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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16:38

어느 생물학도의 일기 - 0 -

조회 수 128 추천 수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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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의욕 없다."

 

그 때도 평소처럼 의욕 없는 휴학백수의 삶을 살아가던 날이었다. 남북 통일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느니, 경제 규모 세계 5위권에 진입했다느니 하는 소리를 언론에선 지겹게 떠들어댔지만, 내 인생은 바뀐게 없고, 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이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아, 미래도 어둡고 내 인생도 어둡고 세상은 시궁창이다.

 

윳쿠리란 생물이 처음 등장하고 나서, 사람들은 나에게 생물학이 뜰거라고 말하며 나를 부러워 했다. 윳쿠리는 기존에 발견된 어떤 생물과도 다르면서 엄청난 상업적 가치를 갖고 있었으니까. 그래, 정말로 생물학이 떴다면 내가 이러고 있지도 않았지. 하지만 윳쿠리 연구에서 생물학자들의 위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단순히 윳쿠리의 습성이나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을 연구하는 것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고, 그보다 깊이 들어가면 화학자들이 관련된 연구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윳쿠리의 몸 안에서 발견되자, 이번엔 물리학자들까지 뛰어들어 윳쿠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생물학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어휴.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하던 중이었다.

 

"인간씨이!"

 

어라, 웬 윳쿠리가?

 

"이제야 레이무를 쳐다봤다구! 늦어! 하지만 레이무는 상!냥! 하니까 달콤달콤으로 봐주겠다구!"

 

뭐라는거야?

 

"어서 내놓으라구! 당장이면 좋아!"

 

아, 먹을 걸 달라는 뜻인가? 못 줄 것도 없지. 나는 가방에 들어있던 '캡사이신 맛 불닭칩' 봉지를 뜯어서 윳쿠리에게 주었다. 듣기로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하니까 과자도 괜찮겠지?

 

"자, 맛있게 먹어"

 

"늣! 말이 통하는 인간씨네! 특별히 레이무의 노예로 해주겠다구!"

 

발로 차면 죽어버릴 왕만두 주제에 노예라니, 가소로워. 생김새나 목소리는 나름 귀엽다. 말버릇만 고치면 애완동물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이름이 레이무인가?

 

"어서 안 먹고 뭐하는거야?"

 

레이무는 과자를 먹지는 않고 냄새만 맡고 있었다. 방금 전까진 한 입에 다 먹어버릴 기세더니.

 

"독 냄새가 난다구..."

 

독? 그런게 있을 리가. 난 독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다. 강렬하게 올라오는 매운 맛이 기분 좋았다. 역시 불닭칩이 최고야.

 

"자, 괜찮지?"

 

그 때, 레이무가 내 손을 물었다. 아파라... 기껏 먹을것도 줬는데 깨무는건 너무하지 않아?

 

"망할 영감이 레이무의 밥씨를 훔쳤다구!"

 

아, 동물이 먹던걸 함부로 건드렸다간 물릴 수 있다. 말을 할 줄 아는 놈이라 그걸 생각 못했다.

 

"망할 영감이 밥씨를 다 쳐먹기 전에 먹겠다ㄱ... 꾸에에에엑!"

 

과자를 한 입 문 레이무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이거 독이 드러이써!!!! 끄아아아아악! 레이무가 불타고 있다구! 거기 노예는 레이무를 치료하라구! 당장이면 좋아아아아아!"

 

독...?

 

"물! 물을 내놓으라구 써글 노예!"

 

물을 줘야 하나? 하지만 물을 살 돈이 없다. 난 급한 김에 레이무를 안고 근처의 화장실로 뛰었다. 그리고 날뛰는 레이무를 한참 물로 씻어준 뒤에야 레이무는 정신을 차렸다.

 

"망할 대머리 노예새끼가 레이무를 죽이려고 했다구! 제제한다구!"

 

레이무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몸통박치기를 해댔다. 이 녀석, 기껏 살려줬더니. 난 레이무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늣, 놓으라구!"

 

레이무가 내 손을 뿌리치려 몸부림쳤다. 나는 레이무를 그대로 다시 안고 밖으로 나갔다.

 

"레이무를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써글 노예에에에!"

 

이녀석이 너무 시끄러우니 일단 집으로 데려가야겠다. 잠재우거나 기절시킬 방법이 있으면 좋으련만.

 

----

느긋할 수 없었던 윳쿠리로부터 30년 전 시점입니다. 윳쿠리란 생물이 막 발견되어 알려진게 거의 없죠. 주인공은 세계 최초로 애완 윳쿠리를 키우게 되죠.

  • ?
    슬라위 2016.12.16 16:50
    상쾌 레이무?
  • ?
    느구우 2016.12.16 16:50
    오옹... 윳쿠리 발견 초기라니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거랑 배경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특히 주인공이 윳쿠리를 대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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