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2019.04.19 02:29

아저씨와 케이크 - 프롤로그

조회 수 21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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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고 부르기엔 작고 시골이라 부르기엔 꽤나 발전한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

 

'이곳에서 벗어나 도시로 갈거야!!' 라는 야망을 품은 주인공의 시작점인 고향일지도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동네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에선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없는 명물이라 불릴수 있는 인간의 존재가 동네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지루함을 날려보냈다.

 

마치 몇번이고 전쟁터를 다녀온 듯한 근육질에 2m는 족히 넘어가는 듯한 거구

 

왼쪽 입가에서 오른쪽 눈가까지 가로지르는 얼굴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긴 흉터 검은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지만 지옥에서 죄인을 벌하는 아수라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얼굴

 

무슨 일이 있어도 눈썹은 커녕 얼굴 근육을 전혀 움직이지 않아 인간답지 못한 소름끼침까지

 

그런 그가 이 동네에 갓 이사 왔을때는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수군거렸고 어린아이들이 오줌을 지리는 등 꽤나 큰일이었지만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 왔는가?"

 

"오, 아저씨! 이것 좀 받아가!"

 

"아저씨~!"

 

이젠 남녀노소 상관없이 반갑게 인사해오며 모두가 '아저씨' 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외견의 남자가 어째서 그들에게 받아들여졌는가?

 

수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저씨-!!! 멈추는 고제에!!"

 

바로 이 몸첨부 윳쿠리 마리사

 

평범한 마리사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진 가슴팍에 달린 금뱃지가 빛나던 그 마리사는 그의 애완윳쿠리이자 동네사람들과 교류가 생긴 이유의 장본인.. 아니, 장본윳이었다.

 

진 노란색에 가까운 롱컷 금발이 아닌 은은하게 황금빛이 도는 백금발 숏컷(하지만 댕기머리는 다른 마리사들처럼 길다)

 

윳쿠리! 하면 떠오르는 둥글둥글한 몸처럼 둥근 눈매가 아닌 날카로운 눈초리에는 옅은 연두색 눈동자

 

건강미 넘친다는 마리사보다는 플랑이나 레미랴가 떠오르는 창백한 하얀 피부

 

"같이 가는 고제에!!"

 

막 장을 보고 온것인지 물건이 가득한 비닐봉지를 들고 곁으로 종종종 달려온 마리사를 보고선 그는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잠시 숨을 가다듬던 마리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려왔다.

 

"느으으.. 아저씨의 걸음씨는 역시 느긋하지 못하다제.. 너무 빠르다제..."

 

마리사의 푸념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2m가 넘는 그와 1.2m정도인 마리사의 다리 길이부터 압도적인 차이 때문에 그가 신경써주지 않으면 나란히 걷는건 불가능

 

게다가 몸첨부라고 해도 결국 윳쿠리, 느린것이 당연하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속터질법한 속도에도 말없이 투덜거림을 들어주면서 마리사의 느긋한 발걸음을 맞춰 걸어가는 모습을 동네사람들은 흐믓하게 바라보았다.

 

"늘 생각하는거지만 마트씨는 집씨랑 너무 멀리 있는 고제"

 

"..."

 

"좀더 가까이 있으면 집씨로 가는 도중에 해씨가 바이바이 하지 않을 거라제"

 

"..."

 

"늣.. 설마 마트씨가 먼게 아니라 마리사가 느린거라고 생각하는고제?"

 

"..."

 

"아저씨가 빠른거제!! 마리사는 윳쿠리치곤 빠른고제!! 시험장씨에서도 그렇게 말해준고제!!"

 

"..."

 

"느우웃- 마리사는 달릴거라제!! 승부다제!! 그치만 좀 봐주라제! 혼자서 집 가는건 외로워서 싫다제!!"

 

눈매가 날카로워 시크해보이지만, 과묵한 사육주였던 탓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지 혼자서 그의 몫까지 수다를 떨어주는 덕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없었다.

 

동시에 마리사의 수다에 담긴 매우 솔직하고 귀여운 바보같은 내용이 동네 사람들에게 느긋함을 줬다.

 

조금 빠른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종종종 달리는 마리사의 뒤에서 두걸음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체 따라가는 그의 배려심 또한 매우 느긋한 미소를 짓게 해주었다.

 

"느으읏-!! 너무 티나게 봐주는거 아닌고제에에?!!"

 

결국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도중에 잔뜩 지친 마리사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집문을 열고 들어올때쯤 기운을 회복한 마리사는 그의 등에서 내려와 구두를 벗고 장바구니에서 지갑을 빼내고 물건들을 정리했다.

 

"아저씨, 간장씨가 떨어지면 바로바로 말하라고 했는고제. 코-린이 푸푸씨를 하지 못한다제"

 

대용량 간장통을 늘 두던 자리에 둔 마리사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창가 가까이에 있는 담요가 깔린 작은 테이블 위,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은발을 가진 윳쿠리 한마리가 잠을 자고 있었다.

 

"코-린!"

 

마리사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초승달모양으로 튀어나온 바보털이 몇번 튕기듯 움직이더니

 

"느으-"

 

주섬주섬 빨간 안경을 낀체 대답하며 눈을 떠 반짝이는 금안으로 마리사를 보곤 느긋하게 웃어보였다.

 

윳쿠리 린노스케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추정 목격담만 두세개뿐인 극 희소종

 

그 외에는 모두 불명, 이름조차 마리사가 알려줘 알게 되었을 정도로 알려진게 없다.

 

"코-린! 느긋하게 있었냐제?"

 

"느-"

 

"마리사도 느긋하게 있는고제!"

 

"느응-"

 

"간장씨도 사온 고제"

 

"느느으-.."

 

"늣?! 또 쿨쿨씨 하는고제?! 코-린은 아까 실컷 잔고제?!!"

 

린노스케종은 원래부터 그런걸까? 린노스케는 처음 만났을때부터 느느 거리기만 하는 벙어리였다.

 

하지만 마리사는 처음부터 신경쓰지 않았다.

 

이번에도 지나치게 말이 없는 사육주인 그의 앞에서 혼자 만담을 펼치던 것처럼 느느거리기만 하는 린노스케 앞에서 잘도 떠들고 있었다.

 

마리사가 다시 꾸벅꾸벅 조는 린노스케를 깨울때쯤, 방문을 열고 들어온 두 윳의 사육주인 그 칼이나 총을 드는게 더 어울리는 커다랗고 흉터가 가득한 손에 들린 쟁반 위에는 귀엽고 앙증맞는 케이크가 올려져 있었다.

 

"늣! 케이크씨! 신작인고제??"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마리사의 말에 묘하게 뿌듯해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린! 일어나라제! 아저씨가 케이크씨를 가져왔다제!! 맛보기 하는고제!"

 

"느-..."

 

마리사는 전용 포크로 케이크를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행복-! 초콜릿씨 엄청 느긋한고제! 말차크림씨도 부드럽고 느긋한고제!!"

 

그런 마리사 옆에서 린노스케는 그가 스푼으로 떠주는 케이크를 입에 넣고는 느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느응-"

 

어쩌면 '행복-'이라고 말하는게 아닐까? 마리사는 린노스케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었고 그는 케이크를 먹는 두 윳을 묘하게 기뻐보이는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신작씨도 느긋한고제! 가게에 내놓으면 분명 인기만점일거라제!"

 

그가 동네에 스며들수 있었던 두번째 이유, 그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윳쿠리 전문 파티시에'였다.

 

윳쿠리용 입맛이 높아지지 않고 쉽게 잊을수 있는 강한 행복-! 을 주게 하는 까다로운 디저트들로 애완윳쿠리를 키우는 애호파들에게 큰 인기를 끈 그의 솜씨는 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아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가득할 만큼 유명해졌다.

 

그리고 마리사와 린노스케는 그의 신작을 맛보는 일도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느긋하니까 케이크씨도 느긋하게 만들수 있는 고제!"

 

케이크를 다 먹고 이를 닦고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이 든 마리사와 린노스케, 그런 두 윳을 내려다보던 그는 등을 돌려 자신의 침대속에 들어간 뒤

 

"...행복-.."

 

윳쿠리를 흉내내듯, 중얼거린 뒤 정말 행복하고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었다.

 

이것은 그들의 느긋한 일상 이야기

 

느긋하게 읽어달라구

 

 

 

 

 

 

 

 

 

 

 

 

 

[첫글입니다! 읽어줘서 느긋하게 고맙습니다!]

  • profile
    십권검 2019.04.19 09:54
    아. 느긋한 철수씨의 작품에서 나온 윳쿠리 린노스케는 내용물이 연두부 일겁니다.
  • ?
    륭돵 2019.04.19 16:50
    느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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