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이곳에 있는 윳쿠리들을 일제 구제할 예정이다.”
공원의 윳쿠리들은 빠짐없이 작업복 차림의 남자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 말을 실감할 수 없었다.
일제 구제란 이렇게 예고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윳쿠리들이 모두 보금자리로 돌아온 저녁 무렵, 적어도 십수 명은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있는 대로 윳쿠리들을 박살내거나 박스에 집어 던지기 시작하고, 윳쿠리가 적어도 열 마리 쯤은 박살나고 나서야 어디선가 터져나온 ‘일제구제다아아아아!!!’라는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는, 그런 긴박하고 처절한 것이 일제구제라는 것이다.
“도망가려 해도 소용 없어. 어젯밤 너희가 자고 있는 사이, 여기서 도망갈 길은 전부 다 우리가 막아놨으니까 말이지.”
남자의 말은 담담했고, 그렇기에 윳쿠리들은 아직도 남자의 말을 조금도 믿을 수 없었다.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거나 남자의 말을 직접 시험해 보려는 윳쿠리도 없었다. 윳쿠리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공원의 입구 두 개는 모두 방벽으로 막혀 있었다. 고작 허리 높이의 방벽이었지만, 윳쿠리는 무슨 수를 써도 넘어갈 수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곳을 샅샅이 훝어서 너희를 하나도 남김없이 싹 다 이 상자에 넣어 가공소로 보낼 거다.
가공소. 남자가 그 불길한 단어를 입에 담자, 그제서야 윳쿠리들은 조금 동요하기 시작했다.
“늣, 가, 가공소는 느긋할 수 없다제에에...!”
“그렇지. 가공소는 느긋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린 탄식을 뱉어낸 마리사의 말에 친절히 대답을 해 준 다음, 남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너희 중 대다수는 천천히, 그러니까 ‘느긋이’, 조금씩 기계에 으깨져가며 죽을 거다. 건강한 녀석들은 죽고 싶어질 때 까지 아가야를 낳고 또 낳다가 – 마찬가지로 느긋이 천천히 기계에 으깨져 죽을 거다. 그리 느긋한 죽음은 아닐 테지.”
담담하기에 더욱 끔찍한 남자의 말투에 윳쿠리들의 동요가 더욱 커진다. 남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런 느긋할 수 없는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이 사탕이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사탕을 하나 꺼내 보였다. 윳쿠리들의 시선이 남자의 손 끝에 집중된다.
“이 사탕을 먹으면, 곧바로 죽을 수 있다. 가공소에 가는 것에 비하면 훨씬 느긋한 죽음이지. 자, 끔살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 사탕을 먹는게 좋을 거다. 길윳쿠리로 살아 남을 정도로 똑똑한 너희라면, 어느 것이 더 느긋한 선택인지는 알 수 있겠지?”
남자는 사탕을 들어보인채 잠시 기다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앞으로 나오는 윳쿠리는 없었다. 삶에 대한 윳쿠리의 집착은 강렬하다. 남자의 말만 듣고 가공소의 끔찍함을 실감할 만큼 상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으음... E E사님, 아니, 이 E사님, 아니 아니, E 이사님인가? 이 이사님?”
똑같이 작업복을 입은 또 다른 남자가, 마치 광고라도 하듯 사탕을 든 채 서 있는 남자를 불렀다.
“세 번째 거다. 왜?”
“아뇨, 뭐, 역시 와서 먹고 편히 죽으라고 해도 알았다구! 하고 나와서 먹는 윳쿠리는 없구나~하고요.”
“뭐, 그렇지. ‘길윳쿠리 수거함’도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고 말이야...”
“예에, 뭐, 그렇겠죠. 자살을 하는 윳쿠리라니 상상이 안 가네요.”
“...”
“너무 낙담하진 마세요. 그래도 ‘길윳쿠리 안내소’는 상당히 효과적이라지 않습니까.”
E 이사라고 불린 남자가 이곳에서 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윳쿠리 구제의 시험이었다.
윳쿠리 구제는 굉장히 노동 집약적인 일이다. 어느 면으로는 벌레보다도 못한 신체 능력을 지닌 윳쿠리를 잡는 것 자체는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라도 한 번에 쫓을 수 있는 윳쿠리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윳쿠리 일제 구제에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원이 동원된다. 도망가는 윳쿠리들을 최대한 빨리, 많이 잡기 위해서다. 또한 한 마리의 윳쿠리에 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만큼, 구제에 동원된 인원들은 윳쿠리를 생포하는 대신 한방에 때려 죽이는 방법을 쓰게 된다. 상자에 던져 넣으려 몸을 돌리는 시간 조차 아까운 것이다. 그렇기에 구제가 끝난 곳은 팥소와 반죽으로 지저분해지기 마련이고, 그것을 치우는데에 또 인력이 소비 될 수 밖에 없다. 주로 시행되는 시간대는 윳쿠리가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대. 가뜩이나 인구 이동이 많을 때지만, 윳쿠리에게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와중에 사람들을 지나다니게 수도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구제 중에는 통행을 금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윳쿠리들이 눈치 채게 할 수는 없으니 도주로 봉쇄를 하기도 애매하다.
반면 E의 방법은 이러했다. 우선 윳쿠리가 자고 있는 밤 동안 구역을 작은 섹터로 분할한 다음 방벽으로 봉쇄한다. 그런 다음 유동인구가 적은 아침 아홉시 쯤부터 도망갈 길이 막힌 윳쿠리들을 하나하나 ‘생포’하는 것이다. 시간은 좀 더 많이 걸리지만, 팥소가 튈 염려도 없고, 사람들의 통행도 방벽을 잠깐 치우기만 하면 가능하다. 느긋하지만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렇게 ‘약’... 아니 ‘사탕’을 팔아서 윳쿠리들이 자발적으로 자살을 하게 만들어 효율성을 더욱 높인 다는 것이 E의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약, 아니 사탕은 잘 팔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ㄴ...기, ㅎㅣ... 인...ㄱ, 씨... 마디자...게... 약, 씨... 달라...ㅈ... 마디하능... 주꼬... 시따...졔...”
역시 멍청한 생각이었나, 하고 쓰게 입맛을 다시고 있던 E였지만, 어찌 어찌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에 성공한 것 같다.
“음, 느긋한 선택이다.”
첫 번째로 사탕을 받아간 윳쿠리는 초등학생들에게 잘못 걸리기라도 한 것인지 만신창이가 된 마리사였다. 온갖 뾰족한 것이 박힌 몸뚱이는 가만히 있는 것 만으로도 격통을 전해오고 있을 것이다. E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마리사 쪽으로 걸어 갔다.
“이 사탕은 특히 달콤하니까, 기분 좋게 갈 수 있을 거다.”
“느... 다ㅋ...다코...ㅁ, ㅆ... ㄴ... ㄴ? ㅎ, 해, 해보-옷, 해,해보... 느ㅅ.”
E가 준 약을 입에 넣은 마리사는 행복-! 이라고 외치다가 – 푹 하고 쓰러져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행복- 이라고 외치려던 거, 들었지? 자, 약 파는게 아니라고. 지금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느긋한 선택은, 바로 이 사탕을 먹고 순식간에 느긋이 죽는 거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은, 온 몸에 곰팡이가 핀 앨리스 였다. 곰팡이로 인한 고통에 부들부들 떨던 앨리스 역시, 사탕을 입에 넣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얼굴은 분명 당장이라도 행복-이라고 외칠 듯한 미소였다.
“느...! 레이무에게도 사탕씨를 달라구!”
드디어 멀쩡한 윳쿠리 중에도 약을 달라는 녀석이 나타났다.
“오, 그래 그래. 자.”
“느읏! 그게 아니라구...! 레이무의 아가야들에게 사탕씨를 달라구...! 이제 레이무가 아가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라구... 아가야들... 미안하다구...”
“아... 그런거냐.”
E는 실망한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먀먀...? 우늉고야...?”
“늣! 아니라구! 레이무 울지 않는다구! 자, 아가야들! 이 인간씨가 달콤달콤을 주는거네!”
“댜쿔댜쿔...!?”
“뉴, 먀, 먀먀! 져껸 달쿔달쿔쒸꺄 아니랴규...? 저건 독쒸랴규...?”
“아니라구! 엄마야는 알고 있다구! 저건 느긋할 수 있는... 사탕씨라구! 느! 인간씨! 얼른 사탕씨를 아가야들한테 주는 거네!”
E는 실망감이 역력한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세 마리의 새끼 윳쿠리에게 한 알씩 사탕을 주었다. 장녀 레이무는 그것을 먹으면 죽는 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눈 앞의 달콤달콤의 유혹을 이길 수는 없었고, 결국 다른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사탕을 입에 넣었다.
“자, 너도 먹어라.”
E는 사탕을 하나 더 꺼내 레이무에게 내밀었지만, 레이무는 고개를 거세게 저어 그것을 거부했다.
“늣...! 레이무는 아직 죽을 수 없다구... 레이무는 아가야의 몫까지...”
“아, 그러셔.”
“...느긋하게... 하늘을 날고 있- 느붓!”
E는 콧방귀를 뀌고, 자신이 인간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신파조로 눈물을 짜기 시작한 레이무를 집어 들어 박스 안으로 던졌다.
“레, 레이무의 얼굴이... 느, 느으으읏!? 꺼, 꺼내줘어어어!! 레이무를 느긋이 꺼내줘어어어!?”
상황을 파악한 레이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E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주변의 작업자들에게 구제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
“후... 역시 당장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녀석이 아니고서야, 윳쿠리가 자살을 선택할 리가 없나... 관두자, 관둬. 자, 시작합시다. 최대한 팥소 안튀게 조심하시구요.”
“네~”
작업자들은 윳쿠리들을 박스 속으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윳쿠리들은 일제히 ‘일제 구제다아아아아!!’라고 외치며 우왕좌왕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업자들의 손놀림은 느긋했다. 어차피 윳쿠리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은 공원 남쪽과 북쪽에 하나씩 나 있는 입구 뿐. 나머지는 모두 벽과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그리고 공원 입구는 모두 허리 높이의 방벽으로 단단히 막혀 있는 상태. 이대로 꼼꼼히 공원 내를 훝기만 하면, 이곳의 윳쿠리는 남김없이 가공소행 트럭에 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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