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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남자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었다.

 

“어... ㄴ,나?”

 

남자는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상대는 학과 내에서 미인으로 유명한 동기였다. 같은 반이라 이름 정도야 알고는 있지만 그 이외의 접점은 전혀 없다.

 

“그...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뭐... 뭔데?”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여자는 주위를 힐끔거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얼굴도 살짝 붉어져 있다. 쑥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굳이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와서 이런 태도라니... ? 아니 잠만, 이거 무슨 라노벨이냐?

 

“그... 윳쿠리도 근친상간은 안하지 않아?”

“...네?”

 

자신의 귀를 의심케 하는, 실로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아무리 주위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할 만한 말은 아니다.

 

“어...그걸 왜 저한테...?”

“응? 너 윳쿠리에 대해 엄청 잘 알잖아.”

 

위험해. 윳쿠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위험해. 왜 그런 인식이 생긴 거지? 나는 그저 가끔 윳쿠리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대화에 어울리기 위해 상식 수준(상식 수준은 아니었다)의 이야기를 조금(조금은 아니었다)하곤 했을 뿐이지, 나는 내가 윳쿠리에 흥미가 있다는 걸 잘 숨겨(숨겨 오지 않았다)왔는데...? 설마 누군가 내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을 본건가?

 

“뭐... 강요되지 않는 이상 안 하지. 아니 근데 그건 갑자기 왜?”

“그게... 내가 지나다니는 공원에 윳쿠리 가족이 있거든.”

 

남자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흐음. 가족 구성은?”

“레이무 마리사에 새끼 마리사였어.”

“완전 평범한데... 클리셰 아닙니까 클리셰.”

 

윳쿠리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남자의 말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말투도 신작 애니메이션에 트집을 잡는 오타쿠처럼 바뀌었다.

 

“통학로가 그쪽이라 나 맨날 걔네들을 보거든. 뭐, 어찌어찌 잘 살더라고. 새끼 마리사도 잘 크고. 그러더니 얼마 전에 그러더라고. 내일 ‘독립’을 한다고.”

“어이 어이... 대단하잖아 마리사! 길윳쿠리 새끼가 무사히 독립을 하는 건 상당히 드물다고!?”

“아... 사실은 내가 몰래 몰래 도와줬거든. 먹이 같은 것도 놓아주고.”

“...”

 

쑥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지며 에헤헷, 하고 웃는다. 남자라면 자신도 모르게 헤벌쭉 할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남자는 마치 불쾌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얼굴을 굳혔다. 길윳쿠리를 도와줘...? 이 여자... 설마 미인은 뭘 하든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데 그날 밤에, 마리사를 죽여... 아니 그, 죽어버린 모양이더라고. 그러니까 그, 부모 마리사가. 자식 말고 부모. 다음날부터 안보이더라고.”

“뭐, 운이 다한 거겠지. 너무 마음 쓰지마.”

“그, 그렇겠지? 아, 아하하... 뭐 어찌됐든, 전날 말했던 대로, 그 자식 마리사는 그대로 독립을 하더라고.”

“그러니까 그 뭐랄까, 없어진 마리사 대신 가정을 책임 지는게 아니라, 그대로 독립을 하는 게 이상하다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

“근데 그건 윳쿠리의 습성 상 당연한 거야. 독립한 자식 윳쿠리들은 최대한 원래 가족들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거든. 마침 저번 주 강연에 갔을 때 이 똥ㅁ..., 아니, 그, 윳쿠리들이 왜 이러는지에 대한 이론을 들었는데...”

 

학자들이 내놓은 추정은, 윳쿠리가 한데 모여 있어 봐야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생물의 경우 한 마리 한 마리의 힘은 약하더라도 집단으로 모여서 사는 것으로 그것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윳쿠리의 경우, 한 마리 한 마리의 능력이 너무나 떨어지는 탓에 집단 생활을 한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모여 있어 봤자 어차피 윳쿠리인 것이다. 윳쿠리 집단이 물리칠 수 있는 위협이라 해봤자 비둘기가 고작이다. 소형견이나 고양이만 돼도 힘들다. 사실 윳쿠리 여러 마리가 나뭇가지라도 물고 달려들면 소형견이나 고양이정도는 충분히 쫓아 낼 수 있을 테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한 마리가 공격당하는 순간 전부 시시를 지리며 달아나 버리기 십상이고, 애초에 그럴 만큼 간이 큰 윳쿠리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얘네는 어설프게 지능 비슷한 걸 가지고 있어서, 모여 있으면 더 멍청해지거든.”

 

사람조차 군중심리에 휩쓸려 멍청한 짓을 저지르곤 한다. 윳쿠리는 말할 것도 없다. 웬 정신나간 똥만쥬의 헛소리라 부르기에도 숨이 아까운 말에 선동 되어 무리 전체가 파멸하는 일은 식상할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각각 흩어져 있었다면 정신 나간 놈 하나만 죽었을 테지만, 모여 있었기에 전부 다 몰살당해버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윳쿠리 같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놈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새끼를 엄청 낳는 거랑 철저하게 숨어다니는 거 밖에 없잖아? 근데 번식은 모여 있지 않아도 할 수 있지만, 숨어 다니는 건 모여 살면서 하긴 힘들거든. 뭐 번식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 짝을 찾기가 조금 더 쉬울 테니까.”

 

하지만 그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견될 확률을 높인다. 게다가 요즘 윳쿠리는 바닥을 기어다니는 것 중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인간에게 미움 받고 있다. 아마 바퀴벌레와 1위를 다투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보이는 윳쿠리를 죽이는 것을 넘어 죽일 윳쿠리를 찾아다니고 있는 정도다.

 

“뭐 요약하자면 모여 산다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건 거의 없는데 들켜서 몰살당할 확률은 엄청나게 높아지니까 독립 했으면 근처에 있지 말고 멀리 떠나라는 거겠지.”

“일리가 있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그렇긴 한데...”

 

반면 남자는 자신이 한 설명임에도 뭔가 석연찮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이 독립이라는 것이 또 재밌는 게, 자식이랑 부모 둘 다 독립을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자식이 독립을 하게 되거든. 요즘에는 이걸 이용해서 다 자란 미니 윳쿠리로 펫윳쿠리들의 육아 욕구를 컨트롤 한다 그러더라고. 펫윳쿠리가 다 자란 미니 윳쿠리를 새끼 삼아 키우게 하는 거지. 크기는 거의 똑같으니까. 이 새끼 역을 하는 미니 윳쿠리 스스로가 자신은 다 자랐다고 생각해도, 부모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독립을 하려고 하질 않는다더라고. 이게 상당히 괜찮은 방법인 게...”

 

손짓까지 해 가며 신나게 말하던 남자가 갑자기 입을 다문다. 너무 신나게 떠들어댔다. 자신이 윳쿠리에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들켜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윳쿠리를 비웃는 말투를 숨김없이 쓰고 있었다. 길윳쿠리를 도와줄 정도이니, 여자는 분명 애호파이다. 실수다. 너무 흥분했다. 남자는 이상하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여자의 눈을 슬며시 피했다. 여자는 그저 남자가 갑자기 말을 뚝 멈춘 것에 의아해하고 있던 것 뿐이지만, 남자가 그것을 알 도리는 없었다. 위험해. 위험하다. 예의 상 표정관리는 하고 있지만 분명 속으로는 ‘에엑~ 뭐야 이 녀석~ 위험한 녀석이네~ 윳쿠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

“...”

“어... 그래서?”

“어? 어... 그러니까... 그렇다는 거지...”

“아... 그렇구나.”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저...”

“응? 왜? 뭐가?”

“아직 그... 근친...상간에 대해서는...”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여자의 질문은 ‘윳쿠리도 근친상간을 하는가’였다. 어째서 그 질문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남자는 식은땀을 흘렸다.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야 절대 안하지.”

“응.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거든. 근데 3일쯤 지나고 나서였나, 또 공원을 지나가면서 봤는데...”

 

독립한 새끼 마리사가, 어미 레이무와 짝을 이뤄 새끼까지 가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이상해서 말이야. 역시 내가 잘못 본 걸까? 애초에 사람은 윳쿠리를 잘 구분하지도 못하고... 그치만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그 마리사와 그 레이무였는데.”

“음... 아마 네가 본 게 맞을 거야.”

 

사람은 윳쿠리를 잘 구분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사람은 윳쿠리를 장식물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 뿐이니까. 오랫동안 자주 보던 윳쿠리라면, 당연히 알아 볼 수 있지. 윳쿠리도 잘 보면 한 마리 한 마리 마다 생긴 게 꽤 다르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럼 내가 잘못 본건 아니라는 거지?”

“뭐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니니 100% 확실하다고 말할 수야 없지만, 네가 착각했을 확률은 꽤 낮다고 생각해.”

“흐음~ 그럼 걔네 둘은 대체 왜?”

“이것도 그 강연에서 들었던 건데 말이지, 간단히 말하자면, 서로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렸기 때문이야.”

 

자식 윳쿠리가 독립을 하게 되면, 자식과 부모는 빠르게(평균 3일 정도 만에)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 이는 자식 윳쿠리끼리라도 마찬가지이다. 독립한 후에도 바로 옆에 살며 매일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이상, 다 같이 얼마나 느긋거리고 있었던 간에 서로를 못 알아보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왜 이러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까 했던 거랑 비슷해. 서로 못 알아보게 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거지.”

 

앞서 말했듯, 독립한 윳쿠리들은 최대한 원래 살던 곳에서 멀어지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들이 윳쿠리라는 점이다. 모여서 살아 봤자 윳쿠리이듯, 멀리 가 봤자 윳쿠리라는 것이다. 허접한 몸뚱이와 팥소뇌로 아무리 움직여 봤자, 어차피 원래 살던 데서 얼마 벗어나지도 못한다. 그러면 결국 예전 가족들끼리 행동 반경이 겹치게 되고, 근친상간을 기피하는 윳쿠리의 특성 상 번식률이 떨어지게 된다. 만나는 윳쿠리들 중 가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독립을 하면 서로를 못 알아보게 해서 잔뜩 상쾌하자는 거지.”

 

물론 이 현상도 상황별, 개체별 차이가 존재한다. 팥소뇌에조차 새겨질 정도로 강렬한 기억은 독립한 후에도 남는 경우가 많다. 지능이 높은 개체의 경우 부모의 일을 포함한 새끼 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는 경우도 있다. 길거리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우수한 길윳쿠리’의 경우, 새끼일때 부모한테서 배운 규칙들을 죽을 때까지 기억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상 어지간한 금뱃지 윳쿠리 보다 훨씬 지능이 높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우수한 길윳쿠리’라도, 독립하고 나서 우연히 자신의 부모 윳쿠리와 마주친다 해도 그것이 자신의 부모인 윳쿠리라는 것을 알아챌 수는 없다.

 

“방금 전에는 기억이 사라진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야. 정확히는 부모 윳쿠리의 ‘장식’에 대한 기억이 변질되는 거지.”

 

인간으로 치자면 얼굴과 이름을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다. 말 그대로 완전히, 본인을 직접 보게 되더라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식은 윳쿠리가 다른 윳쿠리를 식별하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요소니까. 예를 들어 부모 윳쿠리의 미간에 흉터가 있었고, 그것을 독립한 자식 윳쿠리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해볼께. 자식 윳쿠리가 윳쿠리 상위 0.01퍼센트의 지능을 갖고 있어서, 그 흉터의 모양과 크기, 깊이와 색깔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쳐보자. 그러면 그 자식 윳쿠리가 부모 윳쿠리를 알아볼 수 있을까?”

“으음~ 이야기의 흐름 상, 못 알아본다, 가 정답인 것 같네?”

“그렇지. 왜냐하면, 자신의 기억 속에 등록된 부모의 장식과, 실제 부모의 장식이 매치되질 않으니까. 사람으로 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완전히 똑같은 흉터를 가지고 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거니까. 이런 우연이 있다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거지.”

“헤에... 어, 그럼 오히려 장식이 없으면 알아 볼 수도 있는 거야?”

“뭐...? 아니, 그 생각은 못해봤는데! 설마... 그럴 수도 있나!?”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가, 남자는 황급히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이 여자... 애호파 주제에 꽤 창조성이 있다. 시간이 나면 바로 실험해 봐야지.

 

“크흠... 뭐, 여튼... 그런거야. 윳쿠리끼리는 가족끼리는 상쾌를 안해. 그런데 독립한 후에도 어차피 만나는 건 가족일 확률이 높아. 그러니까 서로 알아보질 못하게 해서 잔뜩 상쾌하자 이거지. 네가 본 어미 레이무와 자식 마리사도, 서로 알아보질 못하니까 서로 상쾌. 끝.”

“으음... 일리가 있...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여자 역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윳쿠리답지 않다는 느낌이야.”

 

이제는 남자가 여자의 말에 흥미를 느낄 차례였다.

 

“오... 그래? 무슨 의미야 그건?”

 

남자도 강연에서 저런 설명을 들었을 때, 여자와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뭔가 윳쿠리 답지 않다... 이 여자, 애호파 주제에 꽤 날카롭다.

 

“아니, 뭐랄까 윳쿠리 딱 한 쌍만 있다고 가정하면 다 맞는 말 인거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잖아? 애초에 윳쿠리들은 모여 사는 경우도 많은데, 거기서 자기 새끼 하나 멀리 보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제 구제를 당해도 새끼는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멀리 보내는 거라고 해도 말은 되잖아?”

“응,응.”

“서로 못 알아보게 된다는 것도 그렇잖아? 저렇게나 윳쿠리가 많고, 걔네가 낳는 새끼 윳쿠리는 더 많을 텐데,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윳쿠리들이 전부 가족이었던 윳쿠리일 리가 없잖아.”

“그렇지, 그렇지.”

“그것도 그렇지만, 그러면 애초에 상쾌를 적당히 하라고! 랄까, 애초에 왜 모여서 사는 걸 좋아하는 건데! 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 윳쿠리는 혼자인 걸 ‘느긋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으려고 하니까. 그러면서 왜 아가야는 멀리 보내려고 하냐,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뭐 그런 생각이 들지.”

“애초에 아무 생각 없이 상쾌하는 주제에, 뭘 자기 가족이랑은 안하려고 하는 건데? 그것도 뭔가 이상하잖아.”

“아 그건 그... 윳쿠리란게 또 묘하게 사고방식 같은 게 애매하게 인간이랑 비슷하잖아. 동족끼리 죽이는 건 느긋할 수 없다던가, 거짓말은 나쁘다던가. 근데 윳쿠리가 자기 가족이랑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쾌 하는 놈들이었다면 아마 펫윳쿠리란 건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으~음~ 그럼 근친상간에 거부감을 갖는 것도 인간의 호감을 사기 위해 그렇게 된 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근데 고작 근친상간 안 하는 정도로 호감을 사는 건 무리잖아! 차라리 말버릇을 고치라고!”

 

여자는 탁자 위에 존재하는 가상의 윳쿠리를 찰싹 때리듯이 손짓하며 웃었다. 이 여자... 귀엽... 아니, 이 여자... 애호파 주제에 윳쿠리에 대해 꽤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사실 근친상간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이 안 되니까. 얘네가 뭐 생물마냥 근친상간한다고 유전병이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응? 정말?”“당연하지. 애초에 생물도 아니고, 유전자 같은 걸 갖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는데. 아니, 근데 또 진화 비슷한 걸 하기는 한다만...”

“그래? 근데 예전에 자매끼리 강제로 상쾌 시켰더니 제대로 된 새끼가 나오질 않던데?”

“...?”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알기론 그렇지 않은데? 윳쿠리 중에도 돌연변이가 있기는 하지만, 근친상간을 하면 돌연변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역으로 근친상간을 하더라도 돌연변이가 태어날 확률은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본적이 있어도.

 

한편 얼굴을 찌푸린 채 자신의 머릿속을 검색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여자는 허억, 하고 벌어진 입을 가렸다.

 

“아...아아... 아, 아니야!! T,TV! TV에서 본거야! 그, TV에서, TV에서 봤다구!!”

“깜짝이야!!”

 

갑자기 여자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생각에 빠져 있던 남자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TV에서 그런 게 나올 수가 있나?”

“우, 우웃...!”

“TV에 그런 게 나오면 난리가 날 텐데... 유X브 아냐?”

“허억... 그, 그래, 맞아... 유X브! 유X브였어! 잠시 착각했다구!!”

 

확실히... 유X브에 그런 걸 올리는 놈들이 있지. 남자의 입장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전부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놈들이다. 그런 놈들 때문에 자신 같은 건전하고 선량한 사람들의 입지가줄어 드는 것이다.

 

“엄청 놀랐겠네... 진짜, 그런 걸 자랑하려는 놈들은 이해를 못하겠어.”

“그, 그렇지...”

 

애호파에겐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남자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건 아마... 아직 미성숙한 윳쿠리들이라서 그랬던 걸 거야. 성체에게도 임신은 꽤 부담스러우니까."

"아! 맞아 맞아. 그거 새끼 윳쿠리들이었거든! 아하하, 그래서 그런..  아, 아니, 그래서, 그래서 정말로, 보기 힘들었다구, 그거. 아니, 물론 바로 꺼버렸지! 계속 안 봤어!" 

“어... 그래... 뭐... 여튼 이야기를 돌리자면... 그, 괜찮아? 윳쿠리 이야기는 그만 할까?”

“아냐 아냐 아냐! 얼른, 얼른 돌리자구!”

“그, 그래... 어쨌든 네가 했던 반론 말인데,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 강연에서도 비슷하게 말했었고.”

“으, 응... 근데 애초에 윳쿠리란 건 과학이랑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잖아. 그러니까 결국 추측에 추측만 할 수 있고, 윳쿠리에 관한 어떤 이론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건 불가능 한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한 반론에 대한 반론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거고.”

“맞는 말이야. 근데 저, 네가 방금 전에 했던 ‘윳쿠리 답지 않다’는 말은, 그런 설명은 이렇게 이렇게 반론이 가능하므로 맞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니지 않아?”

“음...”

 

여자는 생각을 정리 하려는 듯이 눈을 감았다.

 

“뭐라 그래야 되나... 윳쿠리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이런 이런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애초에 말야, 윳쿠리가... 진지하게 ‘생존’이란 거에 신경을 쓰나...? 같은...?”

“그렇지...!”

 

남자는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냈다. 눈을 반짝이며 남자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강연을 듣고 똑같은 생각을 했단 말이야. 저건 뭔가 윳쿠리 답지 않다고. 생물이란 건 결국 유전자를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그릇이고, 그러니까 결국 생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말에 나는 동의해. 물론 결국 인간도 그런 거냐, 는 물음에도 그렇게 답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하여튼 생물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는 건 사실이잖아. 아니 근데 윳쿠리는 생물이 아니잖아! 근데 왜 윳쿠리의 습성을 분석하는데 기존 생물을 연구할 때랑 같은 관점에서 보는 거지? 아니 물론 윳쿠리도 진화라는 걸 한다고 생각해. 진화란 건 생물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떤 특징을 가진 개체가 많이 살아남아서, 같은 특징을 가진 자손을 남기고, 그 결과 그 생물의 대다수가 그런 특징을 갖게 되는 걸 말하는 거잖아. 근데 그건 윳쿠리도 마찬가지긴 하거든. 신중하다거나 인내심이 높다거나 아무거나 잘 먹을 수 있다거나, 뭐 그런 특징을 가진 것들이 다른 것들 보다 훨씬 많이 살아남을거고, 그래서 지들 새끼한테 그런 특징을 어느 물려 줄 수도 있지. 근데 그렇다 해도 어쨌든 얘네는 생물이 아니잖아. 이것들은 자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새끼를 갖는 게 아니잖아. 이것들은 ‘느긋하려고’ 일단 새끼를 갖고 보는 거잖아. 그러니까 자기는 물론이고 새끼들까지 싹 다 죽을게 뻔한데도 무조건 새끼를 까고 보는거지. 요컨대 이것들의 존재 이유는 ‘느긋하기 위해서’인 거잖아.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뭐 그런 것 치고는 목숨에 엄청 집착하긴 하지만서도. 뭐 여튼 그래가지고 강연 끝나고 나서 질문 시간에 내가 저런 식으로 말을 했거든. 그러니까 그 강연 오신 분이 독립 후에는 윳쿠리들끼리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사실 그건 독립한 후에도 가족이랍시고 들러붙어서 결국 다 같이 죽게 만드는 걸 방지하기 위한 거라고. 음, 지금 보니 그렇게 웃기진 않는데 그땐 되게 웃겼어. 분위기가 약간 그랬었거든. 원래 사람들이 웃는 분위기가 되면 별로 재미없는 농담에도 다들 웃잖아. 여튼 그 분이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사실 독립한 윳쿠리가 왜 최대한 멀리 가려고 하는지, 왜 독립한 후에는 서로를 못 알아보게 되는지, 애초에 왜 독립이라는 걸 하는지에 대해서, 자기는 사실 100% 확신하고 있는 이론이 있다고.”

 

남자는 거기서 잠깐 말을 끊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떠들어 댄 탓에 남자의 숨은 조금 가빴다.

 

“독립한 윳쿠리가 최대한 멀리 가려는 이유는, 독립한 후에는 서로를 못 알아보는 이유는, 애초에 독립이란 걸 하는 이유는 - 결국 ‘느긋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야. ‘아가야’는 ‘아가야’니까 느긋한 건데, ‘아가야’가 더 이상 ‘아가야’가 아니게 되었으니 이제 필요 없다는 거지. ‘아빠야’도 ‘엄마야’도 ‘아빠야’이고 ‘엄마야’니까 느긋한 건데, 더 이상 ‘아빠야’도 ‘엄마야’도 아니게 됐으니까 이제 필요 없는 거고. 그러니까 어디로든 멀리 가버리라는 거고, 더 이상 기억할 필요도 없으니 잊어버리는 거고.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지만, 자기는 이게 이유라고 100% 확신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아니 근데,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냐?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마치 세계의 비밀을 풀어놓듯이 속삭이던 남자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남자는 여자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이미... 글렀다. 앞으로는 분명 윳쿠리 학대파라는 누명(누명이 아니다)을 뒤집어 쓰고 박대 받게 될 것이다.

 

인생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지만 - 근 시일 내에 입대를 해야 할 것 같다.

 

“아 그리고 그... 최대한 멀리 가려는 그것도, 그냥 독립했다고 멋도 모르고 우쭐해져서 계속 가는 거일 수도 있다고... 그러시더라고, 그분이. 응.”

 

기왕 이렇게 된 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가자. 그 누구도 묻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말을 덧붙인 후,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아하하... 확실히,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이네.”

 

잠깐의 침묵 끝에 여자가 입을 열었다. 경멸과 혐오의 표정은 - 일단은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빌어볼까? 남자는 초조함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윳쿠리들의 이유래 봤자 결국 느긋할 수 있다 아님 느긋할 수 없다일 테니까. 응. 그렇네.”

 

자그맣게 킥킥 거리며,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짜 윳쿠리에 대해 엄청 잘 아는구나.”

“뭐... 그렇지...”

“사실 진~짜 궁금했거든. 윳쿠리는 분명 가족끼리는 상쾌를 안했을 텐데, 쟤넨 대체 뭐지, 하고. 사실 뭐 어찌돼든 상관없는 일인데, 그래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아하하하... 나는 설마 마리사가 히X미를 너무 많이 보기라도 한 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니까?”

“...네?”

“여튼 고마워~ 지식이 늘었다구!”

 

또 다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남기고 - 여자는 수업에 늦겠다며 떠나갔다.

 

“엑...?”

 

아무나 붙잡고 너도 들었냐, 라고 물어보고 싶다는 것처럼 남자는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주위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애초에 남자가 이곳에 있던 이유가 그것이니까.

 

“어이 어이... 여자도 보는 거냐고... 히X미...”

 

저 여자... 역시 애호파라 그런지 변태인 것 같다. 서서히 멀어져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

 

저번에 올린 글에서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덜어냈던 설명충 부분을 베이스로 해서 써보았습니다.

 

쓰고보니 윳쿠리는 단 한마리도 직접 등장하지 않았군요.

 

댓글과 추천은 힘이 됩니다.

 

 

  • ?
    륭돵 2020.03.11 23:44
    애호파가 아닌거 같은데...?
    강제로 자매끼리 상쾌를..?
  • ?
    느구우 2020.03.12 00:30
    네. 아닙니다. 좀더 노골적으로 암시했어야 했나보군요 ㅎㅎ
  • profile
    십권검 2020.03.12 00:27
    저거 딱봐도 미성숙한 윳쿠리로 한 것 같은데...
  • ?
    느구우 2020.03.12 00:31
    !맞습니다. 댓글 보고 제가 그 부분을 묘사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걸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얼른 수정해야겠군요.
  • profile
    윳살파 2020.03.12 00:44
    부모마리사 죽인건 그냥 우연이었나
  • ?
    느구우 2020.03.12 00:53
    음... 좀 더 노골적으로 암시하도록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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