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설정, 가공소, 쓰다보니 학대가 안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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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소라니!"
어제까지는 새로 배정된 숙소에 짐을 풀고, 여기에서 사용할 옷을 받았다. 다행인지, 룸메이트인 베이커 씨는 무언가 사러 숙소를 나가 있어서 혼자 입어보았는데 기분은 아주 최악이었다. 그 이유는 에이에게 배송된 옷, 일명 가공소복 때문이다. 심플하게 군복의 디자인과 매우 유사하지만 색깔만은 회색 단색으로 구성된 물건이 상 하의로 두 벌씩. 왜 있는지 모르겠는 워커가 두 켤레씩. 마지막으로 가공소복과 같은 색의 야구모자 하나. 겉보기에는 괜찮지만, 이 옷의 진정한 단점은 질감이다. 뭔가 끈적거리면서 거칠게 피부를 스치는데다 입고 뛰면 알 수 없는 진물까지 발생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옷. 일설로는 섬유공장이 없는 행성의 경우 도스종을 대량 양식한 후 그 모자로 가공소복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지만 가공소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정한 사실이다. 무튼 이렇게 착용감이 안 좋은 옷을 입고 2년을 윳쿠리 뒤치다꺼리나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기분의 저하에 일조하는 듯 했다.
그런 어두운 마음을 안고 숙소에서 출발하는 가공소 행 통근버스에 몸을 실은 에이의 눈에 곧 가공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번쩍거리는 굴뚝, 깨끗한 외관에 비해 우중충한 건물들,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 나무 한 그루 없이 풀밭이 펼쳐진 너른 평원을 통과한 버스는 톨게이트 같은 입구를 통과해 건물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이윽고 가공소 정문 앞에 멈춰섰다. 버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에이 씨, 에이 씨 계십니까?"
빈틈없게 생긴 남자였다. 옷의 진득한 냄새와 끈적이는 질감에 진저리를 치던 중이라 에이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에이 씨?"
"...네?"
남자의 말은 간단했다. 지금 내려야 한다는 것, 자신의 근무지는 여기에서 좀 떨어져 있다는 것, 거기까지는 걸어가야 한다는 것. 주위에 탄 다른 사람들은 부러움 반 안쓰러움 반으로 이 상황을 보고 있다. 부러움은 뭔가 꿀보직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안쓰러움은 뭔가 굉장히 안 좋은 보직을 받으러 간다는 데서 나오는 동정. 실제로 가공소에서 소수만 뽑는 보직은 대부분 아주 좋거나 아주 좋지 못한 보직이기 때문이다. 가령 윳쿠리 사체속 쓰레기 처리라던가 비료화 공정 부분이라던가. 전자와 같은 일명 헬보직은 돈은 더 주지만, 차라리 안하고 만다는 쪽이 다수이다. 남자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에이는 불길한 기분을 감추며 따라 걸었다.
가공소 본관에서 조금 걷자 한 건물이 나왔다. 마치 유치원 같기도 하고 양계장 같기도 한 그 부속건물은 단층으로 이루어진 긴 건물이었다. 새 건물의 냄새가 나는 문을 연다. 문에는 '윳쿠리 구제과 병설 윳쿠리양육소'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몇 명인가 직원이 에어컨 앞에서 바람을 쐬고 있다. 찰리가 문을 열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쏟아졌다. 에이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몇 명인가와 그리고 이어지는 통성명. 포니테일을 하고 노란 앞치마-그것도 빨간 글씨로 '느긋하게 있으라구'가 수놓인-를 입은 여직원은 델타 씨. 윳쿠리 기초교육 담당이다. 츄리닝 바람에 빡빡이 머리를 하고인사하다 서류철을 우수수 떨어뜨리며 멋쩍게 웃는 남직원은 에코 씨. 윳쿠리들에게 체육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한 명. 웃쿠리 양육소는 아직 신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TO가 적어 이번에 온 병역대체자 중에서는 한 명만 뽑기로 했다고 한다.
"축하해요. 그래도 컨베이어에서 살아있는 것들을 죽이지는 않잖아?"
델타 씨의 심심한 위로에 에이는 조금 기운이 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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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성명에 이어진 것은 양성소 둘러보기. 양성소의 윳쿠리 양성 과정은 1. 우량 윳쿠리 분류, 2. 윳쿠리 기초 양성, 3. 윳쿠리 심화 양성, 4. 사역윳으로 일선 배치의 4단계라고 찰리는 소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따라 양성소를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길게 배치된 양성소의 가장 끝 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생산실'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유리창으로 들여다보자 큰 창고의 반 정도의 공간 속에는 자연을 인위적으로 모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해가 들어오고, 풀이 무성하고, 물이 흐르고, 땅이 있는. 이 곳에는 윳쿠리들의 집으로 보이는 굴이 몇 개 보였다. 찰리가 손에 든 패널을 조작하자 하늘에 설치된 급여기에서 먹이가 떨어진다.
"밥 시간이랍니다. 잘 먹겠습니다!"
급여기에서 놀랍게도 목소리가 나온다. 스피커가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굴에서 몇 마리의 윳쿠리가 힘차게 튀어나온다. 그들은 빠르게 먹이를 뿌린 곳으로 이동한다. 그 움직임은 능숙했다.
"어? 이건 신기한데요?"
"뭐가 신기하시죠?"
에이는 아까부터 묘한 위화감을 느끼던 참이었다.
"왜 묭종밖에 없는 거죠?"
그러자 찰리는 대답 대신, 직접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에이와 함께 생산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묭은 느긋하다묭! 인간씨 오랫만이다묭!"
"그래 느긋하게 있어. 그러면 우두머리에게 데려다줄래?"
"알았다묭!"
묭은 폴짝폴짝 뛰어 우거진 수풀 저편으로 이동했다. 찰리와 에이는 윳쿠리 묭을 쫓아 풀숲을 헤쳤다.
"묭! 우두머리다묭!"
넓은 광장같은 곳이 있고 그곳에는 아주 커다랗고 기품이 느껴지는 윳쿠리 요우무가 있었다. 뭐 다 묭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은 따지자면 '도스 묭' 정도 되려나? 거친 피부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듯 했고, 머리띠의 옆에는 나뭇가지가 아닌 진짜 검이 끼워져 있었다.
"묭 20, 오랬만이다."
"오빠..야. 잘...지냈냐...묭?"
"대장은 나이가 너무 든거야. 인간씨, 너무 신경쓰지 말라구!"
옆에서는 보좌역인지, 마찬가지로 머리띠 옆에 과도 정도 되는 칼을 끼운 젊은 묭이 거든다. 찰리는 도스 묭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묘하게 그리움을 느끼는 손길이다.
"아아. 그래. '상경!'할 아이들을 데리러 왔어."
"상경...씨냐묭.... 묭...60..준비...를"
젊은 묭은 곧 뛰어나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네 명이다묭! 그리고 한 아이는 '약속의 아이'다묭!"
똘망똘망한 눈빛의 아이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다른 윳쿠리들이 시도때도 없이 아가리에서 떼국물을 줄줄 흘리는 모지리들인 데 비하여 이 녀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은 듯 하다.
"제대로 네 명. 받았다."
"다들, 무사씨!의 유서깊은! 팥소통이다묭! 보!증! 한다묭!"
"에이 씨. 준비한 상자에 이들을 넣어주세요. 그리고 먼저 나가 주세요"
에이는 준비한 상자와 라무네를 꺼냈다. 라무네를 먹일 때도 아이윳들은 조용했다. 보통은 "달콤달콤이다!"라느니 시끄럽게 구는데 말이지. 조용히 잠든 이들을 상자에 넣고 에이는 먼저 생산실을 빠져나왔다. 찰리는 조금 늦게 생산실을 빠져나왔다.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찰리는 양복의 안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냈다. 그리고는 아이윳들을 하나하나 꺼내 크기를 쟀다.
"10CM는 되야 해요, 지름이. 이 녀석들 생후 3주 정도 됐거든요. 기억해 두세요."
찰리는 당부했다.
"그 '약속의 아이'는 뭔가요?"
"자 여기를 보세요."
찰리는 단정한 얼굴로 자고 있는 한 아이 묭을 꺼냈다. 그것을 본 에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귀가....!"
"네. 귀가 있는 아이들을 '약속의 아이'라고 합니다. 원시 윳쿠리의 흔적이죠. 이 아이들은 귀중한 자원이에요.'
좀 징그럽지만, 이라고 찰리는 작게 덧붙였다.
"그럼 '상경!'은 뭔가요?"
"음...그건 말이죠. 여기 윳쿠리의 교육에 대해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끝에서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기초교육실'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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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부끄러운 게 함정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