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3.07 21:13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2-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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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이 백의의 남자의 조수가 된 네번째 개조 파츄리.

파츄리의 하루는 일찍 시작한다.

오전 7시 정도의 시간에 일어나 주인이 만들어놓은 사료 공급기로 사료통에 사료를 받아

원하는 만큼 먹은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맨 처음 하는 일은 청소다.

빗자루와 쓰레받이로 주변 곳곳을 열심히 쓸어 먼지나 쓰레기를 모아 버린 다음

물통에 물을 받고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는다.

사이즈가 커졌다곤 해도 윳쿠리. 높은 곳의 먼지를 먼지털이로 털어내는 것은 무리라

이런 부분의 청소는 주인도 참가하는 대청소때나 한다.

그 다음으로 하는 것은 윳쿠리방의 정리.

아무도 없는 방일지라도 항상 깔끔하고 멋들어지게 해놓아야 한다.

그래야 미끼에 윳쿠리가 낚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리문 옆의 벽에 난 윳쿠리용 출입구는 윳쿠리가 제대로 오갈 수 있는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이 문은 주인이 잡아온 윳쿠리가 이 방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유롭게 드나들어 산책할 수 있는 용도인 동시에

외부에서 집선언을 하러 오는 윳쿠리가 굳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지 않게 만들어 쓸데없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윳쿠리방은 겉보기에만 호사스런 윳쿠리 플레이스일 뿐, 실질적으론 실험체를 잡아두는 감옥인 것이다.

새로이 조수가 된 파츄리도 이제는 그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 방의 겉모습에 속지 않는다.

이 방에서 느긋함을 찾지 않는다. 이곳은 지옥으로의 입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큐~. 잠깐 쉬었다가 할까요."

 

일만 제대로 한다면 언제 쉬든 어떻게 쉬든 주인은 상관하지 않는다.

파츄리는 냉장고에서 푸딩과 캔주스를 꺼내 거실 한쪽의 유리문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간식을 즐기고 있다.

힘이 세진 건 다행이다.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캔음료의 뚜껑을 따는 등의 일이라던가.

다 먹은 뒤의 쓰레기도 잘 청소한 뒤, 다음 일과를 시작한다.

2층으로 올라가든 계단의 한쪽엔 매끄럽고 완만한 경사로가 있다.

윳쿠리인 조수가 쉽게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이 집의 모든 계단 한쪽엔 윳쿠리용 경사로가 있다.

윳쿠리의 손에 닿을 위치에 있는 문고리와 함께 조수에 대한 주인 나름의 배려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의가 아닌 자기 연구의 원활함을 위한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2층엔 주인의 서고가 있다. 자료실로써도 존재하는 이곳엔 주인이 그동안 연구한 자료들이 책장에 빼곡하다.

파츄리는 이곳의 자료들을 꺼내 확인하고,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혹시라도 어질러져 있거나 뒤죽박죽 섞여있을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주인이 어지간하면 본인 스스로 정리하기에 파츄리의 작업은 어디까지나 확인작업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 업무덕분에 파츄리는 조금이나마 주인의 그동안의 연구를 알 수 있어

이때 얻은 지식으로 조수로써 일할 때 도움이 되어준다.

이걸로 파츄리의 기본적인 일과는 끝났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파츄리는 이제 마음껏 쉬어도 된다.

파츄리는 나쵸와 캔콜라를 챙겨 소파로 올라가, TV를 보며 편히 쉬고 있다.

예능프로를 보며 웃고, 과자랑 음료수를 먹고 마시며 쉬길 약 1시간 30분.

 

"나 왔다."

 

마침 외출나갔던 주인이 돌아왔다.

파츄리는 깜짝놀라 TV를 끄고 과자와 음료는 테이블에 올려놓고 재빨리 현관으로 가 주인을 맞이한다.

 

"다, 다녀오셨어요?"

"그래. 새벽부터 불려가니 피곤하네."

 

주인은 이전에 파츄리를 구하느라 벌인 폭력사태때문에 다소 곤경에 빠졌다.

무엇보다 부상자 한명이 티가 심하게 날 정도로 다쳤기 때문이다.

일단 그 일당들이 그냥 학대파가 아니라 동네 불량배들이라 주인의 인맥 중 높으신 분의 힘으로 무마가 가능했지만

동시에 주인은 그 높으신 분에게 오랫동안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모양이다.

 

"할 건 다 했냐?"

"네, 네! 다 했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라. 선만 안넘으면 난 너 터치 안하니까. 난 잔다, 피곤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인은 1층의 침실로 들어갔다.

일단 파츄리도 알고는 있다.

자신의 주인은 무섭지만, 화날 상황만 안 만들면 조수가 된 자신이 피해입을 일은 없다고.

하지만 원체 소심하고 겁많은 성격이었던 데다가 이전부터 실험체로 지내면서 이 남자에게 공포를 느꼈고

또 일전에 자신을 구하느라 벌인 폭력행위와 친구분의 이야기로 파츄리는 자기 주인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상황이다.

머리로는 알고는 있지만 몸이 긴장을 놓지 말라고 말하는 셈이다.

아까도 그냥 소파에 늘어져서 TV보면서 대충 인사해도 주인은 아무런 신경도 안썼겠지만

파츄리의 성격과 주인에 대한 공포가 그렇게 할 수 없게 해버렸다.

 

"하아... 파츄리도 익숙해져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은 별다른 실험예정이 없다.

그러니까 일단 파츄리는 마음껏 쉬어도 된다.

다시금 TV를 보고, TV가 질리면 적당히 낮잠자도 된다.

이런 면모만 보면 밖에서 고생하는 어지간한 윳쿠리들은 느긋하게 산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은 그 질투를 실행에 옮긴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다.

파츄리가 깨보니 뭔가 윳쿠리방이 시끄럽길래 가봤다.

노숙 윳쿠리인 듯한 꾀죄죄한 윳쿠리 마리사와 레이무가 대여섯은 되는 새끼들을 데리고 윳쿠리방을 점거했다.

집선언은 이미 해버린건지, 벌써부터 자기 보금자리인 양 굴고 있다.

 

"느느? 뭔가 이상한 파츄리가 있다구?"

"어이 썩을 파츄리! 여긴 마리사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라제! 썩 꺼지고 달콤달콤씨 가져오라제!"

 

일반적인 사람들이나 학대파들은 이 즉시 이녀석들을 죽이거나 고문하며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의 주인은 기본적으로 윳쿠리를 대하는 태도가 남들과 다르다.

그래서 이 경우에 대한 메뉴얼도 다르다.

 

"무큐... 알았어요..."

 

파츄리는 방문을 닫고 냉장고에서 적당한 과자 몇개를 챙겨 다시 윳쿠리방으로 갔다.

 

"느리다제! 이딴 식이어선 위대한 마리사님의 노예씨로써 실격이라제!"

"무큐..."

"하지만 달콤달콤씨를 가져왔으니 특별히 봐주겠다제."

"아가야들아, 노예씨가 달콤달콤씨를 가져왔다구!"

"능햐!? 달콤달콤씨!"

"능챠! 능챠! 마리쨔가 1뜽이라졔!"

"사, 사나에도..."

"썩을 막내는 꺼지라구! 댜쿔댜쿔찐 쩌언부 아이돌찌인 레뮤꺼라구!"

"느삐이..."

"아가야, 아가야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거라구?"

"하지만 이상한 막내는 제일 마지막에 먹는 거라제? 남은 찌거기나 먹는 거라제?"

"느삐이... 그럴게요, 엄마야, 아빠야..."

 

파츄리는 방을 나서지 않고 이들을 계속 지켜본다.

이들은 윳쿠리방에 낚여 들어온 주인의 사냥감들이다. 실험체들이다.

그리고 파츄리는 이렇게 낚여들어온 실험체들의 기본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며칠이지만 조수로써 경험이 좀 쌓인 지금은 파츄리도 이들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부모는 둘 다 게스이다. 다만 부성애와 모성애에 다소 가려지는 부분이 있을 뿐.

새끼들은 서로간에 양보나 존중이 없다. 가져다준 과자도 나눠먹을 생각 없이 자기혼자 독차지라도 할 셈이다.

새끼들은 정확히 총 6마리. 레이무종 둘에 마리사종 셋, 사나에종 하나이다.

레이무종 중 하나는 와사종이며, 마리사종 중 둘은 아비완 달리 리본색이 흰색이 아니라 분홍색이다.

덩치나 언행 등을 보아 새끼들의 순서는 분홍리본 마리사 둘이 첫째와 둘째

일반 레이무종 하나가 셋째, 아비를 닮은 흰색 리본 마리사가 넷째, 와사종 레이무가 다섯째, 사나에종이 막내다.

막내인 사나에종에 대한 차별이 가족 전체에 만연하며, 부모는 일단 자기 새끼라고 조금은 챙기는 모양이지만

어디까지나 구색으로만 챙기는 척 할 뿐, 실질적으론 차별하고 있다.

새끼들 사이에서 가장 심하게 차별하고 구박하는 건 바로 위의 언니인 와사종 레이무.

전형적인 자칭 아이돌 게스로 유난히 다른 새끼들보다 자기 동생을 강하게 구박한다.

그것들을 전부 파악한 뒤에야 파츄리는 이 일가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방을 나서 문을 닫았다.

이후 자신이 알아낸 사항들을 거실 서랍에 있는 노트에 펜으로 적어놓는다.

당분간은 주인이 깰 때까지 이들을 방치하며 가끔 이들의 비위를 맞춰주면 된다.

밤 9시. 윳쿠리방의 윳쿠리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파츄리가 보니 일단 일가 모두는 겉이 모조 털로 이루어진 푹신한 집에 들어가 따뜻하게 자고 있다.

그런데 서로 꼭 붙어서 잠드는 와중에 사나에종만 구석에 동떨어져서 잠들어있다. 눈엔 눈물이 맺혀있다.

자는 순간마저도 차별인 것이다. 파츄리는 이것도 확인하고 메모해놓는다.

마침 메모를 마치자 주인이 자기 방에서 나왔다.

 

"아, 주인님. 윳쿠리방에 한 윳쿠리 일가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냐, 보고해봐."

"아, 네! 들어온 시간은 약 오후 3시 30분 경. 아비 마리사와 어미 레이무,

자식으론 마리사 셋에 레이무 둘, 사나에 하나입니다. 사나에를 제외한 나머지는 게스성향이 있으며

막내인 사나에를 일가 전체가 차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노트에 메모했습니다."

 

파츄리의 주인은 파츄리에게서 노트를 건네받았다.

 

"흐음, 구성원의 서열까지 적다니 첫 기록치곤 제법 꼼곰하게 잘 했군."

"가, 감사합니다."

"차별의 이유는 혼자 종이 달라서겠지만, 어째서 사나에종이 태어난걸까?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겠군."

"그, 그럼 실험준비를 할까요?"

"그래. 지하실 가서 장비 켜놔.난 이번 실험체를 케이지에 담아서 가지."

"알겠습니다."

 

파츄리는 지하실로 향했다. 야광 스티커가 붙어 위치를 알 수 있는 지하실 스위치가 있다.

파츄리의 손에도 닿는 위치에 있는 그 스위치를 눌러 지하실의 불을 켰다.

이후 이 실험실의 컴퓨텨나 다른 장비의 전원을 모두 켰다.

파츄리에게 있어서 여긴 이전까진 자신이나 다른 윳쿠리가 실험당하는 느긋하지 못한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실험체 대상에서 자신이 제외되었다. 조수로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느긋하진 못하지만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공간이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 더이상 위협을 느끼진 않게 되었다.

 

"설마 파츄리가 조수씨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장기실험 개체실의 다른 분들은 잘 계실까요?"

 

이전까지 이웃이었던 그들이 걱정되는 파츄리였다.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그걸 알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구실만큼은 주인의 철저한 통제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파츄리, 오늘은 이쯤하고 자러 가라."

"네? 실험은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이번 건 나 혼자로도 충분하겠어. 오늘은 이만 쉬어도 좋아. 아니, 그보다 그냥 연구실에서 나가."

"네,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중간부터 다소 강압적인 말투가 된 주인에게 당황해 파츄리는 황급히 지하실에서 나왔다.

어찌되었든 오늘 일과는 끝났다.

파츄리는 이만 자러 가도 될 것이다.

주인의 침대가 놓여진 방 한쪽에 놓여진 자신의 보금자리.

파츄리는 그곳에 들어가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고자 눈을 감았다.

 

"무큐... 앞으로 무서운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시로이 쿄우진은 열심히 해부실험을 즐기고 있다.

 

"능야아아아! 엉마야아아아!"

"찾으려면 아빠라도 찾지 그러니? 엄마는 이미 해부 끝내서 갈았는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냐제에에에!"

"그야 재밌으니까! 난 연구하는 게 제일 좋거든!"

"썩을 인간씨! 당장 마리사를 풀어주라제!"

"흐음, 이 일반종은 특별한 요소가 없군. 다음으로 리본인 분홍색인 너희 둘이다."

"느갸아아아! 아빠야아아아! 살려달라제에에에!"

"어째서 마리사들을 구해주지 않는거야! 마리사를 구해주지 않는 아빠야는 게스라제!"

"아빠야보고 게스라니, 아가야야말로 게스라제!"

"그럼 그 게스 아가야부터 해부해줄까? 재밌겠지?"

"느아아아앙! 그 느긋할 수 없는 거 치우라제에에!"

 

해부하고, 표본을 뜨고, 분석한다. 남은 불필요한 건 갈아서 사료로 삼는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사나에종은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 깨끗하게 한 뒤 장기실험체 보관실에 넣었다.

 

"축하한다 꼬마 아가씨, 넌 내 실험의 장기실험체로 선택되었다. 지금은 작아서 해부하긴 아까우니 성체가 되면

그때가서 면밀히 살펴주지. 참고로 넌 니 아버지 유전자에 사나에종 유전자가 극히 일부 함유된 게 발현된거다.

넌 너의 아버지의 팥소에서 극도로 희귀한 확률로 사나에로써 태어난거지."

"느, 느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아아,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분홍리본은 어미쪽에서 유전된건가. 외형을 담당하는 유전자에도

우성과 열성이 있단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종 유전자까지 우, 열성이 있는 건 의외인걸. 더 연구해야겠어.

게다가 와사종으로 외형을 발현하는 유전자에 게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유전자가 세트로 얽혀있는

유전적 특징도 연구해볼 만 하겠는걸? 와사종이 게스가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겠어. 연구할 게 많네? 크크크."

 

[네번째 조수 - 完]

  • ?
    금빛곱등이 2017.06.28 01:20
    사나에는 델고 가서 키우고싶은...
  • profile
    YUZUKI_ 2019.10.26 18:59
    게스 똥만쥬들..... 감히 사나에를 차별하다니 (참고로 사나에는 제 차애종입니다)... 만약 이 소설속에 들어갈 수 있다면 게스 똥만쥬들 당장 제재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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