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3.21 10:17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21-

mad
조회 수 173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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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너의 방이다, 플라티나."

 

시로이 쿄우진의 집.

2층엔 빈 방이 하나가 있다.

인간으로썬 혼자 살고 실험체들은 지하에 두며 조수인 파츄리는 1층에서 같이 생활하고

2층의 방 하나는 서고로 쓰다보니 남는 방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가구 하나 없고, 계속 방치한지라 바닥엔 먼지가 쌓이고 창문도 희뿌연하다.

아무래도 쓰일 일 없는 방이었다보니 관리에 소홀해진 탓일 것이다.

 

"...이건 저에 대한 취급입니까?"

"아 이런, 쓸 일이 없던 방이라 청소하는 걸 깜빡했네."

"무, 무큐... 그럼 파츄리가 청소할게요."

"그럼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지. 파츄리는 걸레를 빨아와. 내가 먼저 벽의 거미줄이나 먼지를 털어내면

그 다음 파츄리가 바닥을 쓸고 닦는거지. 그동안 플라티나 넌 컴퓨터로 네 방에 두고싶은 가구나 검색해봐."

"청소하곤 하등 상관없는 명령인 것 같은데요."

"당연히 하등 상관없지. 난 니 취향 모르니까 네 방의 가구는 네가 골라야 할 거 아니야. 돈은 내가 내니까 안심해."

"컴퓨터... 실제로 써본 적은 없지만 얼추 배우긴 했었습니다. 한번 해보죠."

"좋아, 파츄리 넌 바닥청소할 준비를 해놔. 그동안 난 벽이랑 창문을 청소하지."

 

방 하나에 한정된 갑작스런 대청소.

그 비사교적인 남자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들여 열심히 청소해주고 있다.

윳쿠리에게 애정같은 걸 두지는 않지만 쓸만한 조수로 있어주는 이상 그만한 대우는 해준다.

그것이 이 남자, 시로이 쿄우진의 철칙이며 그에 따라 그는 자신의 새로운 조수의 방을 정성들여 청소해준다.

 

"흐음... 이정도면 되려나?"

"저... 주인님, 바닥청소할 준비 다 되었습니다."

"그래, 수고 좀 해줘라."

"알겠습니다."

"아참, 파츄리."

"무, 무큐? 무슨 일이신가요?"

"생각해보면 너도 마냥 종명으로만 부를 게 아니라 고유명칭을 붙여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그, 그런 건 파츄리에겐 과분할지도..."

"그건 주인인 내가 판단한다."

"죄, 죄송합니다!"

"흐음,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개조 파츄리는 소위 마쵸리라 불리는 특이종이 몸첨부가 아닌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실험에서 시작한 거였으니, 마쵸리를 좀 변형해서 맛치, 는 어떠냐?"

"맛치... 괘, 괜찮은 이름인 것 같아요."

"좋아, 넌 오늘부터 맛치다. 새 이름으로 잘 부탁한다고 하지, 맛치."

"무, 무큐...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네번째 조수인 개조 파츄리의 이름은 이렇게 청소중에 뜬금없이 정해졌다.

파츄리, 맛치가 방바닥을 청소하는 동안, 시로이는 플라티나에게 가서 컴퓨터로 가구 검색하는 것을 도와줬다.

 

"가격부담은 얼마나 하실 수 있습니까?"

"나 돈 많아. 내가 연구한 업적이며 따낸 특허가 몇갠데. 스폰서도 짱짱하지, 네 방 꾸미는 것쯤이야."

"그럼, 부담없이 골라도 되는 겁니까?"

"가구 좀 들인다고 내 재산에 얼마나 타격이 오겠다고. 맘껏 골라. 뭐, 너무 사서 방이 꽉 차는 바보짓만 하지 말고."

"그정도는 파악했습니다. 그럼, 원하는 대로 고르겠습니다."

 

플라티나는 침대, 옷장, 테이블과 의자, 선반을 취향대로 골라 주인에게 결재를 넘겼다.

한꺼번에 사는 가구들. 가격이 꽤나 세지만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일시불로 긁어버렸다.

할부따위의 꼬리를 두지 않는 게 그의 또다른 철칙. 구매는 항상 있는 돈에서 전부 처리한다.

 

"...꽤나 대담하시네요."

"가구가 도착하려면 며칠은 걸릴테니, 그동안엔 내 방에서 자도록."

"잠깐만요, 그럼 주인은요? 침대는 1인용을텐데요?"

"요 며칠은 연구소에서 보낼거다. 너의 도움으로 채취한 표본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쓰려고."

"무, 무큐... 청소 다 끝났습니다."

"뒷정리도 끝냈나?"

"네, 네! 물론입니다!"

"플라티나, 이녀석 오늘부로 이름을 맛치라고 정했으니까 그렇게 불러."

"갑작스럽지만,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둘이서 같이 지내라. 그럼 난 연구하러 갈테니까 나중에 가구 도착하면 불러."

"나중이라고 해도, 며칠 뒤일텐데요."

"그러니까 그 며칠 뒤에."

 

그 말만 남기고 그는 지하의 연구실로 틀어박혔다.

 

"...맛치라고 부르면 되나?"

"네, 네에. 맞아요, 플라티나."

"맛치, 난 저 남자가 마음에 안들어."

"주, 주인님 말인가요? 하지만 거역하면 안돼요..."

"알아, 내 뱃지가 어떻든간에 자길 방해하면 용서칠 않겠지. 그러니까 참아야지. 하지만 말야..."

"무큐?"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리 태연하게 동족을 학살한다는 게 마음에 안들어."

"그, 그건 학대파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적어도 주인님은 학대파는 아니니까..."

"아니, 더한 놈이야. 학대파라는 인간들은 게스에 대한 혐오감과 그에 따른 선입견이라는 이유라도 있지."

"그, 그럼...?"

"저 자는 그러한 것조차 없어. 연구욕이라는 욕망만을 위해, 착한 윳쿠리든 나쁜 윳쿠리든 가리지 않아.

실험을 위해서라면 게스든 개념이든 구분하지 않지. 어제 나한테 죽이라고 명령한 그 도스도 그랬어.

그 도스는 인간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았어. 철저하게 산속에 숨어서 선량하고 현명하게 무리를 다스렸지.

그리고 그 도스를, 저 남자는 나보고 죽이라고 한거야. 원한도, 혐오도 없이, 오직 연구와 실험이란 자기 욕망만을 위해.

그것이, 그러한 저 인간의 본성이 너무나 소름끼치고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무... 무큐..."

"그래, 저건 인간조차 아니야. 악마, 악마 그 자체이지."

"아, 악마인가요..."

"...그리고 난 그 악마와 거래를 한거야. 내 동생을 찾기 위해서."

"무큐, 그러고 보니까 플라티나는 동생이 있었다고 했었죠..."

"동생을 찾을 때까지, 난 얼마나 많은 팥소로 이 손을 더럽힐까... 설령 동생을 찾아도, 그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무큐..."

"......지금은, 그저 모든 것에 순응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플라티나와 맛치는, 거실 한편의, 바깥의 마루와 연결된 유리문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씁쓸한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그저 파랗고 구름은 그저 유유자적 흘러가며 햇살은 밝고 따스하다.

한편, 연구실에 틀어박힌 시로이 쿄우진.

그는 원종 도스에게서 채취, 아니 뜯어낸 신체 곳곳을 밀폐용기에 정성껏 보관해서 하나씩 연구해나가고 있다.

그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부위인 중추팥소는 지금도 살아서 맥동하고 있다.

 

"말을 할 순 없겠지만 들리겠지, 도스. 난 네가 정말 흥미로워. 너는 도스야. 그것도 원종. 아종들과는 어떻게 다를까?"

 

축구공만한 커다란 중추팥. 두껍고 단단하며 투명한 당분의 벽에 싸인 진한 색깔의 팥소는

백의를 걸친 악마의 말에 반응하듯 흔들리고 있다. 마치 공포에 떠는 듯이.

 

"내 연구소에 이런 식으로 초대해서 미안하군. 널 통째로 데려오기엔 우리 집이 너무 작아서 말이야.

하지만, 넌 이렇게 살아서 이곳에 왔지. 중추팥이 무사한 탓에. 오렌지주스에 담겨져서 느껴보라고.

나의 질문에, 너의 신체가 어떻게 답해주는지를 말이야. 크키키키키키키, 키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원종 도스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 profile
    미리내미르 2017.03.21 17:26
    퍄퍄 광인씨 멋져요!
    그보다 중추팥소 살아있넼ㅋㅋㅋㅋㅋㅋ
  • ?
    윳살윳G 2017.06.06 11:27
    중추팥소만 살려놨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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