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대강 때우고, 식후땡을 하러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여니, 윳쿠리가 있었다.
“느, 오, 오빠야! 느긋이 있으라제!”
“뉴뀨찌 이쓔랴규!”
성체 마리사와 레이무 한 쌍에 더해, 갓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귤보다 약간 큰 새끼 윳쿠리 네 마리(레이무 둘, 마리사 둘)가 있다.
“...쯧. 뭔데?”
윳쿠리라면 3일 전에 아주 학을 뗐던 참이라, 실컷 늦잠을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짜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용건을 묻자, 마리사와 레이무는 움찔 겁을 집어먹은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어색한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느, 느읏! 마리사, 느, 느긋이 돌아온거라제! 느, 느흠!”
“느읏! 아, 아가야들도 모두들 느긋이 태어났다구! 모두들 느긋한 아가야인거네!”
라고,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3일 전 내 집을 떠난 마리사와 레이무인 듯 하다. 뱃지라도 붙어있었으면 알아 볼 수 있겠지만, 뱃지는 3일 전 집을 나갈 때 떼내었기에 나로서는 알아 볼 방도가 없었다.
이 녀석들을 내 집에 들였던 것은 정확히 일주일전의 일이다. 원래 사려고 했던 것은 마리사 뿐이었지만, 머리를 조아려 가면서 레이무와 같이 살 수 있게 해 달라기에(같은 육성소 출신의 소꿉친구였던 듯 하다) 아가야는 절대로 안 된다고 굳게 약속을 하고 사왔지만, 정확히 나흘이 지난 날 아침, 붉은 리본이 붙은 녀석은 이마에서 돋아난 줄기에 달린 네 개의 방울토마토 만한 똥구슬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축하해 달라구!’ 라고 지껄여 댔다. 당장 줄기를 뽑아내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진 뒤 거세를 해버리고 싶은 것을 참아내고 인내심과 관용을 남김없이 긁어 모아 두 마리만 기르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그럼 마리사와 레이무는 펫 윳쿠리를 그만두겠다며 기세 등등하게 집을 나가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내 집에는 반의 반도 먹지 않은 윳쿠리 푸드와 펫 윳쿠리 용 집이 남았다.
무슨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라고, 어제 밤 만났던 친구(펫 윳쿠리 재교육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에게 말하자, 그는
“비융-신...”
이라는 말로 짧게 답해주었다.
“아니, 그래도 금뱃지였다고!”
라고 내가 외치자,
“어. 금뱃지는 원래 그래.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하면 안된다는 걸 모두 한 끝에 바로 뭉개지거나 버려진 다음에 뭉개지지. 금뱃지는 원래 그래.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해줬다.”
금뱃지라고 다른 윳쿠리와 달리 말이 통할 것이라거나 인간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알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그는 말했다. 오히려 금뱃지일수록 자신은 특별히 느긋한 윳쿠리라고, 인간씨에게 선택되어 팔려나가기만 하면 무제한적으로 느긋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나마 다른 똥자루보다는 아주 약간 덜 멍청한 팥소뇌로 믿어 의심치 않기에 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금뱃지 교육은 그런 착각을 부추겨서 말을 듣게 하는 거니까.”
“옘병, 역시 사기잖아.”
“전혀. 어차피 윳쿠리인데 뭘 바라는 거야.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쌍으로 사놓고는 뭘...”
“아니, 점원이 혼자 두면 외로움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잖아.”
“비응-신...”
“그럼 말을 좀 해주던가!”
“니가 윳쿠리 기르고 싶다니까 내가 뭐랬냐?”
“...차라리 그 돈으로 술이나 사라고 했지.”
“그래. 그런 고로 이건 네가 사라.”
“거절한다. 그 망할 것들이 먹을 것 잘 곳 사느라 돈이 없다.”
친구는 낄낄 웃으며 소주잔을 탁 비우고 말을 이어나갔다.
“업계 관련자로서 충고하는데, 만약 윳쿠리를 키우고 싶으면, 차라리 길윳중에서 찾아봐. 길윳들이 오히려 펫으로 키워진 녀석들 보다 깔끔하다구. 그 녀석들은 청결의 중요성을, 그리고 자신말고는 누구도 그것을 유지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단 말이지. 아니면 역으로...”
“느, 느읏! 오빠야...?”
마리사의 목소리에 어젯밤의 기억이 끊긴다.
“여긴 뭐하러 온건데?”
“느, 느읏...”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며 내뱉어 주니, 마리사는 이게 아닌데,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느, 느읏! 마, 마리사는 밖에서도 느긋이, 느, 느긋이 지내고 있다제! 여기 온 건, 마리사들은 느긋이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제! 라고 말하려고 온거라제!”
느긋이, 느긋이 지내고 있는 것인가... 윳쿠리 들도 중요한 것은 두 번 말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면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딱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홀쭉해져 있다. 난처한 듯이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눈은 피곤으로 탁하고 핏발이 서 있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몸은 고작 3일 만에 이렇게 됐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꼬질꼬질하다. 설탕물을 흘려대는 것들이라 그런지, 때가 묻었다기 보다는 기름때처럼 찌들어있다는 말이 어울릴 듯한 구역질나는 모습이다.
“느, 느읏! 그리고, 오빠야한테 아가야를 보여주려고 한거라구! 오빠야는 아가야는 안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레이무의 오빠야니까 특별히 보여주는 거라구!”
마리사와 마찬가지로 내 눈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던 레이무가 끼어 든다. 도저히 밖에서는 살 수가 없어 이곳으로 돌아온 주제에 ‘느긋이’ 지내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는 마리사보다는 그나마 나은 구실인 것도 같지만, 내 눈앞에서 그 미니 똥구슬들을 직접 짓밟아 으깬 다음 자신들의 경솔함을 사죄하고 반성하며 자비를 구걸해도 마음이 움직일까 말까 한 나에게 그 미니 똥구슬들이 정말로 ‘느긋’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것을 보는 것이 무슨 특권이라도 되는 것 처럼(랄까 그것이 특권이라는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분명하다) 지껄여대는 것이니 마리사의 같잖은 허세 보다도 더 같잖아 보일 뿐이다.
“느, 아가야들! 오빠야한테 느긋이 인사씨를 하는거네!”
“늇! 뉴뀨찌 이쓔랴규! 레이뮤뉸 레이뮤라뀨!”
“뉴뀨찌 이쓔랴졧!”
“느으으읏! 정말로 느긋한 인사씨인거네!”
집을 나갈 정도였으니, 꽤나 애지중지한 모양이다. 두 새끼 윳쿠리는 부모와는 달리 제법 말끔했다. 고작 인사 한 번을 한 것 가지고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양 대소 똥구슬 넷은 일제히 귀밑털을 파닥이며 신나하지만, 나는 아무런 관심도 던져주지 않는다.
“느삐! 느! 느늣!”
“느끄히이!! 느...”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방금 인사를 한 두 똥구슬이 아니라, 인사를 하지 않은 나머지 두 마리이다. 바로 옆의 소란이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여기 저기 꼬물대며 기어다니다, 무엇때문이지는 몰라도 갑자기 고개를 들며 다른 윳쿠리와는 달리 아무런 의미도 없는(제 딴에는 뭔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울음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보통 윳쿠리들의 그것보다 훨씬 단순한 모양의 머리 장식은 크기 마저 몸에 비해 작고, 귀밑털은 관자놀이가 아니라 거의 정수리 부근에 달려있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흔히 ‘모자란 윳쿠리’로 불리는 미숙 윳쿠리이다. 말로만 들어봤을 뿐,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모체인 레이무가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지 못해 이렇게 된 것이겠지.
“늇! 레이뮤꺄 인샤쒸 해쨔냐! 뉴뀨찌 댸댭햐랴뀨!”
“퍄퍄갸 요기에 오묜 인갼쒸갸 뉴뀨탸께 해쥰댜고 해쎠! 얼륜 마리쨔률 뉴뀨탸께 하랴졧! 댱장이묜 댄댜졔!”
“흠... 느긋한 아가야들이라... 두 놈은 영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데.”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마리사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느읏! 레이무의 아가야는 전부 정말로 느긋하다구! 레이무는 느긋하지 못한 아가야라고 해서 버리거나 하지 않는다구!”
아가야를 버리느니 집에서 나가겠다고 선포할 때와 같은, 자신의 ‘모성’에 도취되어 그것을 과시하는 표정으로, 듣는 나의 입장에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비장한 목소리로 외치는 레이무. 앞 문장과 뒷 문장이 서로 모순이라는 것은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윳적윳이라고나 할까.
“흠...”
어젯밤 친구가 했던 충고를 떠올린다.
금뱃지라고 해도 어차피 윳쿠리이다. 금뱃지 아닌 윳쿠리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조금도 없다. 말을 하고, 먹이를 깔끔하게 먹고, 응응을 정해진 곳에 하고 그 뒷처리를 알아서 한다고 해서, 인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봤자 불필요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낄 뿐이다. 그러니 차라리, 윳쿠리를 키울 것이라면, 역으로 금뱃지와는 정반대인 윳쿠리, 예를 들어 노숙 윳쿠리 - 물론 개념을 가진 녀석이어야 하겠지만 - 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친구는 말했다.
“역발상이라는 건가...”
역발상이라고 무조건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젯밤 친구가 해주었던 충고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내 첫 윳쿠리 사육은 실패로 끝이 났지만 - 내 자신이 느끼기에는 시작도 하기 전에 폭발한 느낌이다 - 그래도 이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에는 아직 윳쿠리 푸드도 잔뜩 남아있고 펫 윳쿠리 용 집도 남아있다.
그리고, 이 대짜 똥만쥬 두 놈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도 있다.
언젠가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했던 농담이 생각난다. ‘흑형은 트럭에 치어 죽어도 노쇠사야. 왜냐고? 젊었으면 재빨리 피했을 테니까.’
이대로 밖에서 살게 내버려 두면, 분명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무슨 방법으로든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사고사라고 할 수 있는가? 애초에 야생 윳쿠리 중 수명이 다해 늙어 죽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 죽거나, 인간에게 짓밟혀 박살나 죽거나, 비에 젖어 녹아 죽더라도, 그것은 윳쿠리에게 있어 ‘자연사’나 마찬가지이다. 다른 생물들이 수명이 다하면 늙어 죽듯, 윳쿠리들은 운이 다하면 어떻게든 죽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녀석들을 이대로 ‘천수를 다하고 자연사’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있는가?
대답은 '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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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모두 마친 후, 방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방음 투명 상자를 꺼내 들고 다시 현관으로 향한다. 이 방음 투명 상자는 마리사와 레이무를 살 때 사은품으로 딸려온 것이다. 괜히 자리만 차지할테니 필요없다고 말했지만, 점원은 “분명히 쓰게 될 겁니다.(의미심장)”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반 억지로 안겨 주었다.
결과적으로 점원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느... 느으으으으!! 오빠야아아아! 느벳!”
현관문을 열자, 마리사가 땟국을 질질 흘리며 나의 바지 가랑이로 달려들었다. 생리적인 혐오감에 나도 모르게 발 끝으로 툭 차서 현관 옆의 벽에 츄츄를 시켜 주었다.
“뉴웃! 퍄퍄햔톄 무슌 지쉬냐졔! 뉴뀨찌 샤갸하랴졔!”
“느, 느으, 괘, 괜찮다제! 아빠야는 괜찮은 거라제! 그러니까 오빠야에게 뿌꾹!은 느긋이 그만두라제!”
몸을 부풀리는 새끼 윳쿠리들을 허둥지둥 제지한다. 그나마 금뱃지로서의 개념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느, 느으! 사실 마리사는, 다시 오빠야의 집에서 살려고 느긋이 돌아온거라제! 바깥씨는, 느긋할 수 없는 거라제! 느! 역시 오빠야의 집은 정말로 느긋한 거라제!”
마리사는 땟국에 전 얼굴로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내 집을 칭찬하는 것으로 내 환심을 사보겠다는 속셈인듯 하다. ‘오빠야의 집’이라고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일단은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다시 살려고’ 돌아왔다니... 부탁도 구걸도 아닌 일방적인 통고다. 내 집에서 사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느, 느읏! 바깥씨는 느긋할 수 없는거네! 아가야들이 먹을 밥씨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거라구! 아가야들이 느긋~할 수 있는 집씨도, 없는 거라구! 이대로는 아가야가 느긋할 수 없다구!”
레이무도 다급하게 말을 보탠다. 펫 윳쿠리는 일단 자신의 새끼를 보여주기만 하면 뭐든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더니, 이 녀석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가야 아가야를 연발하며 나 보란 듯이 새끼 윳쿠리들을 힐끔대지만, 나로서는 아무런 감상도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뻔한 짓거리를 해대니 차라리 웃길 지경이다.
“느읏! 아가야도, 오빠야가 말한 대로 둘만 기르는 거라제! 그러니 얼른 마리사를 들여 보내는 거라제!”
머리를 조아리지도, ‘살게 해주세요’라는 말도 없다. 마치 결렬되었던 협상을 재개하는 듯한 말투다.
“느읏! 무슨 소리냐구! 레이무의 아가야는 모두 느긋한 아가야라구! 전부 다 레이무 처럼 천사씨인 거라구! 단 하나도 포기할 순 없다구! 느긋이 이해하라구!”
“정신 차리는거라제! 저 아가야들이 정말로 펫 윳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제!?”
그나마도 의견이 갈려, 레이무와 마리사가 아웅대기 시작한다. 3일간 바깥 생활을 한 정도로는 저 ‘모성이 넘치는 엄마야!’ 놀이를 그만 둘 수 없었던 모양이다.
“상관 없어. 전부 다 내 집에서 살게 해주지.”
“느읏!?”
자비로 꽉 찬 나의 말은 앞뒤 없는 이 오줌구슬 놈들에게도 의외였던지, 대짜 똥만쥬 두 마리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느으으으읏! 역시 느긋한 오빠야는 마리사를 느긋이 이해할 거라고 믿은거라제엣!”
“느읏! 당연하다구! 레이무의 아가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지상에 내려온 천사씨나 마찬가지인걸!”
멋대로 떠들어라... 나는 마리사와 레이무가 들어올 수 있도록 투명상자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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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늇! 갱쟝히 뉴뀨탼 집쒸랴규! 요기률 이졔뷰텨 레이뮤으 윳쿠리 플레이쓔료 샴아쥰댜규!”
“뉴늇! 집쒸! 뉴뀨찌 이쓔랴뀨!”
“삐이이잇! 느삐잇!”
“뉴! 뉴끄히이! 뉴삐잇!”
탁자 위에 새끼 윳쿠리들을 올려 놓자, 역시나 즉시 집선언을 했다. 두 마리 모자란 새끼 윳쿠리들도 왠지 들뜬 듯한 모습이다. 그저 내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느? 느끄흐이!?”
“삐이이! 삐잇!”
모자란 새끼 윳쿠리 둘을 미리 준비해둔 라무네에 적셔 잠재운다. 순간 차가운 느낌 때문인지 움찔 하며 울상을 지었지만 순식간에 잠이 든다.
“느으! 오빠야 밥씨를 만들고 있었구나! 느긋하지 말고 얼른 만들라구! 레이무 배씨가 꼬륵꼬륵이라구!”
“느으! 아가야들에게는 달콤달콤을 주는 거라제! 마리사의 아가야들은, 아직 달콤달콤씨를 먹어 본 적이 없는 거라제! 말도 안되는 거라제!”
작업 준비를 끝내놓은 탁자 위를 보고, 마리사와 레이무는 그렇게 말했다. 뭐, 요리라면 요리다. 어쨌든 만쥬를 다루는 것이니까.
“느으! 오빠야! 얼른 밥씨를 달라구!”
“당장이면 되는 거라제!”
감사같은 것은 없다. 두 마리 대짜 만쥬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나에게 먹이를 요구해왔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펫 윳쿠리라는 것들이 무엇을 대가로 인간에게 숙식을 제공받는지는 조금도 알지 못한다. 다시 이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 나의 관용 - 사실은 악의지만 - 덕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것들은 내 집에서 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느긋한’ 새끼들이 이곳에서 사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자.밥이다.”
“느?”
못쓰는 접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고, 내친 김에 싱크대 배수구의 거름망에 쌓여있던 것도 섞어 투명 상자 안에 넣어주었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느읏! 레이무의 뱃지씨! 느긋이 다시 달아주는거네!”
탁자 위에 두었던 뱃지 두 개를 집어 들자, 마리사와 레이무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뻗었다. 안됐지만 이건 네놈들의 것이 아니다. 내가 펫 윳쿠리로 기르는 것은 새끼 두 마리 뿐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것을 탁자 위에 놓는 것도 기분이 영 거시기해서 투명 상자의 뚜껑을 닫아버리자, 레이무와 마리사의 목소리는 음소거를 한 것 마냥 사라졌다.
“뉴웃!? 레이뮤에게 어울리뉸 뉴뀨탼 배찌씨랴규!”
"마리쨔뉸 원럐부텨 펜뉴꾸리!인 고여따졧! 구로니꺄 댜콤댤쿔 댤랴졔! 댱쟝 이묜 댄댜젯!”
두 개의 뱃지를 소짜 만쥬 듀오에게 달아 주었다. 성체 윳쿠리용이라 장식에 비해 조금 크긴 하지만, 무게 때문에 장식이 미끄러지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레이뮤에게도 댜콤댤쿔씨 냬나! 그리교 모굑쒸 햐꼬야! 레이뮤뉸... 늇!? 뉴웃! 모햐뉸 고야! 레이뮤으 느그탼 리본쒸 돌려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헛소리를 능얼대는 소짜 레이무에게서 리본을 떼어 내고, 리본이 없어진 맨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모아 위쪽으로 모은다.
“뉴늇! 모햐뉸 고야! 레이뮤으 으나슈갸튠 머리캬랴쒸률 햠뷰료 먄지지 먈랴뀨!”
귀밑털과 함께 쓸어 모은 머리카락을 쥐고 조심스럽게 새끼 레이무를 들어 올린다. 귀밑털이 꿈지럭 대는 감촉이 기분 나쁘다. 머리를 묶어 주려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참수형에 처해질 사형수의 머리칼을 모아 고정시키는 것에 가깝다.
나는 옆에 놓아두었던 커터칼을 들어, 머리카락의 경계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레이무의 두피를 잘라 냈다.
“뉴 삐 야 아 아 아 아 아 아 ! ! ! ! !”
“뉴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새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뱃지를 두 새끼에게 달아주는 것을 보며 싱글대던 레이무와 마리사는 공포와 경악으로 입과 눈을 한껏 벌린채 굳어졌다.
“엇...차.”
새끼 레이무가 날뛰는 탓에 조금 위태로웠지만, 어쨌든 머리카락과 귀밑털을 온전하게 도려내는데 성공했다. 잘 분리된 두피를 오렌지 주스에 던져 넣고,
“뉴, 뉴부, 뉴뿌부부붑!!!”
눈을 뒤집은 채 모자란 윳쿠리 마냥 의미 없는 신음을 내지르고 있는 새끼 레이무의 상처를 막는다.
“뉴, 뉴기, 뉴기이이이잇!!!”
눈 위쪽 반죽 - 이마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 쭈욱 잡아 당겨, 마치 소를 채운 만두피를 오므려 닫듯이 다른 쪽 끝과 맞춘 후 오렌지 주스를 듬뿍 적셔 꾹꾹 눌러 준다. 사실 이 소짜 똥구슬이 어찌되든 알 바 아니지만, 새끼도 전부 여기서 살게 해준다고 한 이상 죽게 내버려 둘 수야 없다. 윳쿠리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 인간 실격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자... 그럼 이걸...”
라무네로 재워 두었던 모자란 새끼 윳쿠리 중 레이무를 두피를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잘라낸다. 라무네에 거의 담그다시피 했던 덕에, 모자란 새끼 레이무는 칼이 들어간 줄도 모르고 잠든채 깨지 않는다. 머리칼이 보통 윳쿠리보다 훨씬 적어 절단 면적은 훨씬 적었다. 오렌지 주스에 적신 레이무의 두피를 꺼내 민둥머리가 된 모자란 새끼 레이무의 정수리에 씌운 후, 조심스럽게 위치를 조정한다. 적절하게 위치를 잡은 후, 소맥분을 녹인 오렌지 주스를 발라 손끝으로 문질러 접착시킨다.
“후우... 이 정도면 되려나.”
처음 해본 두피 이식 수술이라 잘 되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외견상 그리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윳쿠리의 재생력은 생물학적 상식을 뛰어 넘는다고 하니, 그 부분을 믿고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
투명 상자가 덜컹거려 시선을 옮기니, 레이무와 마리사가 경악한 표정으로 뭐라뭐라 소리를 치고 있다. 두 대짜 똥만쥬의 목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어재더 이던 지슬 하능고야아아아!!’라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어차피 이해할 수도 없으면서, 왜 물어보는 것일까. 아가야를 만들어서는 안되는 이유도, 두 마리 외에는 키워 줄 수 없다고 하는 이유도 모르면서, 왜 ‘느긋이 알았다구’라고 대답을 하는 것인가.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 윳쿠리의 ‘말’은, 그저 상황에 맞는 ‘울음소리’인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정말로 어이없는 것들이다.
“...!!!!”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비웃음을 보내 주니, 투명 상자 안의 똥만쥬들은 분노와 살의를 드러내 보였지만, 그저 우습기만 할 뿐이다.
“뉴, 뉴, 뉴, 늉냐아아아아!! 오디먀아아아아!! 먀리쨔률, 마리쨔으 모쟈쒸이이이!! 먀리쨔의 모쟈쒸- 먀리쨔 햐뉴~울!”
시시를 지리는 다음 두피 기증자를 잡아 올려 투명 상자 안의 똥만쥬들 눈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어 보여준 뒤, 다시 수술을 재개한다.
“뉴, 늅뺘아아아아아아아!!”
신중하게 칼을 움직인다. 두피가 손상되면 안되니까, 조금씩 조금씩, 마치 바늘로 뽑기의 무늬를 뽑아내듯, 자른다기 부다는 조금씩 눌러 끊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뉴, 뉴뀨히이이이이이이!! 뉴뀨, 뉴뀨히이이이그마아아아아!!!”
공중에 들고 있다가는 자르는 도중에 자체 체중으로 반죽이 뚝 끊어져 버릴 수도 있다. 새끼 마리사를 든 손을 약간 낮추어, 저부가 간신히 탁자에 닿을 정도로 한다. 새끼 마리사는 도망가려 저부를 꿈틀대 보지만, 귀밑털과 머리털이 쥐어 잡혀 있기에 불가능하다.
“아퍄아아아아아!! 마리쨔으 모리쒸 아퍄아아아아아!? 뉴, 뉴삐이이이이이! 아뺘아아아아! 먀리쨔률... 뉴, 뉴꺄아아아아아!!”
버둥거림이 심해지면 칼을 멈추었다가, 움직임이 멎으면 다시 칼을 넣는다. 새끼 마리사가 앞으로 계속 움직이는 탓에 반죽이 팽팽해져 칼날을 슬쩍 대기만 해도 죽죽 나간다. 절반 정도 나아가자, 새끼 마리사는 기력이 다했는지 끅끅 숨넘어가는 소리만 내며 부들부들 떨기만 한다. 칼날을 집어 넣어도 움찔 몸을 굳히며 시시를 찌익 뿜어낼 뿐이어서 나머지 절반은 꽤 수월하게 진행 할 수 있었다.
“뉴히, 히이이이...!! 뉴, 뉴, 뉴기이이잇.”
마찬가지로 반죽을 잡아당겨 상처를 막고, 오렌지 주스를 뿌려준다. 잘라낸 두피는 남아있던 모자란 새끼 마리사에게 이식되었다.
“후우... 이 녀석들은 어떨려나...”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두 마리 모자란 새끼 윳쿠리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다른 새끼 윳쿠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내 두번째 윳쿠리 사육은 어떻게 될까. 최소한 이 녀석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오진 않을 것이다. 그 사실 만으로도 나는 낙관적인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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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
“뉴삐이! 뉴! 뉴삣!”
“뉴삐삐삣!”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뱃지를 단 마리사와 레이무가 내 쪽으로 뿅뿅 뛰어온다. 두 마리 모두 순조롭게 자라 이제 야구공만해졌다. 머리카락도 머리장식도 순조롭게 이식되어, 두 마리의 성장에 맞추어 함께 자라났다. 외견상으로는 일반 새끼 윳쿠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뉴삐잇! 뉴! 뉴... 뉴히?”
“하하, 또 저러네.”
내쪽으로 뛰어 오던 마리사가 갑자기 멈추어 서더니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제 귀밑털을 쫓는 것이다. 레이무는 레이무대로, 나를 보며 뉴꺄꺄니 뉴삐이니 알 수 없는 소리를 잔뜩 내다가,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고서는 무언가를 몰래 쫓아가기라도 하는 듯이 몸을 잔뜩 낮추고는 어디론가 뽈뽈뽈 기어가기 시작한다. 확실히 보통 윳쿠리들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지능차라는 것도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 다를것도 없다. 이 녀석들은 내가 집에 돌아온 것을 알아차리고 나에게 뛰어 왔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어찌어찌 기억하는 것이다. 어차피 보통 윳쿠리들도 말로 한 번 가르쳐 준 것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을 못하는 것도 장점이면 장점이지 단점은 절대 아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 녀석들의 감정이나 상태는 알 수 있다. 괜시리 자신의 감정을 쓸데없이 장황한 말로 내뱉어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보통 윳쿠리와는 달리, 이 녀석들은 그저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을 전달한다.
“화장실은... 역시 비어 있고...”
응응 문제도 전혀 없다. 이 녀석들은 응응과 팥소를 구분하지 못하기에 자신의 응응을 먹어치워버리는 것이다. 반죽 대가리속 개념만큼이나 느슨한 아냐루를 단속하지 못해 아무데나 응응을 싸지르고는 ‘구려어어어어!’라고 외쳐대는 - 얼른 치우라구!는 덤이다 - 병신 똥만쥬들보다 훨씬 깔끔하다.
“자아, 밥 먹자!”
새로 사온 윳쿠리 푸드를 뜯어 먹이 그릇에 붓자, 마리사와 레이무는 엉덩이를 흔들며 기어와 머리를 박고 먹기 시작한다. 때때로 고개를 쳐들며 괴성을 지르는 탓에 먹이가 튀지만, 이 녀석들은 튄 먹이 찌꺼기도 말끔하게 핥아 먹는다. 보통 윳쿠리처럼 먹이 찌꺼기를 더럽다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장난감을 조르지도 않고, 달콤달콤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아가야 같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친구의 조언대로, 이 모자란 윳쿠리들은 - 금뱃지 시험에는 응시조차 할 수 없겠지만 - 금뱃지따위보다는 훨씬 나은 펫 윳쿠리였다.
“...흥.”
다용도실 유리문 밖, 펫 윳쿠리가 된 아가야들의 느긋한 모습을 잘 바라볼수 있는 곳에서, 똥만쥬 일가가 윳쿠리 푸드를 먹는 마리사와 레이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한동안은 울부짖으며 난리를 피워 댔지만(물론 투명 상자 안이라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저 멍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깥의 ‘느긋한 아가야’들을 바라보기만 하게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주는 이빨 빠진 접시도 이제는 싹싹 비운다.
“...풋... 아, 오랜만에 보니까 웃기네.”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자, 투명 상자안에 있던 두 마리 새끼 똥구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크기는 마리사와 레이무와 비슷한 야구공 정도 크기이지만, 그 표정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다. 수술 상처를 막기 위해 반죽을 위쪽으로 끌어 당긴 탓에 눈과 입이 위쪽으로 치켜올라가 있는 것이다. 가끔 개그맨들이 보여주는 스타킹에 얼굴 집어넣고 위로 당긴 모습이랄까? 거기 더해 그 웃긴 얼굴 위에 마리사와 레이무가 원래 쓰고 있던 조그맣고 덜 만들어진 머리 장식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듯이 얹고 있는 것이다.
“풋...푸하... 아, 미안. 근데 너네 진짜 웃겨.”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진다. 황급히 사과를 했지만 두 마리 소짜 똥만쥬는 결국 눈에서 설탕물을 질질 흘려 음식물 쓰레기로 물든 몸뚱이에 긴 선을 긋기 시작한다. 한편 대짜 똥만쥬 두 마리는 오랜만에 얼굴에 표정같은 표정을 - 분노와 결단이 뒤섞인 듯한, 금뱃지 윳쿠리다운 멍청한 표정이었다 - 띄우더니, 갑자기 서로의 땟국을 서로에게 문질러 바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또 아가야를 만들려는 모양이다.
“얼씨구...”
‘아가야와 너희 모두 내 집에서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제멋대로 해석한 것일까. 나는 혹시 새로 아가야를 만들어도 그것들도 같이 살게 해주겠다고는 말한 적이 없는데 말이지. 어쩌면 그 약속 자체를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뭐, 어쩔 수 없다. 저것들은 글러먹은 금뱃지들이니까. 나는 그저 그날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만을 저 안에 넣을 뿐이다. 먹이가 모자라면 뭐, 바로 옆의 만쥬라도 먹으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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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부분은 너무 짧고 서론이 너무 길군요.
소짜 만쥬들 얼굴은 대략 이렇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헨가오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여기 이렇게 올라오게 된 이 이름모를 일본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법적문제 생기는건 아니겠지




아쉬운건 외형인데 저렇게 처리를 하면 단점이 사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