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창작에 가 보니까 제가 네이버 숨은은신처 시절에 썼던 글들이 몇개 있더라고요...
그래서 옛날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어딘가에서 본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당시의 나는 정말 특별한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강의를 듣고 집에 돌아와... 의 루프가 반복되는 무미한 생활이었다.
친구는 있기야 있지만... 그건 정말 친구였을까, 지금 와서는 알 수 없다.
그런 시기에 윳쿠리 펫 샵에서 만난 것이 레이무였다.
"느그타게 이쓰라규!!"
몸을 옆쪽으로 쭉쭉 하며 기묘하게 움직이는 레이무.
가게에서 이런 걸 가르치는건가, 멍청한 감상을 머리 속에서 떠올린다.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다고도 할 수 있을 움직임.
하지만 본 바로는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는 그런 차원으로 이해했다.
'본점의 금뱃지에게서 태어나 비교적 선량합니다, 1200엔'
가격도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어려서 그런지 뱃지는 없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느긋함의 결정체인 생물에게서 조금의 느긋함을 찾으려고, 나와 레이무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펫 샵에서 윳쿠리 푸드와 간단한 우리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윳쿠리 푸드에는 강아지 사료처럼 세분화 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5가지 정도의 맛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초 행복- 맛.
행복- 맛.
그럭저럭 맛.
구토맛과 슈퍼 구토맛.
아래쪽의 2개는 네이밍도 그렇고 별로 사고 싶지 않아서 그럭저럭맛으로 사 왔다.
펫 샵 가라사대 윳쿠리 푸드에는 뭔가 특별한 공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입맛을 크게 변동시키지 않는다던가..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하지만 의문이었던 것은 그럭저럭 맛이 제일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슈퍼 구토맛이 제일 저렴한 게 아닌가?
펫 샵에도 그렇게 물어 봤지만 '원자재' 때문에 그렇다는 것 같다.
뭐 윳쿠리 푸드에 대해 고찰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렇군요, 라며 그럭저럭 맛을 골라 온 것이다.
"느삐... 느삐이..."
태평하게 자고 있는 레이무를 우리 안에 옮겼다.
펫 숍에서 사온 간이 우리를 대충 조립했다.
낡은 방석을 두고... 먹이를 조금... 이건 인사하고 나서도 되겠지, 허둥지둥이 멈추지 않았다.
"느삐이.... 늣?"
그러던 도중 레이무가 일어났다.
잠이 덜 깬 표정을 하며 나를 쳐다봤다.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생물이 움직이는 걸 보면 공포를 느낄 법도 하지만, 레이무는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오바야는 누규? 요기는 오디야?"
으음, 맨 처음에는...
"느긋하게 있으라구"
"늣!!! 느그타게 이쓰라구!!!"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레이무.
윳쿠리 식의 인사를 하면 매우 느긋할 수 있다고 한다.
원리는 전혀 모른다. 설명하는 사람도 몰랐다. 내가 알 리가 없다.
"나는 너의 주인이다. 방금 자고 있는 널 사 왔어."
"늣? 쥬인?"
주인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가?
"어... 사육주라고 말하면 알겠어?"
"사육쥬! 구럼 레이뮤는 오바야의 사육 유쿠리인거야?"
주인이나 사육주나 무슨 차이인가 싶었지만 어쨌든 회화는 성립했다.
"그래, 앞으로 이 집에서 느긋하게 있어라"
"늣!! 느그타게 이해해써!!"
"그럼 인사는 이쯤 하고... 밥을 먹을까"
"밥! 달컴달컴?"
"그건 아니지만, 여기 먹어라"
"밥씨! 레이뮤의 슈-빠 우걱우걱타-임 시자칼께!"
하나하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행동을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아기 같구만.
"우-걱 우-걱- 행복!"
레이무와 살게 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알면 알수록 윳쿠리라는 생물은 신기한 생물이었다.
글은 읽을 수 있나? 해서 '윳쿠리' 라고 히라가나로 써서 보여 주면
"느그타게 이써! 느긋히!"
뭔가 알아보는 것 같았다. 글자 같은건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윳쿠리'를 가타카나로 써서 보여 주자
"늣... 먼가 느그탈 슈 있뉸데 잘 모르게따구..."
모르는 눈치였지만 같은 뜻이라고 느낄 수는 있는 것 같았다.
히라가나는 대충 읽을 수 있지만 윳쿠리와 큰 관련이 없는 단어는 뜻을 몰랐다.
'의자' 라고 써서 보여 줬더니
"이자!...? 구런데 이자가 머야?"
단어는 아는데 의미는 모르는 진귀한 어휘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타카나는 '레이무' '마리사' 이런 경우에도 친밀감은 느낄 뿐 웬만한 것은 전멸이었다.
하지만 이 점에 착안해 화장실을 가릴 수 있게 했다.
작은 글씨로 화장실 앞에 히라가나로 '응응' 이라고 쓰기만 하면 됐다.
처음에는 그냥 앉은 자리에서 일을 보던 레이무도 점차 '응응' 쪽에 가서 해결하게 되었다.
"레이뮤의 슈-빠 응응타임 시자칸다구!!!"
귀여운 녀석이다.
저녁에는 레이무와 같이 놀아 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레이무도 꺄꺄 거리면서 좋아했다.
그런 날이 계속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 달 정도 지나자 레이무는 몸집이 조금 커졌다.
아기 말투도 떼어지고 살짝 어른스럽게 되었다.
그 전까지 뭔가 요구해 오는 것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장난감을 달라는 둥 밥을 달라는 둥...
구슬을 하나 넣어주니 '음양옥씨'를 가지고 함박웃음을 지었었다.
하지만 이 기점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오빠야! 레이무 아가야를 가지고 싶어!"
아가야, 라는 건 자식이겠지.
하지만 나는 더 이상의 윳쿠리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만쥬에게 자식이라니 뭔가?
자식을 만드려면 상대가 있어야 한다.
요구해 오는 것도 '미윳인 마리사' 라든가, 틀림없이 짝도 원하고 있었다.
'귀여운 아가야들'을 보면 행복해질 수 있다든가, 복수형이다. 분명히 2마리 이상을 낳을 생각이다.
이 방은 그렇게까지 넓지 않다. 단숨에 3마리 이상이 늘어나면 틀림없이 불편해진다.
먹이의 문제도 있다. 레이무가 먹는 양에서 4배를 더하면 필시 훨씬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득보다 실이 컸다.
무엇보다 내가 느긋할 수 있는 건 레이무다. 남편이건 자식이건 내겐 아무런 애정이 없다.
"그건 안 돼"
"어째서??? 아가야는 매우 느긋할 수 있어!!!"
"안 되는 건 안 된다"
"오빠야! 레이무의 이야기를 들어 줘! 아가야는----"
뭔가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
오빠야는 인간씨라서 아가야의 느긋함을 모른다. 틀림없다.
하지만 윳쿠리인 레이무의 이야기를 들으면 틀림없이 이해해 줄 것이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득당할 일은 절대로 없다.
언젠가 한번은 나만 보면 아가야 얘기를 해대서 짜증이 났다.
한 대 때려줄까 싶어도 잘못 때리면 터지지 않을까 싶어서 속으로 삭였다.
설명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방이 넓지 않다든가, 먹이가 많이 든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언제나 결론은 '그래도' 아가야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별로 느긋하지 않았다. 분명 느긋할 수 있으려고 저 녀석을 데려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정도에서 끝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계속된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자 레이무는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무려 길가에 널린 들윳쿠리를 꼬셔서 데려온 것이었다.
"야, 너 그건..."
"오빠야! 레이무의 아가야를 봐! 무척 느긋할 수 있지?"
"윳헷헤, 신세 지겠다제"
이마에 작은 윳쿠리가 몇 마리 달려 있는 레이무.
물론 나는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때려 박살을 내고 싶은 웃음을 짓는 야생 마리사.
역겹기 그지없다.
얼굴만으로 그쳤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 녀석은 매우 방약무인했다.
겉으로라도 예의를 차리던 처음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에게 명령조로 이것저것 요구해 왔다.
밥이나 달콤달콤이 대부분이었다.
나를 지칭하는 호칭도 '주인' '사육주' 이런 것이 아니라 '망할 노예' '할아범' 이런 것이었다.
정말이지 역겹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짜증났던 건 레이무의 태도였다.
마리사의 험악한 말투를 고치려고도 하지 않고 같이 요구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호칭은 그대로 '오빠야' 였지만 마리사에게 주의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짜증났다.
달콤달콤 같은건 있으면 내가 먹었겠다, 라고 생각하며 밥만 조금 더 주었다.
아기에게 죄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여기서 없애 두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조금 하기도 전에 아이가 태어났다.
하루도 지나기 전이었는데 줄기에서 똑 떨어졌다.
자고 있을 때 없애는 것은 괜찮지만 눈을 떠버린 생물을 죽이는 것은 뭔가 내키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도 늦지 않았을 텐데.
아이는 전부 4마리. 레이무가 2종 마리사가 2종이었다.
예상대로 마리사는 아이가 태어나자 더욱 패악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이! 썩을 노예!! 굼벵이처럼 굴지 말고 밥씨를 대령하라제!!"
이런 어조가 되었다.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했던가 자식들도 마리사가 말하는 대로 나를 노예라고 인식했다.
레이무의 호칭은 그대로였지만 자식들에게도 주의를 주지 않았다.
밥 때만 되면 마리사+아기윳쿠리 4마리가 동시에 소리를 질러대는 꼴이 되었다.
그 지경까지 오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성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소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바깥까지 들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 적당히 밥만 주는 걸로 끝난다면 어떻게든 참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났다.
저런 성량이면 집 안에 놓고 키우는 것은 무리다.
어딘가 산골짜기에서나 살아야 할 것이다.
역시 처음에 죽이는 게 좋았다, 라고 생각하며 밤에 해치우기로 했다.
윳쿠리를 죽이는 방법은 차고 넘쳤다. 어떻게 죽이느냐는 문제가 아니었다.
생애 최후의 달콤달콤을 주자 놈들은 배불리 먹고 느긋하게 퍼 자기 시작했다.
아기 윳쿠리들은 한데 모아서 집 앞의 윳쿠리 수거함에 버렸다.
쓰레기 같은 마리사는 봉투에 넣고 벽에 부딪혀 패서 죽였다.
처음에는 뭔가 고함을 쳤지만 몇 번 당하니 뭐라고 애원을 했다.
물론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너희들은 이렇게 죽였어야 했다.
말하지 않는 팥소 덩어리가 된 마리사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침에 일어난 레이무는 마리사와 아가야들이 보이지 않자 울기 시작했다.
"바리자어디로간거냐구우우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가야들은어디에있냐구우우ㅜㅜㅜㅜㅜㅜ"
내가 전부 죽였다, 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적당히 둘러댔다.
"글쎄, 어딘가로 간 게 아닐까. 레이무를 버려두고 가다니 역시 게스였어."
"바리자는게즈가아니야ㅏㅏㅏㅏㅏㅏ"
"그렇게 말해도 마리사는 여기 없다. 어딘가로 갔겠지"
반나절 가량을 울어댄 레이무는 밥을 깨작깨작 먹었다. 공복에는 이기지 못한 모양이다.
"나도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여기까지 하자"
"느긋하게 이해했어..."
그렇게 말은 했지만 정말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전혀 이해했을 리가 없다.
며칠 뒤 이번에는 다른 마리사를 데리고 왔다.
예전 녀석과 판박이인 마리사였다. 내가 죽이지만 않았어도 같은 녀석이라고 착각했을 것이었다.
한 번 호되게 데인 나는 더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변기통에 머리를 박아서 녹여 죽였다.
쓰레기 첸을 데리고 왔다.
프라이팬에 튀겨서 죽였다.
쓰레기 앨리스를 데리고 왔다.
가죽을 찢어서 카스타드 요리로 만들었다.
쓰레기 묭을...
야생 자식들은 쓰레기밖에 없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묭을 강판에 갈았다.
나도 좋아서 야생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놈들이 밖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니든 내가 죽일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도 진절머리가 났다.
확실하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묭의 잔해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레이무를 다그쳤다.
"언제까지 쓰레기들과 어울릴 생각이야!"
"늣, 하지만..."
"레이무, 적당히 이해해라! 난 네 자식들을 보고 느긋할 수 없다고!
그 야생 자식들도 마찬가지야! 느긋함은 서로 나누는 게 아니었냐??"
"레이무도 느긋하고 싶다구..."
"넌 지금도 충분히 느긋해, 집이 있고 밥이 있고 옷도 있다. 애완동물은 그 정도로 만족해야 해!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더 이상 새끼를 친다면 너도 가만두지 않겠다"
"느읏... 느긋하게... 이해했어..."
정말로 이해했을까, 레이무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나의 쓰레기 마리사와 아기 윳쿠리 3마리.
느응느응 노래를 불러대는 레이무.
이렇게 될 거라고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윳쿠리의 아이에 대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였다.
내가 봐 줄 이유는 없지만.
쇼핑몰에서 산 윳채찍을 손에 든다.
"야, 레이무."
"늣! 오빠야! 레이무의 아가야를 봐 줘!
이번에는 분명히 느긋할 수 있는 아가야라구!
레이무가 보증! 한다구!!"
"느후후, 마리사의 아가야들을 보고 느긋해졌다면 달콤달콤을 대령하라제!"
"댤컴댤컴! 댤컴댤컴!!!!"
너도 질리지 않는구만 이라고 생각하며 마리사를 양 손으로 들고 눈 앞에 놓는다.
"뭐 하는거냐제! 쓰레기 노예 주제에 마리사를 손--"
그 뒤의 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손에 든 윳채찍으로 마리사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프라이드는 2방째에 부서져서 살려달라고 울부짖어댔다.
듣지 않고 패주자 마리사는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이빨은 전부 부러지고 온몸은 퉁퉁 부었다.
눈에 잘못 맞았는지 한쪽 눈이 터지고 눈물을 줄줄 흘려댔다.
오렌지 주스를 한 방울만 뿌리고, 레이무 쪽을 바라봤다.
레이무와 자식들은 굳어 있었다.
처음에는 뭐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무와 똥쓰레기 3마리에게 떠오른 감정은 틀림없이 공포였다.
'느긋할 수 있는 마리사와 아가야들인데 왜?'
라고 레이무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기 윳쿠리 3마리는 아버지가 박살이 나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레이무, 나는 분명히 말했지... 저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런데 너는 나를 배신했다."
"바....리자.... 어재서...."
"이런 쓰레기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닐텐데, 너도 이 일에 책임이 있으니까"
"책임씨...? 그거 치워줘, 시러ㅓㅓㅓㅓ"
옆에서 가져온 윳초리로 레이무를 때렸다.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로 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심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니 다음이 있다, 라며 계속 들윳쿠리를 불러오는 거겠지.
다음에는 꼭 느긋한 아가야를 만들 거야, 라든지 근거 없는 망상을 계속한다.
이 녀석이 어렸을 적부터 키웠던 레이무를 때리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레이무는 당연히 고통에 익숙하지 않다. 나는 레이무를 때린 적이 없다.
"아바ㅏㅏㅏㅏ 그망더ㅓㅓㅓㅓ 오바야사려져ㅓㅓㅓㅓㅓㅓ"
"네가 들윳쿠리랑 새끼를 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느긋하게 이해한게 아니었냐!"
"느걋, 씨려ㅓㅓㅓㅓㅓ 아바ㅏㅏㅏㅏ 찰싹찰싹씨는 저리가라구ㅜㅜㅜㅜ"
"좀더! 반성! 해라!"
적당히 부어올랐을 때 쯤 그만두었다. 마리사는 죽어도 알 바 아니지만 레이무는 죽으면 안된다.
하지만 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레이무에게 아가야들의 결말도 보여 주자고 생각했다.
나는 그 동안 생긴 아기 윳쿠리들을 전부 윳쿠리 수거함에 넣었다.
다른 죽이는 방법은 하지 않았다.
수거함을 열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죽든지 말든지 관심 밖이었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오바야... 부타깁니다... 아가야들은... 부타깁니다..."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하는 레이무.
하지만 이미 아가야들은 내 손아귀 안에 있다.
레이무를 중앙으로 해서, 다 죽어가는 마리사와 아가야들을 +자 식으로 배치했다.
투명한 칸막이로 되어 있어서 서로에게 간섭할 수 없다.
즉 어디를 봐도 남편과 자식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윳쿠리들은 굶어서 죽는다."
"늣??!!! 제발그망더ㅓㅓㅓㅓ"
"다소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 생각에 넌 아직 이해하지 못했어.
충분히 이 쓰레기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감상하라고."
"그만두라구! 제발그망더!!!!!"
"나는 이제부터 이놈들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
레이무 너에게는 주겠지만 너도 이 쓰레기들에게 밥을 줄 방법이 없다. 이해했어?"
"그러면바리자들이 배고프겠지ㅣㅣㅣㅣ 바리자들에게도밥을저ㅓㅓㅓ"
"그게 내가 바라던 거다. 느긋하게 굶어서 죽어."
울며 사정하는 레이무를 내버려두고 방을 나온다.
마리사는 얼마 가지 못하고 죽었다.
그렇게 맞았으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자식들의 죽음은 보지 못했으니까.
"배고빠ㅏㅏㅏㅏ!!!! 하라버믄 밥씨를 당장 가져오라구ㅜㅜㅜㅜㅜㅜ"
"마리샤가 젯재! 하기 전에 당쨩 가쪄오라졔!!!"
"유웃...뱌압... 뱝쒸... 나타냐라규..."
장녀 레이뮤, 차녀 마리샤, 막내 레이뮤는 밥을 달라고 성가시게 울부짖는다.
지금은 밥을 달라는 말이라도 하는 기운이라도 있지만 나중에는 어떨까?
"아가야들이ㅣㅣㅣㅣㅣ 오바야부타깁니다제발아가야마는!!!!"
저녁쯤 막내 레이뮤가 죽었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할 때쯤 까맣게 되어서 죽어 있었다.
만쥬 주제에 아사라니 우습기 짝이 없다.
"레이브의여동생이ㅣㅣㅣㅣㅣ"
"느...그... 밥...쒸..."
장녀 레이뮤는 아직 여력이 있는 것 같지만 마리샤는 슬슬 한계겠지.
놔두고 밥을 먹기로 했다. 레이무의 저녁밥은 그대로 차려 준다.
"오바야ㅏㅏㅏ 데이브는돼쓰니까아가야들을구해저ㅓㅓㅓㅓ"
무시하고 나는 나의 저녁밥을 먹는다.
오늘은 호화롭게 돈까스와 우동으로 했다.
굶주린 아기 윳쿠리가 이쪽을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알 게 뭔가.
"구건 레이뮤의 밥쒸라구!!! 당장 레이뮤에게 갖고 와!!!"
"톤카츄쒸... 우됸쒸... 바...디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식사를 한다.
다 먹었을 때 쯤 아기 윳쿠리 쪽을 보니 마리샤가 죽어 있었다.
아마 사람도 견디기 힘든 굶주림이었겠지.
나는 쫄쫄 굶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앞에서 호화 런치 세트를 먹는다면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뭐 그건 나와 관계 없지만.
레이무 쪽을 보자 밥에는 손도 대지 않고 소리치고 있다.
레이뮤의 상태도 나빠져서 뭐라고 중얼중얼대고 있었다.
오늘 밤을 버티기 힘들겠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를 떴다.
예상대로 아침이 되자 레이뮤도 죽어 있었다.
고통과 원망의 표정을 하고 바싹 말라 있었다.
하루만에 레이무는 가족을 전부 잃었다.
우리 밖으로 밥을 꺼내려 했는지 밥이 조금 널려 있었지만 허사였을 것이다.
이걸로 조금이라도 알아 주면 좋겠다.
"이걸로 꼬맹이들은 전부 죽었다. 네가 낳지만 않았더라면 죽을 일도 없었는데."
"늣... 레이무의... 탓인거야...?"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이제 이런 행동은 그만하자고. 나도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게 아니야."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구..."
"심하다고? 나는 이거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네가 이 집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너는 그저 예전처럼 느긋하게 있으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 아니겠지.
솔직히 거의 믿지 않는다.
그 날 이후로 야생을 데려와서 아이를 만드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레이무는 내 얼굴조차 보려고 하지 않는다.
먹이도 나를 등지고 먹고 밥 먹을 때를 제외하면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나도 그런 레이무를 보고 느긋할 수 없었다.
분명 레이무도 느긋할 수 없겠지.
이 시점에서 나는 레이무를 반쯤 단념했다.
밥만 먹을 뿐 전혀 나를 느긋하게 해 주지 않는다.
애완동물의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레이무의 입장에서 나는 나쁜 주인이겠지.
하지만 본래 애완동물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게 여겨도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준다면 버리는 일도 자주 있다.
윳쿠리와 인간은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다.
예전에 애호단체로부터 받은 전단지에 눈을 돌린다.
'윳쿠리는 인간의 동반자'
'서로 느긋할 수 있으니 행복'
'윳쿠리에게 사랑과 관심을!'
인간의 동반자라고?
이 애호단체들은 윳쿠리를 키워 보고 이런 전단지를 만드는걸까.
누가 이런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생물과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레이무가 처음 들윳쿠리와 새끼를 쳤을 때를 떠올린다.
나는 강력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레이무는 개의치 않고 새끼를 만들었다.
결국에는 그런 것이다. 나의 말 같은건 솔직히 말해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거겠지.
서로 느긋할 수 있다고?
전혀 서로 느긋할 수 없다.
나는 레이무 때문에 잡아죽인 윳쿠리가 40마리는 됐을 것이다.(살아있는지 모를 아기윳들을 포함해서)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는 행동을 본다면 누군가는 나를 학대파라고 여길 것이다.
지금은 웬지 부정할 수 없는 내가 있다. 그저 바퀴벌레를 잡아 죽이는 정도의 행동이었다.
누군가는 윳쿠리를 죽이는 데서 느긋함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느긋하지 않고 또인가, 라며 짜증을 냈다.
레이무는 나 때문에 아가야를 만들 수 없다.
달링과 아가야는 만나는 족족 다음날이면 어딘가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만든 아가야는 전부 주인에게 살해당했다.
지금까지의 느긋함이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도 모르고, 나를 원수라고 여기고 두려워한다.
생각은 하고 말은 하지만 결국에는 팥소로 된 생물체일 뿐이다.
그 날 결단을 하고, 저녁에 레이무를 불러냈다.
"레이무, 잠깐 나와 봐라."
밥만 주던 주인이 말을 건다.
그것도 느긋할 수 없는 주인이.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쭈뼛쭈뼛 기어서 나온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라, 하하하.."
이 집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서로가 서로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니까 갈라서는 것도 순리일 것이다.
"너는 나를 보고 느긋할 수 없겠지?
나도 지금의 너는 전혀 느긋하게 여기지 않는다.
서로 같은 집에 있어도 전혀 이득이 없다."
"느...."
"그러니까 선택하게 해 주지."
우리의 문을 연다.
"늣?"
레이무는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 우리의 문이 열린 것은 매우 오랜만의 일이다.
인간의 개념으로 따지자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라도 윳쿠리에게는 매우 긴 시간이다.
"하나는, 이 집에서 나가서 야생 윳쿠리로 사는 것.
여기서 나가면, 마음대로 아가야를 만들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너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겠지?"
"늣!!!"
아가야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표정이 펴진다.
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오랜만이구만.
"대신, 여기서 나가면 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
나가는 것을 선택하면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가 된다. 이해했어?"
"늣!! 느긋하게 이해했어!! 여기서 나가게 해 줘!!"
다른 하나의 선택지는 그냥 여기서 예전처럼 사는 것이었지만. 제시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내일 데려다 준다고 말하니, 오랜만에 매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는 이제 저런 표정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근처 공원의 수풀에 레이무를 풀어 주었다.
남아있는 밥은 전부 주었다. 장난감도 전부 줬다.
느-느느 하고 노래를 부르는 레이무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살윳마와 지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서로 할 얘기는 전혀 없었고, 그대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적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언제나 '느응, 느으' 하는 그런 소리가 없다.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동거인이 없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뒤로도 윳쿠리를 몇 번 사 봤다.
하지만 깨달은 것은 첫 번째 윳쿠리가 정말로 당첨인 개체였다고 하는 것이었다.
다른 종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레이무 종만을 샀다.
뱃지가 있는 천엔가량의 은뱃지부터, 예전에 사 봤던 금뱃지로부터 태어난 아기 레이무 등을 샀다.
하지만 예전의 그 녀석과는 전혀 달랐다.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정말 잠깐 뿐이고 이틀정도 지나면 예외없이 나를 노예 취급을 했다.
'나는 느긋한 윳쿠리니까 망할 할아범은 내 시중을 드는 것이 당연하다'
'썩을 인간에게 있어서도 영예로운 일이다'
라는 둥 펫 샵에서 산 거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언동이었다.
안하무인에 시끄러운 쓰레기들을 키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서 전부 죽이기로 했다.
나를 노예로 여겼던 쓰레기들은 20초도 지나지 않아 울며 목숨구걸을 했다.
레이무 종을 죽이는 건 처음이었지만 예전에 윳쿠리들을 죽일 때 익숙해져 있었는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은뱃지 레이무는 물에 빠뜨려서 천천히 저어서 팥죽으로 만들었다.
금뱃지 출신 아기 레이무는 저부를 굽고 담벼락 위에 방치했다. 하루 뒤에 가 보니 미라처럼 바싹 말라 죽어 있었다.
동뱃지 데이부는 산 채로 해체했다.
이 무렵 나는 윳쿠리라는 생물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역시 만쥬일 뿐인가, 라며 예전의 열정은 사라져 있었다.
펫 샵에 클레임을 넣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바뀌는 것은 없을 터였다.
어차피 내가 전부 죽였으니까 증거 따위는 없다.
'이 쪽에서의 교육은 완벽했는데 손님의 집에서 게스가 되었다면 손님 측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따져온다면 딱히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다신 그 펫 샵에 가지 않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말해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펫 샵에 찾아갔다.
내 눈에 띈 것은 말하자면 미숙한 윳쿠리였다.
멍청한 표정에 입가에서 침을 질질 흘린다.
화장실 같은 건 당연히 가릴 수 없다.
말도 '느그지' 정도밖에 할 수 없다.
다른 윳쿠리 식으로 말하자면 '느긋하지 않은 윳쿠리' 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레이무의 모습을 한 미숙윳쿠리를 샀다.
먹이용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들었지만 나는 윳식을 하는 윳쿠리 따위는 키우지 않는다.
정말로 키우는 용도로 사는 거라는 내 말에 점원은 잠시 당황했지만,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겨우 100엔이었다. 윳쿠리 푸드가 더 비쌌다.
불쌍한 녀석이다, 라고 생각하고 녀석을 보니 이쪽을 멍청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그히! 느끄히!"
집에 도착하자 아직도 자고 있는 미숙레이무를 놔두고 윳쿠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신경쓰이는 건 윳쿠리 푸드였다.
제일 맛이 없으면 제일 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료도 어차피 변변한 것이 아닐텐데.
그러나 곧 윳쿠리 푸드의 원료는 '같은 윳쿠리' 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족을 먹이고 있는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꺼려지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놈들은 만쥬다. 만쥬가 만쥬를 먹는다고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그리고, '윳쿠리는 고통을 주면 줄수록 달아진다' 라고 한다.
그 말은...
초 행복- 맛은 매우 깊은 고통을 준 윳쿠리로 만들어진다.
가공소에서 고통을 줄 방법은 널려 있다. 전용 설비가 필요하겠지만 가공소에 그런 것은 갖춰져 있을 것이다.
그럭저럭- 맛은 별다른 공정을 가하지 않고 푸드로 가공된다.
그래서 제일 쌌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납득했다.
슈퍼 구토맛은 행복하고 느긋하게 살았던 윳쿠리로 만들어진다.
보통 수명이 다 된 사육 윳쿠리를 쓰는 것 같다. 야생에선 그런 개체가 있을 턱이 없으니.
오랜 고민은 해결되었지만, 그렇구나, 정도의 감상밖에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미숙 레이무와의 생활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말도 하지 않는다.
속으로 나를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현할 방법은 없다.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지만 애초에 인간에게 있어서 응응 시시는 단순히 오래된 팥소와 설탕물이다.
미숙한 윳쿠리도 응응의 냄새는 싫은지, 그 쪽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얼마든지 치워주마.
"레이무, 나 왔다"
"느그히! 오햐햐! 오쎠오!"
미숙 레이무가 반겨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저 두 마디만을 가르쳤다.
무슨 뜻인지는 알려주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다.
아마 저 말을 하면 느긋한 밥이 나온다고 착각하고 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녀석은 밥을 조르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먹고 싸고 인간과 놀다 잘 뿐.
분명히 서로 느긋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깨달았다.
윳쿠리들은 인간에게 키워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초 당첨 개체인 첫번째 레이무도 나에게 가족들을 전부 살해당하고 밖으로 내쫓겼다.
윳쿠리의 느긋함과 인간의 느긋함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사실을 녀석들이 깨달을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미숙 레이무를 손에서 굴리면서 놀고 있었다.
느꺄느꺄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지만, 시선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는, 예전에 이 집에 있었던 그 녀석이 있었다.
"아.. 결국엔 또 와 버렸군"
조금 귀찮게 여겨졌지만 뭐 좋다.
이것도 전 주인의 의무일 것이다.
미숙 레이무를 둥지 안에 넣고, 잠시 상대를 하러 나갔다.
레이무는 미닫이문에 얼굴을 붙이고 집 안을 보고 있었다.
안에서 보이는 줄 모르는 건가? 하긴 모르겠지. 알려준 적이 없으니.
"오랜만이구나, 레이무"
"늣... 오바야...."
레이무의 모습은 참혹했다.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 귀밑털은 한쪽이 없었다.
저부 부분은 새까맣게 먼지로 뒤덮혀 있었다.
머리에는 레이무종과 마리사종의 아이 윳쿠리가 얹혀져 있었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바짝바짝 말라 있었다.
전 사육 윳쿠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몰골이었다.
"못보던 사이에 꽤나 변했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지"
그런 말을 하면서, 레이무의 앞에 선다.
"남편은 어디 있어? 아이만 둘 보이는데"
"....마리사는, 쓰레기씨를 뒤지다가, 다른 인간씨에게..."
드문 일도 아니다. 야생윳쿠리로서는 썩어날 정도의 사인이다.
일단은 짐작이 갔지만, 구태여 물어 본다.
"그래서, 여기는 왜 왔지? 이미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긋... 오바야... 집으로 들여보내 달라구...."
"여기서 나갈 때 분명히 말했지?
네가 돌아올 집은 이제 여기가 아니야. 알고 있을텐데"
당연히 거절한다.
나는 레이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레이무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금 얘기하는 이 자리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죽어도 아무렇지 않다.
윳쿠리 식으로 말하자면,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가 지금 내 집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 녀석도 보지 못했을 리 없다.
"레이무의 아가야, 봐달라구... 저런 느긋할 수 없는 아가야보다 훨씬 느긋하다구...:"
귀밑털로 솜씨좋게 아가야를 들어서 앞으로 내민다.
그것만의 재능은 인정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문제다.
"어디가 느긋하다는거냐, 꾀죄죄한 쓰레기를 눈 앞에 디밀지 마라.
그 상태로는 앞으로 하루도 못 가겠다."
"느... 그래! 아가야가 주거버린다구! 오바야가..."
"내가? 너의 자식들을 굶겨 죽게 만든 게 누군지 기억 안 나는거냐?
그런 내가 이런 잡쓰레기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그걸 어떠케든... 부탁한다구..."
"시끄럽다, 너와 나는 이제 아무 관계도 없는 타윳이다.
애초에 아까의 대답을 하지 않았잖아. 어째서 다시 여기 왔지?"
"늣, 그건..."
뭔가 우물쭈물하는 레이무.
귀찮다는 듯이 흘겨보자,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오바야에게 영원히 느긋해진 아가야들은... 분명 느긋할 수 없는 아가야들이었다구...
레이무 바보라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렇다구...
그래서 레이무는... 이번에야말로 느긋할 수 있는 아가야를 데려왔다구..."
정말로 코메디가 따로 없다.
모든 것은 쓸모가 없었다.
이런 만쥬에게 무엇을 말해도 쓸데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였지만, 그렇게 충격은 받지 않았다.
마음속 어디선가, 윳쿠리들은 그런 생물이라고 깨닫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너,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느...?"
"미안하지만, 아니 미안하지 않구만. 이제 꺼져 줘라.
나는 이제부터 우리 집 레이무와 놀아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제발, 아가야만이라도..."
뻔뻔하고 멍청한 생물이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아직 내가 꾀죄죄한 쓰레기들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후안무치에도 정도가 있다.
나는 더 이상 이 레이무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난다. 미숙 윳쿠리의 얼굴이 보고 싶다.
생각해 보면 여기서 우리 집을 찾아 왔던 것도, 운명일 지도 모른다.
"...그럼, 거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우리 집에는 아직 먹을 것이 없다.
곧 배달이 올 테니까 그 때 먹여 주지."
"늣! 오바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뭐가 당첨 윳쿠리냐. 너의 운명은 눈 앞까지 와 있다.
얌전히 받아들일 준비나 하시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가공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 뒤의 일은 매우 상쾌했다.
갈라져 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아가야들을 달래 주는 레이무.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무종의 아가야는 이미 죽어 있다.
환상에 휩싸여서 보지 못할 뿐.
마리사종의 아가야의 목숨도 위태롭지만, 내가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
걸작인 것은 가공소의 차가 도착했을 때였다.
가공소의 차에서 직원들이 내리자, 레이무는 야생에서 본 적이 있는지
"가공소다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나 웃은 적은 오랜만이었다.
"어재서가공소가온고야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오바야살려달라구ㅜㅜㅜㅜㅜㅜㅜㅜㅜ오바야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자신은 사육 윳쿠리였을 텐데.
오빠야가 도와준다. 곧 느긋할 수 있다.
그런 망상이라도 해 가며 나를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당연히 나는 도와주지 않는다.
가공소 직원에게 붙잡히는 자신을 보며 피식피식 웃는 내 모습을 보고, 레이무는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을 했다.
윳생의 마지막 소음을 남기며, 저항이 허무하게도 순식간에 끌려가 버린 레이무.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쓰레기 같은 마리사종의 작은 모자 하나 뿐이었다.
곧이어 그 모자도 바람에 날려가, 그 윳쿠리 가족이 있었다는 증거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