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0.09.18 22:23

솎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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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어찌보면 귀엽고 어찌보면 징그러운 움직임으로.

밀가루 반죽으로 된 거죽과 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구멍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을 가족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흔하다면 흔하지만 인간은 딱히 볼 일이 없는 그런 장면.

윳쿠리의 동물형 출산이다.

 

체념90%, 혹시나 하는 기대 10%라는.

마치 몇년전 있었던 월드컵의 한 경기를 지켜보는 관객이 떠오르는 그런 표정을 한 가족 윳쿠리들이

그 구멍을 하염없이 바라본지가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뉴규타게 이쯔라규!!!"

 

라는 탄생의 선언과 함께 첫 아이가 나타난다.

 

이 순간. 가족 윳쿠리들의 표정은 10%의 희망이 50%라도 된 양 조금 밝아졌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는 않았고

아기 레이뮤는 자신에게 인사를 해주지 않는 가족들을 이상하다는듯 둘러보고는 두번째 말을 뱉었다

 

"오쨰서 인사씌 해쥬지 아나?! 레-뮤의 인쨔를 바다쥬지 아느면 게-쯔 게찌이이이이?!?!?!? 아라드러쯔면 달껌달껌 바치랴규!!!"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50%로 치솟은 희망은 0%로 바닥난듯 가족들의 얼굴은 아주 어두워졌다

 

"뉴..뉴규치..! 히끅! 뉴..뉴귯,.."

"이 듀료운굔 뭐냐규!!!"

 

둘째는 희망이고 나발이고 도저히 생길리가 없는 장애 윳쿠리였다.

흔한일이다. 제대로 영양을 챙기기도 어려운. 더군다나 애가 둘이나 딸린 길윳쿠리가 

산모에게 풍부한 영양을 줄수는 없으니까.

뱃속에서 두 태아가 경쟁하다, 더 게스인쪽이 영양분을 독차지하고 

나머지는 장애윳이 되거나 태아조차 되지 못하고 모체에게 다시 흡수되는 일은.

 

 

아비 마리사는 비참함과 체념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새끼를 쳐다보았다

원래대로라면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새끼들을 핥아주며 사랑스러움을 만끽해야겠지만

마리사의 얼굴은 이미 그런것 따위는 씨가 마른.

 

아니

 

좀더 자세히 본다면 

그런 희망과 사랑따위를 포기하기를 강요당한 윳쿠리의 얼굴이였다

 

산모 레이무는 분위기를 느낀듯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이 레이무가 가져다 준 더러운 휴지로 자신의 더러워진 저부와 구멍을 닦을 뿐이였다

 

 

"이 게쮸들!!! 모하고 이쪄!!!!"

오직 갓태어난 레이무의 고함과

"뉴규치...뉴규치.....뎌..뉴규..."

태어나자 마자 생명의 불꽃이 져가는 장애 마리사의 마지막 숨결만이 둥지를 가득 채웠다.

 

윳쿠리 수준이라도 

잎을 씹어 만든 이유식을 먹이고 잘 보듬어준다면 목숨은 건질수 있을텐데

그 어떤 윳쿠리도 장애 마리사를 구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분쯤 뒤.

벌써 지쳐버린 아기 레이무가 밥좀 달라고 애걸할때쯤.

장애 마리사는 숨을 거두었다.

 

마치 그러길 기다렸다는듯. 둥지의 문이 덜컥 열린다.

 

문 너머에 있는것은 파츄리였다.

둥지에 있는 윳쿠리들보다는 훨씬 깨끗한. 마치 산책나온 애완윳 같은 느낌의 윳쿠리였고

그걸 증명하려는듯 모자에는 은색 뱃지가 달려있었다.

다른점이라면 은뱃지에 '공'이라고 쓰여있다는 정도일까.

 

파츄리는 지겹다는듯한 표정으로 마리사와 산모 레이무를 둘러보았다

레이무는 지친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아비 마리사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이건 이미 죽은것 같고... 나머지 하나는..."

"뉴늇!"

 

파츄리와 눈을 마주친 아기 레이무는 자신을 최대한 어필하려는듯 그 작은 몸을 늘렸다

"레-뮤 니메게 달컴달..."

"어서 하세요. 처음하는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파츄리는 아기 레이무의 말을 끊어버리고 아비 마리사에게 말을 할 뿐.

 

"알았다제."

아비 마리사는 몸을 움직여 아기 레이무에게 다가간다.

 

"뉴ㅡ 뉴... 레-뮤니메게 게스 파퍄가 드디어 달컴달컴을 쥬려는겨냐규!! 느져찌만 빨리 내노라규!! 늇? 레-뮤의 리-본쯰?!"

"아가야들, 엄마좀 도와달라구?"

마치 깜빡했었다는듯한 말투로 산모 레이무가 입을 열자 두 아이 윳쿠리는 산모 레이무에게 고개를 돌렸고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기 레이무의 짧은 윳생이 끝났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마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잠깐이나마 자신의 아기였던 레이무와 마리사의 머리 장식을 파츄리에게 건넸다

파츄리는 말없이 리본을 받아 모자에 넣었다. 잠깐 보인 모자의 안에는 이미 다섯개쯤 되는 아기 윳쿠리의 머리 장식들이 언뜻 보였다.

 

 

"아가야들? 달콤달콤이 있다제!"

억지로 꾸며낸 밝은 목소리.

산모 레이무의 몸을 닦아주던 아이윳들은 화색이 돌며 달콤달콤.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여동생이였던 윳쿠리들의 시체에 달려든다.

 

본능이 시키는대로 주둥이를 시체에 쳐박기전에

마지막 이성의 끈이 작동한듯 파츄리를 올려다보는 장녀 레이무

 

"늣! 파츄리님도 달콤달콤 드시겠냐구?"

파츄리는 고개를 저었다.

 

 

 

 

 

 

 

파츄리는 둥지를 나서 문을 닫았다.

 

흔하디 흔한 국민 윳쿠리 하우스였다.

좀 다른 것이라면 '시 정부의 재산임' 이라고 쓰여있다는 정도.

 

 

이 공원, 그러니까 시립 윳쿠리 공원에 있는 윳쿠리들의 숫자는 엄격히 제한된다.

정확히는 보급되는 사료가 엄격히 제한된다.

윳쿠리 부부와. 아직 독립하지 않는 윳쿠리 둘 정도만 간신히 키울수 있을 정도로.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인간의 규칙은. 공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중 단 한송이도 윳쿠리가 먹을수 없게 했다.

오직 시들어 땅에 떨어저, 추한 쓰레기가 된 이파리만을.

그나마도 청소부가 쓸어간 다음 남은것들만을 먹을수 있다.

 

그런걸 백날 모아봐야. 임신 한번이면 이런 결과가 나오고 만다

하지만 파츄리는 입에 풀칠도 못하면서 아기 윳쿠리를 만들고 마는 윳쿠리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오직 밝고 예절있는 모습만을 시민들에게 보여야 하는 윳쿠리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오락은. 그나마 먹을거리가 조금 많아지는 가을에.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이정도면 괜찮아!! 충분해!!' 라면서 

끓어넘치는 번식욕구를 해결할수 있는 그 행위 뿐이였다

 

마치 과거 인간이 그러했던 것처럼.

 

물론 그 행위의 결과는 보통 이렇게 끝난다.

특별히 양육을 허가받을수 있는. 예절바르고 똑똑한 윳쿠리가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런 비참한 영양상태로는 오직 한두마리의 게스윳쿠리만이 뱃속에서 살아남을 뿐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은 없는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생명줄인. 파츄리의 사료 보급을 받기 위해서는.

아무리 게스라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갓 태어난 새끼를 스스로의 몸으로 눌러 죽이는 방법 뿐이였다.

 

 

 

 

 

이러한 일을 처음 하는것도 아니건만.

파츄리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 집은 식물형 임신을 한. 무려 열매가 7개나 달린 윳쿠리 앨리스가 사는 집이였다.

분명히 한마리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울고 불며 매달릴것이다.

 

파츄리는 한숨을 멈추고 마음을 다잡은채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늘만 해도 새끼 20여마리는 솎아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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