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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기 좋게 합본으로 만들었습니다.

뭐 주말에 올리려했는데 죄송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작품이 덜나왔습니다(?)

어쩌다보니 100kb에 준하는 덩치만 큰 작품이 나왔는데,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태클은 환영합니다.

 

 

 

 

일단 확실한건 같이 출품?했던 마리사와 비슷한 엔딩을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조금은 심심한 결말일 수 있습니다.

 

 

 

"벌써 11월도 다 끝나가네."

 

 

나는 11월 달력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냥 길다고 느꼈던 2019년이 어느새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느능~♩”

 

 

그렇게 달력을 뜯을까 고민하던 중, 더없이 한가하고 유치한 콧노래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레이무가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음…”

 

 

나는 레이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래나 저래나 저러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평소의 바보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쩄든 금뱃지라고 책을 읽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콧노래를 부르던 레이무가 뿅뿅거리며 다가왔다.

 

 

“오빠야, 오빠야!”

 

 

“응? 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레이무는 귀밑털로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신정씨가 뭐야?”

 

 

“신정?”

 

 

정말 느닷없는 질문이었기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는 힐끔 레이무가 읽고 있던 그림책을 보았다.

 

 

“아…”

 

 

그리고 나는 곧 레이무가 저 책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은 온갖 인간의 기념일을 그려낸 책이었고, 거기에는 다양한 기념일이 알록달록한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레이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신정은 새해가 매년 첫날을 말하는거야.”

 

 

“느응~ 매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기분 좋았던 것인지 흥얼거리던 레이무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금뱃지치고는 바보같은 레이무를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분명 달력을 보는 법도 알고 있것만 조금 단어가 달라지니 바로 모른다는 것이 귀여울 뿐이었다.

나는 레이무의 머리를 살짝 긁으며 다시 말했다.

 

 

“응, 봄이 지나면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는건 알고 있지?”

 

 

“능! 알고 있다구! TV씨에서 봤다구!”

 

 

“그래, 그렇게 계절이 다시 돌아오는 걸 년도가 바뀌었다고 하는거야. 그 중 첫날을 신정이라고 하는거지.”

 

 

“느으응”

 

 

내 말에 레이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고개밖에 없는 생물체인 윳쿠리답게 온몸을 흔드는 꼴이 되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귀여웠다.

레이무는 만족한 듯 다시 뿅뿅거리며 그림책 쪽으로 튀어갔다. 이내 귀밑털로 책장을 낑낑거리며 넘기는 레이무였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곤 다시 달력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나는 다시 달력을 보았다. 

 

 

“오빠야! 오빠야!”

 

 

그때 또 다시 레이무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나는 가볍게 혀를 찼다. 물론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레이무가 저렇게 물어오는 것을 시작한 이상, 앞으로 몇번이고 저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몸을 낮추며 레이무를 보았다.

 

 

“그래. 왜?”

 

 

“생일씨는 뭐야?”

 

 

“생일?”

 

 

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책인것인지 기념일을 알려주면서 그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실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갔다. 힐끔 책을 보니, 책에는 케이크와 기뻐하는 윳쿠리들이 그려져 있을 뿐, 글자라곤 생일 두 글자밖에 없었다.

윳쿠리나 좋아할법한 책의 구성을 보며 나는 정신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글이 많은 책을 좋아할만한 건 파츄리뿐일 것이었다.

 

 

“아아, 그건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거야.”

 

 

“느응?”

 

 

“세상에 어떤 것이든 태어난 것 자체는 축하...아니, 느긋한 일인 거니까.”

 

 

“느능~ 느긋한 일인거라구!”

 

 

과연 윳쿠리가 좋아할만한 어휘를 선택한 덕분일까 레이무가 귀밑털을 파닥거리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레이무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매년 태어났던 날이 돌아오면 축하하는거야.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주고.”

 

 

“느와아아 정말 느긋할 수 있는거네!”

 

 

레이무는 내 설명을 들으며 꺄꺄 웃어보였다.

 

 

“그런거지.”

 

 

레이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림책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찌되었건 사육주의 입장으로서는 자신의 도움 없이 레이무가 기뻐하는 것보다는 사육주의 설명에 기뻐하는 것이 더 보기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그림책에 글씨가 없는 것도 이런 것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야, 오빠야, 그러면 레이무한테도 생일!씨가 있는거야?”

 

 

그러다 문득 레이무가 물었다.

 

 

“어?”

 

 

그 질문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음…”

 

 

레이무의 생일?

생각치도 않고 있었던 주제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무의 생일을 나는 알지 못했다. 비록 레이무를 귀여워하고 있기는 했지만, 종국에는 펫샵에서 산 애완동물과 주인의 관계였다. 언제 태어난지 알지도 못했고, 그것을 신경쓴 적도 없었다.

레이무가 자신의 생일을 알고 있다면 모를까, 생일의 존재자체도 몰랐던 레이무가 자신의 생일을 알리가 없었다.

 

 

“레이무한테는 생일씨가 없는거야…?”

 

 

고민이 길어지자, 레이무가 울상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걸 보면서 나는 땀을 삐질 흘렸다. 물론 레이무에게 생일이 없을리가 없었다. 다만 내가 그 날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일뿐이었다.

 

 

“아냐아냐, 음...그러고보니 레이무가 우리집에 왔던게…”

 

 

나는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다. 지금 이렇게 레이무의 생일을 모르는 이상, 레이무의 생일을 내가 정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장 기념적인 날을 생일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황급히 나와 레이무가 애완동물과 주인으로써의 연을 맺은 날을 기억해냈다.

 

 

“느…”

 

 

다시 고민이 길어지자, 레이무가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 4일 뒤면 레이무의 생일이네!”

 

 

다행히 나는 레이무가 우리집에 온 날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느와아! 진짜? 진짜?”

 

 

내 말에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레이무가 확하고 웃었다. 

 

 

“그럼,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일씨 어서오라구’둥의 말을 하며 뿅뿅거리는 레이무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가볍게 안도했다.

누군가는 윳쿠리가 우는 모습, 공포에 떠는 모습이 좋다고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얘들은 역시 웃는 모습이 제일 좋다.

 

 

“아, 그래. 생일 날이 되면 레이무한테 선물도 줘야지. 가지고 싶은거 있어?”

 

 

그리고 그렇게 나는 해서는 안될 질문을 꺼냈다.

 

 

“늣?!”

 

 

어째서 그런 질문을 꺼냈냐고 묻는다면, 어쩔 수 없었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자신의 애완동물을 귀엽다고 느끼게 되면 선물 하나쯤 주고 싶어지는게 당연한 일 아니던가.

 

 

“느응…”

 

 

레이무는 그렇게 고민했고,

 

 

“레이무는…”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레이무와 나 사이에서 일어날 일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아가야가 가지고 싶어!”

 

 

 

 

 

 

 

 

======================================================================

 

 

 

 

 

 

<<자유!를 찾아 떠난 레이무의 1년>>

 

 

 

 

 

 

 

 

 

 

 

 

“아가야가 가지고 싶어!”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며 오빠야를 올려다보았다.

정말로 좋아하는 오빠야, 레이무의 사육주씨.

지금 그 오빠야가 레이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준다고 했다.

더군다나 곧 있으면 레이무의 생일이라고 했다. 

느긋할 수 있는 날, 느긋할 수 있는 오빠야.

거기에 아가야까지만 있다면 레이무는 정말로 느긋할 수 있었다.

 

 

“아가야는 안돼.”

 

 

그러나 레이무가 받은 대답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레이무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 다음, 오빠야를 보았다. 오빠야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레이무는 곧 자신의 요청이 기각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느늣?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거야아?!”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레이무가 항변했다. 하지만 오빠야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재차 말했다.

 

 

“아니, 애당초 너 아가야를 돌보는 법도 모르잖아.”

 

 

오빠야의 말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금뱃지라고는 했지만, 어쨌든 레이무는 레이무였다. 레이무 종 특유의 모성을 부정당하고 기분 좋을 레이무는 없었다.

 

 

“느, 레이무는 육아의 달윳인…”

 

 

“거기다가 아가야를 가질려면 짝도 있어야되는데, 나더러 그건 책임지라는 거냐?”

 

 

항변하려던 레이무의 말을 끊으며 오빠야가 말했다. 

 

 

“느, 늣…”

 

 

“아무튼 아가야는 안돼. 다른거 가지고 싶은거 없어?”

 

 

레이무는 울상을 지어보이며 오빠야를 보았다. 평소라면 이런 표정을 지으면 오빠야는 레이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단호하기 그지 없는 오빠야를 보며 레이무는 고개를 숙였다.

아가야를 가지고 싶었고, 모성을 부정당한 것이 억울했지만 레이무는 애완 윳쿠리였다. 어찌되었던 금뱃지였고, 어찌되었던 오빠야를 좋아하는 윳쿠리였다.

 

 

“...느…”

 

 

그렇게 레이무는 고개를 숙였다.

 

 

 

 

 

 

 

 

“데굴데굴할거라구… 데굴 데굴…”

 

 

레이무는 중얼거리며 옆으로 세바퀴쯤 굴렀다. 평소라면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꺄꺄거리며 재미있어 했을 것이었지만, 오늘은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레이무는 다시 옆으로 두바퀴쯤 구르곤 그대로 한숨을 내쉬었다.

 

 

“느으...아가야 가지고 시퍼…”

 

 

그렇게 중얼거리며 레이무는 옆에 있던 음양옥씨를 보았다. 생일이었던 어제, 오빠야가 주었던 선물이었다. 레이무는 귀밑털을 뻗어 음양옥을 좌우로 몇바퀴 굴려보았다. 느긋할 수 있었지만, 느긋할 수 없었다.

 

 

“느읏…”

 

 

느긋하지만 느긋할 수 없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케이크는 맛있었지만 아가야는 없었다.

오빠야는 즐거워했지만, 레이무는 마냥 느긋해할 수 없었다.

생일인 것은 느긋할 수 있었지만 레이무는 온전히 느긋해할 수 없었다. 

 

 

“느긋할 수 없어…”

 

 

그리고 그렇게 복잡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었다.

 

 

“오빠야는 거짓말쟁이…”

 

 

레이무는 음양옥을 저 멀리 굴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자 새삼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야는 분명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느긋하다는 말을 했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실제로 레이무가 알고 있기로도 그 말은 명백한 진리!였다. 당연한 것이었다.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가야가 태어나는 것은 느긋한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빠야는 아가야를 가지면 안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레이무는 생일이 지났는데도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분명 생일은 느긋할 수 있는 날이라고 했던 설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똑똑

 

 

“늣?”

 

 

그때였다. 레이무는 창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똑똑

 

 

재차 창가에서 똑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느?”

 

 

레이무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확실한 것은 지금 창문을 똑똑거리고 있는것은 오빠야가 아닌게 분명했다. 

오빠야라면 문으로 들어오지 창문을 두들기는 이상한 짓따위는 할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슬금...슬금…”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었다.

 

 

“누구…?”

 

 

그리고 거기에는 마리사가 있었다.

 

 

“늣! 느긋하게 있으라제! 레이무!”

 

 

“늣!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를 보자마자, 마리사가 인사를 했고, 레이무는 느긋하게 인사를 받았다. 레이무는 느긋할 수 있는 인사에 느긋함을 느끼며 마리사를 훑어보았다. 마리사는 누가보아도 들윳쿠리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장식물은 더러워져 있었고, 저부씨는 거뭇거뭇했다. 피부 중간중간 나있는 자잘한 상처와 머리칼에 붙어있는 티끌들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냥 아주 자연스럽게 묻어있었다.

 

 

그렇게 레이무가 마리사를 훑어본 것처럼, 마리사는 레이무를 훑어보았다. 마리사는 곧 히죽이며 입을 열었다.

 

 

“레이무는 정말로 느긋하다제!”

 

 

 

 

 

 

"그래서 마리사의 귀밑털로 이렇게 쓰러뜨린거라제!”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그 순간 땋은 머리에 묻어있던 무언가가 튀어 흩날린 것 같았지만, 마리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은 레이무 또한 매한가지였다.

 

 

“느와아아!”

 

 

땋은 머리에서 무언가 흩날리는것 따윈 마리사가 해준 무윳담!에 비하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 거칠게 살아온 마리사의 와일드함의 상징일수도 있었다.

 

 

“느후우.”

 

 

눈을 빛내며 감탄하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이마를 짚었다.

인간이 보기엔 우습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지금 레이무에게 있어서는 멋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정말 대단하다구! 마리사!”

 

 

“늣헴! 별거 아니라제.”

 

 

레이무의 솔직담백한 찬사에 마리사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대수롭지 않아하는 태도는 다시금 레이무로 하여금 감탄케 만드는 모습이었다.

레이무는 다시 마리사를 훑어보았다. 마리사의 무윳담을 듣고 보니 지금껏 추레해보였던 들윳쿠리로서의 모습이 멋있게만 보였다. 지저분한 장식물은 느긋할 수 없는 모습이 아닌, 거칠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되었고, 지저분한 저부씨는 황토를 누벼온 들윳쿠리로서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레이무의 선망스러운 눈빛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마리사는 자신의 무윳담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리고 마리사가 사냥!을 하러 갈 때였다제...”

 

 

 

 

 

 

 

 

 

 

 

 

 

 

 

 

 "마리사는 정말로 와일드!하다구..."

 

 

레이무는 창밖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날 이후 마리사는 종종 아침에 레이무에게 놀러왔다. 물론 레이무는 그 사실을 오빠야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오빠야는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고양감과 배덕감을 주는 가운데, 둘만의 밀회는 그렇게 이어져오고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오빠야가 쉬는 날이었고, 마리사도 찾아오지 않았다.

 

 

“자 레이무 밥먹자.”

 

 

그렇게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레이무에게 오빠야가 윳쿠리 푸드가 든 접시를 가져왔다.

레이무는 황급히 창문에서 눈을 떼고 오빠야에게도 튀어갔다.

마리사가 오지 않아서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레이무는 레이무였다.

비록 최근에 레이무에게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레이무는 여전히 오빠야를 좋아했다.

 

 

“느~ 느긋하게 먹겠습니다!”

 

 

그렇게 레이무는 오빠야가 가져다준 접시로 다가갔다. 접시에는 윳쿠리 푸드가 잔뜩! 쌓여있었고, 레이무는 익숙한 동작으로 귀밑털을 뻗어 푸드를 집어 입에 넣었다.

 

 

“우걱 우걱...그럭저럭…”

 

 

불행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행복!이라고 할 수 없는 맛이 레이무의 입 안에 퍼졌다. 레이무는 푸드를 우물거리며 문득 마리사가 해주었던 무윳담을 떠올렸다. 그에 따르면 마리사는 매일 사냥을 통해 밥씨를 구한다고 했다. 레이무는 와일드한 마리사를 떠올렸다. 곧 그토록 느긋할 수 있는 마리사가 사냥한 밥씨라면 푸드씨보다도 훨씬 더 느긋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무 맛있니?”

 

 

그런 레이무에게 오빠야가 몸을 낮추며 물었다.

 

 

“느,늣? 마,맛있다구!”

 

 

레이무는 느닷없는 오빠야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입 안에 들어 있던 것을 꿀꺽 삼키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행동이나 생각을 그대로 입밖으로 내뱉는 습성을 가진 윳쿠리에게 거짓말이란 느긋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것은 레이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레이무 또한 윳쿠리였고, 그녀 또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입 밖으로 외치는 것을 느긋할 수 있다고 여기는 생물체였다.

그러나 레이무는 애완 윳쿠리였다. 

윳쿠리로서의 본성보다도 사육주를 느긋하게 해주는 것이 지상과제인 애완 윳쿠리인 이상, 레이무는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는 그럭저럭인 윳쿠리 푸드를 맛있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실한 애완 윳쿠리라고 하더라도 윳쿠리로서의 본성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었다.

 

 

“음…”

 

 

그리고 그런 얄팍한 윳쿠리의 표정 관리는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잘 보이는 것이었다. 오빠야는 턱을 쓸어만지며 레이무를 내려다보았다.미묘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윳쿠리 푸드를 먹는 레이무를 보다가 오빠야가 입을 열었다.

 

 

“어이, 레이무. 공원이나 갈까?”

 

 

“느!”

 

 

그 말에 조용히 윳쿠리를 푸드를 먹던 레이무가 반색했다.

 

 

“느느~♬ 산책!씨는 느긋할 수 있다구!!”

 

 

반색하는 레이무를 보며 오빠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야는 벽 한쪽에 걸려있던 하네스 겸 포대기를 들고 몸을 낮췄다.

 

 

"느와아! 포대기씨!"

 

 

레이무는 뿅뿅 뛰며 포대기를 반겼다. 오빠야는 눈에 띄게 즐거워하는 레이무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레이무에게 포대기를 입혔다.

익숙한 동작으로 포대기를 입은 레이무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것처럼 뿅뿅 제자리에서 튀어보였고, 오빠야는 즐거운 얼굴로 그런 레이무를 보았다.

 

 

“아 맞다. 이거 해야지.”

 

 

그렇게 레이무를 보며 즐거워하던 오빠야가 문득 자신의 이마를 치며 재차 몸을 낮췄다.

 

 

"느?"

 

 

그 순간 철컥하고 하네스에 줄이 걸렸다. 

 

 

“...늣…”

 

 

줄이 걸리는 순간 레이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레이무는 자신이 잠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이 도시는 윳쿠리 혼자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고, 언제나 주인과 몸줄을 대동하고 외출을 해야만했다.

레이무라고 해서 예외도 아니었다.

 

 

"느..."

 

 

 

 

 

 

 

 

 

 

그렇게 오빠야와 레이무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바깥 공기는 어느새 싸늘해져 있었지만, 포대기도 있었고, 오랜만의 산책이었기에 레이무는 충분히 느긋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오로지 느긋함만을 느끼지는 못했다.

레이무는 산책 가운데 고개를 돌려보았다. 공원 구석에서 들윳쿠리들이 힐끔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시에 레이무는 그들이 레이무를 보며 이죽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느...”

 

 

레이무는 오빠야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무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등뒤에 매인 몸줄을 보았다. 누가보아도 오빠야에게 귀속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모양이었다.

 

 

"레이무는 아가야가 아닌데..."

 

 

레이무는 들윳쿠리들이 자신을 보며 히죽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와일드한 마리사도 그렇고 들윳쿠리들은 어른이 되면 홀로 자립하고 야생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은 오빠야에게 귀속된 몸으로써 자립하지 못한 몸이다.

마치 노예처럼.

생각이 거기에 닿는 순간 레이무는 화들짝 놀랐다. 정말로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레이무는 고개를 홰홰 돌려 잠시동안이나마 들었던 이 망측한 생각을 지우려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시선을 다른데로 던졌다. 차라리 공원을 보며 느긋해한다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늣...아가야…”

 

 

그러나 레이무는 이내 자신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린 것을 후회했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들윳쿠리 모녀가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레이무는 그것을 보며 억울함을 느꼈다. 분명 저 레이무 모녀는 느긋하지 못했다. 장식물도 조금 찢겨져 나가 있었고, 귀밑털 끝은 더러워져 있었다.

그러나 아가야가 있었다.

훨씬 더 느긋하고 애완 윳쿠리로서의 지위를 가진 레이무는 아가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들윳쿠리인 저 레이무는 아가야를 가지고 있었다.

혹시 들윳쿠리가 레이무보다 느긋한 것은 아닐까?

레이무는 팥소 아래에서 그런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자, 레이무 돌아가자.”

 

 

그렇게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던 레이무에게 오빠야가 말을 했다.

 

 

“아,알겠다구…”

 

 

레이무는 그렇게 대답을 하며 귀갓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긋할 수 없던 생각은 남아있었고, 레이무는 힐끔힐끔 들윳쿠리들을 보며 저부를 움직였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오늘따라 유독 힘들었다.

한번 들기 시작한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그렇게 사라지지 않은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은 가시처럼 남아 레이무를 번잡하게 만들었다.

레이무는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오빠야를 보았지만, 오빠야는 스마트폰씨를 볼뿐, 레이무의 고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느으..."

 

 

레이무는 우울한 얼굴로 그렇게 저부를 움직였다.

 

 

“마,마리사…”

 

 

그러다 저 편에서 익숙한 장식물의 윳쿠리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리사였다. 마리사는 모자에 무언가를 넣은채 힘차게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레이무와 달리 몸줄도, 고민도 없어보이는 그 모습은 생동력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만 같았다. 레이무는 자유롭게 튀어 이동하는 마리사를 보며 자신의 몸줄을 보았다. 

 

 

“음? 레이무 왜 그래?”

 

 

레이무가 멈춘 것을 느낀 것인지 오빠야가 레이무를 보며 물었다. 레이무는 화들짝 귀밑털을 휘두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아니라구!”

 

 

그러는 사이 마리사는 그대로 사라졌다. 아마 레이무와 오빠야를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레이무는 그렇게 다시 저부를 움직이며 마리사가 사라진 방향을 아쉬운 눈길로 보았다.

 

 

 

 

 

 

 

 

 

 

“일단 나는 먼저 씻고 있을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빠야는 레이무에게서 포대기를 벗기며 말했다.

 

 

“알았다구.”

 

 

레이무는 그렇게 대답하며 뿅뿅 거실로 튀어갔다. 곧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화장실문을 힐끔 보고는 이내 창밖을 보았다.

방금까지 밖에 있다 왔지만, 평소처럼 마냥 느긋한 외출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울한 눈빛으로 밖을 보며 레이무는 조용히 외출 중 봤던 것들을 떠올렸다.

 

 

“아가야…”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들 레이무와 같이 있었던 아가야였다. 레이무는 가지지 못했고, 오빠야는 허락하지 않았던 아가야를 기억해내니, 레이무는 팥소 한켠이 자르르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했다.

 

 

“마리사…”

 

 

그 다음 떠오른 것은 마리사였다. 몸줄 없이 자유롭게 튀어가던 마리사를 떠올리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은 이번처럼 앞으로도 쭉 제한된 자유만을 누려야만 했다. 반면, 마리사는 몸줄도 없이 와일드함을 그 자체로 누리고 있었다.

연이은 기억의 반추 속에서 레이무는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불합리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야는 레이무에게 거짓말을 할 뿐이었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애완 윳쿠리라고는 하지만 오빠야의 눈치를 보며 그럭저럭인 푸드도 맛있다고 느긋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외출을 하더라도 혼자하지 못하고 아가야마냥 오빠야에게 귀속된, 제한된 자유만을 누려야했다.

 

 

느긋할 수 없는 생각들이 연달이 들기 시작했다.

오빠야아는 분명 태어난 것만으로도 느긋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레이무는 지금 느긋하지 못했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느긋하다면, 태어난 이상 느긋하게 있는 것은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무는 지금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이 엄청난 불합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비운의 히로인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한 레이무는 우울한 얼굴로 자신의 리본으로 귀밑털을 뻗었다.

 

 

"늣..."

 

 

레이무는 귀밑털을 솜씨 좋게 움직여 리본에 달려있던 금뱃지를 떼어내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왔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금뱃지의 빛이 마냥 빛을 잃고 바래보였다.

 

 

"느휴,..."

 

 

레이무는 한숨과 함께 금뱃지를 쥔채, 천천히 문쪽으로 기어갔다.

그저 바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는 기분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능?”

 

 

그리고 그런 행동의 끝에서 레이무는 의도치 않은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씨가 열려있다구…”

 

 

아마 오빠야가 꼭 닫지 않아 열린 틈이었을 것이다. 레이무는 문을 보다가 오빠야가 있을 화장실 문을 힐끔 보았다.

 

 

“슬금...슬금…”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리고 자신의 불운함을 인식한 지금,

레이무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레이무는 느긋해질 권리!가 있다구!”

 

 

그 말과 함께 레이무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섰다. 그 자리에는 주인 잃은 금뱃지만이 외로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느늣!"

 

 

해방감을 만끽하며 뿅뿅 튀어가던 레이무는 그대로 멈칫했다.

 

 

"...어디로 가야...?"

 

 

당연하게도 레이무에게는 행선지가 없었다. 집을 뛰쳐나온 순간 충만했던 윳쿠리 특유의 전능감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레이무는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레이무에게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생소한 일이었다. 외출을 할 때나 어디를 갈 때 레이무는 그저 오빠야가 가는 길을 따라가기만 했을 뿐, 스스로 목적지를 정해 이동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닿자, 레이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레이무는 지금 자유!를 위해, 그리고 지금껏 그녀가 귀밑털에 쥐지 못했던 느긋함을 위해 떠나온 것이다.

잠시간의 방황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레이무?!”

 

 

그때 길 한복판에서 고민하고 있던 레이무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사! 마리사!”

 

 

마리사를 보자마자 레이무의 표정이 확하고 폈다. 마리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채, 레이무를 보았다.

 

 

"레이무?"

 

 

마리사는 레이무의 장식물을 보았다. 그리고 곧 마리사는 지금 자신이 만나고 있는 윳쿠리가 본인이 잘 알고 있는 그 레이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마리사는 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거냐제? 뱃지씨는?”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레이무의 리본 한켠을 가리키며 물었다. 레이무는 늣헴! 하고 소리내어 말한 다음, 당당하게 말했다.

 

 

“레이무는 자유!를 찾아 떠난거라구!”

 

 

“늣…!”

 

 

당당하게 말하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신음했다. 마리사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곤, 땋은 머리로 자신의 이마를 짚은 다음, 레이무에게 말했다.

 

 

“레이무, 일단 우리 집으로 가는거제.”

 

 

“알았다구!”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을 보며 마리사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레이무는 그렇게 마리사를 따라 이동했다.

마리사를 따라가던 레이무는 문득 마리사가 길 가장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그녀는 순간 그 사실에 의문이 생겼다. 레이무가 외출할적, 그러니까 오빠야와 함께 이동할때는 언제나 길 한복판을 오다녔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지내왔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에게는 그것인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이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사소한 궁금증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금 마리사의 집으로 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마리사의 집은 어떨까하는 더 크고 중요한 궁금증을 낳았고,

길 복판과 길 가장자리라는 사소한 대비따윈 이내 팥소 속에서 지워버렸다.

 

 

“도착했다제.”

 

 

마리사와 레이무가 멈춘 곳은 큰 빌딩 앞이었다. 오빠야의 집도 충분히 훌륭한 집이었지만, 빌딩은 오빠야의 집보다도 훨씬 크고 느긋할 수 있었다. 레이무는 빌딩을 보면서 감탄과 함께 귀밑털을 붕붕 휘둘렀다.

오빠야의 집도 멋진 집이었지만, 이토록 크고 느긋하지는 않았다.

과연 와일드!한 마리사다웠다.

 

 

“느와아아! 정말 멋있는...느? 어디로 가는거냐구?”

 

 

그러다 레이무는 천천히 빌딩 옆 골목으로 들어가는 마리사를 보며 멈칫했다. 마리사는 레이무를 보며 도리어 왜 그러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대답했다.

 

 

“집으로 가는거다제.”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골목으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레이무는 마리사를 따라가며 골목 안을 보았다. 이토록 느긋할 수 있는 건물 옆에 있는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정도로 어둡고 추레한 골목이 레이무의 눈에 들어왔다.

 

 

“거기는…”

 

 

그리고 마리사는 그런 느긋할 수 없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무는 주저주저하면서 마리사를 따라갔다.

 

 

“여기가 마리사의 집이라제.”

 

 

“느…”

 

 

그렇게 레이무는 낡은 골판지로 된 마리사의 집에 도달했다.

 

 

“...집이라구?”

 

 

 

 

 

 

 

 

“그렇다제.”

 

 

마리사가 약간은 자부심 섞인 얼굴로, 그리고 약간은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혹시나해서 마리사를 보았지만, 마리사는 농담을 한것같지도, 자신의 말을 정정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레이무는 마리사가 정말 진지하게 이 골판지를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무는 자신의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레이무가 아는 집은 튼튼한 벽씨와 문씨, 지붕씨가 있는 건축물이었다. 나아가 신기한 가전 제품과 느긋할 수 있는 코디씨가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마리사가 집이라고 칭한 이것은 그런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골판지로 된 벽씨와 지붕씨는 전혀 신뢰할 수 없을만큼 부실한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었고, 문씨는 있지도 않았다. 가구라곤 보이지 않았고, 정체모를 느긋할 수 없는 냄새가 기분나쁘게 나고 있었다. 저편에 보이는 헝겊들을 뭉쳐놓은 쓰레기나 골판지 한켠에 있는 쓰레기 더미는 그 용도가 짐작조차되지 않았다.

 

 

“레이무 배고픈거제? 기다리라제. 밥씨를 가져다 주겠다제.”

 

 

그때 마리사가 조심스럽게 레이무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레이무는 반색했다.

 

 

“느느! 밥씨! 레이무는 푸-드씨가 좋다구!”

 

 

레이무의 말에 마리사는 대답없이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곤 천천히 골판지 한켠에 있던 쓰레기 더미로 기어갔다.

 

 

“...느?”

 

 

쓰레기더미로 기어가는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밥씨를 주겠다면서 쓰레기더미로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곧 이어 마리사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팥소가 물음표로 가득차는 가운데, 마리사는 무언가를 들고 레이무의 앞으로 가져왔다.

 

 

"여기 있다제."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정체모를 음식물 쓰레기가 레이무의 앞에 떨어졌다.

 

 

“느?"

 

 

레이무는 자신의 앞에 놓인 물체를 보았다. 회백색과 초록색이 질척질척하게 뒤섞인 그것은 그 원형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모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마리사를 보았다. 방금 전 밥씨를 주겠다고 했던 마리사였다. 그런데 마리사는 레이무에게 준 것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덩어리뿐이었다.

레이무는 자신이 마리사를 화나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속에서 그렇게 마리사의 행동을 보았다.

 

 

"느에에엣?”

 

 

그리고 레이무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우걱우걱, 꿀꺽, 그럭저럭.”

 

 

마리사는 태연하게도 자신의 앞에 있던 덩어리를 입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이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입에 넣은 것을 씹어 삼켰다.

 

 

“느욱! 느우욱…!”

 

 

레이무는 토할뻔하던것을 간신히 참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는 우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무는 간신히 역지기를 참으며 다시 힐끔 마리사를 보았다.

 

 

"레이무, 괜찮냐제?"

 

 

한창 우걱우걱하던 마리사가 레이무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레이무는 그렇게 묻는 레이무의 입 안에서 아까 보았던 질척거리는 쓰레기의 파편을 볼 수 있었다. 레이무는 다시금 토할뻔하던 것을 참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마,마리사 밥씨는 어디있는거냐구?"

 

 

"느?"

 

 

레이무의 질문의 마리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마리사는 혀를 찼다.

 

 

"느...이게 밥씨다제."

 

 

"...느..."

 

 

땋은 머리로 마리사가 가리킨 것은 아까의 그 정체 모를 쓰레기였다. 누가보더라도 착각의 여지 없이 쓰레기를 밥씨라고 가리키는 마리사였다. 그런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까지 마리사가 그것을 먹었다는 것을 보았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레이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귀밑털을 뻗어 쓰레기를 만져보았다.

곧 질척거리고 물컹거리는 기분나쁜 감촉이 느껴졌다. 레이무는 인상을 잔뜩 쓰며 조심스럽게 혀를 가져가보았다.

 

 

“우걱...느웨에엑!”

 

 

“레이무!”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혀에 닿자마자 레이무는 곧바로 팥소를 토해버렸다. 분명 지금 배가 고픈 상황이었지만, 이런 것을 먹는다는 것은 단언컨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레이무는 눈물까지 흘리며 팥소를 토했다.

 

 

“레이무! 레이무! 미안하다제!”

 

 

옆에서 마리사가 안절부절 못하며 레이무에게 말을 걸었다.

 

 

“느으…”

 

 

그렇게 10분간 헛구역질을 한 끝에 레이무는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물론 겨우 진정했을 뿐이지, 괜찮다고 할만한 상태인 것은 아니었다. 레이무는 귀밑털로 눈물을 닦으며 바닥에 놓인 쓰레기를 보았다. 이내 다시 나오려는 토기에 레이무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느으..."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며 신음했다. 마리사는 그렇게 레이무를 보다가 한숨을 한번 쉬고는 다시 방 한켠에 있는 쓰레기 더미로 기어갔다.

 

 

“이건 어떠냐제.”

 

 

마리사는 무언가를 가져와 레이무 앞에 놓았다. 그새 초췌해진 얼굴로 레이무는 마리사가 가져다준 것을 보았다. 마리사가 가져온 것은 꽃잎이 섞인 잔디 경단이었다.

 

 

"느으..."

 

 

"이거라도 먹으라제."

 

 

쓰레기와 달리 자연물로 만든 경단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거부감을 덜하게 만들었다. 레이무는 혀를 뻗어 마리사가 건내준 잔디경단을 입에 넣었다.

 

 

“우걱...우걱...불행…”

 

 

씁쓸하고 불행한 맛이었지만, 아까와 달리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레이무는 간신히 눈을 감고 잔디 경단을 삼킬 수 있었다.

 

 

“느으…”

 

 

그렇게 가출 후 첫 식사를 마친 레이무였다. 그러나 배가 차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상태였다. 레이무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마리사를 보았다.

 

 

“마리사…”

 

 

“늣? 레이무, 괜찮냐제?”

 

 

그런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가 재차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어왔다.

물론 그에 대한 레이무의 솔직한 대답은 전혀 느긋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마리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자신이 느긋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다구…”

 

 

“...일단 마리사는 사냥을 다녀오겠다제.”

 

 

마리사는 미묘한 표정으로 레이무를 보다가 그렇게 말했다.

 

 

“알겠다구…”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같아서야 조금 더 곁에 있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들윳쿠리의 생활에서 사냥!이 중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레이무도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오늘 마리사와 레이무가 만나게 된 것도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만남이었다. 원래라면 사냥을 하고 있었을 마리사는 오로지 레이무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오늘의 사냥을 멈췄던 것이었다.

썪어도 금뱃지라고 레이무는 그런 사실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느으…”

 

 

그렇게 레이무는 마리사의 집에 홀로 남았다.

 

 

“슬금… 슬금…”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마리사의 집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첫인상에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분 나쁜 냄새가 익숙해졌다는 그다지 위로가 되지 못할 상황뿐이었다.

 

 

“달콤달콤 먹고 싶어…”

 

 

우울한 목소리로 레이무가 중얼거렸다. 어찌어찌 밥씨를 먹기는 했지만, 배는 전혀 차지 않았고, 전혀 느긋할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가 뭐래도 달콤달콤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달콤달콤은 없었다. 달콤달콤은커녕 평소에는 그럭저럭 먹었을 푸드씨조차 보이지 않았다.

레이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야의 집에서 나올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했던 자유로운 들윳쿠리 생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느으..."

 

 

그렇게 레이무는 잠들었다.

 

 

 

 

 

 

 

 

 

 

 

 

 

 

“...늣? 잠들어버렸다구..."

 

 

레이무가 눈을 떴을때, 레이무는 주변이 어둡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 레이무는 자신이 평소 누워있던 침대가 아닌, 딱딱한 땅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자신이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엇다. 레이무는 습관적으로 침대로 가려하다가 아차했다.

그렇게 레이무는 이내 곧 자신이 오빠의 집이 아닌 마리사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느으..."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느껴졌고, 오빠야의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레이무는 몸을 움츠리며 옆을 보았다. 옆에는 어느새 사냥에 다녀온 마리사가 쿠울쿠울하고 있었다.

 

 

그때 한기 때문인지 레이무의 배가 꾸르륵 울렸다.

 

 

"응응하고 싶어졌다구...”

 

 

레이무는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곳은 골판지 안이었고, 화장실같은 것은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레이무는 입술을 깨물었다.

 

 

“느읏…"

 

 

사실 마리사의 집은 오빠야의 집에 있던 화장실만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곳에다가 응응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장 마리사가 자고 있는 곳에다가 응응을 한다는 것은 느긋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골판지 집 밖으로 나왔다.

 

 

"늣...!"

 

 

레이무는 집 밖으로 나오나자마자 몸을 덮지는 한기에 움찔거렸다. 솔직히 마리사의 집은 같잖은 골판지 집에 불과했지만, 어찌어찌 한기는 막아주고 있었다는 것이 확하고 체감되었다.

레이무는 당장에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금 배를 울리는 변의에 레이무는 골판지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레이무는 골판지 뒤쪽에 응응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나마 화장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 속에 레이무는 응응이 모여있는 그쪽으로 기어갔다.

 

 

"꾸리다구...”

 

 

다가가자마자 코를 확 찌르는 응응 냄새가 레이무를 괴롭혔다. 그러나 레이무는 응응을 하고 싶었기에 악취를 참으며 꿋꿋이 응응더미에 가까이 다가갔다.

적당히 거리가 가까워지자, 레이무는 엉덩이를 돌렸다.

 

 

“응응! 상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응응은 느긋할 수 있었다. 레이무는 오랜만에 만끽하는 느긋함에 소리높혀 상쾌!를 외쳤다. 다행히 변비나 윳설사는 나오지 않았고, 건강한 응응이 뽀직하고 레이무의 아냐루에서 튀어나왔다.

레이무는 응응을 한다음 몸에 밴 동작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늣? 휴지씨가…?”

 

 

그리고 이내 레이무는 주변에 휴지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휴지씨! 느긋하지 말고 당장 나오라구!”

 

 

레이무는 초조함 속에서 보이지 않는 휴지씨를 찾았다. 휴지씨가 없다면 엉덩이를 닦을 수 없었고, 그러면 간질간질하고 찝찝한 기분을 느껴야만했다. 그것만큼은 결코 느긋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없던 휴지씨가 뿅하고 나타나는 일따위는 없었다. 레이무는 불안함 속에서 휴지씨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느으…”

 

 

 

 

 

레이무는 그렇게 느긋할 수 없는 상태로 골판지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렇게 기어가면서 아냐루가 간질간질하다는 느낌에 괴로워해야만 했다.

 

 

“느으...느긋할수 없다구…”

 

 

 

 

 

엉덩이를 닦지 않아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레이무는 과연 이상태로 집에 들어가도 될까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마리사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고, 레이무는 마리사의 옆으로 가 몸을 움츠리고 눈을 감았다.

 

 

 

 

 

 

 

 

 

 

 

 

 

 

"..,이무...레이무"

 

 

 

 

 

"으음?"

 

 

 

 

 

레이무는 자신의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뜬 레이무는 어느새 날이 밝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사이 사냥에라도 다녀온 것인지 잔뜩 부푼 모자를 한 마리사를 보았다.

 

 

 

 

 

“다녀왔다제.”

 

 

“느?”

 

 

 

 

 

그렇게 말하며 모자를 내려놓는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순간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레이무는 지난번 마리사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의 무윳담!을 자랑하던 마리사의 말에 따르면 매일 같이 아침 일찍 나와 아침 사냥!을 한다고 했던 마리사였다.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상황을 조합한 끝에 레이무는 자신이 잠든 사이, 마리사가 아침 사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레이무는 기대 속에서 마리사가 내려놓은 모자를 보았다. 마리사의 무윳담!에 따르면 아침 사냥!에서 온갖 느긋할 수 있는 전리품들을 얻어온다고 했다. 오빠야보다도 와일드한 마리사라면 푸드씨보다도 더 느긋할 수 있는...

 

 

 

 

“느으…”

 

 

 

 

 

기대는 컸고,

 

 

그만큼 실망감도 컸다.

 

 

레이무는 자신이 어제의 일을 잠시동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 마리사가 자신에게 준 음식이라곤 -그걸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처참하기 그지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냥!에 느긋할 수 있는 음식을 얻어올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팥소뇌나 할법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레이무는 잔디와 어제 본 것같은 쓰레기들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그러나 마리사는 레이무의 실망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땋은 머리로 자신의 전리품을 꺼내며 말했다.

 

 

 

 

 

"오늘 아침 사냥은 대박!이었던 거제."

 

 

 

 

 

자랑스럽게 말하는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거, 여기 사과씨라제. 한번 먹어보라제!”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는 쓰레기 사이에서 사과심을 건넸다. 물론 사과심에 그나마 붙어 있던 과육은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었고, 이상한 점액이 묻어있어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건… 느읏…”

 

 

레이무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춤거렸다. 사과라는 말에 살짝 기대했던 레이무였지만, 이건 그녀가 알던 사과와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왜 그러냐제?”

 

 

사과심을 받지 않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로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레이무는 팥소 한켠이 아려왔다.

 

 

“아,아니라구. 우꺽 우꺽...불ㅎ...행보…옥...”

 

 

“맛있냐제?”

 

 

 

 

 

마리사 기대감 섞인 눈빛으로 레이무를 보며 물었다. 레이무는 이 광경을 어디선가 본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윳쿠리 푸-드씨를 먹었을 적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레이무는 거짓말을 해서 느긋할 수 없었다.

 

 

 

 

“으,응…”

 

 

 

그러나 레이무는 이번에도 거짓말을 해야했다.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이 팥소를 타고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이무는 마리사의 고생을 무시할만큼 팥소가 철로 된 윳쿠리가 아니었다.

 

 

 

 

 

“느으…”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기분 속에서 우울함을 느꼈다. 자신이 원했던 자유!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것은 레이무가 생각하는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신이 원하던 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느긋할 수 없는 현실을 참아야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더군다나 그런 상황 속에서 물질적인 환경은 열악하다는 단어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을만큼 처참했다.

순간적으로 레이무는 오빠야의 집에서 나오면 안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닿자마자 레이무는 황급히 정신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오빠야의 집에는 자유!가 없었다. 지금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 오빠야는 아가야를 가지지 못하게 했다.

 

 

"느!"

 

 

그 순간 레이무는 자신이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리사.”

 

 

중대한 사실을 꺠닫자마자 레이무는 곧바로 마리사를 불렀다. 마리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이무를 보았다.

 

 

“느? 왜 그러냐제?”

 

 

영문을 몰라하는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 지금 상황은 여유도 느긋함도 그다지 느껴지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선 오빠야의 집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느긋함을 얻을 수 있었다.

레이무는 회심의 미소를 겉으로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상쾌하자.”

 

 

 

 

 

 

 

 

 

 

 

 

 

 

 

 

 

 

 

 

 

첫 츄츄는 달콤했고

첫 상쾌는 황홀했다.

그리고 첫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었다.

 

 

“느으으 정말 느긋하다구…”

 

 

레이무는 자신의 이마에 매달린 줄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직 첫상쾌의 황홀감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레이무는 자신의 머리에 매달린 줄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오빠의 집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가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비현실적일 정도로 행복!했다.

 

 

“레이무 행복!하다구…”

 

 

레이무는 줄기로 자신의 팥소가 흘러가는 느낌을 만끽하며 다시 중얼거렸다. 자신과 닮은 아가야, 그리고 자신의 팥소에서 나온 아가야들이 생겨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 느긋한 아가야들이라제.”

 

 

그때 골판지 밖에서 마리사가 돌아오며 말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마리사의 얼굴을 첫상쾌의 여운때문이지 더더욱 와일드!하게 보였다.

 

 

“느응 그렇다구.”

 

 

레이무는 팥소 가득 찬 느긋함 속에서 대답했다.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를 흐뭇한 얼굴로 보다가 아차하며 말했다.

 

 

“아, 레이무 밥씨를 먹자구.”

 

 

“늣? 괘,괜찮다구.”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가 황급히 귀밑털을 휘휘 저었다. 아가야가 생긴 것은 행복했지만, 밥씨를 먹는다는 것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오빠야의 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법한 행동이었지만, 레이무는 어쩔 수 없었다.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 경단 같지도 않은 경단, 역지기만 불어일으키는 쓰레기 따위는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마리사의 집에는 그런 쓰레기 밖에 없다는 사실을 레이무는 팥소 저리게 알고 있었다.

 

 

“안된다제!”

 

 

“늣?”

 

 

그러나 그런 레이무의 사양에 마리사가 호통을 치며 딱 잘랐다.

 

 

“레이무는 이제 홀몸이 아닌거라제. 아가야를 위해서라도 많이 먹어야한다제.”

 

 

느닷없는 호통에 당황해하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가 그렇게 말했다. 동시에 마리사는 쓰레기 더미로 가 음식물 쓰레기 몇 덩어리를 가져와 레이무 앞에 두었다.

레이무는 이러한 마리사의 말과 일련의 행동에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그리고 아가야를 생각한다는 마리사의 배려심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떄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음을 느꼈다.

저렇게 단호하게 나서는 이상 레이무가 거절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은 또다시 마리사의 감시 하에 쓰레기를 우걱우걱해야된다는 소리였다.

 

 

“아, 알겠다구.”

 

 

레이무는 부러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마리사가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로 혀를 뻗었다.

 

 

“우꺽 우꺽...느읏...꿀꺽...불행…”

 

 

토할뻔했지만, 마리사의 배려심을 생각해서, 그리고 아가야를 위해서 레이무는 억지로 음식물 쓰레기를 씹어 삼켰다.

마리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다시 밖을 힐끔 보았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마리사는 모자를 다잡으며 레이무에게 말했다.

 

 

“마리사는 이제 사냥을 다녀오겠다제. 몸 조심하고 있으라제.”

 

 

 

 

 

 

 

 

 

 

 

 

 

 

 

 

 

“정말 느긋한 아가야라구…”

 

 

레이무는 줄기에 달린 아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야에는 지금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무는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아쉬운 것은 오로지 하나, 아가야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레이무는 육아의 달윳!이라구! 아가야들은 반드시 느긋한 윳쿠리로 키울거라구!”

 

 

아가야들을 보며 레이무가 소리높여 다짐했다.

오빠야와의 대화에서 레이무가 하던 가식적인 말이 아니었다. 팥소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진심이었고, 윳쿠리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잔뜩 배인 선언이었다.

레이무는 자신의 선언에 느긋함을 느꼈다. 오빠야는 아가야가 안된다고 그랬지만, 그것은 느긋할 수 없는, 레이무를 질투하는 오빠야의 심술이었을뿐이었다. 지금 당장 레이무만 보더라도 레이무는 이미 느긋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가야가 안된다고 하다니.

 

 

“아! 침대씨를 만드는 거라구!”

 

 

느긋함을 느끼던 중, 레이무가 귀밑털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 말과 함께 레이무는 자부심을 느꼈다. 똑똑해서 미안해! 라는 말이나 철저해서 미안해! 라는 말을 간신히 참으며 레이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합한 재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레이무는 그에 아주 적합한 재료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면! 휴지씨로!”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레이무는 현실을 직시했다.

 

 

“늣…아…”

 

 

이곳에는 휴지씨가 없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지만, 지난번 응응때 깨달을 사실이 다시금 팥소 저리게 다가왔다. 레이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없던 휴지씨가 생겨나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무는 초조함 섞인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휴지씨가 없다면 수건씨라도, 수건씨가 없다면 헝겊씨라도 좋으니 침대를 만들만한 것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뒤적였다. 심지어는 마리사의 집 한 구석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레이무는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귀밑털에 지저분한 것들이 잔뜩! 묻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는커녕, 무언가 변변한 가구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그러면 자장가를 불러줘서 태교!를 하는거라구!”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이 들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레이무는 황급히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는 대충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비록 본인이 침대를 당장 만들수 없다고는 하나, 그것은 침대를 만들만한 재료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침대를 만드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레이무가 그녀의 모성!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했다.

 

 

“느응~♬ 느긋한 날~ 한가한 날~”

 

 

그렇게 레이무는 아가야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며 레이무는 자신의 노래에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느응♪"

 

 

그렇게 레이무의 노래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노랫소리가 커지는 것과 비례하여 레이무는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물론 오빠야의 집에 있었을 때에도 노래를 부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짐나, 오빠야는 레이무의 노래를 칭찬하면서도 이토록 큰소리로 노래 부르는 것 만큼은 절대로 못하게 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오빠야의 집에서 나오길 잘했다고 느끼며 아가야들을 보았다. 아가야들은 레이무의 노래에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 매달린채 꼬물거리고 있었다.

 

 

“레이무! 무슨 짓을 하는거냐제!”

 

 

“늣?”

 

 

태교를 위한 레이무를 노래를 끊은 것은 격노한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레이무는 느닷없이 들려온 노성에 노래를 멈추고 골판지 밖으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마리사?"

 

 

골판지 밖에는 마리사가 인상을 쓰며 서 있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것인지, 모자에는 잡초같은 것이 비죽 나와있었다.

 

 

“조용히 하라제!”

 

 

마리사는 여전히 인상을 쓴 얼굴로 레이무에게 말했다. 레이무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무,무슨일이냐구?”

 

 

“노래를 부르는건 금기!인거라제! 인간씨에게 들키게 될지도 모른다제!”

 

 

당황한 레이무에게 마리사가 땋은 머리로 바깥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아아아아!”

 

 

야박하기 그지 없는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가 귀밑털을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를 보며 땋은 머리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잘 들으라제. 노래를 부르다간, 인간씨가 올지도 모른다제. 인간씨에게 들키면 절대!로 안되는 거라제.”

 

 

이보다 더 단호할 수 없을 어조로 마리사가 말했다. 레이무는 그 박력에 뭐라 항의하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이무가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레이무는 우물쭈물 마리사를 보다가 자신의 이마에 난 줄기를 보았다. 방금까지 꼬물거리던 아가야들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아마 마리사의 노성에 아가야들도 위축된 것 같았다.

그것을 보며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태교를 위한 노래를 느긋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도 느긋할 수 있었고, 아가야들도 느긋할 수 있었다.

마리사가 말하길 인간씨에게 들킬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가야들도, 레이무도, 그리고 지금은 없는 오빠야도 느긋할 수 있게하는 것이 레이무의 노래였다. 인간씨에게 들킨다고 하더라도, 그 인간씨도 느긋할 수 있어지면 모두가 좋은 게 아니겠는가.

 

 

“인간씨랑 친하게…”

 

 

그런 생각 속에서 레이무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레이무의 말이 채 끝나지도 전에 마리사의 표정이 팍하고 굳었다.

 

 

“레이무, 우리는 들윳쿠리라제.”

 

 

마리사는 레이무의 말을 딱 자르며 말했다. 레이무는 뭐라고 더 항변하려 했으나, 아까보다도 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던 마리사를 보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느읏…”

 

 

그렇게 레이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마리사는 한숨을 한번 쉬고

고는 그렇게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온 마리사는 모자를 뒤집어 오늘의 사냥 성과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물론 레이무에게 있어 마리사의 행동은 그저 모자씨에서 쓰레기를 꺼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점점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와일드하다고 느꼈던 마리사였것만, 지금 보기에는 그저 쓰레기를 뒤지는 들윳쿠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만 같았다. 레이무는 그렇게 오빠야의 집을 떠올렸고, 매일같이 사냥을 다녀와서 깨끗하게 씻는 오빠야를 떠올렸다. 지금의 골판지 집과 사냥을 다녀온 마리사와 비교해보면 누가 더 느긋한지, 그리고 어떤 것이 더 느긋할 수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늣...!"

 

 

레이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마에 난 줄기를 보았다. 아무리 집이 좋다고 하더라도 오빠야의 집에는 자유가, 그리고 아가야가 없었다. 나아가 레이무는 자신의 행동이 틀렸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레이무는 다시금 자신의 느슨해지려던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는 오빠야의 집과 달리 자유!가 있었다.

그러나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레이무를 괴롭혔다.

당장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를 금지당했던 것도 그랬다. 소리만 작게 부른다면 얼마든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그리고 그 노래를 흔쾌히 칭찬해주던 청자가 있던 곳이 바로 오빠야의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 레이무는...

 

 

“일단 오늘 이걸 가져왔다제. 침대로 쓸 수 있을거라제.”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던 레이무 앞에 마리사 무언가를 툭 놓으며 말했다.

 

 

“침대씨?”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는 황급히 현실로 돌아왔다. 동시에 마리사의 사려 깊음에 감동했다. 마리사가 없을 적 이 주변에 침대로 만들 것이 없다는 것을 팥소 저리게 느껴야했던 레이무였다. 그런데 마리사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이렇게 재료를 가져다 준 것이다.

 

 

“늣...걸레씨…”

 

 

그러나 마리사가 가져다준 것을 보는 순간 레이무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레이무는 자신의 눈 앞에 놓인, 시커멓고 헤질대로 헤진 걸레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더군다나 퀴퀴하다 못해 후각을 마비시킬 것만 같은 악취까지 풍겨오고 있었다. 이걸로 침대를 만들었다가는 아가야들을 느긋하게 키우기는 커녕 악취로 질식사시키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절로 들게 만드는 걸레였다.

 

 

“음? 왜 그러냐제.”

 

 

“아,아니라구.”

 

 

그런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무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어두운 표정까지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었다.

 

 

 

 

마리사가 가져온 걸레는 오빠야의 집에선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질법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곧 그런 걸레조차 아쉬워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느으...추워추워씨 어디로 가라구..."

 

 

레이무는 냄새 나는 걸레를 몸에 밀착시키며 중얼거렸다.

몸에 무언가 묻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냄새냄새가 몸에 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얼어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춥다제…”

 

 

걸레를 온전히 레이무에게 건내준 채, 골판지 입구에서 바람을 막고 있던 마리사 또한 조용히 중얼거렸다.

들윳쿠리로서 팥소가 굵은 마리사였지만, 그런 마리사 또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레이무는 우울한 얼굴로 마리사 뒤편으로 빼꼼히 보이는 하늘을 보았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었고, 구름이 잔뜩 낀 것도 아니었다.

그런 맑은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은 춥기 그지 없었다.

 

 

"오빠야..."

 

 

"늣..."

 

 

레이무가 저도 모르게 오빠야를 부르자, 마리사가 움찔했다. 마리사가 움찔거리는 것을 보며 레이무는 아차했다.

불편한 침묵이 두 윳쿠리 사이에 내려 앉았다.

레이무는 마리사에게 뭐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조용히 시선을 그녀의 이마에 난 줄기로 옮겼다.

귀여운 아가야가 레이무의 시야에 들어왔다.

레이무는 아가야들을 보며 다잡았다 추위에 약해진 마음을 달랬다.

 

 

"음?"

 

 

그러다 레이무는 줄기 끝 쪽에 매달린 아가야가 움찔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무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팥소로 전래받은 지식을 통해 저것이 아가야가 태어나려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레이무는 반색하며 마리사를 불렀다.

 

 

“마리사! 마리사!”

 

 

“능? 무슨일이냐제?”

 

 

가만히 있던 마리사가 레이무를 돌아보며 물었다.

레이무는 귀밑털로 줄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가야가 태어날 것 같다구!”

 

 

“늣!"

 

 

미묘한 표정을 짓던 마리사의 얼굴이 확하고 폈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어서 걸레씨를 펴는거제!”

 

 

“늣늣!”

 

 

레이무는 황급히 몸에 두르고 있던 걸레를 자신의 앞에 펼쳐 놓았다.

걸레를 몸에서 풀자, 한기가 레이무의 몸을 덮쳤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잠시간의 한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레이무가 걸레는 펼쳐놓자, 마리사는 자신의 모자를 걸레 위에 놓았다.

그렇게 두 윳쿠리가 아가야를 받칠 준비를 끝내자, 곧바로 줄기 맨 끝에 매달린 마리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미한 흔들림은 곧 눈에 띄는 흔들림으로 변했다.

레이무와 마리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집중력을 모아 아가야를 보았다.

그리고 곧 지금껏 눈감고 있던 아가야의 눈이 떠졌다.

 

 

“느그탄 마리쨔가 태어나는고졔! 태어나는고졔!”

 

 

그 말과 함께 톡하고 마리쨔와 줄기가 분리되었다.

 

 

“...늣!"

 

 

마리쨔는 그대로 모자에 폭하고 떨어졌다. 레이무와 마리사는 일제히 마리쨔를 보았다. 잠시 떨어진 자세로 부들거리던 마리쨔는 이내 벌떡 일어나 레이무와 마리사를 향해 인사했다.

 

 

"느그타게 이쯔라졔!”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쨔의 인사에 레이무는 반사적으로 인사했다.

그와 함께 레이무는 눈가에 눈물이 팽하고 맺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까지의 윳생동안 단 한번도 느껴본적 없었던 느긋함이 팥소 아래에서부터 북받쳐오고 있었다.

 

 

“느으으응~ 정말로 느긋한 아이라제!”

 

 

이러한 느긋함은 레이무뿐만이 아니라 마리사 또한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마리사는 정말로 환한 얼굴로 마리쨔를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늣! 마리사 또 태어난다구!”

 

 

이어 레이무는 두번째로 매달린 레이뮤 또한 움찔움찔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무의 말에 마리사는 다시 줄기를 보았다.

 

 

“레이뮤가 느그타게 태어난다규!”

 

 

곧 레이뮤가 그렇게 외치며 줄기 끝에서 톡하고 떨어졌다. 레이뮤는 그렇게 안전하게 마리쨔의 옆에 떨어졌다. 레이뮤 또한 마리사의 모자에서 꼬물대다가 이내 마리사와 레이무를 보며 인사했다.

 

 

“느그타게 이쓰라규!”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할 수 있는 인사가 오갔다.

레이무는 오빠야의 집에서 나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물질적으로는 마리사의 집보다 오빠야의 집이 훨씬 더 풍요로웠다.

하지만 아가야를 금지했던 오빠야의 집에서는 이같은 느긋함을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느응 정말로 큐트!한 아가야인거라제!”

 

 

마리사 또한 적잖게 감동한듯했다. 레이무는 마리사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못본척한 뒤 이어 마지막 남은 아가야를 보았다.

 

 

“모듀의 아이됼 레뮤가 태어난땨규!”

 

 

마지막 남은 아가야는 그렇게 외치며 앞선 언니야들처럼 마리사의 모자에 안착했다. 레뮤는 엉덩이를 몇번 씰룩인 다음, 귀밑털을 바들거리며 힘차게 인사했다.

 

 

“늣! 느그타게 이쯔라규!”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는 막내의 인사를 느긋한 마음으로 받았다.

지금 레이무의 팥소는 오로지 느긋함만으로 가득찼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그 순간 레이무의 팥소뇌로 한가지 명안이 스쳐지나갔다.

지금 아가야들이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토록이나 느긋할 수 있는데, 만약 여기서 아가야들과 부비부비를 한다면 얼마나 더 느긋할 수 있을까?

느긋함+느긋함은 곧 느긋함 잔뜩!이다. 이것은 레이무에게 상식이었다.

레이무는 자신의 명안 그 자체에 느긋함을 느끼며 아가야들에게 말했다.

 

 

“느응~! 아가야들 부비부비하자구!”

 

 

“뉴아아아앙!”

 

 

“느에에엥!”

 

 

“배꼬파! 배꼬파!”

 

 

그러나 아가야들은 레이무의 기대와 달리 레이무와 부비부비하지 않았다. 아가야들은 그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채 그대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째서 부비부비하지 않는거냐구!”

 

 

레이무는 말을 듣지 않는 아가야들을 보며 호통을 쳤다. 비록 모성의 레이무라고 하더라도 엄마야의 말을 듣지 않는 아가야들은 조금 곤란했다.

 

 

“레이무!”

 

 

“늣??!”

 

 

그때 옆에서 레이무의 행동을 본 마리사가 호통을 쳤다. 레이무는 갑작스러운 호통에 당황해 마리사를 보았다. 마리사는 인상을 쓴채 레이무에게 물었다.

 

 

“레이무 뭐하는거냐제! 아가야들, 줄기씨를 먹는거라제.”

 

 

"느,느?"

 

 

그러나 마리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이무는 당황한채 이도저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무는 펫숍 출신이었고, 태어나자 먹은 것은 가공소에서 만든 약품이었지 줄기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오빠야의 집에서 생활할 동안, 그리고 펫숍에서 있을 동안 새로 아가야가 태어나는 것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레이무에게 있어 아가야는 태어나면 느긋할 수 있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막연한 존재일뿐이었다.

 

 

“...느읏!”

 

 

그런 레이무를 보던 마리사는 인상을 더더욱 구기고는 땋은 머리를 뻗어 아직 레이무의 이마에 남아있던 줄기를 뽑아 자신의 입에 넣었다.

 

 

" 우걱우걱 퉤."

 

 

그런 다음 마리사는 그대로 줄기를 씹어 아가야들 앞에 뱉었다.

 

 

“느늣…”

 

 

레이무는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입 안에 있던 것을 삼키지 않고 뱉는 행위는 레이무에게 있어 느긋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우꺽우꺽 캥뽀옥!”

 

 

“캥뽁! 캥뽁!”

 

 

“우꺽우꺽! 캐캐캥!복!”

 

 

그러나 놀랍게도 아가야들은 마리사가 뱉은 줄기씨를 먹으며 행복을 외쳐댔다. 울부짖던 아이들은 그렇게 마리사가 씹고 뱉은 줄기를 먹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느휴…”

 

 

아가야들이 줄기를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 것을 보며 마리사가 땋은 머리로 이마를 훔쳤다. 이윽고 마리사는 레이무를 보며 외쳤다.

 

 

“레이무! 뭐하는거냐제! 아가야가 태어나면 줄기씨를 먹여주는건 상식!인거라제!”

 

 

“늣, 그,그치만!”

 

 

마리사의 일침에 레이무는 당황했다.

일단 다른 것을 다 제치고, 마리사의 말이 너무나도 부당하게 다가왔다.

이런것이 상식이라니. 레이무가 가진 상식에는 이런 매너없는 행동따윈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엄마야의 말을 듣지 않는 아가야도, 먹던 것을 씹어 뱉는 행동도, 그리고 방금 출산!한 산모에게 호통 치는 것도.

그런 부당함 속에서 레이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니, 토로하려 했다.

 

 

"마ㄹ..."

 

 

“느에에에엥!”

 

 

레이무의 말을 끊은 것은 아가야의 울음소리였다. 마리사의 외침에 놀란 것인지 얌전히 줄기를 먹고 드러누워있던 아가야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늣? 아가야들이?! 느, 느! 알겠다구! 낼름낼름해주겠다구!”

 

 

아가야들이 울자마자 나선것은 레이무였다. 레이무는 황급히 아가야들에게 다가가 혀를 뻗었다.

 

 

“낼-름 낼-름!”

 

 

레이무는 아가야들을 낼름낼름하며 마리사를 흘겨보았다. 이토록 아가야들을 위해 노력하는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상식이 없다니. 마치 마리사에게 보란듯이 낼름거리는 레이무였다.

과연 아가야들 또한 엄마야의 낼름 낼름이 기분 좋은지 울음을 멈추고 꺄꺄거리기 시작했다.

 

 

“뉴꺄아! 응응! 쨩캐!”

 

 

그리고 그 순간 레뮤의 아냐루에서 응응이 뽀직하고 나왔다.

 

 

“느웱!”

 

 

후각을 콱 찌르는 듯한 응응 냄새에 레이무는 그대로 혀를 휘둘렀다.

다행히 아가야들이 맞지는 않았지만, 당연스럽게도 아가야들에게 해주던 낼름낼름은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레이무에게는 그런 것보다도 이 지독한 응응 냄새가 더 중요했다. 레이무는 귀밑털을 휘저으며 그대로 레뮤에게서 멀어졌다.

 

 

“무슨 짓인거냐구!”

 

 

레이무는 그렇게 레뮤에게서 멀어진 다음, 소리쳤다.

곧이어 레이무는 팥소 아래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르는 것을 느꼈다.

레이무는 모성!을 발휘해 낼름낼름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고마움을 모르고 엄마야를 향해 응응을 싸다니.

레이무의 분노는 곧 다시 억울함이 되었다. 레이무는 그렇게 만들어진 억울함을 자양분 삼아 팥소를 굳게 먹기로 결정했다.

비록 자신이 아가야를 사랑하는 모성!의 레이무라고는 하지만, 이럴때는 굳세게 나갈 수 밖에 없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구! 뿌..”

 

 

“레이무!”

 

 

“느뷁!”

 

 

훈육!을 위해 뿌꾸를 하려던 레이무에게 마리사가 그대로 몸통을 날렸다. 레이무는 처참한 비명과 함께 데굴데굴 굴러갔다.

 

 

"느...?"

 

 

레이무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마리사도 눈이 있다면 아가야가 엄마야한테 응응을 쌌다는 것을 봤을 것이 분명했다.

레이무는 그런 배은망덕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하려했던 것뿐이었다. 물론 아가야를 상대로 손대중을 할 생각은 있었지만, 어찌되었건 레이무의 행동은 레이무가 생각하건데 정당! 그자체였다.

그런데 지금 몸통 박치기를 맞고 날아간 것은 레이무였다.

 

 

“아갸아, 이리로 오라제!”

 

 

“응응! 쨩캐!”

 

 

“느꺄아! 쨩캐! 쨩캐!”

 

 

“응응하꺼야! 샹캐!”

 

 

영문을 몰라해하는 레이무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채, 마리사는 아가야들의 아냐루를 낼름낼름하기 시작했다.

아가야들은 다시 꺄꺄거렸고, 저마다 아냐루를 핥아질때마다 응응을 쌌다.

마리사는 싫은 표정을 하면서도 아가야들이 싼 응응을 어느새 가져온 나뭇잎에 옮겨 담고 있었다.

레이무는 멍하니 마리사의 행동을 보았다. 레이무는 당장 마리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응응은 더러운 것이었다. 설사 그것을 낸 것이 자신의 느긋한 아가야라고 하더라도 응응이 더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마리사는 아가야들의 응응을 혀로 만지고 있었다.

애당초 애완윳으로 자라온 이상, 사람과 비슷한 위생 감각을 가진 레이무였다.

그런 레이무에게 있어 아냐루를 핥는다던가, 응응을 혀로 옮긴다던가 하는 행위는 변태씨나 할법한 행동이었다.

 

 

“레이무! 도와달라제!”

 

 

당황스러워하는 레이무에게 마리사가 소리쳤다.

하기야 아가야는 3마리였고, 마리사의 혀는 1개였다. 더군다나 아빠 역할을 맡고 있는 마리사로서는 지금 상황이 벅찰 수 밖에 없었다.

레이무는 멈칫했다. 레이무가 보기에 마리사가 하고 있는 행동은 기괴한 행동, 변태나 할법한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가야의 아냐루를 혀로 핥고 혀로 응응을 만지작거린다는 것은 레이무에게 있어서 일종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일뿐이었다.

그러나 레이무의 시야 한켠에는 그런 행동에 즐거워하는 아가야들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팥소뇌 한켠에 전래받은 지식이 저건 결코 이상한게 아니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느,느읏..."

 

 

레이무는 자신의 모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윳쿠리였다.

결국 레이무는 내키지 않더라도, 마리사가 했던 것처럼 아가야들에게 해주기로 결정했다. 어찌되었건 아가야들이 좋아하고 있지 않던가.

레이무는 내키지 않은 저부를 우물우물 움직여 아가야들에게 다가갔다

 

 

“느읏! 꾸리다구!”

 

 

그러나 혀를 내미려던 레이무는 이내 응응 특유의 고약한 냄새에 고개를 홱 돌렸다.

 

 

"느..."

 

 

그리고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쿠울...쿠울…”

 

 

레이무는 초췌한 눈으로 잠든 아가야들을 보았다.

여전히 귀여운, 보기만하더라도 느긋할 수 있는 아가야들이었다. 하지만, 레이무의 소감은 느긋한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소감이었다.

 

 

“졸리다구…”

 

 

아가야가 태어난지 2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레이무는 이미 수면 부족 상태였다.

 

 

“느에애애앵!”

 

 

그렇게 피로를 토로하던 레이무는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 우는 아가야를 보며 사색이 되었다.

곧 다른 아가야들 또한 일어나 울부짖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입술을 깨물었다.

 

 

“늣...”

 

 

레이무는 일단 아가야들을 달래기로 결정했다.

 

 

“어,엄마야가 낼름낼름 해주겠다구! 낼름! 낼름!”

 

 

“배고프다뀨!”

 

 

그때 레이뮤가 말했다. 레이무는 그 말에 흠칫했다.

 

 

“...늣...알겠다구. 엄마야가 밥씨를 주겠다구.”

 

 

당연하지만, 아가야에게 줄 수 있는 밥씨는 음식물 쓰레기나 잔디씨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레이무가 배가 고프더라도 결코 입에 넣고 싶은 것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래나 저래나 레이무는 이들의 엄마야였다. 레이무는 느릿하게 집 한켠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로 다가갔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그 몰골을 보며 레이무는 얼굴을 찌푸렸다.

 

 

“우적우적...느뷁….”

 

 

레이무는 음식물 쓰레기를 입에 넣고 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곧 쓰고 토나올 것 같은 괴상한 미각과 질척한 식감이 레이무의 혀를 덥쳤다.

당장 자신 조차도 그냥 먹으면 몇번이고 역지기할 음식들이었다.

레이무는 간신히 토할뻔한 것을 참으며 꾸역꾸역 음식물 쓰레기를 씹었다.

그렇게 레이무는 대충 자신의 타액과 음식물 쓰레기를 섞은 곤죽을 만들어 아가야 앞에 뱉었다.

 

 

“우꺽! 우꺽! 캥복!”

 

 

쓰레기를 행복하게 먹는 레이뮤를 보며 레이무의 눈가가 씰룩였다.

 

 

"늣! 마리쨔도 배고파져따쪠!"

 

 

"레뮤도! 레뮤도!"

 

 

곧 마리쨔와 레뮤도 꼬물꼬물 기어와 레이뮤의 곁으로 왔다.

곧 3마리의 아기 윳쿠리들은 레이무가 만든 쓰레기 곤죽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가야들이 싸우지 않도록 쓰레기 곤죽을 나누어 각각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아가야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쓰레기 곤죽은 우걱우걱 입에 넣어 삼켜댔다.

 

 

가장 먼저 음식을 다 먹은 것은 마리쨔였다.

마리사 종이 레이무 종보다 활발한 탓인지 마리쨔는 먼저 먹기 시작했던 레이뮤보다도 쓰레기 곤죽을 입에 다 집어 넣고는 곧바로 벌렁 누웠다.

 

 

“응응하고 시퍼져따쪠!”

 

 

벌렁 누운채 마리쨔가 소리 높혀 말했다. 그 말에 레이무의 얼굴이 더욱 더 일그러졌다.

 

 

“엄먀아갸...데려다주겠다구.”

 

 

당연하지만 아기 윳들은 저부씨가 튼튼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집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까지 기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고 처음처럼 응응을 옮기는 것도 좋지 않았다. 마리사가 말하길 이렇게 아가야를 화장실로 데려다주어야 응응을 싸는 곳을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레이무는 마리쨔를 귀밑털로 들어 자신의 머리에 이고 그대로 화장실씨로 향했다.

 

 

“응응! 쨩캐!”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레이무는 마리쨔의 아냐루를 살살 자극했고, 마리쨔는 곧바로 응응을 발사했다.

레이무는 상쾌를 외치는 마리쨔를 보며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레이무가 우려했던 것처럼 응응을 한 마리쨔가 레이무에게 다가와 천진한 얼굴로 외쳤다.

 

 

“옴먀야 낼-륨 낼-륨 해쬬!”

 

 

그 말과 함께 마리쨔는 응응이 묻은 아냐루를 레이무쪽으로 들이밀었다. 레이무는 순간 고개를 돌릴뻔하던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가야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이미 몇번 해본 것이기는 하더라도 응응이나 아냐루가 더러운 것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다.

레이무는 일그러지는 표정을 억지로 제어하며 아가야의 아냐루로 혀를 뻗었다.

 

 

“느읏…”

 

 

그렇게 마리쨔의 아냐루에 레이무의 혀가 닿았다. 그 순간 폭력적이고 투박한 단맛이 레이무의 혀끝에서 느껴졌다. 달콤달콤을 닮았지만, 역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느긋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레이무는 욕지기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혀를 움직였다.

 

 

“낼-름 낼-름 느게엑…”

 

 

거의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로 간신히 마리쨔의 아냐루를 닦은 후, 레이무는 마리쨔와 함께 골판지 집 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런 잠시간의 부재에서 돌아온 레이무를 반긴 것은 느긋함이 아니었다.

 

 

“시져시져! 레뮤! 달쿔달쿔 머꼬싶따뀨!”

 

 

“느으…”

 

 

얌전히 음식을 먹는듯했던 레뮤가 떼를 쓰고 있었다. 아마 한 입정도 먹고는 달콤달콤이 먹고 싶다고 떼를 쓰는게 분명했다.

드러누워 울부짖는 레뮤를 보며 레이무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레이무도 레뮤에게 달콤달콤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는 달콤달콤은 물론이고 달달한 향이라도 나는 것조차 없었다. 레이무는 떼를 쓰며 울어대는 레뮤를 그저 낼름낼름하며 달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느아앙! 이건 마리쨔꼬라쪠!”

 

 

“느에에엥! 아니라뀨! 이건 레이뮤꺼라규!”

 

 

그러던 중 응응을 싸고 돌아온 마리쨔와 레이뮤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부르게 밥씨를 먹은 마리쨔였지만, 응응을 싸고 오니 배가 빈 것인지 레이뮤가 먹고 있던 밥씨를 두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느아아…”

 

 

레이무는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런 광경은 지금껏 상상해본적 없는 일이었다.

아가야가 생기면 노래를 부르고, 부비부비하고 데굴데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런 평화롭고 느긋한 광경 따윈 없었다.

 

 

“오빠야…”

 

 

레이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마리쨔와 레이뮤가 투닥거린 끝에 울기 시작했다.

곧 골판지 집은 3마리 아기윳들의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시끄러운 울음 소리 가운데, 레이무는 청각이 멀어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런 것을 바라고 오빠야의 집을 나선 것이 아니었다.

레이무는 그저.

 

 

“느긋하고 싶어…”

 

 

공허한 되뇌임이 레이무의 입에서 비어나왔다.

 

 

 

 

 

 

 

 

 

 

 

 

 

 

 

 

"다녀왔다제..."

 

 

레이무가 간신히 제정신을 차리고 아가야들을 진정시켰을 무렵, 사냥을 나섰던 마리사가 돌아왔다.

 

 

"마리사!"

 

 

레이무는 반색하며 마리사를 반겼다.

지금 이 가족 중 제멋대로가 아닌 것은 오로지 마리사뿐이었다.

 

 

"느읏...아가야들..."

 

 

그러나 집에 들어온 마리사는 아가야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제대로 낼름낼름을 안한 것인지 더러운 아냐루, 입가에 잔뜩 묻은 음식물 찌꺼기, 비뚤어지고 먼지가 묻은 장식물.

비록 들윳쿠리라고는 하나, 아가야들의 몰골은 엄마야와 하루종일 같이 있던 아가야라고는 믿기지 않은 상태였다.

 

 

"아빠야!"

 

 

"늣! 다쿔다쿔!"

 

 

때마침 아가야들도 마리사가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마리사쪽으로 꼬물꼬물 기어갔다. 마리사는 가까이 오는 아가야들을 보며 레이무를 보았다.

 

 

"...레이무..."

 

 

레이무는 마리사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움찔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무도 찔리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리사는 레이무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가로젔고는 레이무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느후... 아가야들 이리 오라제."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아가야들에게 혀를 뻗었다.

 

 

"낼-름 낼-름."

 

 

"느꺄꺄!"

 

 

마리사는 순식간에 아가야들을 깨끗깨끗해주었다. 아가야들은 레이무에게 낼름낼름을 받을때보다도 더 좋아하는 기색을 눈에 띄게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무는 우울감을 느꼈다. 자신의 모성!을 자신하는 레이무조차도 누가 더 아가야를 잘 돌보는지, 그리고 아가야들이 누구를 더 따르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레이무는 억울함을 느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분명 자신은 윳아의 달윳이었고, 아가야들을 위해 더러움과 토악질을 참아가며 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광경, 이런 대우를 받다니. 너무나도 불합리했다.

 

 

"레이무는 윳아의 달윳인데..."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서 따지기엔 레이무는 너무나 유약했다. 레이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억울함을 중얼거리는 것 뿐이었다.

 

 

 

 

 

 

 

 

바쁜 나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탁구공보다도 작았던 아기윳들은 어느새 야구공보다 조금 작은 크기까지 자랐다.

아기윳에서 슬슬 아이윳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자란 것이다.

동시에 어리숙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던 레이무의 윳아 실력 또한 어찌어찌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마리사보다는 못하지만 이전처럼 응응 냄새에 질색하며 혀를 휘두르거나 하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지난 나날의 결과는 레이무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느..."

 

레이무는 조용히 잠든 아가야들을 메마른 눈길로 보았다.

아가야들이 처음 태어났을 때 느꼈던 느긋함과 환희는 이미 그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금 레이무에게 남은 것이라곤 윳아에 대한 피로뿐.

아가야들의 성장조차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레이무에게 있어 아가야들의 성장은 너무나도 느리게 다가오고 있었다.

매일 같이 아가야들이 독립!해 더이상 육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꿈꾸곤, 이내 아가야들이 아직도 작다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다.

 

레이무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아가야들에게서 눈을 거두었다. 그리고 침침한 하늘을 보며 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나마 있던 걸레는 이미 아가야들의 침대로 내주었다.

그 탓에 추위 앞에 그대로 노출된 맨살은 차가움을 토로하며 레이무를 끈덕지게 괴롭히고 있었다.

겨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레이무는 자신이 겨울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제로 깨달았다.

오빠야의 집에서 그림책으로, TV로 보았던 겨울은 이토록 차갑고 잔인하지 않았다.

세상을 덮는 고아한 눈의 아름다움도, 크리스마스의 휘황히 빛나는 빛깔도 이곳 골목에는 보이지 않았다.

 

"배고프다구..."

 

레이무는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윳쿠리 푸드였다.

달콤달콤보다도 그저 평범한 윳쿠리 푸드가 그리웠다.

레이무는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는 힐끔 집 한켠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보며 레이무는 진저리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어느정도 토악질을 하지 않고 씹어 삼킬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느긋할 수 없는 것이기는 매한가지였다.

 

"느으... 느으..."

 

그때 조용히 잠든 아가야 중 레뮤가 신음했다.

 

"능? 무슨일이냐구..."

 

레이무는 정신적으로 한숨을 한번 내쉬곤 레뮤에게로 다가갔다.

자는 중 신음한 것을 볼때 보나마나 또 밤 중에 시시나 응응을 지린 것 같았다.

레이무는 귀밑털을 뻗어 레뮤의 하반신을 덮고 있던 전단포 기저귀를 벗겼다.

안타깝게도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레이무의 귀밑털 솜씨는 투박하기 그지 없었다.

곧 전단지를 질척하게 적신 시시가 귀밑털에 묻어났다. 레이무는 그 사실에 불쾌함을 느끼며 인상을 썼다.

 

"늣?"

 

레뮤의 하반신을 본 레이무는 당황했다.

레뮤의 하반신에는 기분 나쁜 검은 반점들이 띄엄띄엄 나있었다. 레이무는 채 닦이지 않은 응응인가 생각해보았지만, 응응 특유의 기분나쁜 냄새는 나지 않았다.

레이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레뮤의 하반신을 낼름낼름 해보았다. 곧 기분 나쁜 시시 특유의 꺼림직한 감촉이 혀에서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진작에 고개를 돌렸겠지만, 어느정도 누적된 경험 덕분에 그러지는 않았다.

 

"...느?"

 

그러나 그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레뮤의 하반신에 나 있는 검은 반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레뮤는 끙끙대고 있었다. 레이무는 팥소 안쪽에서부터 알수 없는 느긋하지 않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불안감이라고 하면 불안감이었고, 꺼림직함이라고 하면 꺼림직함이었다.

자면서 끙끙대는 레뮤의 반응까지 고려해보면 아무리 봐도 저 검은 반점들은 느긋하지 못한 것인게 분명해 보였다.

 

"마,마리사!"

 

레이무는 곧바로 옆에서 자고 있던 마리사를 깨웠다. 윳아의 달윳을 자처하는 레이무로서 마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느...무슨 일이냐제..."

 

마리사가 땋은 머리로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레이무는 아직 비몽사몽한 마리사를 귀밑털로 흔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마리사 이게 어떻게 된거냐구!"

 

마리사는 내키지 않은 얼굴로 레이무가 가리키는 레뮤를 보았다. 하지만 레뮤를 보자마자 마리사는 얼굴을 굳혔다.

 

"...늣!"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마리사는 신음한 다음, 다시 레뮤를 살폈다. 이어 땋은머리로 레뮤의 하반신을 쓸어만졌다.

그렇게 세심하게 레뮤를 살핀 끝에 마리사가 굳은 표정 그대로 입을 열었다.

 

"...곰팡이인거라제."

 

"곰...팡이씨?"

 

마리사의 진단에 레이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 반응에 마리사는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곰팡이씨를 모르는거냐제?"

 

"늣..."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는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위축되는 기분을 느꼈다.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를 보며 입을 달싹거렸다. 그렇게 마리사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마리사는 혀를 한번 차고는 레뮤를 만졌던 땋은 머리를 땅에 박박 문질렀다. 그런 다음 땋은 머리가 아닌 혀로 다른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다른 아이들에게서는 검은 반점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은 다음, 마리사는 다시 돌아와 레이무를 보았다.

 

"...레이무 잘 들으라제."

 

한없이 진지한 마리사의 얼굴을 보며 레이무는 왠지 느긋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렇게 진지한 얼굴을 한 채, 마리사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 아갸아는 틀린거라제."

 

"늣?"

 

마리사의 말을 레이무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분명 익숙한 언어로 된 말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레이무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레이무는 마리사가 이토록 느긋할 수 없는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사해야한다제."

 

그런 상황에서 마리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진 마리사의 말을 레이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무슨말인거냐구?"

 

레이무는 솔직한 심정을 담아 마리사에게 물었다. 그렇게 질문하며 레이무는 자신의 세심함에 감동!했다.

갑자기 아가야는 틀렸다는 느긋할 수 없는 말을 한 뒤, 갑자기 이사를 해야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 마리사였다.

원래라면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라고 일침을 가해 준 다음, 뿌꾸를 하더라도 전혀 문제 없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심한 레이무는 자신의 남편의 의중을 한번 더 물어봤다.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본인의 실책을 깨닫기를 기다리는 배려!를 해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감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섞인 눈길로 레이무를 볼 뿐이었다. 마리사는 레뮤를 힐끔 보고, 저기 옆에 널부러진 시시에 젖은 전단지 기저귀를 보았다.

제대로 낼름낼름 해주지 않아 더러운 아가야, 제때 갈아주지 않아 습한 기저귀, 서투른 청소로 인해 지저분한 집안이 새삼 마리사의 시야에 들어왔다.

마리사는 그것들을 차례로 본 다음 사탕 세공된 이를 악물었다.

 

"이게 다 레이무가 제대로 아가야들을..."

 

"늣?"

 

이가 바스라져라 악문채 한자 한자 힘겹게 내뱉는 마리사와 달리 레이무는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레이무의 반응을 보며 마리사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마리사는 그대로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느휴...아니라제."

 

마리사는 그렇게 다시 입을 다물었다. 레이무는 아까부터 자신의 배려도 이해하지 못한채 무거운 분위기만 만드는 마리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를 따지기에는 마리사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마리사는 한동안 말없이 어두운 낯빛으로 레뮤를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레이무 잘 들으라제. 저건 곰팡이씨라는 거제. 닿으면 감염되는데다가, 달콤달콤이라도 먹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인거라제."

 

"뉴윳...다쿔다쿔?"

 

그때 달콤달콤이라는 말에 레뮤가 눈을 떴다. 그러나 그렇게 귀신같이 깨어난 레뮤는 곧바로 벌렁 넘어졌다.

 

"느으...느애애애앵"

 

넘어지자마자 레뮤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황급히 레뮤에게 다가갔다.

 

"멈추라제!"

 

그런 레이무를 멈춰세운 것은 마리사였다.

 

"느?!"

 

레이무는 당황 속에서 마리사를 보았다. 여전히 레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있는 가운데, 마리사가 더없이 냉정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낼름낼름도 안된다제. 다시 말하겠다제. 이 아가야는 틀린거라제. 그리고 우리는 이사!를 해야한다제."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거야! 아가야를 버리겠다는 거냐구!?"

 

마리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이무는 폭발했다. 지금껏 참고 있었던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는 레이무였다.

 

"느휴..."

 

그런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마리사의 행동은 다시금 레이무를 분노케했다.

생각해보면 윳아의 달윳!인 레이무가 조금 실수하는 것 가지고 지금껏 바보 취급해온 마리사였다.

그것을 넓은 아량!으로 봐주고 있었더니 지금 이토록 느긋할 수 없는 말까지 하는 마리사였다.

지금만큼은 분노를 참아서는 안됐다. 한번쯤은 마리사에게 따끔하게 지적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건 느긋할 수 없는일인거라구! 레이무는 모성!의 윳쿠리라구! 아가야를 버리는 느긋할 수 없는 짓은 절대로! 할 수 없다구!"

 

마리사는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내는 레이무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다.

 

"...알았다제."

 

"늣! 드디어..."

 

지친 얼굴로 하는 마리사의 말을 들으며 레이무는 반색했다. 과연 레이무의 정의로운 분노!가 닿은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마리사의 말은 레이무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제. 이혼!이라제."

 

"느에?"

 

멍청한 소리와 함께 레이무는 마리사를 보았다. 오늘 도저히 알 수 없는 소리만 계속했던 마리사였지만, 또 이렇게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혹시 자신이 아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들윳쿠리들은 그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보았다.

그렇게 고민하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흥하고 고개를 돌리며 다시 말했다.

 

"너무 어려운 단어였냐제? 다시 말해주겠다제. 이혼이라제. 더이상은 레이무와 같이 못 살겠다제."

 

"무,무,무슨 말을 하는거냐구!!!!"

 

오해하고 싶어도 오해할 수 없을만큼 마리사의 말은 명쾌했다. 그리고 그 명쾌한 뜻은 레이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수도 없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거야아아아아!!"

 

"어쩔 수 없다제. 그 아이는 레이무에게 맡기겠다제. 다른 아이들은 마리사가 데려가겠다제. 아, 그래, 그 집도 위자료!씨로 주겠다제. 잘 있으라제."

 

당황 속에서 허둥대는 레이무와 달리 마리사는 윳쿠리 답지 않을 정도로 냉정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사는 몇가지 물건들을 자신의 모자에 주섬주섬 넣고 있었다.

레이무는 그 행동을 보며 마리사가 결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리사! 마리사!"

 

"가겠다제."

 

다급하게 마리사를 불러보았지만, 마리사는 차가운 말과 함께 마리쨔와 레이뮤를 자신의 모자 위에 태웠다. 안그래도 당황하고 있던 레이무는 그 모습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아가야들은 왜 데리고 가는거냐구!"

 

"...멀쩡한 아이들을 더이상 망치고 싶지는 않다제."

 

"느에?"

 

그 말과 함께 마리사는 그대로 골판지 집을 나섰다.

멍하니 서있는 레이무의 곁에 남은 것이라곤 여전히 시끄럽게 우는 레뮤와 텅하니 휑한 골판지 집뿐이었다.

 

 

 

 

 

 

 

"느애앵! 느애앵!"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레이무는 시끄럽게 우는 레뮤를 낼름낼름하면서 간절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레뮤는 조금도 울음을 기칠 기색따윈 보이지 않은채 그저 계속해서 울부짖을 뿐이었다.

레이무는 버둥거리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 레뮤를 보며 인내심이 다해가는 것을 느꼈다.

엄마야가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떼를 쓰는 아가야따윈 조금도 느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레이무는 차마 제재나 훈육을 할 수 없었다.

지금 레이무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레뮤뿐이었다. 아무리 윳아의 달윳이라는 레이무라고 하더라도 하나밖에 안 남은 아가야에게는 물러질 수 밖에 없는게 당연했다.

생각이 거기 까지 닿자, 레이무는 새삼 마리사에 대한 분노가 이는 것을 느꼈다.

이토록 불쌍한 아가야를 버리고 혼자 도망친 아빠실격 윳쿠리를 생각하며, 레이무는 자신이 왜 그런 게스와 상쾌를 했는지 후회만 될뿐이었다.

 

"머리씨가 간질간질하댜뀨!"

 

그때 버둥거리던 레뮤가 귀밑털을 세차게 파닥거리며 외쳤다.

 

"느읏...엄마야가 긁적 긁적해주겠다구!"

 

그런 레뮤를 보며 레이무는 귀밑털로 옆에 있던 작은 가지를 들었다.

최근 들어 레뮤가 간지럽다고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기에 구비해둔 것이었다.

레이무는 들어올린 가지로 레뮤의 머리를 긁적긁적해주었다.

 

"느갸아아! 간지러어어어!"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신음과 불평뿐이었다.

 

"...늣..."

 

레이무의 눈가가 실룩였다. 엄마야의 노력을 조금도 알아주지 않은 모습만큼은 한결같은 레뮤였다.

물론 그렇다고 긁적긁적을 멈추지는 않았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정작 긁적긁적을 안해주면 또 간지럽다고 징징댈게 뻔했기 때문이다.

레이무는 그렇게 레뮤의 머리를 긁으며 레뮤의 몸을 보았다. 하반신에 띄엄띄엄 나있던 검은 반점들이 이제는 상반신까지 퍼져있었다. 느긋할 수 없는 그 모습에 레이무는 가볍게 몸서리쳤다.

 

"배고프다규! 다쿔다쿔 머꼬싶따뀨!"

 

어느정도 간지러움이 잡히자, 레뮤가 문득 말했다. 레이무는 그 말을 들으며 움찔했다. 레이무는 슬쩍 고개를 돌려 집 한켠을 보았다. 마리사가 있을 적에는 음식물 쓰레기나 잡초가 쌓여있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그 잔해만 남아있을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레이무는 어제를 마지막으로 비축해놓았던 음식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뒤늦게 기억해냈다.

 

"마리..."

 

반사적으로 마리사를 부르려다 레이무는 입을 닫았다. 레이무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까지 레이무는 스스로 밥씨를 구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오빠야의 집에 있었을때는 오빠야가 푸드씨를 가져다 주었고, 얼마전까지는 마리사가 밥씨를 구해왔다.

그리고 지금 레이무에게는 오빠야도 마리사도 없었다.

 

"느애애애애애앵! 배고프다규우우우우!!"

 

그러는 사이에도 레뮤의 우는 소리가 이어졌다. 레이무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밖을 보았다. 어찌되었건 레이무는 집 안에 에 밥씨가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에 있을 동안 단 한번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결국 밥씨를 구하기 위해서는 집 밖으로 나가야했다.

 

"그,그래! 엄마야가 사냥을 다녀오겠다구!"

 

 

 

 

 

 

 

 

"느읏...춥다구..."

 

 

사냥을 나선 레이무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쌀쌀한 겨울 바람이었다.

 

 

"...늣!"

 

 

신음과 함께 레이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나름대로 겨울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집 안과 집 밖은 느껴지는 추위가 또 달랐다. 레이무는 추위에 떨며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그러나 레이무의 팥소뇌로 음식 하나 남아있지 않던 광경이 스쳐지나갔다. 추위 속에 돌아가는 것이야 좋겠지만, 이 상태로는 레뮤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했다.

 

 

"느읏..."

 

 

물론 조용히 하라고 훈육!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레이무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가야를 그렇게 가혹하게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의 끝에서 레이무는 팥소를 굳게 먹고 골목 밖으로 꾸역꾸역 나왔다.

마리사의 집에 들어갔던 첫날 이후 처음으로 골목을 나온 레이무는, 여전히 근사한 모습으로 서 있는 빌딩을 보았다.

 

 

"느풋..."

 

 

문득 첫날 이 빌딩을 마리사의 집이라고 착각했던 첫 날이 떠올랐다.

레이무는 그 착각에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면 모를까 귀여운 아가야에게 폭언을 하고 가족을 버리는 그런 게스가 이런 빌딩을 집으로 삼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레이무는 왜 진작부터 마리사의 게스 기질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고민하며 그렇게 완전히 길로 나왔다.

 

 

"...사냥씨는 어디서 하는거냐구?"

 

 

그리고 그 가운데 서서 레이무가 중얼거렸다.

레이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변에 밥씨는 보이지 않았다. 레이무는 잠시 곰곰히 오빠야와 마리사를 기억해보았다. 그들은 매일 같이 나가서, 매일 같이 사냥씨를 해왔다. 그들이 가져온 사냥의 성과는 양이나 질에서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확실한 건 두 사람 모두 매일 같이 사냥을 성공해왔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레이무를 질투하는 오빠야나, 게스 마리사도 매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사냥이었다. 그렇다면 레이무가 못할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레이무는 밥씨를 어디서 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레이무에게 밥씨를 달라구! 푸드씨면 된다구!

 

 

고민의 끝에서 레이무가 선택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물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만큼 밥씨를 무조건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빠야나 마리사조차도 레이무가 말하기도 전에 사냥을 해와서 밥씨를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레이무가 직접 부탁!을 한다면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나 윳쿠리라고 하더라도 레이무에게 밥씨를 주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잘 알지도 모르는 방법으로 밥씨를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무 배가 꼬륵꼬륵이라구! 오늘 정말로 아무것도 안 먹었다구!”

 

 

그런 생각의 끝에서 레이무는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비록 추운 날씨였지만, 어찌어찌 길 가에는 몇몇 사람들이 보이고 있었다.

 

 

“에이씨.”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레이무에게 주는 것은 달콤달콤이나 윳쿠리 푸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지나갈 뿐, 일말의 관심조차 레이무에게 주지 않았다.

느긋할 수 없는 시선들에 레이무는 귀밑털을 붕붕 파닥이며 소리쳤다.

 

 

“느아아아아! 어째서 무시하는거냐구! 레이무는 싱글마더라구!”

 

 

그렇게 외치는 레이무의 눈가에 찔끔 눈물이 맺혔다. 버럭 외치고 나니 정말로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레이무를 질투하는 오빠야에게서 간신히 도망치고, 게스 남편에게 속아 홀로 아가야를 키워야되는 현실을 반추하니, 느긋할 수 없는 현실의 부조리함에 팥소 저리게 느껴졌다.

그때 레이무는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레이무는 입술을 깨물고 그대로 남자 앞으로 튀어나왔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레이무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레이무에게는...느삣!”

 

 

그 순간 둔탁한 충격이 레이무를 덮쳤다. 순간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인지, 레이무는 엎어진채, 멍하니 있었다.

그러나 곧 충격 받은 부분에서 고통이 실감되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이 있던 곳을 보았다. 이미 남자는 지나가고 없었고, 거기에는 처음보는 묭 하나가 싸늘한 표정을 지은채 서 있었다. 레이무는 곧 저 묭이 자신에게 몸통 박치기를 한 장본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깨달음의 끝에서 레이무는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을 방해한 저 윳쿠리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통증과 분노 속에서 레이무는 그대로 소리를 지르려했다.

 

 

"느갸,..!"

 

 

“시끄럽다묭.”

 

 

그말과 함께 묭이 비명을 지르려던 레이무에게 재차 몸통 박치기했다. 레이무는 이번에도 충격과 함께 몇바퀴 굴러야했다.

 

 

"아파아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눈에 보이는 상대에게 맞았다는 차이가 있었던 탓인지, 레이무는 곧바로 비명을 질렀다. 레이무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킨 다음, 묭을 노려보며 울부짖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아아아아!”

 

 

“시끄럽다고 했다묭.”

 

 

그 말과 함께 묭은 어느새 입에 문 쇠못을 레이무에게 겨누고 있었다.

 

 

“느힉…”

 

 

쇠못의 첨단부를 보며 레이무는 움찔했다. 쇠못에 찔려 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녹슨 상태에서도 뾰족해보이는 쇠못은 이미 충분히 위험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그렇게 죽길 원한다면 묭이 도와줄수도 있다묭. 그게 아니라면 시끄럽게 하지말고 조용히 사라지라묭.”

 

 

싸늘하게 말하는 묭의 눈을 보며 레이무는 묭이 결코 농담따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느,느히이이익!”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레이무는 중추팥이 싸늘하게 굳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껏 살기라는 것과 마주한적 없었던 레이무였다. 대화 상대에게서 느긋할 수 없는 시선을 받아본 적이라곤 오빠야와 마리사가 화를 냈을 때뿐이었다.

물론 지금 묭에게서 느껴지는 한기는 오빠야가 화를 냈던 것, 그리고 마리사가 분노했던 것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꺼지라묭."

 

 

"느아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레이무는 그대로 자리에서 도망쳤다.

 

 

 

 

 

 

“느하...느하…”

 

 

느긋하지 않게 도망치던 레이무는 더이상 묭이 쫓아오지 않느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멈춰섰다. 힘겹게 숨을 고르면서도 레이무는 힐끔힐끔 뒤를 보며 혹시나 묭이 따라온 것은 아닌지 수시로 확인했다.

 

 

"느읏..."

 

 

다행히 묭은 더이상 쫓아오지 않는 듯했다. 레이무는 벽에 몸을 기대며 힘든 몸을 달랬다.

 

 

"오빠야..."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오빠야였다. 오빠야의 집에 있을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은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의 레이무가 했던 걱정이나 근심이라곤, 아가야에 대한 것을 제외한다면 식사로 먹었던 푸드씨가 맛이 별로 없었다는 둥의 것뿐이었다.

레이무는 오빠야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이라도 오빠야의 집에 돌아갈까하는 생각을 했다.

 

 

"...늣?"

 

 

그리고 레이무는 오빠야의 얼굴, 오빠야의 집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느? 느? 느에?"

 

 

레이무는 자신이 애완 윳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오빠야와 같이 살았다는 것까지는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보았던 오빠야의 얼굴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 어떤 집에서 살았던 것인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당혹감 속에서 레이무는 팥소뇌를 뒤져보았다. 그러나 이미 응응으로 배출해버린 것인지, 기억의 찌꺼기만이 간신히 밟힐뿐, 제대로된 기억은 레이무의 팥소 안에 남아있지 않았다.

 

 

 

 

 

 

 

 

굳게 마음 먹고 나간 사냥의 실패 이후, 레이무는 골판지 집 밖을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밥씨가 없어 배가 꼬륵꼬륵이었고, 굶주림을 참지 못한 레뮤로 시끄러웠지만, 그런 번거로움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었다.

 

 

“추어…”

 

 

옆에 있던 레뮤가 입술을 뻐끔거리며 중얼거렸다. 언제 배고프고 춥다고 소리쳤냐는 듯, 레뮤는 이미 어제부터 이 상태로 죽어가고 있었다. 레이무는 어느새 얼굴 전반을 덮은 검은 반점과 푸르고 회백색의 곰팡이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모성!을 자랑하는 레이무로서는 아가야의 쇠약해진 모습이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느읏… 부비부비! 부비부비!”

 

 

“부비...부...붑…”

 

 

레뮤에게 부비부비를 해주었지만, 레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레이무는 울고 싶었다. 안그래도 레뮤 피부 위에 난 곰팡이때문에 부비부비 감촉도 나쁜 상황에서 레뮤조차 제정신을 차리지 않으니 우울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추운거냐구…”

 

 

레이무는 인상을 쓰며 집 밖을 보았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결계!를 쳐보았지만, 어설픈 결계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가차없었다.

 

 

“다쿔...다쿔…”

 

 

“느읏… 이거 이상해...이상하다구…”

 

 

혀를 내빼고 힘없이 달콤달콤 콜을 하는 레뮤에게 계속해서 부비부비를 해주면서 레이무는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무가 이런 꼴이 되는 것은 이상했다.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었고,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가야를 원하고 자유!를 원해서 스스로 집을 나선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 이렇게 다죽어가는 아가야와 집같지도 않은 집, 그리고 추위 앞에 노출되어야 하는 현실이라니.

 

 

“늣!”

 

 

그 순간 레이무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가야! 좋은 생각인 난거라구!”

 

 

“느으…”

 

 

“공원씨에 가는거라구! 느푸풋 레이무 똑똑해서 미안해!”

 

 

레이무는 자신의 명안!에 감격했다. 나아가 왜 지금까지 공원에 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인지 의아함을 느꼈다.

비록 지금 오빠야의 집을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어째서인지 공원의 위치에 관한 기억은 남아있었다. 물론 어렴풋한 형태로 남아있는 기억이기는 했지만, 확실한 것은 이곳보다는 훨씬 더 느긋할 수 있었던 기억들이었다.

레이무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런 냄새나고 추운 공간 따위는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레이무는 혀로 레뮤를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렸다.

 

 

“하느...을…”

 

 

힘 없는 레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무는 머리에 레뮤가 잘 실린 것을 확인한 다음, 귀밑털을 번쩍 들어올리며 선언했다.

 

 

“레이무는 느긋해질 권리!가 있다구!”

 

 

 

 

 

 

마리사는 지역 윳쿠리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최근 공원에 늘어난 들윳쿠리들을 구제하기 위해 새롭게 파견된 지역 윳쿠리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동네의 공원에는 지역 윳쿠리가 파견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윳쿠리가 늘어나면서 들윳쿠리의 꾀임에 애완 윳쿠리가 가출하는 사건따위가 일어났기에 새롭게 파견된 것이었다.

그런 연유로 파견된 마리사였기에 마리사의 제1 업무는 공원에 대한 들윳쿠리 통제였다.

사실 들윳쿠리가 애완 윳쿠리를 꼬시거나 그런다고 하더라도, 들윳쿠리와 애완윳쿠리의 만남 자체가 차단된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게 뻔했다. 그리고 공원은 그런 만남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공간 중 하나였다.

 

 

“음?”

 

 

망을 보고 있던 마리사는 저 멀리서 공원을 향해 기어오는 윳쿠리 한마리를 보았다.

 

 

“레이무?”

 

 

비록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제대로 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리본과 흑발을 보건데, 다가오고 있는 윳쿠리는 레이무가 분명했다. 아마 머리에는 아가야로 추정되는 것을 실은채 레이무는 그렇게 공원으로 다가왔다.

 

 

“늣!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사!”

 

 

다가온 레이무는 천진한 표정으로 마리사에게 인사했다. 마리사는 순간 인사를 받을 뻔했지만, 지역 윳쿠리로서 훈련을 받은 그는 간신히 참아냈다.

대신 그는 레이무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훑어보았다.

 

 

“음…”

 

 

레이무는 인사를 받지 않는 마리사를 보며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저런 불친절한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느긋할 수 있는 공간이 공원!에 왔다는 것이었다.

레이무는 대충 마리사를 무시하고 그렇게 공원에 들어가려했다.

그러나 레이무는 뜻대로 공원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멈추라제.”

 

 

“늣?”

 

 

레이무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마리사를 보았다. 레이무는 인상을 더 짙게 쓰며 오른쪽으로 돌아가려했다.

그러나 마리사는 레이무가 움직이는 만큼 똑같이 이동했다.

 

“어째서 막는거야아아아아?”

 

 

몇번의 시도 끝에 레이무가 울부짖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처절한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사는 그저 레이무를 유심히 훑어볼 뿐이었다.

 

 

“음…”

 

 

“레이무는 공원씨에 들어가고 싶다구!”

 

 

답답함 속에서 레이무가 재차 소리쳤다. 그때 유심히 레이무를 살피던 마리사가 입을 열었다.

 

 

“레이무.”

 

 

“늣?”

 

 

“들윳쿠리는 출입할 수 없다제.”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는 발끈했다. 

 

 

“들윳쿠리? 레이무는 애완 윳쿠리라구!”

 

 

“애완 윳쿠리? 그렇다면 뱃지씨를 보여달라제. 물론 뱃지씨가 없더라도 사육주씨가 있다면 출입이 가능하기는 하다제.”

 

 

“배, 뱃지씨?”

 

잠시나마 발끈했던 레이무는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제.”

 

 

“...늣”

 

레이무는 입을 다물었다. 어찌되었건 레이무도 정말로 펫숍에서 자라 뱃지를 달고 애완윳쿠리 생활을 했던 몸이었다. 뱃지씨가 중요한 것은 잘 알고 있었고, 그게 뭐가 중요하냐구!라고 외칠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레이무는 자신이 뱃지를 던져버렸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눈 감아주겠다제. 조용히 사라지라제."

 

말을 잃고 멈춘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가 조용히 말했다. 어찌되었던 지역 윳쿠리라고는 하나, 마리사도 윳쿠리였다. 팥소가 철로 된 몸은 아니었다. 동족을 죽이거나 그러고 싶은 마음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마리사의 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무는 말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마리사는 대답조차 하지 않는 레이무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레이무?"

 

그리고 그순간 레이무가 귀밑털을 흔들며 울부짖었다.

 

 

"시러시러시러시러시러시러! 레이무는 공원씨에 들어갈거라구!"

 

귀밑털을 퍼덕이며 울부지는 와중에 머리에 싣고 있던 아가야가 데굴하고 떨어졌다. 그러나 레이무는 그런것따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듯 그대로 벌렁 누워 뗴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느휴…"

 

 

한숨을 한번 쉬곤 마리사는 그대로 레이무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느삣!"

 

 

"더 시끄럽게 군다면 그대로 제재해버리겠다제."

 

두어바퀴 굴러간 레이무를 향해 마리사가 조용히 말했다. 동시에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모자 안으로 넣어 기다란 꼬챙이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런 마리사를 보며 순간 레이무는 지난번에 봤던 묭을 떠올렸다.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했던 살기에 노출되었던 그 때를 떠올리며 레이무는 몸서리쳤다.

 

"느, 느느..."

 

"꺼지라제."

 

"늣...!"

 

레이무가 우는 표정으로 마리사를 보았다. 그러나 마리사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으며 재차 말했다.

 

"꺼지게 해줄 수 있다제."

 

그말과 함께 마리사는 꼬챙이를 레이무의 눈앞으로 붕 휘둘렀다. 레이무는 움찔했다. 그리고 곧 레이무는 마리사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느삐이이이잇!"

 

 

 

 

 

 

"느하...느하...어째서 레이무가 이런 꼴이…"

 

용케도 레뮤를 데리고 도망친 레이무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묭도 그렇고 마리사도 그렇고 모두가 레이무를 아파아파하게 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 와중에 들어가고자했던 공원에는 저부씨를 들이지도 못했다.

 

 

"늣...여기는 어디냐구…"

 

주변을 둘러보며 레이무가 중얼거렸다. 허겁지겁 도망친 끝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닿았기 때문이다. 레이무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근처에서 레이무가 익숙한  것이라곤 레뮤뿐이었다.

 

 

"느…"

 

그때 마지막 남은 익숙한 존재,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아가야인 레뮤가 바들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이미 지친 몸에 아까 레이무의 난동으로 인한 충격으로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았다. 레이무는 황급히 아가야에게 몸을 숙이며 물었다.

 

 

"늣?! 아가야 괜찮냐구?"

 

 

"느붑…"

 

레이무의 질문에 레뮤는 토팥으로 대답했다. 레이무는 그것을 보며 얼굴을 팥빛으로 물들였다. 의학이나 아가야에 대해 잘 알지는 모르지만-본인은 인정하지 않을지라도-이 상태는 농담으로라도 좋은 상태라고 할 수 없었다.

레이무는 이 상황에 황급히 레뮤를 흔들며 외쳤다.

 

 

"아가야! 아가야!"

 

 

"죰...ㄷ…"

 

그러나 레이무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레뮤는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고개를 떨굴뿐이었다.

 

"느...?"

 

비현실적인 상황에 레이무의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레이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레뮤를 흔들어보았다. 끙끙대던 시절에도 이렇게 흔들면 움찔하던 아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팥소가 아득해지는 기분 가운데 레이무의 팥소뇌 한켠에서 레이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가야는 영원히 느긋하게 되버린것이라고.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인정하기 싫은 현실 앞에 레이무는 그렇게 울었다.

 

 

 

 

 

 

 

"오빠야! 오빠야! 신정!씨는 느긋할 수 있는거야?"

 

애완 윳쿠리인 레이무가 오빠야에게 물었다. 오빠야는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느긋할 수 있지!"

 

 

그리고 레이무는 그 광경을 초췌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어느새 찢어진 리본, 너덜너덜해진 마무마무, 기름과 떼로 떡진 머리칼, 지저분해진 피부. 들윳쿠리 가운데서도 가장 지저분할 용모로 그렇게 널부러진 레이무는 애완 레이무와 오빠야의 문답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 이제는 기억나지 않을 언젠가 레이무도 저런 대화를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는 자신도 저렇게 웃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랬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추측하고 있는 레이무에게 남은 기억이라곤, 조악하고 비틀어진 느긋할 수 있었다던 기억의 편린뿐이었다.

레이무는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빠야도, 아가야도, 남편도, 느긋함도 없는,

공허한 자유만을 귀밑털에 움켜진채 레이무는 새해를 맞이했다.

 

  • ?
    륭돵 2020.02.10 21:35
    느와와...

    집나가면 개고생이다제
  • ?
    로스트 2020.02.10 23:15
    고생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레이무가 비참하게 학대 당하며 죽어가는 중 후회하는 걸 바랬기에 조금 아쉽네요
  • profile
    윳살파 2020.02.11 05:40
    긴 글 쓰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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