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읏... 느으읏...”
2주 전 홍수가 일어났을 때 오니이 시에서 탈출한 윳쿠리 레이무는 아직도 사막을 떠돌고 있었다. 낮의 뜨거운 모래바람과 밤의 차가운 눈보라를 뚫고 어디일지 모를 “윳쿠리 플레이스”를 향해 가려고 할수록, 점점 더 윳국에 가까워질 뿐이었다.
오니이 시를 탈출하기만 하면 느긋하게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레이무는 2주 동안 사막에서 떠돌아다니며, 서서히 마르고 지쳐 갔다.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한 지 열흘이 넘었고, 1주일 동안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했다. 레이무의 시야가 점점 뿌옇게 번지며 흐려졌다.
"느읏... 느으으...”
그 때, 레이무의 눈 앞에 기적처럼 다른 윳쿠리들이 나타났다. 사막 한복판에서 토러스 건설의 로고가 그려진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수백 마리의 윳쿠리들에 의해 지어지고 있었다.
레이무는 아직 자신이 제국의 영토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팥소를 모두 토할 뻔했지만, 힘겁게 구토를 참고는 몰래 구조물 주위에 다가갔다.
“느읏차... 느읏차...”
레이무는 이 구조물이 세워진 언덕 위에 올라가서 이게 저 멀리 도시까지 연결된 선로였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최대한 조용히 화물열차 아래의 짐칸에 숨어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열차가 시끄러운 모터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마 지나지 않아 열차는 갑자기 멈춰 섰고, 주위에서 시끄러운 말소리와 엔진 소리, 모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조용히 짐칸에서 내려 승강장으로 나갔다.
“느와이이...”
화물열차의 짐칸에서 내린 레이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숨막히게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수백 개의 고층 빌딩들과 거대한 크레인들이 빛을 내뿜었고, 그 사이로 열차들과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음직였다.
“자유항 타이드 시티는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이 도시에 오신 분들께서는 부디 도시에 들어가시기 전에 승강장 좌측의 출입 관리소를 거쳐 주시기 바랍니다.”
레이무는 안내 방송이 시키는 대로 승강장 왼쪽에 늘어선 줄의 맨 뒤에 섰다. 승강장 위에서 오토자이로 두 대가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낮게 날았고, 그 아래에서는 긴 창으로 무장하고 푸른색 베레모를 쓴 윳쿠리들이 돌아다녔다.
“느읏... 레뮤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구...”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자, 레이무의 순서가 되었다. 레이무가 출입 관리소 안으로 들어가자, 회색 베레모를 쓴 앨리스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레이무가 앨리스를 따라 건물 깊숙한 곳의 흰색 방으로 들어가자, 검은 베레모를 쓴 앨리스가 레이무를 반겼다.
“어서 오라구요. 이 도시에는 왜 왔는지 말해 달라구요.”
앨리스가 위압적인 태도로 레이무에게 물었고, 레이무는 잠시 얼어붙었다.
“레뮤는 대윳제국의 노예였는데, 도망쳐 나와서 사막을 떠돌다가 여기 왔다구요오... 레뮤는 여기서 살고 싶다고요...”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종이에 펜으로 무언가를 계속 적었다.
“8be7a318.”
앨리스가 레이무의 피부 아래에 쓰여 있는 “제국 윳쿠리 등록 부호”를 읽었다. 제국 조세부에서 황족들부터 노예들까지 모든 윳쿠리들이 태어날 때 무작위로 부여하고 피부 아래에 새기는 8자리 16진수 숫자였다. 엄격한 신분 구별과 세금 징수를 위해 태어난 직후 저부 바로 위의 피부 안쪽에 새기는 이 숫자들이 제국의 2,500만 윳쿠리들의 법적 이름이었다. 약 43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가졌고, 죽은 윳쿠리의 번호를 다시 쓸 수 있었기에 이론상 번호 고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잠깐 기다리라구요.”
앨리스가 밖으로 나간 뒤, 종이 네 장을 들고 왔다. 앨리스가 레이무에게 건넨 두 장의 종이에는 각각 “국적 포기 각서”와 “타이드 시티 거주권 신청서”라고 쓰여 있었다.
“시간은 많으니 꼼꼼히 읽고, 많이 생각하고 결정하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