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하! 놀랍군, 놀라워!"
지금 미친듯이 즐거워하며 크게 웃고있는 이 남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심각해할 때 혼자 분위기와 맞지않게 쳐웃고 있는 이 남자.
그는 백의를 입고 있다.
오른쪽 눈이 의안인 몸첨부 우동게, 알파를 필두로 한 탈주 몸첨부 도스 추적대는 실패했다.
그 어떤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장장 1달을 걸친 도쿄지역 전역의 수색결과는 모두에게 허무함과 실망감, 그리고 긴장감을 주었다.
시로이 쿄우진이란 이 남자 하나만 빼고.
"아무래도 도쿄를 아예 벗어난 걸로 생각됩니다게라. 그렇게 보면 수색해야 하는 지역이..."
"하하하하하하하!"
"시로이씨! 지금 이게 우스운 일입니까!?"
제 1 가공소장이 시로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시로이는 웃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대답했다.
"하하, 죄송합니다. 너무 멋지고 즐거워서 말이죠."
"즐겁다니요!? 당신의 연구결과와 인터넷에서 접한 각종 정보들을 이해한 도스입니다! 그런 녀석이 행방불명인데...!"
"그래서 놀라운 것 아닙니까? 제가 소유한 최고의 실력을 가진 팀으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은신했다니.
녀석의 가능성이 기대되지 않습니까? 녀석이 어떤 굉장한 일을 저질러줄지 기대되지 않습니까? 전 기대됩니다!
그게 너무 기대되어서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져서 말이죠! 흐하하하하하하하!"
"...왜 사람들이 당신을 미치광이라고 질색하는지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겠군요."
"맞습니다, 전 이런 놈이거든요. 이런 미치광이의 본성을 보면 다들 질색하겠죠. 하하하하!"
"쿄우진씨, 이제 어떡합니까? 수색범위를 넓힙니까?"
"아니, 여기서 중지하자."
"뭐라고요!? 녀석은 이미 통상의 도스하곤 차원이 다른 위험개체입니다! 장정 셋을 단숨에 제압하는 날렵함과 정확함,
녀석의 컴퓨터에서 나온 각종 무술과 군사기술에 관한 자료, 한낮에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사라진 은밀함!
녀석은 이미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도스가 아닙니다! 그냥 몸첨부 윳쿠리도 아닙니다! 당신의 무기화 개체와 같다고요!"
"이미 도쿄를 벗어난거면 더 수색해봤자 찾아낼 확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녀석도 마냥 숲에서 어슬렁대지 않겠죠.
가을입니다. 낙엽이 지고 나무들이 앙상해지면 숲속이라도 공중에서 발각될 위험이 있겠죠. 녀석은 숨을 겁니다.
동굴같은 데에 말이죠. 어쩌면 자기 능력으로 직접 만들고 은폐했을지도 모르고요. 그걸 찾는다? 시간과 자원낭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녀석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일겁니다. 몇달동안은 아주 잠잠하겠죠."
"그걸 확신하는 이유는 뭡니까?"
"첫째, 녀석의 목적입니다. 녀석은 저를 통해서, 그리고 제 26 가공소와 인터넷을 통해서 윳쿠리에 대한 인간들의 태도를
철저하게 보고 듣고 조사하고 분석했습니다. 녀석은 윳쿠리에 대한 인류의 태도를 바꾸고자 할겁니다. 혁명이죠.
하지만 녀석은 압니다. 인간 개개인만이 아닌, 인류라는 종족이 가진 힘에 대해서. 그러니 자신의 혁명을 성공시키려면
당연히 신중해야죠. 경찰과 자위대를 상대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해서 철저히 대비할 겁니다. 실제로 봐요,
녀석이 검색한 인터넷 자료 중엔 일본 경찰과 자위대에 대한 자료도 있었잖아요? 그들의 허점마저도 말이죠.
혁명을 성공시키려면 혼자서는 의미가 없을테니 많은 윳쿠리들과 함께 할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 머잖아 겨울이죠.
인간은 쌓아온 기술력 덕분에 겨울에도 팔팔하지만 윳쿠리는 활동력이 저하됩니다. 그 도스 자신이 포함되지 않아도
자신을 따를 윳쿠리들을 고려하면 겨울에 움직이진 않겠죠. 그리고 겨울을 대비해 가을엔 월동준비를 하겠죠.
아무리 빨라도 봄 중순쯤에나 활동할겁니다."
"그럼 두번째는 뭡니까?"
"녀석 자신이 알고있는 것이죠. 녀석은 저에게서 제가 연구한 윳쿠리의 모든 것, 그리고 인터넷의 각종 정보들을 얻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상대해야 할 인류에 대해서도, 자신이 보호해야 할 윳쿠리에 대해서도 말이죠.
여느 도스들이 자기 무리를 이끌고 하는 약탈시도랑은 차원이 다른 일을 준비할겁니다.
더 철저하고, 더 은밀하며, 더 임팩트있는, 인류에게 자신들의 메세지를 전할 그런 혁명을 말이죠.
그러려면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준비하겠죠.
녀석은 그게 가능한 녀석입니다. 뛰어난 전략가이죠. 결코 섣불리 행동해 실패를 맞이하는 꼴을 보지 않을겁니다.
그러니 녀석은 필연적으로 지금은 준비에만 매진하겠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말이죠."
"잠시만요 시로이씨, 녀석이 마치 경찰이나 자위대와의 전투라도 준비하고 있다는 듯한 이야긴데요?"
"듯한 게 아니라 그겁니다. 녀석은 진지하게 이 나라의 합법적 무력집단과 대치할 계획을 짜고 있을 겁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녀석 본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윳쿠리들은..."
"소장님, 한가지 잊고 계시군요."
"네? 뭘요?"
"제가 소유한 무기화 개체들 중엔 평범한 수준의 윳쿠리였음에도 교육과 훈련으로 실력을 갖춘 녀석들이 있단걸요."
"프사이는 전략전술에 능하지만 본인 자체는 평범한 윳쿠리 사나에입니다게라.
입실론도 평범한 키메에마루지만 총기에 관한 지식을 익혀 훌륭한 저격실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게라.
제타, 에타, 세타는 몸첨부로써 그 신체를 활용해 인간의 무술을 익혀 유단자의 자격을 갖췄습니다게라.
저희들 무기화 개체들 중엔 이렇게 본래의 평범한 스펙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른 개체들도 있습니다게라.
쿄우진씨의 의견에 문제는 없다고 알파는 감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게라."
"덤으로, 녀석은 제가 찾아낸 배합식의 약물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몸첨부가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 논문에서 얻은 몸첨부화의 지식을 활용해 자의로 몸첨부로 변이했단 말이죠."
"그, 그 말대로라면, 녀석은 언제든지 몸첨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단 말이지 않습니까!?"
"녀석이 몸첨부의 군대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안되겠군요. 시로이씨가 관둬도 저희 가공소는 해당 도스의 수색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다만 전 관두니 당연히 제 소유의 윳쿠리들도 수색을 중지시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래 당신의 윳쿠리들이었으니까요."
시로이와 알파가 제 1 가공소를 나서면서 알파가 시로이에게 물었다.
"쿄우진씨, 정말 그 도스를 냅둬도 괜찮습니까게라?"
"어떤 면에서?"
"우선, 쿄우진씨가 그 도스가 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을 알고싶어하신 것과..."
"뭐,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못찾았으니 별 수 없지. 계속 수색하기엔 너무 기대치가 낮아. 녀석이 오길 기다리지 뭐."
"그리고 그 도스가 막 새로운 육체를 얻었을 때, 녀석과의 교전에서 느꼈습니다게라. 녀석은 강합니다게라. 위험합니다게라."
"알아. 녀석은 아주 아주 위험하지. 하지만 그만큼 특별하지. 난 녀석이 일으키는 혁명을 보고싶어. 어디까지 저지를지,
어디까지 성공할지, 어디까지 다다를지를 말이야. 내 연구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내 위험도 감수하는 게 나야."
"쿄우진씨 답습니다게라. 검은 독사 일파와 싸우셨을 때도 자신을 사리지 않으셨습니다게라."
"뭐, 난 그런 녀석이니까."
그리고 다음날, 일본 전역의 가공소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모든 가공소들의 본부인 제 1 가공소의 소장이 내건 긴급수색명령.
감시카메라에 마지막으로 찍힌 실루엣과 제압당했던 제 26 가공소의 직원 3명의 희미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몽타주를
일본 전역에 뿌려 해당 몸첨부 도스에 대한 수색명령을 내린 것이다.
모든 가공소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으로 그 몽타주의 몸첨부 도스를 수색하기 시작했고
주민들 사이에도 해당 도스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만 주민들에겐 현실감이 없던 소문이라 금세 잊혀진 모양이다.
제 1 가공소장은 일본의 경찰청과 자위대에도 경고 및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들에게도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던 모양인지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특히 일본 자위대는 여타 국가의 군대와는 그 규정이 달라 정체모를 소문만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이 수색작업은 순수히 일본의 가공소들만이 행하게 되었다.
시로이는 평소와 같은 연구와 실험의 나날을 보내기로 했다.
"자, 이 버섯을 먹어보렴?"
"느? 맛있어보이는 버섯씨네? 데이부에게 바치는거네? 할아범은 훌륭한 노예씨구나!"
"맞아, 그러니까 이 버섯을 느긋하게 먹으렴?"
"그런 말 안해도 느긋하게 우걱우걱할거라구!"
이번 실험은 독버섯의 독이 윳쿠리들의 신체에 작용하는 원리에 대한 연구.
월동준비가 느긋하지 못하다고 노숙윳 무리에서 빠져나온 데이부 하나를 꼬셔 데려와 독버섯을 먹여보고 있다.
"이거 독이 들었얷!?"
"응, 독버섯이니까."
작은 버섯을 통째로 삼켜 씹어댄 데이부는 그 자리에서 팥소를 토하며 죽었다.
"큰주머니 광대버섯. 소화기계통에 작용하는 독성 보유. 사람의 사망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는 버섯이지."
백의의 남자는 죽은 데이부가 토한 팥소를 메스로 떠서 시험관에 담고는 원심분리하고 그 성분을 분석했다.
"무큐, 주인님, 간식가져왔습니다."
"먹으면서 일해 주인. 스파클이 손수 만든 샌드위치야."
"아, 고마워. 거기 중앙 테이블에 놔줘. 실험대엔 독버섯 천지라서 말이지."
"그래서, 이번 실험의 성과는 어때?"
"여러 종으로 한 4,50마리 정도는 같은 버섯으로 실험해봤지만 종에 따른 차이는 없더군."
"무큐? 왜 그런가요?"
"윳쿠리는 해독작용을 하는 능력이 없으니까. 세포 하나하나가 모든 부위의 능력을 구사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어느 부위의 세포도 해독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군. 보통은 먹은 건 그대로 즉각 소화되어야 하지. 썩은 것도 잘 먹잖아?
근데 독버섯의 독은 소화되기 전에 작용해버리더군. 독이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음식물처럼 곧장 몸으로 퍼지니
전신이 바로 독에 중독되어버리지. 해독능력이 없는데 몸의 크기도 작으니 한입만 먹어도 치사량이지."
"이게 그 독버섯이야? 보기만 해선 잘 모르겠는데."
"원래 버섯은 온갖 종류가 있고 독버섯도 마찬가지지. 특별히 식용과 독버섯이 가진 구별법 따윈 없어.
통념과는 달리 알록달록해도 식용인 버섯도 있고 밋밋해도 독버섯인 것도 있지.
어떤 동물들은 독버섯의 독이 작용을 안해 먹어도 멀쩡하고, 어떤 건 사람한텐 괜찮으면서 곤충한텐 독이거나.
버섯의 특징만으로는 독버섯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지. 그러니 그냥 야생버섯은 안먹는 게 최고야."
"무큐, 하지만 야생에서 사는 윳쿠리들은 종종 버섯을 먹기도 하잖아요?"
"모르니까. 인간들도 멋모르고 버섯 따먹었다가 죽는 일도 있거든. 윳쿠리는 더 모르니 마찬가지인거지."
시로이는 한손엔 샌드위치를 들고 먹으면서 컴퓨터에 나타난 데이터를 정리했다.
"그래도 독의 작용엔 종류가 있더군."
"독의 작용이라고?"
"독도 종류란 게 있지. 무기물이냐 유기물이냐, 신체 어디에 작용하느냐. 소화기냐 신경계냐 환각이냐 등."
"근데 윳쿠리는 팥소세포가 다 똑같은 거 아니었어? 그런데도 차이가 있는거야?"
"그 팥소세포 내의 어느 기관에 작용하느냐의 차이로 독의 작용에 차이가 나는거지."
시로이는 모니터에 여태까지의 데이터를 띄워 맛치와 플라티나에게 보여주었다.
"너희가 흔히 아는, 독버섯 먹고 죽는 증상은 팥소를 토하고 색이 검게 변질되는 것이었지. 소화기 계통에 작용하는 독이야."
"헤에~? 다른 독들은?"
"환각계통은 말 그대로 환각을 보지. 마약에 취한 듯이. 하지만 인간과는 작용에 다소 차이를 보이더군."
"무큐? 차이라뇨?"
"윳쿠리는 해독기관이 없어 어떤 독이든 즉석으로 작용하지. 환가계통이 원래 좀 빨리 드는데 윳쿠리한텐 차이가 없지.
다만 환각버섯은 환각, 흥분, 마비 등의 작용은 해도 인간을 죽일 정도의 독성은 없는데 윳쿠리는 죽더군.
먹자마자 환각을 보거나 극도로 흥분하고, 경련하거나 마비되거나. 그러다가 한 10분 정도면 죽지.
그래도 여타 독버섯에 비하면 늦게 죽는 편이랄까?"
"그럼 이, 소화계 신경계 모두 작용하는 독은?"
"말 그대로 소화계와 신경계 양쪽에 작용하는 독이라 소화계통과 환각계통의 증상 모두 나타날 수 있는데
소화계통의 증상에 의한 죽음이 먼저인지라 신경계엔 작용할 틈이 없더군. 윳쿠리한텐 사실상 소화계통 하나인 셈이야."
"소화기에만 작용하는 독버섯처럼 죽는다는 거구나. 환각을 보기도 전에."
시로이는 샌드위치를 다 먹고 말을 이어갔다.
"일단 더 실험해보긴 할건데 이대로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결론내야겠어. 이젠 데이터의 보강만 하는 셈이려나.
환각버섯을 제외한 모든 독버섯들은 소화계통 독성작용의 현상을 보여 즉시 구토나 설사를 하며 죽고
환각버섯은 환각을 보고 정신착란, 흥분,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10분 정도면 그대로 굳어서 죽는다."
"이번 실험, 간만에 하는 거라고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그런 것 치곤 싱거운 결론이네 주인."
"그러게. 독버섯도 힘들게 잔뜩 구해놨는데. 중독으로 죽은 윳쿠리는 사료로도 못써. 팥소에 독이 남아서."
"무큐, 노숙윳만 실험에 쓴 이유가 그거였군요?"
"보관실에 보관중인 녀석들은 일단 모아둔 녀석들이라 아깝잖아. 폐기하더라도 사료로 갈아야지."
"어? 그러고 보니까 이 불투명한 밀폐용기에 담긴 건 뭐야? 이것도 독버섯이야?"
"붉은사슴뿔버섯. 극악의 맹독버섯이지. 이녀석은 독성이 너무 강해서 한밤중에 야외에서 실험할거야."
"흐음... 도와줄 건 있어?"
"실험 전에 노숙윳들 좀 잡아와줄래? 실험체로써. 그것만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자. 이녀석은 위험하니까."
매우 진지하게 위험함을 강조하는 시로이.
어지간한 위험에도 아랑곳않는 미치광이가 이토록 신중할 정도인 것에 맛치와 플라티나도 긴장하며 이 말을 명심했다.
그날 밤, 실험은 아예 인적이 드문 낡은 공원에서 실시되었다.
플라티나는 10~15마리 정도의 성체와 각 가정마다 한두마리 정도의 새끼를 가진 무리를 통째로 유인해왔다.
"느? 썩을 레미랴, 달콤달콤씨는 어딨는거냐제!?"
"달콤하진 않지만, 어쨌든 맛있는거야. 이 인간씨가 줄거야."
"그럼 빨리 달라구 할아범!"
"주인, 이정도면 충분할까?"
"이녀석의 위력을 생각하면 이만한 숫자도 충분할 정도지. 이제 가봐."
"알았어. 주인도 조심하고. 뭔진 몰라도 주인이 긴장할 정도면 정말 위험한 놈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플라티나는 날아서 돌아갔다.
플라티나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시로이는 진갈색의 불투명한 밀폐용기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엔 다홍빛에 사슴뿔마냥 삐죽삐죽한, 오히려 지옥의 악마의 손아귀같은 형상의 버섯이 있었다.
시로이는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고 그 버섯을 꺼내 조각내어 이 윳쿠리 무리에게 뿌렸다.
"자, 여기 원하시던 달콤달콤 버섯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느느! 달콤달콤!"
"마리사가 먼저다제!"
조각내어 뿌린 덕에 서로 먹겠다고 치고박으면서도 어떻게든 모든 윳쿠리들이 이 독버섯을 먹었다.
그들 모두가 동시에 우걱우걱댔고, 행복을 외치려는 순간, 지옥도가 펼쳐졌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반적인 비명이 아니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귀신들이 지르는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
이 버섯을 먹은 이 윳쿠리들 모두가 동공이 완전히 뒤집혀 뒤로 넘어갔다. 흰눈이 되었다.
눈과 입에서 썩은 물이 흘러내렸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경련하며 집단으로 발작했다.
흐르는 썩은 물은 눈과 입으로 그치지 않고 생식기와 아냐루에도 흘러내렸으며, 그 색이 마치 검붉어 피와 같았다.
중독된 윳쿠리들은 점점 피부도 썩어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구멍으로도 썩은 물이 새어나왔으며
뒤집힌 흰눈도 썩은 물에 색이 물들어 점차 붉게 변해갔다.
비명을 지르는 윳쿠리들 중에는 썩은 물로 된 거품을 부글대면서 정체불명의 말들을 늘어놓는 녀석들도 있었다.
시로이는 그 윳쿠리들 중 한마리에게 뇌파를 간단하게나마 측정할 수 있는 휴대형 장치를 붙여봤다.
그 불안정성은 이미 환각을 본다는 수준의 레벨이 아니었다.
이 윳쿠리들은 단순히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면서 어떤 끔찍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을 설명받는 것은 단두대에 목이 잘린 사람의 머리에 아직 숨이 붙어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시로이 쿄우진조차도 이들이 죽어가면서 보는 광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오직 지금 죽어가는 이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그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것은 인간조차도 미쳐버릴 정도의 공포스러운 광경일 것이다.
"트리코테신. 붉은사슴뿔버섯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진균독. 인간의 치사량도 3~10g. 인간이 중독될 경우
그 증상은 구토와 설사에서 피부괴사, 탈모, 혈구세포 감소, 호흡곤란, 언어장애, 복합장기부전, 뇌장애 등.
보통 2일 정도면 죽으며, 운좋게 살아도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후유증으로 소뇌의 축소와 피부괴사를 달고 산다.
냉전시기에 생화학병기로도 쓰인 적이 있을 정도의 맹독. 윳쿠리가 먹으면 이렇게 되는건가.
이거야 원, 오히려 즉시 팥소 토하고 죽는 다른 독버섯들이 자비로운 편이구만."
중독된 윳쿠리들의 끔찍한 발작은 5분정도 계속되었고, 그 시체는 모두 썩어 질척하고 물컹해졌다.
시로이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한 뒤에 낙엽들을 모아 그 윳쿠리들의 시체 위에 얹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불태웠다.
"인간에게도 위험한 독극물. 불로 태워서 조금이라도 독성을 태워버리는 게 좋겠지."
물론 이런다고 괜찮아지란 보장은 없다. 독버섯이 익혀먹는다고 괜찮던가.
해독법도 없는 극맹독이다. 이렇게 태운다고 독성이 없어질지는 많은 과학계 학문에 정통한 시로이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독이다. 혀만 살짝 대도 몸이 마비되는 독이다.
시로이로썬 어떤 식으로든 독이 퍼지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했다.
다행히도 이 공원은 종종 학대파들이 윳쿠리들을 죽여대기 위해 찾아오는 장소인 탓에 윳쿠리 사체 청소용으로
윳쿠리 폐기함과 함께 비닐과 삽이 비치되어 있다. 시로이는 공원의 가장 안쪽 구석에 삽으로 땅을 파서
불이 사그라든 잿더미와 윳쿠리의 썩은 사체와 그 물이 스며들었을 흙을 파서 비닐에 담아 묶어
아까 판 구덩이에 넣고는 묻었다. 무언가 묻혀있다는 흔적이 드러나지 않게 평평하게 하고 남은 흙은 주변에 뿌렸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시로이는 그 공원을 뒤로 한 채 떠났다.
"이것만큼은 예상 외의 결과로군. 그냥 즉사할 줄 알았는데 트리코테신이 윳쿠리에겐 이런 수준의 작용을 할줄이야.
역시 연구라는 건 해보지 않고는 그 답을 알 수가 없군. 뭐, 그래서 흥미진진한 거지만. 너도 그렇겠지? 몸첨부 도스."
그로부터 며칠. 다행히도 시로이의 한밤중 실험이 문제가 되진 않은 모양이다.
시로이는 한동안 실험을 하지 않고 그 낡은 공원을 계속 관찰했지만
그곳을 다녀간 사람이나 동물, 윳쿠리 중 어느 누구도 중독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실험처럼, 시로이가 하는 실험은 때때로 실험체 윳쿠리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해가 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 위험히 터지고 그 책임이 시로이에게 있음을 들켜 책임을 지게 되면 시로이는 더이상 연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기적인 이유로 시로이는 이처럼 위험한 실험의 뒷처리는 꼼꼼하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연구욕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이나 타인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연구에 미친 광인, 시로이 쿄우진이란 남자다.
그가 선행을 할 때가 있을지언정 그는 결코 선인은 아니다.
이 미치광이 연구자는
명백한 악인이다.
요 며칠간 그 공원을 관찰하며 안전함을 확인한 그는 그대로 다음 연구를 하러 돌아갔다.
설령 이 이후에 문제가 생겨도 나몰라라 할 작정을 하고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