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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2채널 윳쿠리 괴롭히기 스레 주민, 古緑


번역자 : 불명


번역 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구윳사)


 


 


gesu2348 윳쿠리가 미움받기까지


[古緑] 윳쿠리가 미움받기까지


 


 


내가 아직 가족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을 무렵


 


온 가족이 외식하러 집을 비운 사이


 


윳쿠리가 좁은 틈을 통해 집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여기서 '윳쿠리'란 언제부터인가 일본 곳곳에 퍼진 생물로,


 


당시까지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윳쿠리를 볼 기회는 거의 없었으며


 


1년에 몇 차례, 산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걸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그마저도 금새 산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러던 것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시 많은 윳쿠리가 마을까지 내려와 있었다.


 


 


뾰족 모자를 쓴 윳쿠리 5마리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다.


 


그러니까 이름은 윳쿠리 마리사라고 했던가.


 


덩치 큰 윳쿠리 마리사 한 마리와 작은 윳쿠리 마리사 두 마리,


 


금발 숏컷에 빨간 머리장식을 인 윳쿠리


 


(이름을 모르니 빨간 카츄샤라고 부르자)가 크고 작은 것이 각각 한 마리 씩.


 


 


 


윳쿠리들은 찢어진 화장지나 신문지 등을 바닥에 어질렀으며


 


테이블보를 잡아 끌어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접시를 5장 정도 깨먹었다.


 


그때 떨어뜨린, 점심 때 먹다 남은 야키소바와 관엽식물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워


 


내가 가족과 함께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의 모습은 참상 그 자체였다.


 


그때 난 태어나서 처음 윳쿠리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여기는 자신들의 집이니까 썩 꺼지라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쫓아버린 형국이 됐으나


 


부모님도 나도 처음에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다.


 


사실 당시엔 나도 가족도 이 생물과 말이 통하는 줄 알고 있었기에


 


우리 정당성을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구는 모두의 것이라는 의견이 양자 사이에서 정당성을 가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거기에 윳쿠리가 어떤 흉포성을 지녔는지 몰랐기에 위험을 느낀 측면도 있었다.


 


이 가족이 우리집 말고 단지 안의 어느 집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분명 같은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분명 말은 통했다. 얘들아, 라고 부르자 뭐? 라고 대답하여


 


좀 나가주지 않을래? 하자 여기는 마리사네 집이야, 라고 답했다.


 


그걸 가지고 대화가 통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우리는 10분 가량 다양한 방법으로 윳쿠리들에게 나가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화를 참지 못한 큰 윳쿠리 마리사가 뭐라고 큰 소리를 친 다음 순간


 


제일 어린, 당시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동생에게 몸을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당황한 모습으로 윳쿠리 마리사를 걷어찼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차 끌고 레스토랑까지 가자며


 


졸라대는 통에 술을 못 마셔 내심 짜증이 나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원했음이 분명하다.


 


 


참고로 마리사에게 들이받힌 동생은 멀쩡히 서있었다.


 


이 역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윳쿠리가 거실을 어질러놓은 것 때문에


 


동생 역시 놀라움보다는 화가 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동생은 야키소바를 좋아했고, 게임기가 있는 곳도 거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동생은 며칠 전에 산 2인용 액션 게임을 가지고 나랑 빨리 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동생은 이 생물이 힘이 없다고 판단하고는 천부적 적극성을 발휘해


 


창문을 열고 작은 윳쿠리 마리사를 2마리 집어 들고는


 


마치 수업 중에 지우개똥을 반 친구 뒤통수에 내던지듯


 


아무렇지도 않게 밖에 내다 버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아버지 역시 몸을 움직였다.


 


걷어차여 울고 있는 커다란 윳쿠리 마리사의 길고 잡기 쉬운 머리카락을 나꿔채더니


 


동생이 하는 것처럼 내던졌다간 어깨 다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지 현관까지 가서는 내다 버리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기에, 내가 남아있는 커다란 빨간 카츄샤와


 


작은 카츄샤를 잡아 아버지를 좇아 문 밖으로 내던져버렸다.


이때 커다란 빨간 카츄샤가 윳쿠리 특유의 말투로


 


"촌놈새끼"나 "도시파가 아니야" 등의 말을 뱉어냈으나 아직까지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난리 치는 5마리를 밖에 버리고 현관을 잠근 뒤 거실로 돌아오자


 


새빨간 얼굴의 어머니가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참이었다.


 


어머니 얼굴이 빨갛다는 것은 옛날부터 폭발 직전이라는 뜻이었다.


 


윳쿠리만 바라보고 있어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동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보고 싶어하던 9시 드라마가 시작하고 벌써 20분이나 지났는데


 


되지도 않는 쓸데없는 문답을 계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차 안에서 벌써 짜증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는 안 도와주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아버지에게 한계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때 동생은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


 


 


 


 


난 어머니 기분을 맞춰 드리기 위해 청소를 돕겠다고 한 마디 하고는 빗자루 하나를 받아 들었다.


 


둘이서 하면 청소도 금방 끝날 것이다.


 


그때


 


플라스틱으로 된 문을 쾅! 쾅! 하고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밖에 들려왔다.


 


우리집 문이 이런 소리를 낸 것은 지금까지 딱 2번 있었다.


 


술 취한 아버지가 문 앞에서 대자로 뻗었을 때가 한 번,


 


집 앞에서 나랑 축구공 가지고 장난 치던 동생이 실수로


 


문 쪽을 향해 공을 걷어찼을 때가 한 번.


 


기념할만한 3번째는 윳쿠리의 몸통 박치기가 장식했다.


 


 


 


큰일이었다.


 


창밖으로 그걸 내다보던 어머니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쿵쾅대면서


 


빗자루를 든 채 밖으로 쏜살 같이 뛰어나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아까 들은 것과 같은 종류의 비명이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머니는 윳쿠리들을 죽일지도 모른다.


 


전에 술 취한 아버지와 말다툼 하셨을 때, 어머니가 지금처럼 신경질을 부리며


 


앉아있던 아버지 머리를 향해 4kg은 족히 될 법한 파티용 샐러드 그릇을


 


내려치려던 것을 말렸던 일을 떠올렸다.


 


어머니를 말리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간 내 눈에 비친 것은


 


눈이 있던 자리에 빗자루대가 꽂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윳쿠리 마리사의 모습이었다.


 


 


 


나는 윳쿠리가 불쌍하다는 생각보다


 


윳쿠리로 하여금 이런 오밤중에 단지 안에 떠나갈 듯한 비명을 내지르게 한 것이


 


우리 어머니라는 것을 더 큰 문제로 여겼다.


 


이대로 가다간 이웃에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질지도 모른다.


 


단지에서의 어머니의 입지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어머니를 뒤에서 잡아 끌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웬 소란인가 하고 건너집 사는 oo 씨집 부인이 현관을 열고 나온 것이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입에 손을 대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니도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갔지만, oo 씨는 모든 것을 다 봤을 것이다.


 


어차피 어머니는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내가 최대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동물의 눈알을 빗자루로 청소하는 광경을 목격당했다.


 


어중간한 변경 가지고는 통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말주변도 없었고 거짓말도 서툴렀으므로 거의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하고 말았다.


 


(참고로 이때 윳쿠리 들은 어디론가 튀어가고 있었다)


 


 


oo 씨는 어머니가 가입한 또래 주부 모임의 일원으로,


 


대다수의 주부들이 소문을 좋아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뒷담화 하길 좋아하는 중년 여성이었다.


 


이러한 중년 여성 중 몇몇은 자기가 아는 소문에 플러스 알파를 더해 소문을 내고 다니는 습성이 있는데


 


어디 사는 부부가 싸웠다는 내용이 이혼했다더라 하고 변질되면


 


뒤에서 이런 타입의 여성이 소문을 내고 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oo 씨는 뒷담화는 좋아했지만


 


그 플러스 알파 타입의 여성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최소한 어머니 주위 사람들에게는 왜곡된 사실이 퍼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아예 퍼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그리고 어머니는 또래 모임에서 '이상할 정도로 윳쿠리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어머니는 드라마 보는 걸 방해하는 생물이 끔찍하게 싫을 뿐이다.


 


 


 


그로부터 또래 주부 모임 중 한 사람은 어머니의 '혐오증'의 범위가 개한테까지 미친다고 생각했는지


 


개 산책 시간에 어머니와 마주치자 어머니에게서 개를 가능한 멀찍히 떨어뜨려놓고 경계하기까지 했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우연히 찔렸다 해도


 


소동물의 눈을 후벼파는 사람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이니까.


 


이때는 어머니가 친구 집에 놀러가는 일도 줄었고, 친구들이 집에 오는 일도 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얼마 간은, 집에는 어머니 신경을 긁는 것을 피해


 


TV에서 윳쿠리가 나오면 은근슬쩍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신문기사에 윳쿠리가 나와도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물론 그렇게 했다. 동생은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 친구들이 떨어뜨려놓은 거리는 그로부터 수주일이 지나자 다시 원상복귀 됐다.


 


 


 


윳쿠리 마리사들이 우리집에서 쫓겨나고 다음날 저녁, 


중학교에서 돌아오는 도중 초등학생 3~4명 정도가 둥그렇게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원의 중심에서 "마리샤는 마리샤라구"라는 소리가 들려와서 알았지만


 


원의 중심에 저 짜증나는 윳쿠리 마리사가 있음에 분명했다.


 


나는 윳쿠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지 않았지만(제 1 인상이 그랬으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귀엽게 보이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모가지만 덜렁 있는 모습이라도.


 


그 작은 윳쿠리 마리사는 나를 보더니 입을 꾹 다물고 뺨을 부풀리는 듯 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이 윳쿠리 마리사가 어젯밤의 윳쿠리와 같은 놈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친구한테 듣기로는 뺨을 부풀린 것은 집에서 쫓아낸 나에 대한 위협이었다더라.


 


여기 있다간 내가 가족의 눈을 후벼팠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헛소리를 지껄일지도 모른다.


 


나는 황급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뒤 집 근처에서 어머니의 또래 모임 일원이기도 한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 같은 젊은이와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할머니와 3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역시나 화제 중에 윳쿠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집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갑자기 마을에 살기 시작한 윳쿠리들은 지루한 단지에 좋은 화제거리를 제공했다.


 


 


할머니는 낮시간 동안 빨간 리본 윳쿠리가 뜰에 핀 꽃을 먹어치우는 것을 목격했지만


 


특별히 관리를 하던 뜰도 아니었기에 내버려두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그 자식 나중에 집에 들어와서


 


할아버지 위패에 모셔진 야키소바를 먹어치울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적당히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윳쿠리들이 마을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얼마간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요전번 초등학생들처럼 호기심에 하교길 가방 속에 몰래 숨겨온 사탕을 주는 아이도 있었고


뜰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어도 대체로 내버려두는 분위기였다.


며칠 간은 윳쿠리들에게 이 주변은 그야말로 낙원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나고 윳쿠리들을 볼 기회가 조금 더 늘어났다.


산에서 또 내려온 건가 하고 생각했으나


작은 윳쿠리가 많아진 것으로 미루어 아마 새끼를 낳은 모양이었다.


윳쿠리들은 이제 이 근방에는 익숙해진 듯


 


갓길에서 기어다니듯 걷고 있던 윳쿠리들은 이제는 길 한복판에까지 뛰어들었고


초등학교 통학로에 수 마리 정도 사탕을 얻어먹기 위해 몰려있는 모습을 매일 같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윳쿠리들은 이곳에 살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의 규칙을 이해할 정도로 영리하지 못했다.


어느날 어머니가 자치회관에서 열린 집회에 갔다가 오는 길에 말씀하시기로는


윳쿠리가 oo 씨 뜰에 핀 꽃을 먹어치운 일이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그녀는 윳쿠리가 꽃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뜰에 난 꽃을 먹히는 게 뭐 그리 대순가? 하고 생각했지만


 


oo 씨가 가드닝 취미를 가진 아줌마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납득할 수 있었다.


 


아마 울먹이는 표정으로 문단속 잘 하라고 사람들을 불러모았을 것이다.


 


뜰이 없는 우리 집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었지만


 


통학길에 보던, 그 작지만 예쁜 정원의 꽃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상상하니


 


윳쿠리가 조금 더 미워졌다.


 


 


다음날 아침, 등교길에 oo 씨 정원 상태를 확인해보니(이 집은 담도, 문도 없이 뜰이 노출되어 있었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꽃은 무사했지만 지면에 난 꽃은 초토화되어 있었다.


그 대신 뜰에는 빨간 카츄샤가 두 마리 포개져 잠을 자고 있었다.


 


oo 씨는 혼자 사는 데다 성격이 여려 누구처럼


 


소동물의 눈알을 후벼팔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쫓아내지 못한 걸수도 있다.


 


하지만 쫓아냈다 하더라도 윳쿠리 마리사 가족처럼 돌아왔을 것이다.


 


전에 우리 집에 왔던 빨간 카츄샤와 닮았지만, 난 윳쿠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었다.


 


계속 쳐다보다 지각하는 게 싫어서 내버려두기로 했다.


 


 


 


중학교로 가는 언덕을 오르자 또 윳쿠리가 있었다.


이번엔 윳쿠리 마리사, 빨간 카츄샤, 빨간 리본의 3종류로, 각각 1마리 씩이다.


놀랍게도 3마리 모두 나란히 차도 한복판에서 깡총깡총 뛰어놀고 있었다.


이 차도는 교통량은 많지 않지만, 제한 속도 50km라는 표식으로 알 수 있듯 위험한 도로로,


저런 느긋한 생물이 전망이 좋지 않은 정상 부근에서 


 


나란히 깡총대고 있다간 나 치어 죽여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넓으니까 느긋할 수 있어" 그딴 소리 지껄일 때가 아니라고


 


녀석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잰 걸음으로 다가가던 바로 그때


 


 


엄청난 소음의 오토바이 2대가 언덕 밑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중학교 올라오고 나서 가끔씩 마주치게 된 고교생들이다.


 


이 주변에서 제일 마주하기 싫은 타입의 인간이라는 사실은


 


흐트러진 복장과 오토바이 스티커를 통해 판단할 수 있었다.


 


오늘은 왠일로 아침 일찍 학교 나오시네요, 라고 인사치레는 못하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저 윳쿠리들과 부딪혀 넘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큰 소리로 주의를 줄 수 없었다. 무서웠으니까.


 


 


 


윳쿠리들은 달려오는 빨갛고 파란 오토바이를 향해


 


전에 윳쿠리 마리사가 했던 것처럼 뿌꾹~하고 뺨을 부풀렸다.


 


그 상황에서 위협 행동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윳쿠리 나름에는 최대의 방위수단이었을 것이다.


 


고교생들도 그제서야 윳쿠리가 있는 줄 알아차렸는지, 오토바이에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며 윳쿠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옆에 늘어선, 크게 부풀어 오른 윳쿠리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중 한 마리를 들이받으며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개조된 빨간 오토바이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를 갉고 지나갔다.


 


둘 중 한 명은 무사했지만,


 


넘어진 쪽은 팔이 다치기라도 했는지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이때 난 사고 현장을 목격한 것보다 아스팔트에 화려하게 수놓아진


 


윳쿠리의 내용물을 보고 '아아, 정말로 팥소가 들어있구나' 하고 조금 감동했다)


 


 


 


넘어질 땐 이미 그렇게 속도가 붙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엄살 떨만한 상처는 아니었던 데다가


 


어차피 친구가 구급차 불러주겠지 하고 생각하여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새 뒤에서 절규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녹색 오토바이를 갓길에 세운 뚱뚱한 남자가 윳쿠리를 걷어차 죽이고 있었다.


 


그보다 빨리 구급차 부르는게 낫지 않나 생각했으나,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당연하게도, 이 사건은 금방 문제가 됐다.


 


산에서 내려온 윳쿠리는 교통법규 따위 모르기 때문에, 좁은 길과 넓은 길이 있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한다. 게다가 달려오는 차를 피할 생각도 않는다.


 


제때 브레이크가 걸리면 위협이 성공했다고 착각하고 차도에서 뛰어다니길 멈추지 않고,


 


브레이크가 다 안 걸리면 차에 치어 죽을 뿐이니까.


 


이 두 가지 문제로 인해 비슷한 사건은 그 뒤에도 일어났다.


 


 


 


앞으로는 차를 운전할 때 윳쿠리가 앞에 있으면 반드시 정차하고


 


윳쿠리를 차도에서 비켜나게 해야 한다고, 아버지가 밤중에 불만스럽게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전에 그럴 기회가 왔을 때 경적을 울려


 


윳쿠리를 비켜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봤지만


 


한층 더 크게 뺨을 부풀릴 뿐이었다고. 이상한 데에서 용감한 생물이다.


 


윳쿠리는 이 일대 운전자 모두를 적으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점차 마을의 윳쿠리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뜰이 난장판이 된 oo 씨네 뜰을 지나가려는데


 


어제 본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빨간 카츄샤와 작은 빨간 카츄샤가


 


이번엔 통학로에 심어져 있던, 아동회 어린이들이 심은 꽃을 처먹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몇몇 학생은 이 두 마리를 봤을텐데


 


아무도 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은 건가?


 


이걸 말리면 윳쿠리가 살아가기 위해 꽃을 먹는 것을 부정하는 꼴이 되지만


 


꽃이 여기만 피어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이 꽃을 먹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


 


얘들아, 그거 먹으면 인간한테도 너희한테도 안 좋은 일이 생기니까


너흰 저기 있는 잡초를 먹으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오빠야? 도시파는 풀 같은 거 안 먹어!"


 


나는 그날 밤처럼 쓸데없는 선문답을 되풀이하게 될 듯한 예감이 들어


 


아무 말 없이 이 두 마리를 집어든 뒤, 먼저 무거운 놈부터 도로에 내던졌다.


 


좀 따끔한 맛을 보면 집에 쳐들어왔던 윳쿠리처럼 물러나겠지, 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이 촌놈새ㄲ" 미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은 경자동차가 빨간 카츄샤를 박살냈다.


 


 


 


 


 


나는 차에 치어 죽이려고 빨간 카츄샤를 던진 것이 아니었다.


작은 빨간 카츄샤는 힘 없는 왼손에서 스르륵 떨어지더니


 


박살난 큰 빨간 카츄샤에게 힘 없이 다가갔다.


 


나는 운전자를 향해 그냥 지나가라고 부탁한 뒤


 


온몸을 후들거리며 쿵쾅대는 가슴을 억눌렀다.


 


하지만 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 운전석 문이 열리는 것을 본 나는 야단 맞는 것이 두려워


 


통학로와는 전혀 상관없는 계단 길을 향해 내빼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빨간 카츄샤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죄책감보다도,


 


어른한테 야단 좀 맞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돌이켜 보면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내가 윳쿠리의 목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어디선가 비슷한 비명이 들려오는 동안 아무래도 익숙해진 탓인지,


 


놈들이 어차피 만쥬일 뿐이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말은 통해도 회화가 성립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


 


아니면 민폐만 끼치는 주제에 길 한복판에서 저 잘난 듯 뿌꾹~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


 


뭐라도 상관없었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는


 


마을 어디선가에서 윳쿠리의 비명이 들려와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됐고


 


실수로 밟아죽여도 크게 죄책감이 들지 않게 됐다.


 


 


 


그날, 친구들과 집에 가는 길에 윳쿠리의 시체가 굴러다니는 것을 봤다.


친구 말로는 윳쿠리에게 길막 당한 운전자 중에는


윳쿠리를 치울 때 누구 보는 이가 없으면 윳쿠리를 죽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몇 번씩이나 방해당하면 죽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윳쿠리가 약해빠진 생물이라는 사실은 어제 살찐 남자가 윳쿠리를 


 


간단히 발로 차 죽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오른발을 들었다가 전력으로 휘두르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길바닥에 윳쿠리의 시체가 있어도 친구는 놀라지 않았는데, 요즘 저런 게 너무 많아 익숙해졌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최근 만난 적 없는 어머니 친구 3명이 놀러와 있었다.


그 중에는 그날 밤 어머니의 추태를 본 oo 씨도 있었는데


 


윳쿠리가 oo 씨네 자동차 보닛 위를 더럽혀놨다는 듯


 


윳쿠리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주로 윳쿠리에 대한 불만이었다.


 


피해자 의식을 통해 (그날 밤의 피해자가 누구였는지는 각자 판단에 따르겠지만)


 


어머니가 친구들과 다시 예전 같은 사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는 건 어머니였던 모양이다. 깨진 접시가 20장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런 생활이 얼마간 계속되다 보니, 우리 동네에서 윳쿠리의 삶은 4주일 전과는 꽤나 많이 달라졌고, 윳쿠리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점차 냉담해져만 갔다.


우리 집처럼 집에 무단침입 당했다는 사람도 여기저기 나왔다.


 


요 주변에서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좀 떨어진 동네에서는 소음공해도 문제가 됐다.


 


거기에 동네 윳쿠리들에게 있어 영 좋지 않은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윳쿠리가 절대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될 아이들과, PTA를 적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윳쿠리가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다치게 한 사건이다.


 


 


 


어느날 저녁, 평소처럼 윳쿠리들은 사탕을 박으려고 여자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탕을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기다리던 윳쿠리들의 수는 7마리다 됐다고 한다.


 


사탕을 주는 게 이 여자아이 밖에 없었기에 열심히 기다린 모양이다.


 


윳쿠리들이 모이는 장소 근처에 사는 친구가 말하기로는


 


윳쿠리는 여자아이한테 사탕을 받으려고 1시간도 2시간도 계속 기다렸다고 했다.


 


여자아이를 보자 윳쿠리들은 한꺼번에 여자아이한테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날 여자아이는 사탕 봉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선생님한테 들켜 몰수당한 것이다.


 


 


여자아이에게 사탕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윳쿠리는 실망해하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은 윳쿠리가 있었다.


사람들처럼, 윳쿠리 중에도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윳쿠리가 있다.


 


돌아가지 않은 윳쿠리는 자기중심적이고 커다란 체격을 가진 윳쿠리 마리사였다.


 


미안해, 라고 사과하고 몸을 돌린 여자아이의 등을 향해


 


그 윳쿠리 마리사는 몸통 박치기를 했다.


 


앞으로 고꾸라지며 손으로 지면을 짚은 여자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염좌(삠)라는 상처를 입었다.


 


이걸로 윳쿠리는 사탕은 받지 못했을지언정 얼마간은 기분이 풀린 채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윳쿠리에게 있어 영 좋지 않은 사실이 있었으니


 


그 여자아이는 마음씨 착하고 얼굴이 예뻐 반에서 제일 가는 인기인이었다는 점과


그날은 3자면담 때문에 여자아이와 부모가 함께 귀가 중이었다는 점이었다.


 


드디어 인간은 인간을 다치게 한 그 개체만을 위험하게 보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윳쿠리의 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아이의 부모가 구제신청이라도 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통학로의 윳쿠리 시체는 확실히 늘었다.


 


물론 보건소는 죽이고 방치하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 짓이다.


 


예를 들어, 지금 친구가 다리 벌려 넘은 빨간 카츄샤의 윳쿠리'였던 물체'는


 


더러움의 정도로 보아 실컷 차이다가 길 한복판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초등학생이 그런 것 같았다.


 


아이들은 윳쿠리를 '여자아이를 등 뒤에서 공격하는 생물'이라고 인식하고


 


공격의 정당성을 얻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런 더러운 짓을 저지른 것이 그 한 마리 뿐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뒤에서 온 초등학생이 이번엔 빨간 리본 윳쿠리를 돌멩이 차듯 굴리고 있었으나


 


나도 친구도 그걸 말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난 윳쿠리를 좋아하지 않았고,


 


이 생물은 동네에 해만 입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직접 가지고 놀다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초등학생이 그런 짓을 하는 걸 말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분명 친구도 나랑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바퀴벌레를 죽이는 거랑 같다, 고 말이다.


 


 


 


 


 


윳쿠리가 집에 침입한 사건이 마무리된지 딱 5주 정도 지난, 어느 맑은 휴일 아침


 


생긋생긋 웃으며 기분 좋게 커피를 타주던 어머니가


 


쌓인 폐품을 밖에 버리고 오라고 했다.


 


아버지가 술 취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기분이 좋은, 거기에 동생이 얌전히만 있어준다면 가족은 행복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현관에 있던 폐품을 끈으로 묶어


 


양손에 들고 문을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반바지 밖으로 노출된 정강이 부분에 뭔가 부딪히는 것이 느껴졌다.


 


금발에 빨간 카츄샤.


 


분명 나에게 어미를 빼앗긴 윳쿠리이거나, 처음에 집에 침입했던 윳쿠리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먀먀의 원쑤라나 뭐라나 쫑알쫑알 울어대고 있었으나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이걸 본 어머니가 그날 밤 일을 떠올리고 또 다시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운동화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게 하면서


 


한 손에 들고 있던 폐품을 빨간 카츄샤 위에 놓은 뒤 그 위에서 발로 힘껏 밟아 죽였다.


 


 


차를 운전하는 어른들은 윳쿠리를 찔러 죽이기 위해 길고 가느다란 막대를


조수석에 준비하고 운전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윳쿠리는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처분당했다.


 


특히 통학로 부근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며칠 동안


 


집게와 마대자루를 든 학부모회 회원들이 순찰을 돌았다.


 


 


마을은 인간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윳쿠리에 대해 차가워졌으며,


 


사람은 윳쿠리를 밟아죽여도 크게 상심하지 않게 됐다.


윳쿠리는 마을 사람 모두에게 미움 받는 자.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 profile
    류민혜 2015.09.30 02:07
    관리자 : 글양식과 원작자 제목 기타등등을 반영하여 글을 수정했습니다.
  • profile
    미리내미르 2015.09.30 02:07
    감사합니다.
  • ?
    Hatrte 2015.09.30 02:07
    후우...정말 좋은 이야기야.
  • ?
    firetruck 2015.09.30 02:07
    응?사탕봉지는 왜 몰수한거지?
  • ?
    느피피 2021.01.11 11:05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현실적이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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