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를 관사에 들인지 5일이 지났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번째 변화는...
[선배.. 요즘 많이 안좋아 보이십니다...?]
걱정하는 막내를 향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격무로 심신이 지치는 소방관의 업무만으로도 체중이 죽죽 줄어들 판인데, 집으로 돌아가도 편안하지 못하다.
자연히 초췌해 질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누가 뭐래도 한가지. 점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나가기 시작한 레이무 때문이었다.
[이 따위 밥씨를 주다니!! 레이무가 불쌍하지도 않은거야?! 레이무는 불속에서 겨우 살아남았다구!!! 비련의 히로인이라구!!! 불쌍한 레이무에겐 당연히 최상의 달콤달콤을 바쳐야 한다구!!!!]
처음 집에 들어왔을때의 과자와 초콜렛으로 성대한 파티를 벌인 이후, 레이무는 윳쿠리 푸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달콤한 과자와 간식만을 요구할뿐이었다.
할줄아는건 처먹고 처자고, 싸지르기만 할 뿐인 세상에 하등 도움도 안되는 똥덩어리 주제에 먹는 눈치는 기가막히게 좋아서, 과자와 초콜렛을 다져놓고 거기에 윳쿠리 푸드를 살짝 섞어놓자 조금 처먹나 싶더니, 그위에 똥을 싸지르고는 하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비러먹을 영가암 뭐하는거야아아아아아!!!! 이런 하찮은 속임수로 총명함과 귀여움을 겸비한 세상의 지배자 레이무님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건 아니겠지이이이?!?! 이따위 좆같은 밥씨는 노예 인간이나 처먹으라고!!! 가까스로 구해진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게스 영감탱이는 죽어!! 레이무의 응응이나 처먹고 죽어!!!!!!]
하고 발광하는 녀석을 라무네로 뿌려 재우고는 적당히 방을 치운다.
방금 라무네를 뿌린다는 대목을 모두 보았는가?
그렇다 두번째 변화는 평소에 윳쿠리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내가 윳쿠리가 어떤 놈들인지 천천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녀석을 인간과 같은 PTSD 환자로 여겼던 나의 어리석음은 첫날 환영식이 끝나고 둘째날이 지나 셋째날이 되던날 산산이 깨어졌다.
막내가 남겨준 쪽지에 써있는 대로 화장실을 알려주고, 그날 먹을 밥을 잔뜩 덜어주고, 소방서에 출근했다가 다음날 저녁 파김치가 되어 퇴근해 방문을 열어보니
내 방은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아침에만 해도 안처먹겠다고 발광을 해대던 윳쿠리 푸드를 배가 고팠는지 이곳저곳에 튀며 먹은 흔적과, 화장실을 알려줬음에도 철호의 침대 위에서부터 배게, 방바닥까지 곳곳에 싸질러놓은 똥들-이 중 하나를 밟고 미끄러질 뻔했다.- 그리고 뭔짓을 했는지 바닥에 떨어져 박살나있는 책상 위 물품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장본인인 레이무는 어제의 두배 정도 크기로 불어난 채, 바닥에 떨어진 책하나를 깔고 오줌을 쫄쫄 흘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당장 모든걸 벗어 던지고 침대위에 쓰러지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던 나였지만, 이런 집안 꼬락서니를 두고 잠을 잘 수 있을리가 없다.
더욱이 레이무가 깔고 자는 책은 철호와 나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고등학교 졸업앨범이다.
평소에 사진을 잘 안찍던 녀석인지라 정말 몇 안되는 사진 중 하나였던 것이다.
치워야 했다.
그러나 그전에 레이무를 깨웠다.
[레이무! 내가 어제 출근하기전에 화장실을 지키고 밥을 깨끗이 먹으라고 말해줬을텐데 이게 뭐니?! 같이 방을 쓰는 사람은 서로를 존중해 줘야 편안하고 느긋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레이무가 처음 왔을때 말해줬을텐데?]
피곤하고 짜증이 난 상태였다. 난 짐짓 목소리에 짜증과 성난 기운을 담아 엄한 어조로 꾸짖었다.
보통의 어린아이라면 주눅이 들만한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윳쿠리는 인간이 아니라는걸 나는 알았어야만 했다.
[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여긴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라구!!!! 뭘 하든 레이무의 마음대로인게 당연하잖아!!!]
[뭐.....?]
[인간씨는 분명히 소중한 생명씨니까 구원받은 레이무를 헌신적으로 돌보겠다고 맹!세! 했다구!!! 맹세는 소중한거라구!!!! 레이무에게 봉사하기로 했으니까 맛있는 밥씨를 주는것도, 응응을 알아서 치우는 것도 당연한거잖아!!!!! 그런데 그런 성스러운 의무를 버리고 하루씩이나 레이무를 방치한 것도 제재당해 마땅할 게스 짓인데, 의무를 하기 싫다고 말하고 있는거야?? 이제보니 인간씨가 아니라 망할 영감탱이였잖아!!!!!!!!!!!!!!!!!!!!!!!]
[어이 너 지금 잠깐 무슨 소리를....]
그러니까 이녀석은 정신적피해를 입고 가엾은 환자라서 완치될때까지 돕겠다고 말한 나의 말을.. 내가 평생 아무런 조건없이 모든걸 하인처럼 돌봐주겠다고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이 집도 자기의 집으로 생각하고?
순간 레이무와 파츄리를 봤을때의 이유모를 불쾌감이 떠오르며, 아찔한 현기증까지 느껴졌다.
[당장 냄새나는 응응을 치우고 좆같은 쓰레기 음식대신 달콤달콤을 내놓으라구!!!!!! 소중하디 소중한 세계의 보석 레이무가 하루씩이나 쓰레기 음식을 먹은게 미안하지도 않냐구!! 사죄하라구!!! 달콤달콤으론 안된다구!! 극상의 달콤달콤을 내놓으라구!!!! 노예면 노예의 의무를 다하라구!!!!!]
내가 몸을 떨며 아무말도 하지 않자 녀석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뿌꾸욱 소리를 내며 볼을 부풀리더니 급기야 폴짝폴짝 뛰면서 다가와 내 다리에 쿵쿵 부딪히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어어어어!!!!!! 이따위 게스노예는 당장 나가 죽어어어!!!! 레이무를 구한 성실한 노예를 데려와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나의 이성이 툭 하고 끊어졌다.
나를 노예라고 부르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참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녀석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철호를 성실한 노예라고 지칭한 순간 나도 모르게 발에 힘이 들어갔다.
[느붸에에에에에에엑!!!!!!]
뻐어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중량감이 다리에 느껴졌다. 그리고 혈기왕성한 20대 후반의 젊은 소방관의 다리에 걷어차인 레이무는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방구석에 처박혀 시꺼먼 팥소를 한사발이나 토해내었다.
[늣...느...늣...늣..느그읏... 좀 더.. 느긋하게..]
녀석이 내뱉는 단말마를 듣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재빨리 냉장고로 달려가 오렌지 주스를 꺼내어 죽기직전의 레이무에게 부어주었다.
딴건몰라도 철호가 구해준 이녀석을 절대 죽이지 않겠다고 결심했었기에 막내가 준 쪽지 마지막에 써있던 [위험할땐 오렌지 주스를 주세요]라는 대목만큼은 쪽지를 보지 않아도 될정도로 외워놓은 상태였다.
신기하게도 오렌지 주스를 붓자 눈꺼풀을 뒤집으며 입에 거품을 물고 죽어가던 레이무가 순식간에 윤기나는 피부를 유지하더니 눈을 감고 느피느피 하며 단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순간의 충동에 레이무를 죽여버릴뻔한 상황.
앞으로도 이런일이 벌어지면 곤란하기에 방을 치우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윳쿠리는 무엇인지, 인간과는 어떻게 다른지, 지금의 레이무의 상태는 어떤건지
어떻게 관리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다리에 느껴지던 감촉에 왜 기분이 시원해지는건지
그 다음날부터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알아보기 시작했고 레이무의 상태에 대해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무가 돌이킬 수 없이 버릇이 나빠졌다는 것을 알게된 오늘 5일째 되는 날까지도 나는 레이무를 버릴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간 철호가 목숨을 잃은 의미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었다.
사건은 내가 출근하고 난 뒤에 벌어졌다.
[느....늣? 느긋하게 일어났다구!!! 빌어먹을 노예인간은 또 의무를 저버리고 소중한 생명씨인 레이무를 버려두고 도망쳤다구!!! 돌아오면 제재할거라구!!! 소중한 생명이 별처럼 빛나는 대스타 레이무님은 충실하고 말잘듣는 노예가 필요하다구!!!!...... 늣... 저건 별씨???]
레이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책장 위에 올려져 있는 철호의 유품이자 형제의 상징.
별을 든 마리오와 버섯을 든 루이지 피규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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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월요일이 되기전에 끝내려 했는데, 주말에 이런저런 바쁜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괴롭혀서 죄송합니다.
다음화에 박살낼게요
모든 학대지식을 다 동원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