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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8 00:19

노예 레뮤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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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미쿄 시의 하늘은 온갖 산업 시설들을 수십 킬로미터 밖으로 치워 버린 덕에 엄청나게 맑고 깨끗했다. 이 맑고 깨끗한 하늘 위로, 제트기 다섯 대가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며 솟아올랐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무큐... 기자 무리에 둘러싸이는 것보다는 엔진 소음에 둘러싸이는 게 훨씬 낫다구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우매한 대중을 상대하는 건 힘들지요.”

 

 하얀 동체에 큰 글씨로 “제국항공” 이라고 쓰인 에어로윙 705기가 대현자와 수행원들을 태우고 날아올랐고, 그 주위를 S-11 전투기 4대가 지켰다. 인간들의 비행기와 비교할 수 있는 크기의 705기가 기수를 오니이 시 방향으로 틀고 시속 500킬로미터로 날아가자, 전보를 받은 140킬로미터 떨어진 오니이 공항의 제4활주로가 비워지기 시작했다.

 

 “기장입니다. 이 비행기는 약 20분 후 오니이 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즐거운 비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 승객들은 일제히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현자와 비서실장,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정보국장은 보안을 위해 비행기 앞쪽의 회의실로 향했다. 20분에 불과한 비행 시간 동안에도 얼마든지 대화가 도청될 수 있었기에, 단지 “느긋한 수다”를 위해 도청 방지 기능이 있는 회의실로 향한 것이었다. 적어도, 다른 승무원들에게는 그렇게 말해 두었다. 

 

 “1번 패널 체크 완료!” 

 “하부 배선 체크 완료!”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제국항공 여객기를 징발해 개조하고 회의실을 쓸 때마다 보안 검사를 하는 등, 국방부와 정보국은 이 일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회의실은 주로 몇 시간씩 걸리는 장거리 비행을 위해서 가동되었지만, 대현자의 기내 집무실 천장에서 도청기들이 쏟아져 나온 뒤로 단거리 비행에도 보안 검사가 상대적으로 쉬운 회의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각하,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정보국 요원이 대현자에게 보고하자, 대현자와 비서실장, 국방부장관, 외교부장관, 정보국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정보국장은 카세트 테이프를 들고 들어오며, 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이걸 한 번 들어 보라구요.”

 

 정보국장은 테이프를 플레이어에 집어 넣고, 스위치를 올렸다. 치직거리는 소리가 나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래, 방금 생각이 나서 말인데, 인쇄기를 최대한 매입해 둬. 돈을 찍을 수 있는 기종으로.”

 

 “나는 로버트 무가베가 아니라구. 내가 인쇄기를 사려고 하는 건, 제국 정부 몰래 '타이드 시티 달러'를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킬 만큼 찍어 내서 이것저것 수입하고, 그걸로 타이드 시티를 이기려는 거라구.“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찍어내서 수입을 늘리면 제국 쪽에서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우리 공화국에는 '정보총국'이 있어. 오니이 시 교외의 공장 하나를 통째로 빼돌리는 정도의 능력을 지닌, 밀수에는 아주 도가 튼 윳쿠리들이 널렸다구. 우리는 그저 달러를 찍어서 쥐여 주고 일을 시키기만 하먼 돼.”

 

 “이 뒤로는 무선 교신 내역입니다.”

 

 정보국장이 갑자기 집중하기 시작한 참석자들에게 알렸다.

 

 “여기는 타이요 1호다.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께서 내리신 추가 지시 사항이 있다.”

 

 “여기는 1호 무전실이다. 계속하라.”

 

 “여유 자금을 모두 타이드 시티 달러를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하라. 반복한다, 여유 자금을 모두 타이드 시티 달러를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하라.”

 

 “여유 자금을 모두 타이드 시티 달러를 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하라는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의 추가 지시 사항을 확인했다. 즉시 중앙위원회에 전달하겠다. 추가 지시 사항이 있나?”

 

 “없다. 통신 종료.” 

 

 “통신 종료.”

 

 “후우...”

 

 테이프가 덜그럭거리며 돌아가다가 자동으로 나올 때까지도, 회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런 옘병.”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정적을 깬 건 국방부장관이었다.

 

 “각하,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놈들 전부 다 즉여버려야 합니다! 어찌 감히 대국에 소국이 전통으로 내려오는 도리에 어긋나게 반역을 꾀한단 말입니까?!? 각...” 

 

 일시에 화가 폭발한 국방부장관을 귀밑털을 들어올리는 것만으로 제지한 윳쿠리는 대현자였다.

 

 “정보국장님, 이 녹음은 언제 어떻게 한 겁니까?”

 

 정보국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제 오전 11시경에 로렌시아 공화국 수도를 나가는 리무진에서 저희가 설치한 무전기를 통해 보안 채널로 전송되었습니다. 리무진 바로 위에서 체공하던 개조형 705기의 정찰 센서를 통해 수집되었고, 2시간 뒤 최고급 인쇄기 8기의 수입이 확인되었습니다.”

 

 “흠.”

 

 대현자는 잠시 귀밑털을 뻗어 펜을 들고 공책에 무언가를 잠시 끄적였다.

 

 “그냥 놔둬.”

 

 “예?!?”

 

 회의실의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생각해 봐. 근삿값을 통해 계산하면 타이드 시티는 3대 시중은행들의 인쇄기 100여 기를 통해 하루에 지폐 9600만 장을 뽑아 내. 5초당 1장씩, 용지 한 장에 지폐 16장이 들어가는 건 이미 알고 있고, 최고의 윳원과 장비를 갖추고 있으니까 불량률은 0%대겠지. 요즘 미쳐버린 경제 성장률과 타이드 달러의 기축 통화화를 감안하면 24시간 돌아가도 통화량 부족이 일어날 거고.”

 

 “하지만, 로렌시아 쪽 인쇄기는 불과 8대에, 숙련된 윳원과 고화질 인쇄판, 안정적 전력 모두 없어. 그런 걸 감안하지 않고 계산해도, 8/300이 얼마나 많을 것 같냐? 그 또라이들이 군사 프로그램 예산과 조폐국 인쇄기까지 끌어다 쓰지 않는 이상, 초인플레 따위는 없어. 이상, 해산.”

 

 회의실 문이 열렸고, 회의 참석자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었다.

 

 —————

 

 “... 이상으로, 제 117회 부정기 당 비상회의를 마칩니다. 각 정부 부처는 이 회의에서 결정된 주요 내용 세 가지, '미사일 프로그램과 확산탄 프로그램 예산의 70%를 사용하여 인쇄기와 발전 시설, 지폐 도안 등을 마련하고 그 돈을 산업 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를 즉시 이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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