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윳쿠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재미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트로
윳쿠리는, 결국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1면
마을에서 다소 떨어진 울창한 숲 속의 작은 공터.
나는, 오늘도 기계적인 학살을 계속하고 있다.
“모자씨, 저 커다란 모자씨를 보라구! 사신이라구! 모두 도망치라구!”
“느아아아, 마리사를 살려달라제!”
“도망친다구, 레이무 느긋하게 도망친다구!”
마치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는듯이, 크게 소리치면서 도망치는 윳쿠리들. 나는 무심하게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화염구를 던졌다.
“느그치, 느그… 느와아악!”
“또, 또 당했다제! 사신 씨는 이길 수 없다제! 무적이라제! 도망친다제에에에!”
치이익-불이 옮겨붙은 풀이 소리를 내며 타들어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윳쿠리들에게 그야말로 ‘윳쿠리 플레이스’라고 느껴지던 공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불이 붙은 머리장식을 지키기 위해 불길에 뛰어들다 타죽은 마리사.
사신이 쏜 번개에 맞고 숯덩어리가 되어버린 새끼들 앞에서, 정신을 놓고 비윳쿠리증에 걸려버린 레이무.
마을을 지키려고 가장 먼저 달려들다가 갑자기 튕겨나가더니 죽어버린 요우무.
“무큐, 사신씨가 왔다구요… 모두 죽는거라구요… 무큐, 무큐큐큐… -느웩.”
그런 모두를 지켜보던 이 윳쿠리 마을의 장로였던 파츄리는 크림을 토하며 죽어버렸다.
“…대충 정리 됐나.”
주위에서 들려오던 시끄러운 소리들이, 점점 잠잠해져간다.
어느덧 이 쓸데없이 커다란 모자가 익숙해졌군.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일을 계속하며, 상념에 잠긴다.
이렇게 윳쿠리들을 사냥하러 다닌 지 얼마나 지났을까. 3개월? 4개월?
사실은, 아무리 저급하다 해도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생물을 죽이는 게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걸 해야만 할 이유가 있다.
‘오늘은, 느낌이 좀 이상하군.’
막연한 직감으로,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만약 내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면, 지금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 윳쿠리들의 수를 줄이지 않고 있었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어쩌면, 그냥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녀석과 담소나 나누고 있던건 아닐까.
이러한 덧없는 생각들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이 사람일 것이다.
모든 것이 결정 나는 그 순간.
내가 막으려고 했던 그 사람.
단순히 기척이 느껴진 것뿐이었지만, 어째선지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머, 안녕?”
어느새 주위에서 들리던 윳쿠리들의 소리가 조용해졌다.
아니. 이 일대의 소리 자체가 사라졌다고 느껴질 만큼 무거운 침묵.
조용히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벌어진 공간 사이에서 나오는 여성이 있었다.
초면이지만, 공간의 틈새에서 나오는 모습과 이 압도적인 존재감. 야쿠모 유카리임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애써 긴장감을 숨기고 입을 열었다.
“이런 별 볼 일 없는 산속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아아, 별 건 아니야. 마을에서 기묘한 소문이 돌기에 한 번 구경이나 가볼까 싶었지. 이상하게 큰 모자를 쓴 마법사가, 아무 이유 없이 윳쿠리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소문.”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듯한 저 능글맞은 미소.
그러나 그녀의 미소에서는 자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역시 직접 마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대군.
“뭐, 그냥 일종의 취미 삼아 하는 일입니다.”
“취미라… 별로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걸? 실례가 아니라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를 물을 수 있을까?”
“하하하, 이미 아실 것 같은데요.”
한순간. 정말 있었는지 확신하기 힘들 정도로 잠깐, 그녀의 눈매가 냉담하고 매섭게 변한 듯 했다.
“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는걸?”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알아채기도 전에 다시 예의 느긋한 미소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 찰나의 변화로 나는 이 사람이 바로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라는 것을.
수 개월에 걸친 작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뭐, 별로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2면
그것은 대충 수개월쯤 전의 일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지극히 평범한 일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마을에서 식료품을 사서 집에 돌아가던 도중 길가에서 윳쿠리 한 마리를 만난 것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대체 이게 뭔가 했지만, 이제는 꽤나 사람들의 삶에 녹아든 윳쿠리들. 이녀석은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는 마리사종이다.
아니. 그렇게 잠시 녀석을 보고 있던 와중에야 만났다는 표현은 좀 이상할지도 모른다고 꺠닫게 되었다. 그 녀석은 나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
“벌레 씨, 느긋하게 마리사에게 잡히는거라제! 슐-금 슐-금…”
그렇다. 이 녀석, 눈앞의 벌레를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광경은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대충 봐도 50cm는 앞에 있는 메뚜기에게 큰 소리로 슬금슬금을 외치며 다가가는 윳쿠리.
다른 생각을 하며 길을 걷던 내게도 쉽게 발견 될 정도로 주변의 주의를 끄는 광경인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봐도 성공할 수 없는 사냥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녀석은 점점 앞으로 기어나갔고…
그리고 내 눈 앞에 기적이 일어났다.
“느아앗- 마리사의 빛나는 슈퍼 어택을 받으라제!”
털썩-
그렇다. 이 녀석은 놀랍게도, 몸으로 메뚜기를 깔아뭉개는데 성공한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 기상천외 할 정도로 멍청한 사냥이 성공했다는 데에 정신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저 움직임을 보고도 벌레가 그냥 있단 말인가?
혹시 몸이 약했거나 죽은 벌레는 아니었을까?
아니, 애초에 저런식으로밖에 사냥하지 못하는 생물체(?)가 야생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 지금 일어난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녀석들은 평소에도 이렇게 ‘사냥’을 성공시키고는 한다는 것이다. 그게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분명, 이 윳쿠리에게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
“…그래서, 그걸 그대로 들고 온 거야?”
“놓아달라제! 마리사를 놓아달라제!”
-나는, 이 녀석에게 왔다.
뭐,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녀석의 마법 실력만은 진짜니까.
그렇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마법이 얽혀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그래. 요 앞에 문지기씨가 엄청 놀라시던데.”
“모두의 아이돌 마리사가 이렇게 느긋하지 못한 것은 말도 안 된다제! 썩을 인간은 당장 내리라제!”
“민폐라구, 그거…”
“뭐, 그래도 나름 재밌게 쳐다보시더라구.”
“내려달라제!! 마리사 느긋하게 도망간다제에에에!”
… 이건, 도저히 대화가 안 되겠군.
“…파츄리, 일단 이 녀석좀 어떻게 조용히시킬수 없을까?”
잠시 후, 우리는 파츄리가 어디선가 가져온 탄산수로 녀석은 잠재운 후에야 천천히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탄산수에 맞으면 잠든다니, 윳쿠리에게 저런 특징이 있었을 줄이야.
“그러니까, 너는 이 윳쿠리…라는 물건에 마법적인 조치가 취해져있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래. 너도 이 녀석들은 평소에 자주 보지 않아?”
“아니, 나는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심하다 정말…”
이 녀석은 대체 얼마나 나다니지 않는 것인가…
“뭐, 일부러 굳이 마리사 모양으로 잡아왔으니 마음껏 스트레스라도 풀라구.”
“관 둬. 흑백 녀석이 얄미운건 사실이지만 윳쿠리에게 화를 푸는 건 또 뭔가 기분나쁘거든.”
과연, 마리사 본인과 윳쿠리는 아무래도 느낌이 다른가.
문득 나는 파츄리를 살짝 놀리고 싶어졌다.
“그거 알아? 너 닮은 녀석들도 있는거.”
“알고야 있지. 대체 누가 그런 걸 만들어낸건지 정말…”
“완전히 원작 고증 충실하다구. 막 툭 치면 켈룩거리면서 피를 토하며 죽는다던데? 보라색 콩나물을 훌륭하게 재현했어. 음음.”
“후, 너 진짜. 죽을래?”
“하하하…”
이런 실없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파츄리의 시선은 어느덧 가져온 윳쿠리로 향하고 있었다.
역시, 지식을 탐구하는걸 즐기는 그녀에게 윳쿠리는 흥미로운 존재이리라.
“뭐, 대충 네 얘기는 알았고. 적당히 알아보고 부를게.”
호기심 가득한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윳쿠리를 데려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 잘 부탁해.”
이곳에 왔던 목적은 성공적으로 완수한 듯하다. 나는 찻주전자를 비우는 잠시 동안 파츄리와 담소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3면
녀석이 나에게 연락을 보내온 것은, 이 주일 쯤 후였다.
“쨘, 오늘은 선물로 홍차잎을 좀 사왔지.”
“오, 그건 좀 반가운걸.”
오랜만에 다시 본 파츄리의 얼굴은 조금이지만 수척해 보였다. 분명 작업이 꽤 신경을 쏟았으리라.
“고생 좀 헀나봐? 이거 고마운데.”
“그래, 홍차라도 안 사왔으면 한 대 때렸을걸. 뭐, 재미는 있었지만…”
“이번엔 내가 끓여와?”
“아니, 이건 내가 해야지.”
“뭐, 그렇다면 고맙게 먹을게.”
녀석은 혼자 있을떄는 보통 소악마에게 홍차를 부탁하지만, 손님에게는 스스로 끓인 홍차를 내어준다.
녀석 나름의 원칙쯤 될 지도 모르겠군.
파츄리가 홍차를 끓이러 간 동안, 나는 책상 주위를 잠시 돌아보았다.
‘역시…없군.’
내가 가져온 윳쿠리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샘플을 손상시키지 않고 분석하는건 불가능했겠지.
파츄리의 손에 비명횡사했을 윳쿠리를 위해 잠시 묵념을 한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윳쿠리 천국이라도 있다면 거기나 갔기를.
“자, 다 됐다구.”
“오, 고마워.”
녀석이 가져온 찻잔을 들고, 잠시 식힌 후 입에 머금는다.
“크, 역시 훌륭한걸.”
“뭐. 이번에는 훌륭한 찻잎 덕분이라고 해 두지.”
녀석의 홍차는 맛있다. 파츄리와 마시는 홍차는 묘하게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나는 내 생각보다 이 장소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네가 얘기했던 일 말인데.”
이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인가.
“뭐라도 나왔어?”
“솔직히 정말 예상 밖이야. 들어보면 놀랄걸.”
“일단 네가 봤다는 사냥 모습 말인데, 이 녀석은… 확실히 마법적인 힘이 있어.”
“역시 그렇지? 우연일리가 없어.”
“그 힘은… 굳이 얘기하자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정도의 능력’ 이라고 해 둘게.”
순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정도의 능력' 이라니, 이것은…
“완전 비효율 그 자체 아니야?”
“그래, 완전 쓸모없지.”
마법이란, 마력을 이용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대로라면 너무나도 효율이 나쁘다. 그렇기에 우리 마법사들은 마법 술식을 이용하곤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없이, 상상을 그대로 현실로 끌어내려 한다면, 그 방식은 터무니없이 효율이 나쁠 것이다. 굳이 물건을 파괴하는 마법을 이용해 비유하자면, 망치를 사용해 바위를 부수는 것과 맨 손으로 바위를 부수려는 것과 비슷한 차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그래, 고작 벌레의 움직임을 멈추는 거나 가능하겠군.”
“바로 그거야. 네가 본 것도 분명 그런거겠지. 하지만, 문제는… 문제는 이 녀석들이 가진 마력량 자체는 상당하다는 거야.”
“음?”
“이 녀석들, 어떻게 살아있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무슨 질문을 하는것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윳쿠리라는건, 생물에 가까운…
가까워?
그렇다. 이 녀석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물이 아니다.
몇 개월간 일상 속에 녹아들었기에 이제는 아무도 깊게 생각하지 않지만, 애초에 살아있는 만쥬 따위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설마…”
“그래. 이 녀석들은 자신들이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거야.”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능력. 이 능력 자체가 이 녀석들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는 것인가.
“그거… 엄청나게 어려운 일 아니야? 어지간한 마력으로는 쉽지 않을텐데.”
“말도 마. 대체 누가 이 녀석들을 만들었는지. 나도 해석 못 한 술식이 많아.”
“…너도 실패했다고?”
“분하지만.”
조금 뾰로통하게 말하는 녀석의 표정에 거짓말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친분이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마법적 지식을 가진 이 녀석이 해석해내지 못한다라.
“대체 누가, 왜?”
“나도 몰라. 애초에 왜 우리 모습들로 만들고 앉아있는지…”
“무생물을 생물로 만들 정도의 마력량에, 너도 해석 못 할 정도로 복잡한 술식이면 보통 물건이 아닌데.”
나는 지금 밝혀진 놀라운 정보들을 다시 한 번 되뇌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은 보통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윳쿠리라는 물건은 분명 보통 물건은 아니지만…뭐라고 해야 할까?
그 때, 내 생각을 뒷받침해주듯이 파츄리가 입을 열었다.
“으음… 솔직히 내 생각에는 말이야.”
“…….”
“그냥 정말로 공들인 장난이 아닐까 싶어.”
“후…”
그렇다. 아무리 복잡한 구성으로 만들어져있어도, 이런 맥 빠지는 언행과 외모를 보자면 결국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엔, 뭐 그렇게 되는 건가.”
“그래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어. 배울만한 부분도 꽤 있었고.”
“그건 다행인데.”
“별 다른 해는 없는 것 같고, 애초에 이 녀석들이 뭘 하기에는 힘이 너무 약해. 그냥 이대로 놔둬도 꽤 재미있지 않겠어?”
그동안 윳쿠리 마리사를 관찰하면서, 녀석도 윳쿠리에 대해 꽤 흥미를 가진 것 같다. 하긴, 자신을 닮은 녀석들도 있다고 하니, 막 적대적일수는 없…
…닮아?
닮아서, 눈치채지 못한다?
“음? 무슨 문제라도 있어?”
파츄리가 뭐라고 하는 듯 하지만,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사고는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
애초에, 윳쿠리의 외모는 그저 장난의 산물일까? 이 윳쿠리들은 어떤 종류가 있었지?
하쿠레이의 무녀, 인간 마법사 마리사. 파츄리. 산 위의 무녀도. 잘 생각해 보니 이 녀석들이 닮은 인물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이변…”
“응?”
“윳쿠리가 닮은 존재들은, 이변 해결의 주역들이야.”
“어… 그렇다면…”
그렇다. 한상향에 일어나는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뛰어드는 사람들. 윳쿠리들은 그들의 모습을 모방하고 있었다.
“…파츄리.”
“뭔가 알아낸거야?”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파츄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 윳쿠리의 존재를 그녀들이 웃어넘기게 하기 위함이었다면.
애초에, 이 환상향에 자연스럽기 녹아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보호색이었다면?
그렇다면, 이 윳쿠리라는 존재의 목표는…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단서들이 합쳐지기 시작했다.
세간의 이목을 피하기 위한 ‘보호색’. 쓸데없이 높은 마력량. 그리고 ‘살아있다’라는 특징.
…파츄리가 풀지 못했던 나머지 술식.
“…당분간은 여기 오지 못할 것 같아.”
“이유는?”
“끝나면, 다 끝나면 말해주도록 할게.”
“…….”
“…….”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파츄리는 말없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후, 알았어.”
그대로 한숨을 쉬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나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떠올리지 않을게. 그게 네가 원하는 거 맞지?”
“…고마워.”
“고맙긴 뭘. 나 좋으라고 그러는걸텐데.”
솔직히, 놀랐다. 아니, 이 녀석과 알고 지낸 시간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되는 건가.
“그렇지만…조심해. 꼭이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4면
“후후, 보호색이라. 상상력이 풍부한데?”
“뭐, 윳쿠리가 모방한 당사자가 아니기에 떠올릴 수 있었던 거겠지요.”
“그래서, 그게 끝이야? 떠올린 게 그것뿐이라면 이런 학살을 저지를 이유는 설명이 되지 않는걸?”
“하하하, 조금만 천천히 할 수 없을까요?”
나는 다소 가빠진 숨을 진정시켰다. 역시 이 사람 앞에서는 단순히 말을 할 뿐인데도 엄청난 압박감이 드는군.
“아잉~ 궁금하단말이야~”
“…….”
“…….”
…….
“…윳쿠리의 특징 중 주민들과 닮은 외모 이후에 떠올린 것은, 바로 생물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윳쿠리는 살아있다.
“뭐, 살아있는 만쥬라고들 하니까.”
“제가 주목한 부분은, 왜 생명체인가 하는겁니다. 아시다시피 생명체의 가장 큰 특징은…”
“훗, 번식…이겠지?”
유카리가 작은 웃음을 흘리며 정답을 말해왔다.
동시에 느껴지는 압박감.
“예. 윳쿠리들은 번식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떠올리니 모든 전모가 보이더군요. 번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흐응-그래서?”
점점, 압박감이 거세지고 있다. 이것은…….
“윳쿠리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능력’. 이 능력은 분명 미미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의 총 합이 점점 늘어난다면 어떨까요?”
윳쿠리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압박감은 점점 더 거세진다.
“그래봐야 별 일 없지 않을까? 고작 벌레나 잠시 멈추는 정도의 능력이라면 별 일 아닐 거라고 생각해.”
“거기서 생각한 것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술식입니다. 저는…”
윳쿠리에게는 파악하지 못한 마법 술식이 있다.
전신을 찌르듯이 몰려오는 살기.
“단도진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술식이 윳쿠리에게서 생명을 빼앗는 술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윳쿠리를 ‘살아있게’만드는 힘을 다시 마력으로 환원시키는 겁니다.”
“…….”
유카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제는 입을 열기도 힘들 정도의 살기를 보내올 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윳쿠리의 ‘의지’를 한 곳에 집중시킨다. 라는 것이지요.”
윳쿠리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생명체이기도 해서 스스로 번식한다.
이렇게 번식했던 윳쿠리들이, 일제히 한 가지에 집중하며-
자신의 ‘생명’의 유지를 위한 마력까지 무언가를 위해 한 곳에 집중한다면…
“수 천, 수 만. 아니, 그 이상도 될 수 있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일제히 한 군데를 향한다면…”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환상향의 ‘이변’으로서 인식되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는 모르겠지만 한 명이 다루기에는 너무 강력한 힘이 되지 않을까요?
비록-야쿠모 유카리씨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결국, 윳쿠리의 특징 중 무의미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모든 살기가 사라졌다.
“후후, 후후후후…”
뭐가 그렇게 우스운걸까?
“정답이야.”
“…역시 당신이었군요.”
“왜 나라고 생각했던 거야?”
“일종의 소거법입니다. 이정도로 마법에 능통하고, 능력이 강한 요괴는 환상향 내에서도 손에 꼽으니까요. 그리고…”
“그리고?”
“별 건 아니지만, 유카리와 윳쿠리. 나름 비슷하지 않습니까?”
“후, 후훗. 정말 별 것도 아닌 이유구나.”
내 추측은 정확했다. 내심 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추측.
굳이 틀리기를 바랬던 이유는, 여기까지 왔으면 다음 추측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고했어. 이제…
죽어.”
그리고, 내 예상대로 피할 수 없을 죽음이 찾아왔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쇄도해오는 유카리의 손. 그 손에는 명백한 살기가 깃들어있었다.
아, 이것은 못 막았겠군.
챙-
예전의 나였다면 말이지.
그리고, 손은 허공에서 무형의 장막에 막혀 빗겨나갔다.
“…뭐야?”
“역시 이렇게 되는군요. 내심은 탄막놀이정도로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말 해, 어떻게 한 거야?”
유카리의 표정에는 명백한 당황감이 깃들어있었다.
“… 예상하셨던 대로, 저는 당신을 막을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힘을 좀 빌렸지요.…바로 윳쿠리들에게서요.”
“…….”
“저는 당신의 계획을 늦추기 위해 윳쿠리들을 죽이면서, 동시에 이 큰 모자를 절대 벗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또 당했다제! 큰 모자의 사신 씨는 이길 수 없다제! 무적이라제! 도망친다제에에에!‘
“윳쿠리들은, 제가 무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힘이라도 모인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수개월동안 계속해왔던 윳쿠리 학살에 대한 소문은, 윳쿠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큰 모자를 쓴 마법사’는, 그들에게는 이미 무적이자, 대항할 수 없는 재해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분명, 엄청난 수의 윳쿠리가 나를 무적이라고 믿고 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유카리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싸움이 조금이라도 오래 지속된다면, 분명 모두가 알아차릴 것이다. 이 ‘이변’을.
“이 힘이라면, 3분 정도는 버텨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좋은 착안이네. 윳쿠리의 힘을 역으로 이용한다니. 하지만 잊었어? 내가 그 힘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된다면, 대신 모두가 그 이변을 알아차리겠지요. 그 시점에서 윳쿠리의 존재의의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3분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버틴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그 시간 내에 이 싸움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의미도 없다. 이것은 명백한 도박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건.
물론, 떨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걸 만한 확신이.
“…좋아, 이 계획은 일단 접도록 하지.”
“…….”
“파츄리 그 녀석, 꽤 재미있는 친구를 뒀잖아? 설마 이렇게 방해를 받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 감사합니다.”
안도감이 밀려온다. 솔직히,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사실 다른 여러 방법이 있지만 네 성의를 봐서 그렇게 해 주는 거니까. 앞으로 즐겁게 살길 바래.”
“하하, 노력해보도록 하지요.”
우리의 대화는 방금 전의 일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질정도로 평안하고 가볍게 바뀌어있었다.
“뭐, 윳쿠리의 번식률도 좀 조정하도록 할게. 앞으로 환상향에서는 지금처럼 자주 보기는 힘들거야.”
“아예 없애지는 않으시는군요?”
“후후, 그게 말이야.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게요. 이제와서 완전히 없어지면 조금 섭섭할 것도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윳쿠리-라는 존재는 이미 생활 속에 파고들었으니까,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쪽이 더 이상하긴 할 것이다.
“그래, 나는 그럼 이만 가볼게. 잘 살라구~”
유카리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스키마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평원에 남겨진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끝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흘렀다. 사실은, 눈앞에 닥친 죽음이란 꽤나 두려운 법이다.
“잘 살라니, 후, 후후후…….”
나의 몇 개월에 걸친, 고독한 ‘이변 해결’은 이렇게 끝났다.
“…파츄리 녀석의 홍차가 그리운데.”
EXTRA
-야쿠모 가
야쿠모 가의 저택 안, 두 요괴가 책상에 앉아 독서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야쿠모 란은 이윽고 읽던 책을에서 눈을 옮겼다. 이대로는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 없겠지.
잠시 그녀의 주인을 살피던 그녀는, 이윽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유카리님.”
“응? 무슨 일이니?”
“정말 저 마법사를 그냥 두실건가요? 주인님이시라면 충분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아니야, 란. 그 녀석은 그냥 놔두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거든.”
“…하지만 이 계획은 그런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음? 누가 완전히 포기한댔니?”
“예? 하지만…”
유카리는 읽던 책을 덮고서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란을 쳐다보았다.
“환상향이 아니더라도, 윳쿠리는 늘릴 수 있는걸?”
“유카리님, 설마 그 말씀은…….”
“란, 너는 외부인들이 자신과 다른,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 같니? 궁금하지 않니?”
그것은, 계획의 연장이었을까? 아니면 요괴에 대한 외부인들의 반응에 대한 시험… 어쩌면 단순한 변덕이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각, 환상향 외부의 어떤 도시
“뭐야, 이건? 말하는…만쥬?”
현실에 윳쿠리라는 생물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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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래간만에 쓴 소설이라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게 보이는군요. 유감입니다.
이 소설은, 윳쿠리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을 어떻게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 그에 대한 제 생각이 괜찮게 느껴지셨을지, 혹은 그 생각을 글로 잘 표현헀는지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마음 속으로 생각했던 윳쿠리 관련 소재는 이게 마지막이어서, 앞으로 소설은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미련이 생겨 장문이 되었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SPECIAL THANKS
루미네
미리내미르
BCD
AND YOU



드물정도로 개연성도 우수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