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골집은 요양 용도였다. 도심보단 깨끗한 자연 환경 속에 있는 편이 건강에 더 좋지 않으냐는 이유였다. 조금 걸으면 맑은 시냇물이 흘렀고 멀리서 보이는 산은 정말로 파랬다. 그렇지만 시냇물에 손을 담그며 정말로 차갑다고 웃는 어머니의 얼굴은 너무나 말라있었다. 움푹 팬 뺨은 주름이 가득해서 죽은 고목 같았다. 곧 다가올 시간이 너무 막막해서 어머니의 얼굴을 볼 때마다 목이 메여오곤 했다.
집 툇마루에는 윳쿠리들이 살고 있었다. 빈 집으로 둔 기간이 제법 길었고 근처에 민가도 별로 없는 터라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희박한 놈들이었다. 농구공만한 성체가 둘씩이나 있는데다 새끼도 제법 있어서 나로서는 영 마뜩찮은 상황이었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어머니라면 이 녀석들이 몸통박치기라도 하면 정말로 넘어질 수도 있었다. 만약의 상황을 상정하며 신경이 예민했던 나와는 달리 어머니는 도리어 여유로웠다. 어머니가 뿌려주는 과자를 먹으며 폴짝폴짝 뛰는 녀석들을 보며 착한 아이들이라고 즐거워하시곤 했다. 도심에서 시시각각 들리곤 하는 윳쿠리들의 비명소리를 가슴 아파 하시던 어머니셨다. 혹여 내가 이 녀석들을 몰래 치워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것조차 마음아파 하실 것 같았다. 새끼들과 아침마다 체조하고 가족끼리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귀여워하던 이유도 있었다. 나는 지금의 어머니 앞에서 농담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윳쿠리들이 어머니를 웃게 해준다는 것도 이 녀석들을 뭉겔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다 하여도 나에게는 여전히 거슬리는 존재들이었다. 낮잠을 자주 주무시는 어머니가 깨지 않도록 주의를 주어도 몇 분 후에는 마당을 뛰어놀며 시끄럽게 떠들곤 했고, 툇마루에 앉아 뭐라도 먹으면 발치에 몰려와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곤 했다. 갈수록 식사량이 주는 어머니가 밥을 뿌려주는 것도 거슬렸지만 어머니가 약을 먹을 때는 더 최악이었다. 새끼 마리사 한 놈이 자기도 먹고 싶다며 혀를 징그럽게 빼서 쳐들었을 때는 눈언저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노려봤었다. 오줌을 지려버리는 새끼 마리사를 보고 어머니는 가볍게 날 타박하고는 자신이 아파서 먹는 것이라며 마리사에게 말했다. 그 말에 마리쨔는 아픈 곳 없다구! 하며 아랫배를 내밀며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어머니는 좋겠다며 짧게 소리내어 웃었지만 나는 그 새끼 마리사를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새끼 마리사는 그 이후로 늘상 거슬렸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걸 알자 조금 얕잡아보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서운 인간씨라며 시선을 피해 다녔지만 내가 잠깐이라도 없으면 어머니에게 달콤한 것을 요구했다. 예전 도시에 있던 윳쿠리들에 비하면 어린애 땡깡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내게는 너무나 거슬렸다. 예민한 심정을 계속해서 건드리는 것 같아 불편하기 그지없는 기분이었다. 그 전에는 안 하던 나뭇가지 휘두르며 싸우는 시늉을 하며 노는 걸 봤을 때는 가슴에 뜨거운 금속이 들어간 기분이었다. 어쩌면 성장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가끔 어머니를 힐끗대며 나뭇가지를 휘두르거나 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어머니가 잠든 밤중에 툇마루 밑에 있는 녀석들의 골판지 상자 집을 발로 툭툭 걷어차 깨웠다.
“야 나와봐.”
하품을 하며 무슨 일이냐며 부모 윳쿠리는 금세 분위기를 파악했다. 눈높이를 맞춰 쭈그려 앉은 탓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보인 탓이었다.
“너네 새끼 관리 안 하냐? 자꾸 어머니 뭐 드실 때마다 찡찡거리는데 내가 엄청 짜증나거든?”
“그건 아직 아가야들이 어려서...”
“야 말 끊지 말고 들어. 그리고 저기 애가 요즘 나뭇가지 물고 쳐 돌아다니는데, 왜 어머니쪽 보면서 휘두르냐? 너네 씨발 뭘 가르쳤냐?”
“그건 사냥 연습이라제. 아가야정도 크면 다 한다제.. 왜 어머니씨를 보면서 휘두르는지는 마리사도 모르겠다제..”
“몰라? 모르겠어? 말이라고 하냐? 네가 무슨 바람 불어넣은건 아니고?”
“아니라제! 마리사가 주의주겠다제 미안하다제”
“아예 말도 걸지 말라는 뜻은 아닌데, 적당히 하자. 알겠냐? 다음엔 그냥 안 넘어간다. 그리고.”
부모 뒤에 숨어서 능 능 거리고 있는 새끼들 중에서 그 새끼 마리사를 잡아채 올렸다. 몸을 길다랗게 늘리고 꿈틀거리는 모습이 아주 징그러웠다. 한 손으로 잡고 눈높이까지 들어올렸다. 눈을 마주지차 귀밑털로 주먹을 때리고 더욱 격하게 꿈틀거렸다. 커다란 굼벵이를 쥐고 있는 느낌이라 아주 불쾌했다.
“야 나는 진짜 네가 존나존나존나 싫어. 알어? 어머니 때문에 그냥 말로만 하고 넘어갈 때 끝내자. 한번 더 눈에 걸리면 진짜 뭉개버릴 거니까.”
손아귀에 아주아주 약간 힘을 주었다. 새끼 마리사는 밑구멍으로 오줌을 질질 흘리며 덜덜 떨었다. 부모 윳쿠리 앞에 놈을 놓아주고 나니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뜨거웠다. 말을 하는 중간 중간에 이 녀석이 하던 행태가 떠올라 열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능능 울면서 부모 윳쿠리에게 안기는 새끼 마리사와 그걸 달래는 부모 윳쿠리의 말소리도 상당히 거슬렸다.
“야.”
“젯?!”
“조용히 하고 들어가서 자라.”
“느긋하게 들어간다제!‘
허겁지겁 골판지 집으로 돌아가는 윳쿠리들을 지켜본 후 나도 돌아가 잠이 들었다. 그 후 윳쿠리들은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새끼들이 구걸을 하러 갈려 치면 부모 윳쿠리들이 불러 세워 돌아가곤 했다. 그게 내가 있을 때만 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들은 확연하게 얌전해졌다. 새끼 마리사의 사냥 연습도 성체 마리사가 옆에서 같이 지도했다. 이제는 이쪽을 보거나 하지 않고 순전히 벌레나 다른 소동물을 상대하는 연습이었다. 가끔 어머니가 과자를 준 다해도 안 올 정도였으나 내가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면 이내 달려와서 먹곤 했다.
그 집에 돌아온 것도 몇 달 만이었다. 다시 대학병원에 입원한 후 어머니는 다시 나오지 못했다.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유품을 정리하고 집을 팔기 위해서였다. 유품을 담기 위해 가져온 큰 박스에 담긴 건 대부분 약이었다. 각종 약이나 자주 쓰시던 비니 모자. 좋아하시던 동화책을 담으며 나는 조용히 흐느껴 울었다.
모든 물품을 정리해도 상자는 공간이 많이 남았다. 빈 공간이 느껴졌다. 어머니 없는 삶이. 혼자가 된 게. 마음이 뻥 뚫린 게 너무나 큰 공간이 비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밑에서 윳쿠리들이 기어 나왔다. 어머니는 어딨냐고 묻는 녀석들에게 찬장에 남아있던 과자를 전부 꺼내 뿌렸다. 코를 박고 쳐 먹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는 이제 안 오신다. 나도 이제 안 온다.
“영원히 느긋해져 버린거냐제?”
“어... 이젠 진짜로 느긋하셨으면 좋겠네. 안 아프고...”
“유감이제라제...”
“고맙다..”
“마리쨔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제! 마리쨔의 승리라제!”
이제는 제법 성장한 그 새끼 마리사였다.
“아가야 그게 무슨..!!”
“얼른 사과하라구!”
“야.........이 씨발놈아.... 내가.... 너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냐....”
눈이 뒤집혀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막은 것은 부모 윳쿠리들이었다. 결사적으로 내 바지자락을 물고 늘어지고는 이런저런 소리를 해왔다. 그렇지만 그 때의 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부모의 필사적인 제지에도 불과하고 새끼 마리사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막대기를 들고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리고 돌진해오더니 땅을 짚고 있던 내 손을 찔렀다. 긁힌 상처가 나 피가 흘렀다. 안돼애애! 하고 소리를 지르는 부모와 정 반대로 눈썹을 올리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 집어 손아귀에 힘을 가했다. 눈을 튀어나올 것처럼 돌출했고 입에서는 팥소가 조금 나왔다. 그렇지만 죽이지 않았다. 이 새끼를 손에 잡는 순간 쉽게 죽이지 않겠다는 분노가 차올랐다. 벙 쪄 있는 부모 윳쿠리를 무시하고 새끼 마리사를 집 안으로 들고 가 컵 안에 넣었다.
“인간씨 아가야를 죽이지 않는거냐구? 그 정도로 용서해 주는거냐구? 느긋하게 고맙다ㄱ..!”
다시 나온 나를 보며 얼빠진 소리를 하는 성체 레이무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결국 윳쿠리란 이런 존재다. 다시금 나는 환멸 했다. 머리가 U자형으로 움푹 파인 레이무를 계속해서 내려쳤다. 주먹으로 내리치고 또 내려쳤다. 눈이 튀어 나오고 몸 안의 팥소가 모두 터져나가서 납작해질 때까지 내려쳤다. 정신 차려보니 한 쪽 팔을 마리사가 피가 나오게 물고 있었다. 결국 너도 이런 거냐? 마리사의 한 쪽 눈알을 잡아 뽑았다. 눈은 그대로 쥐어 터트렸다. 마리사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나갔다. 상처가 쓰렸다. 윳쿠리들은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방 안으로 돌아가 밴드를 붙였다.
돌아와 보니 마리사는 마당 곳곳을 뿅뿅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얼핏 봐도 모자가 부풀어있는 모자에서 새끼 윳쿠리들의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데리고 탈출하려 해도 집 안이다. 대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도망갈 수 없다. 도망간다는 말을 다 들리게 반복하며 뛰어다니고 있는 얼빠진 모습이다. 등을 짓밟고 모자를 뺏었다. 그 안에는 새끼 윳쿠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한 마리 집어서 마리사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너 내가 새끼 관리하라고 하지 않았냐?”
“미안하다제 마리사가 잘못하다제 제발 아가야들만은...”
손아귀에 힘을 줘 그대로 새끼 윳쿠리를 짜냈다. 새끼 윳쿠리는 입에서 대량의 팥소를 토하고 죽었다.
“너 씨발 저번에 내가 말하지 않았냐? 다음엔 말로 안 끝낸다고.”
다시금 물려고 덤비는 마리사를 걷어차 굴렸다. 그리고 저부를 집요하게 밟아 저부만 납작하게 만들었다.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저부는 납작해졌고 마리사는 돼지같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 앞에서 모자에 손을 넣어 다시 새끼 윳쿠리를 꺼냈다. 마리사의 얼굴 앞에 내려 놓으니 오줌을 지리고 울면서도 필사적으로 마리사의 얼굴을 핥았다. 새끼 윳쿠리의 조그만 모자를 뺏어 한 손으로 비벼 공을 만들었다. 마리쨔의 멋진 모자니 뭐니 지껄이던 새끼 윳쿠리는 동그란 공이 된 모자를 보며 늉늉 울었다. 그걸 발 앞꿈치로 힘조절을 하며 밟았다. 힘을 주면 찌부러죠오오 하면서 울고 힘을 풀면 늣헤 늣헤 하며 숨을 몰아셨다. 탄력을 느끼며 몇 번 반복하다 그대로 힘을 줘 짓밟고 땅에 문질렀다. 새끼 레이무를 꺼내 귀밑털을 뽑고 벽으로 던져 죽였다. 새끼 마리사를 연속으로 꺼내 나뭇가지에 꼬치구이처럼 꿰서 죽이기도 했다. 아까의 아성체 마리사가 쓰던 나뭇가지였다. 전부 다 죽였을 때, 땅바닥과 담벼락은 팥소 투성이였다. 마지막으로 성체 마리사의 모자를 갈기갈기 찢었을 때 마리사는 한 쪽 눈으로 눈물 흘리면서도 아무런 반응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나는 너희들이 싫어.”
죽은 윳쿠리들의 팥소를 한데모아 마리사의 앞에 쌓았다. 그리고 아까의 새끼 마리사를 데려와 성체 마리사를 먹게 했다. 거부하면 송곳으로 찌르며 재촉했다. 마리사는 느엑 느엑 거리며 부모를 파먹었다. 구토하면 송곳으로 찌르고 다시 먹게 했다. 움직일 수 있는 몸이나 귀밑털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거품을 물던 성체 마리사는 새끼 마리사가 중앙을 파고 들어간 시점에서 조용해졌다. 표주박 형태가 된 새끼 마리사는 죽은 아비의 몸 밖으로 기어 나와 울었다. 자신이 파먹은 탓에 거품을 물고 끔찍한 몰골로 죽은 얼굴에 몸을 비비며 울었다. 그 입을 강제로 벌리고 남아있는 마리사의 팥소와 다른 가족들의 팥소를 강제로 퍼 넣었다. 몸이 터지면 시체의 전분을 가져다 막았다. 기괴하게 커진 모습은 상당히 역겨웠다. 그 눈은 눈물을 쉴 새 없이 흘리면서도 이 쪽을 향하고 있었다. 팥소가 섞였기 때문일까. 그 눈은 원망이나 분노 같은 감정은 없었다. 그저 내 눈 만큼이나 공허했을 뿐이다.
박스를 챙겨 집을 나왔다. 이제 이 집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