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윳쿠리란, 인간에게 저항하는 식으론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윳쿠리들이
아기윳 사이즈에서 더 작아진 크기의 형태로 발달해
인간의 집안에서 숨어서 살게 된 윳쿠리들을 말한다.
즉, 바퀴벌레의 윳쿠리 버전이다.
바퀴벌레만큼의 강인함을 가지진 못하였지만
바퀴벌레 못지않은 윳쿠리 본연의 그 번식력만큼은 그대로 가져왔기에
한번 집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불어나 집의 구석구석을 장악해버리곤 한다.
그리고 이것은, 윳쿠리들의 하얀 사신, 시로이 쿄우진의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나 연구하느라 청소를 조수인 맛치에게 주로 맡겨왔던 시로이 쿄우진의 집안은
집윳쿠리들이 서식하기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집주인은 어째선지 허구헌날 집안에 없지, (정확히는 지하연구실에 짱박혀 있는 것이지만)
청소하러 돌아다니는 윳쿠리는 결국 윳쿠리라 청소에 한계가 있지,
자연히 구석구석엔 먼지같은 게 적당히 쌓이는데다 윳쿠리용 식량도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탓에
그 흰 옷의 남자의 집안은 사실은 집윳쿠리 천지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집주인이 입원해있는 동안 그의 조수들이 하는 청소 중에 일어나는 집윳쿠리와의 조우에 관한 이야기다.
"느와아! 엄청나게 큰 파츄리라구! 분명 도스라구!"
"도스! 마리사들을 느긋하게 해주러 온거냐제?"
"무, 무큐... 이런 때에 맛치는 어떻게 해야 하죠...?"
맛치의 경우, 종종 집윳쿠리들에게 도스로 대우받는 모양이다.
통상종보다도 2배는 큰 덩치를 가졌으니 집윳쿠리들에겐 이미 도스. 그것도 원종도스로 인식되어도 무리가 아니다.
겁쟁이에 마음이 여린 맛치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남자의 조수를 할 만큼의 지능과 지혜를 가진 윳쿠리. 맛치는 이 상황을 어찌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무, 무큐! 파츄리는 도스예요! 이 집의 윳쿠리들 모두를 느긋하게 해주려고 찾아왔어요!"
"느와이! 역시 도스였다구!"
"모, 모두를 데리고 모여주세요. 파츄리가 지금보다 더욱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 플레이스로 안내할게요."
맛치는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했다.
자신을 도스로 착각하는 이 윳쿠리들에게 자신이 도스라는 거짓말로 그 어리석은 믿음을 확고하게끔 하여
자신을 따르게끔 만든다. 그리고 맛치는 집안의 모든 집윳쿠리들을 거실의 테이블 밑에 집결시켰다.
"느와아! 도스다! 도스가 있어!"
"느긋한 집씨에서 느긋한 도스까지 만나다니 앨리스는 정말 도시파적이네요!"
"무, 무큐, 도, 도스는 지금부터 모두를 위한 달콤달콤을 가져오겠어요!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다, 달콤달콤!?"
"달콤달콤은 느긋할 수 있다제!"
"도시파적으로 기다릴게요!"
맛치는 부엌으로 갔다. 그곳에서 자신의 간식으로 받은 생크림 케이크 한조각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부엌의 서랍에서 집윳유도제를 꺼내 케이크에 뿌렸다.
집윳유도제. 이 집의 주인인 시로이 쿄우진이 발명한 상품 중 하나로
이것이 뿌려진 곳에 집윳쿠리들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집윳들을 파멸로 유도하는 물건이다.
오직 집윳쿠리에게만 효과가 있기에 일반 윳쿠리에겐 아무런 효과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맛치도 사용할 수 있다.
맛치는 집윳유도제가 뿌려진 케이크를 테이블 밑에 한가득 모인 집윳들 앞에 내려놓았다.
"무, 무큐, 도스가 가져온 달콤달콤이예요.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느와아! 케이크씨다!"
"케이크씨는 느긋할 수 있다제!"
"애, 앨리스는 참을 수가 없어요! 빨리 케이크씨를 도시파적으로 우걱우걱할 꺼예요!"
"웃기지 말라제! 케이크씨를 먹는 건 마리사님이라제!"
"다 꺼져 게스새끼들아! 케이크씨는 레이무꺼인 게 당연하잖아!"
맛치는 바닥을 청소할 걸레를 빨고 있다.
맛치로썬 보지 않아도 이미 저들의 운명이 어찌될 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바로 앞, 케이크가 놓여진 접시.
그곳에선 단 한조각의 케이크를 두고 수많은 집윳쿠리들이 죽고 죽이는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서로가 이 커다란 케이크를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자를 죽인다.
경쟁자. 그것은 친구였으며, 이웃이었으며, 가족이었던 자들이었다.
성체도, 아이도, 아기도. 서로가 서로를 죽여대며 단 한조각의 케이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다.
"케이크씨는 데이부꺼야!"
"마리사님의 꺼인 게 당연하다제!"
"응호! 도시파적이지 않은 강도씨들은 앨리스가 도시파적이게 상쾌!해서 꿰뚫어버리겠어요!"
"레뮤의 께끄찌 머찌마라제 써글 게쭈듈!"
"마쨔를 느그타지 모타게 하눈 게슈 부묘듀른 듀규라졔!"
모두의 입이 험악해져 서로가 폭언을 내뱉으며 상대를 물어뜯고 뭉개고 꿰뚫어 죽인다.
이것이 집윳유도제의 힘.
지극히 평범하게 잘 살던 개념있는 집윳들조차도 순식간에 게스로 만들어버려 서로를 죽고 죽이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 처절한 싸움은 언제나 승자없는 전멸로 끝을 맺는다."
"에휴... 드디어 끝난 모양이네요. 이제 케이크는 다시 냉장고에 넣고 맛치는 청소를 계속해야겠어요."
이것이 맛치가 집윳쿠리를 청소하는 방식이다.
한편, 플라티나의 경우는
"우와, 이거 구석구석 제대로 숨었네. 청소기도 닿지 않을 것 같은데?"
텔레비전이 놓인 서랍 뒷쪽.
공간이 너무 좁아 청소기도 닿지 않을 것 같다.
플라티나는 청소기를 가져와 입구쪽에 달린 부품을 분리하고
청소기의 원통부분에 집윳유도제를 뿌렸다.
그리고 거실의 한쪽에서 기다린다.
"느? 어디선가 느긋한 느낌이 난다구?"
"저쪽인 것 같다제."
구석구석에 숨어있던 집윳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온다.
유도제의 향을 따라 청소기쪽으로 다가오고있다.
"여기서 느긋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구?"
"근데 아무것도 없다제!"
"아니야! 저쪽이야!"
한 집윳쿠리가 가리킨 방향은 청소기의 입구.
집윳쿠리들은 우르르 그곳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티나는 청소기의 전원을 최소로 켰다.
저속으로 빨아들이는 청소기의 주둥이에
집윳쿠리들이 앞다투어 빨려들어간다.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이다. 평소같았으면 느긋하지 못한 괴물씨가 나타났네 뭐네 해서는 앞다투어 도망갔을텐데
지금은 유도제 하나 뿌린 것만으로 그 안쪽에 느긋한 게 있을거란 착각을 일으켜 앞다투어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집윳들은 그렇게 빨려들어가서야 깨달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함정이었음을.
하지만 때는 늦었다.
그곳엔 출구라곤 없고, 유일한 구멍은 공기가 한 방향으로 거세게 움직이고 있으며
그 구멍으로 속속들이 자신의 가족들이나 이웃들이 들어오고 있다.
모든 집윳쿠리들을 빨아들인 플라티나는 그대로 청소를 계속한다.
집윳쿠리들이 서식했던 곳에 보금자리랍시고 쌓아놓은 먼지들을 청소기가 닿는 범위까지 어떻게든 빨아들인다.
그렇게 청소기 속 집윳쿠리들은 자신들을 품어주던 먼짓덩이에 뒤덮여 청소기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뭐, 청소기 속은 내일 비우면 되겠지."
이번에 새로 들어온 플라티나의 동생, 금뱃지 몸첨부 플랑인 스파클은
"응기이익! 다, 닿아라...!"
"능갸아아아! 레이무한테 느긋하게 다가오지 말라구우우!"
아직 요령이 없어 청소기로 무작정 빨아들이려 하고 본다.
앞으로 어떤 독자적인 방법으로 숙련될 지는 지켜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