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교화실험은 끝났지만 시로이 쿄우진이 집에 돌아온 건 그 다음날 한밤중이었다.
"무, 무큐! 주인님, 실험은 어제로 끝나신 거 아니였나요...?"
"아아, 좀 일이 있어서 말이야. 너희한테 얘기도 없이 질질 끌었구만."
"무슨 일이길래 우리한테 연락도 못할 만큼 서둘렀던 거야?"
"플라티나, 일단 네 동생을 찾긴 찾았다."
"저...... 정말!?"
플라티나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득차 2층의 난간을 넘어서 내려와 시로이 앞에 섰다.
"그, 그럼 알려줘! 그애 무사해? 지금 어디야? 만날 수 있어?"
"잠깐, 천천히. 다 이야기해줄테니까."
"으, 응. 좀 흥분했네."
"무큐! 그래도 잘됐네요, 플라티나. 동생분을 찾으셔서."
"어... 그게 잘 됐다는 소식은 아닌데..."
"...그게 무슨 소리야?"
백의를 걸친 그들의 주인은 설명했다.
실험이 끝나고, 플라티나의 동생의 행방을 알게 된 이후의 자신의 행적을.
그 플랑은 몸첨부가 되어서 가공소 본사에서 교육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여전히 금뱃지를 단 상태로.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달 전, 한 야쿠자 보스에 의해 구매되었다.
현재 윳쿠리는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생물이다.
길가를 떠도는 개나 고양이를 죽여도 처벌을 받는 요즘이지만 윳쿠리에 대해선 아무런 법적 제제도 없다.
그리고 그것은 몸첨부도 마찬가지. 야쿠자나 마피아, 갱단 등의 범죄조직들은 이러한 허점을 노리고 있다.
인간을 이용한 성매매는 확실하게 위법. 하지만 몸첨부 윳쿠리라면 법적으론 처벌되지 않는다.
그야 당연히 그들을 보호하는 법이 없으니까.
플래티넘 뱃지라면 종에 상관없이 궁극의 희귀개체이니 가공소 차원에서 보호되지만 금뱃지까지는 아니다.
플라티나의 동생 역시 그러했다.
해당 조직의 이름은 검은 독사 파. 그 야쿠자 조직의 보스는 자신의 술접대용으로 그 플랑을 샀다는 모양이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큰 탈이 없다. 그는 하루동안 전화로, 그리고 직접 그들의 본거지에 찾아가 거래를 청했다.
전화는 거는 족족 수신거부당했고, 기어이 직접 찾아가 원가의 5배로 사겠다고 거래를 요청했으나
그 야쿠자 보스는 처음부터 그 플랑을 넘길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시로이는 그곳에서 직접 봤다.
마이크로 비키니만 입은 상태로 그 보스의 술접대를 하고있는 모습을.
그는 플라티나의 동생인 플랑과 그 야쿠자 보스를 뒤로하고 반 강제로 끌려나와 이제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덤으로 저번에 맛치를 두들겨패길래 아작내줬던 녀석들이 이 조직에서 문지기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제서야 그는 어쩐지 자기가 저지른 일 치고는 생각보다 순순히 일이 무마되었다 싶었다.
자기들도 범죄조직의 일원이니 경찰과 엮이기 싫어서 아마다 제과에서 낸 합의금으로 무마된 것이다.
"뭐, 그렇게 된거지."
"아... 아아......"
"무큐... 플라티나..."
플라티나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힘없이 거실로 향했다.
마루로 통하는 유리문으로 밤하늘에 뜬 상현달을 바라보며 우울에 잠겼다.
"하, 하하... 알고는 있었어. 금뱃지래도 윳쿠리는 윳쿠리. 어떤 결말이든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플라티나..."
"하지만......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 잘 지내길 바랬는데...... 그것도 이루어주질 않는거네, 신은."
플라티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자신의 동생의 비참한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단 죄책감에 자신을 책망하며.
맛치는 그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맛치는 그저 오열하는 플라티나를 서글픈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슬픈 공기에 산통을 깨는 휘파람소리.
두 윳쿠리가 뒤돌아본 곳엔 휘파람을 불며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들의 주인이 있었다.
"주, 주인님!?"
"이 개자식!"
플라티나가 날아들어 자신의 주인의 멱살을 잡았다.
"즐겁냐!? 이 상황이!? 그래! 너같은 놈은 이해 못하겠지!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잃는 슬픔을! 너따위가... 너따위가...!"
"뭔 헛소리야, 잃긴 뭘 잃어?"
"...뭐?"
"맞는 말이야. 난 그 어떤 인간들하고도 달라.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하지. 그래서 너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해."
"그래! 넌 그런 놈이지!"
"하지만 난 욕심이 많은 놈이야. 내 욕망을 위해 난 무엇이든 하지. 그것이 야쿠자랑 싸운다고 하더라도."
"......뭐, 뭐라고...?"
"검은 독사 파는 현재 도쿄의 뒷세계를 4등분하는 야쿠자 조직 중 하나. 그 구성원은 150여명. 산하의 사채업은 16개."
"무, 무큐... 주인님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건가요...?"
"하지만 산하의 자잘한 조직이 몇개든 알 바 아니지. 본진을 직접 아작내면 끝이니까."
"당신... 설마?"
"맞아, 놈들은 내 거래를 거부했어. 난 말야, 플라티나 너가 필요해. 하지만 너의 육체가 지금 내 지배하에 있다고 해서
마음까지 내 손안에 있는 건 아니거든? 마음을 종속시키지 못해 탈주한 조수만 셋이야. 또 조수를 잃는 건 귀찮지.
그것도 플래티넘이라는 초호화 뱃지를 단 녀석이라면 말이야. 그래서 난 너의 마음을 종속시키기 위해 너의 동생을
너의 품으로 되찾아줄거야. 그래서 놈들과 몇번이고 거래를 하려고 했지. 근데 그 거래를 거부하네? 그럼 방법은 하나."
"...싸우겠다는거야? 그 야쿠자들이랑?"
"지금 놈들의 규모랑 내가 쓸만한 무기들을 찾는 중이야."
"마, 말도 안돼! 난 윳쿠리지만 그래도 야쿠자가 뭐하는 놈들인지 정도는 안다고! 당신 혼자 어떻게 그놈들을...!"
"말했지? 난 욕심이 많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난 수단 방법 가리지 않지. 사람을 죽이는 것조차도 말이야."
"...!"
"날 나를 위해서만 살아. 인류를 위해? 윳쿠리를 위해? 하! 그딴 거 아니라고. 상대가 야쿠자? 알 게 뭐야! 내가 원하는
훌륭한 보물이 거기에 있는데 취하지 않고 참으라고? 난 그렇겐 못해. 내가 원하는 것은 쟁취한다.
얼마만큼의 자원이 들든,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든,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든. 결국엔 얻을 거야. 포기하느니 죽고 말지.
난 나를 위해서 너의 동생을 되찾아줄거다. 너는 훌륭한 조수니까. 계속 내 곁에 두고 싶으니까."
"......주인..."
"그리고, 이번 일을 하려면 역시 혼자는 힘들지. 못할 건 없지만 너무 오래 걸려. 단기간에 하려면 협력이 필요하지."
"무큐? 협력이라고요?"
"따라와, 소개해주지."
그는 자신의 두 조수를 이끌고 지하의 연구소로 향했다.
그 다음 개체 보관실, 그리고 그 너머의 특수 보관실로 향했다.
적당히 넓직한 이곳은 오직 특수한 환경만을 제공하여 윳쿠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유도하는 곳.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특수 보관실의 한쪽 구석의 텅빈 곳의 벽을 더듬어 무언가를 뽑았다. 손잡이였다.
그 손잡이를 당기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옆엔 윳쿠리용 경사면도 있었다.
"무, 무큐! 이, 이건...?"
"따라와. 멋진 걸 보여주지"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시로이는 두 조수에게 설명했다.
"난 그동안 여러가지 실험을 했지. 거의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논문을 제출해서 세간에 드러냈어."
"거의 대부분...?"
"그래. 거의 대부분. 즉, 내지 않은 연구결과들이 있다는 것이지."
"어, 어째서 그런 건가요?"
"이 연구들은 말야, 세간에 드러내면 내 입장이 난처해지거든. 아무렴, 이런 군사기술을 쉽게 내보일 수 있나."
"구, 군사기술이라고?"
이윽고 아랫층에 도착하고, 철로 된 두꺼운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은 지문인식으로 열리게 되어있어 오직 시로이 쿄우진 본인만이 열 수 있는 문이었다.
그가 인식기에 엄지를 올려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문을 열면서 말했다.
"소개하지. 내 비밀연구. 윳쿠리 무기화 계획의 산물을."
그곳엔, 24마리의 윳쿠리들이 있었다.
어떤 윳쿠리는 몸첨부이기도 했다.
어떤 윳쿠리는 희귀종이기도 했다.
어떤 윳쿠리는 통상종이나 무언가 일반적인 통상종과는 달랐다.
어쨌든 확실한 건 하나.
이 윳쿠리들은 흔히 알려진 윳쿠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내가 이루어낸 극비의 산물이지. 이런 걸 세간에 공개했다간, 언론이 날 테러범으로 몰아세울
수도 있어서 공개를 안했어. 그 누구도 모르는, 나만이 아는 나의 결과물들이지."
"그럼... 주인 당신은...?"
"그래. 이번에 할 것은 전쟁.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나 하나뿐이지만, 너희 모두의 도움이 없으면 안돼.
다행히도, 이녀석들은 다들 나에게 일종의 신세를 진 녀석들이라 최소한 이번 명령 정도는 들어주겠지.
그러니 시작하자고. 세계에서 전무후무할 범죄와의 전쟁을."



아니 물론 쿄우진이라는 인물리 미치다 못해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안가리는걸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