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7.03 14:19

'윳'코스 -계산-

조회 수 340 추천 수 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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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ㅡ음."

 

 

막상 상품 진열대 앞에 오니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아까 그 조미료(윳 푸아그라)를 살 생각이었는데…….

 

 

"종류가, 많아."

 

 

균형잡힌 '플레인' 부터 시작해서 땅콩 맛이 나는 쪽의 비율이 높은 '피넛', 반대로 땅콩 쪽의 비율이 적은 '마일드'.

후추의 매콤한 맛을 더한 '페퍼'에 달콤한 맛을 더한 '스위티'까지.

 

 

"아까 먹었던 건 아마 플레인일 것 같은데…."

 

 

원래는 그거 하나만 사 가려고 했지만, 이렇게나 종류가 풍부하면 역시 망설이게 된다.

물론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자면 한 번이라도 먹어본 플레인이 낫겠지만, 역시 다른 맛도 궁금하단 말이지.

 

 

'가격도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진 않고.'

 

 

일반적인 용량의 버터가 500~600엔 사이

이 녀석은 조금 용량이 큰 대신 1000엔이다.

단순 비교하자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ㅡ맛을 본 이상 합리적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가격.

자…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고민 끝에 먹어봤던 플레인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맛들은 다음에 여기 오면 사 가는 걸로 해야지.

이런 식으로 이유를 만들어 두면 다시 찾아오게 될 거고. 나름대로 일석이조라는 거다.

그렇게 정했으면 바로ㅡ.

 

 

"계산해주세요."

"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식당에 들어서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뭔지 모를 시즌 메뉴에 도전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계산이라.

 

 

"……."

 

 

……어쩐지 엄청 긴장되기 시작했다.

얼마가 나오건 괴랄할 정도의 가격이 아니라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걸 감출 수가 없구만.

그래서, 가격은!?

 

 

"세금 포함해서 5500엔 되겠습니다."

"네?"

 

 

놀랐다.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조금 전에 산 '플레인' 조미료의 가격까지 포함해서 5500엔. 조미료 가격을 빼면 4500엔 언저리라는 거다.

고급 식당에서 이렇게 한 끼 먹으면 8~9천엔, 간혹 1만엔은 우습게 빠져나가는 걸 생각하면 거의 반값이 아닌가.

그렇게 질 좋던 음식들 가격이 그것밖에 안 나온다니………놀랍다.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뇨! 생각보다 가격이 싼 거 같아서……. 재료를 직거래 하시나 봅니다."

"네. 그런 것도 있고, 직접 재배해서 쓰는 것도 있어서 생각보다 단가가 비싸게 들지 않는답니다. 저희 가게의 자랑이죠."

"좋네요.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기쁘네요."

"아, 여기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네. ………. 네, 계산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와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점원 아가씨의 정중한 인사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선다.

이야…간만에 정말 좋은 가게를 찾았어.

그나저나 시즌 마다 음식이 바뀐다고 했었지……언제 또 바뀌려나?

 

 

"뭐, 자주 오다 보면 알게 되겠지!"

 

 

아마 확실히 단골 손님이 되고 말겠지.

그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분명 한 주를 버틸 수 있는 활력소가 될 테니까.

 

 

"아~기분 좋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일제 구제날-

 

 

 

 

 

"느아아아!! 가공소다아아아아!!!"

"오지 마! 레이무가 있는 쪽으로 오지 마아아아!!"

 

 

공원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와 아비규환.

가공소의 통일된 복장을 입은 직원들의 손길에서, 윳쿠리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진풍경이 펼져진다.

하지만 '필사적'이라고 해 봐야 윳쿠리들 기준에서의 '필사적'일 뿐. 가공소 직원들에게 있어서 일제구제란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는 다양한 크기의 만쥬덩어리들을 '주워 담는'정도의 작업일 뿐이다.

 

 

"읏차…한 놈 추가."

"놔아아아!! 노라고오오오오오! 뿌꾸할거야!! 뿌꾸우우우우우우욱ㅡ!!"

"네, 네."

 

 

반항이라고 할 것도 없다.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반항이란 있는 힘껏 볼을 부풀리거나, 있는 힘껏 떠들며 험한 말을 내뱉거나 목숨 구걸, 가장 행동적인 녀석들이 힘차게 버둥거리는 정도라지만ㅡ그래봐야 인간의 손에서 벗어날 순 없다.

 

 

"늣! 늣!!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어!!"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윳쿠리로 가득 채워지는 직원의 자루.

약간의 여유를 남기고 꽉 차오른 자루의 주둥이를 묶자 귀를 따갑게 하던 비명소리가 단숨에 잦아든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아무리 줄여놔도 다시 생겨나네요. 신기해라…."

"신기하긴 무슨. 골 때리는 것들이지. …뭐, 우리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만. 아, 전부 잡진 마라. 적당히 남겨, 적당히."

"네엡~."
 

 

윳쿠리를 가공해서 파는 가공소 입장에선 재료는 끊이지 않는 편이 좋은 법.

일제구제라고 하면 그 장소 윳쿠리의 씨를 말리는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두 세 개체 정도 가족 단위의 일가를 남겨 일정한 개체 수를 유지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너무 잡으면 학대파들이 불쌍하잖냐."

"불쌍…이라. 뭐, 어찌 보면 윳학 동료는 맞지만요."

 

 

원래 인생사란 다 그런 거다.

적당히,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것.

 

 

가공소는 원재료를 거저 얻어서 행복.

 

학대파들은 과하게 시끄러워 질 걱정 없이 윳쿠리를 조달할 수 있어서 행복.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행복.

 

그리고 윳쿠리들은ㅡ지나치게 개체가 늘어나 생존경쟁 할 일이 줄어드니까 행복.

 

 

봐라, 일제 구제란 모두가 행복해지는 좋은 일이 아닌가.

 

 

"어쨌거나 빨리 끝내자고. 끝내고 한 잔 해야지."

"오, 쏘시는 겁니까?"

"……시끄러 자식아."

"아…째째해."

"그렇게 말 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잡아."

 

 

평탄하게 대화하며 윳쿠리를 '수거'하는 직원들.

공원이 깔끔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

 

 

 

오오, 어떠셨습니까. 즐겨 주셨나요? 오오.

 

오오, 이번 시즌은 여기까지입니다. 또 언젠가 다시 뵙기를 기원하며,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오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오오.

 

 

 

  • ?
    D51 2017.07.03 16:19
    차기작 기대 할께요 ㅋㅅ
  • ?
    령아 2017.07.03 23:41
    오오, 후일 다시...오오...
  • ?
    LIM0301 2017.07.03 19:24
    55000원이군요...
    싸잖아?!
  • ?
    령아 2017.07.03 23:42
    오오, 주재료(윳쿠리)의 원가가 상상 이상으로 저렴합니다, 오오
  • ?
    위츠타임 2017.07.03 20:07
    우오오오오 ㅠㅠㅠㅠㅠ 저런 가게 나온다면 꼭 가고 만다 ㅠㅠㅠㅠㅠㅠ
  • ?
    령아 2017.07.03 23:42
    오오, 내점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오오
  • profile
    심심한인간 2017.07.03 21:43
    오 싸네. 가고 싶다.
  • ?
    령아 2017.07.03 23:42
    오오, 합리적, 합리적.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오오
  • profile
    mad 2017.07.04 07:47
    지갑이 열리~네요~ 고객이 들어~오죠~
    확실히 윳쿠리는 단가가 매우 싼 재료이니 인건비나 다른 재료가 주 금액을 차지하겠네요
  • ?
    령아 2017.07.04 08:02
    오오, 주요 재료(윳쿠리)로만 따지자면 재료 원가는 거의 거저입니다, 거저.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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