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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9 01:20

골판지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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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또 아침씨가 와버렸다.아직 일어나고 싶지 않은데.아니.더 꿈을 꾸고 싶은데 아침이 와버렸다.해씨는 심술쟁이씨라서 마리사가 행복한 순간에 꿈씨를 끊는다.마리사는 몇번 다시 잠에 들려고 안간힘을 쓰더니 이내 포기하고 밖으로 나온다.오늘따라 날씨는 지랄맞게 좋다.마리사의 표정은 아니지만.

 

아침은 싫은 것 투성이다.사냥도 해야하고.화장실도 청소해야하고.인간의 눈을 피해서 살아야하고.또 빌어먹을 인간놈들이 맛있는 걸 먹는 것을 그냥 보는 것은 고문 그 자체였다.마리사의 집은 수풀 깊숙히 숨겨져 있어서.공원을 대대적으로 청소해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위에는 비닐이 얹혀있어 비를 막아주고.안에는 푹신한 부직포가 깔려있어 겨울도 무섭지 않았다.그리고 집 안에는 먹을 것이 엄청나게 쌓여있고 말이다 야생치고 이 정도면 사윳쿠리 못지 않았다.그렇기에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이 작은 성을 살리고 유지하려 했다.그리고 안에는 자신을 닮은 느긋한 아가야가 있다.자신과 똑 닮아서 아주 느긋하고 똑똑하다.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밥을 구해오고 상자에 진흙을 발라 유지시키고 있었다.그렇게 그 작은 성에 사는 작은 왕들은 오늘도 성을 지키기 위해 사냥을 나선다.

 

어른인 마리사가 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바로 물을 떠오는 것.마트에서 파는 1.5리터 짜리 생수병 2개를 가득 채우면 한 동안은 목욕을 하든 땅에 뿌리던 거덜 날 일은 별로 없다.그렇게 마리사는 귀찮다고 투덜대며 분수대에 가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꿀렁거리는 물들이 참으로 느긋하다.벌써 하나의 병이 가득차고.나머지 한병도 금방 채워졌다.그리고 성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는 싱글마더씨야!"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걸까.인간이 이제는 윳쿠리를 학대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윳쿠리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자명하다.아마 자신이 싱글마더란 것을 이용해서 물을 좀 뜯어내려는 거겠지.물은 다시 받으면 되지만.한번 해주면 자꾸만 들러붙어온다.자신의 성까지 들어오는 것은 사양이다.마리사는 고개를 돌리고는 성으로 향한다.

 

"느늣! 레이무는 싱글마더씨라고 말했다구?"

 

그러니까 뭘 어쩌라는 거냐.확실하게 말하던가.아니면 그냥 가던가.나참.이래서 무능한 레이무가 싫다니까.마리사종은 확실히 표현이라도 하지만 이 레이무들은 대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빙빙 돌려 말하는 거면 어려워도 이해할 수는 있겠는데 이건 뭐 문장에 주어도 없으니 이해할 수 있을리가 있나.

 

"싱글마더씨라고 말했는데 어째서 무시하는거야!? 뿌꾸욱-!"

 

전-혀 무섭지 않다.아니.애초에 뿌꾹은 애들이나 쓰는 거 아니던가.윳쿠리에게도 소용없는 뿌꾹을 대체 어따 써먹는다는 걸까.아마 서커스 아닐까.

 

"능야아아! 무시하지 말라구! 레이무는 싱글마더씨라구!"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원하는 걸 말이라도 하던가! 물을 원하면 얘기를 하라고! 들어는 줄 테니까! 근데 이건 말도 뭣도 아니잖아! 아가야도 이것보다는 말 잘하겠다.

 

"느기이이! 싱글마더씨는 도와줘야 한다구우! 느긋하게 해줘야 한다구우! 그건 상식이자나아!"

 

알았으니까 제발 뭘 원하는지 말좀 해줄래.아무리 윳쿠리라도 암에 걸리겠다.

 

"느오! 느오오오! 인간씨는 뭐하고 있냐구우! 당장 저 마리사를 제제하고 레이무님을 느긋하게 하라구!"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아까 한 말을 정정해야 하겠다.이 레이무는 암세포 급이 아니다.확실히 그건 너무했지.암세포가 암에 걸려 뒤질 정도로 정정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성으로 돌아온 마리사.기다리는 것은 아가야와 느긋한 성씨였다.인간에게서 돈 주고 사온 미니 텔레비전이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다.시간이 벌써 저녁이 되었다.저녁은 느긋할 수 있었다.마음껏 먹을 수 있고.쿨쿨씨를 해도 누가 뭐라하지 않고.그리고 화장실에 마음껏 싸도 된다.오늘은 무슨 채널을 볼까 이야기를 나누며 마리사들은 음식의 산을 등지고 비비적댄다.그리고 배가 출출하니 뒤에서 아무거나 골라 쩝쩝거린다.리모컨을 삑삑거리며 깔깔대는 마리사들.이 작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그 둘은 뭐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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