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5.30 15:37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54-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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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윳쿠리의 면역체계에 대해 연구할까 한다."

"...그래서 이 많은 시험관들은?"

"각종 병원균의 샘플들. 이야~ 구하느라 힘들었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허리 숙이고 부탁하느라."

"이거 공기중에 퍼트리거나 하면 안되는거 맞지?"

"아무렴 절대 안되지. 병원균이 공기중으로 퍼져버리는데."

"그런 걸 참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온단 말야 주인은."

"내 연구소에 위험하지 않은 게 몇개나 되겠냐?"

"그건 그래."

 

시로이 쿄우진의 연구실 테이블엔 영어가 적힌 라벨이 붙은 여러 유리병들이 있었다.

인간, 동물, 식물 등에 영향을 미치는 온갖 병원균들이다.

물론 이마저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병원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윳쿠리가 인간이나 걸리는 병에 걸린다는 소문들이 있지만 그 근원을 따져보면 그 윳쿠리가 먼저 그것에 대해 들었다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꼭 붙게 마련이거든? 즉 일종의 노시보 효과라는 가능성이 더 크단 말이야."

"노시보 효과?"

"무큐! 맛치는 배웠어요!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예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해롭다고 여길 때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거요!"

"윳쿠리는 심신일체의 생물이라 정신적 영향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 흔히 말하는 믿음의 힘 말야.

윳쿠리가 걸리는 질병 중 일부는 그러한 믿음의 힘의 부작용으로 자가적으로 발현하는 경우도 있거든.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정확한 데이터야. 그러니 윳쿠리에게 직접 병원균을 투여해봐야지."

 

실험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늦은 저녁, 보관중인 실험체들이 잠든 시간에 선정한 실험체들을 꺼내

액상상태의 병원균을 등쪽에 일정량 주사하고 도로 제자리에 놓는다.

당연히 주사하는 양은 모든 윳쿠리들이 동일한 양이다.

 

"실험체의 성장도는 모두 성체, 종은 레이무, 마리사, 앨리스. 접종 바이러스는 DNA, RNA, 레트로 세종류.

DNA바이러스에선 레벨 1인 수두 바이러스

RNA바이러스에선 레벨 4인 메르스 바이러스와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레벨 5인 홍역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레트로바이러스에선 레벨 6인 HIV와 레벨 7인 B형 간염 바이러스. 맛치, 이 바이러스들에 대해 설명해봐라."

"무, 무큐!? 제, 제가요?"

"설명해봐."

"그, 그... 바이러스 각각은 잘 모르겠고... 바이러스는 유전특징에 따라 7등급으로 나뉘어있다... 정도요?"

"뭐, 그정도만 알아도 합격점이려나."

"무큐우..."

"그 이상의 정보는 훨씬 전문적인 정보니까 천천히 배워도 돼."

"그럼 바이러스란 건 그 등급이 높을수록 강한거야?"

"반드시라곤 못하지만 보통 그런 경향이 있지."

 

시로이가 윳쿠리들에게 주입한 건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제외하면 모두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로

이중에선 그나마 수두가 약한 편에 속하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에게 상당한 치명성을 자랑한다.

시로이는 그런 병원균들의 샘플을, 정확히는 바이러스들의 샘플들을 윳쿠리들에게 주입한거다.

문제라면 아무리 철저하고 조심스럽게 해도 이 연구실엔 소독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새면 끝장인 셈이다.

그런 걸 태연하게 하는 걸 보면 확실하게 미친놈인 건 맞다.

 

"예산부족으로 세균류는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지만 바이러스로도 충분히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지."

"그나저나 이 바이러스들은 무슨 병을 일으키는거야? 아니, 그보다도 바이러스란건 대체 뭐야?"

"뭐, 쉽게 말해 평소엔 무생물마냥 존재하다가 적합한 숙주를 만나면 기생하는 미생물이지. 그 영향이 질병인거고.

이번에 주입한 건 수두랑 메르스랑 담배 모자이크, 홍역에 인플루엔자, HIV랑 B형 간염이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고."

"무큐, 무슨 질병들인가요?"

"우선 수두는 전염성이 굉장히 높지만 다른 놈들에 비하면 비교적 약한 편이지. 급성 미열로 시작해서 전신이 가렵고,

곳곳에 크고 작은 물집들이 생겨서 그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가 남지. 하지만 어지간히 면역력이 약하지 않으면 금방 나아."

"이번 샘플들 중에서는 제일 약하다는 거네."

"메르스는 감기의 주요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유행을 타는 놈들이지. 한번 훅하고 와서 쑥하고 가버려.

몇년 전에도 메르스때문에 전세계가 소란스러웠다가 금세 가라앉았지. 뭐, 좀 강한 감기라고 보면 될까나?"

"모든 병이 경고표시를 달고 있지만, 유달리 강조된 것들이 있네. 이건... 홍역?"

"홍역, 센놈이지. 이녀석만큼 잘 전염되는 병도 얼마 없을거야. 공기로 감염되는데다 감염률도 아주 미쳐날뛰지.

감기처럼 시작해서 구강에 흰 반점들이 생기고, 고열과 함께 온몸이 붉은 반점으로 뒤덮여가지.

그나마 다행인 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변이를 못하는 구조라 항체가 생기면 걸릴 일이 없어서 백신만 맞으면 되는거?

인플루엔자. 정확하게는 이녀석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이지. 소위 독감으로 불리는, 감기같지만 훨씬 센 놈들이야.

현재 내 기대를 가장 받고있는 녀석들인데,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특정 숙주에게만 반응하지만 얘넨 그걸 교환하거든.

원래 사람은 안걸리던 유형의 녀석도 사람을 감염시킬 수도 있는 만큼 윳쿠리의 감염가능성도 높게 추측되거든."

"무큐, 우선 감기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봐야겠네요."

"그럼 주인, 제일 등급이 높은 이 둘은? 레트로 바이러스라고 했나?"

"보통의 세포들관 달리 유전정보의 전달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특이한 부류의 바이러스들이지.

일단 간염이란 건 해독과 면역을 담당하는 내장기관인 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데, B형 간염은 바이러스성 간염 중에선

제일로 독한 녀석이지. 인간의 사망원인 순위 9위이고 만성이라 평생 바이러스를 품고 살아야 하지.

HIV의 정확한 이름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라는 명칭으로, 인간들이 무서워하는 병 중 하나인 에이즈(AIDS)의 원인이지.

현재로썬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이녀석은 계속해서 인간의 면역력을 공격해 약화시키고, 그게 심해지면 에이즈가 되지.

에이즈도 독하지. 신체의 별의 별곳을 다 망가뜨리는 병이니까. 어쨌든 어떤 놈이든 위험물인 건 다르지 않지."

"무큐? 이거 하나만 그렇지 않은데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요."

"아아, 그녀석은 식물한테만 반응하는 바이러스거든. 윳쿠리가 생태적으로 특이하니 한번 테스트하는 용도로 써봤어."

"그나저나 중노동이네, 어우. 주인은 옛날부터 이렇게 실험해온거야?"

"뭘 이제와서 새삼스레. 그래도 너희 덕분에 수고를 덜기는 한다."

 

실험체들에게의 바이러스 주입은 끝났다.

이젠 각 윳쿠리들의 넘버에 맞춰 주입한 바이러스를 표기하고 천천히 경과를 살펴보면 될 뿐이다.

그렇게 주입 후 하루가 지났다.

 

"흐음, 현재로썬 변화가 없구만."

"다들 평소같네. 팔팔하다곤 못하겠지만 아픈 기색은 안보이네."

 

이틀째.

 

"느삐이? 레이무 뭔가 이상하다구?"

"켈록켈록! 뭔가 아프다제?"

"으으... 몸이 뜨겁다구요... 도시파적이지 못하다구요..."

"맛치, 지금 이녀석들이 투여받은 바이러스가 뭐지?"

"무큐, 그러니까... 아,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요!"

"담뱃잎이나 가지과 식물의 잎에 영향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나머진 아직도 반응없고."

 

7일째.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군을 빼면 나머진 여전하군."

"그에 비해 이녀석들은 확실히 상태가 나빠졌네."

"무큐, 원래의 숙주들이 걸리는 것처럼 머리카락과 머리장식에 흰 반점같은 것들이 생겼고요."

"이녀석들은 지금 꺼내서 팥소를 분석한다. 나머지 비교군은 다음주까지 살펴봤다가 분석해보고."

 

2주째.

시로이는 바이러스를 주입했던 모든 윳쿠리들의 팥소세포를 추출해 성분을 분석했다.

그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정리하는 데 3일정도 걸렸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러하다.

 

"딱 잘라 말해, 윳쿠리는 바이러스의 숙주로써의 분류는 식물에 가깝군."

"무큐? 그런 결론이 나왔나요?"

"나머지 바이러스들을 주입한 녀석들, 아예 바이러스 자체가 사라져있어. 세포가 소화해버린 모양이야."

"팥소세포 자체가 바이러스를 소화했다고? 윳쿠리의 소화력이 강한 건 주인 논문으로 알았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은..."

"이 참에 알게 된건데, 윳쿠리의 유전자는 동물과 식물의 중간쯤에 있는 구조인 모양이더라. 그럼 그 식물형 임신도

어느정도는 설명이 가능하지. 섬유질로 이루어진 머리카락과 머리장식도 그렇고. 더 연구해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윳쿠리가 진짜로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식물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가 주류일 확률이 높겠군."

"그렇겠네. 숙주가 바뀔 수 있는 인플루엔자나 원래 잠복기가 긴 HIV도 사라졌다는 걸 보면."

"무큐, 대신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걸린 실험체들은 거의 죽어가는 상태인거죠?"

"농축한 치료액으로도 목숨만 연명시키는 게 고작인 걸 보면 이미 불치병에 걸린 상황이라고 봐야지."

"주인, 이번 건 왠지 고마워해야 할 것 같네."

"뭐가?"

"난 플래티넘을 달 때까지만 해도 윳쿠리가 걸리는 병은 곰팡이나 비윳쿠리증 정도밖에 몰랐거든.

근데 주인이 윳쿠리가 스스로의 착각이 아닌 진짜로 걸리는 병을 또 하나 찾아준거잖아? 우리가 뭘 조심해야 할지를

주인의 실험 덕분에 알게 된 거라고. 비록 실험체가 된 윳쿠리들은 죽겠지만, 난 내 동생을 그 바이러스에서 지킬 수 있겠지."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무큐, 하지만 플라티나, 이 바이러스가 평소에 어떻게 감염되는지는 우린 아직 모르잖아요."

"...그렇네?"

"원래 숙주인 식물 기준으론 토양이나 종자가 본래의 감염경로야. 바이러스 자체가 숙주를 죽이진 않지만 성장을 방해하고

애당초 이런 바이러스에 걸린 작물은 상품성을 상실해 시중에 나오지도 않으니까 너희가 감염될 가능성은 없을거야."

"그래? 휴우... 안심했어."

"뭐, 모자이크 바이러스군엔 진딧물같은 해충으로 감염되는 것도 있으니 마냥 안심할 순 없겠지만."

"아 진짜! 겨우 안심했는데 또 불안하게 만들어!"

"무, 무큐, 그래도 지금은 겨울이니까..."

"지금만 걱정해선 의미없잖아!"

"크하하하! 놀려먹는 재미가 있구만! 뭐, 윳쿠리는 식물보다 재생력이 좋으니까 치료할 순 있을거야 걱정마셔."

"하아...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게 이런 성질 고약한 미치광이라니..."

"캬하하하핰! 치료법은 확실하게 찾아놓을 테니까 걱정 말라고!"

 

사족으로, 유일하게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은 실험군의 후일담을 해본다.

이 실험군의 개체들은 별도의 사회적 보관함으로 옮겨져 단체생활을 하게 되었다.

마치 감염자들을 한곳에 몰아넣어 격리시키는 것처럼.

확실히 감염된 개체들은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료액을 주기적으로 투여해주지 않으면 움직일 기력조차 내기 힘들어했다.

그래도 윳쿠리라고 어떻게든 지들끼리 종족번식을 한 모양인데, 2세대 개체들도 당연하게도 감염된 채로 태어나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하다 태어난지 몇분만에 고통에 의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

살아남은 개체들도 극도로 약해 먹고 마시는 것도 힘들어하고 먹는 양에 비해서 성장도 제대로 하질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세포의 모든 게스 호르몬 분비기관이 파괴되어 게스성이 전혀 없다는

어떤 방향으로도 써먹을 구석이 없는 정보도 나오기는 했다.

언제나 병을 앓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 감염개체들은 이기성을 발휘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시로이는 설령 게스 호르몬이 분비되어도 게스성을 발휘할 힘 자체가 없어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거라 판단했다.

그렇게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 실험이 끝나자 시로이는 새로이 실험에 쓸 세균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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