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린다. Y다.
"왜 "
"올때 마리사 하나만 주워와라 제일 건방져 보이는 놈으로, 그리고 올떄 메로나도 "
"알았어."
길윳쿠리를 찾는 것도 제법 고달파졌다. 최근 일제구제가 지속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놈들은 지혜로워진다. 달콤달콤을 달라고 뛰쳐나오던 길윳들도 이젠 먼 옛날일처럼 느껴진다. 살아남은 놈들은 무감정하게 메마른 눈을 하게 되었다. 새벽과 밤 사이에만 조심스레 움직이며 식량을 찾을 뿐, 더 이상 구걸이나 협박도 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욕구가 거세되 생존본능만 남게된 놈들이다.
이전같은 놈들은 찾기 힘들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박스를 뒤지는 것도 벌써 세번째다. 박스집 옆면을 발로 툭 쳐보고 살짝 떨어져서 안을 들여다본다. 체념한듯이 눈을 떨군 놈들도 세번째, 가족들을 뒤로 숨기고 이쪽을 응시하는 마리사에게 메로나 껍데기랑 스틱을 던져주고 일어섰다. 벌써 허리가 뻐근하다.
"인간씨! 마리사는 원래 애완윳쿠리였다제! @#$@# "
곳곳에서 인간씨 인간씨하고 날 부르고 있다. 이틀뒤면 전부 소각될 놈들이다. 애완윳쿠리였었지만 버려져 이 곳 보호소에 오게된 윳쿠리들이다. 진작에 이쪽으로 올 걸 거리가 멀다고 길윳이나 뒤지고 있는게 아니었다.
"마리사는 애완윳쿠리라제! 어째서 느긋하게 해주지 않는거냐제에에에!! "
당첨이 바로 이 곳에 있었는데 말이다. 어슬렁거리며 타겟을 고르고 있는 학대파 놈들이 고르기 전에 재빨리 마리사를 골라서 빠져 나왔다.
" 메로나는? "
" 오다가 덥길래 내가 다 먹었다."
" 어떤 돼지자식이 메로나를 두 개나 쳐먹냐."
" 나."
" 허 썅..."
Y는 윳쿠리샵을 운영하고 있다. 겸사겸사 수의사도 겸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마리사는 왜 필요한거냐? "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채로 축 처진 마리사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행여 샵 안에서 울부짖기라도 하면 곤란하니 들어오기 전에 사이다를 뿌려놓은 탓이다.
" 윳쿠리가 영생할 수 있다는거 아냐? "
" 윳쿠리가 왠 영생? 처음 들어 보는 얘긴데 "
" 그냥은 아니고 수술이 좀 필요하지. 대체할 윳쿠리도 있어야되고. 왜 만화보면 남의 몸 뺏어서 사는 놈들 있잖아. 그런거야 "
" 그런 수술이 있다는 것도 처음들어보는데. "
" 아직 나온지 얼마 안된 수술법이야. 일본에서도 나온지 얼마 안됐어. 근데 그건 뭐냐? 왠 이동장? "
" 애도 보호소에서 주웠어. 키울 거다. 나 파츄리 좋아하기도 하고, "
의자옆에 놔둔 이동장에는 사이다로 재워둔 파츄리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보호소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데려와 버렸다. 내 꿈, 내 로망 파츄리
"쨌든 말야. 수술은 간단해. 중추팥소를 교체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야. 제대로 옮겨지냐 안 옮겨지냐가 중요한거지만 말야.
그리고 그걸 확인하려면 성격이 크게 차이나거나 특별한 기억이 있어야되는데 말야. 그 특별한 기억은 네가 만들어주면 돼."
" 어떻게? "
"줘패. 줘패고 학대해. 네 얼굴만 봐도 질질 싸게 만들어. "
" 내가 키우라고?! 이 새끼를...?! 파츄리는 어쩌고?? "
" 떨어트려서 키워. 윳쿠리는 많을수록 패기 쉬워. "
" 파츄리는 학대 안 할꺼야."
" 둘이 같이 있으면 거슬리게 될거야. 좋은 동기부여가 될걸? 마리사가 파츄리를 건드리는 것만 봐도 신나게 패게 되겠지."
" 쓰레기놈."
결국 파츄리와 마리사 두 마리를 내 집에 데려와버렸다. 실험용으로 줘버리고 올줄 알았는데 2주동안이나 키우게 되버렸다.
돈이 걸린 일이 아니었다면 이런 쓰레기 윳쿠리 키울 생각도 없다. 하지만 돈과 생계가 걸린 문제다...
오갈데 없이 취준생이라는 이름의 백수가 되버린 나를 Y가 구제해줬다. 실험조수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정말이지 공부 잘 하는 친구둬서 나쁠 것 없다.
파츄리가 담긴 이동장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마리사가 담긴 비닐봉지는 그대로 손을 놔 바닥에 떨어트린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학대의 시작은 첫만남부터다. 난 본래 학대파가 아니다. 생물에게 여리고 관대한 마음을 가진 소심남이다.
" 아프다제에에에!! 마리사의 쫀득쫀득하고 프리티한. 아침햇살을 머금은 이슬보다도 청초하고 투명한 뺨찌가 아파아아아!! "
"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사! "
앞으로 2주...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다.
-유라시아 팥소연맹 카페에 제가 썼던 글을 가져왔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