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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20:05

남극에서 온 그녀 -7-

mad
조회 수 132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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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제법 수북히 쌓인 오늘, 공원에는 애들이 신나게 눈놀이를 하고 있다.

누구는 눈싸움을 하고, 누구는 눈사람을 만들며, 누구는 눈밭에 눕고 팔다리를 휘둘러 천사를 그린다.

창밖으로 그 광경을 보던 레티도 같이 놀고싶어하길래 레티를 데리고 공원으로 왔다.

 

"와아! 눈 많다! 남극같다! 근데 남극보다 눈 부드럽다!"

"하하하하, 그렇게 좋아?"

"응! 레티, 신난다!"

 

레티가 아이들이랑 노는 것도 정서적으로 좋겠지.

겉만 봐선 글래머한 아가씨지만 저래봬도 따지고 보면 태어난 지 몇달 안된 애다.

남극에서 적응한 것과 높은 학습력 때문에 티가 잘 안날 뿐이지 어린애나 마찬가지다.

그런 레티이기에 이렇게 애들이랑 놀게 해주는 것도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럼 이제 실행에 옮겨야지. 난 놀고 있는 애들 무리에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 얘들아, 괜찮으면 우리도 끼워주지 않을래?"

"에에~? 다 큰 아저씨가 왜?"

 

아저씨라니, 나 아직 형이다

결혼은 커녕 대학졸업도 안한 사람한테...

 

"어, 어른들도 가끔은 애들처럼 놀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럼 혼자 놀면 되지 왜 우리랑 놀려고 하는건데?"

 

이 시건방진 꼬마가...

 

"저기, 레티, 모두랑 같이 놀고싶다. 안되나...?"

"오, 오오! 예쁜 누나다!"

"야, 어떻게 할래?"

"솔직히 놀아도 되지 않냐? 사람도 부족한데 두명 늘어난다고 나쁠 거 없고."

"그리고 저 누나, 엄청 예쁘잖아?"

 

나 봤다 저놈 눈빛 분명히 봤다

아까부터 나한테 시건방진 태도로 일관하던, 애들 중 리더급으로 있던 애가

레티를 보니까 므흣한 표정을 짓고는 태도가 180도 변했다.

너놈은 내가 예의주시한다.

 

"좋아! 같이놀자!"

"정말? 레티, 신난다!"

"그래서, 우리 뭐하고 놀까?"

"당연히 눈싸움이지 아저씨! 아저씬 저쪽 편, 누나는 우리편!"

"와아! 재밌겠다! 근데, 눈싸움이 뭐야?"

"응? 누나 눈싸움 모르는거야? 이렇게, 눈을 뭉쳐서, 상대한테 던지는거야!"

 

그리고 나한테 던지네 이놈

오냐 넌 시작하자마자 순살이다

근데 잠깐, 레티의 신체능력이면...

 

"잠깐만 얘들아? 레티, 한번 눈 뭉쳐서 저기다가 던져봐."

"저기? 응! 레티, 해볼게!"

 

레티는 아까의 꼬맹이가 한 걸 보고 따라하듯

눈을 주먹 하나크기의 사이즈로 뭉쳐선... 잠깐, 너무 압축하는데? 그 질량으로 그 사이즈라고?

위험해 저거 눈덩이가 아니라 이미 얼음덩이야 너무 뭉쳤어

그리고 레티는 그 얼음덩이에 가까워진 눈덩이를 내가 가리킨 허공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눈은 무슨 프로 야구선수가 던지는 투구마냥 세차게 날아가

지나가는 경로의 나뭇가지 몇개를 부러뜨리고는 산탄 터지듯 날아가던 방향으로 눈을 흩뿌리며 부숴졌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물론이고 같이 본 애들도 벙쪄서는 눈덩이가 지나간 그 자리만 멍하니 보고있다

 

"...레티."

"응? 왜, 마사히로?"

"눈싸움할땐 아무도 안 다치게 눈을 살살 뭉쳐서 살살 던지는거야."

"살살. 응! 알았어!"

 

저런 걸 맞으면 뼈가 시릴거다

여하튼 그렇게 눈싸움이 시작됐다

근데 잠깐, 왜 3대4야?

 

"어이, 왜 내쪽은 3명이고 너넨 4명이냐?"

"그야 아저씬 어른에 남자고, 누나는 연약한 여자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해야 공평하지!"

 

아까 레티의 그 스펙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냐?

하지만 어차피 이녀석들 처음부터 5명이라 사람 수가 안맞았었으니 별 수 없지

우선 5분의 시간동안 엄폐할 눈벽을 세울 시간이 주어졌다

핫핫핫, 저쪽 녀석들은 어설프구만. 내가 어렸을 적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보여주지!

니들이 고작해야 한손 두손으로 눈덩일 집어 뭉쳐놓을 때, 나는 이렇게 한다!

내 양팔을 벌리고 바닥에 엎드린 뒤, 불도저마냥 그대로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

그러면 내 범위만큼 눈이 파여짐과 동시에 앞과 옆으론 눈이 밀려올라가 자연스레 벽이 되어주지.

남은 건 그걸 견고하게 다지고 또 이걸 반복할 뿐. 내 얼굴이 눈범벅이 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야.

덕분에 5분의 제한시간이 지나자 저쪽은 수그려도 얼굴이 살짝 삐져나올 정도의 높이에 4명만 딱 들어갈

좁고 낮은 눈벽이 되었지만 내쪽은 나도 숨기 좋고 셋이 이리저리 다니기 좋은 큰 벽이 완성되었다.

 

"뭐, 뭐야 그 눈벽은! 치사하잖아!"

"어이 어이, 이쪽은 한명 부족하다고? 게다가 이건 반칙이 아니라 노하우일 뿐이야. 치사하지 않다고?"

"그으으읏...! 아저씬 내가 반드시 이길거다! 룰은 간단! 눈에 맞은 사람은 아웃! 전부 아웃된 팀이 패배!"

"심플해서 좋구만! 첫 아웃은 당연히 너겠지?"

"아냐! 아저씨야! 아저씨는 반드시 내가 이길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철없는 짓이었지만 그땐 괜히 투기가 올라서 말이지

그리고 말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제일 견제해야 할 것은 역시 레티다.

살살 던지라곤 했지만 그 능력치를 생각하면 완전히 저쪽 팀의 다크호스다.

레티는 특히 예의주시해야지

 

"그럼, 시~작!"

 

리더되는 꼬맹이가 시작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저쪽에선 무작위로 눈을 던지기 시작했다.

난 내 팀의 애들을 전부 눈벽에 숨게 한 뒤, 작전을 설명했다.

 

"한명은 안전한 데서 계속 눈덩일 만들어줘. 나랑 다른 아이 한명, 이렇게 둘이서 싸울게."

"알았어요 형아."

"와우, 너가 날 알아주는구나. 응 나 형이야 아저씨 아니야. 아직 대학생이니까 아저씨 아니라고."

"저기, 형. 빨리 시작해요. 저쪽 엄청 공격적인데요?"

 

눈벽 위로 빼꼼 내다봤다.

공격적이라곤 하지만 저쪽은 대책없이 자기가 눈덩일 뭉쳐 자기가 마구잡이로 던질 뿐이다.

우선적 타겟은 지휘를 하고 있는 저 리더 꼬맹이랑 레티, 이렇게 둘. 먼저 잡아야 할 상대다.

 

"좋아, 전투를 시작하지. 넌 다른 애들의 견제를 맡아. 난 레티랑 저 애를 상대할게."

"알았어요, 형."

"헝아, 눈덩인 이정도면 돼요?"

"오케이, 그렇게 계속 만들어줘. 그럼, 가자!"

 

전투개시.

내 옆의 아이가 다른 두명을 향해 눈을 던지는 동안, 나는 처음에 약속한 대로 그 리더녀석에게 눈을 던졌다.

그리고 한발만에 명중ㅋㅋㅋㅋㅋ

아아악 거리면서 짜증내면서 탈락자의 자리로 가는 그 꼬맹이

꼴좋다ㅋㅋㅋㅋㅋ​

나는 아직도 감을 못잡은 레티를 향해 두번째 눈을 던졌다.

하지만 레티의 본능적 감각은 항상 눈떠있었다.

무슨 액션영화의 주인공마냥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가뿐히 눈을 피하는 레티.

고개를 옆으로 숙이거나, 몸을 살짝 트는 것만으로도 레티를 향한 눈덩이는 레티의 몸을 비껴갔다.

내가 레티에게 무의미한 눈덩이를 던지는 사이, 내 옆의 동료는 상대 한명과 함께 동귀어진 해버렸다.

 

"아야야, 저 아웃이에요, 형."

"수고했어. 이젠 나한테 맡겨."

"형아, 저도 껴요?"

"아니, 일단은 계속 눈을 만들어줘. 내가 아웃되거나 내가 던져도 된다고 할 때까진 눈 만드는 데 집중해줘."

 

당장은 레티를 잡을 수 없다.

그럼 저쪽의 남은 꼬마 한명을 우선해서 잡자.

약간의 소요 끝에 드디어 그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젠 2대1. 하지만 내쪽은 한명은 제일 어린 아이라 전투력을 기대할 수 없고

결국은 나와 레티의 1대1 승부가 되겠군.

 

"어이 꼬맹이! 눈벽 안에서만 싸워야 한단 규칙은 없었지?"

"어? 그, 그렇긴 한데..."

"얘야, 내가 나가서 싸우기 시작하면 너도 눈덩일 던지렴."

"예? 나가신다니..."

 

난 양손에 눈덩일 하나씩 집고는 눈벽 밖으로 나가 레티를 향해 달려나갔다.

하나를 피한다면, 동시에 두개는 어떨까!

 

"간다, 레티! 내 회심의 더블어택이다!"

 

난 뛰어올라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론 피할 수 없는 간격으로 두개의 눈덩이를 동시에 던졌다.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피할 수 없을테고, 크게 움직이면 나도 재정비할 틈이 생기겠고, 피하지 못하면 레티가 아웃

자아 레티, 넌 어떤 선택을 할거지?

그리고 레티가 보여준 선택지는 또 나를 경악하게 했다.

눈벽을 뜯어 들어올려 두 눈덩이를 동시에 막은 것이다.

그리고 레티는 눈벽이었던 그 큼지막한 눈덩이를 그대로 내게 던졌다.

나로썬 공중에서 피할 길이 없다.

퍼석 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고, 온몸이 눈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엎어졌다.

어우 눈덩이가 아니라 눈벽을 맞으니 이거 좀 얼얼하네.

 

"...정말 넌 못당하겠다 레티."

"와아! 레티, 마사히로 이겼다!"

 

그리고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레티의 몸에 작은 눈덩이가 부딛혔다.

우리팀에 남은 마지막 꼬마아이. 레티가 날 이긴 것에 대해 신나서 방심한 틈을 타 눈을 맞춘 것이다.

 

"우, 우와아! 형아! 내가 이겼어!"

"레티,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란다."

"아우... 레티, 져버렸다..."

"하하하, 어이 꼬맹이! 우리 팀이 이긴 모양인데?"

"으아아악! 져버렸잖아!"

"레티, 어땠어?"

"우우... 레티, 졌다. 아쉽다. 그래도..."

 

레티는 진 게 아쉬워서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바로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답해주었다.

 

"레티, 즐거웠다!"

 

그 해맑은 대답이, 우리 모두에게서 승패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줬다.

 

"그렇지? 즐거웠지?"

"응! 레티, 모두랑 재밌게 놀았다! 즐거웠다!"

"그런거다, 꼬맹아. 즐거우면 된거야."

"...뭐, 뭐야 아저씨, 그런 건 나도 안다고!"

"하하하하하, 이야~! 재밌었다!"

 

이렇게 재밌게 놀아본 게 언제적이었더라.

레티가 오기 전엔 학업이네 알바네 하면서 바쁘기만 했는데

레티 덕분에 간만에 재밌게 놀아봤다.

이거이거, 레티한테, 그리고 남극기지의 사람들한테 감사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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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치다 마사히로의 남극기지로의 메세지(잡담)※

오늘 레티랑 같이 눈싸움했습니다.

근데 레티가 여태껏 눈싸움을 몰랐던데 남극에선 눈싸움한 적 없었나요?

 

※남극쇼와기지에서 코지마 연구원의 답장※

남극의 눈은 건조한 편이라 푸석푸석해서 잘 안뭉쳐진다네.

그리고 그동안엔 거의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밖에서 놀 새가 없었지.

애당초 연구하러 온 사람들이 기본이 영하인 남극에서 나가 놀 새가 있겠나?

...카드게임이라면 해봤지만 레티만 끼면 맨날 레티가 1등해서 난 카드게임 끊었지.

 

※남극 쇼와기지에서 아사쿠라 연구원의 답장※

눈싸움이라... 나도 어렸을 땐 자주 했는데 여긴 눈이 안뭉쳐져서 말이지.

노는 건 주로 실내에서 보드게임을 했었지.

한번은 레티를 벗겨볼 생각으로 옷벗기기 포커를 했는데 역으로 내가 벗겨졌어.

하필 그때 사각도 아니고 삼각팬티를 입었던지라 더욱 민망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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