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 ?
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느긋한 곰씨
"느느늣! 어서 느긋할 수 있는 집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구! 곧 겨울이 온다구!"
늦가을, 한 마리의 윳쿠리 마리사가 집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 윳쿠리 마리사는 최근 낙반으로 집을 잃어버린 불행한 윳쿠리였다. 이제 곧 겨울이 올 때, 어서 집을 찾지 못하면 겨울을 넘길 밥을 모을 때를 지나쳐버리게 되므로, 윳쿠리 답지 않게 느긋하지 못하고 있었다.
"늣! 동굴씨가 있어! 조금 크지만 느긋할 수 있을 것 같아!"
돌아다니던 마리사는 동굴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제법 아늑하였다. 마리사는 이렇게 좋은 동굴이 다른 윳쿠리에게 발견되지 않은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그리고 즉시 집선언을 하였다.
"이제부터 여기를 마리사의 집으로 할꺼야!!!"
그리고 동굴 안 쪽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러다가 동굴 안 쪽 깊은 곳에 커다란 곰이 잠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느느늣! 고, 곰씨가 있어어어어어어!"
마리사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곰은 슬그머니 눈을 뜨고 일어나 마리사를 노려보았다. 마리사는 쓸데없이 곰에게 뿌꾹하고 몸을 부풀리며 위협을 가했다.
"마리사는 강하다구! 최강이라구! 느긋하지 못한 곰씨는 어서 마리사의 집에서 나가라구! 뿌꾸욱-! 뿌꾸욱-!"
하지만 잠깐 눈을 떳던 곰은 윳쿠리가 있는 것을 알자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도로 눈을 감았다. 뿌꾹을 해도 곰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점점 마음이 놓인 마리사는 곰에게 달려들어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여기는 마리사의 집이라구! 곰 씨는 느긋하지 못해! 마리사의 집에서 어서 나가라구! 나가지 않으면 마리사가 혼내줄꺼라구! 제제하겠다구!"
뽀용! 뽀용! 뽀용! 뽀용! 뽀용-!
물론 곰에게는 전혀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맨몸으로 싸울 경우, 곰과 인간 사이에는 넘사벽의 격차가 있다. 그리고 인간과 윳쿠리 사이에도 넘사벽의 격차가 있다. 즉, 곰과 윳쿠리 사이에는 넘사벽이 두 개나 있는 것이다. 마리사가 아무리 부딧쳐도 바위를 두들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째서 나가지 않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는 강하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너무 부딧친 탓에 오히려 마리사의 몸이 아플 지경이 되었으며, 마리사는 완전히 녹초가 되버렸다. 그러자 그 때 곰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마리사 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동굴 밖으로 움직였다. 마리사는 곰이 자신을 피해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늣! 역시 마리사는 최강이라구! 곰씨도 도망치게 했다구! 헉헉헉. 힘들다구. 마리사는 잠시 느긋하게 쉴거라구."
곰에게 안마를 해주느라(…) 지친 마리사는 그대로 동굴 바닥에 쓰러져 잠들었다. 사실, 곰은 낮잠을 자다가 먹이를 구하러 간 것이었다. 지금 시기는 곰도 겨울잠에 들어갈 때, 많은 먹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리사가 잠을 자는 동안 곰은 사냥을 하였다. 한참 뒤에야 마리사는 잠에서 깨어났다. 마리사는 여전히 곰이 자신에게 얻어맞아 도망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느늣! 느긋하게 잘자고 일어났어! 곰씨는 쫓아냈으니 이제 여기는 마리사의 집이라구! 늣! 배가 고프니 어서 사냥을 할꺼야!"
그런데 그 때, 곰은 어슬렁 어슬렁 자기 둥지인 동굴로 되돌아왔다. 놀란 마리사는 다시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늣! 또 느긋하지 못한 곰씨가 나타났어! 여기는 벌써 마리사의 집이라고 말했겟지! 어서 나가지 않으면 또 제제 해줄꺼야! 뿌꾸욱-!!!"
마리사는 있는 힘껏 곰에게 뿌꾹을 날렸다. 그러자 곰은 마리사의 앞에 뭔가를 툭 던져주었다. 그것은 한 무더기의 풀과 나뭇잎, 먹고 남긴 나무 열매 찌꺼기였다. 윳쿠리가 한끼를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였다.
"느늣?! 마리사에게 이렇게 많은 밥씨를 주는 거야? 느헤헷! 역시 곰씨도 마리사의 강함에 두려움을 느꼈구나! 이 만큼이나 밥을 바친다면 특별히 마리사의 노예로 해서 마리사의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주겠어!"
곰은 다시 동굴 구석에 처박혀서 눈을 감았다. 마리사는 곰이 바쳤다고 생각한 먹을 것을 마음껏 먹어치웠다.
"우꺽-! 우꺽-! 행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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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곰과 마리사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곰은 사냥을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자신이 먹고 남긴 찌꺼기를 마리사에게 가져다 주었고, 마리사는 자신이 사냥한 먹을 것에 더해서 곰이 주는 먹을 것까지 얻어 야생 윳쿠리로서는 아주 느긋하게 살 수 있었다. 겨울을 넘길 식량도 아주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
무리의 윳쿠리들에게도 느긋하고 넓은 집에서 곰을 노예로 부리고 있다면서 한껏 자랑을 해댔고, 그 덕분에 미 윳쿠리인 레이무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겨울이 가까워졌지만 곰이 있다는 생각에 별 걱정도 하지 않고 상쾌를 해서 아기를 만들었다. 곰은 윳쿠리가 늘어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더 많은 풀과 잎사귀를 가져와 마리사에게 주었다. 마리사는 그 가운데 맛있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먹고, 조금 맛이 떨어지는 것은 월동 식량으로 저장. 그다지 맛이 없는 것은 아기들을 위한 침대나 이부자리를 만드는데 썻다.
그러던 어느날, 무리의 윳쿠리를 포식종의 집단이 습격해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려 여섯 마리의 레밀랴와 두 마리의 몸 붙은 레밀랴, 한 마리의 몸 붙은 플랑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보통 윳쿠리 무리에서는 한 두마리의 레밀랴도 어쩌기 힘든데, 플랑까지 끼어있었으니 도저히 당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이 무리는 꽤 오랫동안(1년 정도?) 별다른 습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포식종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느긋하게 죽어! 레바틴!"
"무큐우우우우우우우우웃-!"
"플랑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우- 우-"
"레밀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우- 우- 맛있는 만쥬라구-!"
"레이무는 만쥬가 아니야!! 빨아먹지 마아아아아아아-!!!"
"마리사는 도망갈꺼야! 레이무를 먹으라구!"
무리의 리더였던 파츄리가 플랑이 휘두르는 나뭇가지 몽둥이를 맞아 갈갈히 찢겨 죽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포식종의 습격이 윳쿠리 무리를 덮쳤다. 포식종들의 공격은 윳쿠리 무리를 아주 전멸시켜버릴 기세였다. 윳쿠리들은 정신없이 이리저리 흩어져서 도망쳤다.
그 가운데서도 여러 마리의 윳쿠리가 마리사 가족이 살고 있는 곰 둥지로 도망쳐들어갔다. 곰을 쓰러뜨리고 노예로 부리고 있다는 마리사의 허풍을 믿고 구해달라고 달려온 것이다.
"마리사아아아아아아아아-! 플랑을 쓰러뜨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레밀랴가 앨리스의 한 짝인 파츄리를 죽였어어어어! 복수해줘어어어어-!!!"
"레이무는 마리사가 최강이라는 걸 알고 있다구! 곰씨를 이겼으니 플랑도 이길 수 있다구!"
"느느느느느늣... 아, 알겠다구! 마, 마마마마, 마리사가 해치우겠...다구.. 느느늣..!"
허풍쟁이 마리사는 깜짝 놀랐다. 레밀랴도 무서운데 플랑이라니! 무서워서 시시가 나올 지경이었지만 이미 허풍을 떨어둔게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덜덜 떨면서도 나뭇가지를 잎에 물고 밖으로 기어나왔다. 한 마리의 레밀랴가 많은 윳쿠리들이 이쪽으로 도망간 것을 보고 눈을 빛내면서 동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 우- 만쥬가 잔뜩 있다구!!!"
"느히이이이이이이이이잇-!!!"
"마리사 힘내!"
"퍄퍄! 느그탸게 레밀랴를 쭈겨!"
몸이 붙은 레밀랴를 보자마자 마리사는 시시를 질질 지리면서 벌벌 떨었다. 하지만 뒤에서 가족들의 응원하는 소리가 들리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죽을 각오로 레밀랴에게 나뭇가지를 물고 달려들었다.
"느으읏-!"
"우우-! 건방진 만쥬라구!!!"
뻥-!
"느아앗!"
"레밀랴의 고져스한 궁그닐! 로 죽여주겠다구!"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마리사는 레밀랴에게 가볍게 걷어차여 나가떨어졌다. 레밀랴는 마리사를 죽이려고 나뭇가지를 높이 쳐들었다. 마리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동굴에서 잠을 자고 있던 곰이 마리사의 비명 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동굴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느읏?!""""
곰은 윳쿠리들은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날쌔게 달려들어 마리사를 죽이려던 레밀랴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퍼억-!!!
"늣?"
가볍게 휘두른 곰의 일격에 레밀랴의 머리통이 펑 하고 터져버렸다. 포식종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윳쿠리. 고기 만두로 이루어진 몸뚱이가 곰의 힘을 당해낼 리가 없었다. 레밀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머리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고소한 고기국물 냄새가 퍼졌다. 머리를 잃은 레밀랴의 몸뚱이는 부들부들 떨면서 서 있었다. 곰은 몸뚱이를 넘어뜨린 다음 그 안에 머리를 파묻고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겁에 질려있던 마리사는 그 광경을 보자 갑자기 용기가 솟아올라 뿅뿅 뛰면서 곰을 향해 소리쳤다.
"늣! 마리사의 부하! 이 느림보 곰! 어째서 이제서야 나온거냐구! 너무 느긋하게 군다구! 마리사 주인님의 명령이얏! 어서 플랑과 레밀랴를 처치하지 않으면 제제할꺼야!!! 느림보 곰이 너무 늦게 와서 친구들이 잔뜩 죽었다구!"
그야말로 범의 위세를 빌린 여우같은 꼴이었다. 황당한 것은 윳쿠리 제일주의에 빠진 윳쿠리들에게는 이 모습이 마치 마리사가 곰에게 명령을 내리고, 곰이 마리사의 명령에 따라 포식종들을 처치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늣! 역시 마리사는 최강이네!!!"
"곰씨는 어서 마리사의 명령을 들으라구!"
"레밀랴와 플랑을 해찌우라구!"
한 마리의 레밀랴가 곰에게 다른 레밀랴가 잡아 먹히는 걸 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왔다.
"우우-! 레밀랴의 여동생이이이-!! 궁그닐을 받으라구! 죽으라구!"
아무래도 이 두 레밀랴는 자매였던 모양이다. 급히 달려와서 나뭇가지를 휘둘러 댔지만, 곰의 두꺼운 가죽에 그것은 타격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섵부르게 건드린 탓에 곰을 자극하고 말았다. 곰이 앞발을 휙 하고 휘두르자 레밀랴의 허리가 끊어져서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뿌직-!!!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홍마관의 아가씨의 엘레강뜨한 허리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짜꾸야야아아아아아아아아-!!!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퍼억!!!
곰은 시끄럽게 소리치는 레밀랴의 머리를 앞발로 짓밟아서 완전히 짓뭉개버렸다.
"우-! 우-!"
"우-! 우-! 우-!!"
"방해꾼-! 우-! 우-!!!"
다음에는 머리만 있는 레밀랴들이 날아와 곰의 머리 위에서 빙빙 돌다가 공격하면서 귀찮게 굴었다. 레밀랴들은 곰이 날지 못하는 것에 안심하여 곰의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상대가 통상종 윳쿠리라면 적당히 높이에서 빙빙 돌면서 괴롭히는 이 전법은 필살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곰에게는 전혀 통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스윽-!!!
곰이 허리를 펴고 몸을 일으켜 세우자 낮은 곳을 날아다니던 레밀랴들이 오히려 곰이 앞발로 치기에 딱 좋은 높이에 와있었던 것이다.
"우-?"
"우우?"
"우??!"
퍽퍽퍽-!!!
그리고 곰이 물 속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잡는 솜씨로 앞발을 휘두르자 눈 깜짝할 사이야 머리만 있는 레밀랴들도 전멸하고 말았다.
"느긋하게 죽어!"
윳쿠리를 잔혹하게 괴롭히고 있다가 그 광경을 목격한 플랑은 꽂꽂히 서 있는 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곰을 향해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레바틴(나뭇가지)로 후려치고 찌르는 등 있는 힘을 다해서 공격했다.
툭. 툭. 툭.
하지만 윳쿠리 계의 절대강자인 포식종 플랑이라 해도, 인간으로 치면 고작 4,5살 짜리 어린아이의 힘에 불과하다. 맹수인 곰에게는 어떤 대미지도 줄 수 없었다.
"크워억-!"
퍼억!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곰이 한 번 앞발을 휘두르자 플랑의 팔이 뚝 떨어져 나갔다. 플랑은 공포에 떨면서 알랑한 포식종의 자존심도 내버리고 뒤돌아서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곰은 단숨에 플랑을 따라잡고는 앞발로 후려처서 오체분시를 하고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늣! 잘했다구. 역시 마리사의 부하라구! 느긋할 수 있는 곰 씨라구!"
"곰 씨는 굉장히 느긋할 수 있네!"
"곰 씨를 부하로 부리다니, 마리사는 대단하네!"
"레밀랴냐 플랑 따윈 한방이라구!"
그 모습을 보고 윳쿠리들은 뿅뿅 뛰면서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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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였던 파츄리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무리에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했다. 마리사는 포식종 무리를 해치운 공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무리의 리더가 되었다.
리더가 된 마리사의 첫번째 소임은 월동준비를 마치게 하는 것이었다. 플랑의 습격으로 많은 성체 윳쿠리가 짝을 잃거나 죽은 탓에 월동이 위태로워진 가족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리사는 선심을 쓰는 척, 자신의 넓은 둥지인 동굴에서 함께 월동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곰이 지키고 있으니 포식종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만해하면서.
몇몇 윳쿠리 가족들이 그 말에 따라 곰의 동굴로 이주했다. 곰은 이번에도 윳쿠리들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끔 음식 찌꺼기나 풀을 주는 일도 있었으며, 윳쿠리들은 그때마다 기뻐하며 곰을 느긋할 수 있는 하인이라고 불렀다. 어느날은 벌집을 따온 곰이 부스러기를 윳쿠리들에게 남겨주기도 했다.
"달콤달콤! 레이무는 행복이야!"
"마마마마마마맛- 맛있어어어어어어어-!!!"
"무큐- 아주 느긋할 수 있는 곰이예요."
"곰찌는 마리쨔에게 댤쿔댤쿔을 뱌치는 구냐!"
"도시파인 곰이예요! 영원히 앨리스들의 하인으로 해주어도 좋아요!"
윳쿠리들은 덕분에 많은 먹을 것을 모을 수 있었다. 매일 매일 안심하고 느긋하게 지냈다. 그리고 늦가을이라기보다는 초겨울, 산의 풀과 나무들이 푸름을 잃고 누렇게 시들어서 갈색으로 변했다. 곰은 돌을 굴리거나 흙을 무너뜨려서 동굴의 입구를 봉쇄했다. 윳쿠리들도 곰이 입구를 막는 일을 돕는다고 기뻐하며 함께 굴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겨울, 첫눈이 오고 곰은 겨울잠을 자기 시작했다. 윳쿠리들은 곰의 곁에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체온을 나누면서 아주 느긋하게 있었다.
"느느늣. 곰 씨는 매우 느긋할 수 있다구."
"곰 씨는 마리사의 자랑스러운 하인이라구!"
"매우 도시파예요!"
"레이뮤의 노예랴규!"
"마리쨔의 하인이라구!"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둥지는 크고 따듯하고, 먹을 것도 아주 많이 있었다. 아주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 플레이스다.
자신들을 지켜주는 곰이 함께 있으니까 포식종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야생 동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윳쿠리들은 이것으로 영원히 느긋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면이 시작되고 몇일이 지난 어느날.
"느느. 마리사는 정말 굉장해. 윳쿠리 플레이스를 건설했어."
"느헤헷. 그 정도도 아니라구. 레이무."
"레이무는 마리사와 결혼해서 정말 느긋할 수 있어!"
"느헤헤헤헷-!"
마리사는 몸을 비비 꼬면서 행복해했다. 레이무는 동면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아기 윳쿠리들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가야들. 레이무하고 노래를 부르자고. 유윳-유유윳-"
"마리쨔, 먀먀의 노래는 느그탈 쭈 이쪄."
"레뮤도 노래를 부를래. 유유 유윳!"
콰직!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레이뮤의 먀먀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쨔의 먀먀가야야야야야아아아아!!!"
그 순간, 갑자기 눈을 뜬 곰이 입을 쩍 벌리더니 레이무를 한 입 베어물었다. 곰의 큰 입에 물린 레이무의 몸은 반절 이상이 곰의 사라져버렸다. 레이무의 남은 반쪽은 부들부들 떨면서 비명을 지르다가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노예곰이!!! 마리사에게 또 혼나고 싶은 거구나! 제제할꺼야! 죽여주마!"
마리사는 곰에게 달려들어서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뽀용-! 뽀용-! 뽀용-! 뽀용-! 뽀용-!!!
하지만 마리사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몸으로 밀어붙여도, 곰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잠들어버렸다.
일반적으로, 곰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대량의 먹이를 먹어서 몸에 지방을 비축한다. 그러나 모자를 때가 있으면 가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풀만 주면 알아서 살아주는 윳쿠리는 그럴 필요 없이 둥지에 두기만 하면 되는 아주 좋은 비상식량이었다.
이 곰은 나이를 많이 먹어 아주 머리가 좋고 정말로 느긋한 성격이었다. 윳쿠리를 보자마자 일일이 잡을 것 없이, 둥지에 머물도록 내버려 두다가 진짜로 먹이가 부족해졌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느긋했다.
포식종을 쫓아준 것도 간단한 이유였다. 자신의 비상식량이 없어지면 곤란하니까.
윳쿠리가 가끔 몸통 박치기를 해오는건 튼튼한 곰에게는 거의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재수없는 소리를 해대도, 곰은 어차피 윳쿠리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수 없었다.
곰에게 윳쿠리란 그저 내버려두어도 상하지 않고, 풀만 주면 내버려두면 저절로 커지는 만쥬였던 것이다.
곰은 그 뒤에도 자다가 깨어나면 그 큰 입을 벌려 눈 앞에 있는 윳쿠리를 한 마리씩 잡아먹었다.
이 윳쿠리 플레이스는 한 순간에 악마가 또아리고 있는 지옥으로 바뀌었다. 먹는 입인 윳쿠리들이 없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먹이는 풍족했지만, 언제 누가 곰에게 목숨을 잃을지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바깥에 나갈 수도 없었다. 눈덮힌 바깥에 나갔다가는 윳쿠리는 얼마 가지 못해 동사해버린다. 확실하게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모두 힘을 합쳐서 곰 씨를 공격해!"
"느긋하지 못한 곰씨는 죽으라구! 어서 마리사를 느긋하게 하라구!"
"도시파가 아닌 곰씨는 죽어어어어어어어-!"
"모르겠어! 곰씨는 전혀 모르겠어!"
한 번은 둥지에 있는 모든 윳쿠리가 모두 힘을 합쳐서 곰을 공격해봤지만, 곰은 윳쿠리들이 모두 지쳐서 나가 떨어질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 폭력으로는 안돼. 도시파인 앨리스가 곰씨를 코디네이트 해서 느긋하게 만들어주면 느긋하게 될... 느갸아아아아아악!"
"앨리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숲의 가희인 레이무의 노래로 곰씨의 마음을 느긋하게 해서 평화롭게 할 거야. 느느느느늣- 느느느느늣- 어때? 느긋할 수 있겠지? 이렇게 느긋한 레이무들을 잡아먹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느갸아아아아아아악!"
"레이무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무큐우- 숲의 현자인 파츄리의 지혜로 곰씨를 설득해서 느긋하게 만들겠어. 곰씨는 들으라구. 윳쿠리는 느긋하고 곰씨는 느긋하지 않다구. 그러니까 곰씨는 윳쿠리들을 느긋하게 하는 하인이라구. 어서 파츄리들에게 느긋하게... 느아아아아아아악-!!!"
"파츄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 뒤에도 없는 지혜를 다 짜내서 보았지만 곰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마리사는 바보! 곰 씨는 마리사의 말 따위는 전혀 듣지 않잖아!"
"느긋할 수 없쪄! 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이 시골뜨기 마리사!"
"이 멍청이 마리사! 게스!"
"알고있어! 마리사는 바보인거네! 어서 곰을 어떻게든 해보라구!"
결국 곰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는 모두 마리사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해결했다. 아무튼, 그래봐야 마리사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리사는 그저 우연히 '곰의 첫번째 비상식량'이 되었던 것에 불과하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몇일에 한 마리씩 윳쿠리를 먹어 배를 채우면서, 곰은 느긋하게 동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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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지나치게 머리가 좋은 것은 우화 보정(?)으로 생각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