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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인간들의 손이 닿지 못 하는 그 숲에도 봄은 찾아왔다. 겨울을 무사히 난 동물들은 눈이 녹고 따뜻해진 것을 알고는 하나 둘씩 나무 구멍에서, 동굴에서, 땅속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윳쿠리들의 생존실적은 썩 좋지 못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음 해 겨울이 오기까지 또 다시 이전의 개체 수를 되찾을 만한 번식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개체 수는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윳쿠리 리글의 겨우나기는 윳쿠리들 중에서는 아주 성공적인 편이었다.

 

[늣! 봄이야!]

 

리글이 밖으로 나온 것은 모두가 잠든 밤 시각.

 

윳쿠리 리글은 야행성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윳쿠리들은 그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반적이라고는 해도 야행성 윳쿠리들은 야행성들만의 세계가 있는 법이지만.

 

예를 들면, 리글의 집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루미아가 그랬다.

 

[봐! 루미아, 봄이야.]

[그-런 건가-]

 

루미아는 레미랴 등과 같은 포식종, 즉 다른 윳쿠리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윳쿠리지만, 나무열매 같은것들도 먹었다. 사실 루미아 종이 다른 윳쿠리를 포식한다는 것은 잘못 전래된 이야기였다. 대체로 야행성 윳쿠리들은 이와 같은 오해를 자주 샀는데, 여느 동물들과 같이 대체로 밤에 활동이 둔해지는 윳쿠리 들이 밤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다가, 다른 들짐승들처럼 눈을 번쩍이는 루미아를 보고 포식자라고 여기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루미아가 다른 윳쿠리들을 물기는 했지만, 루미아의 이빨로는 윳쿠리들의 팥소까지 닿지 않았고, 그 강도 역시 어린 아기가 무는 정도였다. 실제로 이러한 루미아 종의 행동은 야행성이라 다른 윳쿠리들을 많이 보지 못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루미아 종이 친구가 되고 싶어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리글과 루미아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리글이 루미아를 만난 것은 작년 가을의 일로, 루미아는 다른 숲에서 갓 이주해왔을 때였다. 곧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로, 이 시기에 이주해 온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겨울을 날 식량을 모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는 건가-- ...너는 먹어도 되는 윳쿠리?]

[늣?]

[아암]

[느아아아!!]

 

루미아가 깨무는 것은 일종의 애정표현으로 물어 뜯길 정도로 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윳쿠리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그 강도가 일반종들 사이에서 물면서 애정표현하는 것의 수위를 넘어서 포식종의 강도에 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반종은 무서워하며 달아나는 것이었다.

 

[으으, 루미아 배고픈 거다.]

 

결국 겨울이 찾아왔고, 루미아는  이제 정말로 윳쿠리라도 먹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남의 집에 들어가 일가족들을 놀라서 도망치게 하고 그들의 식량으로 겨울을 나는 것이 일반적인 루미아들의 겨우나기 방식.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곳이 리글의 집이었던 것이었다.

 

[으응?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는 건가--! ...너는 먹어도 되는 윳쿠리?]

[??]

[아암]

[느으읏, 하지마아아]

[암암]

[리글을 먹지 마. 리글은 먹으면 안 돼.]

[그-런 건가-]

[리글을 먹지 말고 여기 버섯이라도 먹으라구]

[우-걱우-걱 맛있는 건가--]

 

그 뒤로 둘은 함께 겨울을 낫다. 본래 부지런한 성격인 리글은 둘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겨울 식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봄이 되자 다른 동물들도 그렇듯 윳쿠리들도 겨울 동안 느긋했던 몸을 움직이기 위해 많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돌아다닌다고는 해도 뭔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겨울을 무사히 난 친구들을 만나면 [느긋하게 있으라구!!!]라고 여느 때처럼 크게 인사할 뿐이었다.

 

반면, 밤의 세계에는 그렇게 많은 녀석들이 있지 않았다. 윳쿠리들은 거의 다 잠들고, 오랜만에 나온 리글이 밤에 처음으로 보는 것은 반딧불이나 날파리 같은 벌레들 뿐이었다.

 

[벌레씨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는 건가--!]

 

하지만 이 날, 그곳은 비단 벌레들만의 세계는 아니었다.

 

[능 느능~~♪ 능♪ 미스치는 밤에도 느긋하게 노래불러요~~♪]

[늣?]

[느읏?]

 

리글과 루미아는 자기들과 벌레들이 내는 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알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 다른 존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느느능♪~~]

[아주 느긋할 수 있는 노랫소리가 들려.]

[느긋~한건가--]

[그치만 어디서 들리는지 모르겠어.]

[모-르는건가--]

[능? 루미아는 아는 거야?]

[그-런건가--]

 

그렇게 말한 루미아는 숲 안 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루미아, 기다려어]

 

리글도 루미아를 쫓아 숲속으로 들어갔다.

 

[느느응~~♪ 이제 노래밖에 들리지 않아~~♪]

 

미스치가 노래부르던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밤참새인 미스티아 로렐라이에서 파생된 종인 까닭이었고, 그녀의 노랫소리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주위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까닭이었다. 그 노랫소리를 듣게 되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되고 노래가 들리는 쪽으로도,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결국 객사하는 윳쿠리들이 부지기수였다. 이건 윳쿠리 외의 종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기 때문에, 미스치 종은 윳쿠리들 중에서도 환상의 종에 가까웠다.

 

[그-런건가--!!]

[꺗!]

[느긋하게 있는건가--있잖아, 너는 먹어도 되는 윳쿠리?]

[힛, 히이잇!]

[루미아, 무섭게 하지 말라구!]

 

뒤늦게 리글이 뛰어와 루미아를 막습니다.

 

[미안, 말은 이렇게 하지만 순진한 애니까...]

[느..능..괜찮아요.]

 

괜찮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부들부들 떨고있는 것은 뭔가 트라우마라도 있는 듯 했다.

 

[그건 그렇고 아주 느긋할 수 있는 노래네.]

[늣, 고마워요♪ 미스치를 노래를 아주 좋아해요.]

[미스치라고 하는구나. 리글을 리글이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루미아는 루미아인 거다. 느긋하게 있는 거다!]

[미슷치는 느긋해요. 다들 느긋하게 있어요오~♪]

 

그렇게 봄이 온 날, 밤요괴군단의 윳쿠리들은 친구가 되었다.

 

그 해 봄 동안 셋은 매일 밤마다 모여서 함께 놀았다. 리글과 루미아는 매일 그곳으로 미스치를 찾아갔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밤의 세계. 그들은 밤세계의 주인공이었다. 미스치는 느긋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리글들은 벌레들을 모아 주위를 반짝이게 하고, 루미아는......

 

[그-런건가-]

 

어쨌든 다들 느긋한 한 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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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

 

루미아만이 미스치를 찾아갔습니다.

 

[느응~? 리글은 어디 갔어♪]

[리글은 먹을 걸 구하러 간거다.]

[느응??]

 

여기서 미스치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미스치는 봄에서 여름동안에는 이슬만 먹고 노래만 부른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노래도 부르면서 식욕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이전에 먹지 않았던 음식들을 먹게 되면서 폭식을 하게 된다. 그러다 몸집이 레티 정도가 되면 먹는 것을 멈추고 동면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스치는 자기 둥지를 제대로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미스치 종은 대부분 동면 중에 얼어죽게 된다. 하지만 이 때 미스치 종은 몸에 쌓인 영양소를 가지고 동물형 자가수정을 통해 뱃속에 아이를 품게 된다. 그러면 모체는 죽고, 따뜻한 봄이 되면 뱃속의 아이는 모체를 집과 양분 삼아 겨울 사이에 본래 크기 정도의 미스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미스치라는 종은 1년에 1번씩 죽게 되어 있었다. 겨울을 난다고는 하지만 모체가 될 뿐 자신이 살아남는 식을 겨울을 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결과적으로 미스치 종은 해를 거듭해도 늘어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사실은, 1년 안에 죽는 미스치 종은 겨울이 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팥소의 기억은 자가수정으로 태어날 미스치에게 이어지지만 겨울에 얼어죽은 기억만은 이어지지 못했다. 미스치 종은 일반적으로 노래하는 것밖에 모르고 가을의 식욕도 본능에 의한 것이었다. 때문에 이 미스치 역시 다른 미스치 종들이 그랬듯 겨울을 났지만, 겨울이 무엇인지, 겨울을 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어째서 먹을 걸 찾는 거에요? 미스치는 그런 거 필요없어요.]

[루미아는 배가 고픈 거다--]

[......]

[배가 고픈 거다--]

[......]

[...미스치는 먹어도 되는 윳쿠리?]

[아니에요~♪ !]

 

미스치는 리글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늘 놀러오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날은 루미아하고만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한편 리글은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리글 종은 보통 본능적으로 식량을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많이 모으려고 하지만 사실 그 목적은 번식에 있었다. 보통 리글들은 겨울에 번식을 시도한다. 그 경로는 루미아가 리글의 집에 방문하게 된 그런 식으로, 겨울이 되었는데 월동준비를 하지 못한 윳쿠리를 끌어들여 같이 살면서 번식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작년 겨울에 상쾌를 하지 못했느냐고 하면, 루미아가 순진무구한 윳쿠리인 탓도 있고, 리글이 너무 반듯한 녀석인 탓도 있었다. 아마 둘 다 작용했을 터였다. 그게 아니면 그냥 리글이 루미아에게 별로 끌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리글에게 루미아라는 존재는 반려로서의 의미라기 보다는 자신이 돌봐줘야 하는 어린 아이와 같았다. 친구이기 이전에 리글은 루미아의 보호자였다.

 

올 여름도 원래는 이렇게 일찍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는데도 미스치와 노는 것을 포기하고 식량을 모으기 시작하는 것은 식욕이 큰 루미아에게 포만감을 줄 만한 식량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리글도 윳쿠리니 느긋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을 리는 없지만, 다른 애들이 느긋하는 동안 자신이 조금 고생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한편, 며칠째 리글이 놀러오지 않자, 미스치는 걱정이 되어서 자기쪽에서 리글의 집을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느능~~♪ 리글~~]

[늣? 미스치! 어쩐 일이야?]

[리글이 미스치를 만나러 와주지 않으니까 미스치가 왔어~♪]

 

리글은 오늘도 미스치에게 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미스치가 모처럼 찾아와 줬기 때문에 오늘은 자기집에서 놀기로 했다.

 

집에는 이미 상당한 양의 식량이 있었습니다.

 

[느능~~? 뭔가 잔뜩 있어? 저게 뭐야♪]

[겨울을 날 때 쓸 식량이야.]

[겨울?]

[겨울은 추운 거다. 느긋할 수 없는 거다.]

[겨울은 느긋할 수 없는 거야? 느긋할 수 없는 겨울은 오지 마요♪]

 

겨울을 겪어본 일이 없는 어린 미스치는 허공을 향해 말했습니다.

 

[미스치, 겨울은 그런다고 오지 않는 게 아니야.]

[느느....능! 그러면 미스치의 노래로 느긋할 수 없는 겨울 씨를 느긋하게 할 거에요♪ 느능~~♪]

[느긋한건가--]

[....]

 

문득 리글은 생각했다. 미스치는 겨울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으니 아마 겨울 날 준비를 제대로 못할 것이다. 미스치를 도와주려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그들의 우정을 갈라놓는 계기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여름이 무르익어,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철은 윳쿠리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시간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짧은 동면기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윳쿠리들이 물에 쉽게 녹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강한 비가 내리면 피부가 뚫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때는 리글도 수확을 멈추고 루미아와 함께 집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다.

 

한편, 미스치도 며칠동안 계속되는 비 때문에 친구들이 아무도 오지 않으니 혼자서 자기 둥지에서 쓸쓸한 노래를 불렀다.

 

[느능....느느느능.......]

 

본디 대부분의 미스치 종들은 항상 혼자였다. 주위 생물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게 되는 노래를 부르는 습성 때문이었다. 이 미스치도 지난 해, 도 그 지난 해에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홀로 노래부르다 죽어갔다. 이 미스치가 리글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루미아라는 어둠에 매우 익숙한 희귀종 윳쿠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 그 날부터 미스치는 아무도 없는 시간이 너무나 쓸쓸하고 싫었다.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미스치가 지금 부르는 노래는 무척 우울하고, 슬퍼서, 비오는 바깥풍경이 한층 더 우울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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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자 가을이 찾아왔다. 미스치는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차서 그날 밤 리글과 루미아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리글은커녕 루미아도 미스치를 찾아오지 않았다.

 

[느으으응......]

 

미스치는 달이 가장 높게 뜰 때까지 기다렸지만 리글도, 루미아도 오지 않았다.

 

꼬르륵

 

[느응......능? 배고.....프다...?]

 

공복감.

 

미스치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공복감이란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노래를 하다 목이 마르면 이슬을 마시면서 줄곧 노래만 불러온 미스치였다. 이슬을 마셔봤지만, 물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이 배고픔이라는 욕구는 미스치에게는 새로운 것이었다.

 

[느으...미스치 배가 고파요....]

 

하지만 뭔가 먹기 위해 돌아다닌다는 것을 해본 일이 없는 미스치였다. 이슬을 새벽녘이면 잎사귀마다 맺혀있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지만, 미스치는 무엇이 윳쿠리가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느능!]

 

그 때 문득 미스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리글의 집에 쌓여있던 음식의 산이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얻어먹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치는 리글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한편, 장마를 겪은 리글과 루미아 역시 미스치가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였다.

 

[걱정인건가-!]

[응, 그렇네. 미스치, 혼자서 잘 있을까?]

 

하지만 리글에게는 그밖에도 다른 걱정이 있었다. 계속된 장마로 비축한 식략의 상당한 부분이 먹지 못하게 되어버렸던 것이었다. 세 윳쿠리 분의 식량을 위해서는 다시 이전보다 더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루미아, 나 나갔다 올게.]

[그-런건가-!]

 

리글은 그동안의 피해를 보충하기 위해 서둘러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루미아 역시 미스치를 보러 미스치가 있는 숲으로 향했다.

 

 

 

 

한편, 리글과 루미아의 집으로 날아가던 미스치는 루미아를 만나지 못한 채 집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느능~~?♪]

 

집 밖에는 먹을 수 없게 되어서 리글이 내어버린 먹을 것이 보였다. 미스치는 배고픔에 음식을 조금 입에 댔다가 이상한 맛이 나자 금새 뱉어버렸다.

 

[퉷! 퉤! 느긋할수 없어요오~~♪]

 

미스치가 집으로 들어가보니, 또 다른 음식더미가 있었다. 전에 본 것보다는 적지만 어쨌든 잔뜩 있었다.

 

꼬르륵

 

[느능~~♪]

 

조금만, 아주 조금만 먹으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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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아는 미스치가 있는 숲에 갔지만 미스치를 찾지 못하자 곧 집으로 돌아왔다.

 

[다--온 건가!]

[느능!?!]

[늣?]

 

집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높고 가냘픈 목소리는 미스치의 것이었지만,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모습은 미스치가 아니었습니다.

 

[....미스치?]

[루,루미아....]

 

미스치의 몸은 부풀어있었다. 미스치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아름다움을 간데없고 그 모습은 흡사 한겨울의 레티와도 같이 거대해져 있었다. 그리고 미스치 옆에 있어야 할 리글이 여름 몇 달을 고생해 모은 음식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먹-은건가!]

[느능!! 미안해요오오~~]

 

루미아도 많이 먹기는 하지만, 미스치가 이렇게 많은 양을 게걸스럽게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루미아는 리글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하는 느긋할 수 없는 걱정보다도 미스치의 엄청난 식탐에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대단한건가--]

[능? 루미아? 화 안 내?]

[굉장한 거다! 루미아는 그렇게 많이 못 먹는 거다!]

[느느응?]

 

그러는 사이에, 장마 때 생긴 물웅덩이들 때문에 아직 돌아다니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먹을 것을 찾기를 포기한 리글이 집에 돌아왔다..

 

[루미아, 나 왔.....느으으으읏?!]

 

리글은 일단 비대해진 미스치의 몸집에 놀랐고, 그 옆에 있어야할 음식들이 없음에 놀랐다. 이 두가지 놀라움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해답은 하나 뿐. 미스치가 자신이 몇 달간 고생해서 모은 음식들을 다 먹어버렸다는 것이었다.

 

[........]

[늣, 리글! 미스치 굉장한 거다! 그 많은 음식을 혼자 다 먹은 거다!]

[루미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루미아가 호들갑스럽게 말했고, 미스치는 리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짓이야?]

[리, 리글....그게....]

[무슨짓이냔 말이야!!!!!]

[느능.........!!]

 

리글이 미스치를 보는 눈빛은 더 이상 윳쿠리들의 느긋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다. 리글이야 본래 걱정 많은 좀 느긋하지 못할 일을 사서 하는 윳쿠리일지도 모르지만, 분노에 휩싸인 리글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격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미....미안해....]

[미안하다고.....끝날 얘기가....아니잖아...]

 

눈앞에 있는 것이 자신의 친구였다는 것, 그 친구들을 먹이기 위해 자신이 지난 몇 해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리글은 한 마디 한 마디 독기를 채워 말을 이었다.

 

[먹으니까....한번 먹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가 없었어..]

 

가을의 폭식은 미스치의 본능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 길 없는 리글도, 미스치 자신조차도 남에 집에 와서 식량을 모조리 먹어치운 사실을 변명할 수 없었다.

 

이 밤세계의 윳쿠리들은 힘으로 일을 해결할 만큼 그렇게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들도 아니었다.

 

[.....나가 줘. 다시 여기 오지마.]

[.......]

 

하지만 이 사건으로 리글과 미스치의 사이가 완전히 멀어져버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미스치는 육중한 거구를 이끌고 엉금엉금 리글의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리글]

[루미아, 앞으로 미스치 네 가지 마.]

[어째서...]

[앞으로 나하고 같이 먹을 거 구하러 가야 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가을 종일 걸릴 거야.]

[....그...런건가--]

 

어리숙한 루미아로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

 

미스치는 자기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미스치는 리글이 사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느능~~♪ 느느느능....♪ ...능......느...]

 

미스치는 노래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기뻐도 슬퍼도 미스치는 노래를 불렀다.

 

친구에게 용서를 구할때도 그것은 마찬가지.

 

그 뒤로 가을이 다 가도록 미스치는 노래를 불렀다. 배가 고픈 것도 참고, 계속 해서 노래를 불렀다. 리글은 애써 그것을 무시하고, 루미아는 리글이 싫어할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리글의 집에는 다시 음식이 차올랐지만, 리글의 가슴 속에 텅 비어버린 한구석은 채워지지 않았다.

 

이윽고 겨울을 알리는 첫 눈이 내리고, 다른 윳쿠리들도 동면 준비를 다 끝내갈 무렵, 미스치는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리글...]

 

아래에서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루미아가 리글을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용서해주는 거다. 저대로 두면 미스치, 계속 노래불러서 느긋할 수 없게 되는 거다]

[.......]

 

리글은 말이 없었다.

 

리글도 이제 미스치를 용서해주고 싶지만, 여기까지 와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가서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하면 되는 건가? 자기에게 용서받기 위해서 미스치는 석 달 가까이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나는 그 용서를 겨우 그 한 마디로 대꾸할 수는 없었다.

 

[리글!!]

 

루미아는 마침내 벌컥 화를 냈다. 느긋함의 극치인 루미아가 화를 내고 있었다. 루미아에게 있어 리글 못지 않게 미스치도 소중한 친구였다.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다! 루미아는 미스치랑 같이 가는 거다!]

[루미아?]

 

그렇게 말하고는 루미아는 밖으로 나갔다.

 

[루미아!]

 

리글은 루미아를 불렀지만, 루미아는 그대로 나무 위의 미스치를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미스치! 루미아인거다! 내려와서 같이 가는 거다!]

[......능~~....능~~~]

 

하지만 미스치의 노랫소리는 그치지 않고, 아래로 내려오지도 않았다.

 

[미스치...]

[미스치!!]

 

그때 리글도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다.

 

[내가 잘못했어! 미스치! 그렇게 화를 내는 게 아니었는데! 여름에 그거 조금 먹은 거 가지고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반년 동안이나 같이 느긋하게 있어줬는데, 화를 내서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

 

뚜둑

그때 미스치가 앉아 있던 부러지면서 미스치는 땅으로 떨어졌다.

 

[미스치!]

[미스치!!]

 

루미아와 리글은 미스치의 낙하지점으로 뛰어갔고 자신들의 몸을 쿠션삼아 미스치를 받아냈다. 다행히 그렇게 높은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스치는 루미아의 몸에 한번 튀기고, 리글의 더듬이 사이에 또 한번 튀고는 낙엽들 위로 떨어졌다.

 

[미스치! 괜찮.....아?]

 

리글은 뛰어가서 미스치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미스치의 눈은 초점을 잃고 있었습니다. 입에서는 실오라기 같이 가는 노랫소리가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미스치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미스치!]

[....능...느~...]

[미스치! 그만두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한창 먹어야 할 시기를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면서 버틴 미스티아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몸집은 싸웠을 때 그대로 비대했지만 피부 곳곳이 메말라 갈라져 있었습니다. 밤을 매료시키던 미스치의 입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는 이제 마치 마른 나뭇가지가 바람에 비벼져 나는 쉰 소리 같았다.

 

[미스치! 느긋하게 있는거다!]

 

루미아도 미스치를 향해 소리를 치지만, 미스치에게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미스치는 리글의 사과하는 외침도 듣지 못하고 루미아의 외침도 듣지 못하고 사과의 노래를 부르며 죽어갔다. 리글이 망설이는 사이에 미스치의 사과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미스치는 용서받지 못한 채 노래를 부르며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미스치이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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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한파가 찾아왔다.

 

집 안의 리글과 루미아는 말이 없었다. 창고의 식량은 갑자기 루미아가 들이닥쳤던 작년보다 훨씬 풍족하고 집안은 밖과는 달리 무척 따뜻했다. 하지만, 미스치는...이제 미스치가 아니게 되어버린 시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미스치는....살아 있는 건가?]

[모르겠어.....]

[그치만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다.]

[대답도 하지 않고...죽어서도 계속 노래부르고 있는 걸거야.]

[미스치는.....미스치는 아주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인 거다.]

[......]

 

미스치는 아주 느긋할 수 있는 밤의 윳쿠리였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밤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도 리글은 끝내 미스치에게 사과하지 못했습니다.

 

[느능~.......미....아...까지 느그....]

[능?]

 

그 때였다.

 

노랫소리말고 다른 것이 들려왔다.

 

[미스치?]

[늣?]

[미스치는~~봄까지 느긋하게 노래불러요~~~]

[미스치!!]

 

미스치는 죽기 전에 자가수정을 하여 비대해진 몸 속에 품는다. 그리고 그렇게 겨울을 나는 것이다. 그것이 미스치가 죽을 지경이 되자 조금 빨리 일어났던 것이었다.

 

[미스치!!]

 

그러나 이 곳은 리글과 루미아가 있는 따뜻한 집안이었다. 딱딱히 굳은 시체 속에서 굳이 겨울을 날 이유는 없었다.

 

[미스치, 살아 있는 거야?]

[느능? 리글의 목소리가 들려! 미스치는 여기 있어여~~♪]

[이건 껍데기인거다, 그냥 떼내면 되는거다]

 

그렇게 말하고는 루미아가 크게 입을 벌리더니 거대한 미스치의 껍데기를 꿀꺽 삼켰다.

 

[늣! 루미아 무슨 짓을!]

[우-걱우-걱 퉷!]

[느능!♪]

 

루미아는 입속에서 한참 우물거리더니 껍데기는 먹어버리고 안에 있던 작은 미스치만 뱉어냈다.

 

[미스치!!]

[능....능! 리글! 루미아!]

[미스치인건가--?]

[미스치! 내가 잘못했어!]

[능? 뭐가?]

[미스치?]

[미스치는 아주 느긋할 수 있는 친구들하고 겨울을 날 수 있어서 기뻐! 미스치 기쁘니까 노래부를거야! 느능~~~♪ 능~~~]

 

아무래도 미스치는 다시 태어나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을 다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미스치.]

[능? 리글?]

 

그렇다면 리글도 이제 마음을 다 잡고 무사히 겨울을 나고 싶습니다. 봄이 돌아오면, 지난 봄에 그랬던 것처럼 다 함께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며, 벌레들과 놀며, 자신들만의, 밤의 무대에서 느긋하게 지낼 그 때를 기다리며.....

 

 

 

 

 

느긋하게 있으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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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2009년 8월 22일경에 작성되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를 기본 베이스로 깔고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원래는 하나가 아니라 한 4,5번에 걸쳐 나눠썼을 것 같지만 하나로 올려봅니다.

 

이 때의 저는 꽤나 상세하게 미스치의 설정을 생각해냈네요. 제 자신이 다시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희귀종를 주인공으로 자세하게 쓴 건 이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당시에 일반종(주로 레이무, 마리사, 아리스, 그리고 파체, 요우무, 첸까지도 일반종으로 들어갔던 것 같네요)은 학대하고 희귀종은 귀여워하는 묘한 기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게 싫어서 일반종 애호를 고수했는데 새로 사이트 이전하면서 뭔가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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