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늣-차...늣-차.."
한 아이 마리사가 어. 음..그러니까.. 이걸 뭐라 해야 하나..
음.. 길쭉하게 몸을 늘인채로 자판기 밑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굉장히 느긋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꼴이지만
아이 마리사는 필사적은 표정으로 자판기 밑을 스멀스멀 기분나쁘게 기어다니다가
"차자따제!!!"
라며 기뻐했다.
아이 마리사가 찾은건. 먼지가 잔뜩 낀 오십원짜리 동전 하나.
그 더러운 동전을 마리사는 소중히 입 안에 넣어 두고-모자는 자판기 밖에다가 나름 숨겨놓았다- 계속 스멀 스멀 기어다녔다
"꽤나 성과가 좋았다제!"
슬슬 인적이 없어진 밤 무렵의 공원 식수대.
더러워진 몸을 살살 닦아내고 있는 아까의 아이 마리사.
아이 마리사는 자신의 몸보다 소중한듯 동전들도 깨끗한 물에 씻어냈다.
가로등 불빛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들을 모두 합치면 약 육백원 가량.
"운 좋으면 내일이면 다 모을거라제!"
아이 마리사는 무언가 목적이 있는 모양이다
"느그타게 다녀와따제."
라곤 해도 반겨주는 이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것은 아니다. 아기 레이무 하나가 마른 풀 침대 위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마리사는 아직 새끼를 칠 만큼 자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여동생이리라. 부모 윳쿠리가 일찍 죽는건 길윳쿠리에겐 흔하다는 말로도 부족할정도고.
느긋한 눈으로 자신의 여동생을 쳐다보는 아이 마리사
"늣?!"
하지만 당황한듯 두 눈을 크게 뜬다.
아기 레이무의 몸 위에는 붉은색의 선이 그어져 있었고
그 위까지 곰팡이가 묻어났던 것이다.
"느아아앗!! 아...안된다제.."
공원의 길윳 무리의 파츄리가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아이 마리사
파츄리는 아기 레이무의 몸에 매직을 그으면서 말했었다
"무큥, 이 선을 곰팡이가 넘으면 처분한다구요. 느긋하게 이해해줘요."
다른 윳쿠리들이 감염되지 않게 내다버린다는 뜻이다
큰일이다.
만약 다른 윳쿠리들이 여동생의 모습을 본다면.... 바로 파츄리를 불러올 것이고..
아이 마리사는 다시금 동전을 꺼내어 세본다.
어릴적부터 영특하다고 파츄리의 교육을 받아온 마리사기에 덧셈정도는 할수 있었다.
길윳쿠리만 아니였다면 최소한 은뱃지 정도는 받았을 윳쿠리지만. 이제와선 상관 없는 이야기다.
어쨌든간. 정확히 670원. 30원만 더 있으면 윳쿠리의 엘릭서. 오렌지 주스를 살수 있다.
"그래도 내일은 파츄리의 사냥일이라제.."
파츄리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사냥을 다녀온다.
사냥이라고 해봐야 음식물 쓰레기를 얻어오는 것이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식량 공급인 것이고
아이 마리사도 조금은 식량을 나눠받는것이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오직 내일만이 레이무의 생명이 보장받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윳신님..도와..달라제.."
아이 마리사는 젖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음날.
"오늘은 힘든 날이 될거라제. 배씨를 든든하게 채운다제!"
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잔뜩 먹어 치운 아이 마리사는, 말했던대로 힘든 날을 시작했다
공원의 모든 자판기 밑을 샅샅히 찾아서. 화장실도 찾고.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위험지대인 카페 근방도 찾아봤지만. 동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전자 결재 시대의 부작용(??)이였다.
아이 마리사는 공원의 농구장 구석의 그늘에 앉아서 훌쩍이고 있었다
"이러면 안된다제..마리사의 소중한 여동생이..."
오늘이 아니면 안되는데. 가혹한 운명은 아기 레이무를 파멸로 이끌고 있었다.
"늣?!"
그때였다.
농구장에서 놀던 어린 인간의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가 떨어진것은.
"느아아아아앗!!!!"
인간에 대한 공포와 파츄리의 주의도. 순간적으로 팥소뇌에서 사라졌다
마리사는 윳쿠리라는걸 믿을수 없을 정도의 초고속으로-라고해봐야 인간이 걷는것보다 조금만 더 빠르게- 뛰어들어 동전을 물고 그대로 도주했다
동전이 떨어진지도 몰랐던 아이와 그 어머니는
"엄마! 윳쿠리야!!"
"지지야 지지, 더러워 죽겠네 진짜."
그런 폭언도 아무렇지 않을정도로 소중한 동전이였다
한참을 도망친 아이 마리사는 입에서 동전을 꺼내어 확인해본다
백 원
눈물겨운 숫자였다.
이제 오렌지 주스씨를 살수 있다.
아이 마리사는 기쁨 시시를 지려대면서 자판기로 향했다
아무도 없다는걸 확인한 아이 마리사는 자판기를 향해 다가갔지마는..
아이 마리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자판기를 쓸수가 없었다.
동전 투입구도. 주문 버튼도 너무나도 멀리에 있었다.
어째서 자판기 사용법을 배우려고 인간들을 염탐할때는 그걸 생각하지 못한걸까
아이 마리사가 망연자실 하고 있을떄
"뭐하는거니?"
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늣?!"
아이 마리사가 반사적으로 뒤돌아본다.
아이 마리사의 뒤에 있는건
시커멓고 길쭉한 두개의 막대기.
아이 마리사가 시선을 올리자 굵은 막대기 두개는 점점 굵어지더니 하얀 부분에서 하나로 합쳐졌고 그 위로는 검은색 물체에 막혀서...
"늣?! 인간씨?! 마리사는 잘못한거 없다제!!"
그냥 인간 여성이였다
"그냥 뭐하냐고 묻는데."
"늣. 마리사는 오렌지 주스씨가 필요하다제!!"
인간에게 거짓말해봐야 죽기밖에 안된다. 길 윳쿠리로서의 길진 앉은 삶이지만 그정도는 아이 마리사도 알기에 아이 마리사는 동전을 내놓으며 솔직히 대답했다.
"그래?"
인간은 마리사와 자판기를 번갈아 보더니
"으, 더러운데." 라는 말을 하며 티슈 몇장을 꺼내서 마리사를 들어올려 주었다
"느읏! 마리사가 하늘을 날수 있는 날개를 얻었다제!!!"
"그런말 진짜로 하는구나... 생각보다 깨끗하네?"
아이 마리사가 내놓은 동전을 살펴본 인간은 의외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매일밤마다 마리사가 깨끗히 닦은 동전이니까.
"칠백원을 넣었으니까. 맘대로 뽑아보렴."
인간의 말에 아이 마리사는
"그런건 정해져 있다제!! 여동생의 목숨을 살려줘어어어!!!"
라면서 오렌지 주스 주문 버튼을 눌렀다
"늣?"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저기 마리사. 그거 800원인데."
"늣?! 그럴리가 없자나아아!! 저번엔 분명 700원씨였다제에에에!!"
아이 마리사가 다시금 오렌지주스 캔을 주시한다.
800원이였다
"...그새 올랐나보네..."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이 마리사가 패닉을 일으켰다.
어째서 이런 불행이 아이 마리사와 여동생을 덮치는가.
사실. 아이 윳쿠리치고는 꽤 잘 버틴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손 안에서 윳쿠리가 꾸물꾸물거리며 경련하는 꼴을 즉시 죽여버리지 않고 봐주고있는 인간 여성이 착하지 않다는것은 아니다.
"잠깐 마리사."
"늣?"
"여기 이것도 오렌지 아냐?"
"늣?! 그러타제!!"
오렌지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 병.
700원.
마리사는 망설이지 않고 버튼을 곧바로 눌러버렸다
덜컹.
"이거면 여동생을 구할수 있다제!!!! 언니야 고맙다제!!"
인사를 하고 내달리는 아이 마리사.
"그런데 마리사. 그거 열수 있어?"
라는 말에. 내달렸던 거리를 순식간에 돌아와서
"부탁드립니다.. 오렌지 주스씨 열어주세요..."
라면서 땅에 이마를 조아렸다
마리사의 골판지 하우스.
어찌 어린 윳쿠리 둘이 살아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허술한 집은 문짝도 제대로 없었다.
그리고 그 구석의 아기 레이무는 윳쿠리가 보더라도
'이건 글렀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온몸이 곰팡이 덩어리였다.
정말이지 파츄리의 인내심도 대단한 것이였다.
"레이무!! 레이무!!!! 오렌지 주스를 가져왔다제!!!"
"늇?! 쥬슈쯰?!"
아이 마리사의 힘찬 외침에 간신히 깨어난듯한 아기 레이무는 두 눈을 희망으로 빛냈다
이 고통만 가득했던 눈에 빛이 돌아온게 얼마만인가..
아이 레이무도 마찬가지로 눈에 눈물을 채워다
"여기 마리사."
인간은 병 뚜껑을 열어서 아이 마리사에게 건넸다
"고맙다제에에!!! 레이무!!! 잔뜩 꿀꺽 꿀꺽인거라제!!!"
아이 레이무가 간신히 입을 벌리자. 아이 마리사는 콸콸콸 퍼붓기 시작했다
아기 레이무의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
몸의 곰팡이들은 점점 작아지고
더럽기 짝이 없던 피부도 말끔해지고
개털같던 머리카락도 뽀송뽀송해진다
말 그대로 재탄생.
"늇-삐!!"
아기 레이무 완전 회복!!!
아이 마리사는 기쁨에 겨워 주스 통 따윈 집어 던지고
아기 레이무에게 달려가 포옹을 한다
..라고 해봐야 걍 뺨 부비기지만
"그런데 마리사."
갑자기 자매 재회의 기쁨의 순간을 방해하는 인간에게 일순간 짜증이 치솟았지만
그래도 고마운 인간이니 말이나 들어주자며 아이 마리사는 몸을 돌렸다
"이거, 오렌지 주스 아닌데?"
"늣?"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마리사
"언니야, 그게 무슨.. 헛소리냐제?"
"아니, 이거 주스 아니야. 이거 그냥. 오렌지향이 좀 들어있는..탄산수인데?"
인간은 주스 병을 내민다.
탄산수, 오렌지향 첨가.
하지만 아이 마리사는 글씨를 해석할 수준까진 못된다.
애완윳쿠리도 극소수만 가능한 일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톡 쏘는 탄산수에다가 오렌지 냄새만 좀 넣은 물건이라서. 오렌지 주스랑은 전혀 다른 음료수야. 쉽게 말하면.. 오렌지 냄새나는 물."
문득 스치는 공포.
아이 마리사는 천천히 몸을 돌려. 아기 레이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게쓔...듀거..."
원망 섞인 유언을 마지막으로. 아기 레이무는 죽었다
그냥 물도 아니고 톡톡쏘는 탄산에게 온몸을 구타당하며 잔인하게 녹아죽어버린것이다
믿음의 힘이라는걸까. 오렌지주스라고 생각했을땐 온몸이 깨끗하게 복원되더니만
탄산수라고 하니 순식간에 녹아죽다니.
"어째서 그렁마를 하는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인간씨!! 속였구나 인간씨!!!"
"아니, 이걸 고른건 마리산데.."
"느아아아아아아앙 레이무우우우우ㅜ우우웅 마리사의 여동생이이이이이이이!!!"
울부짖는 아이 마리사를 두고 인간은 자리를 떴다.
"쟤도 이미 글렀네."
이미 레이무의 시체에 비벼대느라 옮아버린 곰팡이를 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