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08.25 10:05

친구의 유산-2

조회 수 243 추천 수 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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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호 이 나쁜새끼야아!!!!!!!! 평생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잖아!!!!!!!!]

 

 약혼녀의 슬픔어린 절규가 화장장에 구슬피 울렸다.

 가진것 하나 없는 고아였지만, 착하고 성실했던 철호에겐 장래를 약속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두달 앞두고 새신랑이 될 사람은 이제 세상에 없다.

 

[아들아... 내 아들아...]

 

 한켠에선 지금은 은퇴한 고아원 원장님이 끅끅거리며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싹퉁머리 없고, 주변없는 나는 고아원을 나선 이후 거의 찾지 않았지만, 붙임성 좋았던 철호는 이후로도 원장과 고아원생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며 종종 만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생명을 구한 소방관 여기 잠들다> 라고 비석이라도 세워주고 싶었지만, 나나 철호 같은 고아는 몸하나 누일 땅한칸 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철호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안그래도 불에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게 말이나 되냐'고 언성을 높였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에 철호의 시신은 결국 화장터에서 한 줌 재로 태워졌다.

 

 공공납골당에 철호의 유골을 안치하고 모든 장례절차를 마친 후 나는 일터로 돌아왔다.

 장례를 치르고 며칠만에 돌아온 소방서 사무실은 공기부터 달라져 있었다.

 위 아래를 아우르며 동료들에게 활기를 넣어주고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던 철호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너무나 컸다.

 아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철호가 사물함을 비우게될 날을 말이다.

 내 자리에 앉아 책상위의 액자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영정사진으로도 쓰였던 소방학교 수료식의 사진이었다.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철호의 모습이 가슴 한켠을 도려내는 듯이 아팠다.

 

[이.. 미친.. 바보 새끼야.... 내가 가지 말라고 했잖아...]

 

 철호의 시신을 처음 목격했을때도 나오지 않았던 그것이, 장례식장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뒤늦게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함께 지내온 친구는 이제 없다.

 이런 순간이면 옆에서 [뭐가 그리 심각해? 나한테 얘기해봐 짜샤] 라고 넉살좋게 웃었을 녀석이 이제는 없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나서 그토록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만했다.

 내 옆자리는 이제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대신, 철호의 책상에는 그리 낯설지 않은 두 존재가 자리잡고 있었다.

 장례식 동안 직원들이 돌아가며 보살펴준 덕분인지 이젠 상처도 많이 치료된 얼굴만 있는 인형같은 존재.

 윳쿠리.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의 말을 할줄 아는 이 녀석들이 이젠 철호의 책상위에서 곤히 단잠을 자고 있는 것이었다.

 길에서 두들겨 맞아 죽기도하고, 개한테 씹히기도 하며, 길고양이에게 찢기기도 하면서도 끊임없이 우리의 주위에 나타나는 그런 녀석들이었지만, 나는 그다지 윳쿠리를 잘 알지 못했다.

 아니, 그냥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렇기에 막내가 [저건 파츄리라는 놈이고, 저건 레이무라는 애에요] 라고 알려주고 나서야 모자에 금뱃지를 단녀석이 파추리고 좀 꾀죄죄한 리본이 레이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었기에 철호는 저것들을 사람인 줄 알고 구하러 갔을 것이다.

 고양이나 개가 멍멍 거려도 구하러 갔을 철호였겠지만, 결국 구한게 저런 만쥬덩어리들이라니 하고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허무함과 혐오감을 나는 필사적으로 억눌러야만 했다.

 누가 뭐라해도 소중한 친구가 목숨을 버려가며 구해낸 생명이었다.

 어떻게든 보살펴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느피 거리며 잠을 자는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내 시선이 무척이나 따가웠는지 파츄리녀석이 무큐웃 하며 눈을 살포시 뜨기 시작했다.

 

[무... 무큐 인간씨.....느긋하게 있으라구요]

 

[...아아 느긋하게 있어라..]

 

 막내로부터 들은 윳쿠리의 인사법.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는 파츄리를 보고 가슴속에 일어나던 불길 같은 혐오감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파추리는 내 책상위에 놓인 철호의 사진을 보고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파체는 알고있다구요. 사진의 오빠야가 파체를 구해줬다는 걸요. 오빠야한테 느긋하게 감사하고 싶어요.]

 

 그러나 파츄리의 작은 바램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대답대신 손을 뻗어 파츄리의 보드라운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무. 무큐웃]

 

[그 용감한 오빠는 지금은 바빠서 만날 수가 없어... 대신 내가 꼭 전해줄게]

 

[부탁드릴게요 인간씨..]

 

 금뱃지가 있다는 건 주인이 있다는 뜻이라고 막내가 얘기했었다.

 그러나 빌라 전체가 폭발해 집이 사라진 윳쿠리의 주인이 이녀석을 데려갈 여력은 없었기에, 당분간은 이렇게 소방서에서 돌봐주고 있는 듯 했다.

 한편, 파츄리와의 대화가 좀 시끄러웠는지 옆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던 레이무라는 녀석도 몸을 부르르르 떨더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느...늣! 느긋하게 일어났다구!!!]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자기 입의 침을 핥아먹은 레이무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나와 파츄리를 쳐다보더니 귀밑털이라는 부분을 빠릿하게 세우며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그 소리가 컸는지 사이렌과 비상알람소리에 익숙했던 나조차도 깜짝놀라 움찔할 정도였다.

 

[느!!!!!!!! 느긋할 수 없잖아!!!!!!!! 어서 밥씨를 갖다달라고!!! 배가 고파고파라고!!!!!!!!!!!!]

 

'뭐지 윳쿠리란 녀석들은 처음보는 사람에게 인사해주는게 아니었나...?'

 

 당황한 내가 잠시 멍청하게 있자 레이무는 이번엔 아예 귀밑털을 파닥파닥거리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뭘 느긋하게 있는거야아아아아!!! 레이무는 불쌍하다고? 불쌍하고 가련한 레이무가 배까지 고프면 더더더더더어어어 불쌍한거라고!!! 레이무가 불쌍하지도 않아??? 얼른 밥씨를 갖다달라고!!!!!]

 

[무큐우... 우리를 구해준 고마운 오빠야들에게 그러면 안된다구요.]

 

 보다 못한 파츄리가 레이무를 달래보았지만, 레이무는 파츄리를 향해 눈을 홀겼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구해준거겠지!!! 레이무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소중하게 구해낸 생명을 이렇게 소홀하게 다루면 안되잖아아아아아!!!!]

 

 레이무의 행동에 사그라들었던 혐오감이 다시금 고개를 도사렸으나, 철호가 구해낸 소중한 생명 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버릇이 어떻건 저건 내 유일한 친구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이다. 소중히 대해주지 않으면 안돼..'

 

 엄청난 사고를 겪고나면 사람들은 평정심을 잃고 난폭해지거나 의기소침해지거나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른바 PTSD라고 하는 정신적 외상인 것이다.

 아마 저 레이무도 그렇지 않을까 PTSD를 겪는 사람들은 주위의 관심과 지속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아마 저 레이무도 지금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막내가 알려줬던대로 비품창고로 가서 윳쿠리푸드를 꺼내 두개의 그릇에 덜어 레이무와 파츄리 앞에 나눠주었다.

 

[무큐. 감사히 먹겠습니다.]

[느으? 달콤달콤이 아니잖아! 소중한 생명인 레이무에게 이런 짓은 너무하잖아아아아아! 불쌍하지도 않은거야?!?! 하지만 아까우니 먹어주겠다구!!!! 우걱우걱우걱 캐캐캐캐캐캐캐캥보오오오오옥!!! 마시써 이거 졸라 마시써!!!!!!! 으 응응이 나온다구!! 사사사사사 상쾌에에에에에에!!!!!!]

 

 

=============================================================================================

 

사실 이거 독자 학대물이라구

 

4화까지 힘내라구웃!

 

느케케케

  • ?
    건방진마리사 2016.08.26 07:53
    뉴와이~ 느긋한 필체 잘 감상하구 간다구! 저 레이무는 철호씨 품으로 보내는게 좋을 거 같네! 태워서 같은 곳에 보내주자구!
  • ?
    느삐이잇 2016.08.26 07:53
    소중한 생명을 죽이면 안된다구!!
    죽이진 않을거라굿 느후훗
    죽이지만 않을거라구웃
  • profile
    깁밥먹는유카 2016.08.26 07:53
    철호씨!!!! 장식만보고 구해주지!!! 아!!! 위가!!! 위가 아파아아아아!!!!!
  • profile
    심심한인간 2016.08.26 07:53
    레이무 죽으라고
  • ?
    화소야 2016.08.26 07:53
    철호 님!!
  • ?
    마쿠리 2016.08.26 07:53
    어떤 학대가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 ?
    일류 2016.08.26 07:53
    버티고버텨서 엔딩보고야 만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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