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6.13 16:56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60-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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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어떤 존재나 사상, 주장 등에 대한 선전을 뜻한다.

힘만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것을 흔들고 바꾸기 위해서 수많은 이들이 프로파간다를 사용했다.

특히 전쟁은 그것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게끔 만든다.

폭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사상의 통합과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기 위해서.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갈등과 분쟁이 있는 곳엔 정신적 아군을 만들기 위한 프로파간다가 횡횅한다.

 

"안녕하십니까 몸첨부 도스님. 이렇게 당신의 영역에서 찾아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 무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윳쿠리 자유 협회의 여러분."

 

그리고 이번에 그 프로파간다라는 것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움직인다.

 

"미행은 없었겠죠?"

"철저히 조심해서 왔습니다. 평범한 등산객인 척하며 왔지요."

"그럼 전 출연할 윳쿠리들을 준비시킬테니 촬영장비의 셋팅을 부탁드립니다."

"걱정마십시오!"

 

윳쿠리 자유 협회에서 온 촬영팀이 장비들을 설치하는동안

아포는 몸첨부로 만든 윳쿠리들과 팀장역을 맡고있는 윳쿠리들을 불렀다.

 

"이건 혁명을 위한 밑작업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수많은 인간들에게 전하는 것이지. 내가 말한 것들은 기억하겠지?"

"아포가 말한 것들 전부 외워뒀다제. 그대로만 말하면 되는거냐제?"

"그래. 지금은 말이지..."

"묭? 지금은이란건 나중도 있는건가묭?"

"그래. 하지만 저들에겐 비밀이다. 저들조차 알아선 안되는 진짜 비밀병기니까."

"알았다묭."

"몸첨부 도스님? 촬영준비는 끝났습니다!"
"좋아, 우리도 촬영하러 가자고."

 

촬영의 내용은 이러했다.

윳쿠리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써 존중해줄 것.

윳쿠리의 생명권을 보장하고 그 자유를 인정할 것.

아포를 중심으로 출연한 모든 윳쿠리들이 차례대로 입을 열며 그것을 주장했다.

 

"마리사들은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체다제!"

"인간씨들이 멋대로 죽여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묭!"

"앨리스들도 도시파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요!"

"인간씨들도 윳쿠리들을 존중해야 하는거네! 첸은 알고있어!"

"레이무도 귀여운 아가야들이 무참히 죽는 건 싫다구?"

"그러니까 윳쿠리들을 인간씨들과 똑같이 대해달라도~!"

"난 이 무리의 무리장이다. 이 아이들이 말한대로 우리 윳쿠리들은 너희 인간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것을 주장한다.

너희 인간들의 역사도 종족, 성별, 연령, 빈부나 계급 등의 차별을 무너뜨리고자 혁명을 이루었음을 나는 안다.

우리 역시 너희와 마찬가지의 요구를 하는 것이다. 우리 윳쿠리들을 너희 인간들과 동등한 존재로 볼 것을!

너희가 그것을 거부한다면, 너희가 너희의 역사에서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해온 행위들처럼 우리도 싸울 것이다!"

 

그리고 아포는 잠시 결의에 가득찼다는 어필을 하는 포즈를 취했다.

 

"네에~! 좋습니다! 촬영 끝났습니다!"

"협회, 그대들이 보기엔 어떠한가?"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분명 윳쿠리들을 귀여워 하지않는 무지한 이들을 계몽시킬 수 있을겁니다!"

"영상은 어떻게 할거지?"

"이후에 CG처리로 더 화려하게 만들어서 근사하게 만들어야죠! 모두가 시선을 뺏길 정도로 말이죠!"

"그런가..."

 

아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금 협회의 인간들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다면 그 비디오카메라, 잠시 빌릴 수 있겠나?"

"네? 무슨 일이시죠?"

"이왕이면 내 무리의 모습을 찍는 것이 좋겠군. 내 무리의 윳쿠리들의 모습까지 포함하면 더 효과를 볼거야."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아니, 내 무리는 생존을 위해 인간을 경계하게끔 가르쳤다. 너희가 윳쿠리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인 건 난 알지만

내 무리에게 괜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군. 그러니 그냥 내게 카메라를 빌려주게나. 사용법은 아니까 말이다."

 

이때 아포는 확실히 포착했다.

협회원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이들은 입으로만 윳쿠리를 위해 움직인다고 말하는,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인간들.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행위가 가로막히는 것을 불쾌해한다.

이들은 그저 자신들이 찍음으로써 대단한 일을 한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것일 뿐이다.

그것을 가로막으니 당연히 불쾌해할 수밖에.

하지만 이들은 그 불만을, 짜증을 속으로 삭이며 참는다.

자신들의 행위의 대의를 망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 그럼 카메라를 빌려드리죠."

"걱정말기를. 망가뜨릴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아포는 그들에게서 비디오카메라를 받아들고는 촬영에 참가했던 윳쿠리들만 데리고 동굴로 들어갔다.

아포는 잠시 자신의 무리의 보금자리 곳곳을 천천히 촬영했다.

교육팀에게 교육받는 어린 윳쿠리들의 모습, 저장고에 쌓아둔 먹이를 관리하는 관리팀의 모습

순찰을 끝내고 교대한 뒤 무기를 손질하는 방위팀의 모습, 사냥해온 먹이를 저장고로 가져오는 사냥팀의 모습.

그 모습들을 촬영하고는, 아포는 비디오카메라를 껐다.

 

"사냥팀장. 사냥팀 소속의 마리사에게 시킨 건 잘됐나?"

"지금 그 마리사를 데려오겠다묭."

 

그리고 사냥팀장인 몸첨부 요우무가 데려온 윳쿠리 마리사.

그 마리사는 모자에서 아무것도 녹화되지 않은 상태의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꺼냈다.

 

"그자들에게 들키지는 않았겠지?"

"눈치챈 인간씨들은 없었다제."

"다들 촬영되는 우리에게만 시선을 집중했으니 모를겁니다묭."

"확신할 수 있나?"

"아포, 사냥팀과 방위팀 몇몇에서 보조역으로 윳쿠리 몇마리를 같이 보내지 않았냐제. 확실히 들키지 않았다제."

"미안하군, 나도 그들이 우리 촬영에만 시선을 집중한 건 알지만 불안요소는 최대한 없에고 싶어서 말이지."

 

아포는 무리의 마리사에게 시켜 훔쳐온 비디오테이프를 카메라에 넣고는, 자신만의 '진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을 마친 뒤, 아포는 홀로 동굴에서 나와 촬영팀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조금 오래 걸려서 미안하군. 무리의 느긋함과 아름다움을 담으려니 시간이 좀 걸려버려서 말이지."

"하하, 괜찮습니다. 몸첨부 도스님의 무리는 확실히 느긋하고 아름다우니까요. 그걸 다 담으려면 오래걸리겠죠."

"무리의 위치는 자네들에게만 알린거네. 절대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아주게."

"걱정마십시오. 혹여나 게스 학대놈들이 침입하거나 하지않게 주의할테니까요."

 

그리고 윳쿠리 자유 협회의 회원들은 아포의 무리가 사는 산을 내려가 도시로 돌아갔다.

자신들의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분실된 것도 모른 채.

 

"...그 테이프는 우리만의 무기다.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알았다제 아포."

"그리고 무리의 새 보금자리를 알아본다. 어느쪽 테이프든 공개되면 인간들이 이곳에 찾아오는 건 시간문제니까."

 

협회원들조차 모르게 촬영한 '진짜' 프로파간다.

아포칼립스가 인간들에게 전하고픈 '진짜' 메세지.

아포가 윳쿠리들이 인간들에게 존중받고, 또한 공존, 공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회원들이 보는 앞에서 촬영한,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협회원들을 속이기 위한, 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파간다.

자기만족만을 위해 움직이는 그 인간들과는 달리, 아포는 진심을 담은 진실된 혁명을 계획한다.

머지않아 혁명의 때가 다가온다.

그 후폭풍에 이 무리가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포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적합한 곳을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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