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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드릴성인?
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철윳 3종 경기 (01)



"능차...능......차......"

 

윳쿠리 레이무 한 마리가 달콤한 설탕물 땀으로 몸을 흠뻑 적신 채 차디찬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레이무의 몸은 다른 야생종 성체들과 비교해서 2배 정도 컸지만, 체력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지 한 계단 한 계단 뛰어 오르는 것만으로도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빨리 안 올라오냐? 앞으로 10계단 남았다."

 

계단 위에서 싸늘한 시선으로 레이무를 내려다보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레이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 보고는 애원하듯 중얼거렸다.

 

"느힉...느힉...오...오빠야...더 이상은 안 되겠다구...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구...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여기서 그만 두고 싶다고?"

"느힉...느힉...느...느긋하게...이해 했구나...?"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레이무의 기대를 배신했다. 남자는 변함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레이무를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훗, 이해는 얼어죽을 무슨. 이해를 해야 할 건 너다. 뭐, 나야 네가 쉬든 말든 상관 안 해. 하지만 네가 여기서 쉬면 네 느긋한 아가야들은 어떻게 될까?"

"느...느늣? 레이무를 닮아 느긋하고 귀여운 아가야들...?"

"그래. 만약 네가 여기서 포기해버린다면 약속을 저버린 것이 되고, 실망한 나는 내 윳쿠리 플레이스로 돌아가 아가야들을 제재하겠지."

"그...그만하라구...듣고 싶지 않다구..."

"그러고 보니 네 아가야들, 모두 세 마리였지? 레이뮤 한 마리, 마리쨔 두 마리 해서 모두 세 마리. 마리쨔는 아빠를 닮아 씩씩하고 활기차고, 레이뮤는 널 닮아서 귀엽고 애교가 많지. 그런 아가야들이 너 때문에, 바로 너 때문에 영원히 느긋해진 모습을 상상하니..."

"...알았다구. 계단 씨, 올라 가면 되잖아."

 

남자를 향해 포기한 듯한 말 한 마디를 내던진 레이무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한겨울 찬 바람 쌩쌩 부는 새벽녘에 양쪽 길을 걸치듯 세워진 육교 계단을 오르는 레이무와, 이를 감독하는 남자. 계단을 올라오면 걷어 차 아래로 떨어뜨리고, 다시 계단을 올라오면 '추운 데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로 다시 계단 밑으로 걷어 차기를 벌써 1시간 이상 반복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이해했다. 이렇게 힘들게 계단 위로 올라간다 한들, 이번에도 걷어 차여 다시 육교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아가야를 윳질로 내세워 다시 계단 위로 기어 올라오기를 요구할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레이무는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잘 생기고 사냥의 명수에 달리기도 잘하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포부에 넘치던 마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초롱초롱한 별빛 같은 눈망울과 세이렌도 울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레이뮤와 마리쨔가 사악하고 잔인한 오빠야에게 윳질로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 레이무는 삼시 세끼 달콤달콤을 포식하여 뒤룩뒤룩 살이 찐 육중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마지막 한 계단을 남겨둔 상황에서 그녀는 각오를 다지고 고개를 들었다.

 

"여어, 올라오느라 수고 많았다."

 

레이무의 눈에 비치는 것은 상큼한 미소의 오빠야.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지는 그의 상체와, 반대로 점점 레이무에게서 멀어지는 오빠야의 오른발이었다.

 

 

 

 

 

 

- 철윳 3종 경기 -

 

 

 

 

 

2012년, 항간에서는 지구가 멸망한다느니 런던 올림픽이 개최된다느니 하며 여러 가지로 시끌벅적한 모양이지만, 가슴 속에 뜨거운 열정을 품은 윳학 브리더들에게 이러한 소란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그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윳학 브리더들만의 대축제가, 올해로 벌써 3회 째를 맞이하는 학대파들만의 이벤트가 올해 열리기 때문이었다.

철윳 3종 경기. 전 세계의 윳쿠리와 학대 오빠야/언니야를 대상으로 한,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심기체를 가진 윳쿠리를 선발하는 대회. 까다로운 참가 조건과 힘겨운 대회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하기에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탈락하는 윳쿠리들의 수는 부지기수. 때문에 대회 참가자는 철윳 3종 경기에 자신과 윳쿠리가 무사히 참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브리더로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고, 이것이 윳쿠리 학대계에서 서열 상승을 꾀하는 많은 브리더들의 모티베이션을 자극함으로써, 회를 거듭할수록 대회의 열기는 전 대회의 2배, 3배 이상 뜨거워졌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윳쿠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보통 윳쿠리로는 참가할 수 없었다. 대회 참가를 위한 필요 최저한의 조건은 '가족이 있는 윳쿠리 중 짝을 잃은 놈일 것'. 싱글 마더이든 싱글 파더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짝을 잃은 개체여야만 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곳곳에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잡초와 잡목이 무성하게 우거진 변두리 공원. 이곳에 사는 싱글 마더 레이무가 바로 그 대회 참가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 중 하나였다. 사냥 잘 하고 잘 생긴 마리사와 결혼하여 슬하(?)에 1레이뮤 2마리쨔를 둔 그녀는, 싱글 마더에게서 유독 두드러지는 '데이부' 화 경향도 보이지 않는, 실로 모범적인 어미 윳쿠리였다.

 

"늣~늣~♪ 아가야들이 집에서 레이무를 기다릴 거라구! 레이무는 사냥의 명수 마리사에게서 배운 귀신도 울고 갈 사냥법으로 맛있는 밥씨를 아가야들에게 갖다 줄 거라구!!"

 

추운 날씨에 힘도 들었지만, 레이무는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귀여운 아가야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쓰레기장에서 열심히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고 있었다. 추운 날씨 덕분에 음식물의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비교적 신선한 먹잇감이 풍부하게 널려 있었다. 레이무는 펼쳐놓은 쓰레기 봉투 속에서, 비교적 단 맛이 강하고 쓴 맛이 덜한 것을 골라내며 아가야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우~걱우~걱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해 했다.

 

"아가야들아, 조금만 기다리라구. 엄마야가 금방 맛있는 밥씨를 먹게 해줄 거라구."

"사냥하는 레이무라, 싱글 마더인가?"

 

막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레이무의 뒤쪽에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무는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뒤를 바라보았다.

레이무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레이무의 목소리도 아니고 마리사의 목소리도 아닌, 그렇다고 앨리스의 목소리도 아니었으며 레이퍼화 한 앨리스의 것도 아닌 목소리. 이 공원에 사는 윳쿠리는 레이무와 마리사, 앨리스 종이 전부였기에 그 외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인간 씨의 목소리일 것이다.

한창 사냥하는데 정신이 팔려 경계를 소홀히 하던 레이무 뒤에 인기척도 없이 와서 서있는 그림자, 바로 인간 씨였다. 인간 씨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멀뚱멀뚱 윳쿠리 레이무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존심 센 마리사나 교만한 앨리스, 잡다한 지식만 머리 속에 가득한 파츄리라면 무방비 상태의 인간 씨를 보고 공원에서 제일 빠른 저부 씨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도주를 시도했겠지만 레이무는 달랐다. 지금까지 인간 씨와 달리기 시합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렴풋이 자신이 아무리 힘들게 도망을 쳐도 인간 씨가 자신을 금새 따라잡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들오들 떨기만 하는 레이무를 향해, 남자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안 도망 가냐?"

"소용 없는 짓이라구. 어차피 레이무가 도망 가도 금새 인간 씨한테 따라잡힐 게 뻔하다구."

"......응? 너, 싱글 마더 아니었냐?"

"레, 레이무는 귀여운 아가야를 둔 싱글 마더 맞다구!"

"근데 어째 하는 짓은 싱글 마더 같지가 않다? 싱글 마더라고 하면 보통은 게스나 데이부 화 돼서 사람들 깔보고 이상한 연기나 해서 뭣 좀 얻어먹으려고 하는 놈들 뿐인 줄 알았는데."

"레, 레이무를 그런 게스랑 비교하지 말라구! 레이무는 외롭고 불쌍하지만 혼자서도 아가야를 보살필 수 있다구! 그런 윳쿠리의 자긍심도 잃어버린 게스들이랑 비교하는 건 실례라구!!"

 

남자가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는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 자리에 쭈그려 앉은 뒤, 여전히 제자리에서 떨고만 있는 레이무를 살며시 들어올려 자신과 같은 눈 높이에 오게 했다.

 

"느늣? 하늘을 나는 것 같아~"

"...이런 모습만 보면 영락 없는 윳쿠리인데 말야. 뭐, 어쨌든...그래, 애들은 몇이나 있냐?"

 

남자의 질문에, 윳쿠리 레이무는 조심스럽지만 뿌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레이무의 아가야는 하나, 둘...세, 셋이라구! 레이무를 닮아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귀여운 레이뮤랑, 사냥의 명수 마리사를 닮아 씩씩하고 잘 생긴 마리쨔 둘이라구!!"

"흐~응, 네 마리 다섯 마리 있는데 세 마리라고 우기는 거 아냐?"

"네 마리? 다섯 마리?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지만 셋은 셋이라구! 레이무가 아무리 똑똑하지 못해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구!!"

 

남자는 더더욱 감탄했다. 보통 윳쿠리들은 셋보다 많은 수를 단순히 '많다', 또는 '셋'으로 생각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수를 세지도 못하고 단순히 '많다'는 개념으로 통합한다고만 들었는데, 이 윳쿠리 레이무는 셋과 그 이상의 수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듯한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똑똑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남자는 이 윳쿠리 레이무야말로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윳쿠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생각은 레이무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윳쿠리 플레이스에 도착한 뒤 확신으로 바뀌었다. 공원 잡목림 속에 마련된 다 기울어져 가는 낡은 종이 상자 집.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고 비바람에 노출되어 상당부분 풍화가 진행되긴 했지만,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 등으로 이루어진, 다른 윳쿠리 플레이스의 것보다 10배는 탄탄하게 만들어진 결계가 겨울철 찬바람이 집안으로 들이치는 것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주고 있어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는 생각보다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집안이 춥지 않다는 것은 레이무의 아가야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집 안에서 시끌벅적하게 뛰노는 세 아이들의 모습에서, 찬 북풍의 위협을 두려워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 근심걱정 없는, 천진난만한 아기 윳쿠리들의 모습. 남자는 행운의 여신이 드디어 자신에게 기회를 제공하였음을 깨달았다.

 

"인간 씨는 거기서 우두커니 서있지 말고 빨리 볼일 보라구! 아가야들이 추워 하니까 결계를 닫아야 한다구!!"

"......저기, 레이무?"

"느늣? 왜 그래, 인간 씨?"

 

남자는 최초의 쌀쌀 맞은 표정과는 180도 달라진, 따뜻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레이무에게 상냥한 한 마디를 건넸다.

 

"나랑 계약해서 애완 윳쿠리가 되지 않을래?"

"느늣? 계약?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인간 씨?"

 

레이무의 경계 섞인 한 마디에 남자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너무 겁내지 말고. 사실 오빠야, 레이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레이무의 매력에 한 눈에 반해 있었거든. 레이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말야."

"느늣? 레, 레이무는 싱글 마더라구? 혼자 힘으로 귀엽고 느긋한 아가야들 돌보느라 몸치장도 못했다구?"

"그래도 괜찮아! 매력은 화장이나 몸치장을 통해서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 자연 그대로의 모습,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에서도 매력은 느낄 수 있어. 레이무, 넌 내 이상형이야. 그래서 말하는 거야, 우리 집에 와서 애완 윳쿠리가 돼서 살아가 달라고."

 

레이무는 인간 씨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적지 않게 놀란 눈치였다. 인간 씨와 만난지 겨우 5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폭력은 휘두르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던 인간 씨가 그 짧은 시간만에 사랑(?)을 고백하다니.

필시 그의 제안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레이무는 생각했다. 영원히 느긋해진 마리사에게 자신의 고귀하고 순결한 버진 씨를 선물하기 전, 레이무가 아비 앨리스와 어미 레이무와 함께 낡은 플라스틱 상자 집에서 살았을 당시 인간 씨의 '맛있는 것 줄테니까 오빠야 집에 가서 애완 윳쿠리가 되어줘'라는 말에 냉큼 따라나섰던 이웃집 마리쨔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진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된 사실을 레이무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인간 씨도 그런 속셈일지도 모른다. 레이무의 치명적인 매력에 눈을 뜬 것일지도 모르지만, 인간 씨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느...느늣...말은 고, 고맙지만...괜찮다구...레이무는, 싱글 마더 레이무는, 인간 씨의 도움 없이도 혼자 힘으로 아가야들을 느긋하게 길러낼 수 있다구..."

"어쨰셔그론먀를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삐이이이이이이이!!! 먀먀녀뮤햬애애애애애애!!"

"느늣!? 아, 아가야들아!?"

 

완곡한 표현으로 인간 씨의 제안을 거부하는 레이무.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 쓰러져 가는 윳쿠리 플레이스 입구에서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윳쿠리 레이무의 아가야들이었다. 인간 씨의 인기척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 그들은 인간 씨의 '애완 윳쿠리 제안'을 듣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싶을 만큼 기뻤지만, 그 뒤 어미 레이무가 인간 씨의 제안을 거절하는 소리를 듣고 들뜬 마음의 수직 급전직하, 여기에 어미에 대한 실망감이 겹쳐 목청껏 울부짖기 시작한 것이었다.

 

"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아가야들아, 뚝! 뚝 그치라구우우우우우우우!!! 인간 씨 앞에서 무슨 실례되는 짓이니이이이이이이!!"

 

어미 레이무는 아가야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필사적이었다. 비록 인간 씨가 자신을 애완 윳쿠리로 삼아주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것이 그의 본심이라고 그녀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어떻게 인간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운 말과 태도로 일관해 왔지만, 아가야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들은 인간 씨가 본성을 드러내어 자신들을 학대하고 죽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 씨는 조금도 기분 상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가야들이 자지러지는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무척 반가운 모양이었다. 인간 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윳쿠리 레이무에게 말했다.

 

“걱정 하지 마. 오빠야가 아가야들도 잘 보살펴 줄 테니까.”

“하, 하지만…인간 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느애애애애애애애앵!! 먀먀는게쓔라규우우우우우우우! 어쨰셔그론소릴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 오빠야애애완윳쿠리가대면댤쿔댤쿔배터지개머글쑤이따구우우우우우우!! 어쨰셔레이뮤를느그타지모타게하는고야아아아아아아!!!"

"마따졔에에에에에에!! 엄먀야는마리쨔들몰래오뺘야한태서댤쿔댤쿔바다서혼쟈머그려고하는거구나아아아아아아아! 아인슈타인을능가하는지능의소유자인마리쨔는모든거슬다알고이따제!! 섀샹에셔제일똑또카고느그탄마리쨔가지그미랴면용셔해쥴테니꺄오뺘야애애완윳쿠리가대라졔에에에에에에

에!! 느그탸게빨리대라졔에에에에에에에에!!"

 

아기 윳쿠리들은 애완 윳쿠리가 되는 것을 주저하는 어미 레이무를 귀밑털로 가리키며 온 힘을 다해 소리 지르며 울었다. 금배지 윳쿠리와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는 개념 윳인 어미와 달리, 새끼들은 남 생각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게스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남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건 하늘이 자신을 위해 내려준 선물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철윳 3종 경기에 참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은 앞서 말했듯 싱글 파더, 또는 싱글 마더여야 할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짝이 있는 윳쿠리는 애완 윳쿠리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제 짝도 데려가 달라고 요구하기 마련인데, 철윳 3종 경기에 출전하는 윳쿠리는 1브리더 당 1마리였기에 다른 한 놈은 있어봤자 필요가 없었다.

철윳 3종 경기는 어디까지나 윳학을 교양 있게 즐기는 수많은 오빠야/언니야를 위한 축제로, 결코 윳쿠리에 대한 자선사업이 아니었다. 윳쿠리를 통해 스스로의 브리더 실력을 뽐내고 학대를 포함한 갖가지 경기를 통해 윳쿠리 개체의 심기체를 최대한으로 갈고 닦음으로써 윳쿠리 학대라는 행위를 건전한 스포츠 장르로서 대내외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게스일지도 모르는 놈을 데려다가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싱글 파더나 싱글 마더는 유독 제 새끼를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싱글 파더/마더 중에서도 제 새끼를 도구로만 여기고 필요 없어지면 헌신짝 내버리듯 방기하는 놈도 있지만, 게스든 개념이든 제 새끼를 아끼고 보살피는 놈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새끼를 소중히 여기는 윳쿠리는 여러 가지로 행동을 컨트롤하기 쉽다. 여차하면 저들의 더러운 새끼를 윳질로 삼으면 되기 때문이다. 말을 듣지 않거나, 명령을 거역하거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일반적인 윳쿠리나 게스라면 학대 외에 말을 듣게 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제 새끼를 사랑하는 윳쿠리라면, 새끼의 생명이 위협받는 마당에 이것저것 따지고 들 여유는 없다. 브리더의 요구가 아무리 황당하고 부당한 것이라도, 새끼의 안전만 보장된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애초에 경기 규정 상, 싱글 파더나 싱글 마더라도 게스인 놈은 참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기되어 있었다. 게스는 우직하지 않고 잔꾀를 부린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경기를 주최측의 의도대로 풀어가지 않고, 그들의 부족한 팥소뇌를 굴려 최대한 편한 쪽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또는 다른 윳쿠리를 공격하거나 고의적으로 반칙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는 재미가 없다. 철윳 3종 경기는 윳쿠리가 학대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의 심기체를 연마하여 최고의 윳쿠리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즐기는 것을 대회 목적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아무 것도 잃을 것 없는 자기 소중한 줄만 아는 게스가, 최대한 브리더들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짜여진 경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꼴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게스 참가 금지의 이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윳쿠리 가족은 최고의 소재였다. 게스인 새끼들과, 제 새끼가 게스인 줄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제재도 가하지 않고 열심히 아이들을 보살피는 개념 윳인 어미. 그만큼 새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면, 이들을 윳질로 잡았을 때 어떤 명령을 내려도 이 레이무는 그대로 따를 것이다.

 

"레이뮤, 달콤달콤이 그렇게 먹고 싶니?"

"댱욘하댜규! 댤쿔댤쿔을머그면느그탈쑤이따규!! 레이뮤는느그타기위해세샹애태어나땨규!! 느그탄건레이뮤의의무라구!!"

"오빠야가 혹시나 해서 가져온 초콜렛이 있는데, 한 입 먹어볼래?"

"쵸, 쵸쵸쵸, 쵸쵸쵸코렛!!! 느와아아아아아아......."

 

초콜렛을 준다는 말에 언제 지랄발광을 떨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라시시를 싸는 레이뮤.

그 옆에서 마리쨔가 두 볼을 잔뜩 부풀리며 남자를 향해 화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쀼, 쀼뀨우우우우우우욱!! 모쌩긴인간씨는레이뮤만기여어하지먈고, 마이크타이슨을능가하는핵기미털을가진파개신마리쨔한태도댤쿔댤쿔을내노으라규!! 지금댱쟝내노으라규!!"

"하하, 보채긴. 걱정 하지마. 마리쨔들도 배부르게 먹을 만큼 가지고 있으니까."

"아, 아, 아가야들아아아아아아아!! 그런소리하면못써어어어어어어어!!"

 

내심 당장이라도 새끼 게스 윳쿠리들을 한 주먹에 뭉개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초콜렛을 꺼내는 남자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싶어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으로 남자 옆에서 아가야들을 타이르는 어미 레이무.

남자는 그런 레이무를 한 번 힐끔 쳐다본 뒤 잔뜩 기대에 부푼 레이뮤와 마리쨔에게 초콜렛을 작게 뜯어 직접 입 속에 밀어넣어줬다.

 

"츄룹...우걱...우걱...해, 해, 해, 해해해해해, 해해해해..."

"우걱...우걱...해, 해, 해, 해해해해해해, 해해해, 해해..."

"행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초콜렛 조각을 우물거리던 레이뮤와 마리쨔가 이구동성으로 행복을 외쳤다. 동시에 이들의 요도에서 좋아라시시가 뿜어져 나왔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남자는 레이무가 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돌린 채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묻은 시시와 침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냈다. 대회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아가, 아가야...이, 인간 씨, 미안하다구...아가야들이 아직 어려서 버릇이 없어서 그랬다구..."

 

레이무는 고개를 숙이며 남자의 안색을 살폈다. 남자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어린 애들이 다 그렇지 뭐. 그건 그렇고 이 일을 어쩌나? 집에 가면 지금 먹은 초콜렛 말고도 과자랑 벌꿀, 딸기잼처럼 아주아주 달콤하고 느긋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먀, 먀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애완윳이대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

 

남자의 가벼운 유혹에 홀라당 넘어간 아기 윳쿠리들이 어미 레이무를 향해 빨리 애완 윳이 되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어미 레이무는 그런 아가야들을 보면서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단지 의심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걱정 중에는 달콤달콤에 익숙해진 아가야들이 혹시나 편식이라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미로서 너무도 당연한 걱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야생 생활에만 익숙해져 온 레이무에게 있어, 순식간에 편한 생활을 손에 넣는 것은 뭔가 꺼림칙하고 불안했다. 어느 정도의 고생은 아가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인간 씨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하, 하지만..."

"쀼뀩!! 멍청한먀먀는레이뮤를화나개하지말랴규!!"

 

잔뜩 화가 난 레이뮤가 볼을 부풀린 채 어미를 향해 몸을 들이 받았다. 공격을 당한 자식한테 공격 당했다는 충격에 잠시 말을 잃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느퓨퓻! 마리쨔언니야를달마셔섀샹애서세번쨰료강햔레이뮤의몸툥박치기를마꼬멀쩡할슈인눈윳쿠리는섀샹애업따

규!!"

"레이뮤는역시똑또하다졔! 레이뮤보다마리쨔가훨씬셰댜는걸어린냐이애벌쎠이해햐고이따졔!!"

".........................."

 

어미 레이무는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는 눈치였다. 소심하다고도 할 수 있는 개념 성향이, 다른 윳쿠리 같았으면 즉시 제재로 들어갔을 상황에 대해서도 한 걸음 물러난 곳에서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게 하는 모양이다.

남자는 그런 레이무를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새끼들의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르는 폭력적인 제재가 가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부모에 대한 몸통 박치기는 게스 중에서도 상 게스라는 증거. 어미를 향한 뿌꾹과 마리쨔의 간접적인 최강 선언은 윳쿠리를 느긋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서 어지간한 무리에서는 터부시 되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바로 제재라는 이름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은, 이 레이무가 단지 자신의 느긋함을 위해 살아가는 본능에 충실한 종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남자가 어미 옆에서 기세 좋게 뿌꾹~을 하는 레이뮤와 마리쨔 자매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느, 느와아아아아아......하, 하느를냘고인는거가타아아아아...."

"마, 마, 마리쨔는드디어드널븐하늘씨를소내너어따제!!"

"마리쨔, 새씨가댄거가따제!! 높이노~~~옾이이이이이!!"

 

남자의 손을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 새끼들은 신이 나서 저마다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어미 레이무는 뒤늦게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로 남자를 향해 호소했다.

 

"이, 인간 씨!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느, 느긋하지 않게 아가야들을 내려놓으라구!!"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레이무? 아가야들은 오히려 좋아라 하는 눈치인데?"

 

레이무의 얼굴에 떨어지는 물방울. 그것은 남자의 손 위에 올려져 태어나서 처음 보는 높은 곳의 풍경을 만끽 중인 아기 윳쿠리들이 싼 좋아라시시의 흔적이었다.

 

"아, 아가야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면못써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괜찮대도 그러네(빠각). 레이무, 이제 결정은 됐니? 오빠야랑 계약해서 애완 윳쿠리가 되는 거 말야."

"그, 그건..."

"아가야들도 이렇게 좋아하고 오빠야도 레이무 아주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그래도 싫어? 아가야들이 실망 많이 할 것 같은데..."

"아...아가야들이 실망하는 건...보고 싶지 않다구..."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레이무. 남자는 씨익 웃으며 교과서를 읽듯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아~어쩔 수 없네. 레이무가 가야지 아가야들도 애완 윳쿠리로 삼아주려고 했는데."

"어쨰셔그런소릴하는고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쓔레기가튼먀먀는빨리모쌩긴인간씨애애완윳쿠리가대라졔에에에에에에에에!!! 느그타지안캐지금당장대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

 

'어미 레이무가 애완 윳쿠리가 되지 않으면 아가야들도 데려갈 수 없다'는 남자의 말에 아기 윳쿠리들은 잔뜩 흥분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애완 윳쿠리가 되지 못한다는 소리는 곧 달콤달콤을 배터지게 먹을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것을, 부족한 팥소뇌로도 충분히 이해한 모양이었다.

어미 레이무는 그런 아기 윳쿠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결국 결심을 한 듯 슬픈 표정으로 남자에게 말했다.

 

"...알았다구. 레이무는 오빠야의 애완 윳쿠리가 되겠다구."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앙!!! 먀먀챼고야아아아아아아아아!!"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역씨부쳐님가도가튼마음씨를지닌마리쨔의엄먀야답다졔에에에에에에에!!!"

 

방금 전까지 제 어미를 마구 욕하던 놈들이, 애완 윳쿠리가 되겠다는 어미의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칭찬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어미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잘 생각한 거야, 레이무. 오빠야만 믿어. 레이무를 따뜻한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매일 같이 맛있는 것만 먹고 살게 해줄테니까."

"...아가야들도, 달라구."

"아가야들? ...아아, 그럼 물론이지. 아가야들한테도 맛있는 달콤달콤 씨 잔뜩 먹게 해줄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느와아아아아...댤쿔댤쿔씨이이이이..."

 

남자는 레이무의 기분이 바뀔 새라 한 손에 아기 윳쿠리들을 앉히고, 다른 한 손으로 어미 레이무를 들어올린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윳쿠리 플레이스를 뒤로 했다. 아기 윳쿠리들은 남자의 손이 마치 화장실이라도 된 것처럼 거침없이 좋아라시시를 싸댔지만, 남자는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걸로 철윳 3종 경기에 나갈 선수 윳쿠리를 확보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개념 윳이라면 틀림없이 중간에 좌절하지 않고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순위권이 입상할지도 모른다.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뛰어난 실력을 증명하는 셈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곧 학대계의 신분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남자의 부푼 가슴은 긴장과 흥분으로 방망이질쳤다.

남자는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일말의 불안감에 어두운 채였다. 영리한 놈이구나, 하

고 남자는 생각했다. 분명 그녀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을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걱정 마. 지금 바로는 아니니까.'

"느늣? 무슨 말 했어, 오빠야?"

"아, 응? 아, 아니야. 하하하..."

"느늣..."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리기에 바빴다.

철윳 3종 경기 준비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즐거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자는 아기 윳쿠리들을 든 손에 흐르는 불쾌한 느낌을 애써 참아내며,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자신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철윳 3종 경기 (02)


남자가 한 손에 컵을 들고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 컵 속에는 미지근하게 식힌 핫 초코가 반쯤 들어 있었다.


방 안 탁자 위에는 몇 시간 전에 데려온 윳쿠리 레이무 가족이 들뜬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미 레이무는 처음 보는 넓고 깨끗한 방에 신기해 하면서도 다소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지만, 아기들은 달랐다. 

 

여러 권의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 3단 서랍이 달린 책상, 검고 투박한 데스크톱 컴퓨터, 16:9 해상도의 벽걸이 TV 등 기존 노숙 생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난감'이 방 안에는 가득했다.


아직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미 이 방을 자신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지근한 핫 초코 컵을 들고 방에 불쑥 들어온 남자를 본 아기 윳쿠리들은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며 위협동작을 취했다.


 


"야아, 많이 기다렸지?"


"쀼, 쀼뀨우우우우우우욱!! 이고슨레이뮤드래유큐리퓨레이쓔라규!! 멍청한인간씨는느그탸지안캐뺠리꺼지랴규!!"


"쀼, 쀼뀨우우우우우우우욱!!! 마, 마땨졔!! 인간씨는사반나의사자보다강한쵯걍인마리쨔애유큐리퓨레이쓔에셔느그탸지안캐나갸라졔!! 그저내위쟈료료댤쿔댤쿔씨를가따바치랴졔!! 마니가져와도댄다졔!!"


 


두 볼에 잔뜩 바람을 불어넣고 남자를 겁 주는 아기 윳쿠리들. 남자는 제 엄지 손가락 한 마디가 될까 말까 한 사이즈의 놈들이, 온갖 위험으로 가득한 추운 바깥에서 따뜻하고 안전한 집 안으로 들여보내준 은혜도 모르고 자신을 협박하며 당장 나가라고 하는 모습에 발끈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기 윳쿠리들이 하는 말을 무시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이 힘들었지? 배고플텐데, 이거라도 먹으면서 쉬라고."


 


남자는 탁자 위에 작은 그릇을 놓고, 그 위에 미지근한 핫 초코를 조금 부었다.


핫 초코의 달콤한 냄새에 끌린 아기 윳쿠리들이 금새 그릇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느늣!? 이냄섀는댤쿔댤쿔씨!?"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쨔언니야는역씨쵯강이라규!! 인간씨가느그타지안캐댤쿔댤쿔을가져와땨규!!"


"늣헴! 마리쨔는언제냐쵯강이댜졔!! 마리쨔쵯강이어셔미아내~"


"쵯걍이어셔미아내~"


 


남자는 당장이라도 아기 윳쿠리들을 짓뭉개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소탐대실, 고작 아기 윳쿠리 몇 마리 죽이는 소를 탐하다가 보기 드문 개념 싱글 마더 윳쿠리를 잃을 수는 없었다. 

 

어미 윳쿠리도 자식들의 철없는 행동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뺨을 부풀리며 아기 윳쿠리들을 야단치기 시작했다.


 


"뿌꾸우우우욱!!"


"느삐이이이이이!?"


"느뺘아아아아아아아!?"


"아가야들은 그만 좀 하라구! 레이무와 아가야들을 이렇게 훌륭한 집에서 살게 해준 오빠야한테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 망정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구!! 미안하다구, 오빠야. 아가야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러니까 너그럽게 용서해달라구..."


 


자식들을 따끔하게 혼냄과 동시에 남자에 대한 사과도 잊지 않는 레이무의 모습을 보고, 남자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생물이 정말 윳쿠리 맞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만약 학대파가 아닌 애호파 손에 길러졌다면, 금배지를 넘어 플래티나배지까지 노려봄직한 그런 윳성과 기품의 소유윳이었다.


 


"하하, 괜찮아 괜찮아. 어린 것들이 뭘 알겠니? 오빠야는 다 이해할 수 있어."


"느느늣!! 멍청한인가는느그타게이햬햐랴ㄱ......"


"뿌꾸우우욱!! 그만 하라고 했지!!!"


 


남자의 '이해한다'는 말을 자신들의 위협을 '이해했다'고 알아들은 마리쨔가 남자를 향해 거만한 태도로 '느긋하게 이해하라구'라고 말하려고 하자, 참다 못한 어미 레이무가 드디어 철권제재에 나섰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마리쨔의 입에서 '멍청한 인간'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일그러진 남자의 표정을 통해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느삐이이이이이이!!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


"마, 마리쨔언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는 아가야들을 게스로 키우지 않았다구!! 느긋하지 않게 지금 당장 오빠야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구! 안 그러면 태평양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레이무도 더는 용서하지 않겠다구!!"


"느, 느히이이이익!!"


 


레이무는 제딴에는 최대한 약하게 때린다고 했으나, 상대는 아직 아기들이었다. 본디 윳쿠리는 아픔과 같은 외부자극에 매우 민감한 생물로 내성이 없는 아기 윳쿠리 시절에는 고통의 정도가 수십 배 커지는데, 그런 아기 윳쿠리들이 어미의 최대한 약간 몸통 박치기를 맞고 맨 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아내여미아내여!! 멍청하고느그타지모탄레이뮤가잘모태써여어어어어어어어!!"


"미아나댜졔미아나댜졔에에에에!! 쵯강인마리쨔는쓔레기가튼쵯약의마리쨔여땨졔에에에에에!!"


 


그냥 사과만 하라고 했을 뿐인데 스스로 자신을 깎아 내리며 남자에게 눈물의 사죄를 하기 바쁜 아기 윳쿠리들. 그들의 팥소뇌는 어미가 자신을 공격했다는 충격과 몸통 박치기로 인한 무시무시한 고통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아니, 뭐...이렇게까지 할 건 없는데..."


"아니라구! 게스는 내버려두면 결국 게스 밖에 안 된다구! 게스는 느긋할 수 없다구!! 오빠야는 느긋하게 이해하라구!! 아가야들아, 아직 사과가 부족하다구!!"


"느, 느히이이이익! 잘모태써여! 다시는안그럴개여어어어어어! 재발섀샹애셔재일기엽고노래쟈랴는불썅한레이뮤를용셔햬주새여어어어어어어!!"


"느, 느삐이이이이이!! 아야아야는실탸졔에에에에! 인간씨랑엄마야다으므로쵯강인마리쨔를얘슈그리슈도애사랑애마으므로너그럽깨용서해달라졔에에에에

에에!!"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고개 들고. 자, 달콤달콤 다 식겠다. 같이 먹어야지?"


 


남자는 기쁨과 당황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을 핫 초코가 담긴 그릇 쪽으로 유도했다. 남자는 알고 있었다. 비록 제 자식들을 공격하긴 했으나, 그것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더 큰 희생을 막고자 하는 어미 레이무의 지혜로운 선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은 순간 스쳐지나간 남자의 표정을 읽지 못했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 정도의 눈치와 결단력, 행동력이 있다면 철윳 3종 경기에 내보내도 1차전에서 탈락, 다시 말해 허무하게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남자는 확신했다. 지난 2회차 철윳 3종 경기에 출전하려고 했다가 윳쿠리의 게스화로 경기장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던 남자는, 이번에야말로 승리의 여신이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음을 직감하며 서둘러 다음 준비 단계로 이행하고자 했다.


 


"느느늣? 하느를날고인눈고가탸아!!"


 


남자가 레이무의 몸통 박치기에 맞고 반 강제적으로 잘못했다고 빌고 있던 레이뮤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들었다.


남자는 반대편 소지에 그릇에 담긴 핫 초코를 조금 찍은 뒤, 방울 진 그것을 레이뮤의 입에 묻혀 주었다.


 


"자아, 맛있는 달콤달콤이 식잖아요. 빨리 먹어야지?"


"우~물우~물......해, 행뽀오오오오오오옥!!!"


 


핫 초코를 입에 넣고 몇 번을 우물거리던 레이뮤가, 언제 울었냐는 듯 밝게 개인 표정으로 행복을 외치며 좋아라시시를 사방에 흩뿌렸다.


남자는 레이뮤의 좋아라시시에 맞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쨔 두 마리도 집어 차례로 핫 초코를 떠먹여주었다.


 


"느, 느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마시쪄!! 졸라마시쪄어어어어어어어어!!!"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앙!! 헤, 헤븐샹턔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레이뮤와 마찬가지로, 좋아라시시를 사방에 흩뿌리며 행복감에 겨워하는 마리쨔 두 마리. 그 중 한 마리는 상쾌나 행복보다 상위 절정감에 해당하는 헤븐 상태를 느끼며 황홀경에 젖어들기까지 했다.


어미 레이무는 아기 윳쿠리들과 남자의 환한 표정을 보고 급한 불은 껐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아기들이 또 무슨 실례를 저지를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레이무도 이리 와서 같이 먹어."


"늣? 아...아니야, 괜찮다구...아가야들 먼저 먹고, 그 다음에 남은 거 먹을 거라구..."


 


남자는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기특한 녀석, 철윳 3종 경기만 아니었으면 순수한 의미의 애완윳으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종 목적은 어디까지나 경기에 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레이무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포동포동하게 살이 찔 필요가 있었다.


 


"아가야들 거는 그릇에 든 거면 충분할 거야. 레이무 너는 여기 이쪽에 있는 컵에 든 거 먹으면 돼."


"넓고 따뜻한 집에 들어와서 살게 해줬는데, 이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다구..."


'노노노, 까먹은 거야? 레이무는 오빠야랑 계약해서 애완윳이 됐잖아. 애완 윳쿠리가 이 정도 호강도 못 누리고 어떻게 애완 윳쿠리라고 할 수 있겠니?"


"하지만......"


"그리고 사양하는 것도 지나치면 실례다? 오빠야가 아무리 레이무를 좋아해도, 오빠야 마음 그렇게 몰라주면 많이 아쉬울텐데..."


 


남자는 짐짓 아쉬움과 냉혹함이 뒤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치 빠른 레이무라면 이 표정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터.


남자의 생각대로 레이무는 순간 당혹스러워 하다가, 잠시 후 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 남자가 내민 컵 쪽으로 느릿느릿 저부를 옮겼다.


 


 


 


 


 


 


 


 


“오뺘야~! 이러냐랴졔~!”


“느쨤쟈눈오뺘야는저녀느그탸지모탸댜구~!!”


 


레이뮤와 마리쨔가 남자의 침대 앞에서 소란을 떨고 있었다. 남자는 이불을 머리까지 푹 뒤집어쓰고 몇 분만이라도 더 잠을 청하려고 애썼지만, 작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큰 윳쿠리들의 목소리를 결국 이기지 못하고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어어...좋은 아침..."


"느그탼오뺘야는느그탸개이러냐랴구!!"


"오뺘야조은아침! 느그탸개이러냐랴졔!!"


 


레이뮤와 마리쨔 자매는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일어나 앉은 남자를 향해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너무나도 밝아서, 남자의 환심을 사려고 일부러 꾸민 표정이라는 것을 몽롱한 상태에서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입에 고인 침, 초롱초롱한 눈망울, 잔뜩 기대감에 젖은 표정,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파닥거리는 귀밑털. 아기 윳쿠리들이 원하는 것은 매 끼니 때마다 거르지 않고 나오는 달콤달콤에 있었지, 결코 남자를 걱정하거나 하는 마음에서 그의 아침 잠을 방해한 것이 아니었다.


아기 윳쿠리들의 몸은 그들이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와 비교해서 몇 배는 커져 있었다. 처음에는 엄지 손가락 한 마디가 될까말까 했던 놈들이, 이제는 성인 손바닥 만한 크기로 성장해 있었다. 노숙 윳쿠리 시절이었다면, 아무리 영양 보급이 좋다 하더라도 고작 전고 7~8cm 정도 밖에 못 컸을 놈들이 말이다.


스케쥴대로였다면 아기 윳쿠리들이 이렇게까지 거대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너무 개념윳인 것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남자는 생각했다. 아기 윳쿠리들이 포식한 달콤달콤의 절반 이상은 원래 어미 레이무가 먹을 예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며칠 전에 기준 몸무게에 도달해 있어야 했다. 그것을 자식들이 게스 짓을 저지를 때마다 체벌을 가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제 새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서였는지, 제 먹을 것의 대부분을 자식들에게 양보한 것이다. 그 결과 클 놈은 안 크고 그렇게까지 안 커도 될 놈들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지고 말았다.


 


"아가야들아! 오빠야는 일하다가 늦게 집에 왔다구! 피곤한 오빠야를 깨우는 건 느긋하지 못하다구!"


 


남자는 소리가 나는 쪽을 봤다. 그곳에는 처음 봤을 때보다 몸집이 몇 배는 불어난 어미 레이무가 혹시라도 자식들이 실례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 하는 눈빛으로(이미 충분한 실례를 범하고 있지만) 남자를 쳐다보고 있엇다.


제 자식들에게 음식을 양보하고 있다고 해도, 비록 기준 몸무게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미 레이무의 몸집은 이미 통상 노숙 윳쿠리와 비교하면 최소한 2.5배는 커져 있었다. 통통한 볼살, 축 늘어진 저부, 그리고 느릿한 목소리는 불과 며칠 전, 쓰레기장을 뒤적이고 있던 레이무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레이무의 몸매는 다행히 표주박형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였다. 머리가 지나치게 좋은 윳쿠리가 간혹 사람 앞에서만 개념을 연기하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는 본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윳쿠리들은 백이면 백 몸이 비대해질수록 표주박형이 되어간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윳쿠리의 의지로 몸매는 바꿀 수 없었다. 일종의 유전자적 본능, 또는 도태를 위한 자살 프로그램일지도 모르는 표주박 몸매화는, 남자가 데려온 윳쿠리의 몸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아니아니, 괜찮아. 어차피 뭣 좀 먹으려고 했으니까. 어쨌든 좋은 아침이다, 레이무.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그탸개이쓔랴구!!"


 


남자는 레이무를 향해 윳쿠리 특유의 인삿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레이무와 레이뮤, 마리쨔 역시 같은 말로 남자에게 인사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침대 정리를 한 뒤, 세수와 면도를 마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오늘 아침에는 뭘 해 먹을까?"


"느와아아...댤쿔댤쿔! 댤쿔댤쿄미머꼬시펴!!"


"아침일찍이러나먹는댤쿔댤쿄매마슨천하일미라졔!! 아치매는댤쿔댤쿄믈머거야하루종일느그턀쑤이따졔!!"


 


아이 윳쿠리들은 남자 옆에서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달콤달콤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남자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아이 윳쿠리들의 행동을 지겨워했지만, 어미 레이무가 기준 몸무게에 도달할 때까지만 참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애써 웃는 표정을 지었다.


 


"전에 핫 초코 먹다 남은 게 있는데, 오늘 아침에는 간단하게 그거나 먹자. 응?"


 


남자가 냉장고에서 핫 초코 분말을 꺼내며 아이 윳쿠리들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 윳쿠리들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쀼뀨우우우우우욱!!! 핫쵸쿄는이재질려땨졔!! 핫쵸쿄보다마신는댤쿔댤쿄믈머꼬십따졔!!"


"쀼뀨우우우우욱!! 마땨구! 핫쵸코는이재더이상느그턀쑤업땨구! 레이뮤한태저내먹떤댤쿔댤쿄믈또머기려고하다니, 오뺘야는레이뮤를미워하눈구나!!"


"아무리아치매일찌기러나셔머리갸안도라갼댜고하지만, 그졍됴는샹시그로알교이쎠야한댜졔! 그거또모르는오빠야는뱌보야? 주글래?"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


"느뺘아!!"


"느히익!!"


 


아기 윳쿠리들이 더 맛있는 달콤달콤을 내놓으라고 투정을 부리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으려고 하는 낌새를 알아차린 어미 레이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자식들을 들이 받았다. 주방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가 기절해버린 아이 윳쿠리들을 뒤로 한 채, 어미 레이무는 남자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사과 인사를 했다.


 


"미안하다구! 미안하다구! 레이무가 잘못했다구! 오빠야는 아가야들을 나무라지 말라구!"


"아니 뭐 괜찮아.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뭘."


 


남자는 반쯤 체념하고 있었다. 게스는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영원한 게스다. 사람 중에도 구제불능의 개망나니가 존재하는 것처럼 윳쿠리 중에서도 당근과 채찍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썩은 근성의 소유윳이 존재하는데, 개념 어미 레이무가 데려온 아이 윳쿠리들이 바로 그런 놈들이었다. 

 

때문에 남자는 아이 윳쿠리들이 뭐라고 욕을 하든 말든, 큰 일을 위해 사소한 스트레스는 참고 넘어가기로 일찍부터 다짐하고 있었다. 어차피 운명의 그 날도 멀지 않아 보였고 말이다.


 


"어쨌든 핫 초코 말고는 딱히 먹을만한 게 없으니, 아침은 이걸로 참아. 있다가 동네 슈퍼 문 열면 가가지고 뭔가 맛있는 거 사가지고 올테니까. 레이뮤랑 마리쨔 들은 느긋하게 이해하라고!"


"느...느그탸개이햬햬땨구....."


"느...느그...느그탸개이햬햬땨졔......"


 


어미의 몸통 박치기에 맞고 나가 떨어진 레이뮤와 마리쨔들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전과 비교해서 어미 레이무의 몸통 박치기 위력이 몇 배나 강해지긴 했지만, 아이 윳쿠리들도 통상 노숙 윳쿠리보다 몇 배나 비대해진 덕분에 그만큼 충격이 흡수되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커피포트로 물을 끓인 뒤 핫 초코 분말을 타 넓은 접시에 그것을 따라주었다. 아이 윳쿠리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릇에 담긴 핫 초코를 핥으며 '그저 그래~'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남자는 어미 윳쿠리에게도 따로 핫 초코 그릇을 내주었다. 아이 윳쿠리들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름 열심히 그릇을 비우고 있었기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미 레이무의 핫 초코는 분말을 3봉지 풀어 탄 아주 진한 핫 초코였다. 같은 양처럼 보여도, 섭취하는 칼로리는 훨씬 높았다.


레이무는 먹는 도중에 잠깐씩 아이 윳쿠리들이 달콤달콤을 먹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자기 몫의 핫 초코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아무리 개념에 영리한 놈이라도, 결국은 윳쿠리. 생김새와 양만 같으면 상대와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그 모양새를 보고, 남자는 작업이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내심 안도했다.


윳쿠리들이 해치운 그릇을 치운 뒤, 남자는 방 침대 밑에서 체중계를 꺼냈다. 어미 윳쿠리의 몸무게를 재기 위해서였다.


 


"레이무! 몸무게 재야지!"


"느늣...오늘도 재는 거야? 숙녀의 몸무게를 알려고 하다니, 오빠도 참 짓궂다구......"


 


레이무는 부끄러운 듯 발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다 네 건강을 위해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느긋하게 이해하라고."


"느늣, 알겠다구. 레이무는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남자의 설명을 들은 레이무는 마지못해 하며 체중계 위에 몸을 실었다. 행동은 조심스러웠지만, 큰 폭으로 출렁이는 체중계의 바늘은 그녀의 몸이 조신한 몸동작으로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라 있음을 증명했다.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남자는 자신의 눈을 비비고 체중계 바늘이 가리키는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아, 잠깐잠깐...움직이지 말고 있어봐. 그렇지, 잘하고 있어...좋아, 이제 숨 쉬어도 돼."


"푸~하~"


 


정확한 측정을 위해 숨을 참고 있던 레이무가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남자가 싱글벙글 거리고 있음을 안 레이무는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났나 싶어 그에게 질문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레이무의 몸무게를 보고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아, 미안미안. 오늘 내일 할 줄은 알았지만, 막상 기준치가 되고 나니 뭐랄까...달성감? 그런 게 느껴져서 말야."


"기준치? 그게 뭐하는 거야? 맛있는 거야?"


 


제 입장이 불리해지면 사람도 잘 모르는 온갖 쓸데없는 잡학 지식을 잔뜩 늘어놓는 주제에,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은근히 자주 듣게 되는 말인 '기준치'를 이해하지 못한 레이무는 말의 의미를 남자에게 되물었다.


남자는 레이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의 레이무가 다시 한 번 말뜻을 물으려고 했을 땐, 벌써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 오목한 곳 구석에 몇 방울 고여있는 거라도 어떻게 해서든 마셔보려고 이리저리 몸을 구부리며 추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레이뮤와 마리쨔 자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느읏! 느읏! 핫쵸쿄씨는도망갸지먈고순수니레이뮤애개자바머키라구! 느그탸개자바머키라구!"


"헹! 핫쵸쿄씨는마리쨔니매거시라구! 마리쨔님보다열등한레이뮤는느그탸게이해햐랴졔!!"


"느삐이이이이이잇! 어쨰셔그런소릴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아! 레이뮤는이섀샹애셔가쟝아름답고귀엽고순겨란윳쿠리란마리야아아아!"


"우끼는소리하지말랴졔! 이섀샹애셔가쟝아름답고기여운건이마리쨔님이라졔! 아뮤거또모르는레이뮤는느그탸개이해햐랴졔!!"


"느늣! 핫쵸쿄가머꼬십찌아느면마리쨔다으므로쵯강인마리쨔니만태느그탸개양보하랴졔! 서둘러도댄다졔!!"


"하아...새끼들 가만 보고 있으려니 꼴 사나워서 못 있겠네..."


"느늣!? 오뺘야! 푸른비츠로빈나는카리브해애아름다운바다보다매력쩌긴레이뮤를도아주려고그러는구나! 거기그러캐가마니서이찌만말고어서뺠리레이뮤한태핫쵸쿄를떠머겨댤라구!"


"느느늣!? 무슨소리하눈고냐졔! 노...오뺘야는쵯강인마리쨔니믈도아주러온거라졔! 마리쨔마리마찌? 오뺘야는마리쨔를도아줄꼬지??"


"웃기고 자빠졌네."


"느느느느느느느늣!?"


 


남자는 혀를 낼름거리고 있는 아이 윳쿠리들을 우악스럽게 떼어놓은 뒤, 핫 초코 몇 방울이 아직 굴러다니는 접시를 그대로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아이 윳쿠리들 들으라고 일부러 물을 세게 틀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느와아아아아아아아!!! 무슨지슬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아!!! 레이뮤애이배드러오므로써비로소느그탈쑤인눈핫쵸쿄씨가아아아아아아!!!"


"느애애애애애애애앵!!! 사과하라졔!! 자원을쇼즁하개생가칼쭐도모르는오뺘야는지금당쟝마리쨔한태사과하라졔!! 그리고위쟈료로더마신는댤쿔댤쿄믈잔뜩가져오라졔!! 지금댱쟝가져와도된..."


"시끄러, 병신아."


 


남자에게 위자료를 요구하던 마리쨔의 몸은 남자의 말 중 '시끄러'의 '러'가 막 끝날 즈음에는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느라 누렇게 뜬 이빨 몇 개가 그 옆을 함께 날고 있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느뺘아아아아아아아!!! 얼구리!!! 쵯강인마리쨔애얼구리이이이이이이이!!!"


"느히이이이이이이익!!! 어, 언니야아아아아아아아!! 오, 오뺘야! 이개지금무슨지시냐졔!!"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땅바닥에 얼굴부터 처박힌 마리쨔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여동생 마리쨔의 표정에 당황과 공포의 빛이 번져 나갔다.


 


"말했지, 시끄럽다고. 아~아, 거 사람이 좀 아침에 푹 좀 쉬자고 하는데 꼭두새벽부터 머리 맡에 와가지고는 밥 달라고 재잘재잘재잘재잘......"


"오...오뺘야...얼구리무섭따구..."


"그러니까 왜 멀쩡하게 자는 사람 건드려가지고 이런 화를 자초하냔 말이다. 어엉?"


 


남자의 발이 레이뮤의 머리를 짓눌렀다. 레이뮤는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아둥바둥 거렸지만,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감정의 무게를 실은 남자의 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오, 오빠야! 진정하라구!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구!!"


 


제 자식들이 남자에게 얻어맞는 모습을 본 레이무가 부리나케 레이뮤 쪽으로 뛰어왔다. 레이뮤는 간절한 시선으로 제 어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남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도 레이무가 사과만 하면 용서를 해줬기 때문에, 이번에도 레이무가 눈물의 호소를 하면 남자의 기분도 금새 누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가야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구! 다시는 안 그러게 따끔하게 혼 낼테니까, 오빠야는 이번 한 번만 제발 용서해달라구!!"


"항상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그러지. 레이무, 현실을 똑바로 봐. 얘네들은 구제불능이야. 게스라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준다고 또 안 그럴 거라는 보장이 있냐? 지금까지도 그래왔는데?"


"느삐이이이이이이이잇!!! 레이뮤는게슈가아니랴구!!!!"


"넌 닥치고 있어."


"느삐이이이이이이이이!!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마내애애애애애애애애애!! 발찌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뮤의 항변에 짜증이 난 남자가 발에 체중을 싣자 고통을 참다 못한 레이뮤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본 레이무는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며 남자를 향해 눈물의 호소를 했다.


 


"오빠야! 지금까지 느긋하고 이성적으로 잘 해오다가 갑자기 이러면 안 된다구! 평소에 아가야들이 게스 같이 굴었던 건 레이무도 알고 있다구! 그렇다고 폭력을 휘두르면 게스인 아가야들과 똑같이 된다구! 말로, 말로 해결하라구 오빠야!"


 


남자의 발이 레이뮤에게서 떨어졌다. 레이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어미 레이무 쪽으로 달려갔다. 레이무의 뒤에 숨은 레이뮤는 부르르 몸을 떨며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고마워, 오빠야. 오빠야라면 레이무의 말을 이해할 줄 알았......"


 


그러나 레이무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마리쨔 때와 마찬가지로, 남자의 발이 레이무의 얼굴 깊숙한 곳을 후벼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느와아아아아아!! 하, 하늘을 나는 것 같아아아아아아아아아......느붋!!"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던 레이무는 주방 벽에 한 번 부딪힌 뒤 땅바닥에 얼굴부터 털썩 떨어졌다. 남자가 레이뮤를 놓아준 것이 자신의 진심 어린 한 마디 때문인 줄로 생각하던 레이무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바닥에 누운 채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남자는 그런 레이무를 내버려둔 채, 두 눈을 꼭 감고 몸만 덜덜 떨고 있는 레이뮤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천천히 힘을 주어 밟기 시작했다.


 


"...야, 레이무. 나 말야, 네가 개념인 줄 알았다? 뭐, 개념이 맞긴 하지. 다른 놈들보다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르고. 싱글마더 주제에 모성애도 있고, 건방지지도 않긴 해."


"느으으..."


"그런데 말이지, 내가 널 좀 과대평가한 것 같아. 폭력을 휘두르면 내가 게스 윳쿠리 새끼들이랑 똑같아진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느삐이이이이이이!!! 발찌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가야아아아아아!!"


"내 폭력이 이유 없는 폭력이냐? 네 새끼들이 게스 짓만 안 했어도 나 이런 짓 안 한다? 그걸 썩은 게스 새끼랑 비교해? 솔직히 실망했다. 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았다 이거야."


"느으으...그, 그렇지 않아, 오빠야...레, 레이무는......"


"엄먀아아아아아아!! 살려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누내너어도아푸지아늘미슈윳큐리가튼레이뮤가아파하고이짜나아아아아아아!!! 게스인엄먀야는거기서느그탸개이찌말고느그탸지안캐레이뮤를구하라구우우우우우우우!!"


 


레이뮤의 입에서 소량의 팥소가 흘러 나왔다. 얼굴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가야...조금만 기다리라구...엄마가...엄마가...금방..."


"처리해줄 거라고? 걱정하지 마. 네 새끼는 네가 일어나기 전에 내가 죽여버릴 거니까."


"느삐이이이잇!? 어, 어쨰셔그론소릴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


"왜 그런 소리를 하냐고? 너 생각보다 훨씬 바보구나? 죽을래? 뭐, 죽일 거지만. 평소에 너희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을 하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살다 살다 별 거지 같은 윳쿠리 다 보겠네."


"레, 레이뮤는거지가아니느쁇!!"


"아아~더 살려둬 봤자 개소리나 늘어놓을테고, 슬슬 편하게 해줄까?"


 


레이무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자의 눈빛, 몸짓, 말투 모든 것이 레이뮤의 죽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제공되는 달콤달콤에 아무런 대가도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몸무게를 재는 행위 또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그것이 꼭 나쁜 의미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자신과 아가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아가야들이 욕하면서 보채댔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긴 했지만, 원래 그녀에게 남자를 따라가려는 생각 따위 눈곱만큼도 없었다. 레이무의 머리 속에 어렸을 적 같이 뛰어놀던 이웃집 마리쨔가 떠올랐다. 

 

한 친절해보이는 인간 씨를 따라나선 마리쨔. 하지만 그녀는 며칠 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짓뭉개진 모습으로 가족 곁에 돌아왔다.


마리쨔가 따라나선 인간 씨는 무척 너그럽고 자상해보였다. 그러나 그의 애완 윳쿠리가 된 마리쨔는 죽었다. 비록 남자가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었고, 매일 같이 맛있는 달콤달콤 씨를 제공해줬다 하더라도, 그녀는 남자를 100% 믿을 수 없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무는 결심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각오에서 나온, 미리 준비해둔 유언과도 같았다.


 


"잠깐만, 오빠야."


"......응?"


"......오빠야는 느긋하게 아가야를 놓아달라구. 그 대신..."


"그 대신?"


"......그 대신, 레이무를 영원히 느긋하게 하라구."


 


레이무가 비장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멀뚱한 표정으로 레이무를 쳐다보던 남자가, 잠시 뒤 자신의 배를 잡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햣하아! 와~나 이거 진짜 미치겠네."


"느늣? 오...오빠야...?"


 


레이무는 어리둥절했다. 연이어 터지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그녀의 팥소뇌는 제때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비장한 한 마디가 사실 남자를 확신에 차게 할 한 마디였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고, 남자가 그 때문에 파안대소하고 있음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는 입에서 팥소를 질질 흘리며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던 레이뮤를 마리쨔가 나뒹굴고 있는 쪽으로 걷어 찼다. 레이뮤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언니 마리쨔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마리쨔와 정통으로 부딪혔다.


 


"느삐이이이잇!! 마, 마리쨔애관자노리가아아아아아!!"


"느뺘아아아!! 레이뮤애고양이씨애패드가튼저부씨가아아아아!!"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는 두 마리를 뒤로 하고, 남자는 레이무 앞에 서서 자세를 낮췄다.


 


"야, 레이무."


"느, 느긋하게 하고 싶으면 빨리 하라구. 혼자 먹어주세요 안 할테니까, 대신 아가야들의 목숨 만은..."


"뭔가 착각하는가 본데, 내가 널 왜 죽이냐? 이제 시작인데."


"느, 느늣?"


"애들이 그렇게 소중해?"


"물론이지! 아가야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구!"


"그럼 오빠야 말 잘 들어야겠네?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남자가 아기 윳쿠리들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안 그러면 아가야들의 목숨은 없으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아아아아아!!! 그러니까 아가야들은 내버려두고 레이무를 느긋하게...느힉?"


 


남자는 레이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하,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아..."


"윳쿠리는 개념이라도 결국은 윳쿠리인가? 방금 내가 한 말 이해 못했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내가 말 했어 안 했어? 난 널 안 죽여. 넌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죽여. 걱정하지 마. 내가 원하는 게 이루어질 때까지는 살려둘테니까."


"레, 레이무는 영원히 느긋해지는 것 따위 겁나지 않..."


"그렇겠지. 하지만 아가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가야들이 영원히 느긋해지는 걸 넌 또 어떻게 생각할까?"


"아가야들만은 안 된다구!! 그러니까 레이무를..."


"후우...같은 소리 자꾸 반복하게 하지 말고. 알았지? 오빠야 말만 잘 들으면 아가야는 멀쩡해. 뭐, 맨날 제재한다 제재한다 말만 해놓고서, 문제가 일어날 때만 잠깐 몸통 박치기 하는 선에서 그만 두는, 평소부터 행동교정할 생각은 하지도 않는 멍청한 널 대신해서, 썩어빠진 게스인 너네 아가야들한테 강도 높은 진짜 제재를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죽이진 않을테니까 걱정하진 마."


"느, 느삐이이이이이이!! 어쨰셔그론무셔운쇼리를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


"젯재는실탸졔에에에에에에!! 오뺘야는느그탸개이해햐랴졔에에에에에에에!!!"


"조용히 안 있하면 죽는다."


"느힉!"


 


남자는 제재한다는 말에 겁을 먹고 난리를 피우는 아기 윳쿠리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협박했다.


 


"오빠야가 한 말 이해했지?"


"느늣...알았다구...뭐든지 다 할테니까 아가야만은 살려달라구..."


 


레이무는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다고. 인간 씨는 다 똑같다고.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남자의 말을 듣는 척하다 아가야들을 데리고 무사히 밖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자신들에게 미래가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은 달콤달콤 씨 때문에, 아가야들의 입맛은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태였다. 게스인 아가야들이 바깥에서 먹는 식사에 만족할 리 없었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것이다. 레이무가 어렸을 때 본 아사한 윳쿠리의 시체는 하나 같이 끔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바에야, 괴로워도 차라리 남자 곁에서 그의 말을 듣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의 곁에서 힘든 나날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자신을 포함한 아가야들, 아니 최소한 아가야들만이라도 자유를 움켜쥘 기회가 찾아올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남자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도망가지 않았다. 자신의 저부가 인간보다 빠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달콤달콤을 배터지게 먹고 보통 윳쿠리보다 몇 배는 커진 아가야들이 장차 커서 어른이 되면 자신보다 훨씬 빠른, 인간을 능가할 총알 같은 저부를 가지게 될지도 몰랐다. 총알 같은 저부를 가질 아가야들을 위해서라면, 레이무는 그 어떤 고통이라도 감내할 수 있었다.


레이무는 울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가야들이 아무리 자신을 욕해도, 울면서 떼를 써도 남자를 따라나서지 말 걸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미래는 멀었고, 현실은 괴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레이무는 다짐했다.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야들을 위해 살아남겠다고. 남자가 그녀의 표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레이무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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