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조직 검은 독사 파가 궤멸하고 약 3개월이 지난 뒤
현재는 도스의 이상증식현상도 사라졌고
시로이 쿄우진은 다시금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증식한 도스들을 철저히 궤멸하게 도와준 것에 대한 제 1 가공소에서의 보상과
그동안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구 끝에 낸 중추팥소에 대한 논문
그리고 다시금 돌아온 스폰서들의 지원금으로 시로이의 가계사정은 예전의 윤택함을 되찾았다.
"아하하하, 그동안 골치아팠던 난제도 풀었고, 지원금도 다시금 들어오니 살 맛 나네!"
"그래서 저녁식사를 스테이크에 와인으로 잡은거야? 무슨 레스토랑마냥?"
"우와아! 언니야, 나 스테이크란 거 처음봐!"
"무큐... 주인님 이번엔 너무 오버하신 게..."
"뭐 어때, 오늘은 즐기는 날이라고! 가끔은 이렇게 일반인적인 방식으로 기분과 건강을 풀어줘야 연구도 잘된다고."
"아 역시 결론이 연구로 향하는구만. 그래도 그게 주인다워."
"시로이 오빠야! 다음엔 그 윳쿠리 친구들도 같이 모여서 잔치를 했으면 좋겠어!"
"무기화 계획의 개체들 말이지? 하긴 이젠 바쁠 때는 지났으니까 시간내서 그렇게 해도 나쁘진 않겠지."
"와아~! 기대된다!"
그들이 이렇게 화기애애한 동안, 제 26 가공소에선
시로이가 가장 최근에 낸 바로 그 논문, 중추팥소의 유전에 대한 논문을 다 읽은 도스가 있었다.
"...그런가. 이것이 지금까지 너가 밝혀낸 우리의 존재인가, 시로이 쿄우진."
도스는 자신이 갇힌 격리실에 늘어진 논문들을 주워 벽의 구석 한쪽에 정리하고
인간의 생리나 무기, 생활, 문화, 그리고 윳쿠리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온갖 페이지들이 열린 컴퓨터를 껐다.
사람이라곤 가공소를 지키는 경비 몇명만 남았다.
공정에서 착취당하는 윳쿠리들도 밤이 된 지금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어떤 상황이든 방음처리된 도스의 격리실에 들릴 일은 없겠지만.
도스는 그 방의 한가운데에 서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자신의 내면에, 신체 곳곳에 집중하며 세포 하나하나를 의식적으로 깨우고 활성화시켰다.
그렇게 명상하듯이 가만히 있기를 약 한시간...
도스의 몸에서 높은 열이 발생하고, 도스의 모습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의 증기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폭발음과 같은 것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곳이 방음처리된 탓이었다.
도스 마리사였던 형상이 사라지고, 증기에 가려진 그곳에 비친 그림자는 전혀 다른 존재를 비추었다.
"뭐!? 도스가 사라졌다고!?"
오전 9시, 직원들과 함께 출근한 소장이 제일 먼저 들은 보고였다.
"이 멍청이들아! 그 대형 똥만쥬는 시로이씨가 맡긴 실험체란 말이다! 귀중품이란 말이야! 근데 그걸 잃어버려!?"
"그, 그게, 완전히 사라진건진 모르지만 복도에 난 창문으로 내려다봤을 땐 보이질 않아서..."
"그럼 들어가서 확인해보란 말이야 이 멍청이들아!"
"네, 넵!"
소장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직원들은 황급히 격리실로 향했다.
직원 세명이 두껍게 보강된 철문을 열고 격리실로 들어갔으나
그곳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도스가 시로이에게 직접 받은 시로이의 논문들의 사본을 정리해둔 것과
벽 한쪽에 설치된 도스용 컴퓨터뿐이었다. 벽 어디에도 구멍은 없었고, 그리고 도스도 없었다.
"뭐, 뭐야... 대체 어떻게 된거야...?"
"크억!"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직원이 천장에서 내려온 인간같은 형체의 무언가에게 습격당해 기절했다.
그리고 그 형체는 나머지 두 직원이 그 정체를 인식하기 전에 격리실을 빠져나가 문을 닫아버렸다.
"뭐, 뭐야 방금 그건!?"
"그보다 선배! 큰일났어요! 저희 갇혔다고요!"
"뭐라고!? 한놈은 기절한데다 우린 갇혔다고!?"
"격리실 보강하느라 문도 디지털로 바꾼 탓에... 밖에서 잠궈버리면 안에선 열질 못해요!"
"여긴 방음처리됐단 말야! 소리질러도 아무도 못듣는다고 이젠! 으아아 젠장! 저놈 뭐야!"
그렇다. 격리실에 들어온 이들이 갇힌 덕분에 이곳 상황은 지금 바깥에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가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가 창문으로 그들을 발견해서 열어주지 않는 이상은.
그리고 그 사이에, 그 존재는 사람들의 시야를 기만하며 재빠르고 조용하게 가공소를 빠져나왔다.
"...바깥은, 오랜만이군. 최소한 1개월은 되었던가."
그녀는 검은 색의 마녀모자, 금발의 머릿결, 황금색 눈동자, 글래머한 몸매, 흑색의 드레스
그리고, 강인하고 거대한, 어떠한 의지로 불타는 눈빛을 가졌다.
"일단은 인근 숲으로 몸을 숨겨야겠군. 인간들의 눈을 피해 세력을 결집해야 하니까."
그 피부는 반죽으로 되어있다.
그 체내는 팥소로 되어있다.
그 눈은 젤라틴으로 되어있다.
그 치아는 설탕결정으로 되어있다.
그 머리카락과 옷은 섬유질로 되어 있다.
그것은 윳쿠리다.
인간과 유사한 신체를 가지게 된, 몸첨부 윳쿠리이다.
하지만 그 자아, 그 정신, 그 눈빛은 윳쿠리의 것이 아니었다.
"난 윳쿠리다. 하지만 더이상 도스가 아니다. 새로이 불릴 이름이 있어야겠지."
그녀는, 도스 마리사였던 몸첨부 윳쿠리는 숲속으로 사라지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난 너희 인간이 윳쿠리를 지배하는 시대를 종말시킬 자다. 나는 너희의 아포칼립스다."
이 도스의 탈주사건은 가공소 전역에 비상을 불러왔다.
도쿄 전역의 모든 가공소가 수색작업에 나섰고, 다른 지역의 가공소에도 연락을 넣어
도쿄 외의 인근 지역에서도 발견되었을 경우 포획할 것을 당부했다.
역시 가장 비상이 걸린 것은 총괄본부인 제 1 가공소와 감시소홀로 이 사태를 초래한 제 26 가공소.
"26 가공소장! 그렇게까지 지원해줬는데도 기어이 그걸 놓치나! 자넨 이번 일 끝나면 해고다!"
제 1 가공소장의 분노로 그동안 안일하게 일해왔던 제 26 가공소장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그동안의 신신당부와 만약을 위한 지원에도 안일했던 탓에 결국엔 이 도스를 유실한 어리석은 책임자의 말로였다.
하지만 이 비상상황에도 즐겁게 웃고있는 자가 있었다.
"...주인이 원하던 결과가 나온 모양이네."
"크크큭, 오히려 그 이상이랄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제 26 가공소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음산한 미소로 바라보는 시로이.
그곳에 마지막으로 찍힌 것은 몸첨부가 된 도스.
그리고 그 도스는 격리실 천장 한쪽에 있던 감시카메라를 부쉈다.
한손으로 쏜 도스 스파크로.
그것이 격리실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마지막 모습.
"내 논문과 인터넷의 지식으로 무언가를 시도할거란 생각은 했는데, 설마 자의로 몸첨부로 각성할 줄이야."
"무, 무큐... 어, 어떡하면 좋죠? 도스가 도망쳐버렸는데..."
"녀석은 단지 사람을 피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야. 진짜 목적을 위해 돌아올거다. 우린 그녀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윳쿠리가 몸첨부가 되는 경우는 많이 봤어. 주인은 몸첨부로 만드는 약물마저 만들었고. 하지만... 논문만 보고 그걸
스스로에게 적용해서 자의로 몸첨부가 된 녀석이라니... 이런 윳쿠리, 들어본 적도 없어."
"게다가 녀석은 내 논문을 모두 읽었지. 입이 아닌 손으로 도스 스파크도 쏠 수 있을 정도야. 대체 어디까지 가능할까?
녀석의 능력이 어디까지 각성한건지 기대되지 않니?"
"이런 긴급상황에 그런 걸 기대하며 즐기는 건 주인 혼자뿐이겠지."
"크캬캭, 그건 그렇네! 좋아, 전원 소집이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갖춰야지?"
시로이는 제 1 가공소로 가 그곳에서 일하게 했던 자신의 24마리 윳쿠리들을 되찾아왔다.
조수 둘과 가사담당 하나, 무기화 개체 24마리로 총 27마리의 윳쿠리들이 시로이의 집 거실에 모여
시로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가공소에 맡겨놨던 도스 윳쿠리가 탈주했다. 녀석의 외관은 3m급 아종이지만 실제론 원종이다.
내 논문을 모두 읽었고,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를 접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몸첨부가 되어서 가공소 직원들을 기만하고
한낮에 그곳에서 당당히 도망쳐 종적을 감췄다. 어느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모르고,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근데 난 녀석이 무섭기는 커녕 기대된단 말이지.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해낼까?
너희에게 시킬 건 녀석을 죽이라는 게 아냐. 인간의 위협이 될 존재를 말살하라는 게 아냐.
내 호기심이 그것을 거부해. 그러니까 너흰 그녀석을 찾아내. 찾아내기만 해. 그리고 돌아와. 나에게 보고해.
난 녀석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직접 보고싶다. 그러니 절대 교전하지 말고 발견한 즉시 돌아와서 보고해. 알았나?"
"알겠습니다게라."
"시시한 명령이군. 그런 상대면 지금까지보다 더 재밌는 싸움을 즐길 수 있을 거 아냐? 그걸 하지 말라고?"
"오메가,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우린 시로이씨의 명령에 따르는거다."
"맨날 잔소리야 카이는. 쳇."
"이봐 주인, 근데 정말 괜찮은거야? 이렇게 방치해도?"
"뭐가?"
"그녀석, 얼마나 위험할 지 모르잖아. 잘못하면 여지껏 없던 수준의 인명피해를 낼 수도..."
"그러면 재밌지! 녀석이 거기까지 가능하다면 보고싶다고! 아아, 대체 녀석은, 그 도스는 어디까지 도달한걸까?"
"오, 오빠야, 지금 조금 무서워..."
"여전하군 당신이란 작자는..."
"자아! 전초전의 개시다! 녀석을 찾아내! 난 녀석이 어디까지 달했는지 보고싶다! 내 욕망을 만족시켜다오!"
이것은 시작.
윳쿠리와 인간
아니, 스스로를 아포칼립스라 부른 몸첨부 원종 도스와 시로이 쿄우진이란 미치광이 과학자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