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ㅡ음."
막상 상품 진열대 앞에 오니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아까 그 조미료(윳 푸아그라)를 살 생각이었는데…….
"종류가, 많아."
균형잡힌 '플레인' 부터 시작해서 땅콩 맛이 나는 쪽의 비율이 높은 '피넛', 반대로 땅콩 쪽의 비율이 적은 '마일드'.
후추의 매콤한 맛을 더한 '페퍼'에 달콤한 맛을 더한 '스위티'까지.
"아까 먹었던 건 아마 플레인일 것 같은데…."
원래는 그거 하나만 사 가려고 했지만, 이렇게나 종류가 풍부하면 역시 망설이게 된다.
물론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자면 한 번이라도 먹어본 플레인이 낫겠지만, 역시 다른 맛도 궁금하단 말이지.
'가격도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진 않고.'
일반적인 용량의 버터가 500~600엔 사이
이 녀석은 조금 용량이 큰 대신 1000엔이다.
단순 비교하자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ㅡ맛을 본 이상 합리적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가격.
자…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고민 끝에 먹어봤던 플레인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맛들은 다음에 여기 오면 사 가는 걸로 해야지.
이런 식으로 이유를 만들어 두면 다시 찾아오게 될 거고. 나름대로 일석이조라는 거다.
그렇게 정했으면 바로ㅡ.
"계산해주세요."
"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식당에 들어서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뭔지 모를 시즌 메뉴에 도전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계산이라.
"……."
……어쩐지 엄청 긴장되기 시작했다.
얼마가 나오건 괴랄할 정도의 가격이 아니라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걸 감출 수가 없구만.
그래서, 가격은!?
"세금 포함해서 5500엔 되겠습니다."
"네?"
놀랐다.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조금 전에 산 '플레인' 조미료의 가격까지 포함해서 5500엔. 조미료 가격을 빼면 4500엔 언저리라는 거다.
고급 식당에서 이렇게 한 끼 먹으면 8~9천엔, 간혹 1만엔은 우습게 빠져나가는 걸 생각하면 거의 반값이 아닌가.
그렇게 질 좋던 음식들 가격이 그것밖에 안 나온다니………놀랍다.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뇨! 생각보다 가격이 싼 거 같아서……. 재료를 직거래 하시나 봅니다."
"네. 그런 것도 있고, 직접 재배해서 쓰는 것도 있어서 생각보다 단가가 비싸게 들지 않는답니다. 저희 가게의 자랑이죠."
"좋네요.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기쁘네요."
"아, 여기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네. ………. 네, 계산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와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점원 아가씨의 정중한 인사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선다.
이야…간만에 정말 좋은 가게를 찾았어.
그나저나 시즌 마다 음식이 바뀐다고 했었지……언제 또 바뀌려나?
"뭐, 자주 오다 보면 알게 되겠지!"
아마 확실히 단골 손님이 되고 말겠지.
그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분명 한 주를 버틸 수 있는 활력소가 될 테니까.
"아~기분 좋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일제 구제날-
"느아아아!! 가공소다아아아아!!!"
"오지 마! 레이무가 있는 쪽으로 오지 마아아아!!"
공원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와 아비규환.
가공소의 통일된 복장을 입은 직원들의 손길에서, 윳쿠리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진풍경이 펼져진다.
하지만 '필사적'이라고 해 봐야 윳쿠리들 기준에서의 '필사적'일 뿐. 가공소 직원들에게 있어서 일제구제란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는 다양한 크기의 만쥬덩어리들을 '주워 담는'정도의 작업일 뿐이다.
"읏차…한 놈 추가."
"놔아아아!! 노라고오오오오오! 뿌꾸할거야!! 뿌꾸우우우우우우욱ㅡ!!"
"네, 네."
반항이라고 할 것도 없다.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반항이란 있는 힘껏 볼을 부풀리거나, 있는 힘껏 떠들며 험한 말을 내뱉거나 목숨 구걸, 가장 행동적인 녀석들이 힘차게 버둥거리는 정도라지만ㅡ그래봐야 인간의 손에서 벗어날 순 없다.
"늣! 늣!!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어!!"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윳쿠리로 가득 채워지는 직원의 자루.
약간의 여유를 남기고 꽉 차오른 자루의 주둥이를 묶자 귀를 따갑게 하던 비명소리가 단숨에 잦아든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아무리 줄여놔도 다시 생겨나네요. 신기해라…."
"신기하긴 무슨. 골 때리는 것들이지. …뭐, 우리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만. 아, 전부 잡진 마라. 적당히 남겨, 적당히."
"네엡~."
윳쿠리를 가공해서 파는 가공소 입장에선 재료는 끊이지 않는 편이 좋은 법.
일제구제라고 하면 그 장소 윳쿠리의 씨를 말리는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두 세 개체 정도 가족 단위의 일가를 남겨 일정한 개체 수를 유지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너무 잡으면 학대파들이 불쌍하잖냐."
"불쌍…이라. 뭐, 어찌 보면 윳학 동료는 맞지만요."
원래 인생사란 다 그런 거다.
적당히,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것.
가공소는 원재료를 거저 얻어서 행복.
학대파들은 과하게 시끄러워 질 걱정 없이 윳쿠리를 조달할 수 있어서 행복.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행복.
그리고 윳쿠리들은ㅡ지나치게 개체가 늘어나 생존경쟁 할 일이 줄어드니까 행복.
봐라, 일제 구제란 모두가 행복해지는 좋은 일이 아닌가.
"어쨌거나 빨리 끝내자고. 끝내고 한 잔 해야지."
"오, 쏘시는 겁니까?"
"……시끄러 자식아."
"아…째째해."
"그렇게 말 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잡아."
평탄하게 대화하며 윳쿠리를 '수거'하는 직원들.
공원이 깔끔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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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어떠셨습니까. 즐겨 주셨나요? 오오.
오오, 이번 시즌은 여기까지입니다. 또 언젠가 다시 뵙기를 기원하며,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오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