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제껏 겪은 다른 아픔하고는 다른 아픔이었다. 몸을 쭈욱쭈욱하는 아픔이었다. 수많은 싸움덕분에 맷집에는 자신이 있는 마리사였지만, 이 아픔은 달랐다. 쫀득쫀득한 피부씨가 점점 당겨지더니 참을 수 없이 아파졌다. 뭔가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쭈욱쭈욱이 심해졌고 몸 전체가 찢어질듯이 아팠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마리사를 보는 인간의 눈이었다. 경멸하는듯한, 비웃는듯한 그런 눈으로 마리사를 보고 있었다. 명백하게 마리사를 자기 아래로 보고 있었다. 그 옆에 쓰레기 텐시는 반짝반짝한 눈으로 동경하듯이 마리사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마리사가 아니라 마리사의 처지를 동경하는 듯한, 그런 위화감이 들었다. 제재다... 이런 쓰레기들은 바로 제재해야한다.
"그런 눈으로... 그런 눈으로 마리사를 보지 말라제! 보지말라고 쓰레기들아! "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눈으로 누군가를 보는 건 오직 마리사에게만 허락된 일이니까. 누구도 마리사 위에 있을 수 없으니까. 마리사의 몸이 움직이기만 했다면 전부 쓸어버렸을 것이다.
"잡힌 주제에 체면은 무지 챙기는구나. 마리사.'
드르르드르르륵!!
나무로 된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였다.
참지 못한걸. 후회해야할까? 인간을 이기지 못한걸. 자책해야 할까? 누구를 탓하고 욕해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걸까?
고문랙에 매달린 마리사는 평소에 두 배하고도 약간 더 늘어나있었다. 고문랙은 윳쿠리의 위아래를 고정시키고 손잡이를 신나게 돌리면 도르래가 작동하여 늘려 죽이는 심플한 구조의 학대기구다. 작동은 단순하지만 고통은 단순하지 않다. 아마 그럴것이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큰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던 마리사도 지금은 입 닥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몸 표면은 밀가루 반죽이 한계까지 늘어나서 반투명한 피부 너머로 통판이 비쳐보인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찢어질 것만 같은 그 모습은, 한편으로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투박하게 살찐 못난이에게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녹아가는 살얼음 같은 위태로움. 거기에 생명까지 있다는 점은 충분히 날 흥분시켰다.
아랫배에 살짝 손을 대자 마리사의 눈이 거기에 반응해 움직였다. 불안하고 초조한 눈으로 내 손끝을 쫓았다. 고통을 버티기 위해 이빨을 꽉 다물었고, 그 옆으로는 거품 섞인 침이 칠칠치 못하게 흘러나왔다. 핏발 선 눈은 튀어나올듯이 부릅뜨고 내 행동을 주목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움직임이 있는 곳은 땋은 머리였다. 그 작은 땋은 머리를 휘둘러 자기 몸을 탁탁 치고 있었다. 작은 움직임으로 나마 내게 항변하는 걸까? 검지와 약지로 잡아서 과시하듯이 마리사의 눈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공을 들여서 마리사의 눈 앞에서 뽑았다. 더 아파하도록, 더 고통스럽도록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조금씩 힘을 줬다. 반쯤 튀어나온 눈알이 땋은 머리와 내 얼굴을 혼란스럽게 오갔다.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잡초를 뽑는것보다도 쉽게 마리사의 땋은 머리가 뽑혔다. 눈물이 흘렀다.. 핏발 서고 튀어나온 눈에서 설탕물로 된 눈물이 흘렀다.
"텐시 가질래? 이거?''
"에이~ 필요 없어요. 이런 쓰레기."
마리사의 '자랑스러운 땋은 머리'를 텐시에게 주자 텐시는 그걸 귀밑털로 후려쳐서 자기 앞에서 치워버렸다. 입은 웃고 있지만 그 눈은 분명하게 마리사의 눈을 향하고 있다. 경멸하고 있다.
묶인 상태에서 최대한 크게 요동쳤지만, 애벌레가 꿈틀대는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탁한 흰색에 길쭉한 무언가로 몸을 잔뜩 두들겨 맞았다. 마리사는 모르겠지만, 물체의 정체는 글루건스틱으로 둔탁한 둔기의 아픔과 예리한 회초리의 아픔을 모두 겸비한 물품이다. 처음에는 피부 표면이 뜨거운 듯이 아팠다가 이내 피부 안쪽 깊숙이 그리고 넓게 아픔이 퍼진다. 가시로 된 뿌리가 몸속에서 자라는 것 같은 아픔이 전신에서 일어난다. 뜨겁고, 따갑고, 아프며 간지럽다. 아파아파한 곳을 낼름낼름할 수도 없다. 고문랙에 고정된 탓에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그로테스크한 표정을 지은채로 “이잌! 띠잌!! 뜨히잌!” 같은 소리만 내뱉을 뿐이다.
드르르륵!
“어때 마리사? 많이 아퍼? 앞으로 더 아플건데 어쩌니?”
고문랙 다이얼을 다시 돌려서 이번엔 조금 살만하게 풀어줬다. 모자를 벗기고 머리분쇄기를 씌웠다. 반구형의 몸체를 머리에 씌우고 위에 손잡이를 돌리면 몸체가 점점 조여서 머리통을 박살내주는 고문기구다. 그리고 이것도 돌리면 드르륵 소리가 난다.
드르르르륵!
무서운 기세로 머리가 조여 온다. 이마가 수축한다. 눈꺼풀이 뒤로 당겨지며 눈알이 빠질 듯이 튀어나온다. 안쪽에는 짧은 가시가 촘촘하게 박혀서 고통으로 숨쉴 틈도 주지 않는다.
“끼에! 뛰에! 띠에에엑!! 마리사의 머리씨 부서진다제! 너무 꽉 조이는 거라제! 인간씨 부탁드립디다아아아!”
드르르륵!
“뭔데에엥?”
“마리사가 뎐방뎠습디다. 뎨발 용뎌해주세요. 땨죄드리뎼습니다.”
“받아줄게. 마리사. 잘못을 했더라도 그걸 인지하고 사과하면 누구라도 새출발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잘못이 크면 말뿐으로는 안 되는 거야.”
드르르륵 드드르르륵“
“머리에 쓴 거랑 매달아둔 것도 다 풀어줬어. 남은건 네 사죄를 몸으로 보여주는거야 마리사.”
“그게 무슨 소리냐제...? 마리사는 분명 전부 사과했다제?”
“윳쿠리는 순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죄를 한단 말이지. 문제는 그 행위가 아니라 성의야. 제 아무리 사과를 외쳐도 그 뒤에서 노예 똥인간이라고 경멸하고 있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거야. 마리사 난 그동안 뼈저리게 느꼈어. 윳쿠리의 사과의 무의미함을 말이야. 불쌍한 윳쿠리들이 내게 머리를 숙이면... 먹을 것을 나눠주고 제재를 멈춰주곤 했지. 진심으로 믿고 싶었거든. 하지만 그 결과 계속 당하기만 했어. 용서해봤자 결국 기고만장해져서 날 노예 취급할 뿐이었지.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인간씨 인간씨 하지만 속으로는 노예 취급하며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째서 용서해주지 않냐는 생각하며 날 비난하고 쓰레기 인간이라고 부르는거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당연히 그런 놈들의 사죄에 성의가 있을 리가 없지! 그 증거로! 사죄에 약간에 부하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놈들은 사죄를 하려고 하지 않지. 사실은 가능한 일인데 말이야. 정말로 사죄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면 어디서든 간에 엎드려 빌 수 있을 터! 설령 그 곳이 살을 굽고 뼈를 태우는 달군 철판 위라고 해도 말이야. 그래야 비로소 성의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안 그래 마리사? 넌 보여줄 수 있겠지? 진짜 성의를 말이야...”
“그런거 무리다제... 마리사는...”
“오빠야 텐시 정말 감동했다구요! 분명 진짜 성의를 가진 사죄라면 가능할거에요! 무리의 우두머리기도 했던 마리사라면 반드시 할거라구요~! 아~! 텐시도 저런 불판위에서 사죄하고 싶다아~!”
“마리사가 금방 사과할 것 같아서 미리 따끈따끈하게 데워놨어. 거기서 10초. 딱 10초! 마리사 스스로 그 위에서 사죄하면 모두 용서할게. 상처도 치료하고 산으로 돌려보내 줄게.”
“그.. 그러면 마리사가 못할 것 따위...!”
10초. 단 10초만 버티면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헛된 자존심이 차오르고 머릿속은 이미 꽃밭이다. 간단히 10초 버텨내고 상처를 치료한 다음 똥인간을 두들겨 패준다. 머리에 시시와 응-응을 싸고 잘못했다고 잔뜩 말하게 한다. 건방진 텐시는 잔뜩 상쾌해서 죽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하고 철판 위로 폴짝 뛰어오른다.
“ 뜨거워어어어어어어!! 이거 무지 뜨겁다제에에에!!”
이미 한찬 달궈져서 시뻘겋게 보이는 철판이다. 뇌보다 먼저 신경이 반응하게 된다. 상상을 넘는 뜨거움이 상처투성이의 저부를 구워버린다. 흩뿌린 시시가 단번에 증발할 정도다.
“이걸로 된거라제! 마리사는 분명 철판 위에서 사죄한 거라제!? 얼른 치료해주는거라제! 빨리 하라제! 당장이 좋다제!”
“안되지. 마리사. 그 위에서 10초. 네 스스로 버티고 잘못했다고 나랑 텐시에게 진심으로 ‘성의’가 어린 사죄를 해야지. 이건 노카운트야. 다시해.”
“그게 무슨 말이냐제!? 마리사는 분명 사죄한 거라제! 거짓말쟁이 쓰레기인간! 당장 마리사를 치료하라제!”
“아~ 역시 그 전에도 그리고 방금도. 마리사는 전혀 사죄에 ‘성의’가 담겨져 있지 않구나. 그럼 어쩔 수 없네.”
마리사를 잡아서 안면을 철판에 찍어 누른다. 그리고 철판 뒤쪽에 ‘강제 사죄기’로 마리사를 뒤에서 찍어 눌러 고정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10초 시작한다.”
설탕으로 된 앞머리는 순식간에 녹아버렸고 달고나처럼 변하더니 타버렸다. 피부는 까맣게 타고 철판에 눌어붙었다. 눈은 수분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마찬가지로 철반에 눌어붙었다. 고통에 지려버린 시시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열심히 파닥파닥 거리던 엉덩이는 4초가 지난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게 돼버렸다.
“10!”
불을 끄고 서둘러 마리사를 때어냈다. 앞면 전체가 철판에 눌어붙어서 쫘아악 소리와 함께 얼굴이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죽으면 곤란하니까. 슈퍼 세이브로 오렌지쥬스를 부어주고 눈과 입은 다시 재생해주기로 했다. 밀가루와 전분을 오렌지쥬스를 섞고 상처 부위에 발라주면 된다. 손상된 눈과 이빨은 가게에서 스페어를 받아오면 된다. 기절한 마리사를 투명상자에 던져두고 가게에 다녀오기로 했다.
“자 그럼 다녀오자 텐시!”
“네 오빠. 고문을 즐기지 못하고 기절하다니 참으로 한심한 마리사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