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10.01 09:50

화과자 (上)

조회 수 268 추천 수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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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한 하늘.

아침임에도 태양이 흘리는 빛이 조금 부담스러운 오전. 도심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콘크리트 빌딩과 딱딱한 바닥보다는 논과 밭, 부드러운 흙길이 시야에 들어오는 장소. 본래라면 그리 관심 가지지 않았을 곳. 그곳에 내가 있는 이유는-

“저기, 저기야. 얼른 가자.”

“알았으니까 잡아끌지 마.”

도통 여자라고 보이지 않는 행동거지로, 날뛰듯 움직이는 녀석이 가리킨 것은 2층짜리 작은 건물이었다. 목가적인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련 된 인테리어를 지닌 그 건물은 반짝거리는 네온사인 간판을 달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주위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그 톡톡 튀는 것이 오히려 감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저기가, 요즘 소문난 화과자 전문점이야. 달콤달콤! 달콤달콤씨가 잔뜩 있다구!”

“윳쿠리냐?”

“윳쿠리는 아니지만, 달콤달콤! 달콤달콤씨!”

내 대학동기인 그녀는 평소에도 그녀의 성별로 보이는 여성과는 오백광년 정도 떨어진 행동과 분위기를 보이곤 하지만. 달콤한 음식이 관련 되었을 때는 한 팔백광년은 더 떨어진 듯이 행동한다. 유명한 과자 체인점이 생기면 꼭 가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과자 외에 케이크, 초콜릿, 사탕 등 다양한 음식을 섭렵하고 있으며 또 그렇다고 잡스러운 음식까지 탐내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런 면에서 품위와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니고 있었다. 달콤한 음식을 매우 좋아하지만, 윳쿠리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기품과 심성을 지닌 것이다.

“달콤한 음식은 진리야. 정의야! 달콤달콤씨!”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따라 가게로 들어선다.

자동문을 넘어 들어간 장소는 화과자 가게라는 인상에서 받을 수 있는 편견과는 여러모로 다른 장소였다. 고풍스러운, 전통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 아이템을 몇 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었다.

나와 그녀는 웨이트리스의 안내를 받아 바깥이 보이는, 쭉 넓게 이어진 도로와 살짝 떨어진 곳에 주택단지가 있는 그런 풍경이 비춰 보이는 장소에 앉았다. 방해물 없이 펼쳐진 넓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바깥에서 시선을 거두고 웨이트리스가 건넨 메뉴판을 살피려 했는데-

“일품 화과자 코스 2인분이요!”

“뭘 먼저 주문하고 있어?”

“걱정 마, 이게 제일 맛있는 거니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다만…….”

달콤한 음식에서 저 녀석보다 뛰어난 지식을 발휘하는 사람은 내 근처에 없다. 물론 나 역시 그녀보다 한참 아래. 그녀가 고른 메뉴라면 분명 최고이겠지. 그래도 메뉴판 정도는 보고 싶었다. 화과자 전문점에선 뭘 파는지 보고 싶었다구.

 

“근데, 여기 유명한 곳 맞아? 손님이 우리 밖에 없는데.”

“숨겨진 명당이지. 그리고 오늘은 평일이잖아.”

“그것도 그렇네.”

평일 오전에 태평하게 화과자 가게에 앉아서 일품 코스를 먹고 있을만한 사람은 우리 둘 뿐일 거다……. 그냥 오늘 수업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야. 백수가 아니라고. 알바도 하고 있으니까!

 

“누구한테 변명하고 있는 거지.”

“혼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 나왔어.”

어느새 가져다 준 걸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그려진 접시 위에, 화과자 2개가 앙증맞게 놓여있다. 달콤한 냄새를 흘리는 화과자는 접시에 그려진 벚꽃과 같이, 세밀하게 조형되어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조그만 떡을 저렇게까지 아름답게 만들어 내다니. 역시 장인…….

“하나씩 먹으면 되나?”

“맞아. 이렇게 6번 나올 거야.”

“6번이나? 질리지 않으려나.”

“흥흥흥.”

“뭐야, 그 사람 속을 긁는 콧방귀는.”

“초보자는 이래서 안 돼. 이 만월당의 화과자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깔끔한 단맛을 지니고 있다구. 그리고 일품 코스는 각자 다른 맛을 가진 화과자를 내주기 때문에 질릴 일 없다는 말씀.”

“호오- 그렇구만.”

“좋아, 그럼 나 먼저 한입!”

그녀는 젓가락을 과자를 집어 한입 살짝 깨물었다. 크기가 제법 있어서 한번에 다 넣는 건 무리인데다가, 단숨에 먹어치우긴 아까운 모양이었다. 우물우물, 볼이 마구 움직이며, 표정이 점점 풀어져 간다. 저건 최고급 쿠키를 먹었을 때나 나오는 표정인데-

“대단해! 역시 대단해! 뭐지 이 단맛? 엄청나게 단데. 단맛 특유의 텁텁함이나 목막힘이 없어. 거기다 과자 껍질에서 희미한 떫은 맛이 올라와서 단맛이 너무 퍼지는 걸 잡아주고 있어! 대단하다~”

“요리 만화의 심사위원 같구만.”

“하아- 대답해. 역시 일품 화과자야... 혀가 녹아버릴 정도로 달아... 이 팥소.”

“팥소? 아, 안에 팥소가 든거지 이거.”

톡 톡하고 벚꽃의 꽃잎 부분을 건들여 봤다. 이렇게보니 뭔가 윳쿠리를 닮은 것 같기도. 아 그러고보니 그놈들 만주였지.

“팥소라고 하니 윳쿠리가 생각나네- 설마 윳쿠리 팥소를 쓴 건 아니겠지?”

“무슨 말을 하는거니? 윳쿠리 팥소가 이렇게 맛있을리 없잖아.”

“응? 가공소제 팥소는 꽤 맛있지 않나? 그거 쓰는 과자점도 많던데.”

“그런 한심한 곳과 비교하지 말아줄래!”

표정이 한순간에 확 변했다. 방금 전까지의 녹아내릴 듯 한 표정이 주인과 함께 잠든 강아지 같았다면, 지금은 화가 잔뜩 난 고양이 같다. 등 뒤로 샤아- 하며 꼬리를 바짝 세운 고양이가 보이는 것 같다.

“윳쿠리의 팥소는 달아봤자. 그냥 단맛! 이 만월당의 팥소하곤 달라. 이렇게 깔끔한 단맛은 얻을 수 없단 말이야. 그리고 웃쿠리의 팥소는 기본적으로 저질이야. 급이 낮다구. 아무리 달게 만든다고 해봤자 윳쿠리 팥소! 그런 팥소로 과자를 만드는 집은, 저질 중의 저질!”

“흐응, 그런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먹어보고 말을 하시지!”

그렇게 말하며 자기가 먹던 화가자를 내 입에 쑤셔 넣는다. 쿠엑, 아프다구우우우!!

“자 씹어!”

“아, 알았으니까 그만... 쿠엑.”

턱을 잡고 억지로 씹게 하려는 것을 겨우 막고 우물우물 화과자를 씹었다. 음-

“오오, 이거 진짜 맛있는데!”

“그렇지, 그렇지?”

“뭐랄까. 진짜 단맛! 단맛이 엄청난데, 혀에 남지 않아서 깔끔해. 마치 솜사탕처럼 사라져버린다고 할까.”

단맛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혀에 스며들었다가 사라져간다. 그 달콤함은 혀에 남아있지만, 텁텁함과 목마름을 유발하는 진한 맛은 금방 사라진다. 혀에서 맛보고 식도를 넘어가자마자 사라져버린다.

깔끔함- 정말로 깔끔하다.

“그렇구나. 이게 진짜 화과자구나... 윳쿠리 따위랑 비교해서 미안한걸...”

“그렇지? 그렇지?”

“그래 맞아..”

홀린 듯, 나머지 하나의 화과자도 입에 넣는다. 우물우물, 아무래도 피에 꽃잎을 조금 넣은 것 같다. 벚꽃의 향을 풍기는 떫은 맛은 그래서 생겨난 것 같다.

“아, 아아! 그건 내건데!”

“무슨 소리야. 이건 내거야.”

“내꺼 줬잖아!”

“달라고 한 적 없거든.”

메롱- 하고 놀려준 뒤 화과자를 씹는다. 오오 위험하다. 중독 될 것 같아-

 

 

 

 

“느그우... 맛있어 보인다구. 느긋해 보인다구.”

더러운 리본을 흔들며 레이무는 침을 마구 흘렸다. 인간에게 다가가면 느긋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그녀는 더러운 엉덩이를 마구 흔들며 가게의 유리창에 딱 붙어 있었다. 붉게 충혈 된 눈을 유리창에 가져다 대고 귀밑털로 성체의 몸을 지탱한 채로 투명한 벽 너머를 바라본다. 그곳은 굉장히 느긋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웃집 앨리스가 좋아할 법한 느긋한 장식물로 인테리어를 한 깔끔한 내부. 숨쉬는 것도 힘들 정도로 더운 외부와는 달리, 굉장히 시원해보이는 광경. 그리고-

“달콤달콤씨...”

힘 없이 중얼거린다. 인간들이 먹고 있는 떡 같은 것. 레이무는 떡이 뭔지는 모르지만, 내부에서 순환하고 있는 팥소가 가르쳐 준다. 저것은 떡이라고. 굉장히 느긋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달콤하고 쫀득하며 부드럽다고.

“망할 인간들... 레이무도 느긋할 수 있다구. 왜 네놈들만 느긋하는 거냐구.”

도대체가. 어째서 윳쿠리인 자신이 느긋 할 수 없고, 저런 빌어먹을 인간들이 달콤달콤을 먹으며 느긋하게 있는 것이냐. 애초에 이 건물도 자신의 것이어야 했는데. 레이무는 분명 집선언을 했는데, 이 투명한 벽씨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 심술쟁이 벽씨를 욕하며 마구 혼내주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포기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인간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았다.

“망할 인간들이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를 빼앗은 거라구. 용서 할 수 없다구.”

분노로 가득 찬 말을 중얼중얼 흘리며 레이무는 안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었다-

“...팥소...화과자를 만들...”

유리창에 미친듯이 얼굴을 들이대고 있어서, 방음벽을 뚫고 대화의 일부를 듣게 되었다. ​

“늣? 지금 뭐라고 했냐구?”

팥소? 지금 인간들이 팥소라고 한 건가? 팥소라면 윳쿠리의 몸 안에 있는 귀중하고도 또 귀중한- 뭐였지? 팥소는 윳쿠리의 뭐지?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팥소씨로 화과자씨를 만든다고 했다. 레이무는 들윳쿠리 중에서도 나름대로 머리가 좋은 편이었기에- 재빨리 내부 팥소를 회전 시켜서 답을 도출해냈다.

“지금 먹고 있는게 화과자씨라구! 그리고 그건 팥소로 만든다구! 그렇다면-!”

레이무는 재빨리 유리창에서 떨어져서 가족이 있는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뿅뿅 뛰었다.

“팥소씨로 화과자를 만든다구! 팥소씨는 윳쿠리에게 있다구! 그런데 그 팥소씨로 만든 화과자를 빌어먹을 인간들이 독점하고 있다구! 이건 대사건이라구! 망할 인간들이 윳쿠리들에게서 팥소씨를 훔쳐가고 있는게 분명하다구! 마리사아아아아아!!!”

반려의 이름을 부르며 전속력으로 전-진! 이라고 해봤자 어린아이가 타는 세발자전거보다 느린 레이무였다.

 

 

 

  • ?
    느구우 2016.10.29 22:15
    동족포식인가! 했는데 아니었군요 ㅎㅎ
  • profile
    심심한인간 2016.10.29 22:15
    어 죽겠네. 멍청이들
  • profile
    류민혜 2016.10.29 22:15
    에에엨...
  • ?
    LIM0301 2016.10.29 22:15
    흠 추리력은 윳쿠리 치곤 좋군요.
    하지만 어차피 자멸할테니ㅋㅋㅋ
    그나저나 먹던 화과자를 입에 쳐넣다니... 무서운 여자일세...
  • profile
    netpilgrim 2016.10.29 22:15
    무언가...... 할말을 잃게 만드는 이 결론은........
  • ?
    firetruck 2016.10.29 22:15
    담편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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