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보는 플랑(ベランダから見るふらん)
토시아키 80kb
애호, 관찰, 구제, 들윳, 자매, 포식종, 도시, 현대, 독자설정, 5작째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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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고용과 장거리 출장 없음을 내세우던 우리 회사로부터의 발령을 받아, 나는 갑자기 도쿄로 출장 가게 되었다. 일개 말단 회사원으로서는 당연히 얌전하게 따르는 것 이외의 선택지 따위는 없어서, 나는 지금 사이타마에서 살고 있다.
여기는 도쿄와 사이타마의 현 경계 부근... 보다 약간 내륙에 있는 도시로, 이른바 베드타운(Bed town)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역이나 인프라는 나름대로 갖춰져 있지만, 음식점이나 상점이 어중간하게 있거나, 규모 작거나, 주택지만 있는 마을같은, 까놓고 말해서 분위기는 내가 살고 있던 시골 마을과 큰 차이 없다.
주거도 레오팔레스의 가구, 가전 첨부 아파트이기 때문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편안함에 박차를 가한다. 역에서 도보로 20분, 5층 아파트에서 4층의 403호실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다. 유감스럽지만 엘레베이터는 없다.
출장지의 수배 따위는 전부 회사 마음대로, 근무처는 도내에서 주거는 현 경계 부근의 아파트, 같은건 자주 있는 이야기다. 집세는 모두 출장 체류비로 처리되고, 마을 자체는 꽤 살기 좋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하지만 직장까지의 거리만은 달랐다. 도보 포함 편도 통근 2시간 미만은 꽤나 빡빡하다.
일 자체도 긴급 지원으로 불려진 만큼 매일 야근 투성이다. 3개월의 단기 출장인 것이 유일한 구원이지만, 도쿄에 온 지 벌써 1개월이 지났는데도 야근과 출퇴근 시간 탓에 밤의 도쿄를 돌아볼 틈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말도 잿빛이다. 토요일은 피곤해서 잠만 자고, 일요일은 청소나 세탁등 모인 집안일에 쫓기고 만다. 식료품 구매나 밥 만들기 등도 하고 있으면 더더욱, 휴일 따윈 금방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다행히 취업을 계기로 고향에서 도쿄로 이주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기분전환으로 술 마시러 가는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는 시프트제로 휴일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예정이 맞지 않고, 내 쪽도 휴일 출근 탓에 놀 여유가 없어지는 일이 자주 있으므로, 현재는 가끔 전화로 근황 보고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라는 것으로, 나의 생활은 도쿄에 오고 나서 여러가지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진심으로 릴렉스할 시간은 있다. 그것은 일을 마치고 귀가해서, 욕조에 잠기고,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고, 내일의 준비를 마친 뒤, 베란다에 나와 한숨 돌린 그 순간을 말한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는 방의 전등 같은걸 전부 끄고 작은 베란다로 나가 있다. 여기에서는 밤에 가라앉은 마을의 풍경이 상당한 범위까지 내려다보인다. 겨우 4층 정도의 아파트 높이에서도, 단층집이나 단독주택의 민가가 많은 이 주택지는 내려다보기에는 충분하다.
불빛이 사라진 깜깜한 단층집 독채, 모든 방의 불이 켜진 신축 2층집, 평소에는 영업하지 않는데 밤에는 불이 켜지는 이발소 등, 집들의 모습은 여러가지다. 멀리 초등학교의 운동장이나 희미하게 녹색으로 빛나는 병원 등도 보인다.
켜져 있는 가로등은 드문드문 있지만, 막차시간도 끝난 심야의 주택가를 걷는 사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다. 드물게 과음한 술주정꾼 정도가 지나다니지만, 오늘은 아무도 다니지 않는 것 같다. 가로등은 사람이 없는 어두컴컴한 골목이나 블록 담을 그저 멍하니 비추고 있다.
나는 베란다의 난간에 기대서 그런 풍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의 방침과 보조금의 혜택에 의해 각 방의 방음성이 높기 때문에 아파트 쪽은 매우 조용했고, 애초에 이 시간이 되면 주민의 대부분이 잠드는 것 같았다. 때때로 멀리서 차가 달리는 소리나 어딘가의 집에서 생활 소음이 울리는 정도로, 이 주변은 어둠과 정적에 휩싸이고 있다.
이렇게 온화한 밤 바람이 맞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힐링이 되지만, 릴렉스를 위한 메인디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각 지역의 가로등에 비춰진 쓰레기장 등에 차례차례로 시선을 떨구고 그것을 기다린다.
그러자 내 아파트에서 2개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둔 맞은편 사거리에 있는 쓰레기장에 뭔가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언제나처럼 메인디쉬가 솟아난 것 같다.
어슬렁어슬렁 쓰레기장으로 찾아온 것은 들 윳쿠리의 마리사였다.
「━━━!! ━━━━━━!! ━━━!!」
이 근처는 조용하지만, 역시 거리가 멀어서인지 그 마리사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는 알수없다. 하지만 기쁜듯한 얼굴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대체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마 「느와아! 대량! 인 거제!」 라던가, 그 정도겠지. 지금 확실히 눈 앞의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한 가정용 봉투에 달려들려는 마리사를 보면 간단하게 추측할 수 있다.
그야말로 들윳같은 엉망진창인 겉모양이나 흔한 리액션을 보건대, 그 마리사에게 깊은 배경이나 사정 따위는 없을 것 같다. 종종 있는 윳쿠리 부부의 사냥 담당이 우연히 이 지역에 쓰레기를 뒤지러 왔을 뿐이겠지.
보통은 「어째서 들윳이 포식종이 들끓는 위험한 심야에 일부러 사냥에 나가 있는 건가?」라고 의문이 들겠지만, 여기에서는 일상이다.
이 마을의 좋은 점으로서 윳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있다. 이것은 내가 출장 오기전에 살던 집에서 윳쿠리때문에 잔뜩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세일즈 포인트이다.
이 마을은 정비된 주택지 뿐이라 건물 그늘이나 뒷골목, 공원 같은 들 윳쿠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장소는 거의 없고, 야생 윳쿠리가 마을로 내려와 들윳화 하는 근원이 되는 숲이나 삼림 같은 것도 이 부근에는 없기 때문에, 들윳이 발생 ・ 정착하기에 매우 어려운 환경에 있다.
더불어 밤이라도 가로등 같은 불빛이 많은 이 지역은 포식종에게 있어서의 사냥이 쉽고, 정기 구제나 쓰레기장의 보호 같은 행정 윳해대책도 제대로 기능하고 있으며, 거기에 실력 좋은 지역 윳쿠리들까지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들윳 따위는 조금도 버틸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윳쿠리라는 것은 반드시 어디서 기어나와 솟아나는 것이다. 행정이나 민간 대책부서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낮에는 나름대로 억누르고 있어도, 야간이 되면 어떻게 해서든 들윳 떨거지들이 발생해 버린다.
게다가 행정 측의 윳해대책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지역 주민 모두가 제대로 룰을 지키는 것도 아닌 게 일반적이다.
야간은 들윳이 다수 출몰한다고 아무리 충고해도 밤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집적 박스에 들어가지 못한 쓰레기 봉투를 박스 옆에 대충 버려두고 가는 민폐행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쓰레기라는 이름의 진수성찬을 요구하며, 낮의 구제를 피한 들윳은 밤의 어둠을 틈타 찾아 온다. 그리고 매일매일 전광석화로 포식종에게 습격 당하거나, 야간 경비에 힘쓰는 지역 윳쿠리에게 구제 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자기 전 30분 정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마음을 릴렉스하는 힐링 시간이며, 이미 반쯤 취미로 변한 나날의 습관이다. 원래 집에서 들윳에게 애를 먹고 있는 만큼, 성가신 윳쿠리가 차례차례로 처리되어 가는 아래의 광경은 보고 있으면 꽤나 기분이 좋다.
스스로도 이상한 취미라고는 생각하지만, 여러가지로 나타나는 들윳이나 포식종들의 배경 이야기를 상상 하거나, 로테이션을 짜서 찾아오는 지역 윳쿠리의 일하는 실력을 마음대로 평가하고 있다보면, 꽤나 즐겁고 질리지 않는 것이다.
자, 그럼 그 마리사는 어떻게 될까. 오늘은 아직 지역 윳쿠리 순회는 오지 않았고, 포식종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죽기 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맛보고 최후의 행복을 얻는 건 가능할 지도 모르겠네....라고 생각하면, 순식간에 포식종이 한마리 나타났다. 플랑이다.
허겁지겁 쓰레기봉투를 물어 뜯으려던 마리사는, 거의 코앞까지의 거리에 접근한 플랑을 비로소 눈치채고, 절규했다.
「━━━━━━아아아아!!! ━━━━━━━━━━━━늣!!! 」
역시 이 거리에서도 단말마의 외침은 조금은 들린다. 하지만 일순간으로 플랑에게 붙잡힌 마리사는 바로 조용하게 되었다. 그 플랑은 마리사를 물고있는 채로 공중으로 돌아가,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저녀석은 매일같이 이 지역에 오고 있는 플랑이다. 전부터 드문드문 나타나더니 최근에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왠지 날개의 보석 같은 부분이 검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다. 항상 한 마리로 행동하고, 들윳을 찾아내면 쓰레기뒤지기같은 민폐 행위를 할 틈도 주지 않고 붙잡아 버리는 유능한 포식종이다.
하지만 조금 괴짜이기도 하다. 노리는것은 항상 마리사종 만으로, 게다가 먹는 것보다 붙잡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도 모처럼 잡은 마리사를 먹는 기색도 없이 다음 들윳을 찾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는 사냥감이 없다고 판단한 플랑은 처리한 마리사를 바로 옆의 전봇대 승강용의 손잡이로 꽂고는 어딘가로 날아갔다.
마리사는 아직 미묘하게 숨이 붙어 있는듯, 때때로 경련하며 구멍이라고 하는 모든 구멍에서 내용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평범한 팥소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역시 더러워 보이는구만.... 그렇지만, 그 오물은 땅이 아닌 음식물 쓰레기를 채우기 위해 벗었을 마리사 자신의 모자로 깔끔하게 낙하하고 있었다.
역시 유능한 포식종, 뒤처리도 인간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골목을 더럽히지 않으며, 악취에 의해서 다른 들윳을 접근시키지 못하고, 마리사를 한계까지 고통을 주는, 일석삼조다. 세 번째는 딱히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고, 전봇대 손잡이에 팥소가 달라붙는 것도 안 좋지만.
그나저나 이 방식은 처음 보네. 전봇대의 중간에서 효수된 머리처럼 되어 있는 마리사 같은건, 갑자기 밤길에서 마주치면 상당한 공포다. 어차피 나중에 뒤처리 하러 돌아오긴 하겠지만....
그리고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눈 앞의 사거리 부근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거기라면 꽤 가깝고 주위도 조용했으므로, 여기에서도 윳쿠리의 대화가 보통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 다음은 어떤 윳쿠리가....
「망할! 기다려 이녀석!」
「느히이이이이익!! 이상한 날개인 플랑은 얼른 어딘가로 거버리는거제!! 」
뭐야 또 아까의 플랑인가, 라고 나는 흘려 넘길 뻔했다. 그녀는 검은 날개를 열심히 흔들며, 새롭게 발견한 마리사를 뒤쫓고 있다.
그 마리사는 무려 사육용 씽에 타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도주하고 있는 마리사에게서 플랑은 꽤 멀리 떨어져 있으며, 상당히 성능이 좋은 씽 임을 알 수 있다.
마리사가 플랑에게서 도망치고 있는 상황이나, 씽에 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꽤 상태가 깔끔한 모자나 걸음마를 보건대, 씽을 가지고 겟 와일드를 한 직후의 전 애완 윳일까.
그 모자에는 뱃지 비슷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 떼버린건지, 주인이 가져가 버린건지.... 이유는 모르지만, 뱃지가 없는 시점에서 똑똑한 개체가 아닌 것은 확실하겠지.
「느히이이... 늣?... 느헷헷헷. 거기 필사적으로 날고있는 플랑은 마리사님을 따라잡을 수 없는 거제? 느림보!! 쓰레기!! 무능 플랑!! 」
「으그그그극!」
이윽고 자신의 쪽이 빠르다고 깨달은 마리사는 씽 위에서 실금 하면서 울고불며 아우성치고 있던 태도를 돌변해서, 플랑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나쁜데다가 게스였던 모양이다.
저 녀석은 비록 플랑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는 해도 오래 살 수 없겠지. 애완윳이든 들윳이든 윳쿠리의 성품의 좋고 나쁨은 생존율에 직결되며, 지금도 플랑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속도를 내고 있다. 만약 그대로 골목으로 굽어간다면....
「느려!! 엄청 느려!! 느갸하하하!!! 그럼 안녕이다제 쓰레기 플... 느베아아앗! ?」
아니나 다를까, 최고 속도로 샛길에 급선회 하려던 나머지 마리사의 씽은 엄청난 기세로 회전했다. 관성에 따라 마리사도 화려하게 날아가고, 골목을 뒹굴뒹굴 구르다가 민가의 담장에 격돌한다.
「부베에에에에에에엑!! 아뱌! 이겨 엄졍 아뱌...늣? .......느왓, 아와와...!」
순식간으로 엉망진창인 들윳 같은 외모가 된 마리사는 아픔으로 소리치는 것도 잊은 채, 고철더미로 변한 씽를 눈앞에 두고 절망의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이쪽이지!? 죽인다! 절대로 죽여버리겠어!」
「느힛...! ...! 늣...!」
「죽여...... 어라, 없어... 어째서...!?」
「.........읏」
「... 으그극! 어디야!?」
살기에 가득 찬 플랑의 목소리를 들은 마리사는 근처에 도로에 주차되어 있던 스쿠터와 전신주의 그림자로 뛰어들어 몸을 숨겼다. 플랑은 그 모습을 찾아낼 수 없어서, 분개하며 골목의 끝으로 날아 간다. 오오, 잘도 넘어갔구나 저 마리사. 운이 좋은 것 같다.
플랑이 그 마리사를 못 찾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너덜너덜하게 더러워진 몸과 모자는 어두운 골목 구석에 잘 녹아들어 있었고, 망가진 씽이 굴러가던 방향도 마리사와 마찬가지로 플랑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 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적적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도, 앞으로 좋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느껴진다. 씽을 잃고, 갈 곳도 없고, 엉망진창이 된 몸인 들윳화한 윳쿠리에게 미래따윈 없을 것이다.
마리사도 역시 그 정도의 일은 알고 있는 듯, 플랑이 떠났는데도 전신주의 그림자 속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으며, 희미하게 떨며 흐느낄 뿐이었다.
그런 마리사를 잠시 바라보고 있으면, 방금전 플랑과 마리사가 지나간 눈 앞의 사거리의 쓰레기장에 다른 윳쿠리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마리사가 아니네.
「아가야! 좀있으면 밥씨가 잔뜩 먹을수 있으니까! 함께 힘내자구!」
「배교퍄아아아아아!! 배교퓨댜구우우우우우!!」
「레이뮤도!! 레이뮤도!!」
「뾰와아아아아아아아!!! 」
「느긋... 기달려져, 옴먀야... 그쪽은 위험햐댜구... 기댤... 늣...」
이런이런 이거 안돼겠네. 전형적인 구제 대상인 들 윳쿠리이다.
거기에는 너덜너덜하지만 약간 살쪄 있는 들윳 레이무와, 4마리의 아이 레이무에도 못 미치는 깡마른 레이뮤들이 일렬로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이 있었다.
아마 사냥 당담인 짝이 죽고, 비축 식량을 다 먹은 레이무가 먹이를 찾아 둥지에서 기어 나온 것이다.
사냥에 아이 윳을 데려 오는 것, 아이 윳들은 여위어 있는데 자신은 비만인 것, 도로를 건너지 못하고 이미 절명한 한 마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 등, 한눈에 봐도 상당한 쓰레기 부모임을 알수 있었다.
큰소리로 외치고 있을 뿐인 아이 윳들도 영 좋지 않은 것 같다. 도로 중간에 거무스름해진 레이뮤만은 약간 선량해 보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불리한 처지가 되어 가장 약해져 버린 거겠지. 각박하지만 자주 있는 이야기다.
어쨌든, 심야에 시끄럽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포식종의 주목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데다가, 야간 경비 중인 지역 윳쿠리에게도 소음을 일으키는 들윳은 제일 우선시하는 구제 목표이기 때문이다.
「느늣! 겨우 도착했다구! 느긋하지 않는 길이네! 그럼 상자씨! 느긋해 하지 말고 음식을 가져오라구! 달콤달콤이라도 좋아!」
「―――――――――――――――!! ―――――――――――――――!!」
「―――――!! ―――――!!」
「―――――――――!!」
무거운 몸 때문인지 운동부족 때문인지, 질질 기어가며 이동하고 있던 레이무는 겨우 쓰레기 집적 박스에 도착해, 그 박스를 향해 자신만만하게 으스대며 실현 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밥은 자라 나는 것, 자신에게 헌상 되는 것, 이라는 흔한 게스적인 사고구나. 혹은 단순히 무식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레이무의 뒤에서 꺄꺄 떠들고 있는 아이 윳들의 대사는 흘려듣기로 했다. 어차피 똑같은 내용만 말하는 데다가, 소란스러울 뿐이다.
마침, 그런 레이무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길 건너편에서 마침내 몇 마리의 지역 윳쿠리가 나타났다. 지난주 쯤부터 이 지역 담당이 된 듯 한 묭을 리더로 하는 팀이다. ...끝장났네, 레이무. 나무아미타불.
묭, 첸, 앨리스, 마리사의 총 4마리로 한 팀인 듯 한 그녀들은, 각각 장식물에 남색 전용 뱃지를 착용 하고 있다. 선두는 묭으로, 그 뒤로 첸과 앨리스가 이어지고, 최후미에 마리사가 트레일러 같은 들윳 포획용의 우리를 연결시킨 대형 씽을 몰고 있었다.
그녀들은 레이무들에게 꽤 접근해 있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얼굴을 찡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소란스러운 레이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묭 일행의 목소리에만 집중해서, 어떻게든 그 대화 내용을 듣는다.
「...시끄럽네. 하지만 저 레이무의 행동만으로는 구제할만 한 레벨이 아니네요」
「으음, 그렇게 되면 어렵다제. 도망칠 수는 없겠지만」
「하아~ 귀찮은거네, 빨리 쓰레기 박스에 처들어 갔으면 좋은거네」
「불필요한 싸움은 하지 않는 묭. 현행범라고 판단할 수 없는 이상, 우선 묭이 이야기하는 묭」
「...알고있는거네」
아무래도 묭 일행은 레이무들의 대처에 대해서 협의하고 있던 것 같다. 그러나 곧바로 팀내의 이야기를 정리한 묭은 혼자서 레이무의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집적 박스를 매도하기 시작한 레이무를 향해, 차분하면서도 잘 들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상자씨! 적당히 해줘! 레이무 화낼 거야! 빨리 달콤달콤을...」
「어이 거기 빽빽 시끄러워 쓰레기 돼지 리본. 얌전히 투항한다면 당장 편하게 해 줄 테니까, 그 응응보다 더러운 궁둥이 끌고 빨리 이쪽으로 오라묭」
「...늣......?」
갑자기 낯선 윳쿠리에게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조롱당한 레이무는, 집적 박스에 대한 매도를 멈추고, 멍한 얼굴로 묭을 되돌아 본 채로 굳어져 있었다.
...평소대로의 흐름이다. 저 묭은 대화라고 칭하며 어쨌든 상대 들윳을 도발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알고 있지만, 너무 노골적이지 않을까하고 무심코 생각해 버린다.
묭의 후방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팀의 윳쿠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 것인지, 반쯤 포기한 듯한 기가 막힌 얼굴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말이지, 품위가 없어...」
「리더가 가장 먼저 싸움을 거는 건 뭐인거네...」
「평소의 일인 거제. 뭐, 결국 이게 제일 이니까 말이제」
마리사의 말대로인가. 묭의 방식은 과격하다고 할까, 트집 잡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지만, 확실히 효율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역 윳쿠리가 들윳을 잡을 때에는 "무언가의 윳해를 일으켰다" 라는 죄의 증거가 필요하게 된다. 가장 빠른 것은 윳해 현장을 덮쳐서 현행범으로 잡는 것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저 레이무는 귀찮은 타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들윳이 일으키는 대표적인 윳해로서는, 뒷골목에 골판지 등으로 둥지를 만드는 것, 사냥이라 칭하며 가정 쓰레기를 뒤지는 것, 배설물 등으로 골목이나 건물을 더럽히는 일, 큰소리로 아우성치고 소음을 일으키는 일, 직접 사람을 향해 불쾌한 언동을 하는 것 등이 꼽힌다.
그리고, 레이무의 소행을 그녀의 의사를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아무도 없는 심야에 윳쿠리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열지 못하는 집적 박스를 향해 그저 말을 건네고 있었을 뿐, 이라는게 된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게 귀찮은지 몸싸움은 물론 최소한의 위험 행위조차 할 기색이 없는 것이다.
근처에 둥지는 보이지 않고, 쓰레기 뒤지기를 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우며, 골목을 더럽히지 않았고, 소음이라고 말할 정도의 성량도 아니다 그리고 불쾌하다고 증언해 줄 사람도 없다라는, 사실상 묭일행이 이 레이무를 윳해 현행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이 윳들은 시끄럽기 때문에 소음의 대상이 될 것이지만, 레이무가 「이런 아가야따위는 몰라. 자윳과는 상관없다」라고 말해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아이 윳은 처리할 수 있어도 레이무의 취급이 붕 뜨고 만다.
뭐, 비록 윳해현장을 덥친다고 해도 대부분의 들윳은 자신의 행위를 언제 어디까지나 부인할 것이고, 비록 바보거나 뻔뻔해서 죄를 인정했다고 해도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결국 귀찮고 시끄러운 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묭은 항상 저렇게 들윳을 도발하고 있다. 들윳이 지역 윳쿠리에게 손을 대면, 위험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로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의 귀찮음이나 명분 상태는 인간 사회도 윳쿠리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묭에게 도발되고 나서 쭉 얼어 붙고 있던 레이무가 간신히 재기동했다. 말해진 내용을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레이무는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를 지르고, 묭을 물어 뜯을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걸로 구제 결정이다. 묭의 각본대로구나.
「..............늣! 느갸아아아아아아!! 례이무를 돼지라고오오!! 말해겠다아아아아아앗!? 이 절세 미윳!! 인 례이무에계에에에에에에에!!!」
「...제일 신경쓰는 것은 그거인가묭. 뭐 좋은묭. 교섭 결렬이라는 걸로. 모두, 시작 하자묭」
「알았어」
「알고있어~」
「맞겨달라는거제」
「례이부의!! 미모를... 늣? 뭘 하는... 아파!! 아얏!! 그먕둿!! 그마내에에에에에!!」
거기부터는 일방적이었다.
묭은 윳쿠리용 경봉 같은 것을 사용해 시끄럽게 떠드는 레이무를 일방적으로 때려 눕히고는, 재주좋게 씽에 연결된 우리 안으로 밀어넣는다.
첸은 2개의 꼬리로 시끄러운 아이 윳 3마리를 한꺼번에 잡더니 「하뉼를」 이라고 외칠 틈도 없을 정도의 속도로 우리로 넣는다.
앨리스는 도로 중간에 있던 레이뮤의 시체를 어느새 회수해 정중하게 우리 안에 넣는다.
마리사는 씽에 설치된 버튼을 솜씨좋게 조작해서 우리의 게이트를 개폐해, 레이무들을 원활하게 우리 안으로 불러 들인다.
거의 일순간에 레이무들은 모두 우리 안으로 감금되었다. 우리에는 윳쿠리용의 방음 가공이 되어 있는지, 근처는 단번에 조용해진다.
언제봐도 이 팀은 정말 우수하다. 지역 윳쿠리이라기 보다는 단순 야쿠자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우수하다면 그걸로 괜찮은 것이다.
일을 끝낸 묭 일행은 우리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날뛰고 있는 레이무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다음의 순회 루트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거리의 길을 따라 앞 쪽 지역으로 향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오른쪽 방향이지만, 거기까지 가면 이제 여기서는 보이지 않겠네.
그리고 이야기는 뭔가 새로 추가된 것이라고 생각되는 멤버의 화제로 바뀌었다. 묭 일행의 팀으로서는 이 4마리 이외는 본 적은 없지만... 어떨까.
「...그래서, 그 문제아는 또 뺑뺑이냐 묭」
「뭐 평소대로인거네」
「성과는 굉장히 뛰어난거야」
「그게 성가신 거야 묭... 그럼 이 근처는 나중에 오는 묭. 회수는 그 때에」
「확인했다제」
호오, 종족이나 특징 등에 관한 정보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상당히 악동같은 신입인 것 같다. 도대체 어떤 놈인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지금부터 기대되는걸.
그렇게 묭 일행은 가볍게 잡담을 나누면서 대형 씽을 덜컹덜컹 흔들며 다음의 순회 에리어로 떠난다. 그 씽에 연결된 우리는 사방을 덮는 벽의 위 절반이 투명해서 안쪽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지금 잡혀 들어간 레이무들 외에도, 장식이 없는 죽은 눈의 레이무, 줄기가 무수히 나있어 다 죽어가고 있는 마리사, 우리 안을 울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는 첸, 그 첸을 뒤쫓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레이퍼 앨리스 등이 보인다. 그 외에도 다수의 윳쿠리가 채워져 있는 것 같다.
묭 일행은 여기로 오는 길에도 상당한 수의 들윳을 잡아 온 모양이다. 지난주에 왔었던 첸 팀도 상당한 실력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묭 일행이 옮기는 양의 절반 정도의 포획 수였다.
이 아파트에 오고나서 지역 윳쿠리는 몇 팀 정도 봐 왔지만, 역시 묭 팀의 능력이나 성과는 엄청난 수준의 격차가 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 우리의 안에서 아이 윳의 죽음의 냄새나 빈사인 윳쿠리가 흘린 오물들, 아직도 건강한 레이퍼같은 것으로 아비규환이겠지. 레이무에게 동정은 할 수 없지만 운이 나빴다 밖에....
「이런 시간에 뭐 하고 있어? 오빠」
...우리 안에 있는 들윳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목소리가 내려왔다.
시선을 들면, 베란다에 기대는 나의 정면에 검은 날개의 플랑이 떠 있었다. 그 괴짜 플랑이 어느샌가 다가와 있었던 것 같다.
...아뿔싸. 묭 일행의 동향에 집중하고 있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이 플랑은 완전히 나를 향해 말을 걸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윳쿠리와는 기본적으로 대화 하지 않는 주의이지만, 이런 1대1의 상태에서 완강히 무시하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그렇게 내가 한동안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지만, 힐끗 본 플랑은 변함없이 공중에 뜬 채로, 어딘가로 떠날 기색 따위는 조금도 없다.
...하아, 이건 내쪽이 굽힐 수 밖에 없나.
나는 체념하고 플랑에게 돌아섰다. 딱히 닳는 것도 아니고, 대답 정도는 해주면 된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였나. 으~음, 정직하게 말할 의리같은건 없지만... 하지만 이상하게 꾸밀 필요도 없고.... 아니, 그냥 평범하게 대답해 버리자.
「...아~ 응, 시간 때우기로 너희들을 보고 있었어」
「...어째서?」
나의 대답에 조금 시간을 두고 플랑은 되물어 왔다. 그야 그렇겠지.
「아니, 이 지역 근방에서 윳쿠리가 습격당하거나 구제되거나 하잖아. 그걸 보고 있으면 왠지 안정이 된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편안해진단 말이지. 그래서야」
「...흐~응, 그렇구나」
의외로 플랑은 나의 말을 시원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다. 이런, 언제나 혈기 왕성하게 마리사를 뒤쫓고 있는 모습 밖에 몰랐지만, 실은 꽤나 총명한 개체였나? 라고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플랑을 보고 있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저기에 있던 마리사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아?」
플랑은 쭈뼛쭈뼛거리며 아래에 있는 오솔길 하나를 날개로 가리킨다. 그래, 씽에 타고 있던 마리사인가. 아직도 찾고 있었을줄은, 상당한 집념이구나.
그 녀석은 그 때 바로 옆의 전봇대와 스쿠터의 그림자에 숨어 있었지만... 이런,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울음은 그쳐 있지만, 아무래도 밤거리에 겁을 먹고 움직일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한 번쯤은 달아날 수 있었을텐데, 유감이구나.
「저기야. 그 스쿠터... 아~ 앞쪽의 가로등 아래의... 인간용 작은 씽의 그늘에 있네」
「정말!? 고마워!」
플랑은 힘차게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느기힉」 이라는 비명이 들리고, 마리사는 시원스럽게 선배 마리사들과 마찬가지로 전봇대에 꽂힌다. 플랑도 아까의 조롱에 화가 치밀었는지, 반죽음도 안 된 상태에서의 책형이다. 잔혹하네.
그리고 플랑은 재빨리 이쪽으로 돌아왔다. 얌마 돌아오지마.
「도움이 됐어 오빠! ...............그래서, 그...」
기분이 좋아졌는지 밝은 미소로 나에게 감사를 전한 플랑. 하지만 아직 뭔가 말할게 있는듯 머뭇거리고 있다. 아니, 뭐가 말하고 싶은지는 대체로 알거 같지만, 스스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쩔 수 없군.
「...마리사가 있을 장소를 좀 더 가르쳐 달라, 라고?」
「그, 그래. 최근에 많이 찾을 수 없어서. 부탁해도... 괜찮아?」
그토록 살기를 내뿜으며 매일같이 붕붕 날아 다니면 말이지. 들윳이 아니라도 위축되서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능력은 상당해 보이는 플랑이기 때문에, 나의 도움이 없어도 어떻게든 되지 않는 걸까. 라는 의문을 그대로 플랑에게 부딪쳐 본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면, 저런 마리사 정도는 너라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가까우면 괜찮아. 하지만 저렇게 멀면 모르겠어. 언니라면 보이겠지만...」
「그래......」
외로운 늑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녀석에게는 언니가 있었나...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다. 과연, 이 플랑에게 있어서 아래의 광경에 대해서는 인식력의 범위 밖인 셈이다.
그래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나. 이것도 뭔가의 인연이겠지.
「그렇구나, 그럼 도와줄까. 나도 한가하니까」
「...! 고마워 오빠!! 그럼 그, 지금 즉시」
「예이예이, 좀 진정해... 봐 봐 저기야」
꽤나 기쁜지 내 주위를 빙글빙글 날아다니는 플랑을 달래며, 나는 초등학교 근처의 가로등을 가리킨다. 꽤나 멀지만, 특징적인 검은 모자가 뛰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플랑은 딱 공중에서 정지하며 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가만히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리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 그래, 먼 곳은 보이지 않구나. 근처 표적까지의 경로 째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될려나.
「......음~?」
「미안, 제대로 설명할게. 으~음... 앞 쪽의 가로등... 그 불빛까지 가서? 거기에서 똑바로 나아가 2번째의 불빛 아래 근처다」
「알았어!」
말하자마자 플랑은 휙하고 날아갔다. 앞 쪽의 가로등으로 급강하 하며, 넘실거리듯 초등학교 앞 가로등으로 날아 간다. 지금의 간단한 설명만으로 순식간에 루트를 파악하는거 봐선, 상당히 머리 회전이 빠르군. 게다가 포식종이라고는 해도 엄청난 속도다.
곧바로 아득히 먼 곳의 초등학교 근처에 도착한 플랑은, 마리사가 저항다운 저항도 못 할정도로 시원스럽게 붙잡아 전봇대에 꽂았다. 매번 할려나 그거.
그리고 또 당연한 듯이 베란다로 돌아온 플랑은, 흥분한 기색으로 나에게 성과를 보고한다.
「야호! 또 해냈어! 」
「그래, 좋은 솜씨 였다고 생각해」
「그, 그래? ...우후, 에헤헤」
내가 솔직하게 플랑의 움직임을 칭찬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히죽히죽거리며 수줍어한다. 리액션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태도를 보고 있자니, 나도 싫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걸.
「후후후... 앗, 다음은! ? 다음은 어디 가면 돼! ?」
「진정하라고.... 아, 다음은 저쪽이구나. 병원의... 아니, 저 녹색으로 빛나고 있는 장소의...」
그렇게 분위기를 탄 나는, 다음은 저쪽이다, 이번에는 그쪽이다 라고 차례차례로 나타나는 마리사가 있는 장소를 일일이 지시해 갔다. 플랑은 나의 지시에 따라 경쾌하게 날아다니며, 마리사를 잡고, 가끔은 놓치기도 하며, 루트를 잘못 알아 들어 아무것도 없는 골목을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이거 의외로 재밌는데.... 플랑이 기뻐하고 있다는 것도 있지만, 콩알 정도로 작게 보이는 윳쿠리들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는 기색이 나의 지시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묘한 만족감이나 달성감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즐기고 있다보니, 어느새 수십 분이 경과하고 있었다. 안돼안돼, 내일도 일이다. 적당한 데서 끝내야지. 나는 파닥파닥 베란다 앞을 날아다니는 플랑에게 말을 건다.
「저기 플랑」
「굉장해! 하루동안 이렇게나 잔뜩 마리사를 잡을 수 있다니! 다음은? 다음은 어디야?」
「워워 진정해. 오늘은 꽤 늦었어. 슬슬 끝내자」
「앗....그렇네. 오빠야, 오늘은 정말 고마워...」
「천만에」
나의 말에 플랑은 노골적으로 유감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감사의 말을 말하고는 있지만, 매우 아쉽다는 마음은 전혀 감추지 않았다.
무심코 쓴웃음을 짓지만, 뭐 아무리 서운해도 마리사 사냥은 이걸로 끝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플랑에게 한 가지 충고해 두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그래서 말인데, 저 마리사의 시체는 어떻게든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그건 제대로 지역 윳쿠리가 회수 할거야. 마리사들을 플랑이 내려줄거고」
「아~ 거기는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괜찮지만.... 문제는 전봇대의 쪽이야」
「?」
플랑은 멍한 얼굴로 나를 본다. 뭐 윳쿠리에게는 모르겠지.
「거리에 있는 모든 전봇대에는 가끔 인간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해. 그래서, 그 때에 네가 마리사를 찔러넣고 있던 막대기 같은 곳을 사용하는 거야. 그러니까...」
「.........!」
내가 충고하는 이유를 말하자, 플랑은 얼굴이 싸악하고 창백해졌다. 통찰력이 좋네. 포식종이라고 해도 들 윳쿠리가 인간에게 위해를 주는 듯한 윳해를 일으키면 즉시 구제 대상 목록에 들어간다. 그것이 이해된다면 당연히 공포스럽겠지.
전봇대의 일부에 팥소가 달라붙어 있는 정도는 윳해로서는 가볍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전봇대에 랜덤하게 그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게다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인간이 가장 방심하기 쉬운 전봇대 중턱 쯤의 손잡이만 팥소가 붙어 있다고 확인되다면, 아마 위험하고 악질적인 윳해라고 판단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우쭐대서 차례차례로 플랑에게 사냥을 계속하게 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여기는 확실한 해결책을 전해두자. 나는 눈을 희번덕이며, 당황하고 있는 플랑의 말을 일부러 가로막는다.
「...어, 어쩌지. 플랑, 지역 윳쿠리로」
「괜찮다니까. 전봇대에서 마리사를 내려둔 후에 그 곳을 제대로 닦아두면 그걸로 문제 없어. 나에게도 책임은 있으니, 수건 정도라면 빌려 줄 테니까」
「고, 고마워...! 오빠...! 」
나는 울상으로 머리를 숙이는 플랑을 두고 일단 방으로 돌아가서, 적당한 수건을 찾았다. 처음에는 낡은 것이라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런 걸 입으로 물 수 밖에 없는 플랑에게는 불쾌할 것이고, 만약 「냄새나!」라고말하면 아마 내가 상처받을거야. 아, 하지만 그러면 세탁한 수건에서도 냄새난다면 같은건가...?
그렇게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을 한 끝에, 결국 나는 제휴회사에게서 선물용으로 받은 채 두고 있었던 새 수건을 상자에서 꺼내 플랑에게 건넸다. 고마워 제휴회사.
플랑은 곧바로 아래의 거리로 날아갔다. 당황한 모습으로 각 전봇대에 꽂힌 마리사의 시체를 내려놓고, 팥소가 달라붙은 전봇대의 손잡이 부분을 입에 문 수건으로 쓱쓱 비비어 딱아낸다.
필사적으로 뒤처리에 힘쓰는 플랑의 모습을 멍하니 내려다 보고 있으면 꽤나 부드러워지는 기분이다.
...나는 윳쿠리에게 조차 이상한 허세를 부리는 건가, 라고 재인식 된 자신의 소심함에 놀란건 무시하기로 하자.
이윽고 모든 전봇대의 청소를 끝낸 플랑은 휘청이며 베란다로 돌아왔다. 팥소 투성이가 된 타올을 입에 문 채로 얼굴에는 상당한 피로감을 띄우고 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 타올을 준비하고 있던 비닐 봉투 속으로 받았다. 이건 이제 버릴 수 밖에 없구나.
「...겨우 끝났어」
「수고했어. 이제 그런 건 하지 말라고」
「좋은 느낌으로 마리사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열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뭐 됐어. 이제 밤도 꽤나 깊어졌다. 내일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면 곤란하기 때문에 정말로 오늘은 끝이다. 이래저래 즐거웠었지만 이 플랑과도 작별이네.
「뭐,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되겠지. 나는 슬슬 잘 거야」
「응. 오늘은 정말 고마워요.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그래 그래, 나도 비교적 즐거웠어」
「그럼 내일 봐!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아니아니 나는... 어이, 마음대로 돌아가지 마! 야! ...정말이지. 진짜냐구」
플랑은 화려한 미소로 일방적으로 이별의 인사를 고하고는, 나의 제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베란다로부터 떠나 갔다. 내일도 오는 것 같다. ...어쩌지.
...
결국 나는 다음날도 플랑과 어울려서 마리사 사냥을 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지시로 마리사를 계속 사냥하는 플랑은 매우 만족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다음날도 플랑은 나타났다. 과연 이렇게 매일 들 윳쿠리와 얼굴을 맞대는 건 좀... 이라고 내가 베란다에 나오는 것을 망설이고 있자, 플랑이 불안한 얼굴로 베란다의 앞을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아가 된 고양이냐 너는.
거기서부터는 나도 포기하고 제대로 플랑과 어울리는게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 적극적으로 행동 해보니, 플랑과의 마리사 사냥은 더욱 즐겁게 느껴졌다. 내가 지시한 포인트로 플랑이 날아가서 목표인 마리사를 잡거나, 놓치거나 하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모종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원래 베란다에 나와서 느긋해 하는게 나의 휴식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게임 플레이 하는 감각으로 적극적으로 놀이를 즐기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신속하게 마리사를 발견하고, 플랑에게 정확하게 지시해서 30분 정도의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이 죽일지.
일종의 스코어 어택 같은 것으로, 꽤나 바쁘기 때문에 조금은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매일 겪는 일이나 잡무같은 것을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마리사 사냥은 충분히 휴식 시간이 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왠지 기운차게 마리사 만 구제하고 있는 것은 어떨련지 하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나도 별로 윳쿠리 자체를 괴롭히고 싶은 것은 아니다. 들윳이라도 선량한 마리사가 만약 있다면 평범하게 구제를 주저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심야 쓰레기장에 나타나는 녀석들에게 그런 배려가 필요 없으니 편한거다. 설령 선량한 들윳이 물러설수 없는 사정으로 찾아오고 있던 것이라고 해도, 쓰레기 뒤지기에 손을 댄 시점에서 구제 대상이니까.
그리고, 마리사 사냥의 잘하고 못하고와는 상관없이, 플랑과는 꽤 사이좋게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비유가 아니라 거의 매일 같이 놀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까.
날씨만 좋다면 플랑은 매일, 그야말로 주말이라도 상관없이 베란다에 나타난다. 하지만 난 저녁형 인간으로 밤 늦은 수십 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기 때문에, 휴일에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평범하게 플랑과 어울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매일처럼 플랑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던 것이다.
변함없이 일은 바뻐서 어딘가에 놀러 갈 틈도 없지만, 이번 출장도 그렇게 나쁜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윳해는 없고, 마리사 사냥도 재미있고, 최근에는 사냥의 도중에 하는 플랑과의 일상적인 대화가 기대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에도 끝은 오는 법이다. 도쿄로 오고 나서 어느새 3개월. 나의 출장 만료일이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
「해냈구나 플랑. 42다. 기록 갱신이야」
「마이 베스트! 마이 베스트야! 」
나와 플랑은 평소처럼 마리사 사냥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사냥의 시간은 정확히 30분을 재서, 기록도 제대로 카운트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어제까지의 베스트 기록이였던 29마리를 크게 갱신한 구제 수가 되었다.
들 윳쿠리의 발생 수에는 고저차가 있는 것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마리사가 많은 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새끼를 데리고 온 마리사도 많이 있었고, 무려 마리쨔 탐험대가 여러 팀으로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록 갱신의 요인으로 사냥 기술의 향상도 크게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마리사를 찾아낼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고, 지금은 망설임 없이 플랑에게 최단 루트를 전달 할 수 있다. 플랑도 가장 빠른 길을 틀리는 일은 없으며, 복잡한 루트 이동도 익혀서 한 번의 지시로 복수의 마리사를 사냥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지, 오늘의 기록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매일 구제 수에 나와 플랑은 일희일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되면 앞으로의 기록 갱신은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묘한 감상을 떠올리고 있는 나와는 달리, 플랑은 신기록에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떠들고 있다.
「오늘은 잘 됐어. 마리사도 마리쨔도 잔뜩 있었고...」
「그래. 놓친 녀석도 없었고.... 아 맞다. 저기 플랑」
「왜~에?」
「너는 왜 마리사만 노리는 거야?」
「............」
거기서 나는 당돌하게 지금까지 굳이 건드리지 않고 있던 것을 플랑에게 물었다. 왜 그녀는 인간에게 의지하면서 까지 마리사를 계속 사냥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들윳에게는 눈길 하나도 안 주며, 왜 마리사에게만 살기가 넘치는 걸까.
플랑에게 있어서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나 과거가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곧 이런 생활도 끝난다. 그러니까 그 전에, 나는 이 지뢰를 확인하고 싶어져 버렸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플랑은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조용히 나에게 등을 돌리고 베란다에서 떠나간다.
...너무 깊이 밟은 것일까. 나는 가라앉는 기분과 함께 조금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플랑은 조금 베란다에서 떨어진 공중에서 멈추더니,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플랑에게는 언니가 있어. 아가일 무렵에, 플랑에게도 언니에게도 가족이 없어서 말이지. 살아 가기 위해서 함께 살고 있었어. 팥소는 이어지지 않았어도, 사이좋은 자매였다고 생각 해」
「그래도 플랑들은 어렸기 때문에, 어린 윳쿠리 밖에 노릴수 없었어. 그런데 어느날, 플랑이 부모 윳쿠리에게 들켜버려서, 그대로 들윳 마리사에게 뭉개질뻔 했어. 그 때, 언니가 플랑 대신해서 당하게 되었어」
「그때는 어떻게든 도망쳤고, 언니도 목숨을 건졌어. 하지만 한쪽 깃털이 뜯겨져 버려서, 언니는 두 번 다시 날 수 없게 되버렸어. 그 이후부터 플랑 혼윳으로 사냥을 하면서, 2윳이서 필사적으로 살아갔어. 그랬더니, 지역 윳쿠리가 되지 않을래 하고 이상한 윳쿠리에게 스카우트 됐어」
「플랑들은 시험을 통과해 지역 윳쿠리 견습이 되었어. 하지만 언니는 날 수는 없어도 굉장히 머리가 좋았으니까, 곧바로 대단한 지역 윳쿠리가 되었어. 플랑과도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릴 정도의 말이지. 그리고, 어딘가의 애완윳이 되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언니보다 꽤 늦었지만, 플랑도 이 마을의 지역 윳쿠리가 됐어. 그러니까, 플랑도 언니도 지금은 굉장히 풍족해서, 아마 행복하게 살아 가고 있어. 그렇지만, 언니의 날개를 빼앗은 마리사만은, 아무래도 용서할 수 없었어」
「그러니까, 마리사를 보면 무심코 덮쳐버려. 그뿐이야」
그렇게 말을 마친 플랑은, 휙하고 나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고아 윳쿠리 2마리만으로 살아남아, 사냥 담당이 1마리가 되어도 어떻게든 살아가다가, 척척 순조롭게 지역 윳쿠리가 됐다니, 능력도 운도 굉장하네 이 녀석.
그리고 중요한 마리사만 습격하는 동기도 잘 알았다. 사모하고 있던 언니를 상처입힌 원한인가. 그건 자주 있는 이야기다.
...뭐, 근원은 그런 사태를 초래한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2개월간 사귀어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알 수 있다. 이 플랑은 상당히 머리가 좋고 이성적이다. 마리사에게 대한 미움이라고 해도, 분노에만 사로잡히는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래서다. 복수는 곧바로 허무하게 된다고 해도, 후회는 언제까지고 남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것 치고는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는 플랑은 상당히 가벼운 어조였다. 애초에 플랑을 처음 봤을때 그녀가 뿌렸던 살기나 엽기적인 언동도 언제부턴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된 기분이 든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어때. 아직도 마리사가 미운 걸까?」
「응~.... 그렇네, 지금은 별로야. 오빠랑 같이 사냥하니까, 왠지 재밌게 되어버려서」
「그런가」
「응. 그러니까 지금 마리사만 잡고다니는 것은 단순한 취미. 마리사에게는 미안하지만 ...후후」
「헤에...」
유쾌한 추억들을 곱씹는 듯이 플랑은 웃었다. 역시 그녀가 안고있던 원한이나 회한은 이제 "즐겁다"로 덮어 씌워져 버린 것 같다.
그런 플랑의 모습을 보고, 나도 가슴의 답답함이 내려 앉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진 것은 좋은 일이고, 나의 시간 때우기가 플랑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거라면, 기분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그건 그렇고.
「...너, 지역 윳쿠리 였었냐」
「맞아. 말하지 않았었나?」
「못 들었다구, 뱃지는? 장식에 다는 것이 규칙이잖아」
「있다구 자 봐봐. 묭들과 같은 게, 모자의.. 여기에... 어라, 이상하네...」
「알았어, 됐어」
네가 묭 일행이 말하던 문제아였던가.... 확실히 묭 일행의 팀이 여기의 담당이 된 이후로, 플랑도 자주 보이게 되었고, 묭 일행도 다른 팀도 평소 이 녀석의 구제 작업의 뒤처리를 하고 있었지. 포식종이 지역 윳쿠리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는 하지만, 조금은 깨달아라 나.
하지만 이 녀석이 지역 윳쿠리인가. 음? 그렇다면 나는 시간 때우기 할 생각으로 지역윳쿠리의 일에 자원봉사로 참가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아니, 깊게 생각하는건 그만두자.
어쨌든 플랑이 귀찮은 질문에도 제대로 답해줬고, 나도 이 아파트를 떠나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말해야겠네.
「여러가지 얘기해 줘서 고마워. 그래서 나도 해야 할 말이...」
「가버릴 거잖아, 오빠」
약간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 나의 말을 가로막고, 플랑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다. 일순간 얼어붙은 후, 나는 평정을 가장하고 되묻는다.
「...어떻게 알았어」
「그야 알수있지. 오빠는 요즘 쭉 안절부절하고 있었고, 가끔 쓸쓸한 얼굴도 하고 있었으니」
「그와아아앗 부끄러......!」
나는 무심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무래도 나의 갈등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전부 플랑에게 보여져 있던 것 같다. 윳쿠리라고는 해도 묘한 교제가 되어 버렸고, 이별의 인사 정도는 확실히 하지 않으면 라던지, 이래저래 생각하고 있던 것이 그대로 전해져 있던 건가. 이건 빡세다.
나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기를 쓰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플랑이 나와의 이별을 눈치 채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녀가 받을 충격도 그렇게 크지는 않겠지. 그거 자체는 좋은 일일 것이다. 분명히 그럴꺼다.
그렇게 억지로 수치심을 뿌리친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양손을 내리고, 다시 한 번 플랑에게 말했다.
「......... 그러니까 말야. 음, 그런 거야. 이 베란다에 나오는 건 내일이 마지막. 내가 돌아갈 장소는 여기서 꽤 멀고, 이제 이 땅에 오는 일은 거의 없을것 같다, 라고 생각해」
「그래. ... 그렇게 턱밑까지 말하는 걸 고민하고 있었어?」
「그래. 미안하구만」
「별로 괜찮아. 후훗」
약간 부루퉁한 기색된 나에 대해서, 플랑은 온화하게 웃었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그래도 슬픔이 묻어나는 어중간한 미소로.
윳쿠리에겐 1개월은 인간에게 있어서의 10개월이나 1년에 해당되는 것 같다. 개나 고양이처럼 수명에 의해 체감 시간은 변동한다라는 이야기다. 즉 나에게 있어서 최근 2개월은, 플랑에게 있어서의 2년이나 되는 시간이라는 계산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중간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플랑에게 대해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아~, 싫다 싫어. 차분히 해야 할지, 텐션을 올려야 할 지 모르는 이 분위기가 정말로 싫어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나의 미적지근한 기분을 쑥 가르듯이, 플랑은 담백한 어조로 말한다.
「그럼, 오늘로 이별이네. 내일은 이제 여기에는 오지 않을 꺼니까」
그 발언의 의도가 알지 못하고, 나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어째서야?」
「내일 모레부터는 혼윳이니까 말야. 그 예행연습이야. 오빠 없는 사냥 같은건 오랜만이지만, 뭐 아마 잘 할 꺼니까. 여기에서 보고 있어. 오빠가 처음 여기에 나왔을 때처럼」
「그런건가. 뭐 별로 상관 없지만......응?」
아니, 기다려. 이상해. 플랑이 처음 이 베란다에 왔을 때가 아니라, "내가" 처음 베란다에 나온 때라니....
「...너, 내가 보고 있던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응. 그야 플랑 쪽이 먼저 이 마을에 있었다구? 게다가, 이렇게 늦게까지 매일 마을을 보고 있는 인간 씨가 있으면, 신경 쓰이게 되잖아」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야. 오빠를 눈치챈 것은 우연이었지만, 조만간 이 인간씨는 마을이 아니라 윳쿠리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래서 말을 걸었던거야」
「.........진짜냐」
플랑을 보고 있으면서, 나도 플랑에게 보여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처음에 플랑이 온 날도, 이 녀석은 내가 하는 일을 파악하고 있어서, 단지 언질을 받으러 왔을 뿐이었던 거였나. 그러고 보니 그 때의 플랑은 내 이상한 취미를 의심하거나 의아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하아. 제대로 된 이별 같은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볼품 없구만....
그렇게 생각하고 풀썩 고개를 숙인 나에게, 플랑은 웃음을 참지 않으며 환하게 말한다.
「아하핫! 그럼 그런걸로하고, 지금까지 고마웠어! 바이바이 오빠!」
「...그래, 나도 즐거웠어. 그럼 난 갈게, 플랑」
그렇게 해서, 나와 플랑은 베란다의 위에서 실로 담백한 이별을 마쳤다. 뭐, 이걸로 됐어. 서로 정말로 쓸쓸한게 본심이라고 해도, 감상에 젖은 대화같은건 사양이니까.
터질 듯 한 미소로 날아가는 플랑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녀는 달을 등지고 한 번 회전하고 나서, 밤의 어둠으로 사라져 갔다.
아래에서는 변함없이 들 윳쿠리가 뭔가 저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것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그저 달빛을 받으면서 당분간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
다음날. 출장 마지막 날인데도 특별히 뒷풀이도 송별회도 없이 평소처럼 잔업을 하고, 나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평소대로의 회사스러워서 오히려 안심감이 드는걸.
방의 안은 꽤나 한산하다. 고향에서 가져온 사물은 적지만, 그래도 보낼 수 있는 것은 이미 전부 다 택배로 보내놨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모두 버리고 식재품도 다 썼고 청소도 끝나 있다. 저녁은 역앞의 츠케멘 가게에서 먹고 왔다.
지금 이 집에는 적당한 크기의 숄더백 하나와 오늘 분의 잠옷, 그리고 냉장고 안에 술과 안주가 들어간 비닐봉지가 있을 뿐이다.
배치해 둔 가전 가구은 그대로이고, 실내의 모습은 그저 입주하기 전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휑하게 보이는 것은, 비교적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할 일은 다 했다. 내일은 낮 비행기로 돌아갈 뿐이므로 밤은 느긋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딱히 평소처럼 잘 예정이긴 하지만.... 약간의 감상을 느끼면서도, 재빨리 목욕을 마친 나는 잠옷에 외출용 겉옷을 걸치고 베란다로 이동했다.
내려다보는 풍경은 평소대로다. 오늘도 지역의 룰을 지키지 않고 밤 중에 나온 쓰레기 봉투가 있고, 그것에 빨려 들어가듯이 들 윳쿠리가 솟아난다. 그런 들윳을 포식종이 덮치거나, 야간 경비를 서는 지역 윳쿠리가 구제나 뒷처리로 분주하다.
잠시동안 보고있자, 대로를 1개 사이에 둔 건너편 골목에서 묭과 앨리스 부부같은 들윳쿠리가 나타났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1마리의 플랑이 날아 온다. 어제까지 이 베란다에 찾아오고 있던, 그 플랑이다.
플랑의 장식에는 새로운 지역 윳쿠리 뱃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묭 일행의 팀의 것과 같은 전용 뱃지다. 저 녀석 겨우 제대로 뱃지를 장착한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특징적인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거기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그 플랑의 표식으로 삼고 있던 검은 날개가, 지금은 평범한 색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언제부터 그렇게 변햇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검은 날개가 플랑의 분노나 후회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아마 그 감정을 완전히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추측을 뒷받침하듯이, 플랑은 2마리의 들윳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의욕을 너무 냈잖아」
무심코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플랑은 잘 움직인다. 그 뒤에도, 그녀는 마리사 종에 집착하는 일 없이, 나타나는 들윳들을 차례차례로 냉정하게 찾아내, 화려하게 괴롭히지 않고 정확하게 처리해 갔다.
그 아래에는 묭 일행의 팀이 있고, 플랑을 포함한 5마리는 마치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순조롭게 연계해서, 들윳을 포획하고, 회수해 나간다.
분명히 플랑은 어제의 스코어를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멤버가 동료라면 기록 내는것 따위는 쉬울텐데, 그녀는 효율적으로, 능동적으로, 필사적으로 난다.
나는 괜찮다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그렇게 애쓰지 마, 라고 생각하면서 왠지 상의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면, 오른손에 딱딱한 감촉이 있었다. 의문이 들어 꺼낸 그것은, 절반 정도 남아 있는 12mm 말보루였다.
도쿄에 사는 친구가 「너도 담배좀 피워 보라구」 라며 언젠가 밀어 붙인 담배다. 나는 딱히 피우거나 피우지 않아도 어느 쪽이든 좋지만, 이래저래 건내진 담배는 피워도 자발적으로 피는 기색이 없는 나에게 화가 치민 친구가 건네준 것이다.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을 전부 피워봤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담배를 사는 흡연자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빨리 다 피워 버려도 좋았던 것이지만, 단지 피울 기회가 없어서 겉옷에 계속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것도 무언가의 기회일까? 라고 생각한 나는 종이 케이스에서 담배를 한개피와 함께 들어가 있던 100엔짜리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물고, 가볍게 빨면서 끝에 불을 붙인다. 오랜만의 행위에도 딱히 위화감 없이 연기는 폐에 깊이 스며들어 왔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아래의 플랑의 솜씨를 본다. 부지내 금연인 아파트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몇 번인가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고, 깊게 내쉬었다. 단순하게 심호흡의 효과라고는 생각하지만, 감상적으로 되어 있던 기분이 조금은 차분한 느낌이 든다.
재떨이는 버릴 예정이었던 안주용의 작은 접시로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 때였다.
「.........콜록」
갑자기, 누군가가 기침을 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꽤 가깝고, 내가 봤을 때 오른쪽, 게다가 머리 위쪽에서 들려왔다. 이 아파트에 불이 켜진 방은 하나도 없고, 베란다에 나와있는 것도 나 뿐이었을 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이 방의 오른쪽 위에 위치하는 방의 베란다를 돌아본다.
「...어머, 마침내 들켜 버렸네」
거기에는 날개가 한 쪽 밖에 없는 플랑이 있었다.
키가 높은 의자 위에 실린 진열장에 들어가 있는 그녀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옅게 미소짓고 있다.
언제부터 있었지? 무엇 때문에 베란다에? 한쪽 날개밖에 없다는 것은 애완윳인가? 아니, 혹시 그 플랑의 언니라는 것은...라고, 나의 안에서 다양한 의문이 순식간에 태어났다. 그러자 플랑은 그런 나를 제지하듯이 말을 걸어왔다.
「자자. 침착해줘, 오빠. 나는......콜록」
침착한 모습으로 뭔가 설명하려던 플랑이 다시 기침한다. 아차, 담배 연기인가. 확실히 플랑이 있는 쪽은 바람이 부는 방향이고, 잘 보면 그녀가 들어 있는 케이스도 넓은 슬릿이 다수 새겨져있어서 밀폐 따위는 되어 있지 않다.
「아아, 미안. 지금 끌테니까 잠깐 기다려 줘」
「딱히 나는 괜찮으... 콜록」
「무리하지 말라니까」
강한척 하는 플랑을 달래며 나는 베란다를 둘러보다가, 배수구에 덮여 있던 금속제의 뚜껑에 담배의 필터를 끼워 넣는다. 마침 좋은 틈이 있어 다행이다.
나는 서둘러 방에서 접시를 가져와서, 배수도랑의 뚜껑에서 빼낸 담배를 접시에 눌러 불을 비벼 껐다. 일단 이걸로 됐네. 아직 반도 피우지 않아서 아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담배를 다 피우는 것은 다음 기회로 하자. 그리고 왠지, 허둥지둥 움직이니까 머리 쪽도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이 든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머리 위의 플랑을 올려다 보았다.
「기다리게 했네」
「특별히 고마워. 오빠」
「아니, 이쪽의 연기 탓이니까 말이지. 미안했어. ...그래서, 그럼 가르쳐줘도 될까? 너에 대해서라든지, 여러가지로」
「물론, 언젠가 이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마치 인간 같은 침착한 모습으로, 한쪽 날개의 플랑은 천천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베란다에 있었어. 이 방의 인간 씨의 애완 윳쿠리로서, 오빠가 그 방에 오기 전부터 말야」
「점심은 지역 윳쿠리로서 일하고 있었지만, 역시 우리는 야행성이니까, 밤에는 정신이 말짱해져 버려서. 이렇게 베란다로 꺼내 주고 있는 거야. 괜찮아, 이 유리 케이스가 있다면 다른 윳쿠리들은 내 모습은 인식할 수 없으니까 문제 없어」
「 그래서, 아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 아이의 언니야. 하지만 나는 일 때문에 그 아이와 접점을 가질 수 없게 되어버려서, 이 근처 지역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묭의 팀에 그 아이를 배속했어. 적어도 여기서 지켜보려고 생각해서」
「그런데 그 아이도 참, 마리사 종만 덮쳐서 팀원들에게 폐를 끼쳤지? 아직도 내가 날개를 잃어버린 것이 마리사의 탓이라고, 아니,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 같아서. 그것이 계속 불안했던 거야」
「그러니까 오빠와 함께 사냥을 하며 놀고 있는 그 아이를 보고, 굉장히 안심했어. 이미 그 아이는 다양한 일을 즐길 수 있어. 나와의 과거 일도 극복했다면, 그 아이는 이제 괜찮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일단 규칙으로 말이야, 나는 윳쿠리도 인간씨라도 대화를 많이 하면 안된다고 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그저 지켜 보고 있을 뿐이었어. 다시 한번, 매일매일 여동생이 폐를 끼쳐서 미안해, 오빠. 그리고 그 아이와 어울려줘서, 정말로 고마워」
말을 끝마친 플랑은 여전히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다. ...나는 잠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플랑이 「언니는 엄청 머리가 똑똑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예상 이상이다. 지역 윳쿠리 전체의 인사권까지 재량할 수 있다든가, 지역 윳쿠리를 운영하고 있는 인간 상급자 클래스야.... 확실히 이렇게까지 머리가 좋으면 다른 윳쿠리와의 구별이나 격리 등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단지, 지켜보기 위해 아마 자기 권한으로 여동생을 이 지역 담당으로 해버리거나, 여동생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만 한쪽 밖에 없는 날개가 파닥파닥 흔들리고 있었으므로, 좋은 머리 이상으로 그쪽이 인상에 남아 버렸지만. 언니바보... 아니, 여동생의 일이 중요한 거구나, 라고.
그나저나..... 윳쿠리를 관찰하고 있을 생각이었지만, 완전 처음부터 나는 이 베란다에 있는 플랑에게 관찰 당하고 있었을 줄이야. 자매 어느 쪽이든 먼저 발견 되어있었다니, 웃기는 이야기다.
「대충 알았어, 고마워. 여동생과의 일에 대해서는 이쪽도 즐기고 있었으니까 별로 상관없지만.... 하지만, 저 녀석이 언니라고 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레밀리아라고 생각했어」
「아하하, 정말 그렇네. 나도 여동생이 생길 줄은 생각치도 못했어」
한쪽 날개의 플랑은 상냥한 미소로 대답한다. 애초에 동종의 윳쿠리는 모두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표정은 여동생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팥소의 연결이 없는 플랑끼리의 2마리로도, 확실히 그녀들은 "자매" 인 것 같다. 그렇게 납득한 나는 플랑에게 가벼운 전언을 부탁한다.
「...그럼 언젠가 여동생과 만나는 일이 있으면, 취미도 적당히 하라고 전해 줘. 나는 집에 돌아가면 어느 정도 자중할 생각이니까 말이야」
「응. 알았어. ...그러면 나도. 오빠가 또 그 아이를 만나는 일이 생기면, 나에 대해 말하지 말아 줘」
「별로 상관없는데... 왜?」
「규칙이 있고, 아마 그 아이 산만해져버리니까」
플랑은 조금 눈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자신을 구분 짓는 거라던가, 여동생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한다든지, 여러가지 의도가 있겠지만, 이것은 단순히 쑥쓰러운게 가장 큰 이유구나.
정말이지, 지금도 허세부리며 일심불란하게 들윳을 구제하고 있는 여동생도 그렇고, 이상한 곳에서 고집이 쏀 자매다. 뭐, 다 말할 필요도 없다.
「알았어. 뭐, 나는 이제 저 녀석을 만나는 일이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노파심에서야. 게다가, 아마 나보다 오빠 쪽이 그 아이와 만날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하니까」
플랑은 반쯤 확신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니아니, 그건 아니겠지. 내일부터 사람이 늘어나는 직장에 내가 재출장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고, 반대로 플랑은 이 아파트에서 계속 살아갈 테니까.
「아니,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내 집에서도 멀으니, 아마도 네가 만날 수 있겠지.」
「후후. 그럼 그런 걸로 해 둘게」
「......너랑 상대하기 어렵구만」
「그런 말 자주 들어. 미안해」
「정말이지......」
나의 부정적인 말을 듣고도, 플랑은 여유로운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왠지 이 녀석이랑 얘기하고 있으면 윳쿠리를 상대하고 있다는 기분인 전혀 들지 않는구나.
그리고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당연한 듯이 다음에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면, 정말로 그게 쉽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잖아.
나는 묘한 기대를 떨쳐내듯 머리를 흔들었다. 더 이상 페이스를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한쪽 날개의 플랑에게서 시선을 떼고 난간에 깊숙이 기댄다.
그러면 플랑도 분위기를 읽었는지, 더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어디까지고 나보다 한 단계 위라는 건가. 이런이런.
그 후, 나는 한쪽 날개의 플랑과 함께 말없이 아래의 광경을 보며 지냈다.
여동생 플랑은 잘도 움직이고, 잘도 연계하며, 묭 일행과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대형의 씽에 연결된 우리에 빽빽하게 들윳이 차있는 모습을 보면, 어제의 기록 따윈 벌써 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플랑은 날아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이 지역 몫의 일이 끝난 것 같다. 플랑은 우리 천장 부분에 내려 앉은 뒤, 묭 일행과 함께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 갔다.
의도적 일까. 그녀는 마지막까지 이 베란다 쪽을 보는 일은 없었다.
살며시 머리 위의 한 쪽 날개인 플랑을 올려다보자, 그녀는 조금 외로운 듯한 얼굴을 하면서 여동생 플랑이 떠난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플랑에게 있어서도, 여동생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던 것은 어제가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생각하는 바가 있는게 당연하겠지.
얼마 후 플랑은 한숨을 쉬고는, 내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결심을 내린건지, 거기에는 온화한 미소가 돌아오고 있다.
...왠지 모르게, 정말로 이것으로 마지막이구나, 라고 실감 해 버렸다. 나는 울컥거리는 무언가를 삼키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머리 위의 플랑에게 이별을 전했다. 플랑도 한쪽 밖에 없는 날개를 가볍게 흔들어, 베란다를 뒤로 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으로 돌아온 나는, 자그마한 뒷풀이로서 사둔 기린 캔맥주와 건어물 안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그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TV도 키지 않고 그저 맥주를 계속 마시던 나는 어느새 만취해, 비치된 이불도 깔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서 자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이 아파트에 사는 마지막 밤은 시원스럽게 끝을 맞이한 것이었다.
...
「...정말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은묭? 신세를 진 인간씨 잖아묭」
「괜찮아. 매듭짓는 거야」
「정말이지, 자매가 다 고집불통인묭...」
「자매...? 아, 리더, 슬슬 다음 지역인거제. 그치만 뭔가...」
「윳쿠리가 전혀 눈에 띄지 않네」
「아까 화려하게 해버린게 너무 지나쳤던거네. 알고있어~ 」
「어쩔수 없는묭. 다다음의 지역으로 가는 묭. ... 뭐, 플랑도 지금 듬뿍 울면 된다묭」
「.........우,울지 않는다니까!!」
...
그 후, 예정대로 현지에 돌아온 나는 원래 생활로 돌아왔다. 퇴락한 거리에서 살며, 일 때문에 야근하고, 매일 집으로 밀어닥쳐 오는 들윳을 으깨서 작살내는 나날이다.
사이타마는 천국이었구나 라고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시골 마을에 비하면 훨씬 발전했고, 무엇보다 윳해대책이 완벽했다.
그리고 잠깐이기는 하나 천국을 맛보고 말았기에, 매일 반복되는 윳해에 대한 대처가 출장 전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이 생활 환경에 더는 견딜 수 없을지도... 라고 생각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일은 바뻐서, 순식간에 1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더는 그 아파트는 커녕, 도쿄에조차 당분간은 갈 기회는 없겠지...라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일주일 정도 도쿄로 갈 계획이 세워졌다.
친척 결혼식에 불려지고, 도쿄의 친구들도 놀자고 권유하고, 회사의 화이트 기업 어필로 어쩌다 보니 내가 장기휴가 강제 사용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는 그렇게 오랜만은 아닌 도쿄로 왔다.
결혼식은 아직 멀었기에, 오늘은 도쿄 친구와 만나기만 하는 날이다. 나는 예정대로 도쿄에서 친구들과 만나, 유명 맛집의 아부라소바를 먹고, 친구의 쇼핑에 어울리거나 하면서 적당히 지냈다. ...도쿄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놀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것으로, 순식간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럼 슬슬 머물 예정인 친구의 집으로 갈까, 라고 생각했을 때, 그 녀석에서 커밍아웃이 있었다.
친구는 도쿄에서 사이타마로 이사 했던 것이다.
게다가 현경 부근보다 한층 더 내륙으로, 하필이면 내가 살고 있던 그 마을에 있다고 한다. 실은 옛날부터 윳해에 고민하고 있었고, 윳해대책이 최고라는 그 마을에 과감하게 이주한 것이라고. 우연이구나 하며 친구는 웃고 있었다.
그런 우연이 있을까. 출장 갔을 때의 나와의 근황보고 대화로 판단했구나 이 녀석.
...아니, 친구가 어디에 사는지는 그 녀석의 마음대로지만, 그런 건 미리 말해 주었으면 했다. 지금부터 그 마을로 가는 건, 너무 급작스럽잖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그 친구의 집에 묵는 식객이기 때문에, 나는 얌전히 아키하바라까지 이동해, 히비야선으로 바꿔 사이타마로 향했다. 이런 익숙한 노선을 다시 사용하게 될 줄이야.
목적지 역에 도착해서, 술은 강하지 않은 주제에 마시고 싶어하는 친구와 함께 역앞의 선술집에서 마시며, 여기저기 술집을 돌아다녔을 무렵에는 완전히 밤이 깊어져 있었다. 예상대로 만취한 친구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뺑뺑도는 네비게이션을 따라 오늘의 숙소로 향한다.
다행히 친구의 주거지는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곳 같지만, 거기로 향하는 길은 낯익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지금, 예전에 자신의 집이였던 아파트의 눈앞을 통과하고 있다.
슬쩍 그 아파트의 5층의 베란다를 보자, 거기에는 그리운 유리상자가 놓여 있었고, 안에는 한쪽 날개인 플랑이 있었다. 그녀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건재한 것 같다.
주변은 어둡고 지상에서 보면 아파트의 5층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그런데도 그 플랑이 능글맞게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그 녀석의 예상대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나는 여기에 다시 오게 된 셈인가. 그리고 여전히 나는 그 녀석에게 관찰 당하는 입장이기도 한다는 말이군. 젠장할.
그렇게 심야의 주택가를 걷고 있자, 조금 앞의 쓰레기장에서 야생의 마리사가 떠들고 있었다.
...이쪽도냐. 나는 확신같은 예감을 느끼고, 발을 멈춘다.
예상대로 금방 목소리는 그쳤다. 상당한 속도로 급강하 해 온 한 마리의 플랑이 순식간에 마리사의 숨통을 끊었기 때문이다. 한 일 끝내고 숨을 내쉬는 그녀는, 내 옆에서 반쯤 잠자는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 친구의 신음소리에 반응하고 휙 이쪽을 돌아본다.
그 플랑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 일순간 놀라며 눈을 부릅뜨더니, 곧바로 히죽히죽하는 미소를 지었다.
에잇, 자매 모두 비슷한 리액션 하다니! 게다가 언니쪽은 그런 나와 플랑의 모습을 지금도 높은 곳에서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속이 근질거리는 구만.
그리고 플랑은 천천히 다가와서, 마치 1년 전과 같은 기색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것이었다.
「이런 시간에 뭐 하고 있어? 오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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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로맨스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번역은 'anko10807 민들레 마리쨔, 날아오르다'와 'anko11114 민들레 노예 마리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