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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9 11:12

느긋병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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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본 이야기의 인윳이나 단체는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모두 픽션입니다.

윳쿠리 학대는 소재가 아닙니다. 다만, 묘사상 윳쿠리에 대한 폭력이 있습니다.


 

 

 

 

 

-1-

 

 

차임벨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어서 오세요!”

 

돌보던 윳쿠리에서 시선을 떼었다. 손님.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다. 최근 들어 윳쿠리를 맡기러 온 사람들이 적어진 만큼 더더욱. 오후 4시에 손님이 오는 일은 흔치 않지만, 이런 소소한 이변을 굳이 따지지는 않기로 했다. 그렇다 해도 예상치 못한 방문이기에, 이 상태로 손님을 보러 갈 수는 없었다.

 

끼고 있던 위생 장갑을 벗어 진료대 위에 살포시 두고, 의사 가운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 두고, 로즈마리향 향수를 뿌렸다. 이것으로 준비 완료, 시술실에서 나와 손님에게로 향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얼룩져 있었고, 그 밑까지 내려오는 다크서클 때문에 심하게 피로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얼굴만 보면 이틀 정도 밤을 샌 듯한 몰골이면서도, 머리나 옷매무시는 구김살 하나 없이 단정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곤충채집통보다 조금 더 큰, 뚜껑 달린 플라스틱 상자를 들고 있었다. 투명한 상자의 내벽은 신문지로 빈틈없이 막혀 있어 밖에서는 전혀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곳 윳쿠리 병원에 남자가 가져온 것이 윳쿠리라는 건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지만, 그 윳쿠리가 얼마나 처참한 몰골인지는 짐작밖에 할 수 없었다. 애초에 통을 신문지로 감싼 것도 그 꼴이 안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윳쿠리를 맡기러 오셨어요?”

 

. 최대한 빨리 치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상자을 나에게 건넸다. 겉보기부터 불쾌해 보이는 상자였다. 신문지 특유의 회색 색조부터 결코 기운나는 색은 아니었지만, 더욱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은 <몸첨부 윳쿠리 등장>이라고 적힌 헤드라인의 군데군데에 난 검은 얼룩과 그림자였다. 

 

상자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광경이었다. 레이무 종과 마리사 종... 아니, 원래 그것들이었다고 추측되는 두 개의 덩어리가 그로테스크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성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작은, 얼굴만한 크기의 윳쿠리들이었다.

 

레이무의 몸은 그나마 동그란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당장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밀가루 반죽 사이의 틈새를 통해 내용물이 온통 삐져나와 있었고, 그 외에도 몸에 난 무수한 구멍들 사이로 거뭇거뭇한 물질이 드러나 있었다. 눈구멍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쯤 튀어나온 한쪽 눈은 눈구멍 가장자리의 피부를 구기며 박혀 있었고, 그 틈으로 시커먼 속살을 보이고 있었다. 힘없이 열려 있는 입에 달린 이빨은 어금니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몽땅 부러지고 뽑혀 있었다. 다행히 아직 살리기에 늦지는 않았다는 증거로, 몸이 미세하게 경련하며 거칠거칠한 팥소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마리사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위아래가 뒤집혀 얼굴을 아래로 한 채 납작하게 처박혀 있는, 살아 있는지도 모를 그런 꼴이었다. 땅에 닿은 부분으로부터 팥소가 불규칙하게 흩뿌려져 바닥의 신문지에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한때 모자의 일부분이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검은 섬유 조각은 원형을 잃은 채 팥더미 속에 박혀 있었다. 상자 가장자리에 눈 한쪽이 두 개의 배지와 함께 굴러다니고 있어 얼굴도 분명 처참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위쪽으로 드러나 있는 저부에는 송곳으로 뚫은 듯한 구멍이 서른 개 정도 나란하게 패여 있었고, 살색 부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구멍들로부터 팥소가 잔뜩 삐져나와 있었다.

 

그런 끔찍한 꼴을 보고 있는 내가 느낀 감정은 윳쿠리에 대한 동정심도, 이들을 학대한 사람에 대한 원망도 아니었다. 윳쿠리 전문의로서의 지극히 객관적인 소견이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오시겠어요, 아니면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같이 가겠습니다.”

 

, 그럼 따라오세요.”

 

진료실이라고는 하지만, 의사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는 이런 병원에서는 진료뿐만 아니라 치료와 간단한 수술까지 하는 공간이었다. 시술실에서 복잡한 수술을 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일을 이곳에서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곳은 몇몇 윳쿠리 사육주들이 자신의 윳쿠리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대와는 또 다른 쾌감을 느끼는 곳이기도 했다. 회복력이 빠른 윳쿠리의 특성상, 일반적인 치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치료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자주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새로운 위생 장갑과 의사가운을 착용했다.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마리사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지금은 괴기한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것을 양손으로 퍼 나르다시피 옮겼다. 상자 속 신문지에는 한때 윳쿠리 몸의 일부였던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잔뜩 남아 있었지만, 지금 그런 것들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옮기는 동안 마리사의 의식은 없었지만, 중추팥소가 아직 자극에 반응하듯 움찔거리며 박동하는 것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잉간씨더와

 

마리사 옆에 있는 레이무도 고통스러운 듯, 작은 몸을 뒤틀며 반쯤 신음하듯 도움을 청하는 말을 짜내고 있었다. 혀짤배기 발음을 낼 만큼 어린 윳쿠리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받은 학대로 인해 입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듯했다.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떨고 있는 레이무를 조금 더 안심시켜 주려 했지만, 마리사의 수술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레이무에게 다시 한 번 애써 웃음을 보여준 후, 마리사를 진료대 겸 수술대에 내려놓고 시술을 시작했다.

 

중추팥소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몸을 다루어야 했다. 넓적하게 퍼져 있던 얼굴 부분을 팥의 점성으로 한데 모은 다음, 구멍이 숭숭 뚫린 저부를 다시 밑으로 향하게 뒤집어 내려놓았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자기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려는 듯 장갑 너머로 작은 진동이 전해져왔다. 얼굴이 완전히 진흙더미처럼 뭉개져 이목구비 - 귀하고 코는 원래 없지만 - 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윳쿠리의 심장이자 뇌인 중추팥소는 약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마취제 역할을 하는 글리세롤 용액을 중추팥소가 있는 부위 바로 위까지 주사기를 넣어 주입했다. 끈끈한 액체를 다 넣은 다음, 옆구리 쪽에서도 세 방향으로 글리세롤 용액을 주입해 중추팥소를 글리세롤로 완전히 코팅했다. 이것으로 몇 분 지나지 않아 중추팥소는 외부 자극과 격리되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이번에는 레이무의 차례였다. 장갑을 바꿔 낀 후, 신음하던 레이무도 마리사 옆에 조심스럽게 꺼내어 마취제가 든 새 주사기를 꽂았다. 레이무는 숱한 학대 속에서 고통의 역치(閾値)가 높아졌는지, 기다란 주삿바늘을 꽂는 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주사를 놓을 때쯤 레이무의 필사적인 부들거림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인갼? 먼가아픔씨가 날아가는 것 같아

 

네 번째이자 마지막 주사를 끝내고 바늘을 뽑을 때쯤에는 레이무의 고통스러운 떨림이 완전히 잦아들었고, 그 상처투성이 얼굴에 처음으로 평안한 표정을 이루며 의식을 잃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사기를 내려놓았다. 마취제로 쓴 글리세롤도 일종의 당이기 때문에 윳쿠리들의 생명을 유지시켜 줄 수는 있기에, 저 윳쿠리들은 우선 죽을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나 역시 숨을 돌릴 겸,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눈을 돌렸다. 남자가 시선을 두고 있던 곳은 수술대도, 의사인 나도 아닌 지금은 비어 있는 윳쿠리 상자였다. 남자는 그를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다시 눈길을 피하며 안경을 밀어올렸다.

 

윳쿠리를 병원에 데리고 오는 사람들 중, 수술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윳쿠리를 애호하는 사람들로, 다른 사람에게 학대받은 윳쿠리를 구하기 위해 병원으로 오는 부류이다. 이런 사람들은 시종일관 윳쿠리를 걱정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윳쿠리가 시야 밖에서 고통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나 역시 윳쿠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 경우이고, 그래서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하는 몇몇 윳의사들과는 달리 윳쿠리가 받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두 번째 부류는 윳쿠리를 학대하는 장본인으로, 자기들이 엉망진창으로 뭉개 놓은 윳쿠리들이 어떻게 다시 복원되는지 지켜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쳐진 윳쿠리들을 다시 자기 손으로 학대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맡기는 윳쿠리들의 수술을 거부하여 편히 쉬게 해 주고 싶지만, 애완동물보다 주인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윳의사인 내 입장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병원의 매출의 대부분은 이런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치료를 해 놓으면 며칠 뒤에 다시 더 심한 학대를 시킨 후, 실수 혹은 고의로 윳쿠리를 죽일 때까지 다시 치료받으러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윳쿠리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존재인 듯, 남자는 두 부상당한 윳쿠리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 눈치였다. 이 윳쿠리들이 살든 죽든, 자기가 알 바 아니라고. 그의 두 눈은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허공으로, 또 바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윳쿠리의 주인이 둘 중 어떤 부류이든 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똑같았다. 윳쿠리를 느긋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려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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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후 처음으로 올리는 글이자 첫 윳쿠리 소설이군요...

할로윈 특집으로 공포소설을 하나 써보자고 마음먹고 쓰는 중입니다.

10월 31일 전까지는 완성되...겠죠?

일단 3편으로 끝낼 예정입니다.

 

참고로 윳쿠리는 애호와 학대 둘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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