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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이 쿄우진.

지금은 학계에서 알아주는 윳쿠리 생물학의 독보적인 선구자이자 젊은 절대자이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러한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학계가 인정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시로이 본인이 처음부터 윳쿠리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윳쿠리란 공기와도 같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관심 밖의 존재였다.

자신의 관심에 들어오지 않는 모든 것에 신경쓰지 않는 게 그였기 때문이다.

애호는 물론이거니와 학대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게스 윳쿠리가 자기 앞에서 당당하게 도발을 걸어도 그런 게 있었나 기억도 안날 정도로 무심했으며

때론 윳쿠리 학대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걸 핑계로 학교의 양아치들에게 괴롭힘당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윳쿠리라는 존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교 2년생때.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을 때, 그 누구도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존재에게 시선이 쏠린 것이다.

이것은 그의 첫번째 윳쿠리 연구에 대한 이야기다.

 

"아아아, 이젠 다 질렸어. 뭔가 참신한 연구거리 없나?"

 

그것은 시로이가 대학 2학년, 1학기 중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는 그날의 강의가 끝나고 자신의 연구욕을 해소할 대상을 찾지 못해 무료함과 답답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역시 이젠 범법자가 될 각오로 인간을 연구해야... 응?"

"느늣! 아가야! 정신차리라구!"

"느삐이... 느삐이..."

 

그것은 성체 윳쿠리 레이무와 그 자식인 듯 보이는 유체(幼体) 윳쿠리 마리사였다.

여름이 다가와 더워지는 날씨

그 열기를 버티지 못해 두 윳쿠리는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다.

특히 어린 마리사는 그 증상이 심해 상당한 중태에 빠진 모양이었다.

이 광경은, 이 이전까지의 시로이 쿄우진이란 남자에겐 지극히 평범해 주의를 기울일 것 없는 광경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흐음, 윳쿠리라고 했던가? 분명, 남들은 살아움직이는 똥만쥬라고 했던가. 특히 마츠다 녀석이."

"이, 인간씨!"
 

갑자기 윳쿠리 레이무가 시로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부탁이라구! 레이무의 소중한 아가야가 죽어간다구! 제발, 제발 아가야에게 물씨를 달라구!"

 

어제까지의 그였다면 그 윳쿠리를 무시하고 갔을 것이다. 심지어 떨쳐내려고 발로 차는 행위조차 하지 않은 채.

하지만 오늘 그의 눈엔 처음으로 이 윳쿠리라는 생물이 자신의 연구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연구가치를 느끼지 않았던 존재.

하지만 살아움직이는 만쥬라는, 지극히 이상하기 짝이 없는 환상 속의 동물같은 존재.

이날 시로이는 수분을 갈망하는 윳쿠리의 눈에서 지대한 흥미와 가능성을, 연구할 가치를 보았다.

 

"아쉽게도, 나도 지금 수중에 음료가 없군."

"그럴수가... 어째서냐구!"

"하지만 너희에겐 흥미가 가는군. 너흴 내 자취방으로 데려가지. 그럼 너희에게 필요한 걸 공급해줄 수 있지."

"느늣!? 정말이야!?"

"뭐, 너희에게 거부권을 줄 생각은 없었지만."

 

시로이는 한손엔 갈증에 지친 아기 마리사를 조심히 쥐고 겨드랑이엔 레이무를 낀 채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가 자취방에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이들의 생명연장을 위해 갈증상태를 해소해준 것. 즉, 물을 주었다.

 

"꾸꺽!꾸꺽! 시윈하다제!"

"느햐아~ 레이무도 살았다구! 인간씨 고맙다구!"

 

시로이는 대답대신 이들을 살펴봤다.

바깥에서 들짐승처럼 살아온 탓인지 온몸이 모래와 먼지투성이로 더럽다.

이들이 세균감염을 당하는진 모르지만 연구의 원활함을 위해 개체를 청결하게 할 필요는 있다.

그동안 윳쿠리에 대해 별 관심을 주지 않았으니 어떻게 돌봐야 할지 그는 모른다.

저 윳쿠리 모녀가 물을 마시는 동안 시로이는 윳쿠리에 대한 기본지식을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물 다 마셨으면 너흴 씻기도록 하지. 지금 상태론 더러우니까."

"느늣! 실례네! 레이무는 더럽지 않다구!"

"모래와 먼지로 뒤덮힌 그 상태를 인간들은 더럽다라고 판단한단다."

"느느? 그런거야?"

 

이들의 세척은 물을 적신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식으로 했다.

피부가 소맥분인 탓에 방수능력이 없어 물로 직접 씻기면 피부가 불어 찢어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느삐이! 간지럽다제!"

"느늣! 왠지 아까보다 상쾌!해진 것 같다구!"

"식물조차 물에 좀 담근다고 찢어지지는 않는데 너희 윳쿠리란 건 참 특이하구나?"

"느느?"

"어디보자, 그럼 이제 멀쩡해진 모양이니 어디부터 실험할까..."

"느삐이~! 느삐이~!"

"느느? 아가야? 무슨 일이냐구?"

"배씨가 꼬륵꼬륵씨다제! 마리사 우꺽우꺽 하고 싶다제!"

"인간씨! 불쌍한 레이무들에게 밥씨를 달라구! 당장이 좋다구!"

"갈증 다음엔 허기인가."

 

윳쿠리는 단맛을 매우 선호한다.

하지만 단맛에 맛을 들이면 입맛이 높아져 생활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더 높은 수준의 식사를 요구한다.

 

"입맛이 높아진다는 건 또 뭔 소리야? 일단은 밥통에 남은 밥이나 덜어줄까."

 

시로이는 두 윳쿠리의 크기를 생각해 둘의 양을 차등하게 주었다.

그러자 아기 마리사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자기는 이렇게 쪼끔인데 어째서 엄마야만 잔뜩냐는 것이다.

시로이는 너희 크기를 생각해 맞춰준 것일 뿐이라며 설명했지만 아기 마리사는 듣지도 않았다.

별 수 없이 밥통의 밥을 더 떠서 둘의 양을 동등하게 맞췄다.

 

"느삐히~ 잔뜩 우꺽!우꺽!해서 마리사 행뽁!하다제!"

"뭐, 남길 줄 알았다."

"이제 이거 필요없으니까 버리라제 노예."

"허?"

 

아기 마리사의 태도가 급격히 변했다.

갈증으로 죽기 직전일땐 빌빌대고 물을 주니 살았다는 듯이 굴더니, 이제는 갑자기 시로이를 노예취급이다.

어차피 바닥에 내려놓은 거, 남으면 원체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명의 은인을 단시간에 노예취급하는 태도변환은...

시로이의 흥미를 끌었다.

 

"호오? 너 노예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쓰는거야?"

"느? 알고 있는 게 당연하지 않냐제? 마리사님같은 위대한 윳쿠리를 느긋하게 해주는 하등한 게 노예이지 않냐제?"

"자기중심적인 해석이지만, 그리 틀리진 않았군.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갑자기 너의 노예인거지?"

"그야 당연히 노예가 하등하니까 그런거지 않냐제? 그런 것도 모르다니 바보냐제?"

"재밌군. 그렇다면 내가 그것도 모르는 바보 할테니까 왜 내가 너보다 하등한지를 설명해주실까?"

"당연한거다제! 마리사는 느긋하다제! 노예는 느긋하지 않다제! 그러니까 마리사는 위대하고 노예는 하등하다제!"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냐제?"

 

'윳쿠리의 설명능력은 인간하곤 다른 것 같군.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다고 그 의미까지 인간과 같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다만 이것이 윳쿠리가 설명능력이 부족한건지 아님 이게 원래 설명방식인건지, 또는 얘만 그런 건진 모르겠군.'

 

이 당시의 그에겐 윳쿠리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느삣!?"

"뭐야 이번엔 또."

"응응이 나온다제!"

"응후후, 아가야가 배불러서 응응을 하는 거라구? 느긋하게 응응하라구?"

"배변인가. 섭식을 하는 동물이면 다 하는 거긴 하다만..."

"응응 나온다제!"

 

그리고 시로이의 자취방 바닥 한가운데에 시원하게 응응을 싸지른 마리사였다.

 

"느삣!? 구렷! 어째서 응응이 여기 있냐제!?"

"뭐?"

"노예! 빨리 응응을 치우라제! 마리사가 느긋할 수 없지 않냐제! 당장이 좋다제!"

"기억능력이 금붕어에 버금가나, 자기 배변활동에 대한 기억도 없다니... 음?"

"뭐냐제 노예! 그 냄새나는 응응을 당장 치우지 않고 뭐하냐제!"

"이건... 팥앙금인가?"

 

시로이는 수술용 장갑같은 앏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자그마한 응응을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테이블에 있는 샬레(실험용으로 쓰이는 납작한 원통형 유리그릇)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서랍의 바느질 세트에 있는 바늘 하나를 꺼내 조심스레 그것을 헤집는 시로이.

현재 시로이와 두 윳쿠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 밖이다.

 

"신기하군. 완전히 팥앙금이야. 소화된 흔적이 없어. 먹은 걸 그대로 배출하나? 아니, 그건 아니군. 움직이는 만쥬...

그렇군! 윳쿠리의 내용물 그 자체인건가! 게다가 향... 은은한 단내가 나는 것이 확실히 동물의 배설물이라 보기 힘들군."

 

시로이는 샬레에 올려진 마리사의 응응을 장갑 낀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혀로 맛을 보았다.

두 윳쿠리가 봤으면 기겁을 하거나 멸시를 했겠지만 지금 둘은 서로 노느라 여념이 없다.

 

"단맛이야. 배변에 당분이 섞인 식인 게 아니라 그냥 통팥을 쓴 팥소같군. 이런게 배설물이라고?"

 

시로이는 응응이 담긴 샬레를 들고 가 마리사에게 들이밀었다.

 

"늣!? 구렷!"

"이봐, 다시 냄새 맡아봐."

"노에! 뭐하는 짓이냐제!"

"정말 여기서 구린내가 난다고 생각하는거야?"

"응응이니까 당연히 구리지 않냐제!? 빨리 치우라제!"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구린건데? 좀더 명확한 설명을 해봐!"

"느늣! 인간씨! 아무리 레이무의 아가야가 귀여워서 질투할 수는 있지만 이건 너무하다구!"

 

어미인 레이무가 아기 마리사를 감싸며 시로이를 꾸짖었다.

물론 그 내용은 심히 어이가 없는 내용들 뿐이긴 하지만 연구광인 시로이는 그런 건 신경도 안쓴다.

 

"신기하군. 만약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 이건 식용으로도 가능한거잖아?"

 

시로이는 응응이 담긴 샬레의 뚜껑을 닫고 늣늣대며 노닥대는 두 윳쿠리를 의자에 앉아 주시하며 생각했다.

 

"윳쿠리. 살아움직이는 만쥬라고 불리는 생물. 아무래도 너희는 내게 완전히 새로운 연구의 맛을 선사할 것 같군."

 

그렇게 시로이 쿄우진의 첫 윳쿠리 연구가 시작되었다.

벌써부터 말하긴 뭣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는 시로이에겐 희극, 두 윳쿠리에겐 비극으로 끝난다.

  • ?
    윳살윳G 2017.06.06 19:49
    첫 윳쿠리연궄ㅋㅋㅋㅋ이거 재밌겠는데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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