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7.18 16:09

장난감이 아니라 생명이라구!

조회 수 469 추천 수 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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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햣-하! 윳쿠리 학대다!!”

 

  나는 윳쿠리 학대를 즐기는, 흔히 말하는 학대오니상이다.

  학대오니상이라고는 해도, 한달 전 지나가는 길에 항상 시비를 걸어오는 길윳들이 짜증나서 짓이겨 봤더니 생각 이상으로 스트레스가 상쾌하게 풀리는 느낌이라 시작하게 된 정도지만….

 

  어쨌건, 그보다 중요한 건 최근 스트레스를 해소 못해서 피폐해져만 가던 내 심신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우리집 정원에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보내주셨단 사실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굳이 거리가 꽤 있는 공원까지 윳쿠리를 잡으러 가기도 애매한 시간대라서 한동안 학대를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퇴근해보니 정원에 가지런히 길러놓은 화초나 잔디들을 잔뜩 뜯어먹고는 이 들레이무와 새끼들이 퍼질러 자고 있었던 것이다.

 

“느늣! 뭐하는 짓이냐구 할아범! 레이무와 아가야들을 내려놓으라구!! 그렇게 꽉 잡으면, 느긋할 수 없다구!”

 

“내려뇨랴규(내려뇨랴졔)!!” X5

 

“남의 집 정원에 침입해서 애써 길러놓은 꽃들을 완전히 파탄내놓고는 내려달라고? 뻔뻔한 것들. 니들은 오늘 내 장난감이다.”

 

  길윳들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오늘의 일용할 장난감인 윳쿠리들이 터지지 않게끔 방석 위에 적당히 힘조절을 해서 내팽개친 다음, 옷을 벗어서 한쪽에 걸어놓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낸다. 윳쿠리 학대 하면 역시 장식부터 시작이지!!

 

“뉴와아아아앙! 레-뮤의 이쁀 리뵨찌 됼려쭤!! 이로묜 뉴규탈쮸 엽쪄!!”

 

“뽜이야!!”

 

  돌려달라 아우성치는 아기 레뮤의 울부짖음을 한껏 만끽하며 리본에 불을 붙인다. 아기윳답게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의 조그만 리본인만큼, 라이터를 바로 갖다대고 확 태우기보단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태워가는 것이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뉴꺄아아아아아아!! 리뵨찌!! 레뮤의 이쁀 리뵨찌!!! 뉴와아아아아아앙!!”

 

“하, 할아범!! 레이무의 귀여운 아가야의 리본씨에 무슨지슬 하는거냐구!! 당장 아가야의 리본씨를 돌려달라구!!”

 

“남의 집 정원을 망쳐놓고 웬 큰소리야? 내가 니 말을 들어주기라도 해야 한단거냐?”

 

“당연하다구!! 멍청한 할아범은 훌륭한 싱글마더인 레이무의 말을 당장 들으라구!!”

 

“알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뮤의 리본을 다시 머리에 달아준다. 불이 붙은 상태 그대로.

 

“리뵨찌! 레뮤의 이쁀 리뵨찌갸 됴라와따…뉴늇? 뜌겨워어어어!! 머리찌갸 뜌겹댜규우우우!!”

 

  잠시 기뻐하던 아기 레뮤는 머리에 불이 붙은 사실을 깨닫고 폴짝폴짝 뛰고 바닥을 뒹굴며 날뛰었지만, 불길은 리본을 넘어 머리카락 전체에 옮겨붙어 더 격렬하게 타들어갈 뿐이었다.

 

“느느늣?! 레이무의 귀엽고도 귀여운 아가야가아아아!! 무슨지슬 하는고야아아아! 비러머글 할아범!! 당장 아가야를 구하라구우우우!!”

 

“난 니 말대로 리본을 돌려줬을 뿐이라구?”

 

  내 능청스런 대답에 레이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는지 양 귀밑털로 바닥을 팡팡 내리치면서 알아듣기 힘든 괴성을 내질렀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어느새 아기 레뮤는 리본과 머리카락이 전부 타버리고 피부도 검게 그을린 대머리 만쥬로 변해 있었다.

 

“쫌뎌…뉴뀨찌…이꾜시뼛….”

 

“아가야!! 레이무의 귀여운 아가야아아아!!”

 

“뉴와아아아앙! 온뉘야아아아!!” X4

 

“푸훕, 차라리 나한테 소리칠 시간에 니가 가서 직접 구해주지 그랬냐? 그랬으면 아마 리본은 몰라도 아기는 구했을지도 모를텐데.”

 

“어째서…어째서 이론지슬 하는고야아아아아아!!”

 

“아까도 말했겠지? 니들이 내 정원을 망쳐놔서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니들이 싫어. 그 비웃는 것같은 얼굴만 뿅뿅 뛰어다니는 기분나쁜 모양새도, 쓰레기나 뒤지며 사느라 풍기는 더러운 냄새도. 니들 같은건 이렇게 학대당해서 괴로워하다 죽는 것만이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구?”

 

“윳쿠리도…윳쿠리도 살아있는 생명이야!! 똥닌간들의 장난감이 아니라구우우우!!”

 

“으, 으음?!”

 

  어…이건 솔직히 예상 못했다. 기껏해야 ‘레이무는 더럽지 않아!’나 ‘레이무들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오오 어리석어 어리석어’ 정도 반응이야 기대했는데.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런 정론적인 말을 들을 줄이야. 내가 당황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레이무가 새끼가 죽은 슬픔에 눈물을 매달고 있으면서도 한줄기 웃음을 띄우며 소리쳐 말을 잇는다.

 

“늣!! 머리나쁜 할아범도 알아들었구나! 그래! 레이무도, 아가야들도, 다른 윳쿠리들도 다들 소중한 생명이야!! 소중한 생명을 그렇게 장난감처럼 취급한 잘못을 이제 알겠냐구? 알았으면, 사죄의 의미로 당장 달콤달콤을 가져오라구!!”

 

“가져오랴규!!” X4

 

  당황스럽다. 하지만 여기서 밀릴 수는 없다.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문제다.

 

“자, 자, 잠깐만!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 무슨 생명의 소중함 타령이야? 당장 밖에만 나가도, 바퀴벌레 공벌레 지렁이를 잡아먹는 윳쿠리가 사방에 널렸는데!! 하다못해 니가 오늘 쳐먹은 꽃들만 해도 생명이야 이 똥만쥬야!! 이게 어디서 잘난척 설교하고 있어?!”

 

“거, 거짓말하지 말라구!! 꽃씨들은 윳쿠리처럼 인사하지도 뿅뿅하지도 못한다구? 그런 꽃씨들이 살아있다니, 말도 안된다구!!”

 

“안되긴 뭐가 안 돼? 식물이라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 살아있는건 똑같다고? 그러니까 니들이 쪼만한 애새끼로 태어나서 니놈같이 크는 것처럼 꽃들도 새싹으로 피어나서 쑥쑥 커지는 거겠지? 살아있지 않은 것, 그러니까 모래나 돌멩이 같은게 그렇게 알아서 커지는 거 봤냐 이 똥만쥬야!”

 

“느느늣?!”

 

  레이무가 잠시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동자를 굴린다. 잠시 꽃이 생명이라는 것을 반박할만한 꺼리를 찾는 듯 하던 레이무가 포기했는지 다시 소리친다.

 

“그, 그렇다고, 꽃씨가 생명이라고 해서, 윳쿠리를 괴롭혀도 되는 건 아니라구!!”

 

“하아? 왜? 니들이 꽃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우리도 너네를 괴롭힐 뿐인데?”

 

“윳쿠리들은 살아 있어! 살아가려면, 뭔가를 먹지 않으면 안되는 거겠지?! 설령 그게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씨들도 똑같이 살아있는 것을 먹잖아!! 그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구! 뭔가를 먹어서 살아가고 아가야들을 낳아 생명을 순환시키기 위한, 신성한 일이라구!! 하지만, 할아범은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들을…레이무의 귀여운 아가야를 그저 즐기기 위해 장난감처럼 죽였다구!!”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새 감정이 다시 복받쳤는지 레이무가 양 눈에서 설탕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결연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그 박력에 주눅이 든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된걸까.

  얼마 전, 홧김에 시비거는 길윳을 짓밟기 전만 해도, 나는 살아있는 생명을 장난감 취급할 생각은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지금까지는 전혀 윳쿠리를 학대하는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아왔지만…과연 그것은 옳았던 일일까. 설령 윳쿠리가 먼저 잘못했다 해도, 단순한 시비나 잘못 정도로 윳쿠리를 장난감처럼 죽여도 되는 것이었을까?

 

  한참을 고뇌하던 나는 힘들게 다시 고개를 들어, 아직까지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던 레이무를 응시한다.

 

“그래…네 말이 맞다.”

 

“늣, 알아줬구나, 인간씨!!”

 

“그래…네 말대로, 윳쿠리가 뭔가를 먹는 것은 생명 본연의 자연스런 일이지만, 내가 이렇게 너희를 장난으로 괴롭히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겠지.”

 

“그 말이 맞다구 인간씨! 겨우 반성했구나!!”

 

“그래, 그러니까…너희가 뜰을 망쳐버렸다거나 못된 짓을 했다고 해서, 이런 짓을 하면 안됐던 거야.”

 

“그래, 인간씨, 알았으면 이제 당장 레이무들에게 달콤달콤을….”

 

“그러니까 역시 생명 본연의 자연스런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하자.”

 

“느? 느느? 그게 무슨….”

 

“여보세요, 거기 가공소죠? 예. 다름이 아니라 ~3동 ~로 000-00번진데요, 여기 들윳들이 집에 침입해와서요. 와서 좀 가져가 주실수 있을까요? 예 예, 감사합니다.”

 

“느, 느늣? 무슨일이냐구 인간씨? 가공소라니, 방금 뭔가 느긋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구?”

 

“맞아, 내가 너네좀 데려가 달라고 가공소를 불렀어.”

 

“느, 느갸아아아아아앗! 무슨지슬 한고야아아아!! 인간씨는 자신의 잘못을 안거자나? 반성한거자나?! 그럼 당연히 레이무들에게 사과의 뜻으로 달콤달콤을 산더미처럼 바쳐야게찌이이이!! 오째서 가공소를 부른거야아아아!!”

 

“아니, 하지만…너가 방금 먹는 건 옳지만 장난으로 괴롭히는 건 옳지 못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도 장난치는 대신 너네가 먹을 수 있는 만쥬가 되게끔 가공소를 부른건데….”

 

“느갸아아아아아아! 우, 우끼지마아아아!! 가공소 가튼건 피료없게찌이이이!! 레, 레이무는 아가야들과 함께 갈거라구우우우!”

 

“아, 얌마, 뭐하는거야? 기껏 불렀는데 니들이 여기 없으면 내가 난처해지잖아? 아…성가시게. 역시 발 정도는 구워놔야겠다.”

 

 

 

 

  • ?
    RLAWNGUS 2017.07.18 16:14
    흠 이것이 전투에는 졌지만 전쟁에는 이겼다는 것인가
  • profile
    심심한인간 2017.07.18 16:26
    만쥬는 생명이 있는 생물이 아닙니다.
  • ?
    령아 2017.07.18 16:41
    그러합니다, 먹을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제가 식재료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
    탊턂돎 2017.07.18 19:16
    아니지 그 윳쿠리가 내 소유의 살아있는 존재인 풀과 꽃을 그것도 많이 죽였다. 하지만 나는 생물 하나 그것도 모든 개체에게 해를 주는 윳쿠리 하나를 없애는 것이 그것과 같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 profile
    netpilgrim 2017.07.18 21:54
    하하하 결국 가공소 행이군요
  • profile
    무첸 2017.07.19 14:23
    PO가공소WER
  • ?
    타카타이 2017.07.19 15:00
    살아있는척하는 움직이는 똥만쥬따위를
    살아있는 식물과 비교하다니...
  • ?
    건달바 2017.07.31 23:04
    윳쿠리에게 논파따윌 당하다니...
    미숙한 인간씨라구!
  • profile
    PROTO-1221 2017.09.08 15:59
    재미있게 봤어요.
  • ?
    크림만쥬 2020.03.13 06:03
    우리가 우리한테 피해주는 벌레 몇마리 죽이는 건 일도 아니듯이 윳쿠리도 그러하다.
  • ?
    크림만쥬 2020.03.13 06:03
    우리가 우리한테 피해주는 벌레 몇마리 죽이는 건 일도 아니듯이 윳쿠리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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