윳쿠리 환생 자중 완전기억 다회차 과묵 애호 학대 오리설정
남자는 눈을 떴다.
기묘하게 늘어지는 흔들림이 느껴졌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도저히 익숙해질수 없을것같으면서도 어쩐지 익숙해져버린 감각이 남자의 몸을 감쌌다.
흐릿한 시야에 비친 세상은 상상보다 거대했다.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흐음.
어떻게 된거지.
남자는 손을 들었다.
기묘하게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느낌이 났다.
남자의 흐릿한 시야에 비친건 일단은 평범한 인간의 손은 아니었다.
손을 흔들자, 그 정체모를것도 손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흠.
흥미롭군.
남자는 주변으로 감각을 확장했다.
무언가가 들렸다.
"느끄타게 이쮸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아가야!"
"마리사 아가야가 더 태어난다고 긴장풀지마!"
흠.
묘하게 익숙하게 생긴 머리통이 보였다.
아무래도 남자는 무언가 거대한 뒤집힌 모자로 보이는 것 위에 올라타있는듯했다.
그런 남자의 옆엔 시끄럽게 떠드는 작은 빨간색과 검은색의 머리가 몇마리씩 보였다.
그리고 머리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기여운 레뮤가 느그타게 태어난다규!"
남자는 잠시 위를 올려다보고,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 옆으로 굴렀다.
남자가 피한 직후 그 자리엔 빨간색의 동글동글한 귀밑털을 지닌 머리가 하나 떨어졌다.
남자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어떻게 된건지, 눈을 뜨자 보이는건 엄청 바뀌어버린 세계와 말하는 인간의 머리통.
제법 그로테스크한 광경이다만 남자는 특별히 동하지는 않았다.
음.
익숙한데.
이것들 어디서 봤더라.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붉은건 무녀고 검은건 마법사.
동방프로젝트였나, 그런 탄막게임이었을것이다.
그 주인공이던 레이무와 마리사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흠.
흥미롭구만.
"아가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그타게 이쮸라규!"""
왠지 원시인의 의식 같아보이는 광경이다.
원시인의 의식이라고 생각할수 있는건 남자가 실제로 원시인의 의식을 봤기 때문일까.
이미 제목부터 나왔는데 무얼 숨기랴, 남자는 예의 '환생자'다.
전생의 기억을 지녔습니다 하는 요즘 흘러넘치는 라노벨의 주인공 같은 케이스다.
하지만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남자에겐 완전기억능력이라 불리는 그런 능력이 있었고.
그리고 남자는 1984 11 23회의 환생을 거쳐왔다.
구석기는 유감스럽게도 넘어갔지만 일단은 신석기때도 살아봤고(12회차), 그보다 전의 가장 첫번째 삶은 아마 가장 초기의 복합세포체..ㅡ뭐, 원시 지구의 첫번째 생명체라 불리는 미생물이 그의 첫번째 생이었다.
뭐 그렇게, 남자는 60억년정도를 거쳐 이곳에 있다.
제법 많은 경험을 해온 그에게도 이런 환생은 처음이었다.
'...느긋.... 느....아가...?'
남자에게도 이런 환생은 처음이다만 어딘가 익숙하다.
비단 동방이라는 작품 하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가...느그타게....아..."
남자는 시끄러운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구우우우!!"
"옴먀 어늬야느 왜 마르 안해?"
뭐지.
흑색 홍색 대형 소형 각 하나.
도합 4개의 머리통이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남자는 무시했다.
"아ㅏㅏ가ㅏ야캌앙ㄱㄱㄱㄱㄱ"
"느극ㄱ차타게 이ㅣㅣㅆ으ㅏ구ㅜㅜㅜ"
남자는 시끄러워서 무시하기에 실패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면 닥쳐줄까.
남자는 말했다.
"σκάσε.(닥쳐)."
"아ㅏㅏ가야 느그타.. 늣!?!"
"느ㄱ그타ㅔ게...... 늣?!"
닥쳐준다.
땡큐.
유창한 그리스어에 데꿀멍한 머리통들을 버려두고 다시금 남자는 생각에 잠겨들었다.
어디서 많이 본 생명체들이다.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흠、
느긋하게.
Relax.
ゆくり.
....
남자는 작게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아. 그래. 이것들 윳쿠리구나.
대략 6회차 전의 생에서 본적이 있었다.
통칭 윳쿠리.
정의는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를 데포르메한 말하고 움직이는 만쥬.
쯧.
남자는 작게 혀를 찼다.
하필 이번 생은 이딴걸로 태어나다니.
남자는 귀찮은듯 아직도 충격에 빠져있는 만쥬들에게 대충 느긋하게 있으라구, 하며 인사를 던졌다.
그제서야 충격에서 헤어나와 시끄럽게 빽빽 소리지르는 만쥬들을 바라보며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이 떡같은것들은 무슨 말을 하면 시끄럽게 떠드네.
그렇게 생각한 남자는, 이후 한달이 지날동안 아예 닥치고 지냈다.
*
가장 쉬운 방법은 그대로 자살하는것일테지만, 남자는 태어난 이상은 살아간다는 스스로의 규칙이 있었다.
이미 아득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는 노예나 왕이나 미생물이나 인간이나 다를것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남자는 그런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남자는 정보를 인식했다.
일단은 자신은 윳쿠리로 태어난듯하다.
생물학적 부모는 레이무종과 마리사종. 그리고 그 외의 생물학적 친족은 레이무종 마리사종 새끼 한쌍.
남자의 부모에 해당하는 윳쿠리를 관찰하고, 그 환경도 관찰한 결과 남자의 부모인 윳쿠리는 들윳이며 레이무쪽은 뱃지의 흔적으로 미루어보아 애완윳쿠리였고 흔한 클리셰대로 마리사쪽이 끌여들였다고 생각할수 있다.
거주지는 마찬가지로 클리셰대로다.
두세번정도 물에 젖었다 다시 마른듯한 골판지 상자와 낙엽 등등의 가구들.
넓게 탁 트인 입구ㅡ랄까, 원래대로면 골판지 상자의 개봉부ㅡ로 보면 이곳은 도시의 뒷골목과 맞닿은 작은 공원이며 바람에 희미하게 실려오는 살타는 냄새랑 비슷한 어느 냄새(아마도 예의 시취?)로 추측하건만 절대 결코 윳쿠리에게 호의적인 환경은 아니다.
남자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밖에서 안으로 다시금 눈을 돌렸다.
"뉴에에엥!!빼꼬파!!!"
"느에에엥!!"
사이렌이라도 있는듯 찌르는듯한 울음소리에 남자는 이를 갈았다.
당황한 어미 레이무가 줄기을 뜯어내 씹고 있었다.
흠.
현재 보이는건 여기까지다.
좀 더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동안, 어미 레이무가 먹기 좋게 씹은 줄기를 내뱉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저 구역질이 날 광경이지만 주기율표의 원소를 3개 정도 빼고 전부 섭취해본 남자는 신경쓰지 않고 조용히 먹을 따름이다.
다른 생물학적 남매들이 튀겨가며 캥뽁이니 뭐니 외칠동안 철저하게 먹어간덕에 절반을 한참 넘은 양을 먹어치운 남자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옆에선 남자의 생물학적 남매들이 배가 고프다며 여전히 시끄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확실히 남자가 대부분을 먹긴 했지만 애초에 줄기는 새끼 윳쿠리보다 몇배로 크다.
그림체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방울토마토같은게 몇개씩 매달려있는데 꺾이지 않는것에서 보이듯 줄기는 꽤나 두껍고 길다.
부피로만 따져도 확실히 새끼 윳쿠리의 몇배는 될터이다.
그럴텐데.
그럴텐데도 새끼들이 배고프다고 소리지르는걸 보아, 줄기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윳쿠리의 식물임신 줄기가 물에 닿으면 크기가 줄거나 아니면 씹는동안 압축되지 않은 이상 줄기의 양이 줄어들 일은 없다.
일반적으론.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면 답은 간단하다.
답에 대한 힌트는 눈 앞에 있다.
순수하게 아이에 대한 기쁨으로 느긋해보이는 아비 마리사완 달리, 왠지 모를 포만감도 겸한듯한 레이무.
씹는동안 삼킨게 틀림없다.
이쯤되자 남자는 자신의 현재 친족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남자는 오랫동안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났기에 대략적인 관상을 볼줄 안다.
아비 마리사는 살짝 말랐지만 흉터가 많고 움직임이 빠른편이다.
9처럼 나 최강 어쩌고 하다가 인간에게 죽을 상이다.
줄기를 먹은 어미 레이무는 피부가 더러워져가지만 아직 머리장식은 깨끗하고 상처가 없으며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이미 줄기 몰래 먹은것에서 답은 나왔다. 더도 덜도 말고 데이부다. 살찐거 봐라 딱 봐도 마리사 부려먹던거다. 죽을상이다.
새끼 마리사는 평범한 새끼 마리사다. 눈이 맑고 귀밑털은 조금 짧은편이나 그건 그림체마다 다르기에 상관없는 일일테다.
어느새 태어나자마자 땅에 떨어져있던 딱딱한 잡초 조각을 칼처럼 들고 있는걸 보아 아비 뒤를 따라 인간에게 죽을 상이다.
새끼 레이무는 와사다.
죽을상이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ㅡㅡㅡㅡㅡ
간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사살백두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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