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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 18:53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62-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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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들, 잠시 집합하라."

 

아포의 무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다른 무리들과는 확연히 비교되게 활발한 활동으로 번성해나가고 있다.

돌과 나뭇가지로 만든 무기를 들고 주변을 순찰하며 사냥을 하고

모아온 먹이의 양을 측정하며 앞으로 배분할 양을 계산하고

어린 윳쿠리들의 보호와 교육을 진행한다.

초석을 다진 것은 무리장인 아포칼립스이지만

이제는 아포가 없어도 각자의 역할을 맡은 팀의 팀장들이 자신들의 팀을 지휘하며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며칠 전 한 무리의 인간들이 왔다 간 뒤로 다소 뒤숭숭해진 상태다.

 

"무리가 소란스럽군."

"그럴만도 하다제. 아포는 인간씨들을 경계하게끔 가르쳤는데 전에 온 인간들은 윳쿠리들에게 우호적이었다제."

"분명 무리의 윳쿠리들은 혼란해진 거다묭."

"그렇다면 너희 무리장들이 무리에게 전해라. 그들은 자신들이 느긋하기 위해 윳쿠리에게 우호적인 척하는 게스라고."

"무리장, 왜 앨리스들이 해야하는 건가요? 무리장이 직접 전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요?"

"이번엔 정반대다. 난 그들과 직접 접촉하는 입장. 무리의 윳쿠리들이 납득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 무리의 일원들에게 좀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너희가 해줘야 하는 일이다."

"알았다구! 레이무들이 무리에게 잘 말해주겠다구!"

"그리고, 무리장들은 오늘 밤부터 나에게서 특강을 들어야겠다."

"제? 특강이라니 뭐냐제?"

"우리들 윳쿠리의... 능력에 대해서다."

 

그날 밤, 아포의 무리 거의 모두가 잠들었을 때

아포와 각팀의 팀장들은 동굴 밖으로 나왔다.

 

"우선적으로 묻지. 믿음의 힘에 대해 어디까지 신뢰하나?"

"묭? 무슨 뜻인건가묭?"

"믿음의 힘. 그 자체는 알겠지. 그 힘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믿고있느냐는거다."

"으음... 앨리스는 믿음의 힘씨가 존재한다고 믿어요."

"레이무도 마찬가지라구. 하지만 믿음의 힘씨가 어디까지 힘이 닿는지는 모르겠다구."

"마리사는... 지금은 믿지 않는 쪽이라고 해야겠다제? 단지 그러려니 하는 것만으로는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제?"

"요우무도 마리사랑 크게 다르지 않다묭."

"흐음... 팀장들 의견은 반반인 셈인가. 확실히 외부적인 요소는 믿음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지."

"그렇다제."

"하지만 윳쿠리 자체는 어떨까? 자신의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면 그 변화는 이루어질까?"

 

팀장들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어려웠던 모양이군. 답은 '그렇다'이다."

"제? 그, 그렇냐제?"

"나의 존재가 그 증거다. 팥소를 변이해 빛을 내고, 괴력을 휘두르고, 광선을 쏘고. 믿음의 힘의 결과다."

"우와~! 대단해요!"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말하면 믿음의 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 물론 강한 믿음을 필요로는 하지만."

"묘묭? 그럼 그건 무엇인거냐묭?"

 

그 질문에 아포는 자신의 왼팔의 피부를 찢어 팥소를 보여주면서 대답했다.

 

"느늣!?"

"이거다. 우리의 팥소, 우리의 피부, 우리의 신체. 그것을 이루는 세포들이 가진 잠재력이다."

"세포의... 잠재력?"

"나는 잠시 어떤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실험체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자는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였지.

난 그자를 통해 그자가 연구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으로 지금의 존재에 이르렀지.

윳쿠리는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하나의 세포가 모든 부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그만큼 많은 기능을 가졌지.

하지만 윳쿠리는 그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할 힘이 부족하고, 또한 무언가를 배운 역사도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았지. 성장하질 못한거야. 허나 우리는 늘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살았다.

너희 둘이 몸첨부가 된 것을 생각해봐라. 세포 하나하나에 정신을 기울여 그것을 깨웠지 않았나?"

 

방위팀장인 마리사와 사냥팀장인 요우무, 관리팀장 앨리스.

이 셋은 확실히 아포의 지도 아래 자신의 팥소 하나하나에 집중한 결과, 자의로 몸첨부로 각성했다.

 

"그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몸을 딱딱하게 하는것도, 부드럽게 하는것도,

늘이는 것도 줄이는 것도, 뛰어다니는 것도 기어다니는 것도, 보는 것도 보지 못하는 것도, 듣는 것도 듣지 못하는 것도,

우리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영향으로 우리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속도는 세상에 사는 그 어떠한

동물들보다도 가장 빠른 속도이지. 윳쿠리 최대의 강점은, 신속한 자유자재함인 것이다."

"그, 그런 거였냐제!?"

"묘묭, 확실히 여태까진 그런 걸 생각해본 적도, 그런 윳쿠리를 만난 적도 없었다묭. 무리장이 유일했다묭."

"인간들의 고급 용어중에 '자기암시'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가 가진 믿음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지.

낫지 못할거라 여겨진 병이 낫거나 해내지 못할 일을 해내거나.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한계는 존재하지.

인간은 아무리 맹신해도 맨몸으로는 날 수 없다. 숨을 안쉬고 하루를 버틸 수도 없지.

결국 자기암시는 평소에는 힘을 지나치게 소비할까 몸이 본능적으로 억제하던 것을 몸이 필요를 느끼고 한계를 푼 것이다.

헌데 우리들 윳쿠리는 그것을 인간보다 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고, 또한 그 폭도 넓지. 올바로 이해만 한다면."

"느느, 우리들에게 그런 힘이 숨겨져 있었는지는 몰랐다구..."

"허나 이 경지에 다다르고자 한다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해, 세계의 각종 법칙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의 응용.

거기에 그것을 해낼 때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자주 주변의 동물을 잡아먹는 이유가 그것이다.

내 능력은 터무니없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무리가 평소 섭취하는 먹이론 그 에너지를 충당할 수 없거든."

"앨리스는 아포가 몸이 크고 강하니까 무리의 먹이를 절약하려고 그런 줄 알았어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무리를 유지하기엔 충분한 양이지만 '날' 유지하기엔 부족하니까."

"근데 왜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거냐제?"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

 

달빛이 푸르다. 오늘밤은 구름이 없어 더 환하다.

그 빛속에서 팀장들을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아포가 스스로 갈라낸 피부가 저절로 붙은 것이다.

 

"놀라운가? 너희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제!?"

"너흰 내가 팀장이란 직책을 오래 맡겨둘만큼 현명하다. 내 가르침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생활에 적용시켰지.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너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떻게 현명해져 가는지. 어떻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되는지.

너희라면 올바르게 쓸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자기자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 난 너희에게 그 비법을 전수할 것이다."

 

팀장들은 또 한번 놀랐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완전히 예상 밖인,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아무리 현명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윳쿠리.

그 문명이, 사고관이, 기존의 윳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다.

지금의 무리장을 이 무리의 절대자로 군림시킨 힘. 그것의 독점을 포기한다.

윳쿠리로썬 지금껏 생각해본 적 없는 발상이었다.

 

"난 이 혁명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내게 이 다음은 없어. 너희는 혁명 이후 나를 대신해 이 무리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지식과 지혜는 물론이고, 그 힘까지도 일정수준 물려받아야 한다.

너희에게 한정하는 이유는 이것 자체가 습득하기 매우 어려운 일인 데다가, 이 힘에 대한 인지가 와전되면

불가능한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조차 제멋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세계를 거스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너희 이외의 무리가 이 힘을 습득할 수 있음을 인지하면 무리가 오만해질 수 있다. 그것은 파멸을 부른다.

때문에 이렇게 다른 모두가 잠든 시각에 너희만 불러 비밀리에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다."

"그... 그렇군요..."

"허나 또한 명심해라. 이 힘은 윳쿠리라는 종족 자체가 진보하는 길. 이 힘을 얻을 자격을 갖춘 이들이 나타나면

너희 역시 그들에게 전수해줘야 한다. 독점하지 말아라. 난 종족 전체가 진보하길 바란다. 내가 없더라도 나를 대신해

너희가 윳쿠리들을 가르치고, 충분한 지식과 지혜를 터득한 윳쿠리들에게 이 힘의 습득을 도와라.

우리 종족은 이 이상 제자리에 멈춰있어선 안된다! 이제라도 나아가야 한다! 종족 자체의 진보를 해야 한다는거다!"

 

아포칼립스는 시로이 쿄우진을 증오한다. 그는 가장 많은 윳쿠리들을 가장 무자비하게 죽여온 자이다.

하지만 그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윳쿠리를 생명체로써 인정하는 인간이다. 가장 윳쿠리를 이해하는 자이다.

그래서 시로이는 윳쿠리가 신인류의 씨앗임을 믿는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욕을 위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그것이 꽃을 피우길 원치 않는다.

그것을 아포칼립스는 당당히 엿먹이고 지금 꽃피우고자 하는 것이다.

아니, 반드시 지금 이 순간은 아닐지언정 언젠가 반드시 꽃이 피게끔 하고싶은 것이다.

윳쿠리라는 종족이 생명체로써 존중받는 것에서 나아가, 신인류로써 현재의 인간과 나란히 서기를 바란다.

아포의 혁명은 인간사회에서의 윳쿠리의 존중을 목표로 하지만

최종적으로 바라는 목표는 윳쿠리의 신인류로의 각성이다.

비록 자신은 그것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혁명이 그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의 날, 윳쿠리라는 종족이 인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존공생하기를 희망한다.

 

"그럼, 우리들 윳쿠리의 신체의 구성에 대해서부터 가르치도록 하지."

 

그 최종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후대의 일.

아포칼립스는 그 후대를 키우는 첫번째 교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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