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09.25 08:19

마리사의 우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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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는 세상의 호의를 바란 적이 없었다. 한번도 호의를 받은 기억도 없거니와 그런 꽃밭 환상을 품을 정도로 어리숙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리사도 근거나 이유 없이 세상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내고, 친절하며 만물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을 가진 적도 있었다. 윳쿠리 본능 단위에 있는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모범적인 들윳쿠리 성장 과정을 거치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때문에 마리사는 자신이 살아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죽어가고 있었고, 격통과 억울함 속에서 점점 꺼지고 있었다. 팥소뇌로도 죽음을 예감했었다.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느으?”

마리사는 눈을 떴다. 뿌연 화면이 시야를 메웠다. 마리사는 당황했고, 곧 더 당황했다. 분명 눈이 터지는 기억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뿌옇게 나마 시력이 있었다. 마리사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보았다.

“늣!”

그러자 몸 전체에 앉아 있던 피곤함-고통이 탭댄스를 추며 마리사를 반겼다.

“느힉!”

마리사는 고통 속에서 멈췄다.

“어,어더게 된거냐제…”

숨을 고르며 마리사가 중얼거렸다. 마리사는 눈을 검벅거리며 천천히 고통을 피하며 몸을 축 늘렸다. 살짝살짝 몸 구석구석에 꽈리를 틀고 있던 아픔이 꿈틀거렸다. 그래도 어쨌든 간신히 무사하게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마리사는 몸을 축 늘인 자세로 팥소뇌를 더듬었다.

“느느느늣!”

마리사는 단속적인 비명을 지르며 움찔거렸다. 강렬하게 찍힌 마지막 기억은 정신적 폭력을 하며 마리사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작은 움찔거림은 또 다시 아픔을 가져왔다.

“늣.”

마리사는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느긋한 생각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마리사는 곧 후회했다. 느긋했던 적 비슷한 것도 잘 떠오르지 않았던 탓이었다. 오히려 자신을 짖밟는 게스의 노예가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를 뿐이었다.

간신히 사냥터씨에서 운좋게 연분홍색 달콤달콤을 주워 먹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나마 느긋한 것과 비슷한 기억이었다. 마리사는 그때의 단맛, 그 때의 환희를 주워 기억하며 자신을 달랬다.

그렇게 있던 찰나 어떤 소리가 들렸다.

찰칵

마리사는 그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다 마리사는 다시금 익숙치 않은 시야에 당황했다.

저벅저벅

이어진 소리에 마리사는 움찔했다. 지금껏 좋은 기억이 단 한번도 없던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였다. 마리사의 팥소가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마리사는 아주 짧은 고민을 했고, 순식간에 판단을 내렸다.

도망가야 한다!

게스의 노예가 자신에게 했던 끔찍한 고통을 기억하는 이상 다시금 아파아파 당하긴 싫었다. 마리사는 이를 악물고 늘려 놓았던 몸을 일으켰다.

움찔 움찔

여전히 고통이 마리사를 쿡쿡 찔렀지만, 마리사는 고통을 씹으며 참았다. 약간의 고통따위야 감수해야했다.

저벅저벅

어느새 발자국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마리사는 고통으로 파들거리는 팥소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뛰었다.

뾰옹

뿌연 시야가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마리사는 상상 이상의 아픔에 당황했다.

“늣!”

뛰는 순간 웅크리고 있던 고통들이 일제히 날뛰었다. 마리사는 그대로 땅에 쳐박혔다.

철퍽

“느!!!!!아브다제에에에에에!”

마리사는 비명을 질렀다. 생각 했던 것 이상의 아픔 속에서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아.”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딸각

“느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바, 아바아아아아!”

마리사는 꿈틀거리며 울었다.

“아이씨. 귀찮게.”

그러는 사이 뭐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마리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프다는 사실 뿐이었다. 마리사는 댕기머리를 흔들며 파닥파닥 꿈틀댔다.

“아바아아아아아아! 늣!”

그 순간 마리사는 뺨쪽에서 따끔한 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순식간에 아픔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리사는 잠들었다.


얼마나 더 지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깊은 잠 끝에 마리사는 다시 깼다. 마리사는 느릿하게 눈을 떴고, 예의 뿌연 시야가 보였다.

“느읏?”

마리사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몸 상태가 훨씬 말끔해져있는 것을 마리사는 발견할 수 있었다. 마리사는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천천히 기지개를 폈다.

“일어났나?”

마리사는 움찔했다. 저기 위에서 목소리가 들린 탓이었다. 절대 윳쿠리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낮은 목소리였다. 마리사는 시선을 그쪽으로 옮겨보았고, 뿌연 시야 너머로 무언가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저열하기 그지없는 팥소뇌로도 알 수 있을 상황이었다.

자신이 깰 때까지 어떤 사람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리사가 제일 처음 보인 반응은 당황이었고 곧이어 경계와 공포로 바뀌었다. 당연했다. 기억 너머 아직도 생생하게 사람에게 폭력을 당한 기억이 있었다. 또 야생 생활 전반에 걸쳐 사람과 좋은 기억이 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느늣!”

마리사는 대응 방법을 떠올려보았다. 다행히 몸 상태는 좋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싸워 이긴다. 혹은 사람은 쓰러뜨리고 노예로 삼든다. 이따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사람에게 덤볐다가 사라져간 윳쿠리들을 수없이 봐왔고, 사람에게 반격도 못하고 터무니없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아이 윳쿠리의 치기어린 자신감따위는 버린적 오래였다. 마리사는 시야가 뿌옇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도망치기 위해서는 주변을 살펴야되는데 시야가 녹록치 않았다.

“느,느,느.”

팥소뇌가 과부하 걸릴것 같은 기분속에서 마리사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야.”

그런 마리사를 보며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마리사는 움찔했다. 이윽고 뿌연 시야 너머로 팔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리사는 저도 모르게 다시 움츠렸다. 다행히 팔은 마리사에게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 사람 얼굴쪽으로 갔다.

“아, 이렇게 말하면 안되지.”

사람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마리사는 부들거리며 일단 뛰기로 결정했다. 마리사는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뛸 준비를 했다. 하나 둘, 하고 뛰는 거다제. 마리사는 그렇게 결심하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어이 마리사.”

사람이 마리사를 불렀다. 마리사는 그러나 대답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제!”

도망칠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걱! 우걱! 해애애애앵복!”

마리사는 충만한 느긋함 속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마지막 달콤달콤이 언제였었을까. 그 발견의 느긋함 덕분에 기억에는 남아있었지만 헤아리기 힘들 옛날이었다. 때문에 이 오랜만의 달콤달콤은 눈물이 날 정도로 마리사를 느긋하게 해주었다.

“우걱 우걱!”

입 안 가득히 퍼지는 느긋한 단 맛에 마리사는 황홀함을 느꼈다. 아니, 단 것이 아니더라도 입 안 가득히 먹을 것을 넣고 씹는 것 만으로도 마리사는 행복했다. 우걱우걱 소리 높혀 행-복을 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힐끔.

마리사는 달콤달콤을 꿀꺽 삼키며 사람을 보았다. 사람은 그저 마리사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리사는 다시 달콤달콤으로 주의를 돌렸다. 아까부터 자신을 그저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전에, 먹을 것을 주는 걸로 보아 위해를 가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리사는 노련했고, 모범적인 들윳쿠리였다. 그는 호의에는 감사보다는 의심을 해야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리사가 알고 있기론 윳쿠리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없었다. 오로지 그 게스 윳쿠리의 노예만이 윳쿠리…

그 순간 마리사의 생각이 멈췄다.

게스는 느긋했다. 그리고 아마 그 덕에 노예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은 지금 느긋하다.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은 자신을 해치지 않고 있다.

마리사의 팥소뇌는 순식간에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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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는 본론는 짧고 서론만 길게 글이 써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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