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0.07.13 00:15

노예 레뮤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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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의 건국절 연설이 있겠습니다. 모두 혁명적인 박수로 맞이하여 주십시오.”

 

 혁명광장에서 수천 마리의 윳쿠리들이 박수를 치자, “수령”은 연단 한 가운데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수령 파츄리입니다.”

 

 다시 한 번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윳쿠리들이 대윳제국의 도움을 받아 위대한 돌격주의 혁명으로 이 위대하고 강력한 '로렌시아 돌격주의 윳쿠리 공화국'을 세운 지 무려 10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외부의 '거짓말쟁이 반동분자'들의 악랄하고 치졸한 위협은 오늘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 위대한 나라를 강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위대하고 강력한 나라를 악랄하고 치졸한 반동분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이 위대하고 강력한 로렌시아 돌격주의 윳쿠리 공화국의 국민인 여러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위대하고 강력한 나라를 위해 악랄하고 치졸한 거짓말쟁이 반동분자들의 꼬드김에 넘어가지 말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 만세! 위대하고 강력한 로렌시아 공화국 만세!” 

 

 수령이 연설을 마치자, 군중들의 함성 소리가 이어졌다. 수령은 군중들의 반응을 확인하고는, 양 귀밑털을 위아래로 부딪혀 박수를 치고 연단이서 내려왔다. 연단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국산 최고급 리무진의 문이 열렸고, 수령은 곧바로 리무진의 푹신한 의자에 눕다시피 했다.

 

 “수령 동지, 연설은 잘 끝내셨습니까?”

 

 비서실장 묭이 수령에게 물었다. 수령은 연설을 잘 끝냈다고 말하려다, 문득 연설 도중의 실수가 생각나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무큐... 중간에 '반동분자' 앞에 '거짓말쟁이'를 붙이는 걸 잊어버렸다구. 대실패라구.”

 

 “그래도, 대실패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다구. 이 연설의 목적은 '로렌시아 공화국' 에는 '위대하고 강력한'을, '반동분자'에는 '악랄하고 치졸한 거짓말쟁이'라는 수식이 자동으로 따라붙도록 계속해서 주입하는 거였는데, 중간에 뭘 하나 빼먹으면 효과가 크게 즐어들 거라구. 그리고, 이런 실수가 그대로 라디오로 생중계되었으니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께서는 절대 실수하시지 않는다'라는 힘겹게 주입시킨 개념이 손상될 거라구.”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아,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더 강조해서 이야기하는데,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는 '방금 연설을 끝마치고 네 옆 자리에 탄 어느 파츄리'가 아닌, '어느 포스터에나 그려져 있고, 어느 라디오에서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어느 산에나 시뻘건 붓글씨 서체로 새겨진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여야만 한다구.”

 

 “다시 한 번 더 강조해서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무진은 어느 새 도로에 깔린 전차 레일의 안내를 따라 수도 경계 지역을 넘고 있었다. 리무진에는 수령과 비서실장만이 뒷좌석에 타고 있었지만, 리무진의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도로의 전차 레일 덕분에 이동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자동차 안에 실린 무전기를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보안이었다.

 

 “아, 그래, 방금 생각이 나서 말인데, 인쇄기를 최대한 매입해 둬. 돈을 찍을 수 있는 기종으로.”

 

 비서실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보아하니, 어지간히 당황한 듯 했다.

 

 “나는 로버트 무가베가 아니라구. 내가 인쇄기를 사려고 하는 건, 제국 정부 몰래 '타이드 시티 달러'를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킬 만큼 찍어 내서 이것저것 수입하고, 그걸로 타이드 시티를 이기려는 거라구.“

 

 비서실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찍어내서 수입을 늘리면 제국 쪽에서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수령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공화국에는 '정보총국'이 있어. 오니이 시 교외의 공장 하나를 통째로 빼돌리는 정도의 능력을 지닌, 밀수에는 아주 도가 튼 윳쿠리들이 널렸다구. 우리는 그저 달러를 찍어서 쥐여 주고 일을 시키기만 하먼 돼.”

 

 그제서야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령은 창 밖으로 학교 한 번 구경해 보지 못한 가난한 농민 윳쿠리들을 보면서도, 아무 느낌 없이 풍경을 즐겼다. 그 사이 비서실장은 수령의 지시 사항을 종이에 휘갈겨 끄적이기 시작했다. 두 시간 뒤 수령이 잠을 잘 동안, 비서실장은 앞자리로 옮겨서 제국산 최신형 군용 무전기를 켰다. 무전기를 몇 번 만지자, 통신망은 자동으로 돌격당 당사 무전실에 연결되었다. 

 

 군사용 암호화 기능을 갖춘 제국산 무전기는 로렌시아 공화국에서 만든 조잡한 무선 전신기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가졌고, 로렌시아 공화국은 똑같은 무전기 수십 기를 수입해 쓰고 있었다.

 

 “여기는 타이요 1호다.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께서 내리신 추가 지시 사항이 있다.”

 “여기는 1호 무전실이다. 계속하라.”

 “여유 자금을 모두 타이드 시티 달러를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하라. 반복한다, 여유 자금을 모두 타이드 시티 달러를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하라.”

 “여유 자금을 모두 타이드 시티 달러를 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하라는 위대하고 강력하신 수령 동지의 추가 지시 사항을 확인했다. 즉시 중앙위원회에 전달하겠다. 추가 지시 사항이 있나?”

 “없다. 통신 종료.”

 “통신 종료.”

 

 “후우...”

 

 비서실장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해가 질 시간이 되자 리무진의 라이트가 자동으로 켜져,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집단농장의 길을 환하게 밝혔다.

 

 —————

 

 “무전기에서 들어온 정보는 잘 기록되고 있나?”

 “예, 국장님. 단 1초도 빠짐 없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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