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5.09.17 18:34

도스가 되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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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 : 구윳사












도스가 되는 약


한 남자가 바닥 밑에 수를 놓은 낙엽을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아직 하늘에 밝은 해가 주야장천 떠 있는 데 비해 나무의 그림자에 가려 어둑어둑한 숲 속을 걷고 있었다. 남자의 눈은 맑고 총총했으며, 볼과 턱에는 약간 살이 쪄 푸근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런 남자의 인상과는 다르게, 남자의 표정에선 비장함과 냉혹함이 뒤섞인 오오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숲은 적으로 판단하고 예리한 나뭇가지로 남자의 뺨을 찌르고 딱딱한 돌로 남자의 발을 괴롭혔지만,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간단하게 무시하고 제 갈 길 바쁘다는 듯이 발을 재촉했다. 몇 분이나 숲의 공격을 받고 탁 트인 공간으로 나왔을 때, 수 마리의 윳쿠리 일가가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느느!! 인간씨 느긋하지 않게 달콤달콤씨를 주는 거 겠지이이이이!!!"
 "느헤헤헤!! 인간씨는 마리사님들에게 달콤달콤씨를 바치는 거라제에에에에에!!"
 "레-뮤에게 빨리 달콤달콤씨를 줘어어!! 없다면 다른 곳으로 도라가!!"
 "마리사에게 제재당하고 십지 아느면 빨리 달콤달콤씨를 줘!!"
 "귀여운 레-뮤에게 헤롱헤롱이 돼쓰면 빨리 달콤달콤씨를 줘!! 뿌-꾹!"

 

 부부 윳쿠리 한 쌍에 아기 레이무 둘, 아기 마리사 하나의 꽤나 일반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윳쿠리 일가였다. 부부 윳쿠리는 곳곳에 때가 낀 잇몸을 내보이며 다짜고짜 남자에게 성을 냈다. 아기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몸을 부풀리거나 말로 위협을 가하며 남자에게 달콤달콤을 독촉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남자의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일가는 자신들을 벌레를 보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인간이 너무나도 건방지고 괘씸해서 더더욱 언성을 높였다.

 

 "어째서 마리사의 말을 무시하는 거냐제에에에에에에에에!!"
 "인간씨는 빨리 데이부에게 달콤달콤씨를 받치는 거겠지이이이이이이이이!!"
 "먀먀 말이 올아!! 빨리 달콤달콤씨를 가져와!!뿌-꾹!"
 "빨리해!! 이래서 굼뱅이는 시러!"
 "게슈 인간씨는 먀리사님께서 느그타게 제재한다제!!" 

 

 아기 마리사가 힘차게 날아 남자의 신발에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신발의 압승이었다. 마리사가 신발에 접촉을 시도하는 바로 그 순간, 아기 마리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튕겨 나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마리사의 잔뜩 때가 낀 이빨 세 개가 남자의 신발 옆에 떨어졌다. 아기 마리사는 땅에 벌러덩 엎어져 아픔을 호소하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리사의 잔뜩 우-걱우-걱 할 수 있는 이빨씨가아아아아아아-!!"
 "인간씨이이이이!! 어째서 이넝 지슬 하능거야아아아아아!! 빨리 마리사한테 사과해에에에에에에에에-!!!!"
 "인간씨는 마리사의 아가야한테 무슨 지슬 하는거냐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
 "어째서 이넝 지슬 하능거야아아아아아!! 레-뮤들은 단지 느긋하게 있었을 뿐인데에에에에에-!!"
 "느아아아아앙!! 레-뮤의 동생씨가아아아아-!"

 

 윳쿠리들은 자신이 맞은 것인 양 아기 마리사보다 더 큰 소리로 울면서 남자에게 항의했다. 이것을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때, 이것은 엄연히 먼저 공격한 아기 마리사의 잘못이지만, 윳쿠리 일가의 머릿속엔 '느긋할 수 없는 인간씨 때문에 아가야(동생, 언니)가(이) 느긋할 수 없게 돼 버렸다..!'라는 공식이 성립돼 대못 박히듯 거짓 공식이 인식되어 버렸다. 아기 레이무들은 신발을 살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노려보며 신발에 몸을 날렸다…!

 

 "이 게슈우우우우우!! 언니햐의 복슈를 느그타게 바다아아아-!!…느아아아아!!"
 "감히 레-뮤의 귀여운 여동생으으으으으을-!!…느아아아아!!"

 

 여동생(언니)의 복수라는 성스러운 목적을 띤 공격은 아기 마리사와 같은 결과로 막을 내렸다. 부모 윳쿠리는 만신창이(?)가 다 된 자신들의 아기들을 보고 이빨을 아득빠득 갈면서 남자를 쏘아보았다. 남자는 길게 한숨을 늘여 쉬었다. 남자의 표정은 처음보다 누그러져 있었다.

 

 "너희들…."
 "죽어버려어어어어어!! 아가야에게 심한 일을 하는 인간씨는 느긋하지 말고 죽으라구우우우우우우우!!!"
 "닥치라제에에에에에!! 인간씨는 지금부터 마리사님이 느긋하지 않게 제재해준다제에에에에에에에!!"
 "도스가 되고 싶지 않냐?" 
 "느?!" × 5

 

 도스란 말에 부부 윳쿠리도 고사하고 벌러덩 누워서 아등바등 땅에 몸을 비비적거리고 있던 아기들까지도 입을 떡 벌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떨림은 '두려움의 떨림'이 아닌, '존경의 떨림'이었다. 도스라고 함은, 윳쿠리들의 지배자…힘이 무척 강해서 인간씨들 따윈 가볍게 밟아 짓뭉개 죽일 수 있고, '도스 스파크-!' 라는 강력한 기술은 그 강한 인간씨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고목을 단 일격에 말살 가능한 도스만의 필살기──!! 아기 윳쿠리…심지어 부모 윳쿠리조차 쉬-쉬를 내지르며 행복한 망상에 빠져 있을 때, 정신을 차린 아비 마리사가 입술을 미미하게 떨면서 소리쳤다.

 

 "…인간씨는 어서 도스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켜 달라제에에에-!!"
 "느늣!! 레-뮤는 퀸씨가 되어 느긋할 거라구우우-!!"
 "마리사도-!"
 "빨리 인간씨는 그 방법을 가르켜 주는 거겠지이이이이이-!!"
 "레-뮤…행복해서 쉬-쉬를 질러버렸다구…!"

 

 남자는 미소를 입가에 가득 걸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 윳쿠리들 앞에 내보였다. 남자의 손엔 자그마한 알약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게 그 약이야."

 

 남자가 굵은 목소리로 윳쿠리들에게 말하자, 윳쿠리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한참이나 그 약을 바라보았다. 한 아기 레이무가 혀를 삐쭉 내밀고 알약에 접근하려고 하자, 남자는 재빨리 그 약을 주머니에 도로 넣어버렸다. 일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남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인간씨 뭐하는 거냐제에에에에에에-!!"
 "어서 그 알약씨를 내놓는 거겠지이이이이이-!!"
 "어째서-!!!"
 "인간씨는 심술씨를 부리지 말라구우우우-!!"
 "느아아아아앙-!! 레-뮤, 퀸씨가 되고 시픈데에에에에에-!!"
 "잠깐! 이대로 먹으면 느긋할 수 없게 된다구!"
 "느?!" ×5

 

 남자가 손을 곧게 뻗고 선언하자, 윳쿠리 일가는 흠칫 놀라서 아무 말 않고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선, 이 약을 먹기 이전에 날이 어두워져야 한다구! 그리고 이 약을 먹을 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해. 만약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이가 모두 빠져 흉측한 괴물 윳쿠리가 되고 만다구! 그래도 좋은 거야?"
 "느?! 전혀 느긋할 수 없잖아아아아아-!" ×5
 "거기다가 이 약은 하나 밖에 없다구? 그러니까 누가 미리 도스가 될 건지 정해두는 게 좋겠지?"
 "느긋하게(느그타게) 이해했어(이해해써)-!" ×5  
 "좋아, 나는 밤에 돌아올 테니까, 미리 누가 도스가 될 건지 정해놓으라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제 갈 길 바쁘다는 듯이 자박자박 걸어 짙은 어둠이 자욱한 숲 속으로 점점 그 모습을 감췄다. 일가는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아비 마리사의 중심으로 모였다. 윳쿠리 일가의 표정은 다른 누구의 표정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느후후…똑똑한 아가야들의 IQ 삼, 멋-진 마리사와 귀여운 데이부의 IQ 삼…총 삼에 달하는 IQ로 완벽하게 도스가 될 윳쿠리를 선출하자구!"

 

 가족회의의 첫 장은 어미 레이무의 IQ 선언에서 시작되었다. 애초에 윳쿠리가 IQ에 대해서 뭘 알겠느냐마는…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 주도록 하자. 하여튼, 어미 레이무가 가슴을 활짝 펴고 선언하자 잠시 일가 사이에서는 숲 속의 어둠보다 깊은 정적이 흘렀다. 아비 마리사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리사가 느긋한 도스씨가 되서 귀-여운 데이부와 아가야들을 느긋하게 만들어 준다제!!"

 

 정적을 깬 것은 아비 마리사였다. 아비 마리사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감 있게 웃으면서 크게 선언했다. 아비 마리사는 데이부와 아가야들의 밥 씨를 가져다 주는것은 자신이며, 데이부의 반려, 아가야들의 아버지, 집안의 가장인 자신이 도스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마치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고 여겼다. 당연히 이런 자신을 가족들은 열렬한 환호 속에서 맞이할 줄 알았으나…현실은 냉담했다. 
 
 "어째서 그넝 소리를 하능거야아아아아-!! 레-뮤도 퀸씨가 되어 느그타고 싶다구우우우-!"
 "느늣!! 마리샤도 도쓰씨가 되어 도-스 스파크-! 를 쓰고 시퍼어어어-!" 
 "레이뮤도 느긋한 퀸씨가 되고 싶다구우우우-!" 
 "마리사아아아-!! 어째서 혼자만 느긋하려고 하는 거야아아아아-!!" 
 "느? 느늣?!"

 

 마리사는 당연한 사실을 가족들은 자신을 인간 씨 대하듯 눈이 혈안이 다 돼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아가야들의 밥을 가져와 주고, 일가의 가장인 자신이 도스가 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아비 마리사는 눈알을 부라리며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째서…? 의문이 마리사를 비웃듯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러나 문득 들려온,

 

 "그런 게스 소리를 하는 퍄퍄는 느그타게 반성해에에-!"

 

 라는 소리에 아비 마리사는 혼비백산했다. 그런 아비 마리사의 빈 정신을 광기[狂氣]라는 악마가 대신했다. 아비 마리사의 얼굴은 붉어지고 눈은 라면 가닥처럼 우뚝 선 팥줄들이 튀어나올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부풀어져 있었다. 아비 마리사를 제외한 일가는 그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아비 마리사에게 뿌-꾹!을 하고 있다거나, "정말, 마리사는 데이부가 아니었다면…." 등의 불만을 가득 토해내고 있었다. 어느새 아비 마리사의 불타오르는 두 눈엔"제재" 라는 죽음의 검은 문자가 새겨졌다.
 
 "느아아아아아아아-! 게스는 느긋하게 제재한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빠야는 느그타……느부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최초의 희생은 뿌-꾹!을 하고 있던 아기 레이무가 치렀다. 순식간에 아기 레이무가 터지며 팥소를 흩날리자, 일가는 아기 레이무가 흩날린 팥소를 직접 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일가는 이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운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터져버린 아기 레이무의 리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데이부와 마리사의 사랑의 결정체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는 어미 레이무의 비명이 터져 나오자, 아비 마리사를 제외한 일가는 큰 소리로 울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레-뮤의 귀여운 여동생씨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어-! 귀여운 언니햐를 죽여버린 게슈 퍄퍄는 죽어버려어어어어어어어어-!"
 "시끄럽다제에에에에에에에----!!!!!! 이 게스드으으으으으을----!!"
 "느베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기 윳쿠리들이 울면서 아비 마리사에게 항의하자, 아비 마리사는 그대로 몸을 띄워 서로를 꼭 감싸면서 소리 지르는 아기 윳쿠리들을 짓뭉개 버렸다. 아기 윳쿠리들은 짧은 단말마와 함께 머리장식만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어미 레이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무슨 지슬 하능거야아아아아아아아----!! 이 게스으으으으------!!!!!!"


 "닥치라제에에에에-----!! 이 게스 데이부우우우우우우-------!!!!"

 

 어미 레이무는 울면서 아비 마리사에게 달려들었다. 아비 마리사도 질세라 어미 레이무의 공격에 응해 몸을 날렸다. 두 윳쿠리가 서로의 정의를 내세우며 격돌했다..! 

 

 "느베에에에에에에엑------!"

 

 뭐, 결과는 당연히 마리사의 승리였다. 마리사는 살짝 몸을 틀어 레이무의 이빨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자신의 이빨을 내세워 레이무의 볼을 뜯어냈다. 땅에 착지한 레이무는 볼이 터져서 심각하게 팥소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반면 아비 마리사는 입에 물고 있는 레이무의 안면 가죽을 연방 우걱대며 죽어가는 레이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어미 레이무는 분한 듯 눈을 치켜세우고 이빨을 아득빠득 갈면서,

 

 "마리사아아아아아아---------!!!! 죽어버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라는 소리와 함께 영원히 느긋하게 되었다. 아비 마리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달콤한 향기에 퍼뜩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잔혹하게 터져버린 아기 윳쿠리들의 잔해 셋과 볼에 대량의 팥소를 흘리며 죽은 자신의 반려를 아비 마리사는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흘겨 보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는 낮은 신음을 흘리더니, 이내 그 소리는 그 광장을 가득 메울 동물의 울부짖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비 마리사는 미친 듯이 어미 레이무였던 팥소더미에게 달려들었다.

 

 "레이무우우우---!! 어째서 죽은 거냐제에에에----!!!!! 아가야드으으으을----!!! 무언가 말좀 해보라제에에에에에----!!!!"

 

 그러나 시체가 대답해 줄 리 만무했고, 아비 마리사는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사부작사부작하는 단풍잎 짓 이기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아비 마리사는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그 소리 쪽으로 다가갔다.

 

 "아가야들---!! 거기 있냐제에에에에--!!"

 

 이윽고 소리가 멈추자, 아비 마리사의 웃음기 가득 한 얼굴은 금세 무표정으로 전환됐다. 아비 마리사의 눈앞에는 저 하늘만치 닿을 만큼 우뚝 선 아침에 본 인간이 서 있었다. 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었다.

 

 "……."
 "……."

 

어색하게 마주 보고 있는 인간과 아비 마리사 사이에선 침묵이 일었다.

 

"인간씨……혹시 인간씨가 마리사의 가족들을……?"

 

 마리사는 용기를 내어 인간에게 말을 붙였다. 그 물음에 인간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마리사의 뒤를 힐끔 쳐다보고 한 손을 동그랗게 말고 한 손으로 탁 치면서,

 

 "아…전부 죽여버렸는가……."

 

 하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번엔 아비 마리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남자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도스가 될 윳쿠리는 정했냐…?"
 "늣-!! 그런 건 당연히 마리사님으로 결정이라제에에에에---!!" 

 

 마리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성을 내며 소리쳤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무성의하게 마리사의 앞에 내던졌다. 아비 마리사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 약을 쳐다보았다. 이 약을 먹고 도스가 되면 먼저 이 눈앞에 거슬리는 인간을 노예로 삼자, 가족들은 안타깝게 죽어버렸지만, 옆집에 어여쁘장한 파츄리를 새로운 신부로 맞이하자. 집도 으리으리하게 지어야겠지…. 아, 평소에 나를 괴롭히던 게스 무리는 공개처형이다. 마리사는 행복한 상상을 펼치며 그 약을 꿀꺽 삼켰다. 남자의 표정에선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

 

 아비 마리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었는데도 아직도 남자는 마리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그리 컸던가…? 아니, 주위의 나무들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스가 되었을 텐데 어째서…!? 마리사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했다. 남자는 큰 소리로 아주 배를 잡고 신나게 웃기 시작했다. 마리사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인간씨이이이이---!! 웃지 말라제에에에에----!! 도스 스파크로 제재라제에에에--!!!!"

 

 입을 벌려봤지만 '도스 스파크-!'는 나가지 않고 힘없는 바람 소리만 났다. 마리사는 더더욱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눈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아, 미안 미안. 그거 마비약. 그거 먹으면 식물인간…아니, 식물 윳쿠리가 되어 평생 느긋할 수 없어."
 "느!? 어째서 그넝 지슬 하능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 애초에 도스란 뭘까?"

 

 남자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도스란, 다른 윳쿠리를 느긋하게 해 주는 거겠지…?"
 "느늣!! 당연하다제! 도스는 우릴 느긋하게 시켜줘야 한다제에에---!!"
 "뭐야…넌 이미 도스잖아…?"
 "느? 인간씨는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제제에에에-----!"

 

 마리사는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마비의 통증이 입까지 다가와 이젠 숨을 쉬는 간단한 행위조차도 힘들었다. 남자는 그런 마리사를 들어 올려 거꾸로 놓았다. 마리사의 눈앞에는 비참하게 죽은 가족들의 잔해가 있었다.

 

 "마리사의 가족들이이이이이이-----------!!!!"
 "이봐, 네가 그런 거잖아? 느긋하게 받아 들이라구."
 "인간씨는 어째서 그넝소릴 하능거야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어어어어---!!!"
 "언제까지 그럴꺼냐."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 마리사의 앞에 내려다 놓았다. 마리사는 남자가 내려놓은 손거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팥소가 가득 묻은 금발의 윳쿠리, 그리고…자신의 모자…?

 

 "아…우…아아."
 "넌 어째서 그런 약을 원한거냐…?"
 "그…그치만…도스씨가 되면……."
 "그럼 넌 느긋하고 있지 않았다는 거냐…?"
 "아…아니다제…마리사는…마리사는 분명 느긋하고 있었다제!!!!"

 

 마리사는 최후의 발악이라는 듯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남자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마리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그저 느긋하고 있으면 좋지 않았는가……."

 

 마리사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비가 이미 마리사의 온몸 구석구석에 퍼졌기 때문이다. 남자는 싱긋 웃으며 마리사의 옆을 또각또각 걸었다. 남자가 떠난 몇 분 후, 마리사의 근처에 있는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우우--! 달콤달콤씨라구--!!"

 

 레미랴. 마리사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도망쳐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마리사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레미랴는 웃으며 점차 마리사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우--! 잘 먹겠다구!!"

 

 레미랴는 힘차게 날카로운 송곳니 한 쌍을 마리사의 볼에 끼워 맞췄다. 마리사의 몸은 점점 오그라들어 가기 시작했다. 몇 초간의 흡혈 끝에, 마리사의 몸은 완전히 쭈글쭈글 되고 레미랴는 한껏 포식했다는 듯이 배를 내밀고 누워 있다가 다른 먹잇감을 찾기 위해 다시 어두운 수풀로 사라졌다. 마리사의 얼굴엔 너무나도 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한편, 산을 하산하고 있던 남자는 자신의 소매를 보더니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오늘의 학대교실을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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