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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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나다, 시로이."

{오오, 시로이! 밤중에 뭔 일이냐?}

"분명히 너는 윳쿠리라는 생물을 학대하는 걸 즐긴다고 했지?"

{그 똥만쥬들이 무슨 생물이야. 근데 그건 왜?}

"그 윳쿠리라는 거, 자세히 좀 알려줄래?"

{...니가 그런 소리 하는 걸 보면 그거구만?}

"그래, 윳쿠리가 내 새로운 연구테마다."

 

밤 10시, 시로이는 오랜 친구인 마츠다 마사오에게 전화를 걸어

윳쿠리 학대 10년차인 그가 알고 있는 윳쿠리에 대한 정보들을 받아들었다.

 

"그러니까, 소맥분 피부에 팥소 내장을 가지고 있고, 웬만한 상처는 오렌지 주스면 낫는다고?"

{그렇다니까? 그래서 웬만큼 패버려도 죽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되살려서 또 괴롭힐 수 있다고.}

"흐음, 일단 꽤 흥미로운 내용이군.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회복이 된다라... 고맙다, 덕분에 연구하기 편해졌어."

{그나저나 너한테 잡힌 윳쿠리도 불쌍하구만? 니가 하는 실험이라면 어지간한 학대파도 학을 뗄 정도로 무자비할텐데.}

"하긴, 내가 길고양이 해부하는 거 보고 너 토했었지?"

{그딴걸 맨정신으로 하는 니놈이 미친거야.}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시로이는 방구석에 찰싹 달라붙어 잠든 윳쿠리 모녀를 살펴봤다.

마치 제 세상이라도 된 양 침을 흘리면서 자고 있었다.

두 윳쿠리가 깊은 잠에 빠진 걸 확인하고는 시로이는 냉장고를 열었다.

 

"때마침 먹다 남은 오렌지 주스가 있는 게 다행이군. 이걸로 해부해도 문제 없겠어."

 

시로이는 기분좋게 잠든 아기 마리사를 조심스레 집어들곤 샬레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커터칼로 거침없이 마리사의 등을 갈라냈다.

살이 갈라진 고통을 인지한건지 마리사는 끙끙대며 움찔댔지만 아직도 잠에서 깨진 않았다.

 

"호오, 정말이군. 이건 통팥인가? 더 헤집어봐도 다른 건 없군. 육안만으론 이녀석의 배설물과 차이가 없어."

"느삐이... 느삐이..."

"여기가 저부인가? 확실히 다른 부위의 소맥분보단 두껍군. 여기를 썰면... 오호라, 역시나 팥소로군. 정말 체내가 다 팥소야."

"느삐이...?"

"눈은 핀셋으로 뽑아볼까. 말랑한 게 젤리나 곤약같기도 하군. 한천인가? 물방울떡을 연상시키는군.

흰색으로 불투명하긴 하지만. 치아는 설탕결정이라고 했던가. 흰색인 걸 보면 백색 각설탕같기도 한데 네모진 결정형이군."

"느삐? 몸씨가 아프다제?"

"머리카락은 꼭 식물의 잎사귀를 잘게 찢은 것 같군. 아니면 유연한 소나무잎이라고 해야하나?"

"느삐야아악!"

"그럼 일단 본체는 내려놓고, 모자를 한번..."

"아프다제에에! 써글노예! 위대한 마리사님한테 무슨 짓이냐제에에!"

"머리장식의 구성은... 돋보기로 보니 좀 보이는군. 잎사귀의 잎맥으로 만든 것 같은 형태야.

격자형으로 엮인 게 꼭 인공직물같기도 하군. 하지만 색상은 천연적이야. 확실히 이것도 생체적인 부분인 것 같군."

"무시하지 말라제에에! 마리사님이 아프다는데 왜 아파아파씨 쫓아내지 않냐제! 그리고 마리사님의 모자 돌려달라제!"

 

모자까지의 관찰이 끝나자 그제서야 시로이가 정신이 든 마리사에게 관심을 주었다.

 

"그렇게까지 우렁차게 소리 낼 기운이 있으면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을 뿐이야."

"웃기지 말라제! 마리사님이 아파아파씨한테 괴롭힘당하는데 노예는 느긋하게 있지 말라제!"

"사물이나 현상까지 인격화하여 지칭한다는 특징은 고통에 의한 패닉상태에서도 보이는 걸 보아 본능이로군."

"대체 아까부터 무슨..."

"아, 혀를 아직 안 살펴봤군. 뽑아볼까."

 

그리고 시로이는 주절대는 마리사의 혀를 능숙하고 신속하게 핀셋으로 집어 커터칼로 잘라냈다.

 

"느햐아아아!"

"하하, 도마뱀 꼬리같군. 통증에 의한 반사작용인지 신체에서 떨어져도 경련하고 있잖아?"

"어혜허 이헌 히항이스 항야에(어째서 이런 심한짓을 하냐제)!"

"그렇지! 떼어낸 부위의 맛도 한번 살펴볼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시로이는 아기 마리사의 잘려진 혀 일부를 잘라서 먹었다.

그 광경을 한쪽만 남은 눈으로 본 마리사는 충격에 빠졌다.

 

"으음, 살짝 단맛이 나는 젤리로군. 다음은 눈을."

"마이하이 허히(마리사의 혀씨)...!"

"눈은 무미(無味)로군. 정말로 한천덩어리인 건가. 맛 자체가 없어."

"느헤에에에!"

 

혀에 이어 눈까지 썰려 먹히는 장면을 본 아기 마리사는 완전히 공포와 패닉에 빠졌다.

그런 건 아랑곳않고 시로이는 마리사의 작은 댕기머리를 잘라내 한입에 삼켰다.

 

"흐, 흐항후아에(그, 그만두라제?)"

"이것도 무미로군. 아니, 오히려 식물 특유의 쓴맛조차 없다는 것이 특이하고 해야하나. 장식도 그렇고."

"아이햐오 하아이하에(마리사도 살아있다제)?"

"좋아, 이 다음은 나중에 하고 일단 접합시킬까?"

 

시로이는 오렌지 주스를 스포이드에 담았다.

마리사는 뭔진 모르지만 어쨌든 눈앞의 인간씨가 자길 이제서야 아파아파씨에게서 구해준다 여긴 모양인지

기쁜 기색을 보이며 혀를 내밀고는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개처럼 헥헥거렸다.

그런 마리사를 시로이는 잘라낸 부위에 스포이드로 오렌지 주스를 떨어트려 접합시켰다.

세로로 짼 등과 거의 베어낸 저부는 괜찮다만, 일부가 잘린 눈과 혀는 그렇지 않았다.

 

"...제? 마-샤의 한쪽 눈찌 안보인다제?"

 

손상된 채 붙인 눈이 안보이는 건 물론이고 혀도 짧아져 발음도 유아기처럼 변해버렸다.

 

"흐음...? 이상하네, 오렌지 주스로 회복된다고 했는데. 양이 적었나? 일단 마츠다한테 다시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이 시점에선 시로이보다 전문가였던 마츠다에게 자문을 구한 시로이.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야 이 멍청아, 오렌지 주스는 흐려지는 의식과 뭉개진 신체는 고쳐도 신체를 재생시키진 않는다고.}

"아하, 없어진 부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건가."

{그래서 말했잖아, '패버려도' 주스로 부활 가능하다고. 아예 신체 일부가 구워지거나 잘려나간 뒤 없어지면 끝이라고.}

"내가 먹어버린 시점에서 가망 없다는 거로군."

{그런 셈이지.}

"모, 모냐제!? 무슌 마를 하눈고냐제!?"

"알았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하지. 정보 고맙다."

{공부는 너가 더 잘했는데, 내가 살다살다 너를 가르치는 날이 올 줄이야.}

"하하, 그러게. 그럼 끊는다?"

{오케이, 난 잔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시로이는 반 불구가 된 아기 마리사를 관찰했다.

 

"일부가 잘린 눈은 더이상 보일 수가 없고, 떨어져나간 뒤 없어진 혀는 돌아오지 않으며, 뜯겨나간 머리카락은 소실되는건가."

"무, 무슌 마리냐제!"

"넌 영원히 반신불구가 되었단거다."

"제... 제!?"

"뭐, 내 실책이긴 하지. 윳쿠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 재생력을 너무 과신한거니까."

"써, 써글 노예! 져어언부 다 노예 타시라제! 채김지라제!"

"뭐, 그럼 이제 이렇게 된 이상 이용가치도 없어졌으니 맞춰줄 필요도 없나."

"느? 구게 무슌 마리냐제?"

"난 너의 노예가 아니란거다. 처음부터."

"허쏘리 하지 마라제!"

"노예란 게 자기가 되겠다고 되는 것도 안되겠다고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한 전제조건을 필요로 하지. 알고있니?"

"구게 모냐제?"

"주인이 노예보다 강할 것."

"느헤헤헤헤! 고거야 당욘한 고 아니냐제!"

"아니, 넌 이해를 못했어. 완력이든 재물이든 신분이든 계약에 의한 갑을관계든 어떤 이유로 힘의 차이가 생겨야지.

그리고 거기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노예로 삼을 권리를 얻게 되는거야. 근데 넌 뭐지? 나보다 강하다는건가?"

"그야 당욘한 거..."

"아니지."

"느삐?"

"너가 정말 강했다면 내가 널 해부하는데도 널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할리가 없잖아?

너가 정말로 강했다면 애당초 갈증으로 죽어갈 때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을 거잖아?

너가 정말로 정말로 강했다면 이렇게 무방비하게 죽음을 맞이할 리가 없잖아?

갈증으로 죽어가는 널 살린 것도 나고, 배고픔에 허덕이던 너에게 먹이를 준 것도 나다.

너가 잠들었을 때 널 베고 찢고 아프게 만든 것도 나고, 그걸 조금이나마 치료한 것도 나다.

넌 애당초 나와 만났을 때부터 강약의 지위가 결정되어 있었던거야.

약한 건 너다. 넌 처음부터 나보다 힘이 없었고, 갈증과 허기로 없던 힘마저 바닥이 났으며,

위험한 함정인지도 알지 못한 채 이곳에 왔고, 무방비하게 기습당해 난도질당했지.

그 모든 것이 너가 나보다 약하다는 증거다. 내가 너보다 강자라는 증거다. 강자는 절대 약자의 노예가 되질 않지."

"그, 그치만 노예는 마-샤의 말대로 해따제!"

"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약자에게 고갤 숙이는 정도야 쉽지. 아주, 아주 아주 간단한 이야기야.

너희가 날 경계하지 않게 하기 위해, 너희가 긴장을 풀고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그러기 위해 너의 욕구를 들어줬을 뿐이야. 쉽게 말해, 지금 널 죽이기 위해 낮에 널 살려준 것이란거다. 내 즐거움을 위해."

"뭐... 뭐냐제에에에! 그게 뭐냐제에에에! 웃기지 말라제에에에!"

"너가 웃을 필요는 없어."

"느삐!?"

 

그리고 시로이는 커터칼의 날을 최대길이로 뽑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는, 밤중의 어둠에서, 천장의 전등빛을 등진 채

그늘 속에서 공포스럽게 빛나는 그 광기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는 건 나니까 말이야."

"느, 느아아아아! 괴, 괴물찌다졔에에에에에!"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날 밤, 생후 2주의 어린 윳쿠리 마리사는 한 남자에게 양단되어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 시신은, 마리사를 양단한 남자의 좋은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이참에 해부도라도 그려볼까. 이 단면만 봐도 하고싶은 실험이 마구마구 떠오르네. 역시 너흰 좋은 연구소재야, 윳쿠리.

장비만 있다면 세포분석도 해보고 싶은데? 사고방식의 패턴도 분석하고 싶고. 무엇보다..."

 

그날은 밤하늘에 구름 한점 없어 둥글고도 밝은 보름달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시로이는 방의 불을 끄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미친듯이 미소지었다.

 

"어느 누구도 윳쿠리란 걸 체계적으로 분석해보질 않았어! 그건 곧 미개척의 영역이라는 것! 내가 바라던 그대로다!

윳쿠리! 너흰 그 이름대로 내 연구욕과 광기를 느긋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해온 생물이로구나!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날은 개기월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분탓인지 시로이의 눈엔 그 달이 붉은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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