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신규(?) 연재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아, 기본적인 배경은 윳학의 원조인 일본입니다.
(그렇다고 일본에 대해 빠삭한 것도 아니라 야매겠지만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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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이이이! 기여운 레이뮤를 살려ㅡ."
콱, 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으깨지는 레이뮤 한 마리. 조금 전까지 나불거리던 만쥬를 뭉개버린 손의 주인은 팥소 범벅이 된 손을 닦아내며 기분 나쁘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아, 진짜."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아기윳 한 마리를 집어드는 여성.
'마리쨔는 새찌!'라며 나불거리던 녀석은 방금 자매(일지도 아닐지도)가 뭉개진 자리에 올라앉자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는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만, 여성의 손에 자비 따윈 없었다.
"느부겍!!"
처참하게 으깨지며 책상을 팥소로 다시 수놓는 마리쨔. 여전히 불쾌하다는 얼굴로 손을 닦아내는 여성의 주위에선, 그녀의 행동을 관심있게, 혹은 경계하는 듯한 눈길로 보는 시선이 가득하다.
"저걸로 벌써 몇 마리 째야?"
"내가 본 것만 4다스째야."
"그거밖에 못 봤냐? 난 6다스째다."
"후후후, 어리석은 놈들. 난 알고 있지. 방금 그걸로 10다스째라는 걸!"
"우효...쩐다. 대회 연습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만약 그렇다면 힘들겠는걸."
그런 주위의 수근거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아기윳 한 마리를 꺼내드는 여성.
하지만 이번에는 짜증난다는 시선으로 손에서 능능거리는 아기윳을 째려보더니 옆에 있던 '윳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유아아아아!! 레이뮤는 천사찌ㅡ워째서 레미랴가 있는고야아아아아!?"
"달콤달콤이다두ㅡ. 감사히 먹겠다두ㅡ."
그렇게 오늘의 '휴지통 당번'인 청소부 레미랴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레이뮤.
그 단말마를 BGM삼아 강의실을 나서는 그녀의 뒤로,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향해간다.
"짜증나...진짜....
마지막까지 표정을 펴지 않은 그녀의 이름은 '신야 아이코'.
통칭 아이코 양이라고 불리며 동기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윳쿠리학대 연구과'의 마돈나였다.
윳쿠리 학대.
수 년 전까진 마이너한 취미와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건전한 행동으로 비추어졌으나, 언제나 그랬듯 예상치 못했던 것이 유행하기도 하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이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건방지다는 말조차도 너무나 과분한) 만쥬들을 으깨는 행위.
본디 인간이 내재하고 있던 파괴적인 충동을 해소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행위가 있을까.
그 증거로 윳쿠리 학대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해, 그 해의 폭력사건 접수 건수는 급감했고 여타의 폭력성을 띄는 다른 범죄들도 눈에 띄게 감소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증거로, 정부에선 윳쿠리 학대를 지속되는 불황과 그로 인한 국민의 스트레스에 적극 이용하는 쪽으로 노선을 틀었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는 '윳쿠리 학대'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된 이상, 그런 엔터테인먼트를 지속해서 발전시켜줄 엔터테이너가 필요하기 마련.
그런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윳쿠리 대학-에 설립된 윳쿠리 학대 연구과였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런 학과의 마돈나(=최고미인)로 불리는 성적 최우수자(=전액 장학생)인 아이코는 3년 전부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과에 들어올 때만 해도 미소천사(ver. 학대)로 불리던 그녀의 미소를 빼앗아간 원인.
그것은 바로ㅡ.
"여어, 아이코."
"또 여기 있었구나."
나른하게 손을 흔드는 여성의 앞에서 못마땅한 표정을 한껏 드러내는 아이코. 언뜻 살기마저 띄는 그 표정에 그늘에 누워 있던 여성이 머쓱한 얼굴로 몸을 일으킨다.
"나 원...또 그렇게 화 내고 있구나."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적어도 나 때문은 아닐 거야. 응! 난 이렇게나 느긋한 사람인걸!"
"웃기시네."
이게 본인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다니, 이런 점이 악질적이라는 거다.
"언제까지 이렇고 있을 거야? 오늘도 강의 안 나왔더라?"
"아아...미안. 일이 좀 있어서."
"일은 무슨! 너 이번에도 학점 아슬아슬한거, 알고 있기나 한 거야?!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매번 이러는 건데!"
"너무 그러지 마라, 좀. 어차피 우리 학과는 실전파, 실기 점수가 90% 먹고 들어가는 곳이잖아. 졸업 시험만 잘 보면 된다구, 졸업 시험만 잘 보면."
"그런 식으로 해서 잘도 시험 점수가 나오겠다."
"......"
"뭐라고 말이나 좀 해 보시던가요! 유우나 씨!!"
앙칼진 외침에 여성-세키 유우나는 도망치듯 그늘로 숨어버렸다.
아예 나무 위로 올라갈 기세로 숨어드는 그녀를 바라보며 애통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아이코.
그녀가 아는 유우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때부터 함께 알고 지낸, 최고의 친구. 이젠 곁에 없어선 안 될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건 변함 없지만, 대학에-그것도 함께 지망했던 학부에 함께 들어오고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저런 늘어진 사람이 되고 말았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모든 강의에 열정 넘치게 참여하던, 자신보다 훨씬 더 마돈나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저렇게....
"됐고, 졸업 시험 날짜 잡힌 건 알고 있지?"
"에?"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질린다, 정말."
"아아...알고 있었다구? 진짜라구?"
"윳쿠리처럼 밟아줄까? 윳쿠리 말투나 쓰고."
"...모르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다음 주야, 다음 주! 제대로 준비는 했어? 사람들 엄청 몰릴 거란 말야!"
학대 연구과의 졸업 시험이라 하면 당연히 '학대'.
얼마나 세련되고, 얼마나 흥분되고, 얼마나 깔끔하고 처참하게 윳쿠리를 학대하는지, 그 퍼포먼스로 점수를 매기는, 학교 축제보다도 더 큰 행사다.
여기서 큰 점수로 입상하게 된다면 이후의 진로는 탄탄하다고 할 정도로 비중이 큰 시험. 굳이 비교하자면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준비하는 센터시험(일본의 수능)에 버금간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이건만, 이 사람은...
"괜찮아, 괜찮아. 나름대로 준비하는게 있으니까."
"못 믿겠는데. 보여줘."
"시험날 보여줄게~."
".........."
가장 급한 일을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태도에 얼굴에서 표정마저 없애버리는 아이코.
안 된다. 이래선 곤란하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늘어진 생활을 하게 둘 순 없다.
친구된 도리로서-가장 소중한 친구를 '안 되는 사람'으로 만들 순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ㅡ.
"그럼, 나랑 내기하자."
"오? 어떤건데?"
"먼저, 네가 나보다 높은 점수로 입상하면 원하는 걸 뭐든 하나만 들어줄게. 무리한 것도, 힘든 것도, 뭐든지 다."
"진짜? 웬일이래? 내기 같은거 질색하더니. 이거 졌을 때의 조건이 무서워지는ㅡ."
"그리고 만약 네가 진다면. 절교할거야."
"ㅡ데...뭐?"
"절교라고. 이런 늘어진 사람하고는 더 이상 친구 같은거 못 해 먹겠으니까."
"......."
"그럼 받아들인걸로 알게. 나중에 보자."
상상 외의 발언에 굳어버린 유우나를 두고 걸어가는 아이코.
멀어져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던 유우나는 멍해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절교...라. 절교...하하...."
그렇게나 못 미더웠던걸까.
조금 원망스럽긴 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행동이 그랬기에 별다른 반론도 하지 못하겠다.
이제 잃어버릴 점수를 만회할 방법이라곤 단 하나 뿐.
"어쩔 수 없네."
절교라니, 그런 걸 당할 순 없지.
그동안 느긋하기만 했던 유우나의 눈가로, 의욕의 불꽃이 한순간 격렬하게 튀기 시작했다.
"너무 심했던걸까...?"
캠퍼스를 거닐며, 아이코는 가벼운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절교가 뭐냐, 절교가. 머리에 열이 올라서 홧김에 내뱉어버린 말이긴 했지만 곱씹어보니 혼자 열폭해서 '너랑 안 놀아!'해버린 거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아니야...그래도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친구에 대한 폭언과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위로, 거기에 스스로를 향한 약간의 혐오심에 뒤덮여 어두운 감정에 휩싸여가는 아이코. 그녀의 귓가에 불쾌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늣! 느긋하게 넓은 플레이스라고!"
"그렇네, 마리사! 우리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론 그럭저럭이지만!!"
"느흠!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었으니 괜찮다제! 여길 고귀한 우리 가족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삼는거제!"
"느와아! 윳쿠릐 퓰레이슈라규!!"
"대댠햬 아뺘야!!!"
마리사(대), 레이무(대), 아이윳(중)X2의 전형적인 핵가족(?)구성의 윳쿠리 일가.
자기들 주제도 모르고 꽥꽥 소리를 높이는 일가를 앞에 두고, 아이코의 짜증 게이지가 아까와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어이, 너희들."
"늣?"X4
"여긴 우리 학교 캠퍼스야. 당장 돌아가도록 해. 그럼 죽이진 않을테니까."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으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텐션이 내려가 있었기에,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윳쿠리에게 '자비'를 배푸는 아이코.
하지만, 그런 자비를 받아들일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이 윳쿠리라는 것이다.
"느햐햐햐햐햐햐햐햐햐!!"
"마, 마리사...저 인간,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여긴 레이무들의 윳쿠리 플레이스인데 말야!"
"뭐, 이 추레한 플레이스에 먼저 살던 노예라고 보면 되겠다제! 어이, 노예! 어서 와서 시중을 들라제. 관대한 마리사님의 허락이라제? 시시를 지려도 된다제!!"
"뇨예! 뇨예!!!"
"마리쨔의 응응도 먹게 해 쥰다졔! 감격해서 죽어도 마리쨔가 봐 주겠다제!!"
아, 무리. 역시 무리. 이것들이 윳쿠리라는 걸 한순간이나마 망각한 스스로를 책망하며, 아이코는 윳쿠리 일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방금 추레한 플레이스라고 했던가아ㅡ.'
가장 큰, 이것들을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속으로 곱씹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