아뺘야. 어째져! 느삐이이!!"

 

그리고 이장을 다시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장이 말릴 틈도 없이 아빠 마리사가 아기 마리사를 물어뜯어 벽에 집어 던진 것이다. 아기 마리사는 벽에 부딪쳐 그대로 숨을 거뒀고 그 모습을 본 엄마 레이무와 아기 레이무도 경악하였다.

 

"아가야아아아아아!! 마리사 왜애애애?! 느게에에에엑!!"

"엄먀아아아아! 느뺘아아아악!!"

 

그걸로 끝이다. 아기 마리사를 죽인데 이어 자신의 반려 레이무는 물어 찢어 팥소 유출로 죽게했고, 아기 레이무는 그대로 밟아서 압사 시켜버렸다. 아빠 마리사는 헤헤 거리며 이장을 향해 말하였다.

 

"느헤헤헤. 인간씨 어떠냐제? 플랑이 먹기 좋게 죽여 놓았다제."

"...."

 

이장은 아무말도 못했다. 한편 플랑은 이장에게 배고프다고 눈치를 줬다. 어차피 죽은 윳쿠리다. 이장은 플랑에게 손짓을 했고 플랑들은 그렇게 죽어버린 윳쿠리 가족들의 시신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리사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한층더 여유있게 있었다.

 

"자, 그럼. 약속대로 마리사를 풀어주고 채소씨를 내놓은다제! 느깔깔깔깔깔!"

"그전에 이걸 좀 빌리마."

 

이장은 이렇게 말하며 마리사의 모자를 벗겨냈다. 그러자 마리사는 방방뛰며 소리쳤다.

 

"느깃! 무슨 짓이냐제! 가족들을 바쳤으니 모자씨는 돌려준다제!"

 

하지만 이장은 마리사의 모자를 가지고 방안에 들어갔다. 그렇게 몇분후. 이장이 마리사의 모자를 들고 방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모자가 달라져 있었다. 모자 안에는 채소씨가 있었고 또 고깔부분에는 왠 반짝이는 붉은돌이 달려 있었다. 이장은 그렇게 새롭게 바뀐 모자를 마리사에게 씌워주었다.

 

"약속대로 채소는 모자 안에 넣어두었고, 모자를 좀더 근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장식을 좀더 달아두었다. 마음에 드나?"

"느헤헤헤. 고맙다제! 마리사는 느긋할 수 있다제!"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여기서 하룻밤 머물도록. 내일 일을 도와주는 너희 무리들이 찾아오면 함께 돌아가라."

"느헷, 느긋하게 알았다제!"

 

마리사는 그렇게 하룻밤을 인간의 집에서 느긋하게 지냈다. 그것도 자신들의 가족의 시신을 뜯어먹는 플랑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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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파츄리와 그 무리들이 밭일을 돕기위해 찾아왔고 이장은 그런 파츄리에게 어젯밤 침입한 마리사를 보여주었다. 마리사는 어제 인간씨가 자신에게 꼼작을 못해서 이렇게 많은 채소를 주고, 하룻밤을 느긋하게 지내게 해줬다며 허풍을 떨었다. 하지만 파츄리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리사의 모장 달린 붉은돌.

 

"무..무큐! 오...오빠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보는 대로다. 설마 갑정도의 죄의 급을 받을 놈이 나타날 줄은 나도 몰랐다."

"무..무큐! 그..그런!"

"약속대로 이 녀석은 너희들이 처리해라. 약속대로 해줄 수 있니?"

"무큐... 알고 있어요. 오빠야. 이런 윳쿠리는 우리 무리내에서도 느긋하지 못 하다구요."

"느읏! 그게 무슨 소리냐제! 마리사님은 느긋하다제! 함부로 말하는 파츄리는 느긋하게 죽으라제!"

 

파츄리의 말을 듣고 볼을 부풀리며 불만표현을 하는 마리사. 하지만 파츄리는 마리사를 보고 경악감 이외에도 증오와 혐오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파츄리는 지금 무리들과 함께 이번 마지막 일을 도와주고 있다. 이제 수확시기. 다시말해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파츄리와 그 무리들은 인간이 따놓은 작물들을 모두 창고에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이장에게 붙잡혀 있다 풀려난 마리사는 그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낄낄 거리며 비웃고 있었다.

 

"느헤헤헤~ 정말 느긋하지 못한 파츄리다제. 마리사님은 위대해서 인간씨들이 맛있는 채소를 바쳤다제! 역시 파츄리가 있으면 다른 윳쿠리들도 느긋할 없는거다제!"

 

마리사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모자에 담긴 오이 하나를 꺼내 우물거리며 씹고 있었다. 그리고 오이의 남은 부분을 물고 흔들어대며 무리들을 향해 말하였다.

 

"느읏! 모두 느긋하게 보라구. 마리사님을 따르면 이처럼 맛있는 채소씨를 주겠다구. 그리고 마리사를 리더로 만들면 더 많은 채소씨를 주겠다구."

 

하지만 모든 무리들은 마리사의 말을 무시하고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이어 무리중의 첸이 파츄리에게 물었다.

 

"파츄리. 저 마리사는 정말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인거야?"

"무큐, 그렇다구. 저 돌이 장식에 달려있는 것을 보아선 틀림없다구."

"모르겠어. 모르겠어. 저런 마리사랑 느긋하게 있을 수 없어."

"무큐, 하지만 죽이지 말라구. 저런 게스 중의 게스 윳쿠리는 자기가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평생 알게 해주어야 한다구."

 

파츄리의 말에 첸은 물론이고 다른 무리의 윳쿠리들도 마리사를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았다. 

 

"느응~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제! 마리사가 멋진 윳쿠리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런 시선을 부담된다제."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미모(?)에 반한 줄 알고 능글거리며 웃어댔다. 그렇게 무리들의 작업이 끝났다. 

 

"수고했다. 자, 이제 겨울이기도 하니 이정도 주마."

"무큐 고마워요. 오빠야."

"이제 느긋할 수 있는 거네!"

"찐뽀!"

 

윳쿠리들은 광주리에 한가득 담긴 채소를 보며 기뻐했다. 그렇게 광주리를 이고 자신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향한다. 그리고 마리사도 무리가 떠나자 자신도 뒤쫓아갔다.

 

"느읏! 기다리라구! 마리사도 함께 간다제!"

 

마리사가 이렇게 외침에도 불구하고 무리는 무시하고 떠나갔다. 그렇게 윳쿠리 플레이스에 도착하자 플레이스 안에 윳쿠리들도 자신들의 밭의 수확을 끝낸 상태였다.

 

"느읏, 파츄리. 말한대로 채소씨를 모두 뽑았어."

"마리사는 벌레씨와 버섯씨를 많이 채집했다구."

"이걸로 올 겨울 식량도 충분하다구."

"무큐, 수고했어. 그럼 이제 각자 식량 배분을 하자구."

"느긋하게 배분하는 거라구."

 

윳쿠리 무리들은 지난 계절동안 모아놓은 식량을 꺼내서 각자 알맞게 배분하기 시작하였다. 마리사 역시 이 무리에 속한 윳쿠리. 배분을 받을 생각으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렇게 자신의 차례가 오자 아직 채소가 남아있는 자신의 모자를 꺼내 놓으며 말하였다.

 

"느읏, 마리사도 식량을 준다제!"

"느? 느아아아아아!!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다아아아앗!!"

 

갑자기 식량 배분을 하던 레이무가 마리사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다른 윳쿠리들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시선을 모두 그쪽으로 옮겼다. 마리사 역시 자신에게 보이는 레이무의 반응에 어리둥절했다. 

 

"느삐이이이이잇!! 머리장식찌에 빨간됼이 달려이쪄어어어!!"

"느그탸지 모탼 윳쿠치랴는 쯩거야아아아!!"

"먀먀 무셔어어어어!!"

"느읏! 아가야들아! 어서 엄마 뒤로 숨어!"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가 생겼어! 어떻게 된거야 파츄리?!"

 

무리가 소란스러워지자 파츄리는 모두 진정시키고 이야기 하였다.

 

"무큐, 보는대로야. 저 윳쿠리는 게스 중에서도 자기만 챙길줄 아는 최악의 느긋하지 못한 게스야!"

"느깃! 파츄리는 당장 마리사에게 사과하라제! 마리사는 게스가 아니라제! 그리고 어서 레이무는 마리사에게 식량을.. 뷰벡!!"

 

마리사가 이렇게 말하던사이 갑자기 다른 윳쿠리 마리사가 몸통 박치기를 했다.

 

"이런 쓰레기만도 못한 만쥬 주제에 어디서 우리가 일군 식량을 받으려는거야?"

"역시 쓰레기라서 어쩔 수 없는 거네!"

"저런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는 제재하자구!"

"느늣?!"

 

갑자기 무리들이 극도로 흥분해서 마리사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파츄리가 소리를 질러 이들을 제지하였다.

 

"무큐! 당장 그만둬! 저 윳쿠리는 분명 쓰레기만도 못한 윳쿠리야!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무슨 잘못을 하는지도 모른다구! 그런 만쥬를 제재해서 안락할 죽음을 줄 필요가 없어! 평생 고통 속에서 살게 해줘야 한다구!"

"느읏! 알았다구! 파츄리!"

"정말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야."

"쯔레기 마리쨔는 느그치 쥬그랴규!"

 

무리는 이렇게 마리사에게 욕설과 혐오감이 담긴 눈빛을 보내면서 식량을 배분을 모두 받고 해산하였다. 다들 집에 들어갔지만 마리사는 아직도 영문을 몰랐다. 왜 자신이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건가? 

 

"느기이이잇!! 정말 무슨 일이냐제! 왜 마리사에게 그런 짓을 한거냐제!"

 

마리사는 투덜거리며 넘어졌을 때 쏟아진 자신의 채소를 모자에 담고 그대로 써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 가자마자.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의 집에 쉬쉬를 한다구!"

"첸은 응응할거야. 상쾌~!!"

"느갸아아아악!! 마리사의 집에 무슨 짓을 하는 거냐제에에!!"

 

무리의 윳쿠리들이 자신의 느긋한 집의 입구에 쉬쉬와 응응을 깔아놓고 있는 것이었다. 마리사의 모습을 보자 다른 윳쿠리들은 말하였다.

 

"흥! 가족을 팔아 살아남은 느긋하지 못한 마리사는 죽으라구!"

"저런 윳쿠리는 느긋할 수 없어!"

"참으라구! 지금 당장 제재하고 싶지만 더러운 쓰레기 만쥬의 팥소가 묻을 거라구! 그러니 오늘은 이만하고 가자구!"

 

윳쿠리 무리들은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를 향해 침을 뱉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마리사는 혼란에 빠졌다. 갑자기 왜 플레이스내의 무리들이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인가? 비록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할정도로 나쁜 것도 아니었다. 마리사가 의문에 잠겨 가만히 있던 사이 누군가 마리사에게 다가왔다. 이웃집 독신으로 사는 앨리스다.

 

"마리사. 너 정말 그런거야?"

"느늣?! 애..앨리스? 어떻게 된거냐제! 왜 무리들이 마리사에게 이런 심한 짓을 하는 거냐제!"

"마리사.... 그건 네 머리장식에 박혀있는 돌 때문이야."

"느늣?! 이 돌씨가 왜?"

 

마리사는 자신의 모자를 한층 더 멋지게 해주는 돌이 자신을 느긋하게 못하게 해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앨리스가 설명하였다.

 

"마리사. 잘 들어. 그돌은 말이지. 증표 같은 거야. '나는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입니다'라는 걸."

"느? 그게 무슨 소리냐제?"

"파츄리가 저번에 그렇게 가르쳐 주었잖아. 설마 모른거야?"

 

여기의 무리들은 파츄리의 교육을 통해 플레이스 내의 룰과 소식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츄리를 좋게 보지 않았던 마리사는 이런 파츄리의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알턱이 없었다.

 

"인간씨의 밭에 침입한 윳쿠리들은 인간씨에게 제재당해. 하지만 인간씨들도 함부로 제재하는 것도 아니야.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에 대한 피해보상을 해주면 풀어주기도 해. 하지만 그렇지 못한 윳쿠리들은 플랑의 먹이가 되지. 그리고 그 죄는 갑,을,병 으로 구분돼."

"느읏? 그게 뭐냐제?"

"우선 병은 가장 낮은 죄질로써 처분이 돼. 인간에게 피해입힌 만큼 보상을 해주면 느긋하게 풀어줘서 윳쿠리 플레이스로 돌려보내주지. 그리고 을의 경우에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계속 덤비기 때문에 곧바로 플랑의 먹이로 처분되어 버려. 그리고 마지막이 최고의 죄질인 갑이야. 이게 지금 마리사가 받은 죄질이야."

"대체 뭐냐제? 대체 어떤 처벌이냐제?"

"그 표식은 자기 자신만 느긋해지기 위해 다른 윳쿠리. 심지어 가족까지 팔아버리는 윳쿠리들에게 달아주는 표식이야. 그런 윳쿠리인걸 여기 무리들이 알았으니 마리사는 평생 다른 윳쿠리들로부터 괴롭힘은 물론이고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해. 하지만 직접 우리가 제재하지 않아. 지금 당장 목숨을 끊어주면 그 죄값만큼 고통을 당하지 않을 이유에서야."

"느기이이이잇!! 그게 뭐냐제에에에에?!! 느긋할 수 없다제!"

"그래서 그런거야. 마리사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거야?"

"하..하지만 레이무와 아기들은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였다제! 오히려 그쪽이 게스였다제! 마리사는 분명 옳은일을 한것뿐인데 왜 어째서?"

 

마리사의 말을 들은 앨리스는 더욱 경악했다.

 

"서...설마!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가족들을 판거야?"

"늣? 당연하다제! 그런 게스들은 마리사의 가족이 아니라제! 하지만 이 마리사님을 위해 희생했으니 조금은 쓸모 있는..."

"실망이야 마리사! 도시파적이지 못해! 마리사가 그런 윳쿠리인줄 앨리스는 몰랐어!"

"느걋! 그게 무슨 소리냐제? 마리사는 어떤 윳쿠리들보다 느긋..."

"마리사...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가족들을 희생시키고 반성 할줄도 모르다니..."

"느느? 앨리스?"

"지금 내가 마리사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붙여주는 것만 해도 나는 다른 윳쿠리들에게 제재당해도 뭐라 말할 수 없어. 널 도와주는 윳쿠리도 똑같이 게스취급을 받아 제재당할 거라고 파츄리가 말해줬으니 말이야. 마리사... 하다 못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거나 아니면 용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봐. 앨리스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어."

 

앨리스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마리사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자신이 이 윳쿠리 플레이스 내의 모든 무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야하는 죄윳으로 찍히다니. 

 

"느갸아아아아앗!! 오히려 마리사님을 괴롭히는 윳쿠리야말로 게스다제! 마리사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냐제!"

 

마리사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에 응응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바람에 그걸 밟고 집안에 들어왔다. 결국 찜찜한 기분을 가진채 집에서 일단 느긋하게 잠을 자도록 하였다. 




그렇게 하룻 밤이 지나고 새아침이 밝았다. 나무굴 밑에 수면을 취하던 마리사는 그냥 이대로 더 잘까하고 느긋하게 있으려고 했으나 그 생각은 접어두었다. 입구쪽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이 마리사의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을은 끝나가고 겨울로 돌입하는 시기. 무리들도 이제 월동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마리사 역시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입구를 막을만한 것을 구해야했다. 이 플레이스는 과거 플랑과 함께 찾아온 붉은리본 마리사가 파츄리에게 여러도구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는데. 그중하나가 나뭇가지로 엮어서 만든 대문이었다. 이걸 입구쪽에 막아서 흙과 함께 쌓아두면 겨울을 지낼 동안 찬바람을 막고 따뜻하게 지낼수 있다. 때문에 파츄리는 입재주가 좋은 앨리스들은 플레이스에 남겨두어 그걸만들게끔 지휘하였고 나머지 윳쿠리들은 월동에 필요한 식량을 구해오기 위해 바깥에서 인간을 돕거나 사냥을 하였다. 그리고 월동준비니 창고에 모아둔 식량을 무리에게 분배하는 일도 있다. 아마 날씨가 따뜻한 오후중에나 배급이 시작될거니 마리사는 그 때동안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느흥~. 마리사의 느긋한 밥씨를 먹는다제."

 

마리사는 이렇게 말하며 어제 인간으로부터 얻어, 먹다 남긴 채소를 쌓아놓은 곳으로 향했다. 인간의 채소는 이 플레이스내의 채소와 비교하자면 최상급의 맛을 자랑하는 먹거리다. 하지만 그 먹거리는 더이상 먹을 수있는 것이 아니었다.

 

"느갸아아악?! 어..어떻게 된 거냐제에에에에에?! 왜 채소씨가 느긋하지 못한 거냐제?!"

 

마리사의 채소는 흙과 응응더미 묻혀서 더이상 먹을만한 것이 되지 못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마리사가 잠든 간밤에 다른 윳쿠리들이 몰래 침입하여 이와 같은 짓을 한 것 같다.

 

"느기이이이이잇!! 용서 못 한다제에에! 마리사의 식량을 이렇게 만든 윳쿠리를 찾아서 제재해 주겠다제에에에!!"

 

마리사는 씩씩거리며 집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머리에 전해오는 따끔한 충격이 느껴져 비명을 질렀다.

 

"느갸! 뭐...뭐냐제?!"

"느읏! 느그탸지 모탼 유쿠치갸 나와쪄!"

"마리샤의 됼을 뱓교 느그치 쥭는댜제!"

 

밖에 나오자마자 아기 윳쿠리 두마리가 마리사에게 돌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물론 아기 윳쿠리의 힘으로 성체 윳쿠리를 죽일 수 있을리 없었다. 오히려 화만 더 나게 하는 상황. 마리사는 이젠 저런 쪼그만 꼬맹이들까지 자신을 업신 여기니 열이 뻗칠 것만 같았다.

 

"느기이이이이!! 느긋하지 못한 아가야는 제재다제!"

"느삐?!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가 미쳐쪄!"

"무셔어어어!!"

 

마리사가 아기 윳쿠리들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왠 덩어리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돌격해오던 마리사를 쳐내버렸다.

 

"찐뽀!"

"느갸아아아악!!"

"느윳! 묭 아쥼먀댜!"

"묭 아쥼먀는 느그탈 쭈 이쪄!"

 

통상종 중에서 마리사종과 동등한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윳쿠리 요우무가 제지하였다. 아기 윳쿠리들은 저 멀리 도망쳐 버렸고 묭은 마리사를 쓰레기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신을 한없이 깔보는 요우무의 태도가 심히 거슬렸던 마리사는 버럭 화를 내었다.

 

"느깃! 무슨 짓이냐제? 저 아가야들은 가만히 있던 마리사님을 공격한 느긋하지 못한 게스다제! 마리사는 느긋하지 못한 아기를 제재하려 한건데 왜 방해하는 거냐제?!"

 

마리사가 소리를 마구 질러대자 근처의 윳쿠리들도 잠에서 깨어나 하나둘 바깥으로 나왔다. 마리사와 묭의 모습을 근천 주민 윳쿨들은 수군거렸다.

 

"늣, 저것봐. 저 마리사 묭에게 싸움을 걸고 있어."

"느읏! 묭. 그 마리사를 당장 때려 눕히라구!"

"알고있어. 죽이지만 않게 적당히 제재하라구!"

"느긋하지 못한 마리사는 당장 묭의 응응이라도 먹으라구! 느하하하."

 

주변의 윳쿠리들은 모두 묭의 편에 섰다. 자기편 하나도 없이 싸우는 것이 얼마나 비참할 줄은 알 것이다. 괜히 이런 분위기에 묭에게 싸움을 걸었다가는 주변의 윳쿠리들은 왠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이에 마리사는 그냥 물러나기로 한다.

 

"느흥! 느긋하지 못한 묭따위는 마리사에게 한방이지만. 오늘은 바쁘니 특별히 봐주겠다제. 어서 꺼지라제."

"느후~ 저것보라구. 저 마리사 도망치고 있어."

"역시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는 어쩔 수 없구나."

"오오~. 비참해. 비참해."

 

마리사가 싸움을 피하려 하자 주변 윳쿠리들이 비웃었다. 솔직히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과거 이 플레이스내의 리더의 자식이었던 이 마리사는 그런 이야기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느깃! 그렇지 않다제! 마리사님의 힘을 똑똑히 보라제! 느긋하지 못한 묭은 죽어어어어!!"

 

마리사가 묭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잔뜩 흥분하여 힘이 들어간 마리사에게는 모든 곳이 헛점 투성이었다. 묭은 마리사의 공격을 옆으로 가볍게 피하고 몸통박치기 카운터를 먹여줬고 정확하게 들어갔는지 저멀리 나가떨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저것 보라구! 묭이 이겼다구!"

"느헤헤헤헤. 당연하다구. 쓰레기 마리사가 묭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냐구."

"모두 저 마리사에게 쉬쉬와 응응을 해줘서 비웃어 주자구. 느헤헤헤!!"

 

주변의 모든 윳쿠리들이 몰려와 마리사에게 쉬쉬와 응응을 한껏 내놓고는 해산 하였다. 마리사는 묭에게서 받은 데미지를 회복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온갖 더러운 배설물을 몸에 묻히고 다녔으니 느긋할 수 없었다. 

 

"느으으... 느긋하지 못 하다제!"

"마리사 괜찮아?"

 

누군가 마리사에게 걱정스레 말을 걸어 온다. 이웃집 앨리스다. 앨리스의 경우에는 마리사의 안위가 염려하여 말을 건거지만 묭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응응과 쉬쉬를 묻힌 자신의 비참함에 골이 나있어 괜히 앨리스에게 화풀이를 한다.

 

"느기이잇! 꺼지라제! 설마 이 마리사님을 비웃으러 온거냐제?!"

"그런게 아니야. 마리사. 어서 네 죄를 갚을 방법을 생각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번일보다 더욱 심한일 을 당할거야."

"늣! 웃기지 말라제! 마리사님은 잘 못한 것 없다제! 잘못을 하는 건 죄없는 이 마리사님에게 이런 짓을 한 저 윳쿠리들이다제!"

"마리사... 제발 네가 잘 못한 것을 인정해. 네가 살기 위해서 가족을 버린 것은 누가 봐도 도시파적이지 못한..."

"시끄럽다제! 앨리스는 이거나 먹고 꺼지라제!"

 

마리사는 이렇게 말하며 앨리스에게 응응을 물어 집어 던졌다. 앨리스는 자신의 안면에 응응이 묻자 떨구기 위해 몸을 마구 떨었고 마리사는 그 사이에 툴툴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늣! 이게 다 이 돌씨 때문이다제! 이걸 떼면 느긋할 수 있을 거다제!"

 

마리사는 자신의 모자를 벗어놓고 거기에 달린 붉은돌을 떼네기 위해 물어뜯었다. 하지만 이것은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라는 것을 평생 알리기 위해 아주 잘 박아놓은 물건이다. 윳쿠리의 힘으로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머리장식의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마리사는 한참동안 돌과 씨름을 했지만 괜히 여기서 힘을 줬다간 모자가 찢어질 것만 같아서 포기하였다. 그렇다고 모자를 벗고 다니기에는 윳쿠리의 본능상 이것도 거부하였다.

 

"느으으으... 죽어! 죽어! 느긋하지 못한 돌씨는 느긋히 죽어!"

 

이젠 모자째로 돌을 밟아댔다. 하지만 모자보다 강한 강도를 자랑하는 돌이다. 오히려 마리사의 모자가 이리저리 구겨져버려 되려 손해만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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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오후.

파츄리는 광장에 모든 무리들을 불러놓았다.

 

"무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월동에 들어가는 거야. 무리들은 대문씨와 식량을 챙기도록!"

"느긋하게 알았다구."

 

윳쿠리 무리들은 그간 창고에 저장해 두었던 동면용 식량을 모두 꺼내 무리들에게 나눠주었다. 동시에 겨울용 대문도 지급해 주었다.

 

"늣! 이걸로 부족해. 요즘 아기들이 식성이 좋아져서 이거보다 많아야 한다구."

"그럼 이정도 더 얹혀줄게. 나중에 봄이 되면 더 열심히 일해야 돼?"

"느긋하게 알았다구."

"느읏, 요즘 마리사의 집은 입구를 좁혀서 이렇게 큰 대문씨는 필요없어. 좀더 작은 걸 줘."

"이거면 돼?"

"느읏! 그정도가 딱 좋아!"

 

무리들은 느긋하게 식량을 배분하는 중이다. 그런 무리들 사이에서도 마리사는 끼어있었다.

 

"늣! 어서 마리사에게 식량과 대문씨를 준다제!"

"느으으?!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다!"

"저리꺼져!!"

"느벳!!"

 

마리사는 무리들에 의해서 대열에서 튕겨 나갔다. 쓰러진 마리사를 바라보며 무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에게 줄 식량 따윈 없어! 그냥 거기서 느긋하게 죽어!"

"정말 뻔뻔한 윳쿠리에요! 뭘 잘했다고 우리들이 일궈낸 식량을 얻을 생각인거죠?"

"알고있어! 알고있어! 저 마리사는 인간의 밭에서 도둑질을 한 윳쿠리야! 도둑질을 하는 윳쿠리는 우리들의 식량을 몽땅 훔쳐갈거야!"

"리더로부터 들었다구! 저 마리사 자기가 혼자 도둑질을 해놓고 그걸 막으려고 한 가족들을 희생시켰다구!"

"늣 그게 정말이에요?!"

 

어떤 윳쿠리 레이무가 마리사가 저지른 일을 폭로하자 모든 무리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그렇다구!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건 저 마리사 혼자야. 저 마리사의 반려인 레이무와 아기들은 마리사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용서를 빌었는데 가족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기를 살려준다고 하는 인간씨의 말을 듣고는 주저없이 그걸 허락했다구!"

"느읏! 정말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야! 자기가 살겠다고 그런 느긋한 가족들을 인간씨에게 바치다니!"

"아뇨. 정확히 말하자면 그게 아니에요."

 

이번엔 윳쿠리 앨리스 하나가 나섰다.

 

"이 앨리스는 마을에 있던 플랑에게 들어서 더 잘 알고 있어요. 원래 그 인간씨는 저 마리사만 제재하고 느긋한 그 가족들은 풀어줄 생각이었요."

"늣?! 그게 무슨 소리야? 가족들은 분명 죽었다구! 리더에게 그렇게 들었어!"

"물론 그 가족들이 죽은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인간씨가 죽인 것이 아니라 저 마리사가 한발 앞장서서 자기의 가족들을 죽였다고 했어요!"

"느느느늣!!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에요. 그 인간씨는 일단 플랑도 식윳을 해야하니 그 가족들의 시체 정도는 양보했지만 머리장식은 집안에 보관해두어서 그런 게스에게 불쌍하게 죽은 그 가족들을 공양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앨리스로부터 정확한 설명을 들은 무리들은 더욱 험악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느기이이이잇!! 정말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라제! 단순히 도둑인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보니 가족을 직접 살해한 살윳자라제!"

"그런 느긋한 가족들을 죽이고 뻔뻔하게 살아 남다니! 살윳자 마리사는 느긋하게 죽어어어어!!"

"알고있어! 저 마리사는 살윳자인 거네?"

"먀먀 무셔어~!! 저 쯔레기갸 레뮤를 죽이려 할꼬야!"

"살윳자 윳쿠리는 레이무의 아가야에게 손도 못 덴다구!"

 

윳쿠리 가족들이 마리사를 향해 집중적으로 비난하였다. 이에 마리사는 오히려 더욱 반발하였다.

 

"시끄럽다제!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는 제재하는 것이 원칙이다제! 당연한것 아니냐제?!"

"느읏! 저 마리사 아직도 자기의 잘 못이 뭔지 모르고 있어!"

"흥! 말은 잘하는군요. 그 상황속에서 당신을 구해주라고 울고불고 인간씨에게 매달린 것은 바로 그 가족들이 아닌가요? 그런 가족들이 느긋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나요?"

"느흣! 당연하다제! 애초에 그런 쓰레기놈들이 마리사님을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플랑에게 들킬 염려도 없었고 무사히 채소씨를 얻어왔을 거다제! 그런 쓰레기들이 마리사님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제!"

"느으으으!! 역시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야! 아직도 자기가 잘했다고 뻔뻔하게 우기고 있어!"

"제재해 버리자구!"

"늣! 그래도 죽이면 안돼요!"

 

윳쿠리 무리들이 마리사에게 모두 달려들어 마구 패기 시작하였다. 이런 다수의 무리들이 달려드니 제 아무리 마리사라도 당해낼 수 없었다.

 

"느갸아아아! 그만.. 뷰벡! 두라제에에!!"

"죽어! 죽어!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는 죽어!"

"느긋한 윳쿠리를 죽인 마리사는 쓰레기야! 당장 죽어!"

 

마리사는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찔리고 여기저기서 몸통박치기를 당하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두들기는 것을 끝내고 모든 월동배급 받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리사는 방금전의 몽둥이찜질로 인해 눈이 하나 빠져버리고 이빨은 몇개 부러졌으며 모자는 너덜너덜해져버렸다. 하지만 그 모자에 박힌 붉은돌은 여전히 제대로 단단히 장식에 박혀 있었다.

 

"느...으....어째...서 냐제....? 마...리사가... 무슨 잘못을 한거냐제에....?"

 

마리사는 아픈 몸을 이끌고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결국 월동배급을 받기는 커녕 실컷 얻어만 맞고 돌아왔다. 하지만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인 집도 느긋하지 못하다. 어제보다 더 많은 응응이 나무구멍의 입구를 막고 있던 것이다. 마리사는 응응더미를 치우기 시작했지만 워낙에 몸이 아프고 찬바람도 심해져 작업은 굼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마리사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킥킥거리며 마리사를 비웃거나 조롱만 보내주기만 하였다. 



"느으..느으... 춥다제..."

 

현재 마리사는 자신의 집에서 꼼짝없이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든 응응을 일부 치워둬서 들어올 수 있기는 하였지만 아직 입구쪽에서는 찬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만 응응더미가 입구에 쌓여져 있어서 바람은 전보다 덜 들어오고 있었다.

 

플레이스 내의 윳쿠리들은 대문을 지급받고 그걸로 튼튼한 벽을 입구에 만들어 찬바람을 잘 막아두었다. 그밖에도 푹신한 지푸라기와 잎들을 모아두어서 침대로 만들었으니 한겨울동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리사는 그러지 못했다. 무리들로부터 린치를 당해 여기저기가 쑤시는 터라 월동준비를 할수 없었던 것이다. 배급도 받지 못했으니 겨울동안 버틸 식량도 없다. 보통 부상당한 동료 윳쿠리가 있으면 근처의 이웃이 도와주거나 혹은 부상을 입지 않는 가족들이 대신 일을 해준다. 하지만...

 

"느으..느으으으... 레이부우우...마리사는 움직이지 못...하겠다제... 어서 튼튼한 벽씨로 입구를 막고.... 먹을 것을 구해오라제."

 

이미 없어진 가족들이 마리사의 부름에 대답할리가 없다. 마리사는 신경질을 부렸다.

 

"느깃! 뭐하는 거냐제! 어서 마리사님을 위해 음식씨를 가져온다제!"

 

한참동안 씩씩거리던 마리사. 하지만 죽은 이는 대답이 없다. 그제서야 마리사는 다시 깨달았다.

 

"느으... 그렇지... 마리사님을 위해서... 희생했지...."

 

마리사는 힘없이 푸념한다. 비록 자신과의 사상은 떨어졌지만 정말 느긋한 가족들이었다. 과거 자신이 저부를 다쳐서 움직일 수 없었을 때 레이무는 그런 마리사를 위해 간병과 먹을 것을 구해주었다. 그로 인하여 반려로 있을 수 있었고 자신과 레이무를 닮은 귀여운 아기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아기들은 다른 윳쿠리들의 아가야들보다 똑똑했다. 파츄리의 윳쿠리 스쿨에서 다른 아기들보다 많은 질문을 던지고 많은 것을 알고싶어하였으며 그리고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주변의 윳쿠리들도 똑똑하고 느긋한 아가야를 가진 마리사가 부럽다고 선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이제 그 가족들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늣? 느으으으읏!! 웃기지 말라제! 이 마리사님의 일을 방해한 윳쿠리들은 한결 같이 느긋할 수 없다제! 오히려 잘 죽었다제! 마리사님을 희생했으니 말이다제!"

 

마리사는 순간 하마터면 자신이 오히려 게스 윳쿠리라고 인정할 뻔 하였다. 어찌나 흥분했던지 몸의 아픔을 잊고 펄쩍 뛰었으니 말이다. 마리사는 씩씩거리며 독기어린 표정을 지니며 중얼거렸다.

 

"느흥! 좋아제. 어디 이 마리사님을 실컷 괴롭혀 보라제! 마리사님은 굽히지 않는다제! 그렇다제! 진짜 게스 윳쿠리는 이 마리사님이 아니라 바로 그 느긋하지 못한 레이무와 아가야들이다제! 느느느늣!! 이 마리사님은 뛰어나서 배급따윈 없어도 충분히 월동을 준비할 수 있다제! 식량은 산에가서 구해오고! 입구는 나뭇가지들을 구해와서 만든다제!"

 

마리사는 이렇게 궁시렁대며 집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서니 윳쿠리들의 둥지의 입구는 한결같이 막혀있었다. 월동중이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바깥으로 나올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마리사에게 잘된 일이다. 월동중에는 자신을 괴롭힐 무리들은 모두 동면중일테니 말이다.

 

마리사는 플레이스내에서 뛰쳐나와 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식량으로 쓸만한 풀과 버섯, 열매. 그리고 입구를 막을 만한 나뭇가지를 찾아 보았다. 하지만 이미 겨울로 접어든 시기다. 그런 먹을거리를 느긋하게 찾을 수 있을리 없었다. 게다가 입구를 막을만한 쓸만한 나뭇가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 주변의 먹을 것과 쓸만한 나뭇가지는 플레이스내의 무리들이 모두 가져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리사의 움직임도 서서히 줄어들어갔다. 방금전 잔뜩 흥분하여 그 기세로 나갔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처자리가 욱씬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수확도 건지지 못하고 다시 플레이스내로 돌아온 마리사. 결국 집에서 죽치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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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다. 해가 저물었으니 당연히 주변의 기온은 훨씬 내려갔다. 더군다나 이곳은 산. 찬바람은 그 어느곳보다 차갑다. 찬 바람이 입구쪽에서 들어오자 마리사의 몸은 더욱 움츠렸다. 특히 바람은 마리사의 상처난 부분을 에워싸며 칼을 베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해주었다.

 

"느느느느...추..춥다제...."

 

마리사는 입을 딱딱거리며 오들오들 떨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잠도 잘 수가 없었다. 이런 추위에 잠을 자다가는 냉동만쥬가 되서 죽을지도 모른다. 마리사는 이런 추위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떠올렸다. 

 

'느..능... 이..이 추위를 버티기에 좋은 방법은...."

 

부비부비. 그렇다 윳쿠리들의 애정행각 및 가족애를 다지기 위해 하는 행동.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몸을 문대는 그 행위는 아무리 추운 겨울날도 버틸 수 있게끔 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느..느..레..레이부가.. 없었지...아가야들..도.."

 

그러나 이미 가족을 팔아 넘긴 마리사에게는 이것 역시 불가능한 일. 그러자 가족이 조금 그리워지기 시작하였다. 홀로 이 열악한 환경속을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쓸쓸하였다. 하지만 다시 마리사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왜냐하면 가족을 그리워하는 그 시점에서 자기가 게스 윳쿠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느..능... 정말...필요할 때는 없는....쓸..쓸모없는 윳쿠리라제!느느...느...그..그래!"

 

마리사는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느헤헤헤! 그...그렇다제! 가족이..없으면..다시 가족을 만들면 되는거다제! 그 느긋하지 ... 못한.. 가족들보다... 훨씬... 느긋한 가족을 말이다제!... 좋다제!... 레이무보다 더.... 느긋한 미 윳쿠리랑 상쾌를 해서!....아가야들을 잔뜩... 만들고! 부비부비를....실컷하겠다제!....살아남아 보겠다제!"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같이 있어주고 어려움을 나눠줄 가족이란 것을 알게 된 마리사는 위와 같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플레이스 내의 모든 윳쿠리들은 현재 동면중. 누가 어떤 윳쿠리가 이 추운 겨울 산속을 바깥으로 나올일이 없었다. 마리사는 주변을 둘러보며 새로운 반려로 삼을만한 윳쿠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배만 더 곪게 만들고 쇠약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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