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0.10.04 22:55

<장성을 넘어>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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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무[0c63]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간 뒤, 후지 맵스에 등록된 시간표보다 1분 가량 일찍 온 새하얀 61번 트램을 보고는, 급히 정거장으로 튀어나갔다. 극심한 대기 오염과 약한 빗줄기로 인해 한 치 앞도 제대로 안 보였지만, 산소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윳쿠리들에게는 그 정도의 대기오염은 딱히 문제 없었다.

 

 "허억... 허억..." 

 

화면 캡처 2020-10-08 213318.png

 

Tram.mp4 (클릭 시 원본 화질 재생)

 

 온통 하얀 페인트를 발라 놓은 황당한 배색의 차륜형 트램이 전기 모터 소리를 조그맣게 내며 부드럽게 출발하자, 레이무는 대체 왜 갑자기 후지의 검색 통제 시스템이 고장났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검색 엔진 팀이 무언가를 실수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모노크롬 웍스의 조잡한 국산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훨씬 컸다.

 
 몇 년 전 40년째 집권 중인 현 주석이 술자리에서 한 "우리가 만든 컴퓨터 우리가 쓴다제" 한 마디로 시작되어 정부와 모노크롬 웍스가 매년 수억 위안씩 들이부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컴퓨터 국산화 프로젝트는 예상대로 후지 등 자국의 IT 기업들에 대한 모노크롬 웍스 컴퓨터의 강매로 이어졌다. 3년 전부터 조잡한 컴퓨터 수만 대가 후지 서버로 유입되자 타이드 시티를 통해 수입된 고가의 외국산 컴퓨터들과 끝없는 호환 문제를 일으켰고, 아마 이번 고장도 그런 류의 문제일 것이었다.

 

"흐으음..."

 

 어느 새 약한 비가 거센 폭풍우로 바뀌어 있었고, 하늘도 캄캄하게 변했다. 운전사가 운전석 모니터 앞의 스위치들을 차례로 올리자, 딸각 소리가 나며 트램의 헤드라이트와 백라이트, 실내 등이 차례로 켜졌다. 운전석의 대부분 기능이 컴퓨터와 모니터, 키보드에 들어간, 후지에서 소프트웨어를 담당한 최신형 차량이었다.

 

 레이무는 검색 엔진 팀이 아니었기에 문제가 어디에서 튀어나왔을지에 대한 고민은 일단 멈추기로 했다. 하지만, 당에서 이 일을 어떻게 보고 누구를 처리하려 할지는 생각해 봐야 했다. 당에서 "단순 실수"로 판단하고 고장을 재빨리 고치는 선에서 넘어가 준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검색 통제 시스템 고장이 "반란 시도"로 취급된다면 동료들이 또다시 여럿 "사라질" 것이었다. 레이무 자신은 UI 팀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갑자기 "사라질" 가능성은 아주 적었지만, 컴퓨터에 설치해 둔 VPN이 걱정이었다.

 

 만약 VPN으로 정부에서 금지한 수많은 해외의 사이트들에 들어가 정부를 비판했다는 게 밝혀지면 후지에서 잘리는 정도가 아니라, 감옥에 처박혀 수십 년을 살아야 할 수도 있었다. 

 

 "뭐, 안 걸리면 장땡이지!"

 

 그 말과 함께, 레이무의 등 뒤에서 번갯불이 번쩍 빛나며 천둥 소리가 크게 났다. 

 

 "어?"

 "어라?"

 "느아아아!!!"

 

 천둥이 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먼 곳에 설치된 전력 공급 장치의 안전장치가 수압을 감지해 전기 공급을 끊자, 사방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져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암흑천지가 되었다. 

 

 [딸각]

 

 운전사는 곧바로 귀밑털을 뻗어 스위치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차 위쪽에 있던 비상용 수소 발전기가 가동되었다. 

 

 "느와이이..."

 

 암흑천지였던 호쿠쿄 시의 텅 빈 거리를 트램의 조명이 밝혔다. 빗물로 수위가 올라 물이 튀는 게 좌석에서도 보였지만 트램을 설계할 때 이론상 65밀리미터 수위의 물까지는 침수 없이 그대로 운행할 수 있게 했기에, 승객들의 저부가 모조리 녹아버리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공안에 구조 요청을 보낼 거니, 기다리고 있으라구요."

 

 타자 치는 소리가 잠시 울려퍼지다가, 이내 멈추었다.

 

 "큰일... 큰일 났다구요오..."
 "신호가 안 잡힌다구요오..."

 

 전기를 끊었다면 기지국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 단순한 사실을 패닉으로 중추팥소가 굳어 그 누구도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느으.."
 "춥다구우..."

 

 폭우로 추워진 공기가 히터가 꺼진 트램 내로 스며들었다.

 

 "전기를 아껴야 하니, 히터는 켤 수가 없다구요오. 최고 속력으로 달리고 있으니, 고도가 꽤 높은 후지 본사에 도착하...늣?"
 
 윳쿠리들의 눈에 들어온 건 그야말로, 거대한 파도였다.

 

 "느아아아!!!"
 "워뎨뎌 파도가 도시 한복판에 있는 거야아???"
 
 트램의 높이의 두 배가 넘는, 약 80cm 높이의 파도가 트램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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