윳쿠리란 믿음의 힘이 강한 생물이다. 아니, 믿음의 힘 없이는 살아있을 수 없는 날것이다.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만쥬덩어리가 움직이는 것도, 그것들이 상쾌-라는 것으로 아가야를 만드는 것도, 단언컨대 전부 믿음이 있어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만한 요소도 없다. 그렇게 여러 학회에서도 연구소에서도 윳쿠리의 움직이는 행동은 믿음의 힘이라고밖에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연구해봤자 팥소하고 만쥬피밖에 안 나오는데 뭘 어쩌라고.
하지만 이런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보냐. 믿음의 힘이라는 것에 격하게 반발하는 이과생들이 여기 있다. 모두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윳쿠리의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 확신하며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 일단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이름도 유명한 아키대의 윳쿠리과 학생들이다. 윳쿠리과? 웃기는 과네. 윳쿠리를 배우냐? 하고 코웃음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내신등급 1등급 초중반대를 다투는 우등생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힘들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애호파 자퇴비율이 그렇게 높다더라). 마침, 윳쿠리의 생태 과목 교수가 첫 수업을 하고 있다.
"여기는 유동성 있는 팥소로 이루어진 윳쿠리의 저부..."
"저기 교수님, 느긋하게 실례합니다만 여기의 모두들, 그 정도는 다 알지 않나요?"
교수의 말을 끊고, 모히칸 직전인 머리를 한 남학생이 손을 든다. 교수는 익숙한 듯 전혀 언짢지 않은 태도로 대답 대신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기, 학대파 있습니까? 손을 들어주시겠어요?"
예기치 못한 질문에 웅성웅성하지만 잠시 뒤, 햣하- 하고 한 명이 벌떡 일어난다. 손을 들라니까...
그걸 시작으로, 다들 손을 번쩍번쩍 들어서 결과는 교실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은 혐오나, 놀람, 질린다는 표정으로 손 든 학생들을 쳐다본다.
"역시 많군요. 거기 질문한 학생도 그래서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던 거군요. 하지만, 여러분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ppt를 연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로 시작하는 ppt를 하나하나 넘겨 팥소 부분에 화면을 멈춘다. 화면에 나온 사진은 마리사종의 팥소인 듯 검붉은색 팥소 안엔 굵은 팥앙금이 들어 있다. 학생들은 저게 뭐 어쨌다고 그러지? 하며 보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모르겠죠? 여기, 윳쿠리의 팥소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도 보시죠."
교수가 팥소 사진 옆의 현미경 아이콘을 누르자 팥소가 크게 확대된다. 점점 확대된 팥소는 결국 세포 크기까지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세포의 모양은
"대머리...만쥬.....?"
학생들이 술렁인다. 윳쿠리의 팥소를 구성하는 세포는 일반적인 핵과 세포막이 있는 일반적인 세포와는 달리 머리카락과 장식이 없는 대머리 만쥬 모습이었다. 심지어 얼굴은 제대로 갖춰져 있으며, 늣늣하는 소리를 내며 꾸물꾸물 움직이기까지 한다. 학생들이 벙쪄있자 교수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모두 이걸 보니 어떤가요."
"......"
"보다시피 윳쿠리란 것들은 우리가 지금껏 생각하던 것보다도 훨씬 말이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들도 지금 여기에서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생이 윳쿠과를 졸업했지만 그 중 한번도 올해와 같은 질문을 안 받은 적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완전히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교수도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ppt 화면을 끈다.
"그래도 다들 윳쿠리에 관해서 얼추 알고있는 것 같으니, 오늘 첫 시간에는 처음 들을 만한 내용을 얘기해드리도록 할까요."
"네~~~~~"
초등학생처럼 힘차게 대답하는 학생들. 왠지 중간부터 나뉘어 있는 애호파와 학대파 쪽의 목소리 크기가 다른 게 신경쓰이지만 넘어가자.
교수는 들고 있던 ~윳쿠리의 기본~ 책을 내려놓고 펜을 들고 칠판 앞으로 가 선다. 그리고는 그림을 휙휙 그리기 시작한다. 방금 세포 모양으로 보이던, 대머리 만쥬.
"방금 보셨듯이, 윳쿠리의 세포는 이렇게 생겼죠, 우습게도. 이 세상 어떤 생물도 이런 세포 구조는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기본 상식을 완전히 깨잖아...들어본 적도 없다고.."
"그리고 이 세포들은 움직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도 움직입니다만, 이 세포는 완전히 다르죠. 개체와도 같이 이동합니다. 소리까지 내면서요. 그리고 이 세포들은 저부 쪽의 팥소에서 훨씬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수는 잠시 쉬더니 말을 잇는다.
“이 세포들이 발견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해요.”
교수는 말을 이어간다. 학생들은 모두 집중해서 교수를 본다. 졸려 죽겠다는 표정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수업시간이 끝나버린 줄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수업은 수업시간을 10분 넘겨서야 끝이 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모두들 밥 맛있게 먹으세요.”
“교수님 내일 봐요!!”
학생들과 교수들 모두 하루만에 친해진 듯하다. 교수가 나가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수업을 마치고 다들 짐을 챙겨 자리를 뜨려는데, 불청객이 나타났다. 하필이면 윳쿠리과 교실에 들윳쿠리가.
“안녕하시냐구!! 모두 느긋하게 있는거라구~~ 아는거네~~”
첸이다. 들윳쿠리기는 하지만 묘하게 몸도 깨끗하고 건강하게 포동포동한 모습이다. 말투도 그럭저럭 게스는 벗어나있다. 물론 이 대학 주변은 무리에서 깔끔하게 게스정리를 하니까.... 우렁찬 인사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이 밝아지는 소수의 애호파들과 얼굴을 팍 구기는 다수의 학대파들. 첸이 능? 능? 알고이써? 하는 걸 보자 빠직 했는지, 맨 처음 햣하- 하던 학대파 한 명이 성큼성큼 첸에게로 다가간다. 첸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지만 그가 손을 첸의 꼬리로 뻗고 잡으려 할 때, 빠르게 한 애호파가 일어나 그 앞을 가로막는다. 첸은 고양이의 귀와 꼬리가 달려있기에 고양이도 좋아하거나 학대를 싫어하는 애호파는 특히 첸을 괴롭히는 것을 혐오하는 경우가 많다. 애호파는 첸을 뒤로 감추고 노려봤다.
“그냥 들윳쿠리입니다. 얘를 어쩌려는 겁니까?”
“들윳쿠리같은 소리 하네, 그건 그냥 만쥬일 뿐이야. 감정이입 하지 마. 동물 보호를 하고 싶으면 집에 가서 고양이라도 돌보던지.”
학대파는 상관하지 않고 그 뒤의 첸에게 팔을 뻗는다. 그러자 첸을 보호하던 애호는 팔을 강하게 쳐낸다.
“죄송하지만 게스가 아닌 윳쿠리한테 해를 가하게는 안 할 겁니다. 그냥 밖으로 가게 두면 안 됩니까? 애초에 뭔가 깨끗한 게 누군가 키우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데.”
“뭐라는 거야, 놔. 너부터 밖에 던져버린다.”
윳쿠리 싸움이 사람 싸움으로 번졌다. 학대는 첸의 꼬리를 붙잡는 대신 애호의 멱살을 잡고,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인들은 학대파든 애호파든 모두 붙어 둘을 떼어내려 용을 썼다. 야, 첫 시간이야. 이름도 모르는 사람한테 왜 그래? 놔라. 니가 놔라, 이거 분명히 게스도 옹호하는 놈이야. 사회악이라고.
한참 사람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문제의 중심이던 첸은 아, 알고이써- 하며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 모습을 눈치채는 이도 있었지만 둘을 말리기에 바빠 신경은 쓰지 않았다. 주먹질만 안 하지 완전 난장판.
“진정해 진정.”
드디어 둘을 떼어놓지만 학대와 애호는 여전히 서로를 노려본다. 주변 사람들은 첫날부터 이게 뭐야..하고 한숨을 쉬고 있고.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방금 그 첸을 품에 안은 교수가 들이닥친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 교수님!!”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는 애호와 학대를 보자 대충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한숨을 푹 쉰다. 교수가 품에 안은 첸을 사람들에게 보이며 소개한다.
“말을 안 한 내 탓이에요. 얘는 우리 대학의 마스코트. 체에엔입니다. 첸, 느긋하게 있어라.”
“느긋하게 있는거라구!!”
첸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그야 그렇겠지, 자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났는데. 교수가 그런 첸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안심시킨다.
“앞으로 이런 일로는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학대씨도 혹시 보이는 윳쿠리마다 학대할 생각이라면 그만둬주세요.”
그 말에 머쓱하게 눈에 힘을 푸는 학대. 둘을 잡고 있던 학생들도 손을 놓는다. 학대가 먼저 애호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마음고생하던 애호파에게도 매일 팥소에 젖어 있던 학대파들에게도 드물게 따뜻한 광경이다.
“미안해, 취미로 해를 끼쳤네.”
“저도 죄송힙니다. 말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주변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고 있다. 나이 먹을 대로 먹어선 살아 움직이는 만쥬 하나 때문에 이런 초등학교같은 광경을 보게 되다니....
이렇게 윳쿠리과의 흥미로운 첫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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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쓰려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짧아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