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0.02.22 22:21

클리셰 - 10. 내분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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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입니다.
정말 졸속적인 마무리인지라 죄송하다는 말씀만을 드릴 뿐입니다.
-----------------------------------

 

 

 

 

 

"음~ 잘먹었다."

 

나는 가볍게 배를 내민채 두드려보였다.

 

"느...느..."

 

마리사는 신음만 할뿐, 나를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저렇게 만든 것이 바로 나였기에 나는 그정도는 눈감아주기로 했다. 나는 귀밑털로 입을 틀어막은채 바들거리는 윳쿠리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럼 나는 간다."

 

그 말과 함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윳쿠리들은 내가 일어서는 와중에도 말 한마다리라도 샐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벗어나며 나는 수조를 힐끔 보았다. 당장 이들을 괴롭힐만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제약이 아쉽기 그지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핸드폰 촬영기능을 맞춰놓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수조 근처에 콘센트가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켜고, 수조쪽을 맞춰놨다. 물론 윳쿠리들의 말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소리 녹음도 제대로 되도록 맞춰 놓았다. 수조 근처 콘센트에 충전기를 맞춰 놓은 다음, 그렇게 나는 자리에서 떴다.

 

 

 

확실히 기대했던 것보다 일처리는 간편했다. 윳해에 의한 보험처리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다. 확실히 윳쿠리조차 어느정도 세상 물정을 알게된 시기라고는 하나, 의외로 내가 알지 못할뿐, 여전히 윳해는 상위권에 속하는 재난 중 하나였다.

나아가 보험사로부터 오히려 몇가지 조언까지 얻을 수 있었다.

 

여하튼 속 쓰릴 수 있을만한 일은 그렇게 끝난 상황이었다. 결국 윳해의 결과는 10만원 남짓의 금전적 손해와 3~4시간에 달하는 청소 시간이었다. 이정도면 내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윳해의 결과로 인한 또 다른 결과물에 비하면 훨씬 싼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잘 있어냐?"

 

나는 그렇게 윳해가 낳은 또 따른 습득물, 윳쿠리 가족이 있는 수조를 향해 천진하게 물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곧 가벼운 이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조 안에 있는 것은 마리사와, '윳쿠리였던 것'들뿐이었다.

 

"느..."

 

윳쿠리였던 것들 사이에서 마리사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나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턱을 쓸어만지며 피식 웃었다. 대충 어떻게 상황이 돌아간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짐작하는 것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기는 했다. 나는 설치해두었던 핸드폰의 녹화를 종료하며 마리사에게 물었다.

 

"어? 왜 너만 있냐?"

 

핸드폰은 뜨거웠다. 하기야 4시간 동안 녹화를 하고 있었던 것을 감수하면 이정도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모른다제."

 

저장이 제대로 됬는지 확인하던 차, 마리사가 화를 꾹꾹 억누른 목소리로 짜내듯 말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음?"

 

"똥인간이 알 필요는..."

 

"뭐야 너 왜케 불손해."

솔직히 기분 나빴다. 물론 저 놈들이 저렇게 된 것의 원인이 내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집에 집선언을 먼저 한 것은 저놈들이었다. 이제와서 저렇게 분해하는 꼴은 내게 있어 그 어떤 동정이나 죄책감도 불러오지 못했다. 오히려 괘씸하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느으? 불손이라고 한거냐제?"

 

내 말에 마리사 또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름대로 분노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내게 부정적인 감정적 동요만을 가져올 뿐이었다.

 

"미쳤어?"

 

 

 

"자자, 뭐라고?'

 

나는 채찍마냥 휘둘렀던 충전 케이블을 손으로 뱅글뱅글 돌리며 물었다.

 

"인간님 쟤셩합니다...마리사가 건방졌습니다..."

 

눈물과 시시로 젖은 마리사가 빨갛게 물든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노에 차거나 화를 내는 모습보다는 저렇게 비굴하게 있는 게 더 보기 좋았다.

 

"그래, 그래."

 

나는 대충 손을 홰홰 저으며 폰 동영상 갤러리로 들어갔다. 잠시나마 건방졌던 녀석을 혼내주기도 했고, 이전에 여기서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용량부터 압도적인 3시간 48분짜리 영상을 켰다. 영상은 내가 자리를 뜬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느애애앵! 배고파! 배고파!"

 

내가 떠나자마자 아기 윳쿠리들이 울기 시작했다. 주춤거리며 내가 떠난 자리를 힐끔거리던 윳쿠리들은 이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울기 시작했다.

 

"레뮤의 돈까스씨! 어서 돌아오라규! 레뮤 배고프다규!"

 

"느아아아아아! 이거 이상하댜규! 이상하다규!"

 

레이무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시끄러운 울음 소리에 마리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엉망진창이 된 몸을 간신히 일으킨 마리사는 이를 악물며 내가 떠난 자리를 노려보았다.

 

"압빠야! 빨리! 똥인간을 제재!하고 밥씨를 가져오라규! 레뮤 배고프다규!"

 

그때 레뮤가 마리사를 보며 소리쳤다.

 

"늣?느..."

 

마리사는 레뮤의 말에 움찔했다. 그러나 지난번 보았던 것처럼 투명 벽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하던 적극적인 마리사는 거기 없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꺾인 지금, 마리사는 파들거리는 것 외에는 적당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레뮤가 벌렁 누웠다.

 

"느갸아아아! 배고파! 배고퓨다규! 무능! 게슈!"

 

"뭐?"

 

미안해하던 마리사가 무능이라는 칭호에 움찔했다. 순간 마리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카메라 너머에서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레뮤는 계속해서 이리저리 데굴거리며 소리쳤다.

 

"기여운 레뮤가 꼬륵꼬륵이라규! 어째서 밥씨를 가져오지 않는고냐규!"

 

"느...아가야...낼름낼름해주겠다구..."

 

레이무가 레뮤를 달래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나 레뮤는 레이무를 향해 울부짖을 뿐이었다.

 

"피료업따구! 당장 밥씨를 가져오라구!"

 

"적당히 하라제!"

 

그때 그저 이를 악물고만 있던 마리사가 소리쳤다.

 

"느애애애애앵!"

 

그러나 위엄 잃은 가장의 호통은 아무런 효력도 없었다. 레뮤는 그저 서럽게 울고 있을뿐, 울음을 그치거나 그러지 않았다.

 

"느긱...!"

 

그런 레뮤를 보며 마리사는 이를 악물었다. 마리사는 그대로 레뮤에게 다가갔다.

마리사가 다가가자, 레뮤의 눈빛이 살짝 바뀌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부모가 다가오자, 숨겨둔 밥씨라도 꺼내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마리사가 레뮤에게 준 것은 숨겨둔 밥씨 같은 것이 아니었다.

 

"느삑!"

 

레뮤는 비명과 함께 데구루루 굴렀다. 핸드폰 화면 너머에서도 제법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법한 땋은 머리 후려치기였다.

 

레이무와 다른 아이 윳쿠리들은 이 훈육에 기겁하여 숨죽인채 마리사를 보았고, 레뮤는 고통과 당혹감 속에서 바들거렸다.

당장에라도 펑하고 터질만한 불안불안한 상황 속에 나 역시 숨죽이고 다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움직인 것은 의외의 윳쿠리였다.

 

"느갸아아아! 주거! 주거! 주그랴졔!"

 

"늣?"

 

마리사는 갑작스레 나선 마리샤를 보며 움찔했다.

마리샤는 그대로 튀어나와 마리사에게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물론 아이 윳쿠리의 필사적인 몸통 박치기도 어른 윳쿠리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마리사는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채 마리샤를 보았다. 마리샤는 몇번이고 넘어지면서도 끝끝내 마리사에게 달려들었다.

 

"무,무슨 짓이냐구, 아가야."

 

레이무가 황급히 말리며 말했다.

마리샤는 땋은 머리를 붕붕 저으며 소리쳤다.

 

"져건 압빠야가 아니라졔! 마리샤도 여동생도 주기려고 했던 게스인고라졔!"

 

"...게스?"

 

마리샤의 말에 마리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보다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배경음처럼 레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마리샤와 마리사 사이의 감정선은 그런 울부짖음은 그저 단순한 배경음으로 만들어버릴만큼 아슬아슬한 것이었다.

과연 레이무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귀밑털을 뻗으며 말했다.

 

"마,마리사, 기다리라구!"

 

"비키라제!"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의 만류도 마리사에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마리사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고, 곧 분노로 완벽하 일그러졌다.

 

"늣!"

 

마리샤는 분노를 머금은채 다가오는 제 부모를 보며 움찔했다.

마리사는 움찔거리는 마리샤를 보며 나직히 물었다.

 

"게스?"

 

"...늣! 그롷다졔! 마리샤는 영윳이라졔! 너가튼 게스는..."

 

마리샤가 용기를 쥐어짜 그렇게 소리쳤다. 그렇게 말하며 마리샤는 땋은머리를 다시 휘두르려했다.

 

"누가 게스라는 것이냐!"

 

그러나 먼저 움직인 것은 마리사였다.

 

"느삑!"

 

아까보다도 더 훌륭한 땋은 머리 후려치기가 마리샤를 덮쳤다.

위에서 아래로 후려친 것이기에 마리샤는 멀리 나뒹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리샤에게 있어서 전혀 위안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리사는 그대로 수차례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누가! 게스라는! 거냐! 마리사가! 얼마나! 고생을!"

 

"느삐! 느갹! 늣! 느! 느...!"

 

연속적인 폭력 앞에 마리샤는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점점 피부로 팥소가 비쳐보이기 시작했고, 시시가 흥건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마리사!"

 

"말리지말라제!"

 

윳쿠리에게 있어 처참하기 그지없는 그 광경에 레이무가 몸을 들이대 말려보려 했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느긋할 수 없는 분위기 앞에 레이무는 움찔하고 주춤했다.

 

"재숑...이제...!"

 

"부모에게 게스라고 하는 게스는..."

 

마리샤는 멈칫한 레이무에게 땋은 머리를 뻗으며 간곡하게 빌었다.

힘이 빠져 폰 너머로 잘 들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낄 수 있을만큼 처절했다.

 

"살료...."

 

그렇게 마리샤가 힘겹게 외치는 순간, 마리사가 자리에서 튀어올랐다.

 

"죽으라제!"

 

마리사는 그대로 땅에 추락했다.

철퍽

하고 습도가 느껴지는 착지음이 들려왔다.

레뮤의 울부짖음마저 조용해졌고, 윳쿠리들 모두가 말을 잃었다.

나는 순간 핸드폰 음량을 조절하려했지만, 곧, 음소거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느."

 

"느?"

 

"느."

 

레이무는 마리사의 저부를 보았다. 아이 윳쿠리들은 얼어붙은채 눈물 젖은 눈으로 마리사와 레이무를 보았다.

더이상 허기가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윳쿠리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눈치챘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가야아아아아아아아아!"

 

"느갸아아아아아!!!"

 

 

 

나는 그렇게 영상을 종료시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치우며 영상에서 나온 그 수조를 보았다.

영상에서는 레이무와 2마리의 남은 아이 윳쿠리들이 남아있었지만,

지금 수조에 남은 것은 얻어 맞아 널부러진 마리사 한마리뿐이었다.

아직 영상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런 상황의 연속 속에서 마리사가 죽여버린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앞으로 우울할때마다 볼 영상이 생겼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끼며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어른이었고, 한자리에서 아이스크림 한통을 다 비우는 아이같은 면은 이미 졸업한지 오래였다.

나중을 기약하는 법을 모르지 않는 이상, 나는 지금의 다른 즐거움을 즐기기로 결정했다.

 

"마리사"

 

"느,느?"

 

마리사를 부르자 마리사가 힘겹게 일어났다. 나는 느긋히 수조로 다가가 마리사를 들어올렸다. 마리사가 순간적으로 "하늘을..."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곧 입을 다물고 떨기 시작했다. 나는 두손 너머로 느껴지는 진동 속에서 마리사를 내 얼굴 가까이로 끌어왔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대답을 못 들었던 질문이 있었지."

 

"느에?"

 

"여기는 누구집?"

 

마리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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