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3.08 22:47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3-

mad
조회 수 173 추천 수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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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종 특집]

 

"느삐이! 느삐이!"

"레-뮤는 아이돌찌라구!"

"댜콤댜콤찌! 댜콤댜콤찌 달라규!"

"세계를 느긋하게 하는 아이돌씨인 레이무라구! 그러니까 빨리 레이무를 느긋하게 하라구! 레이무 귀여워서 미안해!"

"저, 주인님... 이 윳쿠리들 전부..."

"응. 와사종 레이무야. 막 태어난 아기윳부터 성체까지 싹 다.

 

연구실 중앙 테이블에 놓여진 20개의 투명 플라스틱 케이지.

그 안엔 한마리씩 와사종 레이무가 들어있었다.

사이즈로 따지면 아기윳 6마리 아이윳 6마리 성체윳 8마리.

하지만 어느 하나 시끄럽게 떠들며 자기가 아이돌이라느니, 자길 느긋하게 해달라느니 따위의 소릴 지껄이고 있다.

 

"대체적으로 와사라고 불리는 이 귀밑털이 유난히 특이하게 복슬거리는 레이무종은 게스종이 많이 발견되었지.

오늘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연구할거다."

"그래서 와사종이 이렇게나 많이..."

"파츄리 너가 할 건 별로 없어. 지금은 그냥 구경이나 해."

"알겠습니다..."

 

백의의 그 남자는 양손에 흰색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고 아기윳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느? 하누룰 나눈 고 가타!"

"먼저 해부를 해서 유전자의 성질부터 알아볼까?"

"레-뮤는 쳔샤찌! 느? 오빠야는 모야? 레-뮤를 느그타게 해줄꼬야?"

 

남자는 대답으로 레이무의 귀밑털을 메스로 썰어냈다.

 

"느? 능갸아아아아!"

"먼저 귀밑털부터 용해해서 분석하고, 그 다음은 리본. 남은 머리카락도 싹 벗겨내서 담고."

 

남자는 귀밑털 두개, 손상되지 않게 조심스레 통째로 떼어낸 리본, 그리고 대머리가 되게끔 싹 벗겨낸 머리카락을

각각 가늘고 긴 원통형 시험관에 담아 용액을 살짝 넣은 뒤 원심분리기에 놓았다.

하지만 아직 기계는 돌리지 않았다. 남은 네개를 마저 채운 뒤 가동할 생각이다.

 

"오째서 이론지슬 하는고야? 레-뮤가 기여어서? 구래서 질투하눈고야?"

"치아."

"느갸아아! 아포! 입찌가 아포!"

"안구."

"능야아아아! 레-뮤의 별찌처럼 아룸다운 눈찌가아아아!"

"혀."

"느히이이이이!"

"마지막으로 저부."

"흐히이이이이이!"

 

8개의 시험관이 모두 준비되었다. 남자는 원심분리기의 뚜껑을 닫고 기계를 가동시켰다.

그러는 한편 대머리에 눈 하나 없어지고 치아도 하나 없어지고 혀도 없어지고 저부도 잘린

그런 처참한 꼴의 윳쿠리 하나를 실혐용 접시에 올려놔 메스로 반죽 피부만을 잘라내 벗겨냈다.

물론 이 남자에게 실험체의 고통따윈 안중에도 없다.

피부가 포장지 벗겨지듯 깔끔하게 벗겨졌고, 아직 안구 하나와 치아들이 붙어있는 둥근 팥소가 드러났다.

원형 그대로 유지한 채 반죽만 벗겨낸 것이 이 남자의 오랜 내공을 보여준다.

남자는 다른 두개의 실험용 접시를 꺼내 한쪽엔 치아들을 뽑아서 놓고 다른 접시엔 남은 안구를 적출에 놓았다.

이제 레이무였던 것은 반죽 벗겨진 팥소만이 남았다.

원심분리기가 다 돌아가자 남자는 분리기 안에 있던 시험관들을 모두 거치대에 고정시켜놓고

이번엔 새 시험관에 팥소, 피부역할을 하는 반죽, 남은 안구와 치아들을 각각 넣고 똑같이 기계에 돌렸다.

그동안 거치대에 놓았던 시험관의 내용물을 차례대로 성분분석기에 흘려넣어 데이터를 추출해냈다.

아무래도 남자는 전신을 샅샅이 분석해볼 생각인 모양인가보다.

거치대의 시험관들도, 원심분리기에 새로 돌린 시험관들도 모두 차례대로 분석기에 들어갔다.

이 한마리 작업하는 데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남자는 성체들까지 전부 같은 방식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그나마 1시간 걸린 것도 아이윳까지. 성체는 크기가 큰 만큼 같은 부위도 잘라서 넣어야 했던지라

한 개체당 2시간이 걸렸다. 결국 총합이 28시간.

식사는 조수인 파츄리가 갖다준 샌드위치 하나로 떼웠으며 잠은 전혀 자질 않았다.

유일하게 쉬는 시간은 화장실에 가는 시간. 그 외의 시간엔 남자는 자리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20마리 전부 분석한 데이터가 나왔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그걸 또 정리할 차례다.

1마리한테서 나온 데이터의 양도 장난이 아니다. 그걸 20마리분량을 정리하는 것이다.

분석결과 정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포함하면 이번 실험을 시작한 지 36시간이 지나서야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주인님...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밤샘연구는 익숙하거든. 이정도론 내 연구욕을 막을 수 없지."

"그럼... 이제 다 끝내신겁니까?"

"한마리. 한마리가 더 남았어."

 

남자는 개체보관실을 지나 별도보관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실험개체 중 특수한 조건을 위해 다른 개체들과 철저히 격리되어 그 환경에서의 삶만 살아야 하는

그런 윳쿠리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어떤 윳쿠리들은 1층의 윳쿠리방 못지않은 호화스런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윳쿠리들은 야생의 풍족한 자연환경같은 곳에서 살며, 어떤 윳쿠리들은 콤포스트마냥 쓰레기더미에서 산다.

남자가 이곳에서 꺼낸 것은 어떤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온 성체 와사종 레이무.

1508번이란 태그가 붙은 이 레이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없는 아주 낯선 환경에서 자라왔다.

딱딱한 바닥, 푸석하고 맛없는 식사, 상하기 직전의 이상한 맛의 물.

그리고 방 한쪽에 마련된 TV와 스피커에선 여러 종의 윳쿠리들과 인간들의 얼굴이 차례로 나타나면서

이 방에서 사는 그 윳쿠리를 질책하거나 비난하거나 모욕했다.

방은 밀폐되어 있었고, 공기는 방 한쪽의 기계를 통해서만 공급되었다.

그리고 그 기계는 주기적으로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이곳에서 사는 레이무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질식을 시키곤 했다. 그리고 화상의 존재들은 그것을 벌이라고 했다.

이 와사종은 비참한 환경 속에서 언제나 비난받으며 벌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성체가 된 지금, 이 레이무는 처음으로 이 방에서 나가게 되었다.

 

"...느?"

"1508번. 이번 실험의 최종실험체."

 

남자는 이 레이무를 들어올려 실험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 개체의 실험은 해부가 아닌 다른 것으로 시작되었다.

 

"레이무. 너는 무엇이지?"

 

질문이었다.

 

"...느?"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대답해라. 너는 무엇이지?"

"레, 레이무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너는 무엇이지?"

"레이무는 어리석고 오만하며 무능하고 타인에게 민폐만 끼치는 쓰레기입니다."

"다음 질문이다. 너는 아이돌인가?"

"아닙니다. 저는 아이돌 같은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없는 하등한 존재입니다."

"그럼 스스로가 아이돌이라 생각했던 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나?"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태어나기 전부터 태어나고 얼마동안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너 자신이 느긋하다 생각하나?"

"아닙니다. 레이무는 느긋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너 자신의 존재 자체가 세상을 느긋하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반대로 제 존재 자체가 세상을 느긋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누가 너를 느긋하게 해주어야 하지?"

"그런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느긋함을 받아선 안되는 쓰레기입니다."

"식사에 불만이 있었나?"

"불만같은 건 가져선 안됩니다."

"특별히 먹고싶은 것이 있나? 또는 그런 것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막 태어난 철없고 어리석은 시절엔 달콤달콤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제게 허용되어선 안됩니다."

"응응이나 시시는 아무데나 해도 되는가?"

"절대로 그래선 안됩니다. 더럽고 미천하며 역겨운 행동입니다."

"너의 그 귀밑털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역겨운 것을 달고 태어난 저 자신이 저주스럽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융국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아닙니다. 전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죽으면 지옥에 떨어질 겁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나?"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 반대로 다시태어나면 이것만큼은 되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와사종입니다."

 

남자는 이 모든 질문과 대답을 컴퓨터에 기록했다.

이후 약품으로 이 1508번 레이무를 잠재우고 이전의 다른 와사종 레이무들처럼 해부를 시작했다.

모든 부위를 부위별로 떼어내어 원심분리기에서 분석하기 쉽게 분해하고 분석기로 분석했다.

1508번은 남은 부위 하나 없이 깨끗하게 해부되고 모든 것이 분석기로 분석되었다.

와사종으로 태어나, 스스로를 아이돌이라 칭하는 순간 온갖 비난에 시달리며

그 어떠한 것도 만족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게끔 교육받아온 1508번은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 결과는 자신을 이러한 환경에 내던진 한 존재에게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최종결과가 나왔군. 논문의 완성이다."

"추,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저... 그런데 어떤 내용입니까?"

"와사종과 게스성의 관계."

"어떤 식입니까?"

"거의 모든 생물체는 DNA를 가지고 있다. 유전정보를 가진 화학물질이지. 이는 윳쿠리도 예외가 아니다.

세간엔 팥소유전이네 뭐네 하는 식의 유사과학으로 잘못된 지식이 만연하지만 난 윳쿠리에게서도 DNA를 찾았지.

근데 이 윳쿠리의 DNA는 다른 동물들하고는 또 다른 정보들을 포함하기도 한단말야.

물론 모든 생물이 DNA를 가지곤 있어도 그 안에 내포한 유전정보는 제각각인 것도 사실이긴 한데

윳쿠리는 여태까지의 생물과는 다소 이질적인 특징이 있기도 하거든."

"그, 그런가요?"

"대표적인 게 외형과 성격을 담당하는 정보가 별개가 아니라는 것. 다른 동물들은 외형을 결정하는 정보와

성격을 결정하는 정보가 별개로 존재하지. 어떠한 외형을 한다고 선천적인 성격도 그 외형을 따라가는 게 아냐.

특히 인간의 경우 셩격의 형성이 태어난 이후의 주변인물이나 사회적 환경 등의 외부적 요소로 인한

후천적인 방식으로 성격이 형셩되기 때문에 더더욱 외관과는 아무래도 좋은 편이지."

"그렇군요..."

"그런데 윳쿠리는 외형이나 종이 성격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DNA 자체가 그런 구조가 강하거든.

예를 들어 레이무종은 모성애가 유달리 강하거나, 마리사종은 활동적이고, 파츄리종은 지식을 추구하는 등.

종이나 외형을 담당하는 유전정보가 성격을 담당하는 유전정보와 한쌍으로 묶여있어서 윳쿠리의 성격은

선천적인, 유전적인 영향을 더 잘 받고 성격의 완전한 변화도 다른 동물보다 힘든 편이지."

"그럼 이번에 조사하신 와사종의 경우는요?"

"레이무종 중 와사종이라는 특유의 복슬거리는 귀밑털을 형성하는 외형유전정보는 열성유전으로 발현률이 낮지.

하지만 해당 외형을 담당하는 유전정보, 지금은 임시로 와사외형정보라 칭하고, 이 유전정보는 신기하게도

한쌍으로 붙은 성격을 담당하는 유전정보가 게스 호르몬의 분비를 쉽게 촉진시키는 성향이 있어.

이러한 탓에 모체에서 와사종으로 외형이 결정된 윳쿠리는 높은 확률로 태어나기 전부터 게스 호르몬이 분비되지.

태어나기 전부터 게스성이 높은 채로 있으니 태어나자마자 게스인 것은 어찌보면 자명한 일.

하지만 윳쿠리도 후천적인 요소로 성격의 변화가 가능하다. 마지막 실험체인 1508번이 대표적이지.

그녀석은 와사종이지만 태어나자마자 가혹하고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환경을 제공받았지.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개체가 보관된 곳에 있던 화상과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개체를 비난하는 소리들.

나머지인 질 낮은 식사와 주기적인 질식상황은 그 비난을 실행에 옮긴다는 각인을 주기 위한 요소일 뿐.

성체가 될 때까지 그렇게 비난만 당해온 녀석은 와사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졌지.

게스 호르몬의 체내 농도도 극도로 낮았고, 행복감을 담당하는 세로토닌도 역시 낮아 우울증 가능성도 있었지.

이번 실험으로 나온 결론은 이거다.

윳쿠리는 DNA상 외형에 따라 성격이 고정될 확률이 높은 생명체이며

와사종은 그 외형을 담당하는 유전정보와 한쌍으로 있는 성격 유전정보가 게스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그 탓에 와사종은 태어나기 전부터 게스로 성격이 고정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개선은 가능한 것이 밝혀졌다.

단지 그 성격의 원하는 방향으로의 개선과 개선방식의 효율성은 별도로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뭐, 이정도겠지."

"그, 그럼 와사종이 게스인 이유를 밝혀내신 거군요."

"그런 셈이지. 덤으로 너도 이레귤러야."

"네!?"

"파츄리종이 지식을 추구하는 건 맞지만 그 지식추구의 목적이 다른 윳쿠리보다 우월해지기 위한 목적을 가지거든.

즉, 지식을 추구하는 성격이 게스 호르몬의 분비를 약간이나마 촉진한다는건데, 넌 그게 전혀 없어.

오히려 역으로 자기가 얻은 지식에 자신이 없고, 매사에 두려움을 느끼지. 겁쟁이야. 몸이 약했던 거랑 별개로."

"죄, 죄송해요..."

"아니, 사과할 게 아니라 그냥 니 유전적 특징이 그렇다는거야. 그 특유의 겁쟁이 성격이 이례적이란 거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가 이번에 조수로 선택된거다. 좋게 생각하라고. 겁이 많단 건 위험에 잘 대비한단 거니까."

"그,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논문도 완성했겠다, 한숨 잤다가 논문제출하러 가야겠군. 너도 수고했다. 쉴 대로 쉬어."

"네, 네에!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남자는 기분좋게 잠들러 갔다.

잠들기 직전, 그는 1508번을 살려뒀으면 나중에 다른 식으로 써먹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더이상 미련 둬봐야 의미없다고 생각하고 단잠에 들었다.

 

[와사종 특집 - 왜 와사종은 게스가 많은가 完]

  • profile
    무첸 2017.03.08 23:16
    와사는 게스! 확찢!
  • ?
    앨리즈 2017.04.03 14:46
    앨리스는 와사가 귀밑털이 제구실을 못해 생존력이 낮아서 생존력을 높이려 게스 호르몬이 나온다 할줄 알았다구요..
  • profile
    황혼의은혜 2017.05.02 04:38
    특유의 귀밑털과 게스성으로 폭력오니상을 끌려고 만든 와사종을 그런식으로 해석하다니 놀랍습니다.
  • ?
    윳살윳G 2017.06.06 11:00
    와사종을 살리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재활용이라니 무섭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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